라스베가스의 야경, 티끌 하나 없이 말간 통유리창 위로 번지는 건물들의 현란한 불빛이 어지러울 정도다.

 

파리와 이집트와 뉴욕, 그리고 유럽 어딘가의 분위기를 옮겨놓은, 그래서 결국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다.

 

세계 굴지의 호텔들이 나란히 어깨를 견주며 누가 더 호사스럽고 화려한지를 겨루는 진검승부의 장.

 

 

 

이렇게 거대하고 중후한 직사각형의 건물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 오히려 튀어 보인다.

 

미라지 호텔 앞의 불쇼가 펼쳐지는 공연장.

 

한시간 간격이던가, 문득 조명이 밝혀지고 인공섬 위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공연이 시작이다.

 

 

 

꽤나 스펙타클한 모습으로 불과 연기와 분수가 어우러진 모습, 사진보다는 영상으로 봐야 실감이 더한데 아쉬울 뿐.

 

그리고 시저스 팰리스. 그리스로마의 분위기가 물씬한 호텔 내부도 그렇지만 외부의 풍경도 어딘가 신전이 연상되는.

 

그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드시던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더라.

 

 

미라지호텔에 불쇼가 있다면, 그보다 훨씬 유명한 건 바로 벨라지오호텔의 물쇼.

 

 

다양한 레퍼토리에 맞추어 사방으로 솟구치는 직선과 곡선의 물줄기들.

 

 

역시, 사진보다는 직접 움직임과 그 조명의 영악한 활용을 봐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

 

라스베가스의 낮 풍경이라고 밤보다 못했던 건 아니다. 어느 유럽의 오랜 도시 풍경을 연상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도 쉽게 눈에 띄었다. 라스베가스의 분위기에 취해 순식간에 결혼해버리는 커플들도

 

있다던데 이들이 그런 커플인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예술가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꼭두각시 인형놀이도, 악기연주나 노래나 댄스도,

 

그리고 트랜스포머니 키티니 하는 인형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라스베가스 거리에서 들러볼 만한 샵 두 곳. 우선은 M&M. 미국에서도 세 도시에만 있다고 했던가..확실한 거 하나는

 

이 곳에서는 거의 모든 엠엔엠 초콜렛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직접 엠엔엠 초콜렛에 글자를 새겨넣어서 구매할 수도 있다는 점. (뭐, 가격이야 비싸긴 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 소개하고픈 곳은 코카콜라 샵. 전세계에서 팔리는 코카콜라의 독특한 디자인들을 볼 수 있고,

 

코카콜라 말고도 해외 각국에서 팔리는 독특한 브랜드의 콜라들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어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코카콜라가 적혀있는 콜라를 팔기도 한다.

 

그리고 각국의 독특한 탄산음료를 맛볼 수 있도록 한쪽의 매장에서 샘플러들을 팔고 있기도 하니 한번 시도해 보길.

 

 

 

 

라스베거스의 중심부를 따라 달리는 약 6킬로미터의 라스베거스 대로(Las Vegas Blvd.)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바로

 

스트립Strip.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라스베거스가 자랑하는 유수의 호텔들을 다 만나고 올 수 있다. 한때 살빠지는

 

사진이라고 해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녔다는 벨라지오 호텔의 말과 저 야릇한 문양들.

 

 

코스모폴리탄 호텔, 드높은 천장에서부터 카지노 게임장이 있는 로비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크리스탈 레이스 커튼.

 

하도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디 호텔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와우, 하고 시선을 붙잡는 것들은 담았다.

 

최상급의 호텔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보니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더욱 호사스럽고 화려한 치장에 매진하게 된 듯.

 

베네치안 호텔, 역시나 베네치아의 수로 풍경을 실내 쇼핑몰 공간에 끌어왔다.

 

그리고 마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 그 방의 화려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천장 벽화와 화려한 장식들.

 

베네치안 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천구의 모양의 장식물.

 

그리고 여기는..어디였더라. 벨라지오던가 아니면 미라지였던가. 커다란 선물박스가 포인세티아에 둘러싸였던 곳.

 

 

그리고 벨라지오 호텔. 수백개의 분수를 활용한 'O Show'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은 그 앞에서 무료로 삼십분 단위로

 

분수쇼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분수로 휘황한 외부에 뒤지지 않는 내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

 

 

 

붉은 목도리를 두른 펭귄들은 이글루를 짓는 얼음조각을 들고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아리아였던가, 사람이 들어가 설 수 있을 만큼 커다랗고 빨간 하이힐.

 

 

호텔끼리 이어지는 쇼핑몰에도 부족함이 없는 섬세함과 감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시저스 팰리스였던가, 이런 식으로 그리스 로마 신대의 예술품들으로 특징을 잡고 있는 거 보니 아마도 그 호텔이 맞지

 

싶은데, 호텔마다 제각기의 컨셉과 디자인 스타일이 있어서 대충 어떤 분위기는 어디, 이정도는 분별할 수 있겠다.

 

라스베거스에 가면 호텔만 돌아다니며 구경해도 하루가 모자라다더니 역시, 메인 스트리트랄 수 있는 스트립만 따라서

 

주요 호텔들만 돌아보아도 이렇게 볼거리도 많고 분위기도 화사한 게 참 좋더라는.

 

 

 

 

 

세나도 광장에서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길, 아무래도 눈길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좇아 걷게 된다.

 

하얀 바닥에 정교하게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타일을 붙여 기하학적인 문양을 피워냈다.

 

그리고 해마와 물고기들이 물을 뱉어내는 그럴듯한 분수대 하나. 그 뒤로 보이는 체크무늬 건물벽이 인상적이다.

 

 

고만고만한 골목에서 서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왠지 반가워진다.

 

빗물에 씻겨 개나리색 벽면의 색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참이다. 그 앞의 벤치 하나가 동그마니.

 

마카오에서는 광둥어가 주로 쓰이지만 북경어와 포르투갈어도 병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는 거의 못 본 듯 하다.

 

성당앞에는 꽃무늬라거나 성서에 인용된 알파니 오메가 같은 기호들도 있지만, 이렇게 물결무늬가 치는 것도 좋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던 참, 아무래도 이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몇사람을 잡고 길을 물었으나 영어가 정말 안되더라는.

 

무슨 오토바이 주차를 이렇게 잔뜩 해놓은 거주 구역은 또 처음 보는 거 같다. 대만에서도 인도에서도 못 본 진풍경.

 

 어느 막다른 골목 언저리에 꾸며져 있던 사당.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곳인가 싶다.

 

 

몬테 요새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왠지 맞겠다 싶었다. 온통 새장처럼 철창을 두른 건물을

 

가운데 두고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서 주저않고 오르막길을 택한 이유도 그런 거였다.

 

 

자전거를 타고 피어39에서 금문교를 지나, 그만큼의 거리를 또 달리고 나면 소살리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 들렀을 때 으레 그러하듯 다짜고짜 여행안내소로.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왠지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의 추천은 가이드북과는 달랐던 경험에서 나온 건데, 역시나 새하얀 백발이 눈부신 할머니의

 

카랑카랑하고도 자부심 넘치는 한 마디. 꼭 봐야 하는 건 없지만, 한나절 여유롭게 거닐기엔 딱 좋은 사이즈와 분위기가 있답니다.

 

소살리토 초입에 들어서자 바다넘어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

 

 

 

그리고 해변의 돌들을 가지고 아주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아 세우는 예술작업중이신 예술가 아저씨.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변에도 비슷한 표지가 있었는데, 소살리토의 표지는 생선 모양으로 조금 다르다.

 

그리고 소살리토를 돌아볼 때 일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분수. 삐에로처럼 고리눈을 한 채 활짝 웃는 표정이 괴랄하다.

 

미국의 소도시, 작은 마을에서 왠지 인도 냄새가 나는 코끼리상을 볼 줄은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나 여기나, 시끌벅적하게 공기를 찢으며 내달리는 소방차의 위용은 마찬가지.

 

 

그런데 참 번쩍번쩍, 얼핏 보기에도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굉장히 신형인 차들이다. 새빨간 도색은 말할 것도 없고.

 

 

소살리토의 샵들, 레스토랑들, 까페들과 자그마한 갤러리들을 휘적휘적 둘러보고 나니 두어시간.

 

 

자전거 주차는 아무데나 하지 말라고 경고판이 사방에 붙어있지만, 사실 또 그렇다고 유료로 주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포인트가 저 자전거 주차금지 표지판인 건 아니랄까.

 

 

화단이 잘 정돈된 모양새나, 천박하지 않은 간판들이 차분하게 늘어선 모양새나. 제각기 개성있는 건물들하며.

 

 그 와중에 소살리토의 메인로드로부터 샛길로 빠지는 왼갖 골목길들이 호시탐탐 여행객들을 노리고 있다.

 

 금문교를 건너 자전거로 여기까지 온 여행자들은 대개 페리를 이용해서 샌프란 시내로 돌아가는데, 대충 두어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니 그냥 사람들 배타는 것만 조금 구경하다가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호호백발 할머니 말씀이 맞았던 거 같다. 뭔가 특별히 볼 게 있다거나 즐길 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소살리토란.

 

 

 

과거 싱가포르의 우정청이었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플러턴 호텔, 그 로비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애프터눈티를 맛볼 수 있다는

 

코트야드가 있다. 과거 대만에서 애프터눈티의 호사를 누리고 나서 다시금 이 곳 싱가포르의 애프터눈티도 만끽하겠다며 진출.

 

 

싱가포르의 유명한 티메이커인 TWG에서 특별납품한다는 스페셜티와 함께, 3단 트레이를 꽉꽉 채운 핑거푸드들. 스콘과 타르트와

 

케잌과 샌드위치들은 계속해서 리필이 가능하다. (가격은 얼마였더라..SD 40-50 사이였던 거 같은데, 두어시간의 호사라면야.)

 

 

책도 좀 읽고, 와이파이를 쓰며 잠시 문명과 접합하기도 하고, 사진도 정리하다간 차를 홀짝대고. 그렇게 두세시간이 훌쩍.

 

  플러턴 호텔에서 북쪽의 올드시티로 이어지는 다리. 강철줄로 지탱되니 현수교라고 해야 하나, 고졸한 아치가 살아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다리 밑으로 왠지 아슬아슬 통과해 지나는 유람선들.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고 왕래도 잦은 편이다.

 

 

 

너머로 보이는 건 보트키Boat Quay로 이어지는 적갈빛 지붕의 건물들.

 

 

그리고, 온통 수십층을 훌쩍 넘긴 듯한 거대한 고층빌딩 사이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 플러튼 호텔의 고풍스러움이라니.

 

호텔이 품고 있는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멀라이언 파크, 바다에 대고 물을 토악질해대는 오리지널 말고

 

요렇게 작고 귀여운 미니어쳐도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녀석도 나름 물을 뱉긴 하는데, 아직 연륜이 부족한 듯 질질.

 

 

이미 덕 투어로 근접해서 보았었지만 걸어서 찾아보니 또 다르다. 아무래도 사자와 생선의 기묘한 조합.

 

게다가 이 곳에서 가만히 코를 쫑긋거리면 가까운 아이스크림 샵에서 무려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파는 냄새를 잡아낼 수 있는데,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꼭 코를 벌름거려 위치를 확인 후 기필코 맛볼 것. 굉장히 함량도 높고 맛있었다.

 

 

멀라이언 파크에서 바라본 마리나베이 샌즈와 에스플러네이드, a.k.a. 두리안.

 

 

 

 

광장에서부터 온갖 자그레브의 명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려면 손가락이 열개여도 부족하겠다. 사방팔방을 가리키는 화살표.


 옐라치치 광장으로부터 두 개의 언덕, 카프톨과 그라데츠로 뻗어나가는 오밀조밀한 골목 틈새를 비집고 늘어지는 햇살.


 

 성모승천 대성당이 삐죽 고개를 디밀고 있는 골목도 있고.


옐라치차 광장의 중심, 광장보다 움푹 들어가서 조성된 이 분수대 주변은 사람들이 층층이 앉기 참 좋게도 생겼다.


 짙은 구름이 잠시 지나고 햇볕이 내리는 그 곳은 역시나, 햇살을 즐기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명당자리.


  

 

옐라치차 광장 중앙에 선 기마상이 조그맣게 보이는 각도, 나도 질세라 분수 옆 돌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참이다.


옐라치차 왕을 기리는 기마상 앞에는 크로아티아의 국기와 꽃들, 그리고 촛불이 잔뜩 봉헌되었다. 신생국의 포스란 이런 건가.

  

 

광장 옆의 기념품 가게. 자그레브의 고유한 빨간 하트 모양의 장식품이 화려하다.

 

 이곳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더니 아예 기념품 샵들이 곳곳에 늘어섰다. 



기마상 앞을 지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은 광장일 수도 있겠지만 자그레브의 규모에 비기면 작진 않은 듯.

 

 

그리고 광장의 한켠에서 묵주니 성모상이니 등등을 팔고 계시던 분 뒤로 보이는-어디에서나 크게 눈에 띄는-저 광고는 참.




컴퓨터 정리를 하다가 문득 튀어나온 사진들, 지난 여름 즐겨 다니던 잠원 한강고수부지공원에서 찍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우와, 굉장히 시원해 보이는 사진이다 싶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 왜 저리 헐벗고 있나 싶기도 하다.

꼬맹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분수물이 솟구치는 구멍을 밟는 재미에 빠져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잡으려 했는데.

물줄기들이 좀 지저분하게 담긴 거 같다. 위의 사진처럼 무슨 해파리나 연체생물이 튀어오르는 모양으로 잡혔다면

좀더 보기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두 장 다 아쉬움만 가득한 사진.

아이들이 모조리 분수대 속으로 들어가서는 사방으로 팔다리를 휘젓고 다니며 꺄르륵 숨넘어갈 듯이 즐거워하는

웃음소리를 닮았다. 위로 솟구치기만 하고 내려올줄 모르는 분수가 그랬다.






수많은 카메라들이 걸어다니는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 나까지 그 대열에 별로 합류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냥 지나다니기만 하다가 문득 맘이 동한 어느 날.

천변으로 빼곡하게 오가던 사람들의 행렬이 문득 끊긴 순간, 다리 아래 저렇게 도돌도돌 튀어나온 돌길이

있었구나. 아마 저게 이전에 존재하던 청계천 옆의 흔적 아닐까 싶은데.

그러고 보니 이 폭포를 사진에 담아보는 건 처음인 듯. 왠지 남들이 다 사진찍는 곳을 나까지 찍을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삐딱한 심리의 발동이었지만 뭐, 결국 찍었다.

저쪽벽에는 인공폭포의 물방울이 튀어 꼭 오줌을 지린 마냥 얼룩덜룩 벽이 젖은 게 눈에 들어왔다.

이 근처만 가면 늘 수돗물 비린내인지 뭔지, 물냄새가 맘에 안 들어서 휙휙 지나쳐버리곤 했었는데,

그러면서 이 거대한 수돗물 어항을 만들고 대통령까지 되어버린 불쾌한 누군가를 꼭 떠올리게 되어

기분이 착잡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담아놓고 보고 있으니 제법 시원해 보인다.






갑자기 날씨가 이상저온현상을 보이면서 강원도 동쪽산간지역은 냉해 피해까지 입고 있다하고,

제주도로 떠야 하는 출장 비행기는 해무와 기상악화로 인해 수십분씩 딜레이되고 심지어는

캔슬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우울해하면서도. 지난 주말 부평문화거리에서 만났던 꼬맹이들의

물장난은 그저 시원해보이기만 하는 거다.

한걸음씩 멈칫거리며 내뿜는 물길로 다가서더니 어느순간 흠뻑 젖어버리고는 까르르 웃으며

이내 텀벙, 쏘아올려지는 물줄기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던 꼬마 아가씨가 너무 이뻤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도 나지만, 저렇게나 젖고도 한참을 질리지도 않고 뛰놀던 꼬마 아가씨도

대단하달까. 그러던 와중에 가장 인상적이던 포즈는, 저 물줄기를 막고 잡고 꺽고 희롱하던

그녀가 불쑥 물줄기와 껴안으려 시도하던 순간.

물줄기는 (당연히도) 그녀의 가느다란 두 팔을 휘감아 넘고는 산산이 부서진 채 지상으로

낙하하고 말았지만, 그녀는 그런 허망한 허깅이 꽤나 맘에 들었던 모양인 듯 몇 번이고

거푸 시도하며 가망없는 구애를 하고 있었다.


@ 부평, 문화의 거리.

궁남지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범상찮은 풍경. 한껏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 그늘처럼 동그랗게 드리워진 돌섬,

그리고 떨어지는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연잎들로 가득차버린 연못.

아직 해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아침나절, 비스듬히 내려꽂히는 햇발인데도 땀방울이 굵어졌다.


저너머 보이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인형, 궁남지는 서동의 홀어머니가 그의 아버지(라 주장되는) 용과 교합하여

서동을 가진 장소라는 전설이 서려 있다고 한다. 그 서동이 신라에 염탐하러 갔다가 발견한 게 선화공주.


국적과 신분이 달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 함께 하기 위해 지어 불렀다는 서동요의 가사말을 이렇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도련님을 밤이면 몰래 안고 잔다"는, 다소 망측한 가사. 공주로서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나 조심스러움을 무릅쓰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겠다는 선화공주,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노랫말. 하긴 뒤집어 생각하면 어쩌면 의도치 않게 공주 전문 파파라치쯤에 노출되어 부끄러움을

못 견디고 신라에서 백제로 망명한 건지도.


궁남지 한 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기슭과 다리로 연결해 두었다. 기슭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신선이 노니는

저 섬을 구경하면 한나절은 후딱 지날 듯 하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지만, 신선들의 '방장선산'을 향해 죽어라 풍악만 울리다가 툭툭

생명이 다해 떨궈지는 매미들.




대학 다닐 때, 갑갑증을 못 이기고 덜컥 버스 터미널에서 무작정 부여로 향했던 때가 있었다. 낙화암이나 용케

기억해 내어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궁남지 이 다리 위에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던 기억. 마침 비가 왔댔다.




무지개가 살짝 서린 분수대. 그때도 분수가 있었던가. 뭔가 포말처럼 잔뜩 머릿속에 엉겨붙었단 느낌에 어디로던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었던 거 같다. 여기를 다녀오고 나서 머릿속에 드라마틱한 무지개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부여라는 이름이 꽤나 낭만적이고 포근한 뭔가가 되었다.

서동과 선화공주가 빗자루로 환생했다면, 아마 이들이 아닐까. 굉장히 다정하게 서있는 한 쌍의 빗자루.

약간 크고 빗자루 숱도 많은 왼쪽 녀석이 서동, 약간 작고 아담한 데다가 숱도 단정한 오른쪽 녀석이 선화랄까.

"선화공주 빗자루는 남몰래 빗질하며 서동빗자루를 밤이면 몰래 털어준다." 정도로 노랫말을 바꿔 불러주면

둘의 못다한 사랑이 빗자루로 태어난 이번 생에나마 이어질 수 있을까.




새끼 오리가 무섬증도 없이 사람들 앞길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종종걸음을 친다. 그 재빠른 발놀림이나 발랄한

움직임은 태생이 그런 거지 딱히 겁을 집어먹어서는 아닌 거다. 평화로움 게이지에 플러스 십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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