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두(Wimdu), 뭐하는 곳이려나?

 

 

윔두는 전세계에 15만개 이상의 숙소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숙박 중개사이트입니다. 숙소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숙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이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텐데요,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동유럽의 소국들,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같은 나라들에도 선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무지 많아요.

 

 

윔두는 유럽(베를린)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0명 이상의 호스트, 150,000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는

 

믿을 수 있는 업체랍니다. (홈페이지는 www.wimdu.co.kr (한국어), 혹은 www.wimdu.com (영어)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윔두(Wimdu), 다른 숙박 사이트와의 차이는?

 

 

이미 해외여행을 떠날 때 숙박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사실 무지 많죠. 인x파크니 뭐니 국내 사이트도 많고

 

아고x니 뭐니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숙박시설과는

 

확연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바로 윔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윔두의 장점이라 꼽고 싶은 건 다음의 세가지인데요.

 

 

1) 일반 개인이 소유한 공간을 렌트할 수 있습니다.

 

(윔두를 통해 예약한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숙소에서 보이는 전망)

 

현지에 살고 있는 개인이 소유한 럭셔리 빌라, 아파트, 주택, 별장, 요트, 혹은 방 한칸을 내주는 민박의 형태까지 개인이 쓰고 관리하던

 

공간을 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때로는 왠만한 호텔보다 훌륭한 숙소(요트나 성을 포함한)를 빌릴 수도

 

있고, 때로는 그저 하룻밤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족한 숙소를 저렴하게 빌릴 수도 있는 거죠.

 

 

공장에서 찍어내듯 1001호부터 1050호까지 똑같은 모양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집주인에 따라 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공간의 모양을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 옵션이 무려 십오만개! 저는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개인 아파트를 빌렸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굽어볼 수 있는 멋진 전망의 UNESCO 세계문화유산 지역내에 위치한 멋진 아파트였어요.

 

 

2) 현지인과의 친밀한 관계맺기가 가능합니다.

 

(윔두에서 예약한 숙소에 쟁여져 있던 왼갖 명반들과 씨디 플레이어)

 

 

윔두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순간 여행이 시작된달까요. 예약한 숙소 주인으로부터 언제쯤 도착할지, 특별히 챙겨줄 건 없는지,

 

숙소의 위치는 어디고 어떻게 오면 되는지 등등 친절하게 물어봐 주시기도 하구요, 또 여행지역에 대한 정보도 물어볼 수 있답니다.

 

아무래도 현지인이시고 여행객을 계속 맞이하시니 최신의 여행정보를 충분히 갖고 계시다는 사실!

 

 

(사진은 숙소 주인의 완전 강추로 찾아가게 된 피자집의 피자. 최고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서 숙소에 묵게 되는 와중에도 그리고 현지 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근처 맛집이라거나 추천 명소 등등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답니다. 주인집 가족들과 인사도 하고, 차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 덤이구요.

 

 

3) 숙소라기보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숙소 내부 풍경, 커피나 과자, 과일도 준비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개인들이 소유한 공간들이다 보니, 혹은 직전까지 가족이 쓰던 공간이다 보니 숙소로 내어준 공간에는 더욱 친근함과

 

집과 같은 포근함이 배어 있습니다. 숙소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니다 돌아왔을 때 그 친근한 공기가 참 좋더라구요.

 

방금까지 사람들이 북적북적 살고 있었던 듯한 그 편안함 덕분에 머물고 있는 동안 내 집인 것처럼 편하게 지냈습니다.

 

 

그 밖에 윔두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장점들은 더 많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숙소라거나 가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등의

 

장점들, 그리고 머무는 동안 예기치 않은 손실에 대해서도 보험이 가입된다는 이야기들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윔두(Wimdu), 어떻게 숙소를 찾고 예약하나요?

 

 

 

이제 그렇다면, 윔두를 활용해서 숙소를 어떻게 찾고 예약하는지 알아볼 차례겠죠. 사실 별로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여느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숙소를 찾고 예약 후에 승인 메시지를 받고선 떠나면 끝!

 

 

(크로아티아 윔두 숙소의 창밖 풍경)

 

그럼 당장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편안하게 쉬고 즐기는 시간을 만끽하시면 되는 거죠.

 

그래도 조금더 팁을 말씀드려 볼까요.

 

 

Tip #1. 윔두의 모든 숙소는 아래와 같은 식으로 상세 설명이 나오니 참고하세요. 1박당 가격이 얼마인지, 해당 날짜에 예약은 가능한지,

 

위치는 어디고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 집주인(호스트)는 누구고 여태 평가는 어땠는지요.

 

 

Tip #2. 만약 혼자 조용히 숙박하고 싶으시다면 아파트 혹은 빌라를 선택해 보세요. 혹은 집 주인과 함께 머물며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즐기는 현지인 민박을 원하신다면 개인방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Tip #3. 숙소를 골라 예약 신청하시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려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집 주인 역시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더 믿을 만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겠죠?

 

 

 

 

윔두(Wimdu), 기억에 남는 여행을 위한 첫단추!

 

 

이제, 떠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해외여행갈 때 가능하다면 꼭 다시 활용해 보고 싶어요.

 

아, 참고로 한국에도 윔두에 가입해서 자신의 공간을 숙소로 내어놓은 집주인(호스트)님들이 곳곳에 계시던데, 서울 강남에서부터

 

제주도 섭지코지까지요. 국내 여행에도 윔두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해요. 다음엔 그렇게도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윔두(Wimdu)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청남대를 거닐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 비친 초가지붕, 청남대 제2경이라는 '초가정'이 그곳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서 가져왔다는 전통 생활도구를 구비한 초가집. 이런 곳에서도 고졸한

'인품'이 내는 향기가 언뜻 풍기는 듯 하다.

사실 조선시대 국왕들이 흉년이 들거나 새봄이 되면 몸소 허름한 옷을 입고 농사일을 체험했다느니, 따위의

이야기도 선례라면 선례겠지만, 그렇게 보여주기 식으로 꾸며진 곳은 아닌 거 같아서 엄연히 다른 거 같다.

최소한 김대중의 이런 점이 정략적으로라거나 감정적으로 어필했던 적은 없는 거 같은데다가, 여긴 정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쉬고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그맣게 꾸며진 곳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하면, 그 앞의 정자 때문이다. 호수와 그 너머 '뭍'의 부드러운 곡선, 그런 푸근하고

평화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정자에 앉아서 그는 머리를 식히고, 숨을 돌리지 않았을까. 누구라도 여기에 잠시나마

앉게 되면 뭔가 마음을 턱 하니 내려놓고 착해지지 않을까 싶은 그런 풍경.

몇몇 분들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털썩 그 자리에 앉았다. 아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도 저렇게 앉아

말없이 한참을 따로, 또 함께 있었지 않을까.





청남대, [충북팸투어-청남대] 김대중과 노무현의 '아바타'가 그곳에 있다.에 이어 나머지 대통령들의 이미지도

가득 담아 올 수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전두환 대통령 때 지어진 곳이라 그런지 그 이전 대통령들의 체취랄까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이후로도 워낙 (여러 의미로) '씨알굵은' 대통령들이 있으니 아쉽진 않다.

참 씨알 굵은 양반. 산책로에서 제일 먼저 만났던 분인데, 이후 제각기의 특징을 잡고 있는 동상의 모습을

되짚어 보니까 저 자세는 어쩌면 구보와 각잡힌 걸음새에 익숙한 퇴역군인의 특성을 잘 포착한 게 아닐까

싶었다. 찰져보이는 몸뚱이에 완강하고 의지력있어 뵈는 얼굴까지. 딱 그사람이다.

그의 뒷모습. 맨들맨들한 동상 뒷머리에 흔히 떨어져 있을 법한 새똥 하나 없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다음 타자는 골프채를 시원하게 휘두르는 노태우 전 대통령. 그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 나는 삐라를 모았었다.

그 천연색깔 알록달록한 그림과 낯선 글씨체가 신기하고 자극적이었다. 똥오줌 못 가리던 어린 나이인지라

아마 사람들이 회피하고 어쩌면 무서워하던 삐라를 한장 두장 모아가며 묘한 쾌감을 느꼈던 거 같다. 어느날

부모님은 우표수집책 속에 우표처럼 꼽혀있던 색색의 삐라를 보고는 다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의 입꼬리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원래 그렇게 생긴 걸까 아님 이 동상의 작가가 잘못 만든 걸까. 본인이나

유족으로부터 초상권에 대한 합의를 받고 최대한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라 했었다. 사실 그가

재임중이던 시절, 난 최루탄 냄새 맡으며 어린이회관에 '우뢰매' 따위 보러다니던 꼬맹이였다. 그의 얼굴을

티비에서 본 기억이 없다. 입꼬리는 더더욱 기억에 있을 리 없다. 별명이...물태우였다던가.

김영삼 전 대통령. 요새도 참 말 많이 하던데, 다행인지 우리 나라 대통령 중엔 아직까지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례가 없었다. 끝까지 무사하게 피 안 묻히고 구정물 안 튀긴 대통령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조깅을 워낙 좋아했던 대통령답게 흥건히 브론즈색 물들이고도 또 뛴다. 무슨 포레스트 검프도 아니고.

그의 봉긋한 엉덩이를 함께 보며 친구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클린턴이 조깅을

제안해왔댄다. 나란히 달리며 한미관계를 논해야 할 그 찬스에서, 그는 죽어라고 달려선 클린턴을 멀찍이

따돌리고 이겼다며 좋아했단다. 그러고 보니 포레스트 검프랑 비슷한 면이 적잖다.

"클린턴도 조깅으론 날 못 이겨~!" 좋댄다.

그리고 책 읽는 김대중과 자전거 타는 노무현을 만나고, 초봄 기운이 드리워진 청평호에 시선을 박았다.

청남대엔 군사시설도 함께 있었다고 하더니, 설마 그때부터 화장실 옆에 저렇게 배치되었던 건 아닐 거다.

여자는 왼쪽으로, 남자는 오른쪽으로, 그리고 볼일급한 꼬맹이는 가운데쪽으로.

대통령 광장에 들어서는 입구. 뒷 벽면에는 각국의 행정수반이 집무를 보는 관청이 있다. 한국의 청와대,

프랑스의 엘리제궁, 미국의 백악관, 뭐 그런 것들.

총 9명의 대통령. (현 대통령을 제하면) 16대 대통령까지 16번의 임기가 지났는데 인물은 9명이다. 뭐 재임,

중임이 항상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지만, 좀더 옵션이 많았으면 조금은 더 맘에 드는 대통령이 많았을지도

모르겠어서 아쉬울 따름.

옆구리에 '대한민국 헌법'을 끼고 있는 대통령,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그의 치하에서 만들어진 헌법이긴

해도 그때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의미는 지금과는 또 달랐을 거다. 당장 국토의 공공성이라거나

수도로서의 서울이 갖는 지위 따위가 해석을 통해 바뀌어 나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장면 내각은 내각제여서 대통령 광장에 끼지 못했나 보다. 바로 윤보선 대통령으로 스킵. 무슨 일을 했는지,

그가 어떤 대통령감인지 알아보고 평가하기엔 그의 재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 사람. 근데, 그 사람하고 진짜 닮았다. 그 사람이 그 사람 흉내낸다고 선그라스 끼고 돌아다니고 그런

모습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그 사람은 정말 그 사람 닮으려고 꽤나 노력하는 중인 거 같다. 어쩌면 요새는

그 사람보다 더욱 세련되고 고도화된 수준에 올라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엄연한 질적 차이가 있으니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엔딩은 얼마나 닮고 또 얼마나 다르게 될까.

최규하 전 대통령. 이 분이 아마 최근의 '서거 러시' 이전 가장 가깝게 돌아가신 분이었던가. 조용하게

돌아가셨던 거 같다. 무색무취한 대통령이었던 걸까, 역시 짧았던 재임 기간 때문인지도.

아까, 군대에서 구보하는 걸음새로 각잡혀서 걷던 아자씨. 그는 여전히 살아있고, 광주의 전남도청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채 파시드랑 뼈대만 남겨두었으며, 가끔 그는 현실 정치에 훈수도 둔다.

노태우 전 대통령. 그런 생각도 든다. 대통령도, 국민도, 시간이 지난다고 점점 나아지라는 법은 없다.

그건 조금은 무임승차하려거나 언발에 오줌누기식 위로를 구해보려는 얕은 꾀.

IMF라는 재앙이 터진 건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기였지만, 그게 터지지 않고 안으로만 내연해서 약자들을

사회 밖으로 튕겨내는 시스템을 만든 건 그 이후였다.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오고 뭔가 구태의연하던 과거를

지워버려야 할 타이밍에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고도화된 모순을 만들어내버린 면도 있는 거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불안정한 고용 시장, 오히려 위축되는 듯한 사회복지망, 수월성 위주의 입시 교육, 민주/반민주 따위

선언적이고 허구적인 경계선에만 자족하는 지난 시대의 비주류들..그래서 김영삼 때문에 IMF가 났다고 쳐도

-사실은 다른 원인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그 뒷수습을 그렇게 한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어쨌거나, 대통령 광장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태극무늬가 있다.

대통령 동상들이 바라보는 쪽엔 뭐가 있을까, 싶어서 고개를 돌려봤다. 고개도 돌리고 카메라도 돌렸다.



충청북도 청원군에 위치한 청남대는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대통령이 국무를 보다가 내려와 쉴 수 있는 공간,

그 정도 되려면 주위 경관이니 입지 조건도 특별해야 할 테고 옛날옛적 어느 스님의 예언 같은 것들도 구비구비

서려 있어야 하는 거다. 청남대 역시, "왕이 머물 곳"이라는 예언이 일찍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곳은 더이상 대통령을 위한 곳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충청북도에 소유권을 이양한 후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으니, 누구든 입장권을 사면 들어올 수 있는 문턱낮은 곳이 되었다.

최외곽으로 돌면 반나절은 산책할 법한 규모의 청남대 내부에 올 초 새로 '대통령 광장'이 생겼다고 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왼쪽에 과거 골프장으로 쓰이던 풀밭을 끼고선 전직 대통령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을 못 본 척 지나고 나니,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마주쳤다.

이 분, 작년에 그렇게 가신 것도 모자라 요샌 묘소에 도깨비불이 횡행한다고 했다. 그런 번다한 세사 따위

모르겠다는 듯 초연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그는 민주화 투쟁 시절 감옥에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었다. 만델라도 그랬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골프장 잔디밭을 일부 밟은 채 국산 자전거에 올라앉아 손을 흔들어 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환한 웃음을 마주했다. 자전거를 타고, 밀짚모자를 쓰고, 그런 모습들이 워낙 친숙했던 그인지라 이런

동상이 서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뭐랄까, 일종의 아바타-화신-인 거다. '노무현'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미지들을 똘똘 뭉쳐 놓으면 저런 게 나올 게다. '김대중' 역시 마찬가지.

작년 5월쯤, 그의 갑작스런 서거가 몰고 온 파급력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온나라 국민들이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았다는 듯, 지켜주겠다고, 지키겠다고 울음지었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에

발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좀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그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쿨한 평가가 진행되야

하겠지만, 당장은 그렇다. 인간 노무현의 저런 소탈한 웃음은 굉장히 좋았었다.

실개천같던 산책로를 따르다가 어느 순간 대통령 광장으로 탁 트여나왔다. 미래의 대통령 동상이 놓일 자리를

마련해 두었고, 그 뒤로는 역대 대통령 동상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저 '미래의 대통령' 자리에서 어떤 꼬맹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집을 넓히고 싶다 했고, 어떤 아주머니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설사 남편이라

할지라도 엄벌에 처하겠노라 공약했다고 했다. 유치할 수도, 혹은 순박할 수도 있는 공약들이지만, 단상 뒤로

쭉 섰는 대통령들을 보자니 그런 '단순함' 혹은 '순박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그다지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는 조금 뿌듯했다. 그런 대통령의 단상 위에는 꼬맹이들이 그와 눈높이를 맞춰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던 듯, 흙발자국이 어지럽다. 다른 대통령들의 단상은 상대적으로 말끔한 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여기서도 웃고 있다. 증명사진 찍듯 경직된 자세와 표정을 고수하던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생생한 표정, 생생한 제스쳐다. 그런 모습은 그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상대적으로 갖지

못했던 '젊은 모습'이었고, '비권위주의적인 모습'이었던 거다. 그게 연출되거나 의도된 이미지 메이킹이었다고

해도, 이제 그는 '권위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대통령-인간'의 대명사로 남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청남대의 풍수지리적 예언-"왕이 머물 곳"이라던-을 들먹거리는 건 사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코미디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근엄함과 신성성, '가오'를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하늘의 아들'이 아니란

이야기다. 청남대는 왕이 머문 곳이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 하나를 대표로 내세워

국가대표 공무원을 시켰던, 그 '사람'이 일하다가 와서 쉬던 곳일 뿐이다.

그가 들어올린 손이 앞선 대통령들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밀쳐내는 듯 하다. 그의 모습이 다른 전임 대통령에

비해 훨씬 커보이는 듯 하다. 가까운 건 커보이고 먼 건 작아보이는 원근법의 효과다. 그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돌아나오는 길, 이번엔 그의 뒷모습을 만났다. 느낌이 달랐다. 아까는 산책로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맞이하러 나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뭔가 뒤도 안 돌아본 채 휑하니 사라지려는 듯한 분위기랄까. 그의

등짝을 바라보는데 살짝 울컥했다. 생전의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음에도.

다행히도, 그의 그런 쓸쓸하고 비감한 뒷모습 옆에는 거의 쉴틈없이 사람들이 함께 서 주었다. 전두환과

노태우와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을 구경하고 지나친 사람들은 저 사진찍기 좋은 동상 옆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생전에 그리도 만만한 대통령이었던 그는 지금도 청남대에서 딱 그만큼

만만한 전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는 듯 했다.

청남대, 이 곳은 일반에 개방된 이후부터 적자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관리해야 할 시설물과 규모를

생각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야 겨우 적자를 면하지 않을까 싶다. 그곳에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전거를 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건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최규하, 윤보선, 이승만 대통령이 있다. 입맛대로 골라갈 일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