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2코스, 운봉읍에서 금계까지 이어지는 10km여의 구간은 마을의 수호장승으로부터 시작.


 

함께 걸었던 군대친구들.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동안 참 잘도 지내는게, 이리저리 갈린 길에서도 용케 잘 뭉쳐다녔다.


  

 

 

모내기를 위한 모판을 무논 위에 둥둥 띄워놓고. 모판을 실제로 본 건 꽤나 오랜만인데, 이렇게나 빽빽했던가,


그리고 이렇게나 싱그럽도록 연둣빛이었던가 싶다.


뭔가 일을 하시다 잠시 쉬시는 농부아저씨. 논두렁에 멋진 포즈로 딱 버티고 서서는 대지와 산을 바라보는.


 

둘레길 옆으로는 염소젖 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는 조그마한 염소농장도 있고.


이런 아름드리 나무들도 쉬이 눈에 띄는 시골길이다.


 

또다른 아름드리 나무 옆에는 나무의 자연스런 곡선을 그대로 살려서 지은 정자도 있고.

 

잠시 길을 잘못 든 통에 차들이 씽씽 다니는 도로변에서 걸어야 하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논두렁 태우는 연기와 냄새가 훈훈한 시골의 봄길을 걷는 건 꽤나 유쾌한 경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그리고 솟대들이 온통 삐죽거리며 솟은 곳은 어느 마을의 입구.

 

 

 봄의 빛깔은 누가 뭐래도 연두연두. 그리고 저렇게 한풀 꺾여 수그러든 낡은 벽돌빛의 배경이라면 더 좋다.


 

이제 슬슬 금계마을에 도착, 길이 민가로 접어들었고 이렇게 사람사는 풍경들이 나타난다.

 

골목길에 딱 버티고 선 나무도 싱싱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의 발랄한 물소리와, 그쪽으로 귀기울인 나무들의 휘영청한 모습도 참 좋고.



 

 

 

윔두(Wimdu), 뭐하는 곳이려나?

 

 

윔두는 전세계에 15만개 이상의 숙소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숙박 중개사이트입니다. 숙소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숙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이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텐데요,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동유럽의 소국들,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같은 나라들에도 선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무지 많아요.

 

 

윔두는 유럽(베를린)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0명 이상의 호스트, 150,000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는

 

믿을 수 있는 업체랍니다. (홈페이지는 www.wimdu.co.kr (한국어), 혹은 www.wimdu.com (영어)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윔두(Wimdu), 다른 숙박 사이트와의 차이는?

 

 

이미 해외여행을 떠날 때 숙박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사실 무지 많죠. 인x파크니 뭐니 국내 사이트도 많고

 

아고x니 뭐니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숙박시설과는

 

확연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바로 윔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윔두의 장점이라 꼽고 싶은 건 다음의 세가지인데요.

 

 

1) 일반 개인이 소유한 공간을 렌트할 수 있습니다.

 

(윔두를 통해 예약한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숙소에서 보이는 전망)

 

현지에 살고 있는 개인이 소유한 럭셔리 빌라, 아파트, 주택, 별장, 요트, 혹은 방 한칸을 내주는 민박의 형태까지 개인이 쓰고 관리하던

 

공간을 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때로는 왠만한 호텔보다 훌륭한 숙소(요트나 성을 포함한)를 빌릴 수도

 

있고, 때로는 그저 하룻밤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족한 숙소를 저렴하게 빌릴 수도 있는 거죠.

 

 

공장에서 찍어내듯 1001호부터 1050호까지 똑같은 모양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집주인에 따라 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공간의 모양을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 옵션이 무려 십오만개! 저는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개인 아파트를 빌렸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굽어볼 수 있는 멋진 전망의 UNESCO 세계문화유산 지역내에 위치한 멋진 아파트였어요.

 

 

2) 현지인과의 친밀한 관계맺기가 가능합니다.

 

(윔두에서 예약한 숙소에 쟁여져 있던 왼갖 명반들과 씨디 플레이어)

 

 

윔두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순간 여행이 시작된달까요. 예약한 숙소 주인으로부터 언제쯤 도착할지, 특별히 챙겨줄 건 없는지,

 

숙소의 위치는 어디고 어떻게 오면 되는지 등등 친절하게 물어봐 주시기도 하구요, 또 여행지역에 대한 정보도 물어볼 수 있답니다.

 

아무래도 현지인이시고 여행객을 계속 맞이하시니 최신의 여행정보를 충분히 갖고 계시다는 사실!

 

 

(사진은 숙소 주인의 완전 강추로 찾아가게 된 피자집의 피자. 최고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서 숙소에 묵게 되는 와중에도 그리고 현지 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근처 맛집이라거나 추천 명소 등등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답니다. 주인집 가족들과 인사도 하고, 차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 덤이구요.

 

 

3) 숙소라기보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숙소 내부 풍경, 커피나 과자, 과일도 준비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개인들이 소유한 공간들이다 보니, 혹은 직전까지 가족이 쓰던 공간이다 보니 숙소로 내어준 공간에는 더욱 친근함과

 

집과 같은 포근함이 배어 있습니다. 숙소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니다 돌아왔을 때 그 친근한 공기가 참 좋더라구요.

 

방금까지 사람들이 북적북적 살고 있었던 듯한 그 편안함 덕분에 머물고 있는 동안 내 집인 것처럼 편하게 지냈습니다.

 

 

그 밖에 윔두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장점들은 더 많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숙소라거나 가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등의

 

장점들, 그리고 머무는 동안 예기치 않은 손실에 대해서도 보험이 가입된다는 이야기들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윔두(Wimdu), 어떻게 숙소를 찾고 예약하나요?

 

 

 

이제 그렇다면, 윔두를 활용해서 숙소를 어떻게 찾고 예약하는지 알아볼 차례겠죠. 사실 별로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여느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숙소를 찾고 예약 후에 승인 메시지를 받고선 떠나면 끝!

 

 

(크로아티아 윔두 숙소의 창밖 풍경)

 

그럼 당장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편안하게 쉬고 즐기는 시간을 만끽하시면 되는 거죠.

 

그래도 조금더 팁을 말씀드려 볼까요.

 

 

Tip #1. 윔두의 모든 숙소는 아래와 같은 식으로 상세 설명이 나오니 참고하세요. 1박당 가격이 얼마인지, 해당 날짜에 예약은 가능한지,

 

위치는 어디고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 집주인(호스트)는 누구고 여태 평가는 어땠는지요.

 

 

Tip #2. 만약 혼자 조용히 숙박하고 싶으시다면 아파트 혹은 빌라를 선택해 보세요. 혹은 집 주인과 함께 머물며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즐기는 현지인 민박을 원하신다면 개인방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Tip #3. 숙소를 골라 예약 신청하시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려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집 주인 역시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더 믿을 만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겠죠?

 

 

 

 

윔두(Wimdu), 기억에 남는 여행을 위한 첫단추!

 

 

이제, 떠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해외여행갈 때 가능하다면 꼭 다시 활용해 보고 싶어요.

 

아, 참고로 한국에도 윔두에 가입해서 자신의 공간을 숙소로 내어놓은 집주인(호스트)님들이 곳곳에 계시던데, 서울 강남에서부터

 

제주도 섭지코지까지요. 국내 여행에도 윔두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해요. 다음엔 그렇게도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윔두(Wimdu)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구시가에는 두개의 야트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중세때부터 발전해온 카프톨과 그라데츠 두 마을이 있다.

 

그리고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두 개의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을 메워 조성한 거리가 바로 돌라츠 시장과 트칼치체바 거리.

 

 

성모승천 대성당을 중심으로 한 종교의 중심지 카프톨 언덕, 그리고 스톤 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상공업의 중심지 그라데츠,

 

두 마을 사이 간에는 미묘한 긴장과 협력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을 테니 아무래도 대부분의 협상과 협력은 이 곳,

 

두 마을의 경계선을 따라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았다고 해야 할지, 이곳은 이제 현지인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노천 까페가 즐비한,

 

우리로 치자면 신사동 까페골목이라거나 청담동, 혹은 분당 정자동 같은 느낌의 까페골목으로 변신했다.

 

 

아직 바람이 살짝 쌀쌀한 날씨에도 대리석 보도 위로 테이블과 의자를 깔아놓고 무릎담요까지 얹어두는 센스, 그리고

 

어김없이 빈자리를 찾아드는 여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이내 피어오르는 까만 에스프레소의 하얀 김 한오라기.

 

 

붉은 지붕들 너머로 슬쩍 보이는 성 마르크 성당의 첨탑 끄트머리.

 

어느 까페 모서리에 붙어있던 왼갖 브랜드 간판들. 크로아티아 산 유명한 맥주 Karlovacko를 비롯, 하이네켄, 에딩거, 그리고

 

커피브랜드 라바짜와 전세계를 점령한 코카콜라까지.

 

 

중간중간 맘에 드는 까페 겸 레스토랑들이 보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마침 배도 출출한 겸 그 중 하나에 입장.

 

버터를 살짝 올린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그리고 짙은 까만색의 흑맥주 한잔. 생각보다 포만감 가득한 맛있는 식사였다.

 

크로아티아 전통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머리 희끗한 주인장 할아버지가 추천해준 음식을 그대로 따랐는데 만족만족.

 

 

 

곳곳에서 보이는 아이템들, 뭔가 가게 주인이 고심해서 포인트를 잡았다는 티가 역력한 빨간 자전거나 빨간 대문들이 눈길을 끈다.

 

 

크로아티아 전통음식말고도 아드리아해 너머 이탈리아에서 전래되었을 피자라거나 파스타류, 그리고 코스모폴리타닉한

 

국적불명의 웨스턴 음식들을 취급하는 레스토랑도 있고, 케밥이나 심지어 스시를 파는 레스토랑도 봤었지만, 그래도 이런

 

크로아티아 전통의상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대체로 크로아티아 느낌이 충만한 곳이다.

 

골목에 처음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나오는 길에야 그 용도가 혹시 해시계인가 싶어서, 시간을 확인해보곤 깜놀. 정확했다.

 

 

딱히 밥 때가 되었다고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아닌거 같고, 일단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며 유유자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들이 모두 관광객인 거 같지는 않고, 그냥 크로아티아라는 동유럽 국가의 기본적인 삶의 페이스 아닐까 싶어 굉장히 부러워졌다.

 

그리고, 잔뜩 헐고 낡아서 볼품없어져 버린 거리의 뒷켠조차 이렇게 알 수 없는 운치가 서려 있는 풍경을 가진 나라라는 건.

 

압축성장을 위해 과거를 밀어버린 폐허를 계속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고 하는, 그런 류의 개도국에선 불가능하고 근대를 리드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중인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분위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어쩌면 그건 손쉬운 핑계가 아니었는지 싶기도.

 

 

 

 

카파도키아를 떠나 지중해와 '나무 위의 집'-허클베리 핀이 살았을 법한-이 기다리는 올림포스로 향했다.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도시라는 안탈랴(Antalya)에서 머물 생각이었으나, 올림포스에 있다는 나무위의 집과

오렌지밭이 궁금했다. 카파도키아에서 올림푸스까지는 11시간, 버스비만 무려 25,000bin. 밤새도록 달리는

버스에서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이스탄불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야누님과 그랬듯.

그리고 이어폰을 나눠낀 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새벽 6시. 안탈랴에서 잠시 버벅대다가 올림포스행 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오렌지 펜션으로.

오렌지 펜션의 나무위의 집. 첫인상은 머..신기하고 색다르기도 하고 그런데, 좀 거리를 두고 보면 가건물같기도

하다. 통나무집 짓고 쓰고 남은 자재로 얼기설기 지은 게 아닌가 하고. 중간층의 더블룸을 잡고 나서는 올림포스

유적과 해변 쪽으로 나가보았다. 해변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다고 들었고, 실제로 옆에선 입장티켓을 끊던데...

난 걍 들어갈 수 있었다. 절대 꼼수를 쓰거나 비비적대며 사람들 틈에 묻어 들어간 건 아니다.

지중해. 정말 파란 바다와 물밑 자갈들의 반짝거림. 잠시 갈등하다 이내 팬티만 남기고 바다로 입수.

어찌나 좋던지.

걍 암 생각없이 멍하니 파도만 바라보다 바닷가에 누워 낮잠을 즐겼다.

노느라 정작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던 건...최소한 지중해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건 아쉽기 짝이 없다는..

점심 때 수박하고 빵을 양껏 먹었는지라 별로 배는 안 고팠고, 맛난 요구르트를 후식삼아 한끼를 해결하고는

친구와 맥주 한병씩. 지치도록 바닷가를 거닐며 이야기하고 '가건물'로 돌아왔다. 아침, 점심, 저녁...빵에

고등어를 집어넣거나, 양고기를 넣거나, 혹은 치킨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삼시세끼를 해치웠더랬다.

머 먹는 거라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튼튼한 위와 비위좋은 미감을 감사할 뿐. 터키의 수도물과

이집트의 수도물 역시 내 위장을 비틀어대지는 못했으니.ㅋ


다음날 눈뜨자마자 샤워를 하고, 역시나 전통적인 터키의 아침. 걍 과일과 빵. 늘 그렇듯 맛있게 먹고 설탕 듬뿍한

애플티를 석잔. 오전에 좀더 거닐다가 안탈랴로 다시 빽.


지중해의 풍토란 건 그전에 보았던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랑은 영 다른, 그런 햇빛과 분위기가 있었다.

휴양도시라서 그런지 유로화가 많이 쓰이고, 물어물어 찾은 Lase Pension에 4$짜리 돔베드를 잡고 바로 나서선

골목골목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목걸이, 팔찌, 귀걸이 같은 온갖 장신구에, 장식품에, 특이한 문양의 헤나며

타투까지 아이쇼핑하기 너무도 좋았던 그 뒷골목들. 생오렌지를 갈아만든 주스도 사마시며 올림푸스와 비슷하게

휴양하는 기분으로 다니는 게 조금 처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했지만, 카라알리올루 공원서 본 퍼어런 바다색과 그

율동감을 넋놓고 바라보면서...그냥 맘을 놓아버렸다.


코에 피어싱을 고민하는 친구를 부추기기도 하고, 오렌지주스맛을 못 잊어 다시 大자로 사먹으며 케밥먹고, 저녁

해가 어슴푸레해진 안탈랴의 구시가를 거닐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철푸덕 자리잡았던 카리알리공원 명당자리서

돈계산을 한번 해보곤, 딱 액수가 맞음을 핑계로 쐈던 Efes Dark 두어캔.








다자이후역으로 가는 길, 양옆에 늘어선 상점들이 성업중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던 건 이 뽑기기계.

마치 수백마리 종이학들이 푸드덕대며 날아오르는 것처럼, 주홍빛 종이가 투명한 원통 안에서 서로 부딪쳐가며

나부끼고 있었던 거다. 저 꼬맹이는 첨엔 다소 움찔거리며 겁내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 저 종이새들이 그악스럽게

휘몰아치는 기세에 겁먹었겠지만, 이내 손을 조심조심 내뻗었다.그 모습을 옆에서 의젓하게 지켜봐주는 오빠.

잠시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도 꼬마손님들이 쉼없이 다녀간다. 닌텐도DS니 WII니 그런 경품이 걸려 있다는 것도

꼬마손님들을 이끈 동기겠지만, 저렇게 원통안에 갇힌 채 맹렬한 기세로 날아다니는 종이를 한번쯤 손뻗어

잡아 보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사람 참 많다. 다자이후 역에서 다자이후텐만구, 혹은 고묘젠지까지 이르는 그 짧은 구간에 빼곡하게 늘어선 작은

상점들도 꽤 볼만한 게 많아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좀체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꼬맹이가 두손으로 캔을 그러쥐고 마시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저 말똥말똥한 눈망울하며.

'소녀떼'들도 주말을 맞아 놀러온건가. 아님 하교길에 잠시 들른 건가. 군것질거리를 파는 몇몇 가게에는 여지없이

그네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있다. 일본 교복이 이뿌단 말은 많이 들었는데, 역시 예외는 있는 법이다.

고명에서 매실향이 조금 나는 찹쌀떡이랄까. 얘들을 머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소녀떼 팬들을 모아들이고

있던 것의 정체는 바로 이것. 한 개에 105엔, 다섯 개에 525엔, 열 개에 1050엔, 열다섯 개에 1575엔, 스무 개에

2100엔. 많이 산다고 전혀 가격할인이나 덤도 없는 시크한 가격체계.

이곳에서 유명한 건가 보다. 똑같은 걸 파는 가게가 몇개나 늘어서 있었는데, 손님이 많은 집은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고 없는 집은 썰렁했다. 만드는 방법은 약간씩 달라서, 어떤 집은 이렇게 손으로 반죽을 떼어 틀에 넣고

만드는가 하면, 또 다른 집은 마치 호두과자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고 있었다.

이런 식이었는데, 역시 기계로 만드는 곳에는 별로 사람이 모여있지 않았다. 가격이 다르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손맛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테다. 달다 싶으면서도 쫀득하고 부드러워

금방 먹게 된다. 그렇다고 찰떡처럼 찰지지는 않고 살짝 흐물흐물한 편이라, 많이 사갖고 들고 다니기는 무리였다.


덧붙이자면, 이건 '우메가에모치'라는 떡이라고 한다. 이하는 '후쿠오카 관광가이드북'의 관련 자료 내용.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공이 에노키샤에서 불우한 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조묘니'라고 하는 노파가 공을 동정하여

가끔 이 떡을 가지고 와서 공의 무료함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공이 서거했을 때 이 떡에 매화나무 가지를 덧붙여

보냈다는 고사에서 기원되어 우메가에모치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이 떡에 공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지 우메가에모치를 먹으면 병마를 막을 수 있다는 특효가 있다고 하여

널리 유명해지게 되었다."

좀..앞뒤가 맞지 않고 매화와 떡을 잇는 이야기가 워낙 빈약하다 싶긴 하지만, 어쨌든 병마를 막을 수 있댄다.

근데 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공은 죽어버린 거지?ㅡㅡ;

한국 관광객이 역시 많은지, 종종 한국어 설명이 병기되어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근데 이게 뭥미.."감자기 경단"??

감자 경단이면 감자 경단이지 감자기는 뭐람. 난 첨에 얼핏 '갑자기 경단'이라고 읽었었다. 갑자기 경단이 먹고

싶어지면 와서 먹으란 겐가 했다.

한국인이 이 관광객 틈에 어딘가 스며들어 있겠지만, 일본/중국/한국인의 구분을 잘 해내는 편인 나로서도 찾아

내기가 쉽지 않았다. 11월 중순께 급격한 엔고 추세로 인해 뜸해졌을 수도 있고, 한국관광객들의 여행 비수기라

그럴 수도 있겠고. 서양 관광객도 거의 눈에 안 띄었는데 찍고 보니 용케 비 아시아권으로 보이는 관광객 한명이

사진에 잡혔다.

꼬치는 300엔~ 무지하게 비싼 거 아닌가. 한국이던 일본이던 관광지 주변 물가란 건 참..그렇다.

그렇게 다자이후 역까지 돌아나왔다. 바로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조금 반대편길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 넓은

번화가가 펼쳐져 있지도 않고 시골 읍내처럼 한두 블럭에 걸친 상점가가 보여서, 금세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건물들이 폭이 좁다. 대부분 슬림하게 빠진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건물들의 색감도 대체로

차분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간판도 한국처럼 서로 튀려고 그악스럽게 다툼하는 자극적이고 천박한 색과 모양이

아니라는 게 또 하나의 발견.

"티셔츠가 아주 싸지고 있습니타?" 티셔츠가 싸면 싼 건지 대체 싸지고 있는 건 뭘가. 아주 싸지고 있으니 조금더

기다렸다가 사라는 건가. 이걸 발견하고 재밌어서 한참 실실거렸다.

같은 가게, 티셔츠에 씌여진 일어 단어들을 삼개국어로 설명해 놓았다. "무책임", "우리 길을 간다!", "파란만장",

뭔가 그럴듯한 의미가 있어보이고 적당히 반항기 어려보이는, 딱 내가 좋아할만한 문구들이 적혀있었는데, 마지막

하나 설명을 보고 대체 뭘까 한참 고민해야했다. "깨지만 나무"???? "Bad boys or Bad girls"가 대체 왜 그렇게

번역이 되는 걸까. 게다가 깨지만 나무..란 말은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이냐. 근데 정말 "Bad boys or Bad girls"을

한국어로 어떻게 바꿔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좀 격하게 나가자면 "씨X놈X들", 좀 부드럽게는 "나쁜 녀석들"정도?

하카다 큐슈난지. 대학 다닐 때 동경대에서 교환학생을 왔던 친구가 큐슈 출신 남자였다. 교환학생을 와서 머리로

공부하러 온 게 아니라 '간'을 사용해 공부하러 왔다던 그와 숱한 술자리를 가지면서 배운 몇 안되는 일본어 중

하나. 큐슈난지. 한국에 경상도싸나이가 있듯 일본엔 큐슈난지가 있다고 했다.

우유부단 티셔츠. 아...이 가게 정말 재미있는 티셔츠나 소품들이 많아서 한참동안 구경했다. 저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왠지 우유부단해지는 건가.

금세 끝나버린 번화한 골목 뒤에는 또 무슨 신사인지 절인지. 예전 철없을 적 좋아라, 하면서 보았던 일본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의 주인공들이 사는 절이 이런 곳 아니었을까.


지독히도 남성중심적인 판타지로 가득한 그 만화에서. 찌질한 주인공을 둘러싼 세명의 여신이 가진 이름들은,

알고 보니 게르만 전설에 나오는 세 운명의 여신 노르네스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었다. 과거를 아는 우르트르

(울드), 현재를 담당하는 베르트란디(베르단디), 그리고 미래의 여신인 스퀼트(스쿨드). 그치만 개인적으로 이

세명은, 메이드/선생/아줌마(엄마) 취향을 위한 베르단디, 군복녀/SM/누나/직장녀 취향을 위한 울드, 그리고

롤리타(소녀)/안경녀/여동생/교복녀 취향을 위한 스쿨드로 짜여진, 이후 일본의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의 섬세하게

분류된 캐릭터 구축을 위한 선행적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걸까.

조금 더 걸어가다가 보게 된 다자이후의 주택가. 다닥다닥.

푸른 대나무밭에 기대선 집들 역시, 다닥다닥.

계속 걸어나가다 보면 어디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조금씩 풍경이 시골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까지 보이는 걸로 보아 더 가봐야 돌아올 때 힘이 들테니 돌어가자는 판단을 내렸다. 발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것을 감수하고 미지의 뭔가 재미있는 것들을 탐사하기엔 이득보다 비용이 커질 뻔한 지점에서 돌아서다.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고등학교. 학교이름을 저렇게 크게 써두는 것도 한국에서는 못 본 거 같다. 보통 교문에

자그마한 문패를 걸거나 표지석을 세운 게 전부아니었나. 적어도 내가 봐왔던 한국의 학교들은 그랬던 듯.

문득 앞에서부터 오는 버스를 보고 놀랐다. 운전수가 서서 운전하고 있네, 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그리고 다자이후에 온 관광버스들은 모두 저런 분홍색 옷의 안내원이랄까, 조수랄까 앞좌석에

타고 계셨던 거 같다.

돌아가는 길. 개찰구는 뭐, 한국이랑 별반 차이는 없다.

티켓을 사서 처음 들어가면서 넣으면 저렇게 구멍이 뚫려서 나오고, 나오면서 넣으면 그냥 먹어버린다.

텐진행 급행열차. 밝은 하늘색 차체가 둥글둥글한 모양새가 귀엽다.

굳이 일본어를 몰라도 영어 한글이 병기되어 있어 누구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다. 편하면서도 살짝 섭섭한 게,

여행을 가서 모르는 사람 붙잡고 말걸고 길묻고 친해지고, 그런 것들도 재미가 쏠쏠한데 자꾸 표지판에 의존하게

된단 말이다.

다자이후에서 텐진까지. 여긴 거의 일본어밖에 안 쓰였다. 이래서야 까막눈.




내가 밟아온 일종의 학습효과에 의하자면, 어릿한 관광객 티를 안내고 다니는 가장 쉬운 첩경은 바로

무단횡단과 신호등 쌩까기에 달려있다. 백팩과 카메라, 지도와 물병을 들고 어리바리하게 두리번대는 건 질색.

"신호등도 변변찮은 이곳의 도로는..무단횡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재미삼아 합주해내는 클랙션의 무아지경과 도처에서 밟히는 브레이크의 굉음, 게다가 온전한 차 찾기가 힘들 정도로 광폭한 운전자들이라니...카이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8차선 도로 옆에 주저앉아 찍은 사진. 아마도 이런 것이 앞으로 내가 건너야 할 길이겠거니 하는 맘으로.."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던 한 여학생이 카이로시내에 도착해 거리를 건너 숙소로 가려다가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는

도로 위의 미친듯한 운전자들을 보며 질겁한 나머지,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Arc de Triomphe, 무려 열두 개에 이르는 거리가 모이는 그곳에 쾅, 하고 서있는 개선문인데, 어릿한 관광객 티

안내는 첩경은 무단횡단과 신호등 무시하기에 달려있다는 신념을 실천코자 당당히 무단횡단을 해버렸다. 주위에

경찰차를 멈춘 채 사방을 살피던 경찰이 호루라기불며 쫓아올려고 액션을 취하고, 사방에서 차들은 빵빵대고

난리도 아니더만. 알고 보니 다른 곳은 괜찮아도 여긴 워낙 번잡해서 자칫 생명줄을 놓을 수도 있더란 얘기.

그러고 보면 아마 교통 면에서 여기가 제일 혼잡스러운 느낌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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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발견한 지하도, 이 곳을 통해 내려갔으면 되는 거였는데 사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생각보다 큰 개선문을
 
보고 설레버린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건너려 한 탓이 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난 못 보고 지나쳤던 꽤나

긴 지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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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밑은 생각보다 조명이 박하다. 그것도 천장을 향해 쏘아지는 간접조명이어서 살짝 음침한 느낌마저 들었다.

위에서는 차들이 씽씽 잘도 지나가고 있다지만, 그런 노상의 소음은 모두 제거된 채 앞사람과 나 자신의 발걸음만

묘하게 섞여 울리는 공간을 지나면 개선문 위로 올라가는 표를 파는 매표소가 나오고, 개선문에는 안 올라가고 단지
 
그 지상에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그냥 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 옆으로 당당히 올라가면 된다. 어차피 개선문

올라갈 사람들도 표를 보여주는 곳은 지하도를 올라온 지상, 개선문 옆구리에 붙은 자그마한 문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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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보이는 라데팡스, 라데팡스에서 여기 개선문까지는 사실 걸을 만한 거리긴 할 것 같았지만 이 날의 일정이

좀 많이 걸을 것 같아 체력을 아끼기로 하고 전철을 탔었다. 왠지 이쪽의 가로수들은 아직 네모반듯한 각이 잡히지

않은 상태란 게 신기할 정도로, 내가 가진 파리의 가로수 이미지란 건 모두 냉동실의 얼음만드는 판에서 얼려진 양

반듯하고 평평하게 규율된 깍두기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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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굵은 쇠사슬을 그네처럼 타고 앉아서 바라본 개선문의 다양한 조각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맘에 들었던 건,

라데팡스 쪽을 바라본 쪽 오른켠에 새겨진 부조. 에테크스라는 예술가의 "저항"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학교다닐 때 돌을 들고 전경들과 맞서려다 최전선에 있던 농민 아저씨의 머리를 깨뜨렸을 때에도, 여하간 내

심장은 뜨거웠으며 아마 표정도 저렇게 결의에 가득차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아마도 절박하고 왠지 비루한 표정의 늙은 애비, 그리고 갓난쟁이의 목이 꺽여버린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애절한

눈빛을 보아주길 바라는 아내까지..'저항'이란 건 저 두눈 홉뜨고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 투사의 이미지로만

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리를 잡고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저런 절실하고 좌절스런, 그리고 고통스런 장애까지

함께 하는 행동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맘대로 감정이입해 버렸다.


뭐랄까, 유모차를 내세운 게 비정한 게 아니라, 유모차로 표상될 모정과 그녀의 아이 사이로 긴장감을 눈에 안

보이게 흘려넣는 놈들이 나쁜 거다.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 불감증이라니, 굳이

집회 및 시위가 어떠한 공간이며 공권력이란 게 무엇을 하는 게 '상식'인지 묻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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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날씨란 게 얼마나 변덕스럽냐면, 고작 개선문을 정확히 절반 돌아 샹젤리제 거리 쪽의 오른켠 조각을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그사이에 희뿌옇던 하늘에다 한국의 그것과도 같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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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은 뤼드라는 사람의 "1792년 의용병들의 출정", 일명 "라 마르세예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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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샹젤리제 거리쪽 왼켠의 조각, "1810년의 승리". 승리의 여신이 나폴레옹에게 승리의 팡파레를 불어주면서

월계관을 씌워주고 있다. 아...요런 센스쟁이 조각가 같으니, 월계관 씌워주는 여신은 키작은 나폴레옹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놓은데다가, 살짝 허리까지 비틀어 키를 낮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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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면의 커다란 조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네모난 조각작품들도 모두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 전쟁, 그리고 승리,

딱 하나의 조각만이 전장에서 전사해 운구되는 어떤 장군의 행렬을 묘사했던 것 같다. 나폴레옹이 치뤄낸 숱한

전쟁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는 전장에서 흘린 숱한 이의 피에 대한 부채를 지고 '전쟁광'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전쟁을 기억하고, 기리고, 재생하며.

참, 정작 나폴레옹 그 자신은 개선문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만이 이 문을 통과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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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중심에 배치된 무명 용사의 묘. 미국 워싱턴의 국립묘지에 있는 JFK 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기에도

꺼지지 않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헌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가이드북의 과장스런 표현이 구라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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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 중인 경찰 아저씨와 누나. 아까 날 노려보며 호루라기를 볼이 터져라 불어대던 그 아저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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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짜리 관광버스는 꾸준하게 관광객들을 토해놓기도 하고, 내가 있던 곳에서 갈 곳으로 그들을 옮겨놓기도 하고,

혹은 갔던 곳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시간이 남을 때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번 느긋하게 돌면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결국 줄창 걸으면서 파리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벤츠, BMW 등 고급 차종의

택시가 많아서 한번 택시도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더랬다. 더구나 파리는 택시를 타고 내리는 택시 정류장이 따로

있어서, 아무 데서나 타고 내리는 건 안 된다는 신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길래 더욱 호기심이 일었었는데,

다음에 출장 중에 들르게 되거나 다시 여행차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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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와 나란히 펄럭이는 유럽연합의 기. 유럽연합이 화폐 통합을 통해 유로화를 만들고 유통시킨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했었는데 어느덧 달러화보다 강한 화폐가 되고 말았다. 왠지 이런 걸

재테크의 관점에서 아쉬워하는 스스로를 깨닫는 순간이란 건, 씁쓸하다.

예전에는 유럽연합이라는 틀로 주변강대국 독일과 영국을 묶어놓으려는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감각에

대해 감탄하거나, 혹은 동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정치적 연합체가 가당키나 할지에 대한 공상을 했던 것 같다..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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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그리고 하얗게 빛나다 살짝 우중충하게 녹아내린 대리석에서 살풋 아쉬운 개선문. 산성비의 영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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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의 십이거리, 그 한복판에 섬처럼 덩그머니 서있는 개선문으로부터 샹젤리제 거리쪽으로 나왔다. 이번엔

제대로 지하도를 통해 빠져나왔고, 표를 사서 개선문 위에 올라볼까 했으나 지하도를 가득 메운 구매희망자들의

줄 길이를 보고는 얼른 마음을 접었다. 개선문 위에서 보는 야경이 에펠탑에서 보는 야경과 더불어 손꼽히는 파리

야경을 선사한다니, 다음에 밤에 와서 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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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어찌나 순식간에 뭉쳐오르는지, '뭉게뭉게'라고 중얼대며 파란 하늘을 메꿔나가는 거 같았다. 나는 이제

샹젤리제를 거쳐 루브르 궁전까지 걷기로 했다. 그 와중에 보이는 검정색 벤츠 택시.

그리고, 개선문을 가려면 꼭 지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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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개선문을 소개한 브로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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