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의 야경, 티끌 하나 없이 말간 통유리창 위로 번지는 건물들의 현란한 불빛이 어지러울 정도다.

 

파리와 이집트와 뉴욕, 그리고 유럽 어딘가의 분위기를 옮겨놓은, 그래서 결국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다.

 

세계 굴지의 호텔들이 나란히 어깨를 견주며 누가 더 호사스럽고 화려한지를 겨루는 진검승부의 장.

 

 

 

이렇게 거대하고 중후한 직사각형의 건물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 오히려 튀어 보인다.

 

미라지 호텔 앞의 불쇼가 펼쳐지는 공연장.

 

한시간 간격이던가, 문득 조명이 밝혀지고 인공섬 위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공연이 시작이다.

 

 

 

꽤나 스펙타클한 모습으로 불과 연기와 분수가 어우러진 모습, 사진보다는 영상으로 봐야 실감이 더한데 아쉬울 뿐.

 

그리고 시저스 팰리스. 그리스로마의 분위기가 물씬한 호텔 내부도 그렇지만 외부의 풍경도 어딘가 신전이 연상되는.

 

그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드시던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더라.

 

 

미라지호텔에 불쇼가 있다면, 그보다 훨씬 유명한 건 바로 벨라지오호텔의 물쇼.

 

 

다양한 레퍼토리에 맞추어 사방으로 솟구치는 직선과 곡선의 물줄기들.

 

 

역시, 사진보다는 직접 움직임과 그 조명의 영악한 활용을 봐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

 

라스베가스의 낮 풍경이라고 밤보다 못했던 건 아니다. 어느 유럽의 오랜 도시 풍경을 연상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도 쉽게 눈에 띄었다. 라스베가스의 분위기에 취해 순식간에 결혼해버리는 커플들도

 

있다던데 이들이 그런 커플인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예술가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꼭두각시 인형놀이도, 악기연주나 노래나 댄스도,

 

그리고 트랜스포머니 키티니 하는 인형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라스베가스 거리에서 들러볼 만한 샵 두 곳. 우선은 M&M. 미국에서도 세 도시에만 있다고 했던가..확실한 거 하나는

 

이 곳에서는 거의 모든 엠엔엠 초콜렛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직접 엠엔엠 초콜렛에 글자를 새겨넣어서 구매할 수도 있다는 점. (뭐, 가격이야 비싸긴 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 소개하고픈 곳은 코카콜라 샵. 전세계에서 팔리는 코카콜라의 독특한 디자인들을 볼 수 있고,

 

코카콜라 말고도 해외 각국에서 팔리는 독특한 브랜드의 콜라들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어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코카콜라가 적혀있는 콜라를 팔기도 한다.

 

그리고 각국의 독특한 탄산음료를 맛볼 수 있도록 한쪽의 매장에서 샘플러들을 팔고 있기도 하니 한번 시도해 보길.

 

 

 

 

 

컨셉은 붉은 녹이 야금야금 파먹어들어가다 못해 결국 한줌 재로 화해버린 듯한 오래고 낡은 철문처럼.

 

게다가 문 뒤로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민무늬 시멘트벽이 버티고 있을 뿐인, 가짜문.

 

 좋은 소식을 부리에 물고 나른다는 제비 표식의 색감은 불그죽죽해진지 오래. 비어버린 우편함 역시 잔뜩 노쇠해버렸다.

 

 소질개발, 양호실, 그리고 뭐라뭐라 적힌 온갖 사인 가운데, '당기시오'와 '미시오'가 동시에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언뜻 식별되지 않는 검정 어둠이라 해도 가만히 바라보면 나름의 톤과 색감 차이가 드러난다. 와중에 사람도.

 

 낮에 봤더라면. 조금만 밝은 낮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하고 쌍꺼풀 큰 눈이 발랄했겠지만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벽화.

 

 그렇게 온통 빨강빛. 세상이 온통 멈추라 소리치는 것만 같던 어느 효자동 밤나들이의 순간들.

 

 

 

 

 

 싱가포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이트 사파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야간에 개장하는 동물원으로, 저녁 7시부터 개장해서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거나 트레일 코스를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싱가포르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도심내 선택 시티나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티켓을 포함한 왕복 버스편을 사는 게 나은 듯.

 

 

 7시부터 동물원 입구에서는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전통춤과 불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객을 끌어내어 불쇼를 막 시키기도 하고.

 

대략 130여종의 야행성 동물들이 천여마리 득시글거리는 사파리 코스, 트램을 먼저 타고 한바퀴 돌아본 후에 다시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는 게 좋은 거 같다. 트램과 도보 코스가 각기 다른 구역을 섭렵하기 때문에, 사자 포효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좀더 가까운 곳에서 치타와 표범, 하이에나들을 보고 싶다면 꼭 다시 한번 걸어볼 가치가 있다.

 

 

 아래 사진들은 대개 굉장히 흔들렸는데, 트램 위에서 찍지 않고 걷다가 멈춰서 찍은 거라 해도 빛이 너무 부족해서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 불빛들도 달빛과 같은 성질로 동물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거라고 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카메라는 거의 유명무실한 조건.

 

 

 여느 동물원들의 공간들과는 달리 최대한 날것의 생태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도 좋았고, 동물들이 사람들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안배하고 있는 것이 역력한 모습들도 좋았다.

 

 코뿔소를 밤에 보니까 왜 그렇게 무시무시하던지. 하마도 그렇고.

 

 

 

 트램으로 지나는 코스 바로 옆으로는 커다란 개미핥기라거나 온갖 종류의 사슴들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트레일 코스 중에는 커다란 그물망이 쳐진 공간 내에서 이런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도록 해두기도 했고,

 

날다람쥐들이 날아다니도록 풀어두기도 했고. 신기한 동물들, 밤에 보니 더욱 더 신기했던 모습들.

 

 

 이녀석의 팽팽한 근육질 몸뚱이, 근육과 함께 실룩거리던 얼룩무늬들에 매료되어 한참 보고 있었는데

 

이 꼬맹이 녀석도 나랑 같은 느낌이었는지 꼬리를 말고는 어디선가 슬몃 다가와 엉겨붙었다.

 

 그리고 곰.

 

선택시티나 플라이어에서 바로 사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

 

 

 

 

 

마리나 베이 샌즈의 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조명들이 수면 위에서 뛰노는 참이다.

 

  헬릭스 브리지의 DNA 나선구조형 사슬, 매혹적인 보랏빛 자줏빛 구슬들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게 몽환적이다.

 

 잠시 자리를 옮겨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마리나베이샌즈 옆에 새로 조성된 커다란 야외 정원의 야경도 이쁘다더니.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서 즐겼다면 더 이뻤을 텐데 시간을 낼 수가 없어 그냥, 멀찍이서 감상하는 걸로 만족.

 

그리고, 마리나베이샌즈의 레이져쇼, 하루 두어차례 하는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꽝꽝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략 십여분

 

진행되는 레이져쇼와 분수들의 움직임은 해안가에 앉아 맥주 한병 마시며 즐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레이져쇼가 끝난 후에도 거대한 벽처럼 눈앞에 버티고 선 빌딩숲에서는 현란한 불빛이 쉼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28개의 캡슐에 환하게 불을 밝힌 싱가포르 플라이어.

 

 조금 자리를 옮겨 멀라이언 파크 앞에서 바라본 마리나 베이의 해안가 풍경.

 

 어둠 속에 불쑥 드러난 새하얀 멀라이언의 자태. 밤에 보니 표정이 좀더 풍부해 보이기도 하고.

 

센토사에 잠시 갔었을 때 찍어둔 또다른 멀라이언 동상. 이 녀석은 훨씬 더 큰데, 오리지널과는 달리 눈에서 빛도 나고

 

입에서도 빛이 나고. 게다가 사람들이 저 아가리 부위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던가.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멀라이언이 좀더 세련되면서도 표정이 풍부한 거 같아 더 맘에 든다.

 

 

 

 

 

어둑해진 플리트비체의 저녁, 마트에서 사온 30도짜리 하트모양 라키야를 한 병 까고 치즈와 먹으며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흥얼.

 

치즈도 다 먹어치우고 라키야도 거의 다 마셔버린 즈음, 술도 깰 겸 밤풍경도 구경할 겸 민박집 밖으로 나왔다. 주홍 불빛이 반짝반짝.

 

 

불빛조차 전부 꺼져버린 민박집들 처마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눈발은 바닥을 뒤덮다못해 벽면까지 새하얗게 칠해버렸다.

 

 

처음 플리트비체에 내렸을 때의 버스정류장까지 슬쩍 걸어가본 길, 낮에 미처 보지 못했던 십자가상이 그림자를 길게 뉘였다.

 

조금 더 걷다가, 아무래도 너무 캄캄하고 사람 하나 없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더해 축축해진 신발 덕에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술기운도 다 깨버린 참이라 그냥, 내일 아침이 맑게 개길 기대하며 숙소로 컴백.

 

 

그리고 눈뜬 다음날 아침, 정말 새파랗게 개인 하늘이 간밤에 푸지게 내린 눈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챙겨준 아침을 먹고, 간밤의 밤마실을 어디까지 갔었는지 이야기 좀 하다가, 오늘은 정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

 

이쁠 거라며, 가까운 2번 입구는 여전히 막혀 있을 거고 1번 입구 쪽에서 짐 맡겨두고 돌아보길 권해주신다. 더구나 태워주시겠다고.

 

 

밥을 먹고 들뜬 마음으로 짐을 다시 챙겨 민박집 밖으로 나와 기다리는 참. 아저씨는 집 근처의 눈들을 쓸고 차를 준비중이다.

 

 

황금빛으로 마른 잎사귀에 새하얀 눈이 얹히니까 그게 또 그렇게 이뻐 보인다.

 

한쪽에 주차해놨던 차들은 온통 초밥처럼 두툼한 눈에 덮여버려서, 주인아저씨 차는 무사하려나 걱정도 살짝 헀지만,

 

아저씨의 차는 벤츠 SLK, 눈을 슥슥 쓸어내고는 4WD모드로 1번 입구까지 경쾌한 드라이빙.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에서도 문제없더란.

 

 

 

용이 지키는 도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Ljubljana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기묘하게 얽힌 채 이어지는 발음은 정말 쉽지 않다.

 

류블랴나. 오타가 아니다. 류블랴나. 그런 도시의 밤풍경은 도시의 이름과 닮아서 기묘하게 얽힌 골목들이 두 개의 혀처럼 얽힌다.

 

 

 류블랴나를 관통한 채 숱한 아름다운 다리를 남긴 강의 이름은 류블랴니차 강. 멀찍이 언덕 위의 류블랴나 성이 보인다.

 

 

류블랴나 구도심의 중심인 프레셰렌 광장으로 이어지는 다리. 대체 왜 이리도 발음들이 어려운지, 혀의 낯선 움직임만큼의 거리감이

 

아마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거리감일지도 모르겠다.

 

 물이 맑아서 저런 빛깔이 도는 건지, 아니면 특정한 광물이 녹아들은 물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유속이 되는 강이 시퍼렇다.

 

 

 그리고 밤이 되니 한층 더 흉악해진 눈빛과 포악스런 근육들을 꿈틀거리는

 

 

손님이 들어설 때마다 입구의 주인 아저씨가 피아노로 한곡조 멋지게 연주를 해주는, 따라라라딴딴딴. 그런 서점을 가진 거리.

 

류블랴나 성으로 향하는 길 어귀, 그래서 그런가 가게 앞 셔터를 내리는 대신 삐죽삐죽 못이 튀어나온 방어진을 설치해놨다.

 

 

오벨리스크가 서있는 조그마한 광장을 지나고.

 

류블랴나 시내의 미니어쳐-라고 해봐야 꽤나 커서 왠만한 중간방 사이즈만한-지도가 있는 프레셰렌 광장을 지나면 신시가가 나온다.

 

 

슬로베니아 스타일의 맥도날드 메뉴를 선전하는 광고판에 불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슈퍼와 온갖 샵들에 기대어 풍금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보이기도 하고.

 

그 뒤로는 쇼핑하러 들어간 주인을 기다리며 문 앞에서 충직하게 경계중인 견공이 한 마리.

 

 

그리고 류블랴나의 음악홀..이었던가, 덩그마니 자리잡은 건물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는 조명이 참 이쁘더라는.

 

아무래도 이 용의 위풍당당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모습은 서양과 동양의 '용'에 대한 이미지가 갈라지는 지점에 서 있지 싶다.

 

동양의 용에서는 위엄있고 우아하고 현명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면, 이 용님께옵서는 그저 무섭다. 가차없는 야수나 짐승의 느낌.

 

 

 

 

 

썬크루즈호텔의 갑판부 위에 있는 풀장에서 바라본 정동진 해안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던 시간대.

 

해수풀장이었으니 아마도 정동진 앞바다에서부터 퍼온 물이었을 텐데, 작은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수압이 생각보다 세다.

 

  

 

저녁 7시가 넘어도 아직 사위가 흐적흐적 발가스름하던 때. 고작 두어달이 흘러 해넘이의 호흡은 무척이나 가빠졌다.

 

 

 

호텔 안 7, 8층쯤의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

 

 

양손을 살짝 벌려 치켜든 자세는, 살짝 어색하면서 변태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해를 잡으려는 손짓이라 치자.

 

'손각대'를 쓰다보니 좀 많이 흔들렸지만, 조리개를 바짝 조인 렌즈의 빛갈라짐이 제대로 잡혀서 그냥.

 

 

호텔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천장에는 열두 별자리의 상징들이 원형을 이루며 박혀 있었다. 이건 물병자리.

 

 

선크루즈 호텔 앞으로 살살 걸어본 야밤의 산책 풍경.

 

 

 

 

유람선 한 척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이 곳에 올려서는 호텔로 쓴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저 아랫쪽으로는 조금은 작은 배 모양으로 만들어진 횟집. 옆에는 요트들이 줄줄이 주차중이다.

 

 

호텔에서 뻗어나가는 산책로는 정동진 시내를 굽어보는 전망대로 이어졌다. 작고 어슴푸레한 불빛무더기.

 

 

 

밤마실을 마치고 새벽 해돋이를 보러 달려나가기 전, 잠시 희뿌연 분위기를 감상하며 호텔의 정원을 살폈다.

 

 

그리고 해돋이. 이 호텔과 정동진은 특히 새해 첫 해돋이를 하겠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하는데, 사실 꼭 그런 날

 

해돋이를 보겠다고 남들 모두 줄서서 가는 곳에 덩달아 가는 건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꽤나 볼 만한 건 사실이니 굳이 새해 첫날 말고, 언제든 본인이 맘을 다잡고 싶은 때

 

오는 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요이땅, 해서 새해 1월 1일부터 새사람이 되겠다며 다짐하는 건 좀 그로테스크하다.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나 풀들을 보면 꽤나 이국적이다. 무성하지는 않지만 야자수도 자라고.

 

밤마실을 다녔던, 그땐 잘 알아채지 못했지만 꽤나 잘 다듬어진 정원.

 

호텔 출입구에 설치된 우표모양의 구조물. 오가는 투숙객들이 전부다 저 안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던.

 

 

 

밤에 봤던 야경이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해 보였지만, 역시 바닷가 풍경이 뜨거운 여름 대낮에 봐야 진짜다. 파라솔들하며.

 

 

그리고 다른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장승공원도 있었는데, 관리가 안 된 건지 아님 잡초들이 워낙 생명력이

 

강인한 건지 거의 버려졌다 싶은 느낌으로 황량하던, 두눈 부리부리한 험상궂은 표정의 장승들이 더욱 부각되던 곳.

 

 

 

 

 

 

찜사쪼이 쪽에서 센트럴을 바라볼 수 있는 해변 산책로, 스타 페리를 탈 수 있는 선착장 바로 옆에는 2층짜리

 

뷰잉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월, 수, 금의 저녁 8시가 될 무렵이면 데크 위는 물론이고 해변가에 온통 몰려나온

 

사람들은 센트럴의 고층빌딩들이 밝힌 불빛을 홀린 듯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8시, 정각이 되면 건물 곳곳에서 소리 없는 폭죽처럼 쏘아올려지는 레이저 불빛 조명과 함께 스피커에서는

 

음악과 알아듣기 힘든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의 손놀림은 덤이다.

 

완짜이 쪽에 있는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나 비슷한 기능을 맡은 건물이지만 모양새나 입지가

 

천양지차다. 바다에 접해 있는 그럴 듯한 모습하며,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조명을 두른 모습하며.

 

 사방에서 쏘아올려져 어지러이 허공을 노니는 레이져 불빛들, 그 와중에도 빅토리아항 앞바다를 가르는 조그마한 배들.

 

 

 

 이런 깜찍하고 귀여운 디자인의 배도 통통거리며 홍콩의 화려한 밤 풍경에 한 몫을 더한다.

 

약 15분여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 쇼가 끝나고 나면 일순 정적에 휘감기는 해변, 그렇지만 반대편에 우뚝 솟은 건물들은

 

여전히 번쩍번쩍 건물 실루엣을 따라 불빛들을 흘려내리고 흘려올리는데 여념이 없다.

 

 

쇼가 끝나고 난 뒤 송곳 하나 꼽을 틈 없던 뷰잉 데크엔 몇몇 사람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가 했더니 어느 순간 떠오른 초승달, 조금은 차분해진 홍콩 야경에 운치를 더하러 납셨다.

 

 

 

 

 

이 IFC 건물 위에는 잘 보면 자동차 한대의 형체가 숨어 있다. 헤드라이트 한 쌍, 본넷과 그릴, 유리창틀까지.

 

2003년 완공되었다는 이 88층 빌딩의 높이는 420m, 현재 홍콩 최고의 빌딩이자 세계 7위의 빌딩이라고 한다.

 

대나무를 모티브로 했다는 비대칭 삼각형의 중국은행 건물.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밋을 설계한 사람의

 

작품이라던가, 불빛들이 현란하게 건물의 아래위를 훑어내리는 통에 눈길이고 마음이고 쏙 뺏겨 버렸다.

 

그리고 찜사쪼이의 해변가를 지키고 서있는 시계탑. 아래의 정방형 연못은 왠지 워싱턴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일렁이는 실루엣과 불빛 조명들은 제법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Symphony of Lights' 쇼를 위해 바삐 움직이며 사방으로 조명을 흩뿌리던 녀석들.

 

그렇게, 기백장의 사진을 찍고도 제대로 된 사진 하나 건지기 힘든 홍콩의 야경 사진.

 

언제나 그렇듯 삼각대는 챙겨놓고도 정작 필요할 때는 쓰지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뉴욕 맨하탄의 중심종선을 관통하는 5번가, 그 라인을 따라 센트럴 파크의 동쪽 경계와 록펠러 센터와 뉴욕공립도서관이

 

북쪽에서부터 이어지다가 나타나는 높은 건물이 바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5th Ave. & 34th St.

 

1931년 5월 1일에 완공되었다는 이 빌딩은 그때부터 벌써 철근으로 구조를 세우고 차곡차곡 세워올린 첨단의 건축물이었다.

 

 

같은 해 지었던 크라이슬러 빌딩은 물론이고 한동안 세계 최고의 건축물 위치를 점했던 파리의 에펠탑까지 크게 앞서는 높이.

 

그러니 킹콩같은 영화라거나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꽤나 자주 불러내어진 소재였단 게 놀랄 일은 아니다.

 

여전히 그 독특하고 미려한 실루엣으로 뉴욕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를 올라가는 길은 11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줄을 선 사람들이 많기도 했지만,

 

애초 86층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려면 80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한번 갈아타는 등 동선 자체가 길기도 했으니.

 

그렇게 결국 86층에서 건물 밖으로.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던 노랑머리 꼬맹이들이 앞으로 우르르 뛰어나갔다.

 

 

EASTern side

 

바로 나타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기준) 맨하탄의 동쪽. 불쑥 솟은 크라이슬러 빌딩 너머로 East River의 검은 물결이,

 

그리고 그 너머로 퀸즈 지역의 불빛이 보인다.

 

하늘 위로 둥싯 떠오른 달이 시야에 들어왔고, Queensboro Bridge가 노랑 불빛을 총총이 드리웠다.

 

동북쪽. 메트라이프 건물 아래쪽에 숨겨진 곳이 그랜드센트럴 역일 텐데, 높이 솟은 건물들에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NORTHern side

 

그리고 북쪽. 위쪽에 까만 박스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센트럴 파크. 아무래도 맨하탄의 북쪽은 할렘이나 주택가여서

 

맨하탄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의 화려한 불빛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5번가의 도로 불빛은 그대로 눈부신 빛의 띠가 되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나머지 윗부분. 관광객들이 건물밖으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쇠창살이 둥글게 안으로 말려들어왔고 그너머로 붉게 밤을 물들인 나머지 탑 부분이 보인다.

 

 

WESTern side

 

그리고 서쪽. 맨하탄의 서쪽으로 흐르는 Hudson River에 연한 부두들 너머 뉴저지 쪽의 불빛들이 야트막하다.

 

아무래도 허드슨 강 건너편의 뉴저지는 퀸즈나 브롱스, 브루클린과 같은 주거지역이니 불빛들이 약하고 낮을 수 밖에.

 

 

 

SOUTHern side

 

그리고 남쪽. 원래 이쪽으로는 우뚝 솟은 두개의 높은 쌍둥이 빌딩이 자리를 잡았어야 했지만, 11년전의 체류 직후 사라진

 

쌍둥이빌딩 대신 공사중인 새로운 WTC 공사현장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리긋는 5번가의 노랑불빛과 살짝 사선으로 내리긋는 브로드웨이의 노랑불빛이 부딪히는 곳,

 

딱 그 지점의 서있는 다리미 모양의 Flatiron 건물이 반가웠다. 무작정 맨하탄을 걸어다녔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저너머 보이는 두 개의 현수교는 맨하탄과 브루클린을 잇고 있는데, 그중 가까이 보이는 게 Manhattan Bridge,

 

그리고 뒤로 보이는 게 Brooklyn Bridge.

 

 

그렇게 사람들 틈에 낑겨서 한밤중의 뉴욕 야경을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측정 불가. 도중에 불빛이 빠져들기라도 하면

 

도무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무한 셔터를 누르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는, 86층부터 80층까지는 계단으로 걷기로 했다. 불빛이 대낮처럼 환하게 켜진 통로를 따라

 

앞만 보고 열심히 걷다가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내부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파이프들을 한장.

 

그러는 새 눈앞에서 계속 염장을 질러대던 커플 한 쌍. 서로 꼭 잡은 두손을 놓을 줄 모르고 정말 저 상태로 86층에서

 

80층까지 자분자분 내려가는 모습이 부럽다 못해 질투심이 일기까지 했다는.

 

기념품샵에서 발견한 킹콩 인형들. 킹콩이라기엔 좀 많이 왜소해지고 다이어트도 했는지 많이 홀쭉한 모습이지만.

 

 

출구로 나가는데 다시 발견한 킹콩. 이정도는 되어야 왕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좀 기어올랐구나 할 만한 덩치.

 

그리고 숙소로 걸어 돌아가는 길, 영화 촬영장 조명처럼 내걸린 신호등 너머로 울긋불긋한 엠파이어 빌딩이 보인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내릴 즈음 아슬아슬하게 해가 남아있다 했더니,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오니 그새 깜깜해졌다.

 

하카다역, JR선이나 신칸센을 탈 수 있는 후쿠오카의 구도심 중심지다.

 

퇴근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여기나 한국이나.

 

 

역사 앞에 차곡차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에서 번지는 불빛, 그리고 그 너머 그리 높지는 않은 건물들로 이뤄진

 

스카이라인에서 터져나오는 불빛들.

 

 

조리개를 바싹 조이고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의 밤 풍경.

 

후쿠오카에 와서 라멘을 놓치고 갈 수는 없는 일. 돼지뼈를 푹 고아서 완전 찐득한 국물까진 아니었지만 이정도만 되도.

 

 

다음날 아침, 250엔의 전철을 타고 세네 정거장,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참이다.

 

게이트에서 비행기로 탑승하는데 문득 눈에 띈 에바항공의 헬로키티 비행기. 저걸 타는 건 아니었고.

 

사실 저런 건 본인이 직접 타는 것보다 누가 타고 있는 걸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통유리창 까페가 그렇듯.

 

내가 탔던 티웨이항공의 소박한 기내식. 음...저가항공사의 합리적인 비용 절감책이 반영된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 인천공항에 새초록한 잎사귀들이 돋아났다.

 

 

유후인을 목적으로 했던 2박3일의 여정, 유후인을 만끽하기에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정이었지만,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더하기에는 분명 짧았던 기간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은 늘 너무 짧다. 늘 짧다.)

 

 

1일차. 후쿠오카 도착, 유후인 도착 (늦은 점심) 온천 (저녁) (밤마실 조금)

 

2일차. (아침) 유후인 마을 구경. (점심) (이른 저녁) 후쿠오카 이동. (늦은 저녁) (도심 구경 조금)

 

3일차. (여유있는 아침) 후쿠오카 출발. 서울 도착. (점심)

 

 

 

 

 

 

 

 

 

유후인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사실 이렇게 흰 갈기를 찰랑거리는 백마였다. 백마가 끄는 마차는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가 닿았고, 아무래도 저 백마의 긴 생머리같은 갈기는 엘라스틴을 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

 

마차에 사람들이 제법 꽉꽉 들어차 있었는데도 백마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유후인의 파란 하늘 아래 반점 하나 없이 하얀 말이 끄는 고풍스러운 마차라니, 유후인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샤방하다.

 

사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교통 표지판 역시 하늘로 치솟으라는 의미로 새삼 새롭게 읽히는가 하면.

 

길바닥에 고개를 꿇어박고 귀여운 펭귄들이 가방을 메고 있는 그림을 찍어대기도 하고.

 

 

유후인역사 건물이 떡 버티고 선 유후인의 메인로드.

 

 

곳곳에 나있는 샛길들 하나하나, 재미있는 기억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품고 있을 가능성들이다.

 

그러던 와중에 곁눈질을 하며 따가닥 거리는 얼룩말 한마리 추가로 발견.

 

이 녀석도 참 순둥이처럼 생긴데다가 반질반질한 등저리에서 햇살이 자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마차 꽁무니를 조금 쫓다가 포기하고, 어느결에 살짝 달라진 풍경을 구경하고. 여기 사람들은 이미 마차엔 익숙한 듯.

 

그럴 수 밖에. 유후인의 자그마한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마차가 시시때때로 돌아다니다 보니 워낙

 

곳곳에서 조우하게 되는 거다. 깔끔한 아스팔트 위를 다가닥다가닥,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달리는 말들.

 

 

문득 궁금해지고 경탄하게 되는 건, 저 흑마와 백마들이 쏟아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배설물들은 대체

 

어떻게 처리하길래 이렇게 깨끗하게 거리가 유지되는 걸까. 일본 문화나 교양의 저력인지도.

 

 

 

 

 

 

 

밤바다란 온통 깜깜할 뿐이어서,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또 해안가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는 거다.

그건 온갖 네온사인이니 간접조명으로 흐트러진 도심의 어둠에 익숙해던 눈과 마음에 대한 일종의 테러와도

같았는지라 저렇게 뜬금없이 동그마니 놓인 자판기에서 흘러나오는 뿌연 유백색의 불빛조차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내, 까맣게 타버린 어둠 속에서 홀로 저렇게 불을 밝히고 선 허여멀끔한 녀석의 철판 껍데기라거나

차갑다 못해 시린 느낌으로 번지는 불빛이라거나, 채 몇걸음 내닫기도 전에 바닥에 하릴없이 달라붙고 말아선

고작 발끝에만 뭉쳐있는 허약하고 맥아리없는 빛그림자들이라거나. 왠지 월-E의 첫장면이 생각났다.






북악스카이웨이의 낮풍경. 아무래도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특히나 많이

눈에 띄는 거 같고, 지대가 높아 바람이 시원하긴 하지만 며늘아가를 내보낸다는 가을볕이 아직 뜨거워서

그늘 밑으로 자꾸 숨고 싶어지는 날씨다.

남녀의 커플보다는 남남녀, 남녀녀, 녀녀녀 등의 친구모드 조합이 많이 보이는 것도 낮시간대의 특징이랄까.

일본이나 중국의 단체관광객도 많고 배낭을 둘러멘 서양의 여행객들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오백원을 넣으면 작동하는 '통일전망대'류의 망원경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뒷통수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의외로 이쪽 방면의 서울엔 고층건물이 많지 않은 듯, 작고 아담한 주택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리고 밤. 뭔가 별빛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은빛 부스럭지가 달라붙은 까만 먹장빛 커튼.

둘둘, 바싹 붙어서서는 뭘 저리도 몰두하고 있는 건지.

팔각정 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서울이란 도시의 분위기도 확 바뀌고 말았지만, 이 곳 자체도 분위기가

좀더 달달해졌다. 주홍빛 백열전구 덕분인지 아니면 곳곳에서 이인삼각 중인 커플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커플이 벤치에 다정하게 붙어앉아 있었는데, 그 옆에 나란히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눈길을 잡았다.

스트로우 놓인 위치나 각도도 똑같이 주차되어 있던 두 잔의 커피, 그 옆에 앉은 커플만큼이나 은근하면서도

다정함이 느껴지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 잠은 안 오고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 들락날락하는 때는 운전대를 잡고 맘에 드는 씨디

몇 장 쥐고서는 슬쩍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은 거다. 타닥타닥, 유리창을 때리는 빗물이 엔간히

풍경을 뭉개버리고 나면 기분도 후련해지고 속도 뚫리는 게 바다를 마주한 만큼이나 시원하다.

나나 이 도시 전체가 바다에 잠겨드는 듯한 분위기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뭉글하게 뭉개진 풍경을 보고 있다가 와이퍼로 문득 빗물을 걷어올렸다. 뽀득하게 닦인

유리창 아래 풍경은 선명한 불빛이 새겨졌고, 그 위로는 물방울에 포섭된 불빛들. 잠시 와이퍼가

움직인 사이 맑아졌던 풍경은 이내 흐려졌다. 눈물이 가득 괴는 느낌처럼.

물방울들은 아예 비닐봉지처럼 불빛을 동그랗게 감싸고 있었다. 하얀색, 노란색, 빨간색

불빛을 감싸쥔 반투명한 비닐봉지들. 질질 새어나온 불빛은 온통 아스팔트 위에 처덕처덕

내려앉았고 사방에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던 그 늦은 밤, 누군가가 죽도록 보고 싶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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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과 같은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아요.

상대에 질리고 지치고,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이 남아서는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서로를 힘들게 하는 와중엔

시간이 약이란 말 따위, 전혀 와닿지 않기도 하고 이번만큼은 안 그럴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또 슬쩍 시간이 지나서 아물고 나면.

그렇구나, 시간이 약이었구나 싶어지죠.


참 쓸데없는 말 같아요. 뱀의 다리 같은. 아무 효과도 없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말이죠.


그냥..어제 빗소리를 창밖으로 넘겨들으면서 카톡에서 지워버렸던 그녀를 살짝

차단해제하고 사진을 잠시 바라보다가. 착잡해져버렸습니다.


시간이. 약일까요.


 

가로등이 점점이 비춰주는 고수부지 아래 아스팔트 도로와 잔뜩 엉켜버린 노랑개나리 덤불.


금요일 밤, 술을 적당히 한잔하고 집에 가려는데 왠지 아쉬웠다. 택시타고 휙 가면 금방 갈 거리긴

하지만 술과 안주를 많이 먹은 듯 부담스런 속사정도 있었고, 약간 서늘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봄밤공기도 좋았고. 건대에서 걷기 시작해서 청담대교로, 한강 북단을 따라 걷기 시작해서 만난

첫풍경이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멍하니 손들고 있는 나무들에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단

가로등 기둥위에 둥글게 엉킨 채 봄바람에 흔들리던 주홍 불빛이 따뜻하면서도 왠지 서늘하다.

청담대교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한강 남쪽으로 건너갈 길을 찾지 못하고 영동대교로 가는 길.

길게 늘어진 나무 그림자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불꺼진 구조대 건물에까지 뻗었다.

강바람이 제법 씽씽 불어서 몸을 옹송그리고 겉옷의 단추를 전부 잠궜다. 파닥파닥 나부끼던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춤을 췄고, 멀찍이 풍경들도 따라 흔들렸다.

영동대교에 가까워지는 길, 양쪽으로 어긋나는 화살표는 고집스레 서로의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고, 도로와 둔치를 가르는 안전바 역시 완강하게 짙은 그림자로 두 개의 공간을 갈랐다.


영동대교 북단 아래쪽에 이런 운동기구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새벽 세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누군가 후드를 걸치고 운동기구를 쓰며 운동중이어서 더 놀랬다. 왠지 저런 곳에서는 담배 뻑뻑

피우는 청소년들이 꼬맹이 하나 놓고 삥뜯기 알맞은 장소가 아니던가.

영동대교 위로 올라서는 길, 이 시간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건넌 사람은 여태 어디서 뭘하고

있었던 걸까.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차들만 레이싱하듯 굉음을 뿜는 공간에서 만난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 더 반가웠던 거 같다. 왠지, '오늘 고생했어요'라고 말건네고 싶은.

이리저리 휘영청 감아돌아가는 도로들이 사방으로 내달렸다. 금속 안전대의 싸늘하고 딱딱한

감촉이 전해져오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 유연하게 아스팔트 도로를 휘어 들어가는 모습 자체가

속도감을 느끼게 했다.

영동대교를 한참 건너던 중, 바람소리가 맹렬하게 나부꼈지만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거침없이

내달리며 바람과 부딪히고 바람을 끊어내던 카레이싱의 굉음. 그리고, 끝이 안보이던 길 하나.

높이높이 떠오른 풍선처럼 도무지 손뻗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보름달이 뿌연 불빛을 흘렸다.

반대쪽 한강 둔치에서 가로등 불빛이 떨궈진 곳마다 고운 연두빛과 하얀 꽃빛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듯, 가로등 불빛이 뿌려지면 봄이 오는 걸까.


올림픽대로로 올라탈지, 아님 서울 남쪽으로 섞여들지 갈라지는 분기점, 차들이 드리프트하듯

맹렬한 기세 그대로 갈래갈래 갈리는 와중에 조심스레 길을 건넜다.

그러고 나니 다시 눈에 보이는 차로변의 벚꽃나무들. 누가 그랬더라, 봄날의 꽃구경은 밤에

하는 게 진짜라고. 까뭇까뭇한 밤풍경 속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풍성한 꽃잎들이 이쁘기는

하다지만 하나 단서조항은 필요하겠다. 적정한 조명이 받춰줘야 하겠다는.








삼성동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나무 맨살에 전깃줄을 둘둘 감고 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들기는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지만, 워낙 날씨가 추워놓으니 왠지 저렇게라도

따뜻하게 온기를 입혀주는 게 나쁘지만은 않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작고 빤짝이는 불빛 굴다리 속에 들어가서 한번, 이쪽 바닥에서 저쪽 바닥까지 파노라마로

드르륵 긁었더니 나름 성공적으로 하늘과 땅이 맞닿게 나온 사진.



@ 포스코센터 앞. (by SONY a33)


하늘을 이리저리 내키는대로 구획하고 있던 까맣고 강단진 나뭇가지들이 까칠해 보였지만,

그네들이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주홍빛의 살짝 길쭉하고 둥근 열매는 마냥 풍만해보였다.

장대가 닿기 쉬운 가지 아랫자락은 몽창 털린 채, 바짝 손들고 선 나무 꼭대기층에나

듬성듬성 남은 채 대책없이 매달려있던 감들. 정확히 말하자면 감 중에서도 대봉시들이다.

감을 딴다는 것, 감이 아니라도 나무에 달린 뭔가를 딴다는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는 사실

평소에 별로 생각을 해볼 일도 아니고 상상을 해본 적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나무

작대기 끝에 천으로 대강 기워진 주머니를 달아서는 하나씩-좀 숙달되면 세네개씩-따는 것

이상 더 좋은 방법이 없단 건 조금은 놀랍달까. 더 편하고 더 빠른 방법이 없다니.

감나무를 기어오르기란 생각보다 수월한 게 디딜만한 어깨를 여기저기에 마련해둔 거다.

나무 높이의 반절만 기어올라도 잔뜩 달고 있는 묵직한 대봉시들의 무게로 추욱축 늘어진

가지를 손쉽게 털 수 있다. 여차하면 장대 대신 손만 뻗어도 될 만큼 눈앞에 매달린 녀석들.

감나무에 달린 건 감뿐 아니라 지저분하게 말라붙은 감잎새들도 있어서,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렇게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를 찍으려니 잎사귀에 이리저리 뻗어나간

수목에 뭔가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 거다. 그렇지만 거의 감나무와 밤나무만으로 이루어진

이 산에서 정말 가을철 한 때는 온통 감빛 열매가 지천에 매달린 풍경은 꼭 정제되고 아름다운

풍경만은 아닌 게 사실이니까.

올해는 태풍도 여러 번 다녀가고, 감산도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여느 해보다 감이 조금 달린

편이라고 했지만 딱히 작년이나 이전의 풍경을 못 봤으니 이 자체로 충분히 감탄하고 말았다.

저렇게 얇고 허약한 가지 끄트머리에 저토록 씨알이 굵고 무거운 열매를 우글우글하게

피워올린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 그야말로 일종의 기적인 듯 싶다.

보다 보면 나무 끝에 이렇게 이쁜 엉덩이처럼 두개가 톡 붙어서 몽실몽실 커나간 녀석들도

있는가 하면, 브이자로 갈라져 자라나간 가지 양끝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듯 마주보며 커나간

녀석들도 있었다. 저런 녀석들은 장대를 요리조리 움직여 한큐에 담아내는 재미도 있지만

가지째 잘 꺽어내서 어딘가 걸어둔채 오늘의 가을을 기억하는 재미가 더 쏠쏠할 듯.

장대로 훑어낸 대봉시들은 꼭지 끝에 남아있는 나뭇가지를 떼어내고 포대에 차곡차곡 담는다.

어떻게 보면 출산이랑 같다. 나뭇가지로 연결되어 한몸이던 나무와 열매를 억지로 떼어내선

탯줄과도 같았을 '꼬다리'를 잘 정돈하고 나면 저렇게 배꼽자국이 거칠게 남는다. 이녀석들,

포대 안에서 응애응애 들리지 않는 울음을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감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감이 익을수록, 조금씩 커질수록

감나무 가지 역시 고개를 숙여간다. 급기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툭 떨궈지고 마는 시선.




@ 경남 하동. 11월말.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의 야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이 신도시가 투르크를 외부에 보이기

위한 일종의 '쇼윈도 시티'라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저토록 불필요하게 곳곳에 촘촘이 박힌 불들이 얼마나

에너지 낭비인가 탄식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밤늦게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늘 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가 없었던 거다.

도시 너머로는 온통 사막뿐인가 했더니, 어느 한쪽으로는 투박한 산맥이 등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등뼈

끄트머리에 살짝 얹힌 마지막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증거하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어물쩍 해가 넘어가려는 무렵부터 시작인 거다. 어느 순간 팟 소리를 내며 켜졌을 법한 가로등들과

그 너머 띄엄띄엄 세워진 거인같은 건물들이 보랏빛 황혼이 무색하게 빛을 밝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도시의 가로등들이 세워진 간격은 한국의 서울보다 두배쯤은 촘촘한 거 같다.

이맘때, 빛과 어둠의 투쟁이 막바지에 치달아 태양의 잔광이 마지막 숨을 깔딱거리는 즈음의 분위기란 어디고

참 싱숭생숭하다. 퍼렁빛의 하늘, 왠지 크게 술렁거리는 듯한 대기, 그리고 갈피를 못잡는 사람 마음.

어둠의 완승, 빛의 세상을 완전히 지구 반대편으로 몰아내고 나서 자축하며 잔뜩 꼽아둔 노랑색 촛불들.

여기도 중동 지역의 돈많은 국가들처럼 아스팔트가 다르다. 빛이 한없이 미끄러져 내리며 번쩍번쩍하는, 그런.

중동 지역은 비도 많이 오지 않고 오일머니랑 바꾼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잘 달리기 위해서 F1같은 레이싱트랙에

발라지는 특별한 아스팔트를 썼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의 여느 아스팔트보다 훨씬 조밀하고 맨들맨들해서

승차감도 좋고 타이어도 찰싹 달라붙지만, 비가 오면 완전 잘 미끄러진다는 그런 특성의 아스팔트란 거다.

여기도 그런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비슷하게 건조한 기후인데다가 오일머니, 가스머니 많은 나라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제 그냥 조용히 사진들 보여주기. 야경에 딱히 멘트라고 달 것도 많지 않은 거다.

가로등이 촘촘한 것도 그렇지만, 하나에 네다섯개씩 휘영청한 전구가 들어있는 것도 사람 할 말 잃게 만든다.

저 가로등들은 차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행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만든 게 아닌 건 분명한 거다.




청계천 광장의 재림이랄까. 색색으로 변하는 분수들은 밤이나 낮이나 꺼질 줄 모르고 그 구간 역시 청계천의

지극히 일부만 포장해둔 쪼잔한 사이즈와는 비교되지 않는단 점에서 오히려 여기가 한 수 위인 거 같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는 과거 공산정권의 잔재, 냉막한 얼굴과 건조한 분위기에다가 예측 불가능하고 느린

일처리 같은 것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야경이 참 이뻤다고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사진으로라도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찾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다녀가신 누군가 그랬다. 투르크에 다녀오면 온갖 혹평과 비판, 그리고 이쁜 사진들이 남더라는.

아쉬하바드의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던 풍경들이 그랬다. 사진 한장으로 담기지 않던 그 묘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거리들, 자연 풍광들. 특히나 낮에는 낮대로 하얗게 비산되는 햇살 아래서, 밤에는 밤대로 무수한 간접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던 하얀 대리석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뿌연 황사가 사막으로부터 불어와 찌뿌둥한 하늘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잠시 변덕이라도 부릴라 치면

굉장히 맑고 파란 하늘을 드문드문 볼 수 있던 곳. 온통 황량하게 마른 땅 위에서 폭폭 솟아난듯한 건물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뜬금없다 싶기도 하고 그랬지만.


밤에는 온갖 각도에서 실루엣과 음영을 잘 잡아주는 간접조명과 가로등 불빛들 덕에 이 황량하고 기묘한, 아직

생성중인 도시의 휑뎅그레함이 많이 감추어지는 거다. 어둠 속에서 둥실둥실 떠오른 하얀 건물들의 윤곽들,

그리고 쉼없는 말줄임표처럼 느껴지는 가로등불빛의 궤적은 왠지 사람을 망연케 하는 별빛같기도 했다.





@ 도쿄.




@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보름달 옆에 떨어질 줄 모르는 저 유난스레 반짝이는 뭉치는 분명 인공위성일 거라 생각했다. 서울 하늘에서

저렇게 밝게 빛나는 별이 보일 리도 없거니와, 다른 별들은 다 어둠 뒤로 숨었는데 쟤만 저렇게 고개를 빼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으니까.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스모그 자욱한 도시에서 보일만큼 맹렬히 반짝이는 것들은 전부 인공위성, 이라고 믿던 내 얇팍한

과학적 '상식'을 비웃듯, 어젯밤에 그토록 선명하던 저 불빛은 다름아닌 목성이랜다. 항상 달의 오른쪽 허리춤

아래에 떨어뜨린 동전처럼 반짝이는 저 별은.


우야튼, 소원이란 건 지금 내가 아무리 해도 내힘으로는 안 되는 걸 비는 거라 했던가. 올해 추석은 보름달을

보고도 소원을 빌지 않았다. 여차하면 소녀시대한테 말하지 뭐.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뼈아픈 후회, 황지우 詩)



w/ '프리미엄 막걸리' 우리쌀 청정수 솔바람. 딱히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 탁주.




앙코르 유적군 쁘레룹(Pre Rup)에서 바라본 캄보디아의 석양 무렵. 천지창조화에 그려진 뭉게뭉게 구름들이

그림만은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하늘.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길을 자전거로 한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어쩔

도리없이 서둘러 일어서야 했다. 자전거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보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이런 단점이

있는 셈이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게 쉽지는 않고.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지는 해와 경쟁했듯, 그렇게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 최대한 달렸고, 일단 어두워지고 난 이후에는 길가로 바싹 붙어 조심조심 안전운행에 신경썼다. 사실

차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쌩쌩 달리지도 않는 터라, 달릴 만 했다. 현지 캄보디아인들의 주요 교통수단 역시

뚝뚝이라는 3륜으로 개조된 오토바이나 자전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퇴근하는 듯한 자전거 탄 사람들의 인파

속에 섞여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씨엠립 시내는 자그마한 마을 같은 느낌이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는 활기넘치는 곳이다. 마치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 칭해지는 태국의 카오산 거리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2층의 한 레스토랑에 올라 저녁을 주문하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넘실넘실대고 있었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행자' 특유의 여유넘치고 열린 분위기랄까.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어도 반갑게 웃으며 말을 섞어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중간중간 가게들의 차양에는 '론리플래넷'에서 추천한 명소라느니, 누가 왔다 갔다느니 하는 광고성 문구들이

적혀 있기도 했다. 가이드북 중 가장 좋은 건 역시 '론리플레넷'이 아닐까 (근거없이) 믿고 있는 나로서는 저

가게를 한번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압사라 댄스는 더 괜찮은 곳이 있다고 들었으니 일단 참기로.

외국에 나가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밤문화'다. 아무리 태국의 카오산 거리라거나 캄보디아의 씨엠립이라고

해도 밤이 으슥해지는 12시 어간이 되면 거리가 한산해지고 가게들도 대략 정리하는 분위기가 된다. 이래서

한국이나 일본만큼 밤 늦게까지 놀 수 있는 도시가 참 드물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 같다. 아니면 이런

유명 여행지역은 아무래도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마치게

되는 걸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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