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싱가폴 남단의 페이버 공원(Mount Faber Park)과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를 잇는 곳에는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하나 있다. 헨더슨 웨이브. 아름답기도 하고 인근 공원들을 잇는 트레일 코스가


걷기에도 좋고 이쁘다고 하니 하루를 할애해 돌아보기로. (아직 한국어 가이드북엔 소개되지 않은 듯)



클락키에서 택시를 타고 헨더슨 웨이브를 가자고 하면 바로 그 다리 아래에 내려준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제야 카메라에 잡히는 높디높은 다리. 



이렇게 싱가폴 남부에 위치한 공원들의 트레일 코스를 서로 이어주는 이쁜 다리가 두개. 헨더슨 웨이브와 


알렉산드리아 아치. 걷는 코스를 끝에서 끝까지 설렁설렁 걸으면 대략 대여섯시간쯤 걸리려나.



처음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완만한 부등호,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그쪽으로 향하는 길.




이렇게 고전적인 의자가 이끼를 품고서 드문드문 앉아 있는 길.


좁은 찻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고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도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참 고즈넉하다.


여전히 헤이즈는 심해서 야외활동을 하기 주저스럽긴 하지만 여긴 온통 초록초록이니 괜찮으려니 믿어본다.



우선 페이버 공원을 한바퀴 크게 둘러보고 헨더슨 웨이브를 건널 요량이라, 공원 중앙의 페이버 피크를 향하는 길은


제법 고도가 높아진다. 어느새 아파트들이 눈 밑으로 내려앉고 온통 짙은 동남아의 열대림 풍경.


케이블카 정류장이 가까워지니 이렇게 포토존도 나타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달기 시작했다는 금색 종이 사랑의 징표로 이렇게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저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페이브 피크로 오르는 길. 


전망대 아랫춤에는 싱가폴의 역사적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조들이 한바퀴 빙 둘러 있다.


거기에서 보이는 풍경, 멀찍이 보이는 도심.


정상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 사방으로 확 트여있는 풍경.


그리고 페이버 파크의 정상에도 멀라이언 상은 서 있었다. 



이제 페이버 파크를 크게 한바퀴 돌고 다시 헨더슨 웨이브로. 


용이 꿈틀거리는 느낌으로 다리 위아래로 구불거리는 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가려진 나머지


부분들이 완성되어 웨이브가 끊김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오후 7시부터 불이 켜진다더니 더 늦는 듯.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보통 다리위에서 느껴지는 높이감보다 두배 정도 높은 느낌이라 미니어쳐 같이 보인다.



외부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눈 아래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페이버 파크를 떠나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으로 넘어가는 순간. 눈앞에는 온통


초록초록의 삼엄한 열대림.





싱가폴강을 거슬러 플러튼 호텔에서부터 클락키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불야성,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해방구와도


같은 클락키는 금요일밤에 잠들지 않는다고. 덕분에 그쪽으로 향하는 차들 역시 온통 정체상태.




리버사이드 포인트를 마주보는 클락키의 특징적인 지붕들이 층층이 이어지고, 네온사인 불빛이 넘실거리는


강에는 유람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르내리는 중이다.




클락키와 싱가폴강 남쪽을 잇는 다리의 이름은 말라카 브릿지. 빡빡하고 엄격한 싱가폴의 권위주의적 통치 하에서도


이 다리 위에서는 젊은이들이 술병을 홀짝거리고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잔뜩 냅두고 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저 네 개의 기둥을 지탱해서 하늘로 쏘아올려지는 익스트림 라이드. 음..나는 돈을 받아도 저런 건 그다지.




클락키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분수를 중심으로 해서 사거리가 펼쳐지고 온통 술집과 라이브공연과 커다란 스크린들.






 

작년 가을에 갔을 때와는 달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금문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른 뷰포인트를 찾기 위해

 

꽤나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자전거 페달을 죽도록 밟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각도와 높이.

 

피셔맨스워프에서 금문교를 향해 달리는 길.

 

 

금문교의 상판, 번듯하고 미끈한 외양을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래에서 이렇게 튼튼하고 촘촘하게 받쳐든 기둥들은 잊지 말 일.

 

금문교 위에서 태평양 쪽으로 내다본 풍경.

 

 

그리고 소살리토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고개를 뒤로 빼고 금문교를 바라보면 이런 뷰가 잡힌다.

 

그리고 이건, 금문교를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고개 위로 올라가서 바라본 금문교의 끄트머리.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넌 반대편은 사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혹여 미국의 내륙으로 접근해올 항공기나 함선을 막기 위한 시설이었다는데 이젠 쓰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곳에서는 금문교의 높다란 첨단으로부터 내리긋는 강철줄들로 저너머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투망질할 수가 있다.

 

 

혹은 아예 이렇게, 짙푸른 바다 위의 한조각 하얀 돛단배를 금문교의 강철줄로 낚시질해볼 수도 있는 위치.

 

이건 금문교를 다시 건너 돌아와서 샌프란시스코 서안의 태평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뒤돌아보고 발견한 풍경.

 

 

 

 

 

잿빛 방파제에 누군가 그려둔 파랑 하트. 매직 아워를 알리는 광안대교의 점등.

 

 

 

 스물스물 바뀌는 광안대교의 조명들, 형형색색으로 밤하늘과 밤바다를 적시운 탓인지 촉촉하게 젖은 느낌이다.

 

 

그리고 거대한 장벽처럼 광안리 한쪽을 에워싼 회센터 군락.

 

저 안에 들어앉아 씹고 뜯고 맛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 왠지 조금 기분이 이상해진다.

 

 

 

샌프란시스코의 북쪽끝에 위치한 항구지역, 피셔맨스 워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점, 시간당 8달러였던가에

 

일단 세시간을 약정하고 빌려서는 저멀리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붉은 금문교를 향해 출발.

 

금문교 반대쪽을 찍고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대여점 아저씨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문제는 금문교로 향하는 길에 계속 밟히던 풍경들. 오른쪽으로 끼고 향하는 샌프란시스코 만에서는 악명높은 수용소

 

알카트라즈섬 내부의 건물과 시설물들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이리저리 휘영청 종횡하는 부두 시설들이 보여주는 리드미컬한 곡선들과 시퍼런 바닷물 역시.

 

 

 

중간에 잠시 녹색빛 가득한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하고. 알고 보니 샌프란시스코는 공원 투어가 있을 정도로 공원이 많다고.

 

 수백척의 요트가 대규모 공용주차장의 차들처럼 빽빽히 열맞춰 주차되어 있는 정박장을 지나고.

 

 

 어느새 이만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야외전시물들이 놓인 새초록 잔디밭 너머로는 붉은 금문교가, 앞으로는 개장수 아저씨가.

 

 

자전거 전용도로의 방향을 일러주는 표지판, 바닷바람에 지친 듯한 피로한 낯빛이 맘에 들었다. 

 

 돌아보면 생각보다 먼 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금문교까지 닿는 길이 제법 오르막과 내리막이 랜덤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이런 사진찍기 딱 좋은 명당들을 마주치는 재미. 그리고 조금씩 금문교가 육박해들어오는 생생한 실감까지.

 

 

 

 시간대에 따라 금문교 위의 통행로를 자전거에 교차해서 오픈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표지판이 이만치 닳았을만큼 오랜 룰인 듯.

 

 

그리고 사진찍기 좋겠다 싶은 포인트에는 어김없이 바글거리는 사람들. 저 꼬맹이들은 무슨 수학여행이라도 나온 듯 시끌벅적.

 

 바야흐로 금문교 진입 직전. 360도로 크게 회전하는 길 중턱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는 금문교와 함께 한 장.

 

 다리 양쪽으로 나 있는 인도 겸 자전거 도로는 생각보다 좁아서인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온갖 규정들이 입구부터 빼곡했다.

 

 

 금문교를 건너다가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풍경. 꽤나 멀어 보이는 게, 자전거로 쉬지 않고 달려도 삼십분은 걸리겠다.

 

 조금 땡겨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시내.

 

No U Turn.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표지판은 아니고 실은 자동차들 보라는 표지라지만 왠지. 뭔가 계시를 받는 느낌.

 

 굉장히 고풍스럽고 우아한 금문교의 준공기념패랄까나. 청동덩어리를 양각한 듯한 모양새하며 그 클래식한 글씨체까지.

 

 

 

 뭐라더라, 선진시민은 우측통행이라던 어느 정부의 강변과는 상관없이 좌측통행을 하되 대체로 내키는 대로 보행중인 미국시민들.

 

 

 금문교 저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의 군집이 바로 소살리토. 시간만 괜찮으면 저기까지 내달려도 좋을 듯 해서 고민고민하던 중.

 

보통은 저기까지 내달리고는 페리에 자전거째 싣고 피셔맨스워프로 돌아오는 코스를 많이들 탄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금문교 건너편에 도착. 이쪽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용이 지키고 있는 류블랴나 성의 입구. 밑에서 위로 치고 올라오는 조명을 맞은 용이 위로 솟구치는 것만 같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신나게 거리 연주중인 트리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이런저런 조형물이랄까, 예술품들이 내걸려 있다고 한다. 내가 찾았을 때는 조그마한 집의 모형.

  

구시가에서 광장으로 향하는 가운데길, 다리가 세 개나 만들어져 있다. 원래 있던 다리 양 옆에 두 개의 보행자용 다리를 더했다나.

 

 

류블랴나 성으로 향하는 길, 류블랴니차 강의 양쪽 둔치를 따라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참이다.

 

해골이 숨어 있는 사진.

 

강을 따라 이어지는 노천 까페들.

 

 

류블랴나 성으로 이어지는 큰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금세 도착한다. 특히나 구시가 쪽은 꽤나 작은 편이다.

 

류블랴나의 맨홀 뚜껑은 용이 지키는 류블랴나성의 모습이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성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온통 초록빛 이끼로 그득한 벽면을 따라걷게 된다.

 

 

류블랴나 성 입구에 있는 성 조감도.

 

 

금발 미녀들을 따라 들어선 류블랴나 성의 안쪽 풍경.

 

 

그리 높지는 않다 싶었는데 성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과히 뚝 떨어지는 느낌은 아닌게 야트막하다.

 

니콜라스 대성당 뒤로는 노천 시장이 열리곤 하는 공터가 내려보인다.

 

그리고 류블랴나 성에서 발견한 무려 1.5유로를 넣으면 0.5유로를 기념품 메달로 바꿔주는 기계.

 

류블랴나 성의 곳곳을 연결하는 문에도 용의 형상은 잊지 않고 튀어나온다. 마치 매직아이같이 숨어있는 녀석들.

 

 

3월 중순임에도 아직 드문드문 잊지 않고 눈이 내려주시는 동유럽의 날씨.

 

류블랴나 성의 감옥, 어디나 감옥에는 왠지 모를 냉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성 안에 있는 조그마한 예배 공간. 그러고 보면 성은 그 자체로 굉장히 자족적인 하나의 마을 같기도 하다.

 

 

기념품점에선 온통 용이다. 용, 용. 근데 참 이뻐서 몇 번을 살까말까 망설이게 됐던 저 장식품.

 

 

 

류블랴나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몇 갈래의 길로 나뉘는데, 그 코스는 흡사 남한산성에 오르는

 

숱한 등산로의 갈래갈래 갈린 길을 연상케 하는 거다. 그 길 중의 하나를 따라 걷다가 발견한 조각상.

 

그리고. 용으로 시작해서 드문드문 용이 나오다간 용으로 끝내는 류블랴나 성의 풍경.

 

 

 

 

 

 

용이 지키는 도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Ljubljana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기묘하게 얽힌 채 이어지는 발음은 정말 쉽지 않다.

 

류블랴나. 오타가 아니다. 류블랴나. 그런 도시의 밤풍경은 도시의 이름과 닮아서 기묘하게 얽힌 골목들이 두 개의 혀처럼 얽힌다.

 

 

 류블랴나를 관통한 채 숱한 아름다운 다리를 남긴 강의 이름은 류블랴니차 강. 멀찍이 언덕 위의 류블랴나 성이 보인다.

 

 

류블랴나 구도심의 중심인 프레셰렌 광장으로 이어지는 다리. 대체 왜 이리도 발음들이 어려운지, 혀의 낯선 움직임만큼의 거리감이

 

아마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거리감일지도 모르겠다.

 

 물이 맑아서 저런 빛깔이 도는 건지, 아니면 특정한 광물이 녹아들은 물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유속이 되는 강이 시퍼렇다.

 

 

 그리고 밤이 되니 한층 더 흉악해진 눈빛과 포악스런 근육들을 꿈틀거리는

 

 

손님이 들어설 때마다 입구의 주인 아저씨가 피아노로 한곡조 멋지게 연주를 해주는, 따라라라딴딴딴. 그런 서점을 가진 거리.

 

류블랴나 성으로 향하는 길 어귀, 그래서 그런가 가게 앞 셔터를 내리는 대신 삐죽삐죽 못이 튀어나온 방어진을 설치해놨다.

 

 

오벨리스크가 서있는 조그마한 광장을 지나고.

 

류블랴나 시내의 미니어쳐-라고 해봐야 꽤나 커서 왠만한 중간방 사이즈만한-지도가 있는 프레셰렌 광장을 지나면 신시가가 나온다.

 

 

슬로베니아 스타일의 맥도날드 메뉴를 선전하는 광고판에 불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슈퍼와 온갖 샵들에 기대어 풍금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보이기도 하고.

 

그 뒤로는 쇼핑하러 들어간 주인을 기다리며 문 앞에서 충직하게 경계중인 견공이 한 마리.

 

 

그리고 류블랴나의 음악홀..이었던가, 덩그마니 자리잡은 건물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는 조명이 참 이쁘더라는.

 

아무래도 이 용의 위풍당당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모습은 서양과 동양의 '용'에 대한 이미지가 갈라지는 지점에 서 있지 싶다.

 

동양의 용에서는 위엄있고 우아하고 현명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면, 이 용님께옵서는 그저 무섭다. 가차없는 야수나 짐승의 느낌.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구시가에 인접한 숙소, 우선 조금씩 에둘러 걸으며 이 곳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바로 구시가라거나

 

유명하다는 명소로 진격하는 건 서툰 짓이라고 생각해서, 급할 거 없이 골목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적대며 걷는 중.

 

 

그 와중에 특별할 것도 없는 동네 성당이 저렇게도 이쁘구나, 지긋이 눈에 담기도 하고 벤치 아래 촘촘히 박힌 포석들의 가지런함을

 

눈여겨 보기도 하고.

 

 

어느 건물의 옆면과 앞면으로 이어지는 커다랗고 산뜻한 그래피티를 보기도 하고, 파스텔톤의 나즈막한 건물을 힘줄 툭툭 튀어나온

 

뼈마디 굵은 손으로 딛고 서려는 듯한 커다랗고 신경질적인 나무도 한 그루.

 

휘적휘적 걷는 사이에도 조금씩 류블랴나의 구시가, 그리고 중심에 위치한 류블랴나 성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씨트로앵)

 

 

날씨가 조금만 더 맑았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류블랴나에선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살짝 우박도 맞았지만 햇빛만 못 맞았다.

 

 

그리고 동네 곳곳에서 목격되던 저 끈을 서로 묶은 채 대롱대롱 매달린 운동화들. 왜 그 영화 '빅피쉬'에 나오듯이

 

이 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전부 신발을 벗어던지고 평생 행복하게 머물고 있다, 머물겠다는 의미는 아닐까.

 

그리고 느닷없는 용의 등장. 청동색 피부를 가진 사나워보이는 용의 뒤로 류블랴나 성이 훨씬 가깝게 보인다. 이 녀석은 아무래도

 

성을 지키는 일종의 수호신이나 최종병기일지도 모르겠다.

 

 

용이 지키는 다리는 사실 다리의 끄트머리, 그리고 그 끝의 양쪽 어귀에 모두 용을 한마리씩 앉혀놨으니 총 4마리의 용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다.

 

라고 계산했다면 그건 오산. 다리 중간중간에 용의 새끼인 '해츨링'이랄까, 작지만 엄연히 용의 피가 흐르는 듯한 녀석들이

 

이렇게 매서운 눈초리로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중이다. 류블랴나성을 해치려는 나쁜 사람은 아닌지 살피려는 듯.

 

 

다리 중간에 설치된 표지판. 이 용다리가 1900년에 준공되었다는 듯 한데, 워낙 청동의 부식이 심해 글자를 잘 못 알아보겠더라는.

 

앞모습에서 풍기는 위압감과 사나움도 충분히 실감나지만, 다리에 꼬리를 말고서 기어이 지키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강건하고

 

단단한, 금방이라도 비상할 듯한 뒷모습도 못지 않다. 이 곳 류블랴나의 마스코트가 용이라더니, 용이 지키는 도시다운 모습이다.

 

 

 

 

 동국대 캠퍼스 너머 남산N타워가 올려다보이는 장충단공원에 다다른 짧은 가을 풍경.

 

돌로 만들어진 석교 위로 사뿐사뿐 떨궈지는 색색의 낙엽을 즈려밟고 가을이 줄달음질치는 중이다.

 

 공원 한쪽에는 가을빛을 머금은 맑고 차가운 개울이 흐르고, 그 위로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이 한겹 깔렸다.

 

새파란 하늘, 바삭바삭 익어가는 가을 낙엽들.

 

 

곳곳의 벤치에서 따끈한 가을볕에 몸을 덥히며 여유로운 시선으로 가을 풍경을 만끽하던 사람들,

 

장충단공원의 가을이다.

 

 

 

 

 

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하탄을 잇는 현수교, 브루클린 브리지의 브루클린 쪽 시작점이다.

 

맨하탄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과 자전거가 오가는 길이 마치 차선처럼 분명히 그려져 있었는데

 

다리를 지나는 자전거들이 워낙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탓에 자연스레 차선을 신경쓰게 된다.

 

차들은 도보로 지날 수 있는 길 양쪽으로 쌩쌩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고. 건너에는 그라운드 제로에 새롭게

 

지어지는 WTC 건물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그리고 맨하탄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보다 북쪽에 위치한 현수교인데, 이 정도 거리를 두고 보니 외관이 한눈에 잡힌다.

 

 

다리를 넘어 맨하탄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제법 길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도 많다. 사진도 팔고, 그림도 팔고,

 

악기도 연주하는가 하면 온갖 뉴욕의 기념품들도 파는 사람들이 많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중간 지점. 아낌없이 건물마다 나부끼는 성조기들에 이미 질려있었지만, 이 다리에도 역시.

 

다리 위로 멀찍이 아마도 JFK 공항을 떠나거나 들어서고 있는 듯한 비행기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온통 주위를 칭칭 감아버리는 듯한 튼튼하고 두꺼운 밧줄들. 밧줄로 지탱되는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리지는

 

애초 건설을 맡았던 사람과 그 뒤를 이은 아들이 각각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하고 난 후 아들의 와이프, 그러니까

 

며느리가 뒤를 이어 완공시킨 다리라고 한다.

 

 

맨하탄 브리지 너머로 유난히 우뚝 솟아있는 건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브루클린 브리지 왼쪽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섬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거기 손들고 선 건 자유의 여신상이다.

 

 

브루클린 브리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새겨놓은 동판이 있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은 글자와 그림을 훑었다.

 

맨하탄의 다운타운, 월가와 9.11의 자취인 그라운드제로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미드타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코리아타운이 있을 텐데.

 

 

 

 

중간중간 벤치도 있어서 앉아서 쉬는 사람도 보이고, 맨하탄 방향과 브루클린 방향으로 자유로이 오가는 사람들 틈새를

 

문득 가로지르고 내달리는 자전거족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고.

 

 

 

어쩌다 시작된 걸까, 다리의 곳곳에 걸쇠가 있는 곳이면 이렇게 주렁주렁 포도처럼 영근 자물쇠들의 향연.

 

누가 왔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이름만 적어놓고 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그리고 어느덧 다리는 맨하탄 위로 뻗어올라오기 시작, 웰컴 투 맨하탄~!의 표지가 보이고, 브루클린 브리지 중앙에서부터

 

양쪽 다리 끝까지 뻗어나간 굵고 튼튼한 밧줄들이 어느결엔가 속도를 잃고 툭툭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루클린 브리지 도보 산책은 끝. 생각보다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브루클린쪽에서부터

 

걸어오며 점점 눈앞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맨하탄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커다랗다. 그저 하나의 스카이라인으로 존재했던

 

건물들이 하나씩 둘씩 무더기지어지며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을 만들고, 이내 건물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살아나는 풍경.

 

 

아, 다만 이 다리 위에 있는 한 NYPD가 CCTV로 감시하고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할 일이다.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하며 찾았던 강릉 경포해수욕장. 해풍을 막는 야트막한 솔숲 너머로 깔끔한 흔들의자가,

그리고 그 너머로 탈색되어버린 듯한 누런 빛의 모래사장과 퍼러딩딩한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도달하면 더 나아갈 곳이 없다 멈추게 되지만, 사실 조금만 몸을 틀면 될 일이다. 바다와 함께, 파도소리와

함께 발맞춰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무한하게 뻗어가는 거다.

모래사장엔 경사에 기대어 꽁꽁 얼어있는 잔설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여름철 뜨겁게 달궈졌던 누런 모래사장이

색이 바랜듯 창백해져버린지라 시퍼렇게 차가운 얼음눈들은 자연스레 보호색을 맞춰입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다를 따라 앞서 걸어간 걸음걸이들. 발자욱들이 줄맞춰 정연히 늘어선 게 왠지 땅을 헤집어둔 공동묘지같다.

무언가 저 구덩이에 넣고 봉긋하게 흙을 쌓아올리면 파도가 와서 다 쓸어버릴 것 같은. 그런 세기말적 풍경.

바다를 따라 걷는 기분이 그랬다. 파티나 잔치가 끝난 뒤의 적막함이랄까, 50연발 폭죽이 숨쉴틈 없이 터지고 나서

텅 비어버린 채 모래사장에 나뒹구는 느낌. 겨울바다의 풍경들이 하얗게 재만 남아버린 가슴에 날아와 박혔댔다.

BGM은 서영은의 '겨울바다', 경포해수욕장에서 무작정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뭐 뾰족한 일정이 있는 것도

가야 할 곳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그냥 저 위쪽 어딘가에 테라로사라는 까페가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슬슬 걸어보기로 했던 참이었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불쑥 기습하는 파도에 발걸음이 뒤척거리기도 하고,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파도에 씻겨내리기도 하는 길.

그러다 문득 발에 채인 유리병 하나.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막힌 게, 안에는 돌돌 말린 종이까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게 한눈에도 파도에 실려온 메시지를 담고 있어 보였다. 뭐지, 일본에서 왔나. 아님 미국..?

그 자리에서 코르크마개를 따고 안의 종이두루마리를 꺼내 보았다. 약간 습기가 차 있긴 했지만 까끌한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남아있고, 테이프로 허리춤이 둘둘 감겨 있어 슬쩍 들춰본 속지엔 한글이 써져 있는 듯. 일단은

들고 가다가 나중에 따뜻한 데 앉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꽁꽁 언 민물길이 바다로 향하는 길, 얼음에 반사된 빛무리들이 시멘트 교각 바닥을 긁으며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삼면이 바다라는 한국의 해안가에 빼놓을 수 없는, 군부대와 군대 시설물들. 여긴 심지어 탱크가 한대

바닷바람에 녹슬어가고 있었다.

뭍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모래사장 사이로 야트막한 개울을 만들었다. 찰박거리며 위태로이 바다로 향하는

물길을 시시각각 얼리며 덮쳐오는 얼음판, 그 위로 성글게 번지는 빛그림자.


더이상 물의 흐름이 읽히지 않는 빙판, 여러번 깨지고 얼고 깨지고 얼고의 과정을 반복한 듯 조각난 얼음판들이

조각보처럼 이리저리 얽혔다.

그리고 어느 모래사장에 꽂힌 채 당당히 바다를 굽어보던 팽팽한 낚시대 하나. 가늘고 약해 보이는 낚시대가

바싹 성난 듯이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게 제법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몇 걸음 걷다가 문득 뒷주머니가 허전해졌다. 아까 그 와인병 안에서 꺼냈던 메시지를 뒷춤에 꼽아넣고 있었는데

여러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어느 틈에 도망가 버린 것. 왠지, 그 종이쪼가리를 꼭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발걸음을 되짚어 거꾸로 걷길 십여분. 이렇게 얌전히 구덩이에 놓여있는 걸 용케 다시 만났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바다가 떠밀어 보내준 메시지도 다시 찾았고,

방파제를 때려부술 듯한 소리를 내며 들썩이는 파도를 보며 계속 걸었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깨어졌을 유리조각조차 이렇게 부드럽고 둥그런 모습으로 바꿔버리는 파도의, 바다의 위력.

특히나 겨울바다가 주는 신산하고 허한 느낌이란 건,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잘게 부숴버리다가

종국에는 남는 것 하나 없이 지워버리는 그 압도적이고 거대한 힘에 대한 경외감이나 허무함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다 색깔이 한결 더 검푸르다. 잉크처럼 검푸른 바닷물이 수면으로 밀어올려져서는 점점

에메랄드빛으로 연해지다간 하얀 파도로 보글보글. 모래사장까지 끌려나온 파도는 뒤미쳐 온 파도에 익사해버린다.

이쯤이 좋겠다 싶어서, 메시지를 펼쳐 보았다. 누군가의 글씨가 하얀 종이 가득 적힌 채 인연을 칭하며 친구를

청하고 있었고,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는 인사까지 적혀있었던 메시지. 이메일 주소도 적혀있었지만

알아볼 수가 없어 연락할 도리는 없고, 배를 접어 바다에 띄워보내는 게 최선이지 싶었다.

그렇게 뭍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만들어낸 자그마한 개울에 띄워서 바다로 흘려보내며. 중간중간 모래톱에

걸쳐 멈추기도 하고, 빙글빙글 제자리에 맴을 돌기도 했지만 어쨌든 바다까지 나가는데 성공.

순긋해변이던가, 간소하게 만들어진 부두가 방파제의 품 속에 안겨 있었다. 시뻘겋게 녹슨 철제구조물 위로

앙상하게 덮인 나무판때기, 그리고 딱딱한 부두시설과 딱딱하고 약한 배 사이의 완충을 위한 고무타이어.


파도가 철썩철썩 방파제에 속절없이 부딪혀 깨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부두의 외곽을 단단히 감싼 방파제,

언뜻 보면 아무렇게나 팔다리를 쩍쩍 벌린 채 내팽개친 탕녀나 탕아 같기도 하다.

모래사장을 따라 계속 걷고 있는 참이었다. 경포대에서 사근진, 순긋, 순포해변까지 이름이 계속 바뀌고는

있었지만, 모래사장은 죽 이어진 한 길이었다. 물론 이렇게 중간중간 민물이 넘실거리며 모래사장을 가르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물이 마른 겨울철이라 잔뜩 녹슨 다리는 아무 쓰임도 없이 그저 거기 있을 뿐.


바다를 계속 끼고 걷자니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까는 바다가 모든 걸 지워버리고 무화시켜 버리는 힘을

갖고 있어서 허무하다 했지만, 아니, 그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아무리 잘게 깨고 부수고 으깨어도 뭔가는


남는다. 그렇게 남은 것들이 조금씩 쌓여 모래사장을 이룬 걸 테니까. 말하자면 저건 수백년, 수만년 전의

감정과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는 거대한 아카이브인지도 모른다.

사념(思念), 사념(沙念), 모래들의 사념들. 파도가 아무리 으깨고 바스라뜨릴 기세로 억겁년을 덤벼든다 해도

사념들은 고스란히 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용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씩 해가 기울어갔다.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돌아보기도 하며 걸은 길인지라, 게다가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걷기 쉽지 않은 모래사장으로만 따라 걸어온 길인지라 꽤나 시간을 들여 걷고 있었다.

저 너머 고래등처럼 수면 위로 불쑥 튀어나온 바위 위에는 갈매기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들이

싸질렀을 게 뻔한 배설물들이 성난 파도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하얀 줄무늬가 얼룩덜룩.

순포해변을 지나 계속 올라가려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해안가를 따라 철망을 얹은 철책이 끝없이

이어져있고 중간중간 저렇게 침투 대비용 표찰까지 붙여놨다. 어렸을 때는 돌멩이를 철책에 꼽아놨었던 거 같은데.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 녹슨 깡통만 굴러다니며 버려진 해변이나 마찬가지다.

한쪽엔 바다를, 한쪽엔 부대를 끼고서 아예 쭉 주파해버릴 생각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난리가

났다. 호루라기를 불고 손을 흔들고. 더이상 접근하지 말라길래 은근 부아가 나서 걍 지나간다는데 왜 난리냐고

한마디 했다가, 그냥 왔던 걸음 되짚어 돌아가기로. 불쌍한 군바리들, 까라면 까는 그들이 무슨 잘못인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얹었던 탈지면 솜뭉치를 닮은 얼어붙은 눈 한조각. 밟으면 아작아작 소리가 나는게

좋아서 한참 밟고 돌아다니다가 조그마한 이 녀석은 차마 밟지 못하고 사진 한장.

이 녀석은 얼마나 묵은 걸까. 모래를 잔뜩 묵은 이 녀석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단단한 알루미늄 캔이 호일처럼

얊고 약해질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조금씩 몸이 헐어가며 모래알로 변해갈 거다.

돌아나와선 부대 뒷켠의 차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앙상한 싸리비를 거꾸로 꽂아놓은 듯한 겨울 나무, 그 위로

싸리비에 이리저리 쓸리고 번져버린 듯한 겨울 하늘. 슬몃 노을이 번지기 시작했다.


애초 목적지도 없이 그저 걷던 참이었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이 근방에 테라로사라는 까페가 있다고 했었다.

겨울바다라봐야, 도착하면 금세 추워져서 이내 돌아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저런 까페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거짓말처럼 눈 앞에 번쩍 나타났다.

그렇게 근 세시간, 경포대에서부터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을 밟아 걷던 길이 끝나고, 테라로사에 앉아

다시 또 네다섯시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끼적이고.


잔뜩 걸었지만, 쉼없이 뭔가를 생각했던 것 같지만. 막상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니 다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따뜻한 까페 안에서 이상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던. 그렇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5시만 넘으면 뉘엿뉘엿 어둠이 깔리고 햇살 대신 인공 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밤바다가 먹장처럼 새까매져 도저히 바다와 하늘이 어디에서 갈려나가는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지만 광안리

광안대교의 저 휘황한 불빛아래에선 선연하게 갈려나간다. 불빛이 색색의 피아노건반처럼 바닷물에 물든

저기가 바로 수평선.

어둑해지고 나선 누런 모래사장 위로 바닷바람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곤 하지만 쌍쌍이 모여앉은 커플들 사이엔

바닷바람 대신 훈풍이 일고, 영 어설프고 심심한 폭죽이나마 번갈아 쏘아올리니 좀 볼만한 풍경이 되었다.

삼각대는 맨날 들고 가선, 숙소에다 쳐박아 두고 막상 쓰질 못하네..야경 찍을 땐 참 넘넘 아쉽다.



광안리를 굳이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광안리 회타운. 1층에서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고르고 원한다면 회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매력인 거 같다.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저 고층빌딩 전체에서 사람들이

생선을 잡고 횟를 씹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그로테스크하긴 하다.

언뜻 보면 상해의 야경 같기도 하고. 조금 스케일도 작고 불빛의 휘황함도 못 미치는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바닷물이 이렇게 짓쳐들어온 해안선이라거나 모래사장이 있다는 게 나름의 매력인 거 같다.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뭐하시나 했더니, 사주팔자에 관상을 봐주신다는 도사님들이 텐트를 치고 불을 밝혔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근경과 원경. 깜깜해진 밤바다 수면 위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이 미끄러질 때마다 반짝반짝,

나이트 싸이키 조명처럼 단속적으로 반짝이는 조명을 받으며 연인들이 미끄러졌다.




소녀시대의 공연을 코앞에서 보다니. 아아 소녀시대소녀시대소녀시대..역시 좀 짱인 듯.

조만간 다시 컴백할 예정이라 하니 그녀들이 또 어떤 노래를 들고 나타날지 둑흔둑흔.

@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메인스타디움.(2011_10_8)



* 소녀시대 멤버들 별명(네이버 지식인 참고)

 

티파니

띨파니: 띨띨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일때 부르는 별명.

람파니: 공을보면 무조건 차는 티파니에게 붙여진별명.

울먹파니: 울먹거리는 표정을짓는 티파니에게 붙여진 별명.

랩파니: 벌레를보며 랩을하는 티파니에게 붙여진 별명. (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 를 빠르게 말하심.)

긴파니: 긴머리의 티파니

단파니: 단발머리의 티파니

양파니: 양갈래 머리의 티파니

 

서현

서로로,케로현: 서현양이 케로로를 많이좋아하고 닮아 불여진별명.

막개공주: 막내이며 언니들에게 무한이쁨을 받아 붙여진별명.

순수서현:멤버들이 서현을 순수하다고 말해 불여진별명. 외모상으로도 순수함이 뿜어져나온다.

서주우유:서현양의 어렸을적 별명. (서현의본명은 서주현이기때문에)

 

수영

식신: 먹는양이 많으시고 그속도가 빨라 지어진별명.

명랑공주: 수영양이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보기에도 명랑하고 밝다.

셩이: 수영을 다르게 부르는말. 수영을 빠르게 부르면 셩이가 된다

 

제시카

식칼이: 슈퍼주니어의 희철군이 이렇게 부른다.

資?시카: 제시카에서 제를 떼고 부르면 시카다. 그 시카를 줄임말이 資甄?

얼음공주: 차가운 첫 이미지때문에 불여진별명. 알고보면 애교도많고 재밌다.

눈물공주: 눈물이많아 불여진별명.

 

윤아

윤ABC:티파니양이 지어준별명. 아무래도 '아'가 'A'여서 그냥 그뒤에 BC를 붙인것같다.

사스미,꽃사슴: 사슴과 닮았다. 특히 눈망울이 닮아 불여진별명.

힘윤아:보기보다 힘이 강해 붙여진별명.

(무거운박스를 드는가하며, 자신보다 훨씬덩치가큰 데프콘씨를 밀어넘어뜨린적이있어서.)

임센터,센터윤아:무대나 단체사진을보면 항상중심은 윤아양이 이기때문에 붙여진별명.

 

유리

깝율:깝치는 유리양에게 붙여진별명.

흑진주,흑율:까무잡잡피부때문에 지어진 별명. 그래도 외모는 빛나심.

참율,조신율,청순율:참하고 조신하고 청순한 유리양에게 불여진별명.

율위,유뤼: 멤버들과 팬분들이 이렇게 많이부르셔요.

 

써니

활력소:무지밝고 쾌할한성격덕에 붙여진이름.

돌고래순규:박정현의 편지할께요를 돌고래창법으로 멋지게불러 붙여진별명.

숭규: 본명인 이순규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

 

효연

사과공주: 사과머리를한 효연양에게 붙여진별명.효연양이자신을 이렇게부르시죠~

댄싱퀸: 훌륭한 춤실력덕에 불여진별명.

효댕,횬: 효연을 다르게 부르는 말. 줄여부르는말.

효크:순결한 재용이에서 나온말. 효연+오크. 좋은뜻의 별명은아니에요.

꽉효: 정확한뜻은없고, 소.학.가 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죠! "안녕하세요.꽉효입니다."

 

태연

백설기:소.학.가 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셨습니다. 뽀얗고좋은피부때문에 불려지는별명.

꼬꼬마리더: 키가작아 꼬꼬마라 불리우고 리더는 소녀시대에서 리더를 맡고있기때문에.

탱이,탱구: 태연을 다르게 부르는말.

멍탱이: 두뇌왕 아인슈타인에서 붙여진별명. 멍충이 -> 멍탱이

때때 : 어렸을적 '태연' 이 발음이잘안되 오빠가 붙여준 별명.



인천공항세관 세관장과의 인터뷰가 예정된 자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아이들 소녀시대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인천공항세관의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최근 좀더 대중적으로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에 딱 맞춤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몰고 다니는

한류열풍을 감안하면 얼마나 자주 일본이니 중국으로, 해외로 들고 나겠는가. 여러모로 딱인 캐스팅.

세계최고의 관세행정, 인천공항세관의 비전

세관장님은-비록 그때 소녀시대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악수를 나눈 분은 아니었지만-그런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으신 분이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세관행정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데

막상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이해를 잘 받지 못하고 심지어 협조하기를 거부하거나 기분나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본인의 짐을 왜 함부로 뒤지고 열어보느냐는 건데, 사실 갈수록

몰래 밀반출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많아지는 추세거든요. 세관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관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데는 그만한 자신감이 밑받침된 거다.

올해로 인천공항은 세계공항평가에서 6년째 1위를 고수해왔는데(2006-2010), 평가항목 중 입출국에

소요된 시간이라거나 로지스틱스, 세관업무에 대한 부분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입출국하려는

승객들은 당연히 빠르고 간편한 절차를 선호할 테니 최대한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업무에도 빈틈없이

해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인천세관의 비전이라는 '세계최고의 관세행정'이 예사롭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세관

회의실 한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이달의 관세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있었다. 북한산 마약을

몰래 들여오려던 사건을 적발해낸 분이 5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되었는데, 실제로 요새 특히 마약을

밀반입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져서 마른명태의 뱃속이나

만두속에 꼭꼭 채워오기도 한다고.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사실은 히로뽕 관련 사건의 60-70%를

세관에서 적발하고 있다는 점. 경찰만 법망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세관 관련해서 여러가지 기사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외국에 나갔던 대사가

돌아오며 상아를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이야기, 금괴 수억원어치나 수백만달러를 지니고 들여오다

걸렸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비아그라 수십만정을 들여오려다 걸렸다거나 녹용이니

뱀을 대량으로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기사들은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인천공항세관

그리고 하나더, 최근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단속된 가짜상표 상품들을
 
상표를 지우고 외국이나 국내의 다문화가족, 보훈원등에 기증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런

상표법위반 상품들이라 해도 그대로 폐기처분하거나 소각처리하는 건 자원의 낭비인 거 같다

싶어서 참 잘하는구나, 고개끄덕이며 읽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단속하면서 인간적으로 안타깝거나 곤란했던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외환을 밀반출하는 단속

사례중에서 조선족이나 이주노동자분들이 제법 많은데 그분들은 송금했을 때 자칫 다른 사람이

돈을 채가거나 사고가 생길까 싶어 직접 들고 나가신다는 거다. 발각되더라도 7-8% 벌금을

뗄 생각으로 그렇게 들고 나가시는 분들의 사정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인천공항세관은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여태까지 공항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인천공항세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
 
같다는 게 세관장님의 말이다. 2012년에 핵안보정상회의도 있고, 한미/한EU FTA 등의 비준이

가시화되면서 세관 차원에서도 더욱 철저하고 확실한 행정업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출화물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분내외, 수입화물도 1일이내로 소요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 좀더 단축시키되 확실한 검역 및 관세행정은 기본이란다.

마지막으로 세관장님이 당부한 이야기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야기'였다. 인터넷에 보면 세관에

걸리지 않고 고가의 의류나 상품들을 들고 오는 법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팁들이 있지만

그런 거 전부 엉터리니까 절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짐들은 전부 엑스레이

스캔을 거치며 몇중의 검색과 비공식적인 검사를 통해 여행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소지품을

체크하게 되므로, 괜히 박스버리고 택떼고 영수증버리고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굳이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려거나 인천공항세관을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라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소지하는 게 좋겠다. 면세범위는 미화400불

이내, 구매범위는 미화 3000불 이내라고 하니까 참고하면 좋을 듯.

인천공항세관, 다리부터 눈에 띄는 소녀시대를 홍보대사로 삼은 건 정말 잘한 일이지 싶다.

여태까지도 그러했듯 참 열심히 일하고 계시구나 싶고, 앞으로도 더욱 할 일이 많으실테니

그런 이쁘고 튼튼한 다리, 건각(建脚)으로 건승하시길 바란다.









 

백화점 명품샵에서 아랫도리를 훌렁 벗고 신발까지 벗어던지 이 앙상한 알다리 아저씨.

바바리 아저씨보다 더 시크한 포즈로 다리깽이를 자랑질 중이셨다. 


근데 나름 귀티랄까, 간지가 흐르더라는. 슬쩍 말려올라간 니트의 느낌도 그렇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하루를 꽉 채운 트랜짓

시간이 생겼다. 6년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마지막에는 역시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색에 맞추어 점점 화려해지는 이스탄불의 야경.

보스포러스 대교가 원래 이렇게 조명이 반짝반짝했던가. 다리를 지탱하는 줄들이 촘촘한 거미줄같기도.

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항구 너머, 갈라타타워가 둥실 떠있다.

갈라타 대교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들 불빛이 바닷물 위로 번져나간다.

갈라타 타워, 스카이 라인에서 우뚝 솟은 채 이스탄불 시내를 굽어보는 것 같다. 타워 위에 올라 내려보는

전망이 탁 트일 수 밖에 없구나 싶다.

갈라타 대교 앞에 있는 예니 사원, 예전에 저 사원 뒷쪽의 꼬불꼬불한 골목을 헤매고 다녔었는데.

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던 이스탄불의 항구, 까맣게 타버린 저녁시간에도 환하게 불밝히고 이리저리

보스포러스 해협을 종횡하는 유람선들.





동작대교니 어디니, 한강의 다리들 위에 언젠가부터 요 비스무레하게 생긴 까페들이 볼록하게 튀어나왔더랬다.

언제고 한번 가보겠다고 맘만 굴뚝이다가 어젯밤 불쑥, 동작대교의 '구름까페'로. 동작대교엔 구름까페와

노을까페가 대교 양편에 버티고 섰는데 한 삼십대쯤 차를 주차해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덕분에 교통체증의

원인이라고 원성도 높다던데 월요일 밤 열시쯤 가서 그렇겠지만 한가한 분위기.

동작대교 남단에서 강넘어 남산촌을 바라보았다. 건너편 강변의 주홍볼빛과 이편 스테인레스 울타리의 은빛이

묘하게 대치하는 느낌.

구름까페는 3층이던가, 건물 위에는 전망대도 있어서 내키면 음료를 들고 올라와 마셔도 될 거 같다. 비가 온

직후라 그곳의 테이블은 온통 빗물에 씻겼다.

양초칠을 빽뺵하게 하고 비를 맞았으면, 혹은 물을 뿌렸으면 동글동글 이쁜 물방울들이 맺혔을 텐데, 아무래도

이 테이블들은 그렇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는지라. 물방울들이 지들 마음대로 쪼개지고 뭉치고. 그래도

그 올록볼록한 느낌은 생생하다.

동작대교를 넘나드는 차들의 행렬. 빨갛고 노란 불빛이 띠처럼 대교에 감겼다.

그리고 올림픽대로, 여길 88대로라고 부르는지 올림픽대로라고 부르는지에 따라 세대가 구별된다고 했던가.

올림픽대로를 따라 줄지어선 가로수들이 마치 디오라마를 꾸며놓은 나무 모형같다.





밤에 차를 끌고 나가서 한강에 앉을 때 늘 아쉬워하는 것 하나. 호이포이 캡슐을 만들어줘.

흐르는 강물과 번지는 불빛과 나부끼는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나가는 건데, 맥주 한 캔이 없으니 영..

차를 끌고 와서는 술 한잔 여유있게 마시고 차는 호이포이 캡슐에 퐁, 넣어서 주머니에 담아 돌아가고 싶단 말이다.

차의 부피를 Zipping해서 호이포이 캡슐에 설혹 넣는다고 쳐도 차 한대의 무게까지 줄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게

엄밀하게 따지는 건 손오공의 '수세식 변기보다 깨끗한 마음'을 욕보이는 셈이니 관두고.


사실 휴머노이드 형태의 '차량용 호이포이 캡슐'은 이미 등장했다. 사실 꽤나 보편화되었다.

대.리.운.전.

@ 잠원 한강고수부지.

삼각대를 쓰지 않고 사진을 찍었을 때의 나쁜 예. 삼각대 들고 다시 한번 가야겠다.





스마트카가 곰실곰실 기어다니는 파리 시내, 엷은 잿빛의 대리석만큼 하늘이 우중충하던 날 거리를 거닐었다.

스마트카가 참 귀엽다며 서울에서도 저런 차들이 많아졌음 좋겠다고 생각하던 즈음, 거의 달구지 수준으로

낡은, 그렇지만 또 어찌 보면 굉장히 유니크하고 귀여운 녀석이 하나 지나갔다. 네모 반듯하게 각진 '월-E'의

캐릭을 처음 봤을 때 그 가공할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저런 투박한 생김에서도

뭔가 귀여움을 찾아낼 수 있게 되어 버렸다.

화려한 장식이 주렁주렁 꾸며져 있는 다리,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위에, 구릿빛 주물들을 포인트마다 조금씩

얹어 놓고, 반짝반짝하는 금칠로 마무리. 밤에는 그 위에 주홍빛 불빛이 한겹 내려앉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느강변, 어느 아가씨가 둔덕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사과를 깨물어 먹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쳐다봤댔다. 그녀가 가버리고 남은 자리.

한강 고수부지와는 다른 느낌, 뭔가 좀더 풍경들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바닥에 깔린 포석부터. 한강은

그냥 시멘트로 맨들맨들, 아무런 질감이나 요철감이 느껴지지 않는 거죽이 대부분인 거다.

가방을 앞에 앉힌 채 근처 까페에 들어갔었다. 까페 이름은 퐁뇌프. 바로 그런 이름의 다리 옆이었다.

잔이 넘치도록 찰랑찰랑 따라진 화이트와인을 홀짝홀짝. 빵을 담았던 종이봉투가 꼬깃꼬깃해지도록 손에

쥐고 다녔으니 여기서 저 와인의 마지막 한 방울이 사라질 때까지 같이 다 마셔버릴 셈인 거다.

일요일날에 나왔을 적엔 차들의 통행을 막은 채 거리 축제 분위기를 한껏 풍겼던 바로 그 거리, 평일의 찌뿌린

하늘 아래에선 왠지 살짝 쓸쓸한 분위기의 한적한 길가로 변해버렸다.

성 샤펠성당을 지나며 다시 한번 그 뾰족뾰족한 외양을 눈길로 슬쩍 쓰다듬어 주고.

관광객도 잘 눈에 띄지 않던 어느날 오후, 금세라도 비가 꾸물댈 듯한 날씨에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

틈에서 왠지 나도, 여행자가 아니라 현지인인 양 무심하게 한번 올려다 보았다.

자유, 평등, 박애. 프랑스 삼색기에 담긴 그럴듯한 뜻도 그렇지만, 프랑스의 국가 역시 피 냄새가 가득하다.

피를 먹고 세워진, 자라난 그네들의 국가 이미지. 최소한 그 정도의 피값을 주고 기억해 내어야 나라의 기풍이

이러이러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할 만한 건덕지가 생기는 걸까.

노틀담 성당.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는 딱히 랜드마크라 할 만큼 두드러지게 높은 건물이 눈에 안 띄지만, 그래도

단연 노틀담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이 시선을 잡아끄는 거다. 자연스레 시선을 붙잡아 두는 효과.

오르세 미술관 지나는 길. 철도역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오르세 미술관 옆을 지나면 나도 모르게 언뜻 옛 서울역의

풍취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리 작지는 않은 사이즈의 도시에서 마주쳤을 법한 철도역사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었다.




문득 길 옆에서 걷는 남자를 만났다. 하얗게 친 백구가 반들거리긴 하지만, 뭐 과히 놀랍진 않다.
 
아마도 꿀두피 윤성호 덕분인 건가..

근데 아니다. 스쿠터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는 날씬한 다리하며, 살색그림 펑펑 보여주시는 웃도리하며.

탱크탑처럼 가슴께에서 바싹 쪼인 웃도리, 그리고 허벅지 윗둥치까지 올라온 몽땅한 미니스커트.

이정도는 입어줘야 상하이 패셔니스타. (날씬한 다리가 섹시하다...고 느끼면 안 되는 건가...ㄷㄷㄷ)








뭔가를 들춰내어 보겠다는 일념의 아이스께끼, 의 추억으로.

무대의 앞과 뒤가 다르듯 패스트푸드점 테이블의 윗춤과 아랫춤 풍경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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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빛 대리석으로 지어진 카루젤 개선문, 늦은 오후에 기울어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과 루브르 박물관을

오가는 사람들로 그 앞의 잔디밭은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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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하늘이 찌뿌둥둥하다는 이야기를 넘 많이 들었지만, 요새 한국날씨에 비기자면 저 하늘이 부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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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를리 정원의 녹색 '포장마차'들. 집 모양으로 빈틈없이 정돈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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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당신들을 찍으려던 건 아닌데. 더헙, 남자 손 어디 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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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이엿뉘이엿뉘엿뉘엿녓녓. 순식간에 황금빛 석양 너머로 숨어버리는 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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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어둑어둑하게 찍혀나온 사람들, 그리고 노랑빛과 검정빛으로 가득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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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혹은 야경을 보러 에펠탑에 오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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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석양이 온통 잠식해버린 서쪽 하늘 말고 다른 쪽은 아직 낮의 느낌이 살아있다. 내 드림카였던 푸조307이

90년대 엑셀처럼 꼬리를 물고 달리던 파리의 차로. 더이상 드림카가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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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젤 개선문을 다시금 일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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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이 흠뻑 담겼을 빨강장미꽃 한다발을 품고 가는 시크한 파리지앵 한 분의 긴 머리결에

살짝 설레어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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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를리 정원을 지키고 선 나신의 아가씨들에게로 눈을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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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넘흐 늘씬하시다~♡ 다리가 무슨 고무고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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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서니 비로소 아이들이 알록달록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우리의 '생각'은 통제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말하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다. J.L.Godard

오랫동안 내 방에서 나와 함께 기거했던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그 중 한마리, 기분좋게 늘어져있던 책장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펄쩍 뛰어내리더니 파삭, 하고 다리가 부러졌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일 텐데.
 

제깐에는 다리가 튼튼하다 생각했을까, 차갑고 단단한 유리가 깔린 바닥이 만만해보였을까.

얼룩무늬 고양이, 양쪽 눈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는 고사하고 작은 눈을 쳐감고 있어서 눈색깔이 뭔지도 보이지 않지만,

게다가 터키쉬고양이같이 매력적인 눈매도, 앙고라같은 길고 탐스런 털도 갖고 있지 못한 녀석이었지만, 나름
 
귀여웠는데. 게게다가 두 녀석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더할나위없이 딱, '한 쌍'이었단 말이다.

그녀석이 원래 있었던,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조심스레 놓아보았지만 뚝 끊어져 버린 다리가 험상궂다.

예전의 미묘하면서도 뭔가 귀엽던 표정도 살짝 경직되어 보이는 건...인간의 감정이입일 뿐인가.

반창고를 발랐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건 상처를 입는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니 애비다.

어렸을 때는 어서 어른이 되어 상처를 덜 입기를, 금방 치유되기를 바랐고, 어른이라고 통하는 나이가 되어선 이순신의

마음을 깨우쳤다. 내가 상처입은 걸 남에게 알리지 말라.

괜찮다고. 넌 아직 어리니까 이게 '첫 상처'겠지만, 의식을 차리고 고작 스무해 정도 살아낸 나는 이미 넝마같은 마음과

잔뜩 헤집어진 상처들을 무수히 품고 있다고. 너도 이제 '괜찮다'라는 PAINKILLER을 식후의 누룽지맛사탕처럼 다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그렇지만 어김없이-한두번쯤 입에서 굴려주곤 뱉는 규칙적인 의례에 익숙해질 거야.


그렇게 반창고를 둘둘 감아주었다.

넌 괜찮을 거야. 순결하고 완전하고 오점없는 인생을 바라던 사람들은 이미 다들 삶을 등졌으니.

차라리 일찍부터 큰 상처 하나를 안고 가는 게, 앞으로 있을 자잘한 상처들 따위에 코웃음쳐줄 힘을 주겠지.


고양이가 웃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에 나오던 체셔고양이처럼 웃음소리만 남기고 머리부터 사라지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지만, 반창고 발린 고양이, 깨졌던 다리를 다시 용케도 붙들고 있는 고양이를 보니 내게 믿음이 생겼다.

상처입었어도 다시 살아가. 책장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고양이 두 마리가 다시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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