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 성당의 건물은 +자 모양이랄까, 입구와 십자가상이 양끝에서 마주 보고 있고 그 직선상 허리켠 쯤에

양날개처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커다란 채광창이 달려있는 형태다. 그 +자의 중간, 성당의 중심부 천장엔

이런 그림이 조그맣게 올라붙어있단 사실을,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발견했을 때 혼자 속으로 많이 좋아했다.

천장에 조그맣게 그려진 저게 이런 성모자의 형상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그래서

노틀담 성당에 대한 내 첫 사진으로 임명. 별이 가득한 우주를 관장하는 그리스도와 성 마리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리를 건너 시테섬으로 건너면서 놀랬던 건, 거의 십여개에 달하는 다리를 세느강 양안으로 뻗고 있는 시테섬은

그다지 섬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 하나, 그리고 관광객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노틀담 성당에 전부 다

몰려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하나. 2층짜리 관광버스가 쉴새없이 관광객을 토해내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면에서 본 노틀담 성당의 이미지는 사실 모종의 기시감이 들 정도로 이미 익숙했다. 그렇지만 뒤에서 본 노틀담

성당은 영 딴판이어서, 마치 '대항해시대'같은 게임에서 숨겨져있던 보물같은 장소를 찾을 때 느끼는 그런

팡파레 같은 게 터지면서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코디언 부는 아저씨에게선 왠지 모를 예술혼이 느껴져서, 내 기꺼이 50상팀을 내주었다. 사실은 사진 좀 잘

찍어보려다 눈이 딱 마주치는 바람에 별 수 없었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틀담 성당은 왠지 상아를 정교하게 세공한 건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아이보리빛을 띈 건물에 촘촘하게

조각된 창문이나 정면에 선 세 개의 대문은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려서부터 성당에 나가고 세례도 받았지만은, 성당같이 '신성성'을 표하는 공간에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의도한 대로,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노래와 높은 천장으로 공명하는 울림, 그리고 어슴푸레

조여진 몇몇 창문으로 계산되어 들어오는 한줌의 햇살, 아줌마라 불러야 할지 처녀라 불러야 할지 모를 마리아와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한 사내, 혹은 아기의 형상까지. 스스로 만들어낸 분위기에 스스로 압도당하고 눌려버리는

것 같다.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진 신에게 스스로의 삶을 바치고, 인간의 역사를 내맡겨선 몇 백년간 싸움도 하고

여전히 그런 도그마에 빠져 종교분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맑스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다. 물론 맑스의 그 말은 뒤집어 생각컨대, 적절한 수준에서의 '복용'은 정신건강에도, 육체건강에도 좋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비상약으로 아편을 꿍쳐놨다가 조금씩 써먹었다는 얘기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도 놀란 것 중 하나가, 기독교 문명권에서 얼마나 다양한 표정과 모션과 메시지로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이미지가 변주되어 왔는지 하는 것. 숱한 옛 기록들을 짜맞춘 'holy book'을 그 자체 하늘의 음성으로

여기면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한 그 결과물들은, 당연히도 제각기

첨예하게 다르다. 단지 외양이나 포즈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었을지..에 대한 기대나 예측 자체가

그토록 판이한데, 과연 그들이 생각하고 호명하던 '신'이란, 과연 같은 사람 혹은 무언가였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틀담 성당 안에 있는 프랑스의 성녀, 잔 다르크. 어떤 영화에서였던가, 그녀는 신들린 반 또라이로 나왔던 걸

본 적이 있다. '신들린'이란 단어, 써놓고 보니 참 시니컬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단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이뿌다는 생각 이전에, 저기에 돌멩이 하나라도 던져서 누군가 깨뜨릴라 했다면, 그

소리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고백. 이 경건하고 웅장하고 밭은 기침소리 하나 내기도 힘든

엄숙하기 짝이 없는 성당 내로 유리조각들이 산산이 떨어져내릴 때라면, 거의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일 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사 중인 파리지앵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언젠가 한번 명동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직접 연주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시니컬한 나로서도 그 장엄함에 감동받고 말았었다. 여긴 어떨까..궁금했는데,

우연찮게도 여행을 마치기 전에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창한 바깥날씨, 왠지 밖으로 나오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여기가 내가 사는 세상, 가스펠 성가나

엄숙한 설교소리,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로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다소 칼칼하지만 신선한 공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