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 맥주. 그 중에서도 바로 기네스.


일본에 여행다닐 때도 그랬지만 맥주 공장에서 바로 시음하는 맥주만큼 맛있는 게 없었던 터라 기네스 공장은


꼭 가보려고 별렀던 터였다. 그렇게 찾아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입구에 정차해있던 굉장히 유니크한 기차 같은 자동차.


 

입장 티켓과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의 가이드 팸플릿.


티켓팅을 하고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공장 투어. 사실 이 건물 자체는 맥주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 이제는 일종의


기네스 박물관이 되어 어떻게 맥주를 만들어내는지의 전공정과 관련지식들을 전파하는 샵이 되었다.

 

 

투어의 초입,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네스 기념품샵이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념품도 많던 곳.


예컨대 이런 식으로, 맥주 병따개가 차양에 붙어있는 모자같은 걸 팔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 투어 시작. 도슨트가 함께 하는 단체 투어가 수시로 출발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자유롭게 돌아보기로.


(워낙 거센 영국 악센트 때문에 알아듣기 힘드니 지레 포기한 것도 없진 않지만, 꼭 그런 때문만은 아닌 걸로)

 

기네스 맥주의 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코뿔새..라고 하나, 왜 그 커다란 천연색 부리를 가진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중. 


 

맥주의 재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특히나 기네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오랜 세월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의 빈티지함을 잘 살려내서 마치 갤러리나 박물관에 방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기네스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이라는 마법의 이스트. 그 귀중함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금고 속에 꽁꽁


숨겨둔 채 틈새로 살짝 훔쳐보게 만드는 연출이라니. 센스쟁이들이다.

 

 

그리고 역시 좋은 맥주의 원천은 좋은 물. 물이 얼마나 맑고 훌륭한지를 보여주는 공간인데 바닥에는 온통 동전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기네스는 아서 기네스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는 것. 저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공장일 때 맥주를 발효시키고 보관했을 통들 옆구리에 안내문이나 설명글들을 적어두는 센스.

 

 

 

 

성미 급한 사람은 바로 전망대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기네스 시음을 하고 돌아선다지만, 각층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돌아볼 만한 내용들도 있는 데다가 공장을 개조해 만든 그 공간의 쓰임들만 봐도 흥미로울 듯.

 

 

 

 

 

3층이던가 4층이던가 올라가던 중간에 창밖으로 잠시 내다본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의 또다른 부분. 아마도 여기는


여전히 공장으로 작동하며 어마무시한 양의 기네스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전유럽을 커버하고 있다고 했던가. 

 

  

 

기네스 맥주를 보관하는데 쓰였던 오크통들.

 

 

 

그리고 과거에는 이렇게 커다란 선박에 오크통을 가득 싣고서 기네스 맥주를 해외로 수출했었다고 한다.

 

 

 

 

뭘까, 아마도 과거 어느 시기 기네스가 지금의 영광을 확보한 즈음 만들어진 조각상 아니려나 싶다. 


시꺼먼 재료를 다듬어 약동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도 그렇고, 왠지 기네스 수송선박에 쓰였을 법한 장식.

 

 

 

 

기네스의 상징이기도 한 하프 복원품. 

 

그리고 역대 기네스 광고에 쓰였던 여러 소재들을 한곳에 모아둔 채 명성을 얻은 광고들을 재상영해주던 공간.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가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찾아보니 이런 거다. 추운 겨울 물고기가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용이 정확히 와닿진 않지만 어쨌든 그 선뜻하리만큼 차가운 기네스의 맛은 상상이 된다.




 

 

한곳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기고 둥둥 띄워놓을 수 있도록 모니터도 크게 준비해놓고.

 

 

그리고 드디어 기네스 맥주를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곳. 그간 세네층을 돌아보며 맥주에 대한 


이야기만 실컷 듣다가 비로소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얻게 된 셈이기도 하고, 잘 따르는 법을 배운 후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제법 흥미가 동하는 곳이다. 

 

 

잘 생긴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 1) 우선 깨끗한 잔을 준비한다. 2) 45도 기울여 기네스 맥주를 받는다.


3) 90%정도만 채운 후에 맥주가 안정될 때까지 가만히 냅둔다.(대략 1분 내외) 4) 새까맣게 기네스 맥주가 안정되면


남은 10%를 마저 채운다. 5) 기네스 잔의 로고가 손님을 향하도록 잔을 전달한다. 끝!

 

신나서 맥주를 따라보는 체험자들. 한잔씩 볼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시차를 두고 따른 맥주잔들을 보니 정말


안정되어 까만 색이 우러난 맥주와 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 갈색의 맥주가 확연히 구별되는 거다. 

 

그리고 완벽하게 따라진 기네스 맥주 위에 얹힌 두툼하고 크리미한 맥주거품. 


무사히 전원 인증서를 획득하고 신나서 찍은 단체샷. 꽤나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밖에서 저렇게 사진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본인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파이널 스테이지.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기네스 맥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는 바로 그 전망대.


상상했던 것보다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아늑하다거나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지만


기네스는 무지무지 맛있었고,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도 거칠 것 없이 워낙 탁 트여있어 보기 좋았다.

 

 

일본의 맥주 공장들은 시음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마치 무슨 컨테스트에 나간 것처럼 일정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마시겠다고 무리해야 했는데, 여기는 전혀 시간제한이 없이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어 더욱 행복한 체험이었다.


그렇지만 기네스 맥주가 워낙 배가 쉬이 부르는 류의 맥주라서 고작(!) 4잔밖에 못 마신 게 아쉬웠을 따름.

 

통유리를 통해 360도 전경을 내려다보는 게 가능한,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고작해야 한 군데에서 창문가를


지키고 있는 게 최선이었던 공간에서 그래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심심치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콰하게 취해서 내려온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들어갈 때는 못 봤던 마차들이 마치 저녁시간에 강남역


택시 줄 서 있듯이 입구에 주르륵 늘어서 있었던.

 

 

 

광장에서부터 온갖 자그레브의 명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려면 손가락이 열개여도 부족하겠다. 사방팔방을 가리키는 화살표.


 옐라치치 광장으로부터 두 개의 언덕, 카프톨과 그라데츠로 뻗어나가는 오밀조밀한 골목 틈새를 비집고 늘어지는 햇살.


 

 성모승천 대성당이 삐죽 고개를 디밀고 있는 골목도 있고.


옐라치차 광장의 중심, 광장보다 움푹 들어가서 조성된 이 분수대 주변은 사람들이 층층이 앉기 참 좋게도 생겼다.


 짙은 구름이 잠시 지나고 햇볕이 내리는 그 곳은 역시나, 햇살을 즐기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명당자리.


  

 

옐라치차 광장 중앙에 선 기마상이 조그맣게 보이는 각도, 나도 질세라 분수 옆 돌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참이다.


옐라치차 왕을 기리는 기마상 앞에는 크로아티아의 국기와 꽃들, 그리고 촛불이 잔뜩 봉헌되었다. 신생국의 포스란 이런 건가.

  

 

광장 옆의 기념품 가게. 자그레브의 고유한 빨간 하트 모양의 장식품이 화려하다.

 

 이곳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더니 아예 기념품 샵들이 곳곳에 늘어섰다. 



기마상 앞을 지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은 광장일 수도 있겠지만 자그레브의 규모에 비기면 작진 않은 듯.

 

 

그리고 광장의 한켠에서 묵주니 성모상이니 등등을 팔고 계시던 분 뒤로 보이는-어디에서나 크게 눈에 띄는-저 광고는 참.




뉴욕의 명물 옐로우캡이 노란 궤적을 그리며 내달리는 거리, 네온사인 불빛들도 정신없이 흘러내리는 거리에서

 

빨간색 이층버스, 뉴욕 관광버스만 가만히 멈춘 채 반짝거리는 불빛을 온몸에 머금었다.

 

타임스퀘어에 선 사람들의 시선을 붙박는 곳, 저 현란한 네온사인을 향해 몸을 온통 돌리고 선 빨간 바지 아가씨.

 

 

 

맨하탄 시내를 내달리는 삼륜차 아저씨들. 인건비가 비싼 뉴욕인지라 이들 역시 굉장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기본요금이 인당 10달러, 블럭 하나당 인당 1달러씩 추가라니까..택시보다도 어쩜 수익은 더 나을지도.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

 

 

인디언 아저씨는 캐빈 클라인 팬티를 입으셨다지요.

 

마술사 아저씨는 아이들 앞에서 공을 사라지게 했다가 나타나게 했다가, 제법 손님을 끌고 있었고.

 

타임스퀘어의 티켓오피스, tkts라고 적힌 저 곳에서 당일 뮤지컬이나 연극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다.

 

이 분은 아예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을 하셨다. 11년 전에는 아마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하는 페리 선착장 앞에 비슷한

 

사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설마 그게 이 사람은 아니겠지. 물어볼까 하다가 저 거창한 성조기가 부담스러워서 말았다.

 

타임스퀘어에 몰려든 불나방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이 휘황한 네온사인의 성벽 안으로 몰아넣은 건 뭘까, 하다가

 

어느 구간에선가 온통 같은 곳을 바라본 채 떠날 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 거대한 스크린에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하려는 사람들. 팔을 휘젓거나 폴짝폴짝 뛰어가며 화면에

 

잡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거나 확인했거나. 한번 화면에 붙박힌 그들의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타임스퀘어의 끄트머리쯤, 슬쩍 나타나는 엠엔엠의 초콜렛왕국.

 

다시 돌아와서, 거대한 광고판과 뮤지컬 간판들이 하나하나 벽돌이 되어 커다란 성벽을 이룬 타임스퀘어 안으로.

 

유명한 장난감가게인 토이러스 앞에서 '호객행위'중인 미니마우스와 키티.

 

키티는 사춘기인가, 다소 과하게 차려입은 데다가 살짝 외로 꼬은 고개나 표정도 새침해보인다.

 

 

그리고 어디서나 풍경 한 구석에 버티고 선 경찰들. 미국을 일러 경찰국가라 칭한 사람들도 있다지만 정말,

 

이들의 위압감이나 강제력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거침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친절하지도 않고 고압적이고.

 

어느 나라 경찰이 과연 '민중의 지팡이'겠냐만은. 다만 이들의 타임스퀘어의 꺼지지 않는 밤을 지키는 건 확실하다.

 

 

 

 

 

 

 

 

왠만하면 이제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고 살려고 해도,

 

이명박근혜의 십년을 각오하고 닥치고 있으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씨밤바들아.

 

 

오죽하면 새누리당에서까지 현 정부의 입장을 비난할까.

 

이명박과 졸개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건 Korean interest가 아니라

 

아무래도 U.S. interest인 듯.

 

 

그들에게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G20같은 허장성세의 말잔치로 가오를 잡으며,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한탕 크게 해치우려는 생각 같은 것들. 무지무지 많다.

 

 

국민의 건강 나부랭이는 후순위도 한참 후순위.

 

정부가 책임져? 까고 있다.

 

 

 

 

#1. 난, 이 세상 바깥에 있다 : 블로그와 삶, 본말전도의 경계.

인터넷과 SNS가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다는 듯이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 공간으로 피와 땀이 흐르는 실재의 공간을

대체하기라도 할 듯, 왕성한 의욕으로 사진과 글을 찍어올리고 현실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 우수블로거란 칭호도

'파워블로거'란 완장도 사실 그런 터무니없는 환상을 키우는데 일조한 공으로 얻어진 것인지 모른다.


현실 세계와는 다른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공간, 이 곳에서 씌여지고 보여지는 모습들은 본인이 취사선택하여 정제한

본인 자신과 세계의 그림자일 뿐이다. 파워가 나가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하나의 가면, 그 가면을 가능한 섬세하게

꾸미고 세련되게 가꾸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꾸민다며 거울에다 공들여 화장하는 건 조금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말할 만큼 쓰잘데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조금 이 공간에 열의가 떨어지고 있는 걸 스스로 감지하며, 이 공간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나 자신을

일정 시점에 기록하고 남기는 정도로 족할 뿐인데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었던 건 아닌가 경계한다. 블로깅이란 건

삶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숱한 방식 중의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 이 세상 바깥에 있다.


#2. 난, 블로그로 밥먹고 살 거 아니다 : '싼값에 빨아주는' 블로거 취급하지 말길.

계기도 있었다. 최근 참가했던 '원자력문화재단'의 블로그기자단 이야기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말하는 알량한

'블로그 기자단'이란 건 내겐 싼값에 자기들을 '빨아줄 수 있는' 전단지 알바생들을 쓰고 있단 이미지만 남겼다. 블로거를

그저 자신들 입맛에 맞는 글을 써내고 인터넷 공간에 뿌려대는 싸구려 광고쟁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다.


그건 화내야 할 일이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이나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블로그생태계가

온통 찌라시와 내용없고 주관없는 펌글로 넘쳐난다는데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로그 공간, 아니 자신의 사적인

블로그를 그렇게 돈 몇 푼에 혹은 밥 한끼에 광고판으로 오염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분노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밥과 돈으로 글과 '여론'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천박하다 욕하기 전에, 그런 시장이 활짝 열려버린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파워블로거'니 어쩌니 명함 파고 어깨 힘주며 '대접'을 요구하는 또라이들도 많이

봤고, 블로그로 돈버는 법 어쩌구 따위 팁이랍시고 책까지 내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진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 소수는 블로그로 밥먹고 살지 모른다. 그렇지만 난 아니다.



#3. 난, 타인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 스타일대로 간다 : 댓글/추천 품앗이 '미풍양속'에 대한 생각.

물론 백인백색, 블로그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라거나 블로깅의 목적은 제각기일 거다. 누군가는 전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그들의 목적이 뭐던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그대로 존중하려 한다. 다만 그들도 모두 제각기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나 의미가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블로그를 잘 운영하려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수많은 팁중에 그런 게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댓글을 달고 매일매일 출석체크하듯 인사를 해라. 그런 강박증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서도 안된다고 생각할 뿐더러, 그런게

블로그 세계의 미풍양속이라는 식으로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일 뿐, 그들의 방식일 뿐이다.


서로 댓글과 추천을 남기며 알음알음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품앗이하는 게, 진짜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해서 포털 상단이나 인기글 상위에 랭크된 글들이 정말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고 알찬 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아닌 경우가 더욱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블로그 세계가 왜곡되고 몇몇의 영향력있는 블로거 위주로 돌아가며 좋은

컨텐츠의 좋은 블로거들이 가려지는 건 알고 보면 그런 댓글/추천 품앗이를 예의라고 강변하는 분위기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4. 파워(우수)블로거, 그게 뭐라고.

블로거를 시작한 사람들이 전부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다. 삶의 중심은 다른 곳에

둔 채 하나의 가벼운 취미활동처럼 운용할 수도 있겠고, 책이니 여행이니 특정 부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적는 공간으로

쓸 수도 있겠으며, 자신만을 위한 아카이브, 창고공간처럼 쓰는지도 모른다. 파워블로거, 그게 뭐라고.


나도 그렇다. 딱히 우수블로거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일반적으로 다른 분들이 그러듯 댓글을 많이 달거나 이웃분들에

많이 놀러다니지도 않는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여행을 많이 다니지도 못했던 거 같다. 그랬는데도 어찌 운좋게 3년째

우수블로거로 뽑힌 셈인데, 괜히 잡생각만 많아졌다. 블로그는 내게 어떤 공간인지, 블로그 세계가 내가 처음 들어온 이래

2, 3년만에 얼마나 다르게 바뀌었고 걱정스러워졌는지 따위의.


늘 그렇듯 기본은 명확하다. 나 자신을 위한, 나부터 만족시키며 놀기. 내게 블로그는 '놀이'일 뿐이다.




* 2011,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 2010,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 2009,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노무현 재임시절 모든 사람들의 입버릇이던 문장이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은 것도, 일자리가 없는 것도, 대학교육이 엉망인 것도, 집값이 폭등하는 것도, 심지어 시험성적이 떨어진 것도

전부 다 노무현 때문이라 했었다. 그러더니 그의 사후, 그는 갑자기 구름같은 추모물결을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고, 그의 재임시절은 마치 정의와 행복이 강처럼 흐르던 민주주의와 경제정의의 호시절이었다는 식으로 드라마틱한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노랑풍선이 일렁였고, 그는 (참 모호하지만) '소탈하고 정많고 정의롭던 대통령'이 되었다.


분명 노무현은 그렇게 세상만사에 대해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거나

올바른 지향점으로 여겨져야 할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한미FTA다. 2005년 6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불쑥 내지르고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내정치와 사회의 소모적이고 극단화된 형태의 분란이 끊이진 않는 건

분명히 노무현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명박을 욕하지만,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때문이다.


워낙 한미FTA와 관련한 이슈들도 많았고 논란거리들도 많았으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살짝만 짚어보면 그렇다.

협상개시 선언 후, 이른바 4대 선결문제를 미리 해결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쇠고기 수입재개 따위를 양보해버렸다.

영화계와 농민계가 반발하고 항의하자 집단이기주의네 폭력시위네 하며 수천수만의 전경을 동원해 진압해버렸었다. 정책이

결정되기 위한 사전절차로 국민 혹은 국회를 설득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그뿐인가. 한국이 미국에 비해 어떤 실익을 얻었고 양측의 실익이 균형잡혔는지조차 의문이 남는 협상 결과에 대한 투명하고

충분한 해명이 없었으며, 심지어 협정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권조차 비공개로 봉쇄하고 국회의원에게조차 제한했었다.

악명높은 독소조항이라는 몇몇 항목에 대한 비판 역시 어정쩡한 얼버무림으로 넘어가며 협박하기를, 개방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국내 경제를 선진 미국의 경제시스템으로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따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난맥상이다. 국내 여론을 수렴하지도, 한미FTA의 필요성이나 효과나 대책에 대해서 아무런 공론화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시작했고, 그런 태도 그대로 밀어붙였던 거다. 각각의 국면에서 점검하고 논의하고 의견이 모였어야 할 이슈들이

있었지만 우격다짐으로 미루기만 했던 문제들이 지금 순간에 폭발하고 있는 거다. 사실 ISD같은 조항의 유독성 여부나 의료보건

분야 등에 대한 파급효과 예측이라거나 국내 경제에 대한 효과라거나 따위를 협상이 다 끝난 다음에 따진다는 건 코미디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거다. 한미FTA 광고에 노무현이 나왔다고 많은 이들이 분개했다지만 대통령

노무현의 대표적인 '성과'였던 게 사실 아닌가.
그 공을 이어받았을 뿐인데, 이제 와서 노무현의 사람들이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대중을 '선동'해서 매국노라느니 비난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홍준표 한나라당대표가 그렇게 억울해 하는 거 아닌가.

물론 이명박이 정권을 이어받은 이후의 일들, 여전했던 불통과 불투명성 따위에 대한 비판은 올곧이 그의 몫이다.


노무현을 욕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참여정부의 동시다발적 FTA 체결 전략의 핵심이었던 '한미FTA'를 추진한 최고정치인

대통령 노무현을 욕해야 한다. 그를 밟고 넘어서지 않고서는 기껏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런 것 뿐이다. "그의 한미FTA와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 다르다고? 뭐가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한다."

그들이라고 나라 팔아먹겠다고 눈이 벌개 혈안이 되어 한미FTA를 추진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과 당시 열린우리당은 그랬나.


치졸하다. 대통령 노무현의 전반적인 공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한미FTA 추진정책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해야 이런 치졸한

항변이나 인신공격 이상의 비판을 할 수 있다. 최소한 민주당 내의 한미FTA반대파들, 그리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한 '의리'를 깨고 그의 정책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이명박에 대한 막연한 반감으로,

혹은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하는 것은 설사 그 반대가 성공한다 해도 아무 교훈도 남기지 못할 거다.


그랬을 때 우리가 얻게 될 교훈, 그리고 새로운 생각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거다. 시장과 개방, 시장개방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2005년과 2011년, 한국과 세계 경제환경은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동일한 것일까. 한국 경제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며, 그 이득은 어디로 어떻게 분배되어야 할까.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할까. 그런 방향과 가치를 정하는 과정으로 한미FTA 찬반 논의가 가야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은 물론이고 노무현도 넘어서는, 그런 인물을 발견하고 골라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단순히 인물 한명에 기대어 나라가 좌지우지되고 흔들거리는 허탈한 후진국가를 이젠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한미FTA 통과후 첨언]

허탈하다. 기껏 열심히 썼더니, MB가 순방에서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날치기를 해버리다니. 비록 통과가 되어버려

더이상 한미FTA 반대를 말하는 게 의미를 잃어버린 상황에 처하고 말았지만, 이 글의 본래 의미는 크게 손상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MB를 넘어서려면 노무현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하며, 그런 바탕에서

한미FTA에 대한 비판비난질책이 귀결될 지점이 어디인지 살펴보는 건 여전히 의미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p.s. 지금도 국회에선 강행처리를 막으려는 진보정당 의원들의 절박한 몸부림이 있었다는 속보가 떴다. 한미FTA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고성과 몸싸움을 그저 '정치싸움꾼'들의 난동으로 치부하고 손쉬운 양비론으로 빠지는 것은 피할 일이다.


p.s.2. [리뷰] 자유무역협정의 정치경제(윤영관, 인간사랑)(2007.4.19)

노무현 정권 때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던 윤영관 교수의 '국제정치경제' 수업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첫단추부터

잘못 꿰였던 정황이 조금이나마 묻어난다 싶어 첨부한다.


p.s.3. 2011년 11월 22일 오후 4시 한미FTA 비준안 국회본회의 통과.

당장 한국이 멕시코나 미국처럼 의료보험체계가 붕괴하고 사람 못살 곳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마치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속에 담긴 개구리가 조용히 삶아지듯, 그렇게 삶의 환경과 조건이

악화되지 않을까. 수년쯤 지나 문득 뒤돌아보면 어라, 생각보다 많은 게 변했구나 하는 식으로.


아울러, 한미FTA는 노무현 때문이다, 란 말에도 약간의 추가를 해야겠다.

한미FTA는 노무현과 이명박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 살기 위해?

또는 떠나기 위해?

Let's ride motorcycles!

 

평균연령 81

 

한명은 청각장애

 

한명은 암

 

세명은 심장병


모두가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


6달의 준비


13일간의 타이완 여행


1139km


북쪽에서 남쪽으로


저녁에서 낮까지


한가지 간단한 이유로


Dream


for ordinary people with extradinary dreams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그마 125, 혼다와의 제휴를 통해 혼다 마그나를 그대로 카피했던 아메리카 스타일의

위풍당당한 풍채와 더블 머플러에서 뿜어나오는 배기음은 그전까지의 국산 바이크와는 격을 달리했던 거다.

여느 125cc에 비해 큼직한 차체와 무게감은 흡사 400cc쯤 되는 할리데이비슨 같은 어메리칸 스타일의

바이크를 타는 느낌을 준달까. 느긋하게 뒤로 기대어 양손을 뻗쳐올려서는, 묵직하게 나가는 느낌.

예전에 친구 녀석의 바이크를 몇번 빌려타 본 적은 있었지만, 아예 내 차로 소유했던 건 마그마가 처음이었다.

두 대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어느 친구의 마그마를 보며 불끈 맘이 동했던 시절.

그렇게 업어왔던 마그마 녀석, 남들 다 그러듯 핸들에 걸어둔 하이바를 누군가 들고가 버려서.

결국 돌아오지도 않았고, 하얀 공백 언저리에는 여기에 주차하지 말라는 협박성 멘트만 적혀 있었다.

그렇게 친구로부터 친구의 신분증 사본, 도장이 찍힌 '자동차양도증명서'와 '폐지증명서'를 건네 받고서

내 앞으로 등록한 최초의 오토바이이자 최초의 자동차. 번호도 참 좋았다.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번호.

왼손으로 클러치를 조절하며 왼발로 기어를 조작하는 매뉴얼 바이크인지라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북악스카이웨이니 여의도니 서울 시내는 물론이고 하남, 그너머 남양주까지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결국

맘에 계속 두고 있었던 춘천 여행은 불발되고 말았다.

그래도 겸겸 2급 소형면허를 따놓겠다 해서 250cc 미라지를 몰고 맹렬하게 출발했으나 똑 떨어지고.

125cc를 넘는 오토바이를 위한 2종소형면허시험 가이드.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다른 주인에게 넘기기 전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세차해주고 기념사진. 계절 세개를

함께 보내고 매뉴얼 바이크의 손맛에 매료되어 버렸던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좀더 업그레이드된 기종으로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앞에 불룩 튀어나온 헤드라이트로 둥글게 모아지던 풍경들이 휙휙 지나갈 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거리들이 함께 날라갔던지. 일반 자동차는 물론이고 뚜껑없는 차로도 느끼기 쉽지 않은 바람, 공기, 그리고

햇살이 뿌려지는 느낌까지.

그러고 보면 스티브 잡스도 바이크를 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생의 활력을 찾았다는 기사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전세계가 애도 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옛 사진들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는 사진으로, 당시로서도 구형이었던 BMW R60/2 이다.

당시 그는 모터사이클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으며, 애플 컴퓨터 개발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다.

훗날 나이를 들어서도 팔지 않고 집안에 모셔 두었다고 하니 그의 인생에서 모터사이클 역시 한 부분을 차지했음이 느껴진다.

(기사 : GETTER 1) "

오토바이를 운전한다는 건 어쩌면 자동차 운전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주의를 요하는 고급 스킬일지도

모르겠다. 조심해서 운전하는 건 물론, 언제 어디서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늘 신경을

바싹 세워 방어운전을 해야 하는 거다. 한번이라도 사고가 나면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으니 지금 이시간에도

오토바이 타는 분들은 모쪼록 조심해서 안전하게 라이딩 즐기시기를.



* 안전한 오토바이 타는 방법 : http://www.bama.co.kr/xe/?document_srl=13523


* 자동차 양도증명서 양식 :




* 19세 이하에게 유해한 정보(사진 등)가 포함되어 있다 하여 강제 비공개처리된 후, 약간의 수정과

사진 자체 검열을 통해 재발행하는 '유르겐 텔러' 사진전. 그의 전시는 19금이 아니었다.



대림미술관의 전시를 언젠가부터 빠짐없이 보고 있다. 최근만 해도 폴스미스, 디터람스, 이번에

유르겐텔러의 전시까지. 그는 무려 10년동안 마크 제이콥스의 광고사진을 찍기도 하고 각종

다큐멘터리 작업도 하는 등, 딱히 상업사진가라거나 예술사진가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에

포섭되는 인물은 아닌 거다. 원래 전시를 보러가서 작품을 찍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의 사진들을 보며 내가 다시 재촬영하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생겨버렸다. 

유르겐텔러의 이번 전시회, 'Touch Me'를 소개하는 브로슈어의 소개된 두장의 그림은

위의 마크제이콥스 광고사진과 이 문어 사진. 아마도 마크제이콥스의 상품들을 탐닉하다못해

쇼핑백 안에까지 박박 긁어들어간 빅토리아 베컴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한 첫째 사진과

침대 위에서 여덟개의 다리를 흐느적대며 쉼없이 꼬아대는 문어를 보여주는 두번째 사진은

묘하게 겹치는 구석이 있는 거 같다. 침대 위 문어는 굉장히 섹슈얼하면서도 강렬한 느낌. 



(사진)


그의 사진들은 거침이 없다. 주저없이 드러내고 거침없이 희롱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는

임신한 부인의 만삭의 배 위로 자신의 성기를 드리운 채 사진을 찍는다. 그의 몸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그는 스스로 포토그래퍼의 '권력'을 내려놓고 피사체로 평등해지는 건 아닐까.

 

(사진)

여성 모델이 그럴듯한 그랜드 피아노에서 연주를 하는 사이, 그는 또다시 옷을 벗고 피아노

위에 올라가 넓은 등판을 통해 피아노 소리를, 울림을 듣고 있다. 자신의 적나라한 신체를

아낌없이 보여주면서, 귀로 듣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듣는다는 게 어떤 건지를 보여주려는 듯.



(사진)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 사진은 어린아이의 돌사진 같은 포즈를 요청하여 찍은 것이란다.

비슷한 포즈, 비슷한 표정이라지만 너무도 이질적이고 위화감마저 조성되는 풍경, 아마도 그는

이런 식의 불편함을 불러일으키고 좋아하는 건 아니려나. 뭔가 쿨하게 드러내고 표현에 거침없다

싶으면서도, 그의 사진은 은유와 유머가 가득하단 느낌이다.

아무래도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가 바라는 건 그런 거 아닐까. 이미 잔뜩 소모되고 익숙해져버린

풍경에서 뭔가 새로운 느낌, 낯선 시선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이런 사진인 거다.

지상에 존재할까 싶은 생명체의 모습같기도 하고, 영화 '괴물'에 나왔던 녀석의 모형같기도 하고,

그런데 알고 보면 바나나를 긴 혀로 휘감아 삼키려드는 순간의 코끼리였다는 반전.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touch me', 그 제목은 사실 이 사진 어디엔가 숨어있는 그 문구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터치 미. 옷을 전부 챙겨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팬티만 입은 한 남자가 다소

멍하고 방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의 팬티에 그려진 손모양과 간단한 문구.

묘한 광기가 떠도는 듯한 눈빛 위로 거꾸로 쓴 왕관, 길가의 가로수 나무라도 꺽은 듯 엉성하고

약해보이지만 구부정한 자세를 용케도 버텨주는 나무지팡이, 옆에 변기와 맞물려 왠지 냄새나고

더러운 오물일 거라 짐작-기대되는 거뭇거뭇한 흔적들이 묻는 그의 몸. 


(사진)


그녀의 강렬한 눈빛에 이끌렸던 시선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츰 내려가는 순간, 또다른 눈이 하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외설적인 느낌보다는, 활짝 열린 그곳으로부터 도리어 관찰당하는 느낌.

엄마아, 엄마아, 엉덩이가 뜨거워. 정도? 다큰 성인의 몸뚱이라지만 다 벗은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한없이 유약하고 부드럽고, 또 추워 보이는 거다. 난로를 들이대니 오히려 더

추워보이는 느낌이 더해진 걸까.

저런 생생한 표정, 맥주가 터져서 거품이 질질 흐르는 순간이다.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입을

벌린 채 병을 쥐곤 (공교롭게도) 그의 노쇠한 성기가 있을 위치에서 두 손이 굳었고, 할머니는

그야말로 경악하며 한 손으로 그 광경을 가리려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림미술관 2층, 3층을 한 바퀴 돌고, 몇몇 맘에 들던 작품들 다시 한번 보고 나서 도착한 곳은

유르겐 텔러와 함께 작업했던 모델, 유명인들이 그에게 던진 질문들이 벽면 가득 적혀있던

미디어룸. 원래는 하나하나 답하려 했다고 하나, 무려 102개의 질문이라 그러지 못해 미안하단

유르겐의 쪽지가 가운데에 적혀있었지만 질문들이 전부 유르겐을 비춰주는 거울 같아서

찬찬히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1층에 전시되어 있던 유르겐 텔러의 그 거대한 쇼핑백. 사람들에게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하는

저 쇼핑백 뒤에서 해보고 싶던 건 사실 물구나무를 서던가 해서 다리 두개만 번쩍 노출시키는

거였는데. 보는 눈이 많아서 참았다..랄까. 여하간, 사진을 나도 저렇게 멋지게 찍고 싶다고

잔뜩 파이팅을 충전해서 돌아왔던 전시였다. (2011. 4. 15 - 7. 31, 대림미술관)





길을 걷다가 문득 이상한 광고 같은 걸 발견했다. 서울시의 상징이라는 해태가 몸을 뒤틀고 있는

정류장 옆으로 서울시가 표준화한 구둣방 한쪽벽에 붙어있었다. 아직 몇 걸음 앞에 있던 풍경,

뭔지 뚜렷이 보이진 않지만 왠 금빛 동상같은 형체 옆으로 어렴풋한 세 글자는 분명 표.창.장.

헉. 정말 허걱이다. 표창장 맞다. 직장인 여러분에게 서울특별시가 주는 표창장이랜다. 상장 모양의

광고에는 심지어 서울특별시의 휘장까지 금박으로 박혀서 레알 표창장의 흉내를 제대로 냈다.

직장인 여러분에게 서울시의 빛나는 영광을 돌린다니,  대체 무슨 영광이고 뭘 표창하나 했더니

그놈의 G20이다.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마냥.

표창장 문구 왼쪽에 그려진 건 상패라고 해야 하나, '위대한 서울시민상'이란 간질거리는 이름도

이름이지만, 황금빛 번쩍이는 직장인이 겉옷을 벗고 둘러멘채 가방을 든 모습도 왠지 비장하고

의연하고 영웅적으로 보이는 게 굉장히 간질간질하다. 


서울시가 직장인 여러분에게 (언제 줬는지도 모르게) 주는 상패에 담긴 문구.

"직장인 여러분, 여러분은 서울시를 세계가 놀랄만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도시로 만들어주셨기에

이에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시민'으로 임명합니다."


G20 준비한다며 오바육바 떨어가며 온갖 불편을 끼쳐대고 과잉대응을 해대더니, 순식간에

잊혀져버린 성과없는 말잔치라기엔 뭔가 아쉬웠던 걸까. 이런 식의 광고라니. 왜 하필 '직장인'만

대상으로 주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비직장인들은, 특히나 수능까지 늦췄던 학생들은.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들한테는 안 감사한가. 이왕임 그들 앞으로도 하나 만들어서 도시 곳곳에

나부끼는 건 어떨지. 이력서 경력에 한줄 적도록. 수훈사항, 서울시에서 '위대한 서울시민상' 받음.



허수아비춤 - 10점
조정래 지음/문학의문학

#0.

올해도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대두되었다가 끝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

버렸다며 언론에서 아쉬워하는 투의 기사를 많이 봤다. 한편 페루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은 페루의

광부들이 애송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꽤나 크다며,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탔으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널리 읽히게 되었을 거라는 식의 기사도 있었다. 으응? 뭔가 이상하다. 노벨문학상을 타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널리 사랑받는 좋은 작품이라 노벨문학상을 타는 거 아닌가.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도 여느 다른 상들처럼 세속의 일들에서 자유로운 채 그야말로

'순수한 판단'의 결과만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수상을 둘러싸고 정치적 고려나 호감도나 금전적인 로비까지도

왔다갔다 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 너무 음험한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노벨문학상을 타고 나면 실제로

꽤나 그럴듯한 후광을 덧붙이게 되는 셈이고 그건 곧바로 책의 판매부수와 직결되어 '사랑'받게 될 거다.

(어쩌면 그때쯤엔 나도 고은 시인의 '만인보'라거나 다른 시들을 비로소 찾아서 읽게 될지도.)


#1.

전세계의 작품들을 두고 그해의 가장 걸출한 작품을 선정하는 노벨문학상 이외에, 작품에 덕지덕지 붙여줄

수 있는 조금은 가볍지만 효과는 못지않은 '후광'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뭔가 소란스런 이슈를 만들어내는

노이즈 마케팅이 후광을 만들기 위한 비교적 최신 유행의 '광원'이라면, 워낙 익숙해져 버려서 새삼 이야기하기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광원은 역시 광고일 거다. 약간의 변종으로는 리뷰기사나 인터뷰기사 따위의 형태를

빙자해 책을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들이 있을 거고.


'삼성을 생각하다'라는 책이 광고시장에서 무식하게 밀쳐지면서 도리어 예기치 못한 광고없는 광고효과,

후광을 얻었던 사실 이외에는 딱히 그로부터 예외라 할 만한 사례를 들기가 어려운 거 같다. 대부분은, 광고가

많이 되고 노출이 많이 되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 책들이다. 어줍잖은 고만고만한 소설들, 변주를

거듭하는 자기계발서 나부랭이들, 여행블로그보다 못하기 십상인 허술한 여행서적들..정말이지 그 책을

만들겠다며 벌목된 나무들에 미안할 지경인 책들이 범람하고 있으니 광고의 효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2.

조정래는 어떤가. 그의 전작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은 어땠던가. 피식민 시기, 한국전쟁기, 산업화의 시기를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소설화했던 그의 작품들은 늘 어김없이 누군가로부터 '위험물'의 딱지가 붙었고

소설의 형태를 빌어 '좌경화', 혹은 '의식화'를 꾀한다는 일부의 비난마저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딱히

광고를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시대착오적인 '금서' 목록에 올라있다더라 식의 노이즈 마케팅에 엮이기도 하면서

그 책들은 그나마도 꾸준히 팔려나갔다고 알고 있다.


허수아비춤은 어떤가, 비로소 묻는다. 조정래 정도의 작가가 꽤나 오랜만에 써낸 소설인데 너무 조용해서 하는

말이다. 그가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드디어 2010년 현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셈이니 그 의미도 심상하진

않을 테니 하는 말이다. 그의 신작 발표회에 불편한 얼굴로 왔다갔다는 찌라시 언론의 문화부 기자들이 작정한 듯

침묵을 지키거나 딴지를 걸어 그의 소설에 대해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해버리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과잉반응인 걸까. 의도적인 무시 속에 그의 소설이 조용히 묻혀버리고 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들은 점점 '지금 여기'의 '살아있는 권력'이 날뛰는 시대로 조여들어온 건 아닐까 싶다.

조금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비판할 수 있는 친일파 문제에서부터 그는 조금씩 난이도가 높은 세력,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세력들로 초점을 옮겨왔고, 그런 비판정신은 곧 한국 현대사의 핵심 모순들을 관통하며 오늘날에

와닿는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참 쉽게 읽힌다. 이미 너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인 거다. 기업을 자기 개인의

커다란 지갑처럼 생각하는 기업의 총수, 정관계에 고루 뿌려지는 떡밥 혹은 보험료의 용의주도한 전달 방법,

기업군을 가능한 세금을 물지 않고 통째로 세습하려는 철저한 사전 준비, 결국, 민주화되었다는 시대에 여전히

북조선스럽고 중세적인 '왕'을 모시는 기업을 고수하려 사회 시스템 곳곳에 돈지랄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소설을 쓰기 참 쉬웠겠다, 고 읽던 중간에 생각했었다. 이건 뭐, 소재에서 뭔가 극적이고 흥미로울 만한 걸 더 더할

것도 없으니. 건물 깊숙히 감춰져 회장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금고, 골프가방과 사과박스에 차곡히 쟁여진 돈다발,

어느새 대기업 앞에서 몽창 썩어버린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 집요한 노조파괴공작과 김일성 일가에 버금가는

부자세습의 욕망, 그저 요 몇 년간, 누구 말마따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그 이래의 몇 년간의 사건들을 슬쩍

일별하기만 하면 그냥 그대로가 드라마틱하고 숨가쁜 소설 하나가 될 거 같은 거다.


그치만 끝장을 넘길 때쯤, 돌이켜 생각하니 조정래가 더하려 한 건, 그리고 실제로 이 소설이 쓰여지는 의미를

다하기 위해 더해져야 할 건 자극이 아니라 각성이었다. 누가 모르나. 지금 재벌들이 세상에 두려울 거 없이 나대며

전횡을 부리고 있어서 상식이 벌떡 뒤집어져 버렸다는 거. 말도 안 되고 어이도 없는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뉴스에서 흘러나오며 건전하게 사는 사람들만 병신 만들고 있다는 거. 울컥울컥,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도 혈압이

솟을만큼의 자극은 넘쳐 나는 세상인 거다. 그래서, 혹여 왜 더 소설적으로 매만지고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냐고

작가를 추궁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겠다. 이미 현실속에서 그들의 전횡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고.


그의 책은, 그런 점에서 차라리 오늘의 기록이다. 책의 띠지에 둘려있듯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청사진이 요구되는 오늘의 문제적 상황을 응집해 보여주고 있다. 선정적이고 더러는 의도적인

곁가지치기와 물흐리기의 이야기들은 말고, 그들의 언론과 그들의 권력이 찌끄려대는 '광고'는 말고, 무엇을

대면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보여주는 있는 거 같다. 그게 현대사 100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의 소설에서 

정면으로 대결했던 시대의 모순들이 켜켜이 누적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끝판왕.


#3.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처럼, 이 책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야 할 정당한 관심과

추천사들을 받지 못한 채 적대적인 시선과 의도적인 무시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건 도리어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겨눈 칼 끝이 제대로 그들의 심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 [삼성을 생각한다] 망각되길 거부하는 범죄자의 최후고백.



P.S. 끝판왕인 줄 알고 해치우고 나면 쓰러진 괴물의 비대한 몸뚱이 속에서 뭔가 새롭게 진화한, 더 쎈 녀석이 톡

튀어나와 다음 판으로 도망가곤 하는 게 온갖 게임들의 법칙이다. 끝판왕인 줄 알았지만 늘 속아 넘어간 채

다음 판에서의 승리를 기약하는, 마치 치토스의 '언젠간 먹고 말 거야'라는 멘트처럼, '지금 여기'의 끝판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일 거다.


#1.

대학신문 쪽에서 2학기 개강호에 회사 광고를 실어달라며 컨택이 왔다. 

인지도 못 올려서 안달난 회사도 아니고, 광고라니 뜬금없다 싶었는데 갑자기 1면에 커다랗게 광고를 싣기로.

G20 정상회의 및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개최를 기원한다는.


후배들의 반응이 대략 두 종류로 갈릴 텐데 두가지 경우의 수 모두 부끄럽다.

저 쓰잘데기없는 대가리들 말잔치갖고 지랄을 트는구나. 일번.

우리나라가 '지구촌 유지'의 일원이 되고 개최국이 되었다니 뿌듯하구나. 이번.


일번은 내가 부끄럽고, 이번은-이번처럼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그들이 부끄러워지겠지.

정말 그렇다. G20 따위 말의 성찬만 벌어지는 행사 때문에 수능도 미루고, 택시기사들 두발검사도 하고,

온갖 광고를 통해 '국론 통일'을 기하는 그들의 정치적 의도와 유치하고 천박한 동원방식이라니.


하아..짱난다. 대학신문은 재정도 부족치는 않을 텐데 광고 유치에 있어서도 좀 걸러서 받지. 제길.



#2.


어제는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초청 오찬행사에 갔었다.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오찬,

왕의 형님, 상왕, 이상득 의원은 전날 본인이 만찬도 주재했다더니 여기 오찬에도 왔었고, 청와대에서 있었던

만찬까지 빠지질 않았다. 자원외교의 선봉장이란 이미지가 그에게 그만큼 절실한 거겠고, 굳이 볼리비아

리튬 자원의 중요성을 폄하할 생각도 없지만, 공석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일러 '동생'이라 칭하는 그런 사람의

맨파워에 기대어 우리나라 자원외교를 하기엔, 너무도 불연속적이고 불안하기만 하다.


개인의 공과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할 텐데, 송민순 전장관이 격하게 비판한 것처럼 지금 정부의

외교는 사실상 외교가 아니다. 대강의 정책도 없고, 일관성도 없으며, 나름의 레버리지를 활용하겠다는 것도

없으니. '자원외교'도 이상득 일개인의 공적이 아니라 한국외교 전체의 공적이 되어야 하는 거다.


볼리비아엔 리튬만 있는 게 아니다. 전력 생산이나 광물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국유화를 통한 수익의 국가적

환원을 꾀하는 '빨갱이식 정책', 노인복지 및 학자금 지원확대를 통한 적극적 내수진작책까지. 자원만 빼먹을

생각말고 이런 아이디어를 배우는 건 어떨지.






오늘 시청앞에서 뜬금없이 마주쳤던 말과 포도대장 아저씨, 옆에는 버스가 씽씽 달리고 있는데 요 잘생긴

말들은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는지 잔뜩 겁먹은 표정이다.

이번 월드컵, 사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그다지 마뜩찮다. 축구에 평소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닌데다가

사실 별로 긴장감도 없고 스릴도 없는 경기를 두시간여 멍하니 지켜봐야 한다는 건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갈수록 그 'Reds'들이 대기업에 놀아난다는 느낌. 처음 2002년에 거리를 그들이 접수했을 때만 해도

오, 이건 뭘까 멋지다~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점점 상업화되고 대기업의 도구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하여

'대한민국은 샤우팅입니다' 요 짧은 문장 하나에서 맘에 안드는 글자가 무려 일곱글자나 된다.

우야튼, 교보빌딩 앞을 지나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 교보빌딩이 포장중이었다.

아직 어떤 문장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대들의 함성으로 승리를 두드려라' 정도 되려나. 홍명보

형님이 활짝 웃고 있는 오른쪽의 그림은 열심히 건물 외벽에 부착작업 중이었다.

참 고생이시구나, 싶었다. 늘 여길 지날 때면 교보빌딩 외벽에 적힌 몇마디 촌철살인의 문구들이 참 좋았는데

저기도 월드컵 열풍을 빗겨나가지는 못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사실 난 차라리 SBS가 월드컵

중계를 독점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개자식들이 사건사고를 안 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채널에서는 그래도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무기력하게나마 이야기해주겠지.





PENTAX라고 너무 굉장히 몹시 크게 써박힌 스트랩을 어깨걸고 덜렁덜렁 다닐 때마다, 살짝 내가 광고판이

되어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옷이나 가방에도 크게 라벨 붙어있는 걸 기피하는 내가 근 육개월, 그런 스트랩을

참아내고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건 꽤나 칭찬할 만한 근성이었다. PENTAX가 아니라 PTX쯤으로 보이도록

손에다 칭칭 감고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건, 빨간 색 스트랩을 조르기1회 하여 선물로 받고 말았다. 걸어다니는 광고판 탈출.


드디어, 구글에서 수표가 왔다. 4월중에 100달러를 넘어섰고, 5월말에 발송된다는 것까지 알고 기다리다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도착했다. 무려 캐나다에서 온 우편물이다.

음..말하자면, 이 수표는 구글 애드센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수입인 거다. 질문 있으면 저쪽에 문의하라는데,

딱히 다른 질문은 없고...대체 왜 이리도 돈이 찔끔찔끔 쌓이냐는.

딱히 뭔가 백달러를 지급받으면 해야겠다, 고 생각한 건 없었다. 그런지라 더욱 이 연두빛 수표가 배불러 보이는지도.

그치만 요새같이 환율이 엉망이어서야. 언제 바꿀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그전에 이 돈갖고 뭘 할 지부터.


1) DSLR 지르는데 보탠다.(여전히 제 카메라는 고작 하이-엔드급 CANON S5 IS.)

2) 색소폰 사는데 보탠다.(Music is my life~랄까..ㅋ)

3) 이번달 왠지 벌써부터 엥꼬가 나다못해 마이너스로 치닫는 재정에 녹여넣는다.(월급날=용돈날은 20일..ㅜ)

4) 음......여름휴가비에 녹인다...?(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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