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영화스타그램 막 핫하게 사람들이 찾는 건 피하고 싶은 묘한 심리가 있다. 덕분에 이제야 보게 된 영화, 동주.

언제고 세상이 순탄했냐만은, 개인의 삶이 본인 맘먹은대로 순탄하게 흘러가리라 믿는 것까진 아니라 해도 이토록 방해받은 삶이라니. 시를 쓰는 것도, 시인이 되려 한 것도, 그 와중에 시가 그저 본능처럼 쓰여지는 것도 모두 부끄러워 해야 하는 동주의 삶.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곤 해도, 역시 부끄러울 수 밖에 없는 거다.

순수냐 참여냐, 이 해묵은 논점에 대한 동주와 몽규의 언쟁은 전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데가 있었다. 문학으로의 도피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언제는 이념이나 사상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더냐는. 그거야말로 시류에의 영합 아니냐는 이야기는 특히나 한국 현대사에 대보자면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 영화는 어쩌면 동주와 몽규의 로맨스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무리려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함께 하고픈 애절한 마음과 구태여 발동시키곤 했던 어깃장까지.

위 짤방에 있는 한글을 그대로 타이핑해주시는 분들께 선착순으로 초대장 배포합니다~* (로봇과 알파고를 피하기 위한 필터링 차원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초대장 받으실 이메일 주소도 잊지 마시구요, 감사합니다!



당진의 아미미술관, 영화나 드라마촬영, 최근에는 웨딩 셀프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곳이다. 

조그마한 시골 폐교를 그대로 살려서 지역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정말 구석구석 애정어린 손길이 담뿍 묻어있는 것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2016년 4월, 제주도. 비자림과 모슬포항, 가파도 청보리 축제까지 둘러봤던 짧은 여행. 들고 갔던 펜탁스 필카로 찍은 한 롤.































사진 속 동물의 이름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선착순으로 티스토리 초대장을 발송해 드립니다!


(ex. 꼴뚜기, xxx@xxx.com)



감사합니다~*






4월, 문래동 철공단지 예술지구를 둘러보기 전 문래역 근처의 공원을 한 바퀴. 


벚꽃이 한참 만개해서 봄바람에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나뒹구는 그런 시점의 벚꽃샷들.


Pentax SuperProgram + A렌즈 50/F1.4







흑백필름의 담백함도 맘에 들지만 적당히 거칠면서도 보드라운 느낌의 그레인이 참 매력적인 듯.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샌디에고. 일년내내 따뜻한 기후와 태평양을 옆에 끼고 아름다운 해변가를 품은 깨끗한 도시는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거스 등 미국 서부해안을 따라 숨가쁘게 내려오던 지난 여행의 종착지로 삼았던 샌디에고, 내게는 라호야 해변에서 마주친 커다란 물개들과 자유로운 누드비치의 따사롭던 햇살로 남아있는 곳이다. 언제고 꼭 한번 다시 가서 좀더 오래, 좀더 여유롭게 그 햇살과 바람과 바다를 즐기다 오고 싶은 곳.











캘리포니아 남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 중의 하나라는 샌디에고의 라호야 비치, 그리고 그 보석같은 해안 중에서도 특히나 영롱하게 빛나는 해변인 블랙비치(샌디에고의 누드비치, 블랙비치(Black's Beach)), 동물원과 미술관을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녹색의 발보아공원,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늘어선 가운데 버티고 섰던 해양박물관(샌디에고 해양박물관, 동해를 휘젓던 구소련 잠수함의 휴식처.) 등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명소들만 해도 이박삼일 코스를 짜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렇지만 육즙이 줄줄 흐르던 버거가 너무나도 맛있었던 다운타운의 골목들이라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집집마다 공들여 치장해둔 반짝이 장식들이라거나, 그런 소도시의 일상이 정겹게 느껴졌던 걸 떠올리면 그저 이름 모를 스트리트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그렇게 샌디에고의 정취를 흠뻑 맛보고 다른 이들과 많이 나누기 위해서라면 역시 숙소를 어떻게 잡는지가 결정적인 포인트! 샌디에고같은 미국내 중소도시에서 숙소를 잡을 때 크게 세가지를 꼭 고려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1) 현지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지. 왜냐하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 말고 중소도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가이드북도 부실하고 사전에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얻는 것이 훨씬 알차고 유용한 정보가 많았더랬다. 2) 교통이 편리한지. 대중교통이 그리 편하지 않은 미국의 중소도시에서 숙소의 위치는 여행 전체의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3) 새로운 친구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는 특히나 여행 친구를 만나거나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자연스레 뒤섞이며 맥주 한 병 부딪히는 것만으로 힘을 얻기도 하고 귀중한 추억을 만들 수도 있으니깐.


그런 점에서 내가 머물렀던 USA Hostels San Diego는 굉장히 맘에 들었던 숙소였다. 우선 교통의 요지인 다운타운 중심가에 위치하여 버스나 셔틀버스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그랬고, 대부분의 명소에는 걸어서 갈 수 있을만큼 가깝다는 점이 먼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4인/6인 혼성 도미토리룸이라 누구랑 함께 지내게 될지 기대감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로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과 같은 방을 쓰며 여행 정보도 나누고 같이 일정을 짜보기도 하는 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6인용 여성전용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성분들이 안심하고 쓰기에도 편리하다) 


그냥 알아서 쉽게 친해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타코&마가리타 나이트라거나 펍 나이트 같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깔아주어서 더욱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멍석을 깔아놔도 쭈뼛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판에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지. 



*USA Hostels San Diego 바로가기

 


USA Hostels San Diego를 찾은 건 hostelworld(http://www.korean.hostelworld.com/)를 통해서였는데, 여기에서 찾아본 USA Hostels San Diego의 소개를 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곳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호스텔에 대한 자세한 소개 내용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투숙했던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리뷰가 벌써 1600여개에 육박할 만큼 쌓여있어 아**라거나 기타 호텔예약사이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비용 가치(말하자면 '가성비'란 개념과 똑떨어지는), 보안, 위치, 직원, 분위기, 청결, 시설에 이르는 세부 항목들에 대한 만족도와 전체 평점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다른 곳들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호스텔월드홈페이지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혼자가 아니라도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좀 경쾌하게 놀고 싶은 여행이라면, 한번 호스텔월드에 들어가서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1인실도 있고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행 컨셉과 예산에 맞추어 계획을 짜보는 건 어떨까. 여행의 재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 만끽하는 법이라는데, 호스텔월드에서 전세계 170여개국의 숙소를 한번 탐방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각별한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거라 추천하고 싶다.



* 본 포스팅은 '호스텔월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한남동에 뭔가 새롭게 미술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찾아가본 디뮤지엄. 알고 보니 대림미술관의 분관이랄까.


대림미술관과 함께 디멤버십 카드로 전시나 강연을 찾아볼 수 있다. 개관 특별전은 9개의 개별 방을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 채운


9개의 빛에 대한 내용, 공간을 채우는 빛의 질감이나 색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중인지라 흥미가 확 돋는 전시였다.


1번방부터 9번방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가 반복될 때마다, 단순히 빛의 궤적만이 존재하던 방에 소리가, 색감이, 그리고


움직임 더해졌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은 여기. 하얀 조명이 살짝 굽어있을 뿐인데, 바람에 사정없이 휘날리는 하얀


A4용지 보고서더미 같은 후련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빨강색, 노란색, 파란색의 삼원색 조명을 쏘아서 형상을 강렬하게 일그러뜨렸던 이 방도 재미있었고.


단순한 조형물에서 뻗어나간 세가지 빛깔의 그림자가 마구 뒤섞이면서 저렇게 비현실적인 실루엣과 색감을 만들어낸다.


한켠에는 이렇게 삼색으로 뒤섞이는 그림자도. 


빛과 조형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텅빈 공간이 이렇게 깊숙한 숲길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반사에 반사를 거듭해서


켜켜이 쌓인 그림자가 그대로 나뭇잎이 되고 덤불이 되어버렸다.


혹은 이런 류의 비현실적인 색감도 맛볼 수 있는 방이 있다. 온통 새하얀 방, 신발조차 커버를 씌우고 들어가야 하는 그 방에는 


세개의 칸막이로 적당히 가려진 불빛이 천장에 매달린 정사각면체들의 면면과 벽면을 몽환적인 색감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이 커다란 조형물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조명을 받아 변화무쌍한 근육을 뽐내는 모습까지. 사실 이 방이 두번째였던가 했지만.



아무런 필터나 효과를 더하지 않고도, 오로지 조명 만으로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아홉 개의 방을 하나씩 


방문하며 실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감천문화마을 입구에서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다른쪽으로 향하는 안내판이 현대적으로다가, 이쁘게 잘 꾸며져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컨셉으로 포장하려 한 걸까 싶어서 돌아보려다가, 


말그대로 일제시대 공동묘지였던 이구역 일대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아마도 해방즈음) 부족한 건축자재


대신 비석을 갖고 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이 여전히 선연한 곳이라는 이야기에 다소간 기가 질려버렸다. 


감천마을처럼 지대가 높고 경사가 가파른 동네, 멀찍이 부산항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정도다. 


비석문화마을은 그냥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살짝 맛만 보는 정도로 돌아보려는데,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골목을 따라오라 유혹하는 스킬이 아주그냥, 장난이 아니다.



문득 눈길을 돌린 곳에서 발견한 풋풋한 낙서 하나가 마음을 좀 가볍게 해줬달까. 이쁜 사랑하세요.ㅋ


낡고 오랜 자취라고 모두 '문화'라거나 '관광자원'이 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엄연한 터전을 막무가내로


외지인들에게 개방하는 건, 게다가 '어렵고 힘들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라는 듯한 뉘앙스로 현재를 사는 이들의


공간을 포장하는 건 모두에게 수치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런 식의 해석과 독법을 쥐어준 산동네 관광이라니.


에라, 생각할수록 불편하고 답답하니 나는 그냥 고양이 뒤나 쫓아다니기로.



도망칠 듯 말듯 하더니 한걸음 앞에서 종종걸음치던 녀석은, 어느 집앞에 내어진 밥그릇 앞에 멈췄다.


그 밥그릇의 온기만큼 녀석은 사람을 따랐던 거겠구나.


그리고 어디선가, 낑낑거리던 강아지 녀석의 소리만 들리고 모습이 안 보이길래 한참 찾다가 이층 창문에서 찾았다.


내려와서 같이 놀고 싶은 눈치가 한가득.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건, 다른 유럽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꽃이다.


 

 

   

그냥 구글맵을 슬쩍슬쩍 곁눈질해가며 내키는 대로 걷는 길, 저 건물들이 뭔지 몰라도, 이름이나 역사를 몰라도 나름의 운치는 충분하다.


 

 

 

 

그렇게 이처럼 선명한 빛깔로 칠해진 성에 닿았다.

 

 


밤새 파도소리에 귀기울이다 까무룩 잠이 들고는, 어느새 아침. 주인아저씨는 아예 집을 맡긴 채로 옆섬에 마실가시고.


나머지 섬을 한바퀴 돌아보며 설렁설렁 산책하고 뭍으로 나가기로 했다.




언제부터 저기에 방치되었던 건지, 온통 초록 풀떼기에 점령당해버린 봉고차.



조그마한 승봉분교도 구경해보고. 낮은 이층짜리 건물의 따끈한 현관문 앞에는 초등학교 때 했던 실험, 흙과 물에


각기 온도계를 꼽아놓고 어느쪽에 더 온도가 높이 올라가나를 체크하는 (아마도) 실험이 진행중.


간소한 골대와 손바닥만한 운동장. 그렇지만 학교 밖이 온통 놀이터일 테니 어쩌면 운동장은 승봉도 섬만하겠구나.



아직 여물지 않은 논을 보면 꼭 어느 농촌같은데, 이렇게 보트 몇대가 정박된 풍경 덕분에 섬이라는 게 새삼 실감.


조금씩 정비중인 수변공원이랑 산책로도 있고.


하릴없이 바닷바람에 시달리다 온통 빛바래고 허물어져버린 어느 횟집의 메뉴판도 있고.


뭍이나 다른 섬들과 이어지는 유일한 창구인 항구의 한적한 풍경.



작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성당, 앞마당의 잔디가 푸릇푸릇 싱싱하다.


슬쩍 안을 구경해보니 더 귀엽다. 위엄서린 제단도, 딱딱하게 열맞춘 신자석도 없다. 개다리소반 하나가 정겨운 곳.



바닷가에는 어느 회사에선가 야유회를 온 듯 청백으로 팀을 나누어 2인3각도 하고 짝맞추기 게임도 하고.


그리고 섬 한가운데 예기치 않은 연꽃밭. 동네 꼬맹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노니는 나와바리인 듯 하다.




슬쩍 꾸물거리는 날씨, 뭍으로 떠날 시간이다.



항구 옆에서 여유롭게 망중한을 즐기고 계신 강태공.



근처 섬이나 모래사장으로 놀러다녀온 배 한 척이 긴 포말을 그리며 지나간다.




뭔가 이 세상의 끝이라는 느낌을 주는 막다른 마침표. 막막하게 저기 주저앉아 있는 쇳덩이처럼 시뻘겋게 부식되고


상해갈 수 밖에 없는 걸까, 하는 조바심을 달래는 건 조만간 배 한척이 들이닥쳐 마침표를 쉼표로 바꿔주리라는 기대.


이렇게. 



이제 뭍으로 다시 가는 참, 승봉도에서 이쁜 쉼표 하나 잘 찍고 돌아가는 셈이다.






섬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다. 제주도처럼 너무 커서 육지에 사는 것과 별반 느낌이 다름없는 거 말고-제주도가 


섬이라면 왠지 호주도 섬이고 유라시아 대륙도 섬이라고 해도 별로 억지스럽지 않은 것 같달까-섬 끝에 서면 섬의 


반대편 끝이 보이는 그런 작은 섬에 머물고 싶단 생각. 울릉도가 그랬고 그보다 더 작게는 가파도가 그랬으며


승봉도 역시 그런 섬이었던 셈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자월도, 이작도를 거쳐 승봉도까지 닿는 뱃길은 대충 한시간. 새로 제작한 게 틀림없어 보이는


구명조끼 입는 방법에 대한 동영상을 관람하고 잠시 바다구경을 하고 나면 금세 닿는 거리지만, 바다를 사이에 둔


덕분에 분위기며 풍경이 확 다르다. 


피서철을 지난 때문이겠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 여행자들, 그저 곳곳에 점점이 박힌 듯한 현지 주민분들.


숙소는 되는대로 도착해서 구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왔던 터라 무작정 선착장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걸었다. 


내키는 풍광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바닷가를 앞에 품은 곳에


맘씨 좋은 아저씨가 살고 계신 민박집이 있었다.


(라면에 소주를 함께 기울이며 이런저런 좋은 말씀 해주신 아저씨, 감사합니다~*)



내가 도착한 날 아침에 들였다던 따끈한 강아지. 어미품에서 떨어진 충격이 커서인지 엄청나게 낑낑거리던


녀석의 이름은 개똥이.



그리고 나비.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귀찮아하지도 않던 순둥이 개냥이의 이름치곤 다소 새초롬하다지만,


눈빛의 요염함이 뒤지지 않으니 인정.



민박집 앞마당의 낡고 닳은 파라솔, 저 그늘에 의지해서 책도 읽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참 좋았던 곳.


그리고 설렁설렁 돌아봐도 세네시간이면 한바퀴를 돌아본다는 승봉도 산책에 나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인 화장실.


남자화장실은 도약하는 돌고래, 여자화장실은 해바라기(?) 그림을 붙여둔 게 뭔가 의미심장하다.



확실히 서해바다는 갯벌이다. 물이 쓸려나간 전장에 남은 흔적과 잔해를 헤집고 다니는 자잘한 생명체들.


그 와중에는 제법 우아하게 뒤뚱거리며 이런 자국을 남기는 녀석들도 있고.




갯벌길을 따라 한바퀴 돌기에는 중간중간 바닷물로 끊긴 구간도 있고 제법 난코스여서 다시 섬으로 상륙. 



승봉도 삼림욕장 안내도. 피톤치드를 듬뿍담뿍 흡수하실 수 있으시단다.



무성한 녹음, 그리고 잘 닦였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찻길.




김인지 해초인지 뭔가 양식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된 해변가를 따라 섬의 끄트머리, 나무가 많이 나서 목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섬으로 설렁설렁.



나무데크로 길도 잘 갖춰져 있고, 걷는 와중에 쉼없이 우측으로 지나는 거대한 고래같은 화물선들 보는 재미도 쏠쏠.




목섬 역시 썰물 때는 이렇게 육지랑 이어진 채, 밀물 때나 조금 바닷물로 가로막혀서 섬다운 모양새가 되는 곳이다.


조그마한 섬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길을 벗어나 아무렇게나 섬의 반대편으로 접어든 참인데..숲이 우거지고


풀떼기가 무성하게 자란 곳에는 역시 함부로 발딛는 게 아니다. 미아되서 해경에 신고할 뻔.


이름붙여진 돌들에서 그 이름에 걸맞는 형상을 찾아내기란 또다른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다. 차라리 그냥 내멋대로


딱 보여진 형상으로 새롭게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좀더 유쾌한 수수께끼일 거 같지만. 대체 촛대바위가 무슨 돌에 


붙은 이름인지 몰라 사방을 헤매다가 포기, 내눈엔 그저 황량하고 거친 돌들 뿐인데. 


굳이 이름붙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가 솔직한 심정이겠다.






4년만에 다시 돌아본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지스타 출장에 뒤이어 시간을 따로 빼는게 쉽지 않았지만서도.


부산 감천 문화마을의 껍데기, '부산의 산토리니'라고들 하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의 속살, '산토리니'란 별칭은 내려놓는 게 어떨지.


2011년 11월쯤 돌아본 소감으론, '산토리니'라는 당치도 않은 별칭으로 이 동네를 치장하는 건 불편하다는 거였는데,

막상 감천마을로 향하는 부산지하철에는 이제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더욱 거창스런 문구로 홍보중이더라는.




그새 꽤 많이 바뀐 입구에 조금 놀랐다. 이전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게 상업화된 분위기랄까, 그새 많이 알려진 건 알고


있었지만서도 이렇게 뭔가 관광지화된 느낌까지 들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뭐, 사람들이 많이 돌아보는 입구쪽의 큰길가나 그렇고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영락없다. 4년전의 모습들이다.


예전에도 저렇게 외딴 성처럼 뜬금없이 우뚝 솟은 빌딩이 있었던가.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던 건물들이 저 앞에서


격류에 휘말리듯 돌돌 휘감기는 듯한 환각이 보이는 듯.


빽빽하게 슬레이트 지붕을 겯고선 건물들 사이로 이어진 길들, 이전에 비해 동네주민분들은 외지인들이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데 훨씬 날카로워지셨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길냥이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한발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길앞잡이를 자처해주기도 하고.



곳곳에 숨은 자그마한 벽화나 센스넘치는 조각들은 감천문화마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 숨겨진 보물들.


때로는 이렇게 파란 하늘로 난 파란 대문 앞에 서기도 하고.


막다른 골목까지 사람을 홀려내는 여시같은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씁쓸한 '긍정 메시지'를 보기도 하고. 긍정적이 되라는 말처럼 알맹이없는 무책임한 말이란..


당장 이곳은 '산토리니'도 '마추픽추'도 아닌, 빈곤과 난개발이라는 거미줄에 얽힌 채인 현재의 생활터란 말이다.


이런 곳을 관광지화한다, 는 마인드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까. 물론 그에 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 역시도 자유롭지 않은 질문이다. 가난한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밀면서도 진부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려면.



산비탈을 따라 다랭이논을 일군 사람들, 그리고 다랭이논처럼 비탈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그들의 파란네모집들.


빈틈없이 공간을 구획한 야트막한 옥상들은 그대로 빼곡한 모자이크가 된다.


다소 답답한 풍경에 잠시 쉬었던 까페의 하늘을 한 장. 샛노랑 파라솔 귀퉁이가 살짝 뭉개진 것도 정감있다.



부산 앞바다로 흘러내려갈 듯한 기하학적인 문양들.



그리고 에피톤프로젝트의 '유실물 보관소' 앨범 커버랑 비슷한 느낌으로 찍어본 사진. 그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사방으로 펼쳐진 전깃줄이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식의 유머러스한 벽화들이 늘어난 건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


그리고 곳곳이 새로이 단장중이고,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늘어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공방이나 기념품점이나


까페거나 게스트하우스겠지만, 이 곳의 주민들에게 실제로 좀더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면 좋겠다.








45일안에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신시켜버리는 호텔이 있다. 아니 그전에, 짝을 짓고 이를 유지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을 유배시키는 사회가 있는 거다.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발사이즈는 14인지 15인지 그 중간의 선택지는 도무지 제공하지 않는 호텔은 그렇게 결혼을 강압하는 사회의 반영인 셈이다.


짝을 찾을 의욕도 없어 보이던 사람들은 사회와 호텔로부터 탈출한 자발적 외톨이들을 사냥하는 경험과 동물로 변할 거라는 공포감에 떠밀려 짝을 찾아나선다. 거짓으로 공통점을 꾸미고 우연을 가장해 짝을 구하는 과정은, 마치 섹스중이던 채털리부인이 차가운 정신으로 한발뒤에서 바라보던 우스꽝스런 엉덩이의 움직임과 같다. 열정과 로맨스는 없고 기계적인 몸짓뿐이다.


짝을 찾은 후에 위기가 닥쳐도 걱정없다. 호텔은 그들에게 아이를 배정해주니까. 혹 그/녀의 가족 문제가 그들의 가정으로 쳐들어와도 적당히 화장실로 끌고가 사라질 때까지 발로 밟아버리면 그만이다. 짝을 이룬 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텔의 숙박공간과 서비스는 좋아지니 여하간 남는 장사 아닌가 말이다.


물론, 당신의 사랑을 15점 만점에 몇점이냐고 누가 총을 겨누고 묻는다면. 짝 대신 자신이 죽어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이 상대의 눈을 잃게 했으니 당신 역시 눈을 내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러한 질문 앞에서는 속절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건 넘어가기로 하자. 애초에 그런 질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랑이 사랑이런가.


혹은, 이렇게도 생각한다. 그런 질문 앞에서 쪼그라붙고 위축된다고 사랑이 아닌 건가. 어차피 사랑이란 건 영화속 한장면처럼, 너와 나의 플레이어로 각자 듣는 음악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려는 시도같은 것으로 충분할지 모르는 거다. 같은 노래를, 같은 타이밍에 들을 수 있는 행운이란 건 그렇게 흔치 않으니. 게다가 그에 더해 너와 나의 몸짓이 아름다운 몸짓을 그려내는 행운이란 건 더더욱.




p.s. 랍스터가 되고 싶다던 남자, 바다를 좋아하는 데다가 랍스터가 백살도 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랍스터를 택했다고 했다. 나는-영화 제작사에서 준비한 퀴즈에 따르자면-고양이로소이다. (링크는 여기)






서해 인천에서 대부도, 선재도, 그리고 영흥도까지 다리로 전부 이어져 사실상 육지와 같은 셈. 다리가 이어지는데


전깃줄이라고 못 이어질리 없다. 온통 사방으로 치렁치렁한 송전탑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



그리고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의 해안데크. 잠깐 산책할 정도, 일이십분 정도의 거리가 편도로 만들어진 길이라서


올라섰을 때 챙겨들었던 맥주캔이 홀딱 비워지고는 빈 깡통만 들고 돌아왔다.




멀찍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풍경은 아무래도 인천인 듯. 


살짝 성수기를 빗겨난 해수욕장엔 둘둘이 짝지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멀찍이 보이는 송도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니 미래소년 코난이라거나 로스트라거나 난파구조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서기 2046년, 지구는 멸망했다.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용케 남은 자들은 잔해를 껴안고 바다를 전전하다가


어느 무인도에 닿게 되었다, 랄까 그런 컨셉의 영화를 찍기에도 좋겠다.


그리고 통일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쌈마이풍은 제외하고라도 아무래도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해가 지는 풍경이


이쁘겠다 싶어서 타이밍 맞춰 올라가본 절이었다. 꽤나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린 길 끝에는 예상보다 훨씬


작고 최근에 새로 지어진 느낌이 가득한 절이 있었다. 


절 자체보다도, 그리고 온통 나무에 가려지고 인접한 섬들에 가려져 생각보다 실망스럽던 풍경보다도, 통일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여기서 노닐던 강아지 두마리. 똥개임이 분명한 녀석들의 살가운 손님맞이라니.



삼각대가 없고 HDR이 과하게 들었간 때의 대표적인 망사진 한장만 남은 통일사.





선재도 옆에 바싹 붙어있어서일까, 측도라는 이름의 섬. 바다가 빠지고 나서 거칠한 자갈길이 드러나고 나면


전봇대가 측도로 내달리고 그 옆으론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게 된다. 



측도까지 덜컹덜컹 내달린 길이 끝나고, 어디든 차를 세울 만한 곳에 세워두고는 타이어랑 휠베이스를 챙겨보게 된다.


천천히 달린다고 달렸는데도 워낙 모가 날카롭게 선 돌들이 사방으로 튀던 길이었던지라.



조그마한 섬이니 설렁설렁 한바퀴 돌아보는 걸로. 이렇게 담쟁이가 무성하게 건물을 덮고 있기도 했다.


파스텔톤으로 이쁘게 탈색된 슬레이트 지붕. 


윤기나는 새빨간 색으로 물든 고추는 햇살 아래 잘만 말라가고.


멀찍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언덕 위의 집에서는 자잘한 생선을 이렇게 말리는가 하면.


어느집 우체통은 바닷바람을 잔뜩 머금고 이렇게 벌겋게 녹슬어버렸다.



아직 해가 뜨겁던 9월의 햇살을 고스란히 맞고선 허수아비는 덥지도 않은지 깜장색 패딩점퍼를 둘렀다.



탈춤의 춤사위를 시전하는 듯한 몸짓의 허수아비. 금세라도 참새떼들을 쫓아낼 듯한 운동감이 좋다.


서해쪽의 섬은 아무래도 여름철 한철 장사려나. 살짝 피서철을 지났을 뿐인데도 사람 한명 볼 수 없는 풍경에


새빨갛고 굵은 페인트칠로 씌여진 간판이 괜시리 민망하다.



서해의 특징은 역시, 물이 빠진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정취랄까. 황량하고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 담뿍이다.



돌아나오는 길, 측도의 가장자리에서 선재도를 향해 섰다.


멀찍이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들도 보이고.


선재도에 다시 오르는 찰나에 잠시 차를 세우고 기념샷.




입주한지 한달, 이곳에서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삶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집안 내부사정은


마무리진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 보수를 좀더 해야 할 부분도 있었고, 실내계단을 마감하는 것도 그랬고.


(어차피 내 집은 아니고 부모님댁이니 난 별로 한 건 없지만서도)


외부에도 몇가지 변화가 있었던 건 집에 들어오는 작은 다리에 저런 울타리를 설치했고, 집의 사방에서 볼 수 있는


CCTV를 설치했고, 마당의 잔디는 좀더 싱싱하게 자라는가 싶더니 최근 급락한 기온 탓에 누릇누릇해졌다.


아, 집앞에 작은 가로등을 설치한 거랑 잔디등을 쭈르륵 늘어뜨린 것, 그리고 현관앞에 이렇게 등도 달았다.


내부까지 완전히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기는 요원한 노릇, 일단 한달이 지난 지금쯤의 현황을 정리하고 기록을


매듭짓는 게 낫겠다 싶어, 현관문을 열며 시작하는 급 러브하우스 모드. (따다다다~)


마루. 여전히 탁자도 임시로 쓰고 있고 벽면에는 자리를 못찾은 거울이니 액자가 있고 계단 아래에는 박스들이 있지만.


그래도 커다랗게 소파가 자리를 잡고 계단이 완료되었으니 그럭저럭 안정감이 피어오른다.


부엌. 깔끔한 조명이 포인트인데다가 가장 일찍 정리를 마친 영역이기도 하다.


불이 켜지면 이런 느낌.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올라간 슬리퍼는 막 청소가 끝난 상태임을 암시하는 힌트같은 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완성태. 그리고 계단 위쪽에 있는 무드등이라고 해야 하나. 


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등이나 블라인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실감케 한 아이템들.


블라인드를 쳤을 때 계단을 올라가면 이런 느낌.


그리고 여전히 맘에 드는 포인트 중 하나, 이층 복도의 채광창.


그리고, 내 방. 방 가운데에 양쪽으로 책이 꽂혀지는 책장이 있는 거랑 흔들의자가 있는 게 포인트인데,


저기에 앉아서 출렁출렁하면서 바로 옆의 책장에 있는 술을 한잔 마시고 책장을 설렁설렁 넘기는게 최고.


책장 중간중간에는 원피스 피규어랑 카메라, 필름카메라들이 놓여있고, 침대 옆에는 이케아에서 산 파스텔톤의 수납장.



그리고 슬라이딩도어 형태의 문 옆에는 디지털 피아노랑 온갖 자잘한 것들로 가득한 장식장이 있다.


책상 위에는 요새 한참 재미를 붙인 드론, 그리고 하늘색의 꽤나 마음에 드는 블라인드가 뙇.


동생방은 슬쩍. 암막 커튼이 늘어뜨려진 책상 좌우로 책꽂이가 쪼르르.


청소한 직후라 이정도지 좀더 어지럽혀지기 전에 이정도만 찍어놓고 '판도라의 상자'는 닫아두는 것으로. 



여태 직사광선을 쨍쩅 통과시켰던 커다란 1층의 통창은 이제 이렇게 블라인드 커튼으로 마무리됐다. 





덕분에 한결 아늑해진 분위기, 떙볕 아래에서 살이 타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건 이제 이중으로 안심하게 된 게 


이렇게 커튼도 생겼거니와 그 이전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필름을 붙여놨어서. 


슬쩍 1층의 옷방으로. 내가 들어갈 일은 없지만 저 자줏빛 서랍장과 보라색 블라인드가 꽤 임팩트넘치는 듯.



남으로 커다란 창을 내고 나니 날씨의 변화나 해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진다. 아직 들어와 산지


한달밖에 안 되었고 집에 붙어있던 날도 며칠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이곳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늘 새롭다.




해가 훅 내려가고 나서 삽시간에 깜깜해진 시간이 되면 불을 하나둘 밝히고 커튼을 친다. 더욱 아늑한 느낌.


그렇게 내부까지 거의 마무리되는 중. 여전히 자리를 찾지 못한 아이템들이 몇개 있고, 조명과 블라인드로 포인트를


찾고 나니 떼어버린 액자들의 거취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이쯤이면 다 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이제 내년 봄에는 부모님 두분이서 정원이랑 텃밭도 가꾸고 나무도 심으면서 좀더 아늑하게 가꿔가실 테고,


올해가 가기 전에는 바깥 대문이랑 울타리가 완성이 되겠지만 가외의 이야기들.








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


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너온 길, 멀찍이 플라이어가 보인다.

 

그리고 마리나베이더샌즈 앞에 앉아 바라본 센트럴 지구, 계속된 간척사업과 재개발로 한껏 높아진 건물들이 촘촘하다.



어느 정도 걸어나와 되돌아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연꽃을 따서 만들었다는 박물관이 하얗게 둥싯 떠올랐다.



그리고 최고의 과일 두리안을 따서 만들었다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의 야경. 


저 멀리 휘황한 노랑빛으로 빛나는 플러튼 호텔. 



그리고 싱가폴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주욱 이어지는 길가 음식점들. 저중 어딘가 칠리크랩을 유명한


점보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랜턴바. 플러튼호텔에서 새로 지은 원 플러튼 호텔의 야외에 있는데 뷰가 상당하다.



헤이즈가 심한 날에도 질 수 없다는 듯 온통 그악스럽게 불빛을 밝힌 건물들 틈새에서 조그마한 휴양섬 같은 느낌.








이화동 인근의 어느 까페였던 거 같은데, 무심코 들어간 화장실에 남녀 구분을 이렇게 심플하고 명료하게 해놓은 거다.


원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문짝에다가 하얀색 페인트로 깔끔하니 눈에도 잘 띄고 이쁘기도 하고. 맘에 들었다.


여자화장실에도 마찬가지, 다소 밋밋해보였던 남성의 그것에 비하면 제법 배려를 많이 한 듯 큼지막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가 얼마나 섬세하게 고민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겠다.




시화방조제 위를 열심히 달려 대부도, 포도밭이 지천인 대부도를 주파해서 도착한 선재도 입구. 대부도와 선재도를


잇는 선재대교의 끄트머리가 선재도에 닿자마자 바로 왼켠으로 보면 그야말로 자그마한 언덕 하나가 모래사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물때가 맞아 흔히들 '모세의 기적'이니 '바닷길'이니 하는 그게 열려서 선재도와 목섬을 이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고작 이삼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가 저걸 섬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아서 그렇게 


떠들썩하게 알려진 포인트는 아닌 것 같지만, 바닷길을 건너서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여긴 나름 굉장한 매력이 있다.


도톰하게 일어선 저 '신비의 바닷길' 이외에도 내키는 대로 목섬 너머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면 어느새 이렇게 


멀리까지 나가게 되는 거다. 서해가 워낙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니까 물이 훅 빠지는 거 같은데, 물때만 신경써서


자칫 바다에 고립되는 불상사만 조심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렇게 한참 바다 쪽으로 나아가서 보이는 풍경은, 뭐랄까, 바다 사막이라고 해야 하나.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면서도 굉장히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 그와중에 단단하고 찰진 갯벌을 밟는 기분은 상쾌했다.




대충 한두시간 가까이 갯벌을 정처없이 걸었던 것 같은데, 불과 여섯시간 전에만 해도 물이 꽉 차 올랐을 바닷속


땅바닥을 걷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강추. 그리고 보다 안전하게 목섬 안 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경운기를 개조한


갯벌 전용 트럭으로 체험학습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갯벌에서 빨강 '다라이'를 끌고 다니시며 게니 조개를 채취하는 어민들도 보이고.



목섬을 한바퀴 빙글 도는데는, 이렇게 길이 불편하고 뾰족뾰족한 바위가 많다고는 해도 이십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목섬에 조그맣게 세워진 비석. 


두세시간 동안 목섬과 그너머의 서해바다 갯벌을 산책하다가 슬슬 돌아서는 길, 마침 채취를 다 마치셨는지


어민 한분이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선재도로.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넣는 것 중 최우선 순위를 늘 다투는 건 '두리안 먹기!'


그러다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어디가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가 특히 맛있는 집인지 등등을


캐물어보고는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기필코 찾아가는 거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감히 과일지왕 왕중지왕 최고존엄 두리안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과일을 좋아하냐는 투의 깜짝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고는, 겔랑로드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준다.


하지만 그 정도 힌트면 충분. 이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북적대고 수상쩍은 냄새로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


한줄기 두리안 향기를 따라 기어코 두리안 가게를 찾아냈던 나다. 다짜고짜 겔랑로드로. 나머지는 코에게 맡기고.


빙고! 심 스트리트(Sims St.)와 겔랑로드(Lor 13 Geylang to Lor 18 Geylang)에 이르는 공간을 찾아냈다.


짙은 두리안 향내가 지천에 퍼지고 온통 두리안을 산처럼 쌓아둔 채 쉼없이 껍데기를 벗기고 있으니, 이는


싱가폴의 두리안 성지라고 부름에 부족함이 없으렸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찾아낸 두리안 성지에서도 그랬듯 여기도 소품은 단출하다. 두리안님을 올려둘 테이블,


미처 영접하지 못하고 손끝에서 끝나버린 두리안님의 과육을 닦아낼 휴지(크리넥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두껍고 뾰족하기가 하늘의 왕국을 지탱하는 자의 면류관과 같은 두리안님의 갑옷을 특별관리해두려는 커다란 


바께쓰(라고 쓰고 쓰레기통이라 읽음). 



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안님의 과육이 손의 피부세포로 흡수되는 것조차 막고 한줌남김없이 입으로 영접하기 위해서


(혹은 두리안의 향이 손에 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비닐장갑까지도 준비해


두었던 것 같은데 싱가폴에선 없었던 것 같다. 두리안님을 대하는 양국 국민의 차이랄까. 싱가포리안들에게 +1점.



나중에, 동남아의 어느 두리안 농장같은데 취직해서 두리안님의 탄생부터 성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직접 보고 이렇게


성숙하는 모습까지 친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홍콩에선가 채 익지도 않아 껍질이 잘 까지지도 않던 두리안을


먹어본 적도 있는데, 그건 거의 생밤을 먹는 느낌이었고, 이제 그보다 덜 익은 두리안님들을 각 단계에서 맛보고 싶은


약간은 음흉한 생각이 드는 시점.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거다. 두리안의 맛을 좋아하지만 향까지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고, 두리안의 맛과 향을 모두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는 거고.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래도 대다수를 점하니


두리안을 파는 과일가게는 대체로 한곳에 모여 있게 되는 거 같다. 약간 후각의 게토 같은 분위기.


덕분에 뱃속에 들어간 두리안은 커다란 열매 하나에 불과했지만, 코로는 수백수천개의 두리안이 진하게 풍기는 


향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나로선 전혀 불만 가질 것 없는 두리안님들의 집성촌 되시겠다. 


비록 숙소에서 오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뭐 사실 매일이라도 움직이겠다.


기타 싱가폴 차이나타운의 두리안 전문샵에서 사온 두리안으로 만든 음식들. 


그 가게에서는 두리안 케잌과 두리안 커피, 두리안 밀크티와 두리안 과자, 두리안 말린 스낵과 두리안 잼, 두리안


아이스크림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위엣것들은 바로 두리안 커피와 두리안 밀크티.


그리고 두리안 과육을 걷어내서 천하장사 소세지 모양으로 포장해놓은 두리안 케잌. 빵 사이에 두리안이 들어간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모양의) 두리안 케잌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두리안 향과 맛이 연해서 땡탈락. 반면 이녀석은


그냥 두리안 과육을 그대로 응축시켜놓은 셈이라 한입 먹어보고 덥썩 질러버렸다. 잘 익은 진한 두리안.


집에 오자마자 치즈 플레이트에 올려서 송송송 썰어서 맥주랑 마시니깐...다시금 두리안 성지가 이곳에 임하셨더라는.






마음이 답답하던 어느 날, 서해의 섬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나섰던 날. 


대부도로 가서 선재도니 승봉도니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침 백령도 아랫쪽 섬들에 가닿는 뱃삯을 50% 할인해준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급할 것은 없었으니 설렁설렁 달리다가 잠시 차를 멈춘 곳은 인천에서 대부도로 넘어가는


시화방조제. 덕분에 대부도로부터 선재도, 영흥도까지는 연육교로 이어진지 오래다..


그리고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중간 어디메쯤 낚시배들이 들고 나는 선착장,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아이스박스를 깔고 앉은 왼켠에는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쪼그려 앉아 그들의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댓재즈였던가, 핸드폰에 묵혀둔 케케묵은 사진인지라 어디에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등신대 크기의 남자와 여자가 자못 분위기 넘치는 포즈를 잡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겠다만


혹여 여자의 잘록한 허리라거나 남자의 근육질 팔목에 혹해 이성을 좇아 문을 열지 모를 일이다.







싱가폴의 차이나타운 초입, 싱가폴의 상징인 멀라이온상이 원색으로 치장된 채 우뚝 서 있다. 


어느 나라나 차이나타운은 비슷한 풍경에 상품들이면서도 꼭 한번은 찾아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듯. 안 가면 아쉬운.


특히나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에는 무려 4-5층 건물 높이에 육박하는 대형 사찰이 있다. 부처의 치아 일부를 


4층에 모시고 있어 용아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절 앞으로 싸구려 잡화들이 늘어섰다.


네발달린 의자들 발치에서 네발달린 고양이 한마리가 털을 고르는 중.


차이나타운의 먹잣골이랄까, 과거 중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굽어보는 그곳에는 온통 양쪽으로 식당들이 즐비하다.


어느 한 골목을 꺽으니 머리를 이쁘게 염색하신 분이 열심히 전각작업중.


그리고 용아사 입장~


향연기를 흠뻑 맡은 용의 눈빛이 개개 풀려버렸다. 


생각보다 신식의 새것같은 느낌인 사찰, 중국이 으레 그렇듯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실내. 




그렇지만 정작 제대로 금칠이 된 건 부처님의 치아 일부를 모시고 있는 4층. 엘레베이터를 타고 자유롭게 올라가면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 나타난다. 금을 사오백 킬로그램이나 아낌없이 써서 만들었다는 좌대가 멀찍이 있고


유리로 칸막이가 쳐져있어 그 한가운데 모셔져 있다는 치아는 보이지도 않는다.


소원을 빌면서 불을 밝혀둔 유리잔 속 초들. 


4층에서 혹시 더 올라가면 뭐가 나올까 해서 올라가니 옥상 정원이 나타난다. 강화도 전등사에 가면 볼 수 있는,


경전이 새겨진 동그란 통 같은 거. 손잡이를 잡고 이걸 한바퀴 돌리면 경전을 일독하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나.



절 바깥으로 풍경이 이쁘게 보이는 옥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잘 꾸며둔 정원이어서 한번 올라갈 만도.



성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이다 보니 아무래도 화장실 표시부터 남다르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절대 닫혀있지 않도록


쇠사슬로 열어놓은 채 고정해놨다는 건 또다른 포인트) 큐빅인지 뭔지, 그런 소재를 가지고 남자의 몸을 형상화하고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은 아닙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듯한 남자화장실 표시.


그리고 제법 현실적인 몸매를 갖춘 여성의 닭똥같은 낙루. 여자화장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런던 타워 브릿지 인근의 애프터눈티 까페에서 마주친 화장실 표시. 남자와 여자, 트럼프의 킹과 퀸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다가 화장실 표시로 쓰고 있었다. 여왕이 통치중인 나라에서, 왠지 트럼프도 영국에서 생겨났을 것만 같은 데다가,


젠틀맨이란 표현 역시 영국에 맞춤한 표현이다 보니 여러모로 절묘한 표시란 생각.


남자용입니다. 젠틀맨, 킹.


여자용입니다. 레이디, 퀸.





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올해가 싱가폴이 건국한지 50년이어선지 거리 곳곳에서 'SG50'이라는 로고와 함께 각종 현수막들을 볼 수가 있다.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에서 놀다가 나와보니 바로 옆에 저런 현수막으로 온통 시선을 끌고 있는 '싱가폴 시티 갤러리'


라는 곳이 있길래 덥썩 들어가봤다.


뭔가 큰 기대는 없이 그냥 싱가폴에서 운영하는 관제 느낌 물씬한 도시 홍보관이겠거니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이렇게 도시에 대한 조감이 가능한 모형이라거나 곳곳에서 찍은 이쁜 사진들, 싱가폴이 어떤 곳인지 등등


뻔하디 뻔한 구성은 피할 수 없었지만, 도시국가로서의 싱가포리안들이 가진 고민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지 보여줬달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한된 도시부지을 어떤 비율로 각각 녹색공간으로, 상업공간으로, 그리고 주거공간으로


할당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도시국가로 20%가량의 부지를 군시설에 할당하고 나머지와의 연계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고민. 간척사업으로 땅을 넓히고 재개발로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등 가능한 효율적으로 땅을 사용하려는 고민.


그러다 보니 입체적으로 땅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나라나 지역에서도 유례가 없을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거다.


그리고 싱가폴 남단에 있었던 트레일 코스, 마운트 페이버 파크에서부터 주욱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이렇게 


녹색으로 표시가 어김없이 되어 있는 것도 재미있었던 포인트. 



혹시 도시이자 국가이자 한개의 주로서 기능하고 있는 유별난 싱가폴의 도시계획이라거나 그 실행에 대해서


호기심이 인다면 한번 꼭 들러봐도 좋을 곳. 온갖 도면과 모형들, 그리고 게임 형태로 된 시청각 자료들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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