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francisco #SF #pier39 #샌프란시스코

이제 몇번째 방문인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자주 와버렸고, 각각의 추억은 이제 온통 제멋대로 잘리고 이어붙어 헷갈리는 지경.

by Galaxy7, during short trip to 청주.

#옥자 #넷플릭스 #영화스타그램 #봉준호
 
소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장악한 '보여줄 권리'에 넷플릭스가 참신하게 덤벼들며 꺼내든 무기..란 측면에서, 역시나 잘 만든 오락영화가 답이었으리란 생각. 전연령이 시청이 가능하고, 특정 마켓에 한정된 소재나 장르가 아니며, 소녀와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유니버설하게 먹힐 수 있는 원형과도 같은 소재랄까나. '잘 만든 오락영화'란 건 그 본령이 엔터테이닝에 있으되 이것저것 슬쩍 얹어낸 양념과 고명이 과하지도 앙상하지도 않았을 때 가능한 표현인 것 같다.

공장형 대량축산, 유전자조작식품, 먹거리를 둘러싼 신념과 현실 간의 낙차, 글로벌 종자기업들의 패권성, 육식 자체의 도덕성 등등 다채롭게 읽힐 수 있는 힌트들은 무성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부분에 집중하는 건 아닌 거 같단 이야기. 조금 도발적으로는 그저 영악하게 잘 갖다쓴 소란스런 이슈들-논란을 일으켜 대중을, 돈을 끌어모을 소재들-이란 표현이 맞겠고, 조금 호의적으로는 가족영화/오락영화에도 사회적 이슈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할 수도.

옥자와 미자, 반려동물과 인간간의 숱한 애정담에 대한 봉준호식의 변주. 내 기준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이건 아마도 속편이 있겠다 싶은 내 촉이 맞을까 하는 부분. 던져진 채 제대로 풀어지지 않은 장면과 떡밥들이 적잖은데, 아무래도 봉감독은 속편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은데..모르겠다.

by Galaxy7, during the biztrip to Newdelhi, India

이렇게 분명하고도 직관적인 화장실 표시라니. 게다가 인도의 최전선인 공항에서 꼭 어필해야 할 인도 전통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인도 출장중 저녁식사를 하러 들른 그럴듯한 바 겸 레스토랑. 잘 먹고 마신 후 야근을 하기 위해 일어서기 전 찾은 화장실 표시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이렇게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삿대질.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지 잔뜩 허벅지를 움츠린 남자. 어흑~ 하며 숨을 삼키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여자. 마찬가지로 엄청 급해보이는 포즈가 생생하다. 화장실이 깔끔하고 좋은 술집, 남녀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욱 좋고, 그런 술집 찾기가 강남에서도 쉽지 않은데 인도에서 이리 쾌적한 화장실과 세련된 표지를 만났다.


사자비, 일어났다. 역시 멋짐..! 그렇지만 아직은 맨몸뚱이. 무기 하나 쥐어지지 않았다.

우선 부스터팩과 무기. 사자비가 현란하게 저 미사일을 쏘아내던 장면이 생생할 만큼 디테일하다. 실제로 미사일의 날개가 접혔다가 펼쳐지며 부상하는 게 구현가능하다니.

오옷. 이제 항성간 비행도 가능해졌고, 미사일도 마구 쏠 수 있게 준비 끝.

그리고 광선검과 도끼와 방패들. 짙은 회색의 판넬 부품이 뼈대를 이루나 했더니 온통 붉은 색으로 감싸느라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완성! 아래 쪼꼬만 샤아 대령을 향해 '네오ㅅ 지옹!' 이라고 경례를 붙이고 싶다.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 존경할 만한 적과 맞붙는 흔치 않은 전쟁 이야기란 건 건담 이야기의 매력 중 하나.

이제부터는 완성된 사자비의 이미지샷들. 물론...아직 데칼지옥이 남았다능.




샤아..하악하악.





멋지구나. 당분간 데칼작업은 좀 유보하고 날것의 상태를 즐기도록 해주지.



그렇지만 역시, 가슴 갑주부 같이 판넬이 크게 쓰인 곳은 좀 밋밋한 느낌이 있다.


어쨌거나, 사자비 완성! (데칼은 다음 기회에)


단지 착취나 억압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서, 혹은 그에 저항한다고 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남성들도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것이 트렌드라곤 하지만, 페미니즘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의식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차분한 이야기를 나누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저자는 명료하게 말한다.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라고. 남성을 여자 아래로 끌어내리고 여성을 남자 위에 세워올리는 게 아니다. 남성과 여성간의 젠더 전쟁을 벌이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 내면화된 성차별주의를 바꿔나간다는 건 그저 '피해자 여성'이 '가해자 남성'에 분노한다는 것 이상을 말함이다.

외부의 적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 내면의 적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스스로 바뀌기 위한 진단과 공부가 필요한 거다. 자신과 타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하나하나 철저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여성 내부에 체화된 가부장제적인 감수성과 인종적, 계급적인 차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유지하고서는 기득권에 편승중이라며 공격받는 남성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종, 계급, 민족 등 스스로가 놓인 지형에 대한 성찰과 고민없는 일부 얼치기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기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수혜자들인 남성과 얼마나 닮았던가. 강자와 약자가 그대로 온존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로라면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개인의 출세나 자기만족을 위한 하나의 발판처럼 쓰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비단 페미니즘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한 건 이런 '미러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여성과 남성 모두, 페미니즘의 섬세하고 다채로운 풍경을 조심스레 따라가볼 필요가 있는 거다.


#모두를위한페미니즘 #페미니즘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지난 상반신 제작에 이어,

차근차근 허리부분 제작, 대체 이 두툼한 부품들이 어울릴까 싶도록 과하다 싶은 존재감.

그렇지만 기우였다. 역시 사자비의 포인트는 빨갛고 두툼하다는 점, 상반신에 시험조립해보니 밸런스가 훌륭하다.

그리고 양발부분 조립. 몇개 안되긴 하지만 내가 만들어본 MG급 프라모델 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섬세한 발바닥을 본 거 같다.

슬슬 속도가 붙어서 발바닥과 정강이와 허벅지까지 올라가는 중. 역시 화려한 모델이지 싶은 게, 기본적인 다이나믹을 담당하는 뼈대 위에 몇겹의 레이어를 쌓아올린다.

작업 중에 새참 삼아 샴페인을 마시면서. 하나씩 둘씩 비어버린 러너를 던져버리는 것도 또다른 건담조립의 묘미.

그렇게 모습을 나타낸 사자비의 두 다리. 굉장히 크고 두툼하고 빨갛다.

나팔바지를 입은 듯한 뒷태, 이를 구성하는 판넬들이 아무런 접착제나 조인트의 도움없이도 이렇게 딱 떨어지다니.

그리고 허리부분과 합체. 두근두근, 이제 사자비가 일어날 때가 되었다.

두둥. 본체 완성.

남은 것들, 총 두 자루와 도끼 두자루와 광선검 두 자루. 게다가 미사일이 잔뜩 발사되는 거대한 백팩.








일본 홋카이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며 요도바시카메라에서 사온 건담프라모델, MG급 끝판왕이라 불리는 사자비 버카.

한번도 조립해본 적이 없지만 재미있어 보인다는 아내와 함께 조립 시작.

몸통부를 순조롭게 조립, 역시 대여섯개에 이르는 색분할은 아름답구나.

머리부까지 조립해서 뚝딱뚝딱 얹었다. 혼자 만들 때보다 빠르기도 하고 더 재미있기도 하고.

그리고 양팔부. 결국 다 외장판넬로 덮이는 부분인데도 촘촘하게 디테일을 구현해낸 것에 대해 새삼스레 감탄.

게다가 이 섬세한 손부위. 관절 하나하나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다가 그 움직이는 느낌이 어찌나 고급진지.

아직 어깨 보호구 부분을 만들기 전이지만 한번 맨팔을 장착해 보았다. 사자비나 시난주의 붉은 아머장갑은 정말 매력적인 듯.

왼팔의 어깨 보호구 부분까지 완성. 한명은 러너에서 부품을 떼고 다른 한명은 조립하고, 또 어느 순간 역할이 바뀌기도 하고 꽤나 합이 잘 맞는 협업.

그렇게 상반신 완성..이라기엔 수많은 습식 데칼지옥이 남아있지만서도.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녀석.

플라스틱 부품들만으로 관절부의 미묘한 움직임을 구현하고, 그 와중에 쇼바와 같은 지지대도 작동시키다니. 정교한 디자인과 유려한 색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런 작업속도라면 애초 생각했던 한달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할 듯 하다. 곧 하반신 작업사진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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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클라우드, 강남 트레이드타워

수원시민이 된 이후 서울이 참 멀어졌다.


#뉴욕 #출장 #ny 이런 진부한 샷 말고 참신한 거 찍고 싶은데 일정이 빡시다...

#뉴욕 #ny #vote #trump $1 is too cheap #cpv cost per vote.

#manhattanmall #ny #뉴욕 2001년 여름, 정말 나쁜 한인사장에게 착취당했던 그곳. 알바생들의 유일한 반찬이었던 김치찌개는 늘 김치와 물이 추가되어 팔팔 다시 끓여졌고, 하루에 당근 백개깎고 샐러리 백개 다듬고 땀 뚝뚝 흘리며 레모네이드 만들던..지금은 몰이 망해가는지 3층 이상은 사무실공간으로 바뀌어버려서 사라져버린 #surfcitysqueeze

#뉴욕 #ny #newyork #flowering #flower #미국 #꽃다발 #꽃 꽃다발 참 심플하다.

#뉴욕 #출장 #ny #cab 김이 펄펄.

#뉴욕 #ny #newyork under construction all the time 찌렁내가 그득한 뉴욕. 그러고 보니 나 뉴욕은 별로 안 좋아했구나.

#뉴욕 #ny #newyork #halloween #pumpkin on sale!

그리고 모마. MOMA. 여긴 그래도 뉴욕 올때마다 놓치지 않고 들러본 듯.

창밖의 뷰도 제법 이쁘고.

이렇게 살벌한 현대미술작품. 그야말로 책은 흉기란 걸 온몸으로 웅변중.

#moma #monet #lily #newyork #ny #museum 모네의 수련, 오랑주리에서 만났던 그 충격적인 그림이 모마에도 있었구나..하늘과 수면과 수중이 한화면에 담기는 그 몽환적인 풍경.

타임스퀘어의 쉑쉑버거점은 거의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한국인도 어찌나 많던지. 그렇지만 난 인앤아웃에 한표, 혹은 이런 체인점말고 로컬 버거점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길막 #경찰 #뉴욕 #ny #nypd #horse #승마 #말 무섭고 고압적인 미국 짭..


시간날 때 만들어본 내새끼 자랑♡


#코스모스 #칼세이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기념비적인 과학교양서, 라는 말은 다소간의 경계를 요한다. 기념비에 먼지가 채 내려앉기도 전에 속속 밝혀지는 많은 오류와 논쟁중인 해석이 대중화를 위한 설탕옷을 입고 간명한 진실인양 행세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자가 쓰는 비유와 전문영역이 아닌데서 끌어오는 배경지식은 자칫 오해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깐.

그런 점에서 1980년에 첫 출간된 이 고전 역시 비켜갈 수 없는 한계들은 엄존한다. 과학에는 전혀 전문성이 없는 내 눈에도 당장 보이는 건 DNA에 대한 과한 기대감이라거나, 우주공간에서의 핵 사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라거나, 무엇보다 그가 그렸던 수십년 후의 미래를 살고 있는 지금이 그의 상상과는 꽤나 다르다. 인간 이성을 신뢰하고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 공헌할 거라던 그의 신념 혹은 의지는 그다지 전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의 주된 메시지는 여전히 엄청나게(!) 유효하다. 과학 자체와 과학의 결과물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하기'의 과정과 문제의식에 대해 바쳐진 그의 열정과 단호함이 인상적이다. 결론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 관건은 그 결과물이 왜 잘못 해석되었거나 예견되지 못했는지, 그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과학 정신을 궁극까지 밀고 나가는 것. 그건 안으로는 인간 내부와 기원을 향하고 밖으로는 지구와 별과 우주로 향하지만, 결국 이는 만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자 그대로 인간은 우주에서 생겨났으니까. 그런 통찰을 가로막았던 건 지상의 왕들과 신들과 권위자들이었다. 그렇게 기원전 깨인 자들의 탐구 대상이 되었던 우주가 수십세기동안 미신과 미망의 원천으로 전락하고 나서야 다시 인류는 우주에서 코스모스, 질서와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초판 내지 개정3판 정도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천문대에서 별들을 바라보고 은하계 변방의 작은 티끌의 티끌에 불과한 지구를 실감했던 날의 소름이 오소소 되살아나기도 했다. 그런 보잘것 없는 곳에서 찰나를 살다가는 인류라니. 게다가 난 그 인류의 아주아주 작은 점 하나일 뿐이라니. 그건 일종의 신비체험이기도 했고, 내가 찾아낸 겸손해질 수 있는 가장 그럴 듯한 이유이기도 했던 것 같다.


#자백 #영화 #영화스타그램 #뉴스타파

힘을 가진 그들에게 다른 보통사람들은 그저 본인을 위한 발판으로만 보이는 걸까. 사람들 눈과 귀를 가리는 건 일도 아니고, 랜덤으로 찍어걸린 이들을 윽박지르고 강압하여 자백 아닌 자백을 이끌어내는 스킬은 수십년간 갈고 닦아왔던 거다. 억울함에 울부짖던 자살시도를 하던, 남은 가족들이 울화병으로 뒷목잡고 쓰러지던,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김기춘과 그 후예들이 조작한 사건 피해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확실히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아니다.

영화 마지막에 숨막히도록 끝없이 이어지는 '자백'에 근거한 사형/무기징역/수십년의 징역과 수십년늦게 바로잡힌 무죄판결의 기록들은 97년 이후 잠시 멈칫하다가 2013년부터 슬슬 되살아났다. 한참 레벨업되었던 스킬을 새삼 오늘에 되살리려니 아무래도 좀 부족한 점들이 있었던 거려나. 최고권부라는 검찰도 국정원도 일처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게, 뉴스타파의 취재로 저렇게 정면반박당하고 깨갱하고 말다니. 영화를 보다 옆자리 아저씨가 탄식처럼 크게 '저런 개새끼들', 할 수 있는 만큼의 시대가 된 덕분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주로 다루는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대법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의 3년여 시간을 촘촘히 따라가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박원순시장을 찍어내려 간첩사건을 만들어냈다는 해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탕봉지에서 사탕 빼먹듯 북한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쥐고 흔들며 내키는대로 사건을 창작해내는 사람들,  그들의 장난질은 한순간의 정략과 정치기획이었겠지만 그 파급력은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크고 가혹하다. 그 조작으로 이득을 보려던 사람의 관심은 식었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그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조작사건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엄연한 사건이 되어 희생자에겐 길고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을 남기는 거다.

어처구니없지만 웃을 수도 없는 부조리극. 보통사람들에게 그건 일종의 천재지변이었고, 힘센 사람들에게는 그저 게임을 위한 장기말 배치같은 것. #이게나라냐


영화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을 보고 나서 그랬는지, 베를린에서 만난 자연주의 레스토랑의 음식이 엄청 인상적이었다. 독일식이면서도 실험적이고, 식재료를 가능한 날것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10코스 요리.


#죽여주는여자 #영화 #윤여정 #이재용

죽여준다는 표현이 갖는 이중성, 말그대로 죽여주겠다는 살벌한 의미일 수도 있고, 또 죽여줄만큼 좋다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영화는 그렇게 두가지의 '죽음'을 (남자에게) 가져오는 사신같은 여자 윤여정의 인생과 현재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마치 포스터 속 그녀의 복잡해 보이면서도 멍해보이는 표정 그대로. 대체로 그건 수동적이고, 왠지 알아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비극에 맞부딪힌 자의 표정이다.

등장인물들간의 욕망이 향하는 세기나 방향을 바탕으로 등고선지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윤여정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욕망의 등고선은 두가지 죽음,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의미 모두에 있어서 그렇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탑골공원의 시든 남성들은 그녀를 빌어 죽음같이 좋은 섹스를 맛보고자 하고, 또 그렇게 시든 남성들은 그녀를 빌어 죽음조차 불러오려 하니까. 그녀는 모든 (남성들의) 욕망이 흘러내려오는 곳, 배꼽같은 저지대일 뿐이다. 그녀의 삶은 늘 그랬으니까, 어쩌면 그 표정은 지쳐 체념한 데서 비롯한지도 모른다.

주변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복잡한 지형을 보인다. 오타쿠같은 장애인 남성, G-spot이라는 야릇한 이름의 트렌스젠더바에서 일하던 트렌스젠더. 이들은 영화의 욕망이 단순히 남녀의 이분법으로만 읽히는 걸 막고 좀더 건전한 욕망의 교류, 등가교환에 가까운 뭔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섹스관광의 결과로 태어난 코피노(코리안+필리피노) 꼬맹이. 윤여정에게서 뻗어나가는 유일한 욕망 한가닥이 있다면 그것, 그 꼬맹이를 통해 과거 젖도 못뗀 아이를 입양한 기억을 구원하고자 하는.

그 한가닥 욕망조차 제대로 채우기 쉽지 않다. 방해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그녀를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남성들)의 욕망이 사회의 전지적인 권한을 침범하는 시점. 구성원의 삶과 죽음에 대해 전권을 행사해야 하는 사회는 그 통제를 벗어난 늙은 남성들의 잇단 죽음을 주목한다. 영화속 현실에 충분히 노출된 지금의 현실, 고 백남기농민이나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의 뉴스가 그 사회가 가진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이었다면, 이제 그 힘으로 윤여정을 단죄해 위신을 유지할 때인 거다.

그렇게 그녀는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죽여주는 여자가 되어 평생을 살았고, 자신의 작은 욕망 하나 채우지 못한 채 삶을 마친다. 대체 그녀의 삶은 뭐였을까, 아니. 이렇게 묻는 건 스크린 너머 내가 그녀의 삶에 여전히 코박을 만큼 가깝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제각기 남들이 알 수 없는 내밀한 속사정과 맥락이 있는 법이고, 그녀의 삶 역시 나름의 만족과 안온함이 있었으리라.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손을 빌어 세상 밖으로 구출해낸/죽여버린 그들의 감사함에서 작은 의미를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뒷바퀴와 앞바퀴, 핸들과 브레이크선 등을 모두 연결한 모습. 부품에서 전체 조립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뭔가 아귀가 딱 떨어지는 느낌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academy #plamodel #bicycle copyright 1998. 내게 친구가 말하길, "형 합법적으로 신나 불려고 저거 하는거지?"라니. 그치만 역시 니혼징의 섬세함은 못 따라가는구나..약간 국산품애용캠페인같이 스스로 세뇌를 하면서 어쨌던 끝내자고 다짐다짐.

스티커도 데칼처럼 얇고 정교하면 좋을 텐데 두께가 1미리쯤은 될 거 같은 두꺼운 비닐 소재다.

그래도 나름 추가적으로 도색도 하고, 약간의 커스터마이징도 하면서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보려 노력중.

이런 자전거 받침대의 용수철도 그냥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모양이라 납작하고 부실해 보이는 게 아쉬웠던 점. 진짜 스프링은 못 쓴다고 하더라도 좀만 더 정교하면 좋은데.

그래도 페달은 따로 도색을 했더니 색감이나 텍스쳐가 그럴 듯하다.

브레이크패드 부분도 무광 은색으로 도색을 했으니 그나마 좀 나은 모습. 그렇지만 저런 주형틀 자국이 남은 것들은 좀..

대략 완성샷. 그래도 완성시켜놓으니 뿌듯한 마음은 다를 바 없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plamodel #bicycle 그야말로 악전고투. 조잡함과 정교함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했다..저 브레이크 라인은 계속해서 빠지고, 곳곳에서 흔들흔들 위태한 부품들의 결합상태라니.

어쨌든 그래도, 만들면서 자전거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어떻게 동력이 전달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뜯어볼 수 있었던 기회. 재미있었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academy #plamodel #bicycle
copyright 1998. 무려 20년 전의 모델인데, 친구가 선뜻 내주어 조립을 해볼 수 있었다. 바이크와 건담 이후 또다른 아이템.

그렇게 퀄리티가 높거나 (그래서) 비싼 녀석이 아니라 그런지 부품은 세가지 색깔로 분할되어 있었고, 그래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말랑거리는 타이어 고무가 맘에 든다.

아무래도 색을 좀더 써줘야 할 것 같아 갖고 있는 타미야 스프레이로 부분부분 포인트를 주기로. 빨간색과 무광 은색, 무광 검정색 정도 얹어주면 될 거 같다.

제법 디테일은 뭉개지지 않은 편이긴 하다. 체인부분이나 기어 부분엔 별도로 도색하니 좀더 나아보이기도 하고.

안장부분도 다시 도색을 했다.

뒷좌석 역시. 그렇지만 싸구려 크롬 느낌나는 은색 부품들이 좀 거슬린다. 게다가 부품이 말끔하게 주형되지 않아 마감이 약간 안타깝기도.

빠른 속도로 프레임을 만들고 뒷바퀴와 체인부분을 완성. 빨간 색으로 페달 부분 일부를 칠한 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듯.

그러나 이때까지는 몰랐다. 갈수록 태산, 안타깝던 퀄리티가 삐죽삐죽 문제를 만들기 시작하리란 걸.


#이중섭 #덕수궁미술관 #아고리 #발가락 #아스파라거스

황폐한 나라에 재능이 넘쳤다. 천재인 주제에 다정도 병이었다.  콧수염까지 잘난 외모인데, 발가락 페티시가 있었나보다. 그의 남덕씨, 그의 아스파라거스 군과 발가락씨. 그림 하나하나, 붓질 하나하나에 그의 인생과 감정과 염원을 담았던 슬픈 천재.


#그가돌아왔다 #넷플릭스 #히틀러 #나의독재자 #영화

2014년, 그가 삶을 마감했던 지하 벙커 바로 그 자리에서 히틀러가 되살아났다. 우선 보여줄 거리는 60여년의 시간차로 인한 어벙한 모습들, 그로 인한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기. 기울어가는 전쟁 한복판에 있던 그가 평화로운 베를린 한복판에서 거리의 공연을 펼치는 이들과 자리다툼하는 모습이라거나, 군복을 몽땅 벗어 세탁소에 맡기는 모습 같은 것들.

가볍게 그의 시대착오적인 연설을 끄집어내어 실소를 머금게 하는 것도 좋겠다.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그의 말투는 한소절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는 개그물일 뿐이니까. 난민, 청년 실업, 노인 빈곤, 국가 채무, 멍청한 텔레비전...어라. 생방송 프로그램에 개그맨으로 발탁된 그의 연설솜씨는 전혀 우습지 않다. 그의 주제 역시 전혀 터무니없거나 미친소리 같지 않다.

일약 사회문제로 떠오른 티비 히틀러. '히틀러의 지적이 독일 사회문제의 정곡을 찔렀다'거나 '정치가 뭔지를 아는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따위 폭발적인 찬사가 이어진다. 대중은 그를 좋아하고, 언론은 그를 잘 포장하여 대중 앞에 대령하며, 자신이 진짜 히틀러임을 셀수없이 선언한 그에게 재차 이름을 묻는 사람은 사라졌다.

영화는 집요하다. 웃음기는 사라지고, 마치 1933년 드라마틱한 그의 집권을 전후한 시대상과 현재의 상황을 정면으로 충돌시킬 생각인 거 같다. 그것도 있는 힘껏. 히틀러의 뼈대가 되었던 우생학과 아리안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가 얼마나 농담같이 시작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 상식이 되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게 히틀러라는 악인의 등장이라는 돌발변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이름의 누구라도 대행할 수 있었을 인류의 한 국면이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건 꼭 '악의 평범성'으로 풀 이야기만은 아니다. 히틀러를 낳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무르익으면, 그 화약고에 불붙이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독일 걱정에 밤잠을 못이룹니다"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정작 독일을 불구덩이로 집어넣었었고 또다시 집어넣을지 모르는 역사의 반복, 이건 두번 다 틀림없는 비극으로 귀결되고 말 거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이를 가진 어떤 나라에도 불길한 전조를 드리운다.

그렇게 소름돋게 만드는 영화의 마지막, 2014년의 히틀러는 이제 대중의 인기와 언론매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채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잡종개를 총으로 쏴죽이고 유태인의 피를 혐오하며 유색인종은 육체노동이나 하라고 농담처럼 밑밥을 깔아둔 터였다. 난민을 위한 집단수용소에 대해선 전문가라며 자신감을 보인 터였다. 더이상 그는 어릿하고 후져보이지 않는다. 눈빛은 명민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카리스마는 백퍼센트 충전됐다. 이제 어디로 독일 국민들을 끌고 갈까.

설경구가 스스로를 김일성으로 착각한다는 설정의 '나의 독재자'를 초반에 살짝 떠올렸으나, 전혀 다른 종류의 영화. 대충 얼버무리거나 금기시되어버린 히틀러라는 이름이 갖는 미묘한 지점들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사람들을 당혹시키려고 작정한 작품이고,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그 목적을 초과달성한다.

베를린 장벽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실감하는 데에는 East Side Gallery과 The Wall Museum을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지만,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 구역을 보려면 베를린 장벽 메모리얼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함직 하다.


앙상하고 얄포름한 콘크리트 장벽의 골간이 되었던 철근만 뾰족하니 남아있는 그 곳에는 과거 이 장벽을 넘기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순간들이 주변 건물 벽화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인근의 불타버린 성당 자리에 새롭게 꾸며진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는 이 곳에서 흩뿌려진 피와 희생에 대해 묵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렇게 미니멀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듯 했다.



어느덧 30년 가까이 지난 과거의 역사, 뜯어낸 장벽을 둘러싼 울창한 초록빛 식물들의 생명력이 왕성하다.


메모리얼에 들어가면 실제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며 사람들의 이탈과 움직임을 막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내부까지 둘러보진 못했고 그저 바깥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베를린의 상징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라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장대한 모습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건 바로 그 남쪽에 인접해 있던 '메모리얼 투 더 머더드 쥬스 오브 유럽', 그러니까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 정도로 번역될 법한 기념공원이었다. 저렇게 네모 반듯한 시멘트 덩어리를 마치 관짝처럼 제작해서는 오와 열을 맞추어 빼곡하게 설치해 두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왠지 굉장히 고독하거나 심난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는 젊은 친구가 있길래 뒷모습을 살짝. 이럴 때 온갖 상상을 해보게 되는 거다. 유대인일까, 친지 중에 희생자가 있는 걸까, 2차 대전의 상처가 어떤 식으로 남아있는 걸까. 등등.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단순한 네모반듯한 오브제들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골목이 생기고, 그렇게 서로 예기치 않게 만나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경험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유대인들이 겪었던 역사적인 희생과 마녀사냥, 그로 인해 흘린 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이런 기념공원에서 한번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단 점에선 절대 헛되지 않았다.




#유니콘 #건담 #gundam #decal #unicorn #데칼지옥 #밴시노른 데칼 지옥의 문이 열리고 앙골무아 대왕이 내려오리니.

숨은 그림찾기하듯 조금씩 눈에 띄긴 하지만 거의 미미한 만큼의 차이를 가져오는 데칼 작업, 그래도 그 자그마한 데칼과 디테일들이 모이면 이렇게 큰 변화를 실감케 한다.

#건담 #유니콘 #밴시노른 #건프라 #완성 #gunpla #gundam #mg #unicorn MG급 건담을 제대로 전개해두려면...받침대가 필요한 건가 역시...

#건담 #프라모델 #유니콘 #반시노른 #gundam #plamodel #개봉박두 이제 무기류를 장착한 반시노른.

그렇게 가오나시상을 만난 밴시노른은 대혈투를 벌이게 되고...

#건프라 #유니콘 #건담 #밴시노른 #gundam #plamodel #banshee #norn

역시 러너도 굉장히 세심하게 쪼개져 있고, 사이코프레임이 전개될 것을 대비한 복잡한 다이나믹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

머리부분, 상체에 이어서 양팔을 만들어 이어 붙인 상태.

이런저런 잡생각을 지우고 몰입하기엔 딱 좋은 소일거리, 하룻밤 만에 본체를 다 만들었다. 물론 무기류와 데칼이 거대한 산처럼 부담스럽게 남아있긴 하지만.

디테일샷. 아직 사이코프레임이 전개되기 전임에도 그 세부 묘사와 동력전달부가 훌륭하다.

물론 아직 조금 심심한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전혀 모자라보이지 않는, 완성도 높은 밴시 노른.


일요일 오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꿀꿀한 하늘 아래 형광색 점퍼를 입은 마부 아가씨가 눈에 확 띈다.


그리고 파란색 파이프가 구불거리며 도시를 관통하는 아래 새빨간 차양과 의자를 가진 까페도.


이 작고 귀엽지만 빨라 보이는 차는 아마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같은데, 미처 그들에 초점을 잡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슈프레 강폭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 조금만 단단히 마음을 먹으면 이 정도 너비의 강쯤은 금방 횡단할 수 있을 듯.


그리고 계속 벼르고 있던 뮤지엄아일랜드. 호텔 바로 옆인데도 도무지 시간을 내볼 수 없었던 방문장소를 일욜 오후에야 겨우 들러봤다.


운이 좋았던 거라, 마침 벼룩시장이 열려서 중고 책이니 카메라니 심지어는 중고 타자기까지 꺼내놓고 팔고 있던 사람들. 이리저리 뜯어 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고 하다가, 구 소련제 필름카메라 한 점과 무려 1938년에 만들어진 타이프라이터 한 점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외모를 가진 아저씨가 노려보는 보데 뮤지엄, 그 앞에서 사람들이 번다하게 오가며 사진도 찍고 내부 전시도 보러 들어가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출장이 아니라 여행을 온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 기분을 더욱 북돋아주는 트럼펫 아저씨. 쉼없이, 엄청 진지하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계시길래 주머니 속 동전을 탈탈 털어드리곤 맘놓고 이리저리 사진 촬영을 시도..




- 한국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4, 외국 분위기 물씬한 마을(윤성의)-

 


* 2016. 8. 19(금)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부산 감천문화마을, 4년만의 재방문.)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돌아보고 싶은 한국의 이국적인 여행지는 부산의 산토리니, 혹은 마추픽추라고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이쁜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켜켜이 오붓한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페루의 마추픽추처럼 가파른 산경사를 따라 층층이 세워진 건물들이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이런 별칭이 생긴 마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을 찾았던 오년전만 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동네였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놀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께 가자고 해도 전혀 모르셨거든요. 감천 문화마을, 태극도마을, 아니면 감정초등학교 앞으로 가자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전혀 모르셔서 네비게이션을 켜고 직접 안내해 드려야 했습니다. 도착해서 돌아봤을 때도 외지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구요. 그렇지만 올해 다시 다녀온 그곳은 이미 꽤나 말랑말랑하게 상업화된 분위기랄까, 많이 알려진 관광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이 문화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건, 산비탈을 따라 쭉 올라세워진 달동네 마을이 낡고 허름해진 위에다가, 예술가들이 채색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조형물도 설치하며 마을 주민들과의 협업으로 일군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제법 여기저기에 유쾌한 조형물들이나 벽화들이 늘어난 것도 보기 좋았고, 곳곳에 공방이나 까페,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는 것도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표시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관광객들을 인도하는 화살표는 곳곳에서 발견되어 길을 잃거나 엄한 데로 빠지기도 더욱 쉽지 않아졌습니다. 굳이 길을 비틀어 다른 곳으로 가도 금세 어디선가 안내를 발견하게 되어 내심 안심도 되고 했지만, 그런 친절한 화살표 아래에도 이 곳의 풍경은 묻어납니다.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 곳에 사시는 할머니 몇분이 따뜻하게 덥혀진 시멘트 계단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앞서 걷고 있던 두 여학생들에게 뭐라뭐라 촬영하기 이쁜 데나 전망대를 알려주시는 분도 계셨고, 우리는 찍지 말라며 굳이 자리를 피하려 하시는 분도 계셨으며, 여기 뭐 볼게 있다고 이리들 기어와 귀찮게 구냐고 한소리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도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길냥이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한발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길앞잡이를 자처해주기도 하고, 곳곳에 숨은 자그마한 벽화나 센스넘치는 조각들은 감천문화마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 숨겨진 보물들입니다. 산비탈을 따라 다랭이논을 일군 사람들, 그리고 다랭이논처럼 비탈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그네들의 파란 네모집들. 빈틈없이 공간을 구획한 야트막한 옥상들은 그대로 빼곡한 모자이크가 됩니다. 부산 앞바다로 그대로 흘러내려갈 것만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들입니다.

워낙 경사가 가팔라서, 굳이 골목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몇개 건물들만 슥슥 지나치면 금방 산아래 아스팔트 차도로 내려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연두빛 분홍빛 파랑빛 페인트들이 골고루 이쁘게 칠해진 집들이나 공중화장실처럼, 그 사이로 놓인 시멘트 계단을 자근자근 밟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 빛깔따라 조금이라도 화사해진다면 좋겠습니다.

다만 '산토리니'마추픽추란 이름이 갖는 묘한 설레임과 이국적인 향취, 그 별칭을 가벼운 마음으로 붙여주기엔 여전히 이 곳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건물들의 군집이 이루는 그 전체 그림만을 보고 감상하며 '산토리니' '마추픽추'니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좀 실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니까요. 그곳에 사는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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