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은 다른 국가관들에 비해 높이가 두배나 높을 뿐 아니라 위치 상으로도 엑스포장 내의 최중심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건물 모양 자체가 위로 향할수록 넓어지는 커다란 역사다리꼴이니, 마치 주렁주렁한

장식이 달린 황제의 관을 쓴 중국의 천자가 세계를 굽어보는 격이다.

중국관의 외벽을 두르고 있는 문양도 특이하다. 뭔가 왕조의 문양이랄까, 기하학적인 무늬가 돋을새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대기시간 90분임을 알리는 중국관 입구.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은 중국관에 가장

관심이 많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

커다란 관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하늘로 퍼져나가는 형태의 골격은 끝에 옥새의 도장밥모냥 문양이 음각된

여러 개의 기둥이 서로 얼기설기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관 드디어 입장, 천장에 빨간 무늬가 이리저리 휘감기고 있었고, 기둥에도 꿈틀꿈틀 붉은 빛이 용틀임중.

중국관 1층은 중국 내 각 성들의 연합전시관이었다. 오각형 형태의 공간이었다는 건 행사장 도면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전시관 내로 들어서니 드글드글한 관람객들, 대부분이 중국사람이라 온통 중국말 뿐이다. 웅성웅성, 천장까지

튀어올랐다가 귓바퀴로 파고드는 리드미컬하고 커다란 중국어 소리.

각 성에서는 제각기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많이 본 듯한 선녀옷과 머리모양을 하고 이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은 꼭 한 명씩 있었고, 나름의 고유한 음악이나 예술작품을 보여주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부스 모양 자체도 각 성의 특징이나 컨셉에 따라 꽤나 참신한 것도 있었고, 혹은 아주아주 화려한 것도 있었고.

종이공예를 선보이신 분은 심지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앞엣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위질을 멈추질

않았다. 가위 끝으로 호랑이 눈알을 파고 발톱을 일으켜세우는 솜씨가 대단했다는.

팬더가 유명한 사천 지역이던가, 아예 산등성이를 옮겨와 팬더와 원숭이와 새에게 사이좋게 자리를 마련했다.

사방에서 질 수 없다는 듯 한껏 치장한 중국 각 성의 부스들에, 관람객들은 이리저리 물풀처럼 흔들리며

휘둘리고 있었다. 중국이란 이름 아래 묶였던 각 성의 고유한 색깔, 유전자, 문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느 성이었더라.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누각 안에 들어선 기분을 맛보게 하던 곳.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 지도부가 분리독립 움직임을 늘 경계하며 주시하는 곳이다. 부스 이름에서부터

아랍어가 꼬물꼬물하는 게 역시 많이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신장성이었던 거 같다. 이 아가씨들의 터키스럽달까 아랍스러운 의상과 외모를 마주쳤던 건 역시나.

잠시 그녀의 우아하고도 발랄한 턴을 바라봐주고, '중국'이란 나라 밑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집단들, 개인들을 떠올렸다.

이 분도 참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셨다.

이 분들의 춤은 왠지 스스로의 목을 꺽어버리려는 듯한 손놀림으로 한동안 일관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지만, 어쩐지 북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경직되고 작위적인 웃음이 더욱 마음을 격탕시켰다.

내 팔뚝에 근육 점 보이소. 으이?

마무리는 항상 화창하게. 노란 꽃밭을 배경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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