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눈이 부시던 하늘, 시퍼렇게 출렁이던 바다, 드문드문 진한 그림자를 얼룩처럼 가진 초록색 잔디밭,

그리고 청결하고 깔끔해 보이는 하얀 커튼.

알제리에서 가장 앉아보고 싶던 자리 중 하나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 속에 들어가버리고 싶었으니.

소들이 뛰노는 그림이 그려진 테이블 앞접시. 뭔가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꽉 채우고 있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맛난 음식으로 이국의 향취를 맛볼 수 있다면.

아랍식으로 길게 늘어지는 응접실 분위기를 한껏 낸 음식점 한쪽의 룸. 저런 곳에서 물담배나 뻐끔뻐끔 피워

올려야 제대로 나른하게 뻗어있을 텐데. (..뭔가 약쟁이의 말투;; )

뭔가 불어로 씌어져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던 메뉴. 그렇지만 대략 소고기가 나오고 그전엔 벽돌이 나온단

정도는 알겠다.

막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찍은 '벽돌'. 생선까스랑 비슷한 맛이었던 듯.

그리고 소고기. 난 사실 핏물이 줄줄 흐르는 뱀파이어 스타일의 레어 스테이크가 좋은데, 이아이는 저토록

두툼하면서도 잘 익었다.

후식. 그다지 인상적인 디저트는 아니었다, 외양에서나 맛에서나.

크리스탈이 달랑달랑거리던 조명.

밤에 슬쩍 나가서 쐬었던 알제리의 바람은 시원하면서도 건조했다. 바닷가에 바로 연한 호텔이었지만 끈끈함이나

후텁지근함, 꿉꿉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늘 출장 중에는 그림의 떡,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인. 호텔의 온갖 시설들. 수영장, 헬스장 따위들.

밤이 깊어 불밝혀진 후에야 슬쩍 한번 돌아보고 나오는 그런 곳들.

여름 휴가를 슬슬 가고 싶은 거다. 이런 불꺼진 고즈넉한 장면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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