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다운타운의 해안, 해양박물관(Maritime Museum)이 있는 곳이다. 대략 150년 이전의 범선부터 2007년까지

 

활동하던 잠수함까지 7척의 크고 작은 선박들의 내외부를 일일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게 포인트. 특히나 동해를 무대로

 

활동하던 구소련제 공격형 잠수함인 B-39의 좁고 불편한 내부를 살피는 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박물관의 중심건물이랄 수 있는 1898년 건조된 버클리 선. 증기를 내뿜었을 커다란 굴뚝을 높이 세운 선박 안에는

 

증기선의 엔진이라거나 실내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뜬금없게도) 타투샵도 들어가 있었다.

 

1700년대 영국의 프리깃 선을 복원한 서프라이즈 선, 내부에는 그래도 제법 오래된 느낌을 살린 대포라거나 각종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대포의 여러 부품에 대한 이름과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고.

 

해먹 대신 그래도 널판지가 깔린 침대에서 몸을 뉘일 수 있었던 상급 선원의 공간도 둘러보고.

 

선장의 호화로운 식사 공간도 슬쩍 훔쳐 보는 재미.

 

당대의 선원들이 어떤 식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요일별 식단을 아예 소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18세기의 대영제국을 건설하는데 선봉에 섰을 전투선박인 거다. 충분히 해양박물관의 앞머리에 설 만하다.

 

그리고 1974년에 건조되었다는 구소련의 잠수함. 굉장히 투박하고 못 생겼다라는 느낌인데다가, 내부를 돌아보려면

 

우선 저 앞의 동그란 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에 들어가야 한다. 설마 그렇게 좁은 출입구가 있겠어, 하기

 

쉽지만 정말로 저렇게 좁고 불편한, 당장이라도 폐쇄공포증에 시달릴 것만 같은 공간이 저 안에 있었다.

 

온통 새까맣게 칠해진 구소련 잠수함의 꼭대기에 그려진 혁명의 붉은 별, 그 붉은 빛이 선연하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것부터가 벌써 뭔가 숨통이 턱 막히는 느낌.

 

어뢰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간인 거 같은데, 이렇게 조밀하게 공간을 채워넣으려 애써도 선원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고작해야 발딛고 움직일 수 있는 두어뼘 남짓이다.

 

그리고 잠수함에 탑승하기 앞서 시험해봤던 바로 그 문과 동일한 사이즈의 철문.몸집이 큰 미국인들에게는 꽤나

 

통과하기 어렵겠다 싶은데, 실제로 저 정도의 아저씨도 한참을 낑낑거리며 버거운 몸뚱이를 부비적거렸다.

 

그나마 화장실이 이정도 공간이라도 확보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온통 파이프와 전선과 손잡이로 포위됐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꽤나 현대적이랄까, 배관과 원형의 손잡이와 전선들이 최적의 공간 활용을 꿈꾸며 사방으로

 

내리달리는 모습이 자아내는 아름다움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계란색 바탕에 빨갛고 파랗게 정돈된 색감 역시.

 

 

 

역시 어디서든 사람이 생활하는데 긴요한 건 먹는 것, 그리고 싸는 것. 잠수함 승조원들의 일과와 식사시간에 대해서

 

자세한 메뉴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비록 그런 삼시세끼 식사를 만들어내는 주방이라는 게 무슨 보일러실처럼 이렇게 작고 보잘것 없다고 해도.

 

재미있는 건, 이 잠수함의 작전구역이 한국의 동해지역이었다는 점, 때로는 대한해협을 통해 남해와 서해 지역까지도

 

작전지역으로 삼았다니 일촉즉발의 냉전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전사임에 틀림없다.

 

그런 잠수함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까지 항해해서는 결국 샌디에고에 안착, 해양박물관의 주요 전시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전히 이런 상급 장교의 의복이나 구소련의 영도자들 사진을 남겨둔 채.

 

잠수함 승조원들의 세면장..이라는데, 설마 여기서 모든 세면을 다 하지는 않았겠지? 고작해야 싱크대 수준인데.

 

 

그리고 다른 배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발견한 선실 창문에 반사된 샌디에고만 앞바다의 풍경. 온통 크고 작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기도 한데다가 1700년대로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배들이 뒤섞여 있다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리고 해양박물관에서 가서 알게 된 재미있는 프로세스 하나. 참치 통조림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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