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료칸의 체크아웃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 그때쯤 나서서 후쿠오카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 마련이지만 아예

 

하루를 유후인 마을에서 보내기로 했다. 유후인 역의 라커에 가방을 보관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걷기 시작.

 

인력거 아저씨가 토막난 한국어로 흥정을 걸어왔지만 기력이 쌩쌩한 상태에서 저런 걸 탈 리가 있나.

 

 

전날 밤에 미처 걷지 못했던 골목을 좀더 헤집어 보기도 하고, 밝은 대낮에 보니 또다른 풍경에 감탄하며 연방 사진을.

 

 

 

뭐지, 여기가 유후인의 긴자 거리쯤 된다는 걸까. 잔뜩 색바랜 간판을 보면 도저히 그럴 리는 없는데.

 

자판기 왕국답게 담배 자판기가 네다섯대 즐비하게 늘어선 건 제법 장관이었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숯의 정령을 만났던 곳, 여러 귀여운 아이템들이 많았다.

 

 

이렇게 굵은 터치로 파내어진 등불이 반짝반짝거리기도 했고.

 

 

이 정도 인테리어에, 이렇게 사람 없는 샵이라면 한번 앉아서 쉬어주는 게 예의지만, 아직은 몇 걸음 떼지도 않아서 패스.

 

 

샵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조그마한 왕복 이차선의 길거리. 그런 샵중엔 퇴마 효과를 연구하는 샵도 있다.

 

 

이런 류의 사이비 과학이랄까, 운명론이 발달한 나라답게 손가락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반지를 끼라고 유혹하는.

 

그러고 보니 일본은 아버지의 날이 있었다. 6월 17일, 아버지의 날.

 

조촐하지만 확연한 메인도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목길은 틈틈이 나타나서 손짓했지만, 꾹 참았다. 일단은

 

긴린코 호수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준보석이라 불리는 돌멩이마다 '능력치'를 표시하고 있던 그림. 우와, 이런 건 역시 온갖 종류의 게임이 발달한

 

나라라서 그런지 굉장히 시각적이고 확연하다. 마치 삼국지의 장수들 능력치를 따지는 것 같잖아. 지력, 매력, 무력..

 

이 복을 던져주는 고양이는, 그 주인의 복을 사방으로 던져버릴 셈인지 굉장히 몸값이 비쌌다. 무려 28만엔. 헉.

 

 

그리고 완전완전 귀여운 것들이 가득하던 샵 하나 발견.

 

 

 

날씨도 적당히 따뜻하다 싶었다. 아직 오전이라 그랬겠지만, 5시 버스로 유후인을 뜰 생각이었으니 근 6시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었다. 흐느적흐느적 걷다가 쉬고 배고프면 군것질하고 차마시고 그러기로 했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서 이렇게 샅샅이 샵을 순례하며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살까 말까 재보기도 하고.

 

 

이 고양이는 가게 앞에 놓인 의자에 배를 깔고 누워서는 슈퍼맨 놀이 중이었다.

 

이 곰인형은 어메리칸 스타일의 바이크에 기우뚱 앉아서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역시 고양이, 고양이. 일본은 왜 이리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

 

그리고 술을 파는 가게 앞에서 빗자루를 쥐고 있던 고질라.

 

잠시 앉아 쉬었다. 사실 직선거리로만 따지면 얼마 걷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샵들이 많아서 꼬불꼬불 걸었던 걸 헤아리면

 

마치 꽁꽁 감겨있던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왕창 늘어날 거다.

 

 

너무너무 유명한-아마도 한국인 사이에서 특히?-롤케잌집 비스픽은 이미 가게 안이 바글바글하길래 스킵.

 

다리를 건너고 나서 만난 또다른 샛길. 개울을 따라 쭉 걷는 길 옆에 색색의 꽃들이 만발해서 유혹하는 중.

 

어느 길 모퉁이에는 누가 만들었을까, 페트병을 잘라서 어찌어찌 만들어낸 바람개비가 팽글거리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군부대의 움직임. 뭔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유후인에는 자위대 주둔지가 인접해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이는 상점들, 음식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간단하게 브런치랄까,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 중에는 가볍게 여러 끼를 먹는 게 현지의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고 특히나 유후인 같은 데에서는 길거리 음식이라거나 군것질거리들을 위한 여지를 남기는 방법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막상 메뉴판을 보니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게 잔뜩. 치즈 케잌이니 단팥죽이니 고구마 세트는 뭘까.

 

그래서 이것저것 맛보고 일본의 맛난 커피도 마시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 맞으며 쉬다가 정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그렇게 유후인 마을을 샅샅이 살펴보기로 한 하루 일정의 반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마을의 분위기만큼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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