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의 거리를 넋놓고 걷다 보면 아무래도 적절한 타이밍에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마련. 치사하게 공공화장실 입구에 부스를 설치하고 사용료를 받고는

있다고 해도 하루 종일 참았다가 공짜 화장실이 있는 곳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니, 일촉즉발 급박한 상황에서

화장실을 재빨리 찾아내는 것이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관건이겠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도 저렇게 크게, 눈에 잘 띄게 붙여놓은 화장실 표지는 처음 본 듯. 차도변의 다른

교통표지판들보다도 높고 크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매의 눈'을 동원해 검색한다면

정말 0.01초만에 찾아낼 수 있을 거 같다.

화장실 이용료로 재벌이 되겠다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발로인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를

구원하려는 휴머니팅의 발현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이 시뻘건 표지 덕분에 구원받은

사람들이 적잖을 거라는 사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동전 몇 푼 던져주는 게 아깝다고

형제의 나라 터키 이스탄불이 베푼 푸근한 화장실 인심을 매도하진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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