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에는 아무래도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들여온 맥주, 음료가 많기 마련이다.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입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딱히 이 나라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보통

음식점이나 호텔에서도 많이 파는 건 그래서 '러시아' 맥주인 '발치카'.

이름부터 발칙하게도 '발치카'인 이 맥주는, 종류가 무려 9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발치카 1부터 발치카 9까지.

알콜 도수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그 숫자가 올라가는 식이라고 하는데, 보통 많이 마시는 건 발치카 3.

머물러 있는 사이에 1부터 9까지 전부 맛보리라 자그마한 다짐을 했었지만 3, 5, 7, 그리고 9를 맛보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 우습게도 숫자가 달라지면 병 모양이나 라벨 모양도 약간씩 변해서, '발치카'라고 묶인

이름을 제외하면 딱히 같은 시리즈의 맥주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난이도 9, 발치카 9는 무려 8%의 알콜도수를 자랑하는 맥주. 맛부터가 일반 맥주의 궤를 확실히 벗어난 느낌이랄까.

맥주라기엔 굉장히 알콜이 세서 꼭 '소맥'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소맥이지만 맥주의 쌉쌀함이 많이 살아있는.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맛봤던 보드카. 서빙을 해주던 누나에게 포즈를 취해달라 부탁해서 병만 살짝

찍었는지라 정확히 저게 어디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랫도리에 둘려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문양들로

판단컨대 메이드 인 투르크 아닐까. 아무래도 보드카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엔 너무 독하다.

그리고 투르크의 콜라. 마치 우리나라에 '콜라독립815'가 있었던 것처럼 이 나라에도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의

콜라가 있는 셈. 맛을 볼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의 전례로 짐작컨대 뭐 그다지 아쉬워할 일은

아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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