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이란 나라가 생겨난 건 1991년 10월 27일, 무너져내리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날이다.

이후 15년간 니야조프 초대 대통령의 독재가 이어져왔지만, 정치적 반대세력도 많지 않고 국민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06년에 니야조프가 사망한 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건 그의 주치의였던

치과의사 출신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의 모든 건물 로비, 건물 내 사무실들, 심지어는

투르크메니스탄 국적 항공기에도 티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의 커다란 초상화가 붙어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인지라, 초대 대통령의 묘소가 으리으리하게, 마치 파리에 있는 나폴레옹의 무덤 앵발리드를 떠올리게

하듯 금빛 번쩍이는 돔 형태의 지붕과 대리석 뻑적지근한 건물로 꾸며져있는 건 새삼 이상할 것도 없을지

모르겠다. ([파리여행] 나폴레옹의 휴식처, 앵발리드) 사진 촬영조차 금지된 채, 니야조프 초대 대통령과

그의 부모, 그리고 두 형제를 위한 다섯개의 대리석 관이 봉안된 그 곳에서 가이드 압둘라는 낭랑한 목소리로

죽은 이의 안식을 비는 코란을 노래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유해도 못 찾았고, 어머니와

두 형제는 45년인가, 투르크메니스탄에 있었던 대지진때 전부 돌아갔다고 한다. 압둘라는 그가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망자에 대한 무슬림의 예의로 코란을 읊었다 했다.

그리고 이 건물, Ertogrul Gazy 모스크가 그 묘소 바로 옆에 있었다. 1998년 터키가 건설해서 투르크메니스탄에

선물했다는 건물, 남자 5천, 여자 2천이 한꺼번에 수용가능한 거대한 모스크라고 한다.

현대에 만들어진 모스크라 그런지 전통적인 모습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서도 뭔가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거 같다.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새하얗게 반짝이는 대리석과 화려하게 번쩍이는 금박이 아직 그 풋풋함이랄까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빼곡히 세워진 채 미나렛 첨탑을 따라 위로 쭉쭉 솟은 가로등들 때문일지도.

황금빛과 나무색이 섞인 기하학적 문양이 가득한 문을 지나면 바로 모스크 안으로 입장, 더이상 사진촬영은

불가능한 공간에서 잠시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1층은 남자를 위한 기도공간, 2층은 여자를 위한 기도공간이라고.

여느 모스크들과 다를 바 없이, 기도를 바칠 때 메카 방향을 알 수 있도록 살짝 움푹 패인 '키브라'가 꾸며져

있고 천장의 커다란 돔에는 알라를 의미하는 아랍어가 쓰여있고, 우상숭배가 금지된 그들의 교리 덕분에

발달한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공간.

다만 이집트나 다른 아랍국가의 모스크에서 느꼈던 편안함이나 여유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쉬웠다. 아무래도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특별한 '과시용' 모스크이기 때문이겠지만, 사람들의 일상에 콕 박힌 채 누구라도 편히

와서 기도하고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그랬을 거다. 더구나 바로 옆의 초대대통령 묘소와 맞물려서

더욱 경건하게 위엄을 부리려는 탓도 있을 테고.

사막의 나라 투르크메니스탄, 그곳에서 이런 분수를 넓게 조성해 놓고 또 저렇게 녹색 정원을 잘 관리하는 것은

꽤나 많은 돈과 시설을 필요로 할 거다. 중동의 여러 아랍국가들에서 그렇듯, 이곳 역시 정원과 분수는 부와

권력의 상징. 이 사원은 그런 점에서도 역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소망교회'쯤 위상을 차지할 거 같다는.

무슬림들은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계율이 있다고 한다. 보통 다른 모스크들은

입구 앞 정면에 몇 개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거기에서 손발을 씻고 들어가는데, 여기처럼 칠천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대한 모스크는 고작 몇 개의 수도시설로 택도 없는 거다. 하여 지하에 목욕탕처럼 잔뜩

설치된 수도꼭지들. 왠만한 사이즈의 목욕탕은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공간이다.

단정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조명, 그 등불이 천장에 그려내는 격자살 무늬 그림자가 인상적이었다.

Ertogrul Gazy 모스크에서 돌아나오는 길, 사실은 여기에서 초대 대통령 묘소를 향해 사진을 찍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그새 살짝 움직인 태양, 덕분에 잔뜩 역광을 받고 선 모스크를 향해 사진 몇 장을 더

찍으며 압둘라에게 물었다.


투르크 사람들은 이번 대통령이 죽고 나서도 저런 화려한 대통령 묘소를 지으려고 할까. 그는 아마 그럴 거라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님 그만큼의 애정인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착잡했다. 십여년

독재를 해온 대통령에 대해 불만없이 수긍하며 죽고 나서도 계속 그의 죽음을 기리는 사람들. 물론 엄청난

부존량을 자랑하는 석유가스 자원이 가져다 주는 '먹고사니즘'의 해결이 그 일등공신이겠지만, 그게 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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