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산성 주펀의 메인스트리트는 지산제(基山街), 수치루(竪崎路) 정도의 굵은 골목을 따라 달린다.

실핏줄처럼 그곳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달리는 자잘한 골목들이 주펀의 볼거리, 먹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지만 여하간, 메인스트리트를 따라 우선 돌아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

붉은 홍등이 골목 양쪽으로 끊이지 않고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곳은, 원래는 산비탈을 따라

올라가는 금광촌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금이 고갈되고 쇠락해 가다가, '비정성시' 같은 영화로 재발견되면서

관광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붓이니 먹이니, '문방사우'를 팔던 가게.

이 문어같이 생긴 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다가 이내 알아챘다. 흐뭇하게 웃고 있는 대가리를 잡고서는

대여섯개 꽂혀있는 다리로 폭폭폭 안마를 해주는 안마기. 들고서 몇번 토닥거려보니 제법 시원했다.

고양이를 팔던 기념품점. 고양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또 정신못차리고 한참을 넋빼고 구경했다.

특히 저 낚시질하는 고양이, 흐뭇한 미소하며 가지런히 모은 두 손과 두 발(네 발이라 해야 하나..)이라니.

주펀에서 자주 만났던 간식거리 중 하나, 저렇게 두꺼운 깨엿같은 걸 정말 대패로 밀어서 가루를 내서는,

밀가루를 얇게 펴 만든 전병 같은 것 위에 소복히 올리고는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두덩이, 그리고 이국적 향내

가득한 고수를 적당히 썰어 올려서는 말아서 주는 거다.

왠지 '방망이깍는 노인'의 한대목이 떠오르는 할아버지의 대패질, 아 다 깍아졌고만 뭘 계속 대패질하고 있어요.

안 팔아, 이런 참을성없는 것 같으니라고. 아니 어디서 이런 간식을 사온 거에요, 꺠엿 대패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서 조금 성글게 갈아도 잇새에 끼고 너무 곱게 갈아도 입술에서 녹아버리거든요. 터헛. 멋진 할아방.

아직 대낮이건만 구간구간 이렇게 터널처럼 위천장이 막힌 골목에서는 이미 홍등이 불이 들어왔다. 온갖

음식점과 찻집, 기념품점, 간식 파는 곳으로 가득한 골목,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득 마주친 반가운 간식, 뽑기. 박카스병같은 투명한 갈색빛이 은은히 감도는 울트라맨이니 팬더니 따위의

설탕뽑기가 20NTS. 1NTS에 대략 35원이니까 35를 곱하면 700원쯤 하는 셈이다.

죄다 혀빼물고 있는 인형들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기념품점도 있었다. 혓바닥에 뭐라 써져 있던데, 뭐

자세히 안 봤지만 그런 거겠지 싶다. 복을 빌고 장수를 빌고 행운을 비는 그런 거.

다닥다닥 붙어있던 간판들, 홍등들, 그리고 어깨를 맞부딪히며 걷는 수많은 사람들. 그나마 가게 안에서 솔솔

흘려지는 에어컨 냉기 덕에 숨통이 트였고, 문득 잊었다는 듯 불어오는 바람이 골목통을 한번씩 훑어주는 덕에

그다지 답답하진 않았다.
또다른 간식, 커다란 버섯-아마도 새송이인 듯..-을 통째로 양념장을 발라 석쇠 위에서 구워서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종이컵에 담아주었다. 버섯도 꼬들꼬들 맛있었고 양념장도 짭조름하니 쳐묵쳐묵 했다는.

이렇게 중간중간 주펀 거리의 풍경을 넣어주면 왠지 함께 골목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어 부러 사진을 배치해 놓았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럴 땐 차라리 동영상이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 내게 체류비와 적당한 월급과 캠코더를 쥐어준다면 평생 여행만 다니며 '걸어서 세계일주' 요런 거

내 나름의 버전으로 꾸며볼 텐데.ㅋ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나무신발이 쪼로록 진열되어 있던 기념품점, 열쇠고리처럼 쓰라는 거 같은데, 그보다는

그냥 요렇게 진열하듯 전시해두는 게 훨씬 이쁘겠다.

이건 거의 떡이랑 흡사했다. 안에 소로 들어간 게 콩가루나 견과류, 요런 거라는 점도 그닥 색다를 건 없었고

다만 따끈따끈한 상태에서 들고 다니며 먹기에 딱 좋은 사이즈라서, 정말 주펀에서 돌아다닐 때는 쉼없이

입을 놀리며 걸었던 거 같다.

잘 보이진 않지만, 수치루(竪崎路)라는 이름 아래 '수기로'라고 한글로도 적혀 있다. 아마 드라마 '온에어'에서

이곳의 저녁무렵 홍등 풍경을 워낙 이쁘게 담아놓고 나서 늘어난 한국여행자들을 배려한 게 아닐까 싶다.

산등성을 따라 걷기도 하고, 비탈을 오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주펀의 오르막을 따라 골목길을 쫓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깜찍한' 사진을 내걸고 장사하는 가게도 만나고.

새끼 고양이들을 풀어두고 간식을 팔고 있는 집도 있었고,

또다시 고양이 인형과 장식품과 그림들이 가득한 샵도 만나고.

아직 해가 지려면 몇 시간 기다려야 했다. 주펀 만큼이나 오래된 듯 낡고 헤진 꼬질꼬질한 홍등과 방금 갓 달아둔

신품의 홍등이 얼기설기 매달려 있었지만, 그 홍등들의 행렬이 만들어내는 묘한 흥취와 분위기가 색다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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