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인사동, 이즈마일로보 마켓에서 담은 필름 사진들.

photo by pentax superprogram

by Galaxy7

폭설로 뉴욕 시내에 고립될 뻔 하다가, 잠시 모마에서 쉬며 몸을 녹였던 기억. 보고 싶던 모네의 '수련'은 당분간 해외 투어중이라 아쉽게도 다음기회에.

군산 경암동 철길, 히로쓰 가옥, 초원사진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은파호수공원, 그리고 새만금방조제까지.

by Galaxy7

by Galaxy7

by Galaxy7

#wicked #musical #london #uk #theatercafe #bigfan #tattoo 자그마한 씨어터카페에서 만난 magical moments. 테이블에 동석한 뮤지컬 빅팬인 중년부부와 한참 이야기하다가 보니 자랑스레 내미는 타투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 분들인지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온 뮤지컬가수와 함께 뮤지컬 넘버들을 열창하는 라이브 공연까지. 위키드 보기 삼십분전 훌륭한 티저를 맛본 느낌.

by Galaxy7. during biztrip to London.

#google #crayon #graph #search #query #analogue 디지털시대를 연 IT기업의 역사에서 찾은 뜻밖의 아날로그 감성. 이건 첨 봤네ㅋ

이전과는 달리 한쪽구석에 몰아놓은 비지터센터, 이제 여기도 그만 와도 되겠다.

#sanfrancisco #SF #pier39 #샌프란시스코

이제 몇번째 방문인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자주 와버렸고, 각각의 추억은 이제 온통 제멋대로 잘리고 이어붙어 헷갈리는 지경.

by Galaxy7, during the biztrip to Newdelhi, India

베를린 장벽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실감하는 데에는 East Side Gallery과 The Wall Museum을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지만,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 구역을 보려면 베를린 장벽 메모리얼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함직 하다.


앙상하고 얄포름한 콘크리트 장벽의 골간이 되었던 철근만 뾰족하니 남아있는 그 곳에는 과거 이 장벽을 넘기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순간들이 주변 건물 벽화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인근의 불타버린 성당 자리에 새롭게 꾸며진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는 이 곳에서 흩뿌려진 피와 희생에 대해 묵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렇게 미니멀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듯 했다.



어느덧 30년 가까이 지난 과거의 역사, 뜯어낸 장벽을 둘러싼 울창한 초록빛 식물들의 생명력이 왕성하다.


메모리얼에 들어가면 실제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며 사람들의 이탈과 움직임을 막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내부까지 둘러보진 못했고 그저 바깥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베를린의 상징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라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장대한 모습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건 바로 그 남쪽에 인접해 있던 '메모리얼 투 더 머더드 쥬스 오브 유럽', 그러니까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 정도로 번역될 법한 기념공원이었다. 저렇게 네모 반듯한 시멘트 덩어리를 마치 관짝처럼 제작해서는 오와 열을 맞추어 빼곡하게 설치해 두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왠지 굉장히 고독하거나 심난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는 젊은 친구가 있길래 뒷모습을 살짝. 이럴 때 온갖 상상을 해보게 되는 거다. 유대인일까, 친지 중에 희생자가 있는 걸까, 2차 대전의 상처가 어떤 식으로 남아있는 걸까. 등등.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단순한 네모반듯한 오브제들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골목이 생기고, 그렇게 서로 예기치 않게 만나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경험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유대인들이 겪었던 역사적인 희생과 마녀사냥, 그로 인해 흘린 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이런 기념공원에서 한번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단 점에선 절대 헛되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꿀꿀한 하늘 아래 형광색 점퍼를 입은 마부 아가씨가 눈에 확 띈다.


그리고 파란색 파이프가 구불거리며 도시를 관통하는 아래 새빨간 차양과 의자를 가진 까페도.


이 작고 귀엽지만 빨라 보이는 차는 아마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같은데, 미처 그들에 초점을 잡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슈프레 강폭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 조금만 단단히 마음을 먹으면 이 정도 너비의 강쯤은 금방 횡단할 수 있을 듯.


그리고 계속 벼르고 있던 뮤지엄아일랜드. 호텔 바로 옆인데도 도무지 시간을 내볼 수 없었던 방문장소를 일욜 오후에야 겨우 들러봤다.


운이 좋았던 거라, 마침 벼룩시장이 열려서 중고 책이니 카메라니 심지어는 중고 타자기까지 꺼내놓고 팔고 있던 사람들. 이리저리 뜯어 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고 하다가, 구 소련제 필름카메라 한 점과 무려 1938년에 만들어진 타이프라이터 한 점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외모를 가진 아저씨가 노려보는 보데 뮤지엄, 그 앞에서 사람들이 번다하게 오가며 사진도 찍고 내부 전시도 보러 들어가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출장이 아니라 여행을 온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 기분을 더욱 북돋아주는 트럼펫 아저씨. 쉼없이, 엄청 진지하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계시길래 주머니 속 동전을 탈탈 털어드리곤 맘놓고 이리저리 사진 촬영을 시도..




- 한국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4, 외국 분위기 물씬한 마을(윤성의)-

 


* 2016. 8. 19(금)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부산 감천문화마을, 4년만의 재방문.)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돌아보고 싶은 한국의 이국적인 여행지는 부산의 산토리니, 혹은 마추픽추라고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이쁜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켜켜이 오붓한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페루의 마추픽추처럼 가파른 산경사를 따라 층층이 세워진 건물들이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이런 별칭이 생긴 마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을 찾았던 오년전만 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동네였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놀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께 가자고 해도 전혀 모르셨거든요. 감천 문화마을, 태극도마을, 아니면 감정초등학교 앞으로 가자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전혀 모르셔서 네비게이션을 켜고 직접 안내해 드려야 했습니다. 도착해서 돌아봤을 때도 외지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구요. 그렇지만 올해 다시 다녀온 그곳은 이미 꽤나 말랑말랑하게 상업화된 분위기랄까, 많이 알려진 관광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이 문화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건, 산비탈을 따라 쭉 올라세워진 달동네 마을이 낡고 허름해진 위에다가, 예술가들이 채색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조형물도 설치하며 마을 주민들과의 협업으로 일군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제법 여기저기에 유쾌한 조형물들이나 벽화들이 늘어난 것도 보기 좋았고, 곳곳에 공방이나 까페,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는 것도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표시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관광객들을 인도하는 화살표는 곳곳에서 발견되어 길을 잃거나 엄한 데로 빠지기도 더욱 쉽지 않아졌습니다. 굳이 길을 비틀어 다른 곳으로 가도 금세 어디선가 안내를 발견하게 되어 내심 안심도 되고 했지만, 그런 친절한 화살표 아래에도 이 곳의 풍경은 묻어납니다.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 곳에 사시는 할머니 몇분이 따뜻하게 덥혀진 시멘트 계단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앞서 걷고 있던 두 여학생들에게 뭐라뭐라 촬영하기 이쁜 데나 전망대를 알려주시는 분도 계셨고, 우리는 찍지 말라며 굳이 자리를 피하려 하시는 분도 계셨으며, 여기 뭐 볼게 있다고 이리들 기어와 귀찮게 구냐고 한소리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도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길냥이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한발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길앞잡이를 자처해주기도 하고, 곳곳에 숨은 자그마한 벽화나 센스넘치는 조각들은 감천문화마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 숨겨진 보물들입니다. 산비탈을 따라 다랭이논을 일군 사람들, 그리고 다랭이논처럼 비탈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그네들의 파란 네모집들. 빈틈없이 공간을 구획한 야트막한 옥상들은 그대로 빼곡한 모자이크가 됩니다. 부산 앞바다로 그대로 흘러내려갈 것만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들입니다.

워낙 경사가 가팔라서, 굳이 골목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몇개 건물들만 슥슥 지나치면 금방 산아래 아스팔트 차도로 내려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연두빛 분홍빛 파랑빛 페인트들이 골고루 이쁘게 칠해진 집들이나 공중화장실처럼, 그 사이로 놓인 시멘트 계단을 자근자근 밟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 빛깔따라 조금이라도 화사해진다면 좋겠습니다.

다만 '산토리니'마추픽추란 이름이 갖는 묘한 설레임과 이국적인 향취, 그 별칭을 가벼운 마음으로 붙여주기엔 여전히 이 곳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건물들의 군집이 이루는 그 전체 그림만을 보고 감상하며 '산토리니' '마추픽추'니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좀 실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니까요. 그곳에 사는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한국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3, 외국 분위기 물씬한 음식(윤성의)-


* 2016. 8. 18(목)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타협하지 않은 아프리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돌아보고 싶은 한국의 이국적인 여행지는 서울 이태원 일대입니다. 서울 중에서도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이 많은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유일한 이슬람 모스크도 있고, 아랍이나 인도, 남미의 독특한 음식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이 곳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기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건 이러한 이태원을 더욱 이국적으로 맛볼 수 있는 두가지 아이템, 아프리카 음식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기입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소개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서는 것부터 왠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은 설레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면도구와 옷가지까지 구겨넣은 가방을 메고 이태원의 가파른 골목길을 헤매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짐을 풀면 왠지 배낭여행객들의 성지라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막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이야, 이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은, 늘 눈여겨보기만 하던 그곳이었습니다. 이태원에 갈 때마다 늘 지나치는 골목, 늘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아프리카 음식점. 아프리카 음식점이라니 대체 어떤 맛의 음식을 파는 걸까, 친절하게도 요리 하나하나 사진과 제목이 적혀 있는 메뉴판같은 커다란 간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가늠해 볼 수가 없어서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던 곳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음식은 대중화되고 세계화된 다른 지역의 음식들에 비해 그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타협하지 않고 지켜내고 있을 거 같아서 약간의 주저함도 있었구요.

오늘 하루는 여행객이니깐, 기세좋게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안에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이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둘씩 셋씩 모여앉아 못 알아들을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국인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쪽 벽면에 조그맣지만 단호하게 액자에 넣어져 걸려있던 사업자등록증이니 그런 서류들에서 보이는 낯익은 한글의 분위기 말고는 온통 낯선 이국의 분위기. 순간 나이지리아쯤 되는 아프리카 어딘가로 휙 순간이동해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메뉴 중에서 더듬듯이 주문을 하고 나서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물비누랑 핸드로션의 용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음식들을 손으로 먹고 나서 함께 나온 분홍빛 양동이에 담긴 물에서 손을 씻으라는 의미. 사실 다른 아프리카인 손님들에겐 전부 기본으로 주어졌던 이 양동이 대신 우리 테이블엔 스푼과 포크가 제공됐지만, 괜히 특별대접받고 싶지 않아 손으로 먹겠다고 양동이를 달라 굳이 부탁했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면 하얀 쌀가루나 나뭇가루 같은 걸 물에 개어서 떡처럼 해서 먹는 이란 음식이 있죠. 생각보다 풀기도 없고 미끈한 느낌, 그야말로 '무미'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빵을 손으로 떼어 돌돌 말아서 먹듯이, 알아서 적당량을 떼어 손으로 매만지곤 스프에 찍어 먹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함께 주문했던 볶음밥 역시 향신료나 재료가 꽤나 독특한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직접 손으로 떡처럼 만들어먹는 재미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더니, 문득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왠지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훌쩍 돌아와버린 느낌, 약간의 아쉬움이나 섭섭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이태원은 온갖 이국적인 음식점과 술집이 가득한 거리, 하룻밤을 머물기로 맘먹은 여행자에게는 또다른 도전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평소 벼르고만 있다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 있다면, 이렇게 하룻밤 여행자로 머물면서 시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한국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2, 외국 분위기 물씬한 바다(윤성의)-

 


* 2016. 8. 17(수)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울릉도 태하등대, 깊고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싶다면.)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돌아보고 싶은 한국의 이국적인 여행지는 울릉도, 중에서도 북서쪽 태하항 일대의 에메랄드빛 바다입니다. 해외로 떠날 때 흔히들 상상하게 되는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호젓한 분위기, 그리고 이국적인 먹거리를 그대로 국내에서 만끽할 수 있는 바다라고 소개하고 싶은 곳입니다.

물론 해외로 떠나지 않고도 동남아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기는 합니다. 제주도 김녕 성세기 해안이라거나 남해 비진도, 동해 촛대바위 앞바다들이 그런 곳들이죠. 그렇지만 적어도 제게는 한국에서 접했던 최고의 에메랄드빛 바다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사진작가들도 이곳을 국내의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았다고도 하니까 그렇게 편향된 건 아닌 셈입니다.

울릉도는 뭍으로부터 접근하기 쉽지 않아 아직은 그 천혜의 비경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섬입니다. 사실 섬의 해안선 어디에서든 기암괴석이 즐비한 가운데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끽할 수 있으니 굳이 그 중에서 어딜 손꼽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23일동안 걸어서 섬을 돌아다니던 중에 가장 극적으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태하항 앞바다였습니다.

성인봉을 오르내린 후 나리분지를 지나 접어든 북쪽 해안산책로, 태하항에 도착하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해변마을이었습니다. 이미 울릉도 해안가의 여러 마을을 거쳐온 터였지만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던 마을, 아마도 뜬금없던 모노레일 탑승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민박집을 겸한 자그마한 슈퍼와 이발소와 음식점들, 그 옆으로는 태하 등대가 있는 향목전망대로 향하는 모노레일 탑승장이 동그마니 있었습니다.

여행객은커녕 동네 주민분도 보이지 않아 운행은 하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시간표에 맞춰 운행중인 모노레일, 거의 거의 수직 급상승하는 느낌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눈높이를 따라 시퍼런 바닷물 수위가 모노레일 위로 넘실넘실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육분 정도, 순식간에 해안가에서 가파른 야산 위로 올라오고 나니, 향나무숲이 울창한 오솔길 끝에 보이는 태하등대 너머 탁트인 바다 풍경에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동남아 어느 리조트 앞바다에서나 볼 법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바닷물이 저런 빛을 띌 수 있는 건지 이쪽 끝으로 가서 내려다보다가, 또 다시 저쪽 끝으로 가서 하염없이 내려다보다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 맑고 부드러운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어떻게든 그 느낌을 그대로 담고 싶어서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내뿜으며 반짝거리는 푸른 파도의 질감이라거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그저 눈과 가슴에 담길 뿐 사진에는 담기지가 않더라구요.

모노레일 안에 붙어있던 울릉도 순환버스 시간표, 버스회사 이름은 우산버스였습니다. 한때 우산국이라는 이름의 나라였던 자취가 이런 식으로나마 남아있었습니다. 성인봉을 찾는 단체등산객들이 많은 항구 주변 말고, 이렇게 북서쪽 깊숙히 들어온 곳에서 울릉도의 명물 따개비국수를 꼭 맛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색다른 음식을 맛보며 원시림 향기가 그윽하게 번져오는 섬그늘에서,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이 곳이 정말 한국이 맞는지 혼란스러워지실 겁니다.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광복절을 맞이하여 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르는 여행 (윤성의)-



* 2016. 8. 15(월)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안녕하세요. 라디오 전국일주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1945815일 일본의 패망과 함께 맞이한 한국의 제71주년 광복절입니다. 해마다 빠짐없이 전국 각지에서 경축식과 기념행사가 치뤄지는 날, 어쩌면 70년도 훨씬 전의 일이라 그저 감사한 빨간 날 휴일 하루로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나라를 되찾았다는 걸 광명을 되찾았다고 표현할 만큼, 그렇게 힘들게 우리 나라를 되찾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피와 땀 앞에 조금은 더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보내야 할 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그저 여느 휴일과 다름없이 보내기보다는 조금은 더 의미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라보도록 하겠습니다.

독립운동 사적지들은 대체로 현재의 서울 종로구, 서대문구와 중구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 중 대부분은 비석 하나로만 그 흔적이 겨우 남아있거나, 새로 지어진 번듯한 기념관이나 박물관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백년 가까운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는 오랜 사적들을 찾아 서울 시내를 돌아보려 합니다. 우선 독립정신의 뿌리를 세운 독립문부터 시작해서, 덕수궁 내의 중명전, 서대문형무소와 탑골공원, 잠시 강남으로 내려가 도산공원을 거쳐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던 경교장에 이르는 길을 따르다보면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되짚어볼 수 있을 겁니다.

3호선 전철을 타고 독립문역에서 내리면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오랜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축물 하나를 보게 됩니다. 독립문이 바로 그것인데요, 조선시대 한양을 찾아오는 청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던 장소인 영은문과 모화관을 허물고 1897년 독립협회가 건립하였습니다. 독립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15m 높이의 문은 프랑스 파리의 에투알개선문을 본뜬 모습이라고 하는데, 당대의 천재라고 불렸던 서재필이 스케치한 것을 근거로 설계했다고 하니 그 천재성에 놀라울 뿐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서재필과 이승만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독립협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토론회인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는 등 계급을 초월한 대중이 주체가 되는 근대사상을 도입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찾을 곳은 비극의 현장, 중명전입니다. 19051117일 밤,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대신들을 회유, 협박해 을사늑약을 체결한 곳이죠. 중명전은 잘 아시는 덕수궁 내, 덕수궁 미술관 뒤에 있는 근대식 건물입니다만, 잘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인 것 같습니다. 중명전은 우리나라 궁중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 중 하나로서, 1904년 덕수궁이 대화재로 인해 전소된 이후 황제의 거처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이라는 뜻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이듬해인 1905년 이곳에서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되었고 이후 고종이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시련의 근대사를 간직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한번 찾아볼 만한 곳입니다.

이렇게 국권을 상실한 대한민국을 위해 제한몸 아까워하지 않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분들이 계셨죠. 그분들을 탄압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 중 하나가 바로 서대문형무소일 겁니다. 독립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항거하는 의병전쟁과 애국계몽운동 등 국권운동이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나자, 이러한 저항을 종식시키고자 대규모의 근대식 감옥을 지었던 것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1910년 강제병합과 1919 3·1독립만세운동 이후 수감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일제는 서대문감옥 기존 건물을 대대적으로 신축하여 수용인원 3,0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감옥으로 운용하기에 이릅니다. 3.1운동 당시 시위관련자 1,600여명이 수감된 것을 비롯해 의병장 허위와 유관순 열사, 강우규 의사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순국한, 가히 민족수난의 현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91931일 오후 2, 그날의 역사는 종로 탑골공원에 생생하게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수천 명의 학생과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학생대표가 공원 팔각정에 올라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를 소리높여 외쳤을 겁니다. 학생들은 태극기를 꺼내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공원 밖으로 나섰고 수많은 군중들이 시위 대열에 합류하면서 만세시위는 대대적인 독립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3·1운동의 발화지로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탑골공원 안에서는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미독립선언서를 네배 확대한 모사본을 볼 수 있고,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을 대표했던 의암 손병희 선생의 동상도 모셔져 있습니다. 탑골공원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본래 탑골공원은 종로 한가운데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내 근대식 공원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음악 연주장소로 지어졌으나, 백성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모여들면서 1913년부터 백성들도 이용할 수 있게 허락되었다고 합니다. 또 최근까지도 불탑사원을 의미하는 파고다 공원이라 불렸으나 탑이 있던 곳이라 하여 탑골이라 불리던 옛지명을 따 1991년부터 공식적인 명칭으로 탑골공원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쯤에서 잠시 옛 서울의 중심가를 벗어나 번화한 강남으로 내려와봅니다. 도산대로 옆 도산공원, 바로 도산 안창호기념관이 있는 곳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말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 독립협회, 신민회, 흥사단 등을 이끌며 활발하게 독립운동 활동을 하였던 분입니다. 민족 산업 육성과 민족의 지도자 양성에 힘쓰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전개해나갔던 민족의 지도자이자 실천가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민주주의적 민족국가 수립을 위해 헌신한 그의 정신과 사상을 확인할 수 있는 안창호기념관에서는 안창호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 그의 글과 서한, 연설물, 심지어 선생이 작사한 노래까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산공원은 1971년 기공되었고, 1973년 선생의 탄신 95주기를 맞아 망우리 공동묘지의 선생 유해와 미국의 이혜련 여사의 유해를 도산공원으로 이장, 합장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평소 아무생각없이 지나쳤던 도산공원의 이름부터 새삼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선생의 숙소이자 환국 후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던 경교장입니다. 백범 김구선생이 서거할 때까지 3 7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며 임시정부 요인들을 모아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반탁운동과 남북협상을 주도하는 등 감격스러운 해방 후 닥친 혼란 정국을 수습하려 노력했던, 그야말로 격동하는 현대사의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1949 6 26일 김구선생이 2층 집무실에서 안두희의 흉탄에 의해 서거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는 당시 김구선생이 집무를 보던 공간은 물론, 당시 김구선생이 입고 있어서 총탄이 꿰뚫고 지나간 자국과 선혈이 낭자한 옷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다소 충격을 받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대문역 옆 정동사거리에 위치한 경교장은 1930년대 금광으로 돈을 번 갑부가 지은 건물로, 1930년대의 건축술을 잘 보여주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기도 합니다. 8.15 광복 이후 그가 김구 선생의 거처로 제공하였는데, 최근 원형대로 복원하여 2013년부터 전시관으로 개관해 일반인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여전히 역사의 상처를 깊게 간직하고 있는 오랜 사적지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대도시 서울의 풍경 속에서도 용케도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고 곳곳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런 역사적인 공간들, 우리에게 역사를 잊지 말라고,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도 없다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베를린 시내 스카이라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텔레비전 송신탑, 삐쭉한 안테나처럼 생긴 그것을 따라 걷게 되면 나타나는 광장이 알렉산더플라츠.


밤마실 삼아 설렁설렁 걷던 길에 슈프레 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연 같은 것도 잠시 앉아 즐겨주고.


주먹만한 대리석들로 박아둔 유럽 느낌 그득한 포석을 달각달각 밟으며.


그래피티가 몇겹씩 덧씌워져 있는 교각 아래도 지나고.


도착한 너른 광장이 알렉산더플라츠. 우리로 치면 명동쯤 되려나, 백화점이나 각종 샵들이 모여있는 곳. 그리고 텔레비전 송신탑이 비로소 우뚝 서서 굽어보고 있는 곳.


한쪽에서는 베를린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트램이 출발.


그리고 이미 셔터를 내린 어느 건물 외벽에는 베를린, 러브, 두 글자만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어느 오랜 성당 앞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의 말소리와 시원한 분수 소리가 뒤엉켜 있었다.


베를린 시내 곳곳에서 보이는 (아마도) 수도 파이프. 왠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현대적인 느낌 물씬.


조그마한 개천을 건너는데 시꺼먼 개천 위로 불빛이 둥둥. 굉장히 고즈넉한 동네, 무섭다기보단 마냥 평화로운 느낌.


그렇게 설렁설렁 밤마실 삼아 산책을 다녀온 덕에, 극악의 시차를 극복하고 꿀잠을 잘 수 있었다나 뭐라나..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5,

동해 해파랑길 & 부산 갈맷길(윤성의)-

 

* 2016. 7. 15(금)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 부산 오륙도를 가다.)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동해안 해파랑길과 부산 갈맷길입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해변길이구요. 갈맷길은 부산에서 조성한 산책로입니다. 이렇게 두개의 서로 다른 산책로가 겹치는 구간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부터 해운대 미포까지 같이 걸어가 보겠습니다.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를 보면서 여기가 동해인지 남해인지 혹사 궁금했던 적은 없으신지요. 어차피 사람들이 붙인 자의적인 구분이긴 하지만, 구분점은 바로 오륙도입니다. 오륙도는 동해와 남해를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는 셈인데요.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오륙도 동쪽의 해운대와 광안리 앞은 동해바다인 셈입니다.

오늘 함께 걸어볼 길은 동해가 시작되는 오륙도에서부터 해운대 끝의 미포까지 동해를 따라 걷는 길로, 해파랑길 1코스이자 부산의 갈맷길 2코스이기도 합니다. 굽이굽이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지나 광안대교를 따라 광안해수욕장을 걷고 동백섬을 휘감아 한바퀴 돌아본 후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 달맞이고개까지, 대략 14km 정도의 코스입니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신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있는 멋진 뷰포인트가 있는 곳은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있는 해안산책로입니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해안선의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구요. 제법 시가지와 떨어져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느낌도 좋고,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길고 웅장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와 마주치기도 하고, 민락동 수변공원에 회를 떠와 파도소리를 안주삼아 술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의 걸쭉한 부산사투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꼼짝도 않은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만날 있구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 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도 빼놓을 없는 샛길입니다.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다니다보면 재미있는 풍경들을 여럿 만날 있습니다.

다만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구간에서는 다소 소란스럽거나 정신이 사나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그냥 내키는 대로 옆길로 새거나 어느 횟집이나 카페에 들어가 먹고 마시며 쉬어도 좋겠습니다.

오늘까지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어떤 길이라도 좋습니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닌 온전히 나의 발의 힘으로 걸어서 만나는 풍경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4, 경주 황남동 대릉원 지구(윤성의)-

 


* 2016. 7. 14(목)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시간이 보듬어준 경주의 듄, 대릉원의 곡선들.)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경북 경주 황남동 일대의 대릉원 지구입니다. 황남동은 황남빵으로도 익숙한 지명이죠. 대릉원은 신라시대 왕과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중에는 천마총, 오릉, 미추왕릉 익숙한 관광지 외에도 박해일 신민아 주연의 영화 경주 배경이었던 경주 노서리 고분군, 노동리 고분군 등도 있습니다.

대릉원은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경주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대릉원은 제법 커다란 공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이곳을 둘러싼 담백하고 야트막한 기와 담벼락, 그리고 너머 민가들의 수수한 기와지붕들이 잠시 시간감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야트막한 언덕 같기만 무덤 하나 하나에는 각각 주인이 있고 어쩌면 무덤 안에는 여전히 찾지 못한 보물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눈에는 그런 귀한 유물들보다 무덤의 옆구리 곡선이 탐나게 느껴졌습니다.

사하라 사막에 갔을 반해버렸던,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과 닮은 곡선이었습니다. 바람이 모래를 하릴없이 헤치고 깎고 부어내며 만들어내던 자연스럽고 우아하던 곡선, 아마 대릉원의 곡선들 역시 조금 시간이 걸렸을 , 자연의 손길은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사방이 온통 둥그스름하고 풍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온한 공간, 사이를 구비구비 휘감아 돌아가는 산책로의 모양새도 좋습니다. 딱히 어디를 찝어서 여기를 봐야겠어, 라거나 바퀴를 전부 걸어봐야겠어, 라는 욕심 부리지 않아도 그저 눈앞에 펼쳐진 곡선의 풍경들과 곡선의 길들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공간입니다.

노서리 고분군도 추천하고 싶은 곳인데요, 천년을 버텼던 왕국의 무덤에서는 어느새 세월을 먹고 자라난 나무들이 자리를 잡은 풍경을 있습니다. 누가 감히 왕들의 안식처에 올라가 나무들을 심고 키우고 손봐줬을 리는 없고, 그저 자연스레 바람이 옮겨다준 씨앗을 자그마한 언덕이 품고서 물과 양분을 주며 이만큼 키워냈을 거라고 상상하면, 오랜 세월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게 됩니다.

대릉원에서부터 첨성대나 안압지, 계림숲이나 경주박물관까지도 설렁설렁 걸어서 닿을 있는 거리에 있구요. 오릉을 지나 포석정을 거쳐 경주 남산 아래턱을 가볍게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고분의 둥실한 실루엣과 너머 야트막한 산들의 실루엣이 겹쳐 보이는 풍경, 안에서 천년의 세월을 느끼며 걸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3, 지리산 둘레길(윤성의)-



* 2016. 7. 13(수)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지리산 둘레길 2코스(운봉-인월, 9.9km))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길은 지리산 둘레의 전북, 전남, 경남을 아우르며 120여개 마을을 잇는 285km 장거리 도보길로 현재 22코스까지 조성되어 있습니다.

얼마 예능 프로그램에 그중 3코스가 소개되고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긴 했지만, 굳건하게 버틴 지리산 자락 아래 많은 마을길과 샛길들이 여전히 보석처럼 숨어있는 곳입니다. 저는 틈이 때마다 조금씩 아껴먹듯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요, 오늘은 1코스와 2코스를 중심으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중간에 있는 행정마을에서 맞는 아침. 예보대로 종일 비가 모양인지 꽤나 꾸물꾸물한 날씨였습니다. 멀찍이 병풍처럼 자리잡은 지리산은 온통 희뿌연 연무에 휘감겼습니다. 마을의 포장도로를 금세 벗어나 밟기 시작한 흙길, 제법 빽빽한 소나무숲길 사이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온몸이 흠뻑 부슬비에 젖었습니다.

검고 부드러운 흙바닥에 두방울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피어오르는 냄새, 흙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요. 어쩌면 함께 걷고 있는 친구들 덕분에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황금연휴를 맞아서 불쑥 잡은 지리산행에 흔쾌히 함께 군대 친구들,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을 함께 타박타박 쌓아오며 용케 잘도 뭉쳐 다녔던 같습니다.

유려하게 구부러지는 마을길이 산모퉁이로 사라지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고즈넉했습니다. 그러다가 길이 민가로 접어들면 사람 사는 풍경이 소소하게 펼쳐집니다. 골목길에 버티고 나무도 싱싱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의 발랄한 물소리와, 그쪽으로 기울인 나무들의 휘영청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선명하거나 고집스럽지 않게 한풀 꺾여 수그러든 낡은 파스텔톤의 슬레이트 지붕이나 시멘트 벽돌담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읍내 곳곳의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골목골목 들어가며 찾아보았습니다. 색이 바랜 오래된 간판과 자전거들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애초부터 둘레길 코스에 딱딱 맞춰서 주파해 나간다거나 정복한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가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천리행군이나 국토대장정도 아니구요. 그보다 중요한 , 어느 장소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일 겁니다. 눈을 크게 뜨고, 오감을 온통 활짝 열어둔 , 발바닥에 밟히는 흙과 나뭇가지들을 온전히 느끼는 , 바로 그게 산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2, 괴산 산막이옛길(윤성의)-


* 2016. 7. 12(화)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구불구불한 산막이옛길에 풀향기가 가득.)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충북 괴산에 위치한 산막이옛길입니다. 산막이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을 이어주던 10리길, 그러니까 4km 옛길을 이르는 말인데요.

산으로 깜깜하게 막혀있던 산막이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산나물이나 약초들을 강건너 읍내 장에 내다팔거나 옆마을로 넘나들 이용하던 길이었지만, 점차 마을이 작아지면서 잊혀져 가던 길이라고 합니다.

옛길 초입부터 여행자를 구불구불 따라오는 괴강입니다. 1950년대 괴산수력발전소가 들어선 이후에는 괴산호라 불리는 곳이죠. 바람 때문인지 괴산호 수면에는 잔물결이 꼼꼼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굽어진 강물, 강물 따라 또한 잔뜩 굽어진 산등성이, 이런 산등성이를 따라 새겨진 초록빛이 가득한 풍경이 활짝 펼쳐집니다.

길이 적당한 강약으로 오르내리는데다가, 적절한 보폭의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습니다. 드문드문 나무에 묶인 그네에선 아이들이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 아래쪽으로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저러다 휘잉~ 하고 그대로 호수까지 날아갈 같은데 아이들은 겁이 나지도 않는지 마냥 즐거운 웃음소리를 던집니다.

아이들의 발랄함이 가시기도 전에 이어지는 출렁다리입니다.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서 우다다 걷다가 일부러 흔들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뒤에 따라오는 꼬맹이가 완전히 겁먹은 보고 미안해졌지만 이내 걸음 가지 못해 다시 출렁출렁해보고 싶은 마음. 어린 시절 느낌 그대로, 어른들한테도 꽤나 길고 재미있던 코스였습니다.

출렁다리에서 내려와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 쬐이는 단단한 흙길을 밟으니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산뜻한 초록색을 뽐내며 옛길을 터널처럼 감싼 나무들, 그리고 제법 울창해진 틈새를 비집고 기어이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과 이따금씩 뚝뚝 떨어지는 햇살 조각들. 어디선가 풍기는 나무냄새, 꽃냄새까지 더해지니 정말, 한없이 걸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약수터의 펑펑 흘러나오던 물맛도 무척이나 좋았고요. 예전에는 논이었지만 지금은 연꽃이 피는 연화담도 지나고, 60년대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동굴도 놓칠 없는 포인트입니다. 무엇보다 지상 40m 높이에 설치된 고공전망대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었지만, 아래 보이는 온통 초록빛 풍경과 아름다운 강물에 아이들도 겁먹지 않고 펄쩍펄쩍 뛰어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산막이옛길의 끝은 산막이마을입니다. 끝에서 돌아오는 방법은 가지가 있습니다. 시간반 정도 걸려 꼼꼼하게 걸었던 길을 되짚어 걸어 수도 있고요, 출발지로 돌아오는 소형배를 타면 다른 각도와 높이에서 다른 풍경을 발견하면서 15 만에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혹은 본격적인 등산로를 따라 걸어 나오는 것도 방법이겠죠. 여러분은 어떤 길을 택하시겠어요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1, 강화도 나들길(윤성의)-

 

* 2016. 7. 11(월)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걷는 이의 눈높이에서 재발견한 강화, 강화나들길 제1코스.)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안녕하세요. 라디오 전국일주 청취자 여러분. 여러분은 혹시 산책 좋아하시나요? 저는 이번 한주동안 청취자 여러분께 전국의 아름다운 산책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저와 함께 걸어보시면, 시속 3km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꼭꼭 밟으며 음미하는 풍경은, 단지 눈에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차분하게 스며든다는 것을 느낄 있을 겁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강화도 나들길입니다. 강화도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마니산 참성단, 진달래 밭으로 유명한 고려산, 갈매기와 새우과자가 떠오르는 석모도, 그리고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이어나가 있는 곳입니다.

강화 나들길은 산책로와 옛길을 포함하는 20 코스로 이루어져 이런 지점들을 빠짐없이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중에서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이란 이름이 붙은, 강화도의 가장 번화한 시내에서부터 동쪽 해안가의 갑곶돈대까지 18킬로미터의 길을 걸어볼까요?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차를 내려 소박한 슬레이트 지붕이 이어진 골목길을 지나면 동문을 만날 있습니다. 동문은 몽고가 침입했을 고려 왕조가 강화도로 옮겨와서 항전하며 쌓은 성문입니다. 야트막한 가옥들과 눈높이를 맞춘 소박한 성문을 골목 끝에 갖고 있는 동네에서 살면 꽤나 운치 있을 같아 이곳 주민들이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동문을 지나고 만나게 되는 600 묵었다는 회나무, 그늘 아래서 자동차들도 쉬어가는 그런 거대한 나무를 보면 왠지 옷깃을 여미게 된달까요. 생명력과 연륜 앞에서, 그리고 단단히 수백 동안 뿌리박은 위엄과 경이로움에 조금 압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걷다보니 어느새 고려궁지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한창 뜨거운 오후 2시쯤. 이곳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땀도 식히고 바람도 쐬어 봅니다. 이곳은 고려 시대 몽골군의 침입으로 왕조가 강화로 옮겨 왔을 , 고려 왕조의 왕궁이 있던 곳입니다.

1코스의 끄트머리쯤에서 만날 있는 연미정은 강화 10경의 하나로, 아래로 굽어보이는 물길 흐르는 모양이 제비꼬리와 같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풍경이나 정자가 품고 있는 시원한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강화나들길 1코스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입니다. 정말 경관이 굉장히 아름답고 500 느티나무도 그루나 있어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품고 있는 곳이었지만, 이런 아름다움에 비하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안타까웠습니다.

꽤나 한적한 나들길을 따라 걷는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나고 드는 자유롭다는 뜻의 '나들길'. 강화도에 왔다면 어디서부터든, '강화나들길' 표지를 따라 강화의 풍경을 즐겨보시는 어떨까요. 모범답안처럼 코스를 따르지 않더라도 내키는 대로 형편 닿는 대로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2016년 4월, 제주도. 비자림과 모슬포항, 가파도 청보리 축제까지 둘러봤던 짧은 여행. 들고 갔던 펜탁스 필카로 찍은 한 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샌디에고. 일년내내 따뜻한 기후와 태평양을 옆에 끼고 아름다운 해변가를 품은 깨끗한 도시는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거스 등 미국 서부해안을 따라 숨가쁘게 내려오던 지난 여행의 종착지로 삼았던 샌디에고, 내게는 라호야 해변에서 마주친 커다란 물개들과 자유로운 누드비치의 따사롭던 햇살로 남아있는 곳이다. 언제고 꼭 한번 다시 가서 좀더 오래, 좀더 여유롭게 그 햇살과 바람과 바다를 즐기다 오고 싶은 곳.











캘리포니아 남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 중의 하나라는 샌디에고의 라호야 비치, 그리고 그 보석같은 해안 중에서도 특히나 영롱하게 빛나는 해변인 블랙비치(샌디에고의 누드비치, 블랙비치(Black's Beach)), 동물원과 미술관을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녹색의 발보아공원,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늘어선 가운데 버티고 섰던 해양박물관(샌디에고 해양박물관, 동해를 휘젓던 구소련 잠수함의 휴식처.) 등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명소들만 해도 이박삼일 코스를 짜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렇지만 육즙이 줄줄 흐르던 버거가 너무나도 맛있었던 다운타운의 골목들이라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집집마다 공들여 치장해둔 반짝이 장식들이라거나, 그런 소도시의 일상이 정겹게 느껴졌던 걸 떠올리면 그저 이름 모를 스트리트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그렇게 샌디에고의 정취를 흠뻑 맛보고 다른 이들과 많이 나누기 위해서라면 역시 숙소를 어떻게 잡는지가 결정적인 포인트! 샌디에고같은 미국내 중소도시에서 숙소를 잡을 때 크게 세가지를 꼭 고려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1) 현지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지. 왜냐하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 말고 중소도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가이드북도 부실하고 사전에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얻는 것이 훨씬 알차고 유용한 정보가 많았더랬다. 2) 교통이 편리한지. 대중교통이 그리 편하지 않은 미국의 중소도시에서 숙소의 위치는 여행 전체의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3) 새로운 친구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는 특히나 여행 친구를 만나거나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자연스레 뒤섞이며 맥주 한 병 부딪히는 것만으로 힘을 얻기도 하고 귀중한 추억을 만들 수도 있으니깐.


그런 점에서 내가 머물렀던 USA Hostels San Diego는 굉장히 맘에 들었던 숙소였다. 우선 교통의 요지인 다운타운 중심가에 위치하여 버스나 셔틀버스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그랬고, 대부분의 명소에는 걸어서 갈 수 있을만큼 가깝다는 점이 먼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4인/6인 혼성 도미토리룸이라 누구랑 함께 지내게 될지 기대감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로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과 같은 방을 쓰며 여행 정보도 나누고 같이 일정을 짜보기도 하는 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6인용 여성전용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성분들이 안심하고 쓰기에도 편리하다) 


그냥 알아서 쉽게 친해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타코&마가리타 나이트라거나 펍 나이트 같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깔아주어서 더욱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멍석을 깔아놔도 쭈뼛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판에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지. 



*USA Hostels San Diego 바로가기

 


USA Hostels San Diego를 찾은 건 hostelworld(http://www.korean.hostelworld.com/)를 통해서였는데, 여기에서 찾아본 USA Hostels San Diego의 소개를 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곳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호스텔에 대한 자세한 소개 내용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투숙했던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리뷰가 벌써 1600여개에 육박할 만큼 쌓여있어 아**라거나 기타 호텔예약사이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비용 가치(말하자면 '가성비'란 개념과 똑떨어지는), 보안, 위치, 직원, 분위기, 청결, 시설에 이르는 세부 항목들에 대한 만족도와 전체 평점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다른 곳들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호스텔월드홈페이지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혼자가 아니라도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좀 경쾌하게 놀고 싶은 여행이라면, 한번 호스텔월드에 들어가서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1인실도 있고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행 컨셉과 예산에 맞추어 계획을 짜보는 건 어떨까. 여행의 재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 만끽하는 법이라는데, 호스텔월드에서 전세계 170여개국의 숙소를 한번 탐방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각별한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거라 추천하고 싶다.



* 본 포스팅은 '호스텔월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건, 다른 유럽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꽃이다.


 

 

   

그냥 구글맵을 슬쩍슬쩍 곁눈질해가며 내키는 대로 걷는 길, 저 건물들이 뭔지 몰라도, 이름이나 역사를 몰라도 나름의 운치는 충분하다.


 

 

 

 

그렇게 이처럼 선명한 빛깔로 칠해진 성에 닿았다.

 

 


밤새 파도소리에 귀기울이다 까무룩 잠이 들고는, 어느새 아침. 주인아저씨는 아예 집을 맡긴 채로 옆섬에 마실가시고.


나머지 섬을 한바퀴 돌아보며 설렁설렁 산책하고 뭍으로 나가기로 했다.




언제부터 저기에 방치되었던 건지, 온통 초록 풀떼기에 점령당해버린 봉고차.



조그마한 승봉분교도 구경해보고. 낮은 이층짜리 건물의 따끈한 현관문 앞에는 초등학교 때 했던 실험, 흙과 물에


각기 온도계를 꼽아놓고 어느쪽에 더 온도가 높이 올라가나를 체크하는 (아마도) 실험이 진행중.


간소한 골대와 손바닥만한 운동장. 그렇지만 학교 밖이 온통 놀이터일 테니 어쩌면 운동장은 승봉도 섬만하겠구나.



아직 여물지 않은 논을 보면 꼭 어느 농촌같은데, 이렇게 보트 몇대가 정박된 풍경 덕분에 섬이라는 게 새삼 실감.


조금씩 정비중인 수변공원이랑 산책로도 있고.


하릴없이 바닷바람에 시달리다 온통 빛바래고 허물어져버린 어느 횟집의 메뉴판도 있고.


뭍이나 다른 섬들과 이어지는 유일한 창구인 항구의 한적한 풍경.



작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성당, 앞마당의 잔디가 푸릇푸릇 싱싱하다.


슬쩍 안을 구경해보니 더 귀엽다. 위엄서린 제단도, 딱딱하게 열맞춘 신자석도 없다. 개다리소반 하나가 정겨운 곳.



바닷가에는 어느 회사에선가 야유회를 온 듯 청백으로 팀을 나누어 2인3각도 하고 짝맞추기 게임도 하고.


그리고 섬 한가운데 예기치 않은 연꽃밭. 동네 꼬맹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노니는 나와바리인 듯 하다.




슬쩍 꾸물거리는 날씨, 뭍으로 떠날 시간이다.



항구 옆에서 여유롭게 망중한을 즐기고 계신 강태공.



근처 섬이나 모래사장으로 놀러다녀온 배 한 척이 긴 포말을 그리며 지나간다.




뭔가 이 세상의 끝이라는 느낌을 주는 막다른 마침표. 막막하게 저기 주저앉아 있는 쇳덩이처럼 시뻘겋게 부식되고


상해갈 수 밖에 없는 걸까, 하는 조바심을 달래는 건 조만간 배 한척이 들이닥쳐 마침표를 쉼표로 바꿔주리라는 기대.


이렇게. 



이제 뭍으로 다시 가는 참, 승봉도에서 이쁜 쉼표 하나 잘 찍고 돌아가는 셈이다.






섬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다. 제주도처럼 너무 커서 육지에 사는 것과 별반 느낌이 다름없는 거 말고-제주도가 


섬이라면 왠지 호주도 섬이고 유라시아 대륙도 섬이라고 해도 별로 억지스럽지 않은 것 같달까-섬 끝에 서면 섬의 


반대편 끝이 보이는 그런 작은 섬에 머물고 싶단 생각. 울릉도가 그랬고 그보다 더 작게는 가파도가 그랬으며


승봉도 역시 그런 섬이었던 셈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자월도, 이작도를 거쳐 승봉도까지 닿는 뱃길은 대충 한시간. 새로 제작한 게 틀림없어 보이는


구명조끼 입는 방법에 대한 동영상을 관람하고 잠시 바다구경을 하고 나면 금세 닿는 거리지만, 바다를 사이에 둔


덕분에 분위기며 풍경이 확 다르다. 


피서철을 지난 때문이겠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 여행자들, 그저 곳곳에 점점이 박힌 듯한 현지 주민분들.


숙소는 되는대로 도착해서 구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왔던 터라 무작정 선착장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걸었다. 


내키는 풍광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바닷가를 앞에 품은 곳에


맘씨 좋은 아저씨가 살고 계신 민박집이 있었다.


(라면에 소주를 함께 기울이며 이런저런 좋은 말씀 해주신 아저씨, 감사합니다~*)



내가 도착한 날 아침에 들였다던 따끈한 강아지. 어미품에서 떨어진 충격이 커서인지 엄청나게 낑낑거리던


녀석의 이름은 개똥이.



그리고 나비.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귀찮아하지도 않던 순둥이 개냥이의 이름치곤 다소 새초롬하다지만,


눈빛의 요염함이 뒤지지 않으니 인정.



민박집 앞마당의 낡고 닳은 파라솔, 저 그늘에 의지해서 책도 읽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참 좋았던 곳.


그리고 설렁설렁 돌아봐도 세네시간이면 한바퀴를 돌아본다는 승봉도 산책에 나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인 화장실.


남자화장실은 도약하는 돌고래, 여자화장실은 해바라기(?) 그림을 붙여둔 게 뭔가 의미심장하다.



확실히 서해바다는 갯벌이다. 물이 쓸려나간 전장에 남은 흔적과 잔해를 헤집고 다니는 자잘한 생명체들.


그 와중에는 제법 우아하게 뒤뚱거리며 이런 자국을 남기는 녀석들도 있고.




갯벌길을 따라 한바퀴 돌기에는 중간중간 바닷물로 끊긴 구간도 있고 제법 난코스여서 다시 섬으로 상륙. 



승봉도 삼림욕장 안내도. 피톤치드를 듬뿍담뿍 흡수하실 수 있으시단다.



무성한 녹음, 그리고 잘 닦였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찻길.




김인지 해초인지 뭔가 양식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된 해변가를 따라 섬의 끄트머리, 나무가 많이 나서 목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섬으로 설렁설렁.



나무데크로 길도 잘 갖춰져 있고, 걷는 와중에 쉼없이 우측으로 지나는 거대한 고래같은 화물선들 보는 재미도 쏠쏠.




목섬 역시 썰물 때는 이렇게 육지랑 이어진 채, 밀물 때나 조금 바닷물로 가로막혀서 섬다운 모양새가 되는 곳이다.


조그마한 섬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길을 벗어나 아무렇게나 섬의 반대편으로 접어든 참인데..숲이 우거지고


풀떼기가 무성하게 자란 곳에는 역시 함부로 발딛는 게 아니다. 미아되서 해경에 신고할 뻔.


이름붙여진 돌들에서 그 이름에 걸맞는 형상을 찾아내기란 또다른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다. 차라리 그냥 내멋대로


딱 보여진 형상으로 새롭게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좀더 유쾌한 수수께끼일 거 같지만. 대체 촛대바위가 무슨 돌에 


붙은 이름인지 몰라 사방을 헤매다가 포기, 내눈엔 그저 황량하고 거친 돌들 뿐인데. 


굳이 이름붙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가 솔직한 심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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