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샌디에고. 일년내내 따뜻한 기후와 태평양을 옆에 끼고 아름다운 해변가를 품은 깨끗한 도시는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거스 등 미국 서부해안을 따라 숨가쁘게 내려오던 지난 여행의 종착지로 삼았던 샌디에고, 내게는 라호야 해변에서 마주친 커다란 물개들과 자유로운 누드비치의 따사롭던 햇살로 남아있는 곳이다. 언제고 꼭 한번 다시 가서 좀더 오래, 좀더 여유롭게 그 햇살과 바람과 바다를 즐기다 오고 싶은 곳.











캘리포니아 남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 중의 하나라는 샌디에고의 라호야 비치, 그리고 그 보석같은 해안 중에서도 특히나 영롱하게 빛나는 해변인 블랙비치(샌디에고의 누드비치, 블랙비치(Black's Beach)), 동물원과 미술관을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녹색의 발보아공원,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늘어선 가운데 버티고 섰던 해양박물관(샌디에고 해양박물관, 동해를 휘젓던 구소련 잠수함의 휴식처.) 등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명소들만 해도 이박삼일 코스를 짜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렇지만 육즙이 줄줄 흐르던 버거가 너무나도 맛있었던 다운타운의 골목들이라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집집마다 공들여 치장해둔 반짝이 장식들이라거나, 그런 소도시의 일상이 정겹게 느껴졌던 걸 떠올리면 그저 이름 모를 스트리트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그렇게 샌디에고의 정취를 흠뻑 맛보고 다른 이들과 많이 나누기 위해서라면 역시 숙소를 어떻게 잡는지가 결정적인 포인트! 샌디에고같은 미국내 중소도시에서 숙소를 잡을 때 크게 세가지를 꼭 고려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1) 현지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지. 왜냐하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 말고 중소도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가이드북도 부실하고 사전에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얻는 것이 훨씬 알차고 유용한 정보가 많았더랬다. 2) 교통이 편리한지. 대중교통이 그리 편하지 않은 미국의 중소도시에서 숙소의 위치는 여행 전체의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3) 새로운 친구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는 특히나 여행 친구를 만나거나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자연스레 뒤섞이며 맥주 한 병 부딪히는 것만으로 힘을 얻기도 하고 귀중한 추억을 만들 수도 있으니깐.


그런 점에서 내가 머물렀던 USA Hostels San Diego는 굉장히 맘에 들었던 숙소였다. 우선 교통의 요지인 다운타운 중심가에 위치하여 버스나 셔틀버스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그랬고, 대부분의 명소에는 걸어서 갈 수 있을만큼 가깝다는 점이 먼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4인/6인 혼성 도미토리룸이라 누구랑 함께 지내게 될지 기대감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로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과 같은 방을 쓰며 여행 정보도 나누고 같이 일정을 짜보기도 하는 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6인용 여성전용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성분들이 안심하고 쓰기에도 편리하다) 


그냥 알아서 쉽게 친해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타코&마가리타 나이트라거나 펍 나이트 같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깔아주어서 더욱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멍석을 깔아놔도 쭈뼛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판에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지. 



*USA Hostels San Diego 바로가기

 


USA Hostels San Diego를 찾은 건 hostelworld(http://www.korean.hostelworld.com/)를 통해서였는데, 여기에서 찾아본 USA Hostels San Diego의 소개를 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곳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호스텔에 대한 자세한 소개 내용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투숙했던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리뷰가 벌써 1600여개에 육박할 만큼 쌓여있어 아**라거나 기타 호텔예약사이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비용 가치(말하자면 '가성비'란 개념과 똑떨어지는), 보안, 위치, 직원, 분위기, 청결, 시설에 이르는 세부 항목들에 대한 만족도와 전체 평점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다른 곳들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호스텔월드홈페이지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혼자가 아니라도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좀 경쾌하게 놀고 싶은 여행이라면, 한번 호스텔월드에 들어가서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1인실도 있고 도미토리룸도 있으니 여행 컨셉과 예산에 맞추어 계획을 짜보는 건 어떨까. 여행의 재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 만끽하는 법이라는데, 호스텔월드에서 전세계 170여개국의 숙소를 한번 탐방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각별한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거라 추천하고 싶다.



* 본 포스팅은 '호스텔월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해안, 해양박물관(Maritime Museum)이 있는 곳이다. 대략 150년 이전의 범선부터 2007년까지

 

활동하던 잠수함까지 7척의 크고 작은 선박들의 내외부를 일일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게 포인트. 특히나 동해를 무대로

 

활동하던 구소련제 공격형 잠수함인 B-39의 좁고 불편한 내부를 살피는 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박물관의 중심건물이랄 수 있는 1898년 건조된 버클리 선. 증기를 내뿜었을 커다란 굴뚝을 높이 세운 선박 안에는

 

증기선의 엔진이라거나 실내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뜬금없게도) 타투샵도 들어가 있었다.

 

1700년대 영국의 프리깃 선을 복원한 서프라이즈 선, 내부에는 그래도 제법 오래된 느낌을 살린 대포라거나 각종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대포의 여러 부품에 대한 이름과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고.

 

해먹 대신 그래도 널판지가 깔린 침대에서 몸을 뉘일 수 있었던 상급 선원의 공간도 둘러보고.

 

선장의 호화로운 식사 공간도 슬쩍 훔쳐 보는 재미.

 

당대의 선원들이 어떤 식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요일별 식단을 아예 소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18세기의 대영제국을 건설하는데 선봉에 섰을 전투선박인 거다. 충분히 해양박물관의 앞머리에 설 만하다.

 

그리고 1974년에 건조되었다는 구소련의 잠수함. 굉장히 투박하고 못 생겼다라는 느낌인데다가, 내부를 돌아보려면

 

우선 저 앞의 동그란 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에 들어가야 한다. 설마 그렇게 좁은 출입구가 있겠어, 하기

 

쉽지만 정말로 저렇게 좁고 불편한, 당장이라도 폐쇄공포증에 시달릴 것만 같은 공간이 저 안에 있었다.

 

온통 새까맣게 칠해진 구소련 잠수함의 꼭대기에 그려진 혁명의 붉은 별, 그 붉은 빛이 선연하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것부터가 벌써 뭔가 숨통이 턱 막히는 느낌.

 

어뢰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간인 거 같은데, 이렇게 조밀하게 공간을 채워넣으려 애써도 선원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고작해야 발딛고 움직일 수 있는 두어뼘 남짓이다.

 

그리고 잠수함에 탑승하기 앞서 시험해봤던 바로 그 문과 동일한 사이즈의 철문.몸집이 큰 미국인들에게는 꽤나

 

통과하기 어렵겠다 싶은데, 실제로 저 정도의 아저씨도 한참을 낑낑거리며 버거운 몸뚱이를 부비적거렸다.

 

그나마 화장실이 이정도 공간이라도 확보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온통 파이프와 전선과 손잡이로 포위됐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꽤나 현대적이랄까, 배관과 원형의 손잡이와 전선들이 최적의 공간 활용을 꿈꾸며 사방으로

 

내리달리는 모습이 자아내는 아름다움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계란색 바탕에 빨갛고 파랗게 정돈된 색감 역시.

 

 

 

역시 어디서든 사람이 생활하는데 긴요한 건 먹는 것, 그리고 싸는 것. 잠수함 승조원들의 일과와 식사시간에 대해서

 

자세한 메뉴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비록 그런 삼시세끼 식사를 만들어내는 주방이라는 게 무슨 보일러실처럼 이렇게 작고 보잘것 없다고 해도.

 

재미있는 건, 이 잠수함의 작전구역이 한국의 동해지역이었다는 점, 때로는 대한해협을 통해 남해와 서해 지역까지도

 

작전지역으로 삼았다니 일촉즉발의 냉전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전사임에 틀림없다.

 

그런 잠수함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까지 항해해서는 결국 샌디에고에 안착, 해양박물관의 주요 전시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전히 이런 상급 장교의 의복이나 구소련의 영도자들 사진을 남겨둔 채.

 

잠수함 승조원들의 세면장..이라는데, 설마 여기서 모든 세면을 다 하지는 않았겠지? 고작해야 싱크대 수준인데.

 

 

그리고 다른 배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발견한 선실 창문에 반사된 샌디에고만 앞바다의 풍경. 온통 크고 작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기도 한데다가 1700년대로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배들이 뒤섞여 있다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리고 해양박물관에서 가서 알게 된 재미있는 프로세스 하나. 참치 통조림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

 

 

 

 

영광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운영하고 있다는 아쿠아리움, 그곳에서 만난 해양 동물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이 샛노란 해마. 생각보다 활달하게 물 속에서 톡톡 몸을 튕기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새도 흥미롭고, 울룩불룩한

뿔이 돋아난 형태의 노란 몸뚱이도 재미있고, 좀더 눈여겨보면 등쪽이나 배쪽에 지느러미가 하늘거리는 모습도

보이는 거다.

그리고 지들끼리 몸을 엮어서 둥둥 떠있기도 하고,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휘휘 돌기도 하고. 잡담하듯 서로 나란히

붙어선 사이좋게 흘러가기도 하고.

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저 하얀색 스쿠터도 눈에 들어왔다. 진짜 스쿠터를 칠해서 갖다 놓은 건지 아니면 그냥

조형을 만들어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아래에서 가만히 제자리 헤엄질중인 물고기들.

호랑이 갈기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너울거리는 이 물고기는, 어떻게 보면 이쁘고 어떻게 다시 보면 징그럽고.

사실 이런 열대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샛노랑 색깔이 이쁘다 싶기도 하지만, 저렇게 총천연색의 몸을

갖고 있단 건 징그럽기도 한 거다. 


 그리고 별 두드러진 특징은 못 잡아내겠는 횟감같은 생선 몇 마리. 


아싸 가오리.

아쿠아리움 건물 위에 올라있는 거대한 문어도 맘에 들었다. 문어인지 낙지인지, 꿈틀거리는 다리의 표현이 참.

아쿠아리움을 나서다가 신기한 열매가 달린 퍼러딩딩한 나무를 보고 한 컷.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의 일원으로 떠난 출사 여행이었습니다.


저질 포스터가 망쳐버린 영화의 컨셉과 이미지.

영화 포스터를 다운받으러 네이*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랬다. 영화 평이 왜 이렇게 안 좋지?

내레이터가 쓰레기네, 좋은 영화를 이렇게 망쳐놨네,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왠지 내가 본 

영화와는 굉장히 달라 보이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던 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라고? 아빠가 딸애에게 재미있게 바다이야기를 해주는 식의

내레이션이라고? 정보석이나 '빵꾸똥꾸'양에게 사심은 없지만, 대체 이 영화를 수입해서 국내에

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싶다. 이건 아동용 교육영화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말랑한 오락영화도 아니고, 단순히 해양의 신기한 볼거리들 보여주려는 괴수대백과사전같은

관상용 영화도 아닌 거다. 내 생각이 그렇단 얘기다.

'바다가 뭔가요'란 질문에서 비롯한 영화

아마도 외국에서 쓰였던 영화 포스터는 디비디 케이스의 이 그림이 쓰였던 듯 하다. 서로 판이한

영화 포스터의 이미지와 분위기만큼이나 원래 의도나 메시지는 한국에선 꽤나 뒤틀린 거 아닐까.

(사람의 시각에서) 귀엽고 독특한 '눈길을 끄는' 동물들이 우르르 배치된 한국 포스터와는 달리,

오리지널 포스터는 바다가 보인다. 영화 제목은 '오션스', 바다다. 영화는 '바다가 뭔가요'라는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100분동안 바다 곳곳의 생명체들을 보여주는

이 영화, 그렇게 만만한 영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맞다. 굉장한 볼거리들이 우르르 나온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눈을 못 뗄만큼 굉장한

이미지들이 쉼없이 이어진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기묘묘한 생명체들이 나왔고, 고래나 상어같은

거대한 생명체의 몸에 그어져있는 주름이나 툭툭 불거진 혹들도 완전 생생하게 보았으니 굉장히

신기했다. 화면 한장면한장면 눈을 뗄 수 없도록 순식간에 그들은 먹이를 삼켰고 사랑을 했으며

우아한 곡선을 그으며 몸을 뒤틀고 유영했다. 마치 '괴수대백과 사전'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스펙타클의 측면에서 가히 '해양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큼 압도적이기도 했었다.


어항은 바다가 아니다, 생명은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물고기들이 가득 담긴 커다란 어항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어항과는

철학이 다른 영화다. 그들이 등장할 때 학명이니 뭐니 이름이 등장하던가. 인간이 제멋대로 분류하고

붙여놓은 이름 따위, 혹은 그들의 생태나 특징에 대한 박물학적이고 과시적인 지식의 편린 따위, 영화는

전혀 관심갖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보기 편하게 잘 꾸며진 공간에서 원래 삶의 신비나

생명력같은 것들이 거세된 것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저 그것들이 원래 살고 있는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에게 보여지기 위해 정리되고 가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며 결국 바다가 뭔지 그 질문에 집중하고 싶은 거다.


그들은 인간들의 편의나 필요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다.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너무도 쉽게 잊고 마는

사실이다. 때로는 경이롭고 섬뜩하기까지 한 바다 생명들은 인간의 눈으로 재단되지 않은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수만년에 걸쳐 진화를 하고, 먹이 사슬에 따라 포식하고 포식당하며, 제각기의 목소리로

울부짖고, 그렇게 아침해가 뜨고 저녁해가 진다. 그들의 생생한 피부 질감과 지느러미나 촉수가

움직이는 방식, 그런 디테일을 망연히 보다보면 '생명의 귀중함'이란 말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림이나

조악한 모형으로 익숙하던 고래들의 모습이 실제 날것의 그들 모습과는 또 얼마나 다르던지.


달달하고 말랑한 대신, 불편하고 딱딱하게 읽어야 할 영화

영화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사고가 개입되는 걸 느끼기도 했다. 문득문득 쟤들의 저런 삶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 의미란 것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거겠지만, 그저 눈뜨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때가 되면 교미를 하고. 운좋으면 살아남고 운없으면 먹이가 되는 세상이란 게 너무 잔혹해

보였다. 그렇지만 인간의 세상과 인간이 사는 방식과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면서 '인간우월'의 감정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녀석이 먹이로 바쳐져 포식자의 배가 부르면 아무리 먹잇감이

눈앞에 있어도 평화로운 정경, 자족할 줄 아는 그 자연스러움이란 건 인간에겐 참 쉽지 않은 경지다.


결국 그런 인간의 마음이 빚어내는 결과는 바다에서도 참담하다. 상어를 잡아서는 지느러미만 베어내고

다시 바다로 던지는 무표정한 어부들, 바다에 방치된 그물에 휘감긴 채 죽어가는 바다 생명들, 하늘에서

바다 수면 아래로 쏘아내려지던 바닷새들처럼 돌고래와 고래를 향해 쏘아지던 작살들, 그리고 곳곳에서

망가지는 자연 환경들. 앞서 잔뜩 놀래켰던 경이로운 바다와 바다 생명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바다란 뭘까. 단순히 인간을 위한 거대한 어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이로운 공간이라 감탄만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란 뭘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어쩌면 '바다란 뭘까요'

그 질문 앞에는 '우리(인간)에게'라는 말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꼬마도 암묵적으로

그렇게 물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바다는 뭘까요"라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오션스'란 영화를 보고 나서는 질문을 좀더 명확하게, 그리고 바르게 고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인간과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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