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8. 입주 D-10.

 

2015년 9월 1일, photo by myself



사월말쯤부터 집터를 보니 설계를 하니 하며 기초다지기를 시작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네달이 꽉 차서 지나버렸다. 


그리고 이제 불과 열흘만 있으면 완전히-물론 100% 완전하진 않겠지만서도-지어진 집으로 이사. 카운트다운이다.


엉성하게나마 내렸던 비들 덕분에 식재후 시들시들하던 잔디들은 힘차게 쭉쭉 배치기중이고.


건물의 전면은 이제 에어콘 실외기도 달리고 현관문짝도 얼핏 보이는 게 좀 사람 사는 집 모양새다.


요새 실내에서 꼬물꼬물 일어났던 일들은, 바닥재 깔고 벽지 바르고 에어콘 설치하고 실측을 통해 각종 가구와 


싱크대들이 짜여지고 매립형 조명같은 것들도 설치하고.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것들은 포인트가 될 만한 주요 조명을 뭘 쓸지 아직 고민중이라거나, 화장실 아이템들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거나,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물론 이외에도 멧돼지니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정원 바깥으로 펜스를 빙 둘러쳐야 한다거나


정원 한곁에 나무정자는 놓아야 한다거나, 감나무 같은 유실수들을 몇그루 멋지게 심어야 한다는 등의 일들도


남았지만 그건 일단 입주하고 나서 차차 해결해 나가기로.



아, 차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로망은 반영되지 못했으나 그래도 자동차 손세차에 편리하도록 마당에 수돗가를 


설치한다는 건 그래도 입주 전에 해결될 수 있을 듯.


자,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버전 0.95 정도의 느낌으로 러브하우스. 다다다다~ 다다다다~


주먹돌을 얼기설기 얹어 만든 기둥을 지나 굵은 구멍들이 박력있게 송송거리는 현무암 건물의 내부로 들어서면.


드디어 현관문이 생겼다. 도어락까지 설치된 현관문이라 이제 이 집은 내부와 외부를 구별할 줄 아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문을 열면 훨씬 말끔해진 배전반. 얼마전까지만 해도 온갖 전선들이 토네이도의 잔해처럼 얽혀있었는데.


부엌. 어두운 암녹빛의 대리석 바닥 위에 새하얀 맞춤형 부엌 가구들. 


벽지가 말끔하게 발린, 문틀과 창틀과 슬라이드도어까지 다 끼워진 실내공간. 전등 스위치까지도 제자리.


세탁실 공간. 타일까지 다 붙여지고 나니까 이제 뭐 여긴 완성이다.


거실. 한쪽면은 거의 아무런 장애물없는 통유리창. 살짝 엿보이는 집앞 개울과 시멘트다리.


그리고 집의 포인트중에 포인트. 나무계단. 1층과 2층으로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인데, 아직은 미완성.


그래서 이 나무판들이 어떻게 지탱될지, 난간은 정말 설치하지 않을 건지 등등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다리 너머에서 문득 바라본 집.


그리고, 아마도 입주가 끝나기 전엔 어찌됐건 마무리될 거 같은 현관 대문. 저 두꺼운 콘크리트 파이프의 외벽을


뭔가로 둘러서 꾸밀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어떤 모양새가 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어쨌든, D-10. 




 

제셀턴 항(Jesselton point)에서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 있는 다섯 개 섬, 툰쿠 압둘라만 해상공원으로 가는 배 티켓을

 

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사실 만타나니섬을 비롯해 코타키나발루 근교의 원데이 투어 예약도 가능하고, 툰쿠 압둘

 

라만 공원의 다섯 개 섬에 대한 투어 역시 예매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사실 가까운 다섯개 섬에 대해서는 그냥 왕복

 

배표만 구매하는 것도 방법일 듯. (왕복선편만 구매시 대략 인당 70링깃 내외, 투어(점심포함)시 인당 100링깃 내외)

 

 

다섯개 섬 중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사피 섬으로 들어가는 길, 보트는 삼십분 간격으로 꾸준히 오전내내 사피섬을

 

향하는 것 같다. 각각의 여행사마다 별도로 모터보트를 운영하는데, 만타나니 섬 들어갈 때와는 달리 바다는 잔잔하다.

 

 

 

두근두근. 여기도 만타나니 못지 않은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다.

 

 

섬에 들어갈 때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10링깃씩 별도로 부과되는데, 이건 투어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비용.

 

 

만타나니 섬도 그랬지만, 모래사장이 참 이쁘다. 모래도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쓰레기도 없다.

 

 

 점심으로는 비슷하게 생선과 닭날개구이 등등이 나왔는데 역시 맛있다. 아무래도 양념 등을 강하게 하기보단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 굽거나 튀기거나 하기 때문에 딱히 지방색을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먹다 남은 생선에 눈독 들이던 고양이는 어찌나 순하고 느긋한지, 잠깐 사이에도 하품을 몇번씩 해대더라는.

 

역시나 남국의 동물들은 강아지던 고양이던 무척이나 유순해지는 모양이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지만 참 짙고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었다. 색색의 간이의자들과 테이블을 그 아래에 가득

 

품고서도 여유로운 그늘막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스노클링하다가 잠시 들어와 앉아 쉬기에 딱이다.

 

 

 

그리고 문득, 섬의 한쪽이 수런거리게 만들었던 뜻밖의 동물이 등장. 이거..거대한 도마뱀류인 거 같은데, 사이즈는

 

거의 2미터에 육박하고 뱀처럼 끝이 갈라진 혀를 끊임없이 날름거리는 게 조금 무시무시하던.

 

 

그리고 바다. 하늘색 바다.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형광물질을 살짝 풀어놓은 듯한 맑고 투명한 바다.

 

 

 

 툰쿠 압둘 라만 해상공원의 다섯개 섬들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지도. 압도적으로 큰 가야섬 아래쪽에 조그마한

 

사피섬이 바싹 붙어있는 형국이고, 그 아래쪽에 고만고만한 세개 섬이 몰려있는 모습이다.

 

 

 

 

만타나니 섬도 그랬고, 마무틱 섬도 그랬듯 사피 섬 역시 샤워시설도 잘 갖추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수압이 조금

 

약하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뭐, 간단하게 소금물을 걷어내는데는 부족함이 없던. 생각보다 말레이시아 혹은

 

코타키나발루는 동남아의 대략적인 인프라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걸 느끼게 해줬던 대목이었다.

 

 

 

 

 

 

섬에서 나가는 시간은 마지막 떠나는 배가 대략 4시라고 한다. 섬에 들어오기 전에 언제 나올 건지를 미리 말해둬야

 

해당 여행사의 모터보트가 맞이하러 나오는 거 같긴 한데, 대체로 3시에서 4시경에 전부 빠지는 듯.

 

 

 

 

서울 무악재역에서 내리면 양쪽으로 인왕산, 그리고 안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멀리는 남산N타워니 국회의사당이니 63빌딩까지.

 

안산 봉우리에 있는 봉수대, 아무래도 봉수대는 입지상 훤히 트여있고 사방에 가릴 것이 없어야 할 테니 전망이 시원하다.

 

3호선 무악재역에서 내려 안산 등산로를 찾아 걸어올라가던 길, 어찌나 경사가 가파르던지

 

뒤를 돌아보니 산길을 밟기도 전에 벌써 정상에 다다를 듯한 높이에 올라버렸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고도 이런 길을 좀 더 걸어야 한다.

 

태풍이 온다더니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완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단을 오르는 길.

 

마을 주민분들은 동네 마실 나온 차림으로 성큼성큼 잘도 오르시던데,

 

서울 한가운데 있는 산 치고는 생각보다 공간도 넓고 걷는 거리도 좀 있다 싶다.

 

그래도 봉수대까지 올라가서 내려다본 서울 전경은 참 좋았다. 아랫쪽에 서대문 형무소도 보이고, 위로는 남산까지.

 

서대문 형무소에 걸려있는 대형 태극기의 사괘까지 또렷하게 들어오는 정도랄까. 아기자기한 아파트 무더기들은 덤이다.

 

그리고 시야를 조금 왼쪽으로 틀면 인왕산, 그 건너편 산등성이를 끼고 청와대가 있겠지. 위에는 성벽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아예 왼쪽으로 확 꺾어버리니 왼쪽 안산의 둔치에서부터 오른쪽 인왕산의 아랫품까지,

 

주욱 늘어서있는 무악재 인근의 생활권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오글오글한 풍경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저 멀리 63빌딩이 꼽혀 있는 여의도가 보이고.

 

거기서 조금더 오른편을 바라보면 뿌옇게나마 국회의사당의 푸른 돔 지붕이 보인다.

 

 

한참을 봉화대 근처에서 이리저리 서울 곳곳을 굽어보다가 내려가는 길. 사실 초행길이고 갈피가 안 잡혀서 그랬지

 

그렇게 험하거나 멀지는 않은 오름길이었다. 내려갈 때는 한결 부담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헬기 착륙 사인을 지나.

 

대부분의 시간에 그늘을 머금고 있을 산의 서쪽면, 나무들의 서쪽면에는 짙푸른 이끼가 그대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나무 등걸에는 어김없이 버섯이 오돌토돌 돋아나 있었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시멘트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날 벽, 그 위에서부터 쪼르르 조그마한 잎들을 늘어뜨린 덩굴손.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즈음, 엉성한 울타리를 만들어둔다며 세워둔 두툼하고 녹슨 쇠파이프 기둥 속에서 피어난 이파리들.

 

그리고, 어느 풀밭에 살포시 내려앉은 노랑색 하트 잎사귀.

 

 

 

언젠가 다음번에는 서울에 어둠이 살풋 드리운 저녁 시간에 맞추어 올라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삼각대는 필수, 이쪽 방향에서라면 꽤나 멋진 서울의 야경을 찍을 수 있을지도.

 

 

 

 

 

도쿄의 야경을 보겠다고 도쿄타워에 오르는 건, 뭐랄까, 코끼리를 보겠다며 꾸역꾸역 코끼리 등짝을 기어오르는

개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도쿄타워의 내부가 궁금하다면야 모르겠지만, 도쿄타워없는 도쿄의 야경은

왠지 심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도쿄타워가 있는 도쿄의 야경을 보려면 모리타워에 가라고들 한다.

롯폰기힐즈에 있는 모리타워, '고작' 52층짜리 건물이지만 그래도 왠지 서울에 있는 54층짜리 트레이드타워보다

많이 높고 커보인다. 단순히 타워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쇼핑몰과의 연계라거나, 빌딩 주변의 녹지공간이라거나

본격적으로 마련해둔 전망대 공간이나 모리미술관 같은 시설물들이 양팔을 활짝 벌려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위기 때문인 거 같다.

전망대로 바로 직행하는 엘레베이터, 모리 아트뮤지엄과 도쿄시티뷰, 전망대가 있는 52층. 타이완의

101빌딩처럼 미친 듯이 빨리 쏘아져올라가는 느낌은 없었지만 뭐, 괜찮다.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도쿄의 야경. 도쿄는 참 크다는 느낌, 게다가 빌딩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늘어서있단

것도 인상적. 아무리 서울의 도심이래봐야 고작 몇 블록만 지나면 하늘까지 치솟던 스카이라인이 어느결에

땅으로 잔뜩 가라앉아있기 마련인데, 여긴 도쿄의 도심중에 도심이라고는 해도 참. 게다가 사방에서

반짝이는 불빛들까지.

도쿄에 오기 전 '도쿄타워'를 이제야 보았었다. 생각보다 영화 중에서 도쿄타워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내부의

모습도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는데 다녀온 사람들은 전부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는 입을 모은 반응들. 낮에

보면 더욱 별거 없다는 둥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지만, 불빛이 온통 내려앉은 도쿄 시내에 우뚝 서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환하게 켜진 도쿄타워는 꽤나 멋지다.


모리 미술관에서의 전시와는 별도로, 전망대 내에서도 다른 특별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룡전'. 전망대의

유리는 뭔가 빛이 난반사되지 않는 특수유리를 갖다 꼽아놨으면 좋겠는데 사방에서 빛이 튕기는 바람에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지만, 심하게는 이렇게 공룡 한마리가 도쿄타워를 쥐고 흔드는 듯한 일루젼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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