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차이나타운에서 이십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red dot design museum.


매년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거나 그에 준할 만큼 훌륭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인데, 아직 한국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듯)



이쁜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진 맵시있는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그 건물 전체가 뮤지엄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고, 이렇게 생긴 샵을 포함해 일층을 쓰고 있었다. 샵에도 디자인이


살아있는 제품들을 꽤 많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패스.


샵 안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긴 문을 지나 뮤지엄으로 입장. 입장료는 성인 8싱가폴달러, 학생 4싱가폴달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품은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 시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계를 감촉하는 것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계다. 가운데서 뱅글뱅글 도는 쇠구슬이 시침이던가.


그리고 3D 퍼즐형태로 조립분해할 수 있는 반지. 



디자인이 매끈한 자전거다 싶더니 역시. BMW에서 만든 자전거.


목하 국내에서도 대유행중이라는 인디언텐트의 원조. 



눈꽃 모양의 육각형 부품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전등갓.



싱크대라거나 주방용품에 대해서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 및 활용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물병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입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된 타일로 꾸며진 한쪽 테이블 위엔 올해의 레드닷 수상작 도록이.


갈수록 기계적 아름다움에 대해 눈이 돌아가는 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식의 나염이 살아있는 의자라거나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미려한 휠은 누가 봐도 이쁘지 않으려나.



제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공간에는 기업 디자인과 포스터 작품들이 전시.



중간중간 한국어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것들도 보였는데 예컨대 AP통신의 한국어 버전 명함 시안이라거나


NHN의 환경친화적 명함 아이디어 시안이라거나. 


그리고 현대차에서 진행했던 전화기-우산 디자인 아이디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화기를 쓰기 편한 우산, 이라는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도, 또 그걸 어떻게 구현시킬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각종 전시회라거나 공연, 아니면 공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터들. 꽤나 많고 한장 한장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몇몇 눈길을 잡아끌던 아이들만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토그래퍼들을 초대해 강연을 연다는 걸 고려한 포스터. 사진기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피아노학원의 포스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 블라인드를 피아노 건반인 듯 어루만지는 장면들로 가득.


전쟁과 평화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의 포스터. 전쟁시와 평화시의 레드크로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한장의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얼음에 갇힌 꽃이라면 어떨까.


혹은 쇠고랑으로 구속받는 꽃의 이미지라면 어떨까. 


와인의 맛과 향과 색을 포스터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코카콜라의 광고나 디자인적 요소들은 이미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전히도 이렇게 신선할 수 있는 거다. 워낙 깊이


각인되어 버린 로고 디자인의 일부만을 활용해서도 바로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

이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던 아웃도어 용품. 가볍지만 단단하고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애플의 제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되어 있는 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예술 작품처럼 핀 조명을 맞으며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주눅들거나 허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니.


이 시계를 샵에서 팔길래 사고 싶었는데. 돈이 웬수랄까나.ㅋ


그리고 모빌처럼 모양이 변화하는 전등갓. 꽉 오무리고 있을 때도 활짝 열려 있을 때도 빛이 좋다.


스토케(Stokke)의 각종 아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BMW의 차량용 베이비시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안경같은 것도 있고.


다소 민망하지만 참신하고 단아한 형태의 성인용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GPS기능이 내장되어 지갑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갑.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인 아이템.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렇지만 세련된 플루트. 중학교 때 싸구려 모양 플라스틱 단소로 맞았던 기억이 왜 나는 거지.


디지털 저울이 자체에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


아주아주 매끈하게 생긴 알루미늄 책꽂이. 


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


집에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컴퓨터. 예전엔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가 있더니 이제 컴퓨터 조립 키트가 파는구나.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볼 만한 아이템들이 한 가득. 그래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거 같다. 


출장으로 싱가폴을 갈 때마다 자주 들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전시품들도 규칙적으로 바뀌니만치 갈 때마다


만족스럽다고. 다음에 또 싱가폴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뮤지엄이다.






@ 제주도.


일시 : 2011년 6월 23일(목) AM 11: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심뇌혈관질환' 안내포스터에 쓰인 제주도 방언 두개,

           1) '알아지쿠광?'(포스터 상단 제목) : 아시겠어요?

          
2) '몽케지 말앙'(포스터 하단 우측) : 꾸물대지 마세요.

           무슨 뜻인지 추측해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5장


In Honor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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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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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Thursday June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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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문득 방금 시선이 슬쩍 훑었던 곳 중에 굉장히 맘에 걸리는 뭔가가

있었다는 불편함이 느껴졌었다. 뭘까, 이리저리 휘적대던 시선을 다시 뒤로감기해서 발견한 그것,

'삘딍'이라는 굉장히 생경하고 낯선 단어. 저건 뭐지. 초록색 페인트가 다 벗겨져나간 황동판의

고풍스러움은 저리 가랄 듯한 포스가 느껴지는 두 글자인 거다.


아무리 외래어표기법이 여러번 바뀌어왔고, 그 와중에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표기도

적지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buiding이란 단어 어디에서 '삘딍'이란 표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삘', 은 그렇다고 쳐도 저 요상한 '딍'이란 표현은 순간 수십년전, 혹은 백년전쯤의

아스라하고 케케한 과거의 향내를 짙게 풍겼다.


저런 풍경은, 아무래도 뭔가 효과가 더해진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게 훨씬 그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저 색감을 강렬하게 살린 느낌의 사진이 아니라, 뭔가 2011년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900년대 어딘가의 골동품, 그것도 녹이 잔뜩 슬은 골동품을 만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려면 뭐가 좋으려나.

1) 토이카메라. 주변부가 어둡고 색감이 약간 붉어져서, 좀더 오랜듯한 분위기가 묻어나긴 하지만,

빛이 모인 중앙부에 '삘딍' 두 글자에 온통 시선이 몰리는 거 같긴 하다.

2) 수채화. 저 단어와 시공간과의 불화를 조금이나마 화해시켜주는 게 수채화 모드랄까.

너무 그림같이 변형되어 버리고 나니 2011년의 도심 한복판에 뭐라 써져있대로 이상하지 않을 듯.

3) 파스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말랑한 질감으로 바뀌어버렸다. 차가운 청동판이나 대리석기둥이

아니라 파스텔을 빚어 만든 판과 기둥인 것처럼. 삘딍이란 단어 역시, 조금은 부드러워 보인다.

4) 포스터효과. 원색의 색감이 강렬하게 발산하는 느낌이다. 삘딍이란 두 글자에 조금이나마

녹이 서려 있었다면, 완전 빤짝빤짝하게 닦아내서 광이 나는 거 같달까.

5) 모노크롬. 역시 오래된 느낌을 주거나 살짝 아련한 느낌을 전하는 건 모노톤, 살짝 갈빛을

섞어서 세피아의 느낌을 주니까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근데 좀, 모노톤은 슬픔이 묻어나.


뭔가 맘에 드는 거 한 장만 올리려다가, 글쎄, 딱히 이거다 싶은 느낌을 팍 전해주는 사진이

없어서 우다다 올리고 보는 포스팅.




저질 포스터가 망쳐버린 영화의 컨셉과 이미지.

영화 포스터를 다운받으러 네이*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랬다. 영화 평이 왜 이렇게 안 좋지?

내레이터가 쓰레기네, 좋은 영화를 이렇게 망쳐놨네,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왠지 내가 본 

영화와는 굉장히 달라 보이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던 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라고? 아빠가 딸애에게 재미있게 바다이야기를 해주는 식의

내레이션이라고? 정보석이나 '빵꾸똥꾸'양에게 사심은 없지만, 대체 이 영화를 수입해서 국내에

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싶다. 이건 아동용 교육영화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말랑한 오락영화도 아니고, 단순히 해양의 신기한 볼거리들 보여주려는 괴수대백과사전같은

관상용 영화도 아닌 거다. 내 생각이 그렇단 얘기다.

'바다가 뭔가요'란 질문에서 비롯한 영화

아마도 외국에서 쓰였던 영화 포스터는 디비디 케이스의 이 그림이 쓰였던 듯 하다. 서로 판이한

영화 포스터의 이미지와 분위기만큼이나 원래 의도나 메시지는 한국에선 꽤나 뒤틀린 거 아닐까.

(사람의 시각에서) 귀엽고 독특한 '눈길을 끄는' 동물들이 우르르 배치된 한국 포스터와는 달리,

오리지널 포스터는 바다가 보인다. 영화 제목은 '오션스', 바다다. 영화는 '바다가 뭔가요'라는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100분동안 바다 곳곳의 생명체들을 보여주는

이 영화, 그렇게 만만한 영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맞다. 굉장한 볼거리들이 우르르 나온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눈을 못 뗄만큼 굉장한

이미지들이 쉼없이 이어진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기묘묘한 생명체들이 나왔고, 고래나 상어같은

거대한 생명체의 몸에 그어져있는 주름이나 툭툭 불거진 혹들도 완전 생생하게 보았으니 굉장히

신기했다. 화면 한장면한장면 눈을 뗄 수 없도록 순식간에 그들은 먹이를 삼켰고 사랑을 했으며

우아한 곡선을 그으며 몸을 뒤틀고 유영했다. 마치 '괴수대백과 사전'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스펙타클의 측면에서 가히 '해양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큼 압도적이기도 했었다.


어항은 바다가 아니다, 생명은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물고기들이 가득 담긴 커다란 어항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어항과는

철학이 다른 영화다. 그들이 등장할 때 학명이니 뭐니 이름이 등장하던가. 인간이 제멋대로 분류하고

붙여놓은 이름 따위, 혹은 그들의 생태나 특징에 대한 박물학적이고 과시적인 지식의 편린 따위, 영화는

전혀 관심갖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보기 편하게 잘 꾸며진 공간에서 원래 삶의 신비나

생명력같은 것들이 거세된 것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저 그것들이 원래 살고 있는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에게 보여지기 위해 정리되고 가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며 결국 바다가 뭔지 그 질문에 집중하고 싶은 거다.


그들은 인간들의 편의나 필요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다.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너무도 쉽게 잊고 마는

사실이다. 때로는 경이롭고 섬뜩하기까지 한 바다 생명들은 인간의 눈으로 재단되지 않은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수만년에 걸쳐 진화를 하고, 먹이 사슬에 따라 포식하고 포식당하며, 제각기의 목소리로

울부짖고, 그렇게 아침해가 뜨고 저녁해가 진다. 그들의 생생한 피부 질감과 지느러미나 촉수가

움직이는 방식, 그런 디테일을 망연히 보다보면 '생명의 귀중함'이란 말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림이나

조악한 모형으로 익숙하던 고래들의 모습이 실제 날것의 그들 모습과는 또 얼마나 다르던지.


달달하고 말랑한 대신, 불편하고 딱딱하게 읽어야 할 영화

영화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사고가 개입되는 걸 느끼기도 했다. 문득문득 쟤들의 저런 삶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 의미란 것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거겠지만, 그저 눈뜨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때가 되면 교미를 하고. 운좋으면 살아남고 운없으면 먹이가 되는 세상이란 게 너무 잔혹해

보였다. 그렇지만 인간의 세상과 인간이 사는 방식과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면서 '인간우월'의 감정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녀석이 먹이로 바쳐져 포식자의 배가 부르면 아무리 먹잇감이

눈앞에 있어도 평화로운 정경, 자족할 줄 아는 그 자연스러움이란 건 인간에겐 참 쉽지 않은 경지다.


결국 그런 인간의 마음이 빚어내는 결과는 바다에서도 참담하다. 상어를 잡아서는 지느러미만 베어내고

다시 바다로 던지는 무표정한 어부들, 바다에 방치된 그물에 휘감긴 채 죽어가는 바다 생명들, 하늘에서

바다 수면 아래로 쏘아내려지던 바닷새들처럼 돌고래와 고래를 향해 쏘아지던 작살들, 그리고 곳곳에서

망가지는 자연 환경들. 앞서 잔뜩 놀래켰던 경이로운 바다와 바다 생명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바다란 뭘까. 단순히 인간을 위한 거대한 어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이로운 공간이라 감탄만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란 뭘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어쩌면 '바다란 뭘까요'

그 질문 앞에는 '우리(인간)에게'라는 말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꼬마도 암묵적으로

그렇게 물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바다는 뭘까요"라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오션스'란 영화를 보고 나서는 질문을 좀더 명확하게, 그리고 바르게 고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인간과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는 뭘까요."


알콜함량 4.6%, 호주의 대표적인 맥주 중 하나인 Foster와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맥주인 듯.

VB가 뭐의 약자인지 자꾸 신경쓰여서 이것저것 추측해보게 만들고 있다.

Voice of Brasil? Victory of Baseball? Vibration of Baritone? V-shape of the Bushman?

이도 저도 아니면 Victoria Beckham? 빅토리아베컴 공식맥주 VB?

Whatever, 맥주는 은근히 맛이 강렬해서 살짝 소맥의 느낌이 풍기는 게 의외였다. 도수는 고작

4.6%인데 쌉쌀하거나 고소한 맛보다는 쓴 맛이 대세를 이루던 맥주.





매년 11월 30일은 '무역의 날', 올해는 그 무역의 날이 제정된지 47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공과가 어찌되었건 우리 나라를 지금의 경제 발전 루트로 견인해 온 건 바로 '무역입국'의 기치

아래 머리카락부터 북어까지 돈되는 건 전부 수출에 나섰던 그 시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

그 때 이래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수출은 좋은 것, 수입은 나쁜 것'이라거나 '우리나라의 살 길은

오로지 수출, 대외지향형의 경제'라는 정형이 생긴 건 이제 좀 교정이 필요할 때지 싶지만,

여하간 그 때나 지금이나 포스터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맨날 도약이래.

세계 속의 수출한국. 한국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so 심플한 거다. 사는 것보다 많이 팔면

된다는 식. 이 포스터의 테두리에 감긴 국기들이 아마도 당시 한국의 주요 교역 국가였나보다.

외국 앞에서는 항상 '우리'로 똘똘 뭉치는 성향도 있거니와 그걸 부추기는 건 이런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세계 시장을 우리의 무대로, 온 동네방네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퍼뜨리며 가슴 뿌듯해 하는 건 일종의 병이겠지만, 아직 상품 무역에 치중하던

때 무역이야말로 바로 그런 가슴뛰는 애국심의 원천, 용광로였을 거다. 나라를 부강케 하고

당장 우리 가족들을 잘 살게 만든다는 믿음에 기반했을 테니 마냥 냉소할 일도 아니다.


상품 수출 뿐인가. 중동으로, 독일로 간호사나 건설 노동자를 내보내어 외화벌이에 나서게

하고,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기생 관광도 암묵적으로 조장하고. 언제나 그렇듯 대다수의

이름없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이 나라 경제를 이만큼 이끌어왔다.

한국에서 '수출기업'은 한때 굉장한 특혜와 정책적 배려를 누렸고, 여전히 그런 점이 없잖다.

의도적인 고환율을 유지하거나 거의 0%에 가까운 이율로 자금을 융통해준다거나, 사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데다가, 특히나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라면 수입과 수출 모두를 잘 챙겨야 하진 않을까 싶은데. 이전이야 수출, Export만

강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작고 약한 경제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이제 어쨌든 OECD도 들어가고

G20도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 마구잡이식 달러벌이에선 벗어날 때가 된 거 아닐까.


군수물자 팔아서 달러 벌고, 빈국에 제공하는 무상원조는 가능한 쌩까거나 수익 조건을 달거나,

노동자들이 파업만 하면 '소나타 몇대분 손실'이네 협박하는 행태는 이제 벗어던져야 더욱

발전할 동력을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빵과 '하면된다' 정신으로 해결될 수준은 지났으니까.

이건 언제적의 포스터일까. 정말 상상속의 '로봇손'이 반도체를 쥐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계산기처럼 생긴 컴퓨터 초기모델이 휭휭 날아다니고, 아, 반도체는 심지어 한반도 어디메에서

뻗어나온 빛과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 위에 날고 있는 건, 인공위성인가 설마.

왠지 조금씩 포스터에 들어가는 메시지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기술혁신과

품질의 고급화로, 소득을 높이고 생산을 많이 하고 외화를 벌고 고용을 많이 하자는 메시지.

왠지...낯설지 않다. 사실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세운 이래, 혹은 대부분의 수출을 담당하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이 펼쳐진 이래 늘 일관된 이야기였던 거다. 기술 혁신에는 비단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적자산 관리기술, 쉽게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따위라 표현할

기술도 포함되는 것. 뒤집어 말하자면 모든 정책이 표방하는 목표는 한결같았다. 다행이랄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부분을 빼고 나면 역시 "소득 증진과 고용 증대"가 관건이다.

'근로자'라는 단어는 여전히 거슬리지만 참 집요하게도 계속된다. 오늘도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의 날 행사 축사 중에 '근로자'란 단어를 몇 번이나 썼던 것. 수출 500억불을 달성했음을

축하하는 포스터가 86년에 만들어졌고, 조만간 무역 1조불을 축하하게 될 테니 여전히 한국

경제는 고속 성장중인 듯 보이기도 한다. 수출, 수입에 한정하자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86년 포스터에서 '국회' 건물 이미지가 보인단 사실과 '수입업자'는

발 딛을 곳이 없이 빠져있다는 사실. 정부는 적절한 시책을 펼 테니 국민들과 국회는 그저

정부만 잘 이고 지고 따르라는 걸까. 수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기조 아래서 수입업자들이야

뭐, 찬밥 아닌 찬밥 신세인 거는 어쩔 수 없었을 테고.

세계를 한국의 무대로. 곧게 솟은 태극기가 워낙 작아서 혹시 거꾸로 들린 건 아닌지, 사방의

괘가 제대로 그려지긴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때나 지금이나, 촌스러운 색감과 도안만 조금

손보고 나면 딱히 메시지에서 바꿀 거는 없어 보인다. 수출 증진, 수출 몇백억, 몇천억, 규모로

세계 몇 위라느니 등등 수치에만 목 매달고 축하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란.

사실은 그 수출의 순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원재료를 수입해 왔는지,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국가의 총이익이 전체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는지 그런

질적인 측면을 더욱 앞세워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무역의 날' 행사에서 본 장면 하나, 회사의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이 마침 그

회사의 수출 실적이 몇 백억, 몇 천억에 도달해서 행사장에 나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산업훈장을 받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사실은 그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수십년째

한결같이 일해 온 그 밑의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상 아닐까. 이씨 일가의 삼성이나 정씨

일가의 현대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영광'이-이명박에게 받는 건 영광은 아닌거 같지만-

사장 혹은 회사대표의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건 웃기다. 이 나라 경제가 몇몇 대기업 덕분에

이만큼 커지고 자라난 게 아니듯이.




@ 삼성동, 코엑스 무역전시관
(사진은 한겨레 재인용)

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공식 포스터에 풍자그림을 그린 시민을 강제연행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이 G20 회의를 앞두고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G20 공식 포스터에 풍자그림을 그리던 박아무개(40·번역가)씨 등 2명을 긴급체포한 뒤 박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2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주변 가판대에 붙여진 G20 홍보 포스터 7장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쥐 그림을 그려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그린 풍자 그림은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청사초롱이 그려진 G20 공식포스터 오른쪽에 쥐가 등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는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주최하는 의례적인 행사를 정부가 너무 호들갑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 풍자하고 싶었을 뿐인데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해 놀랐다”고 말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대학생들이 풍자글을 쓴 것이 방송에 나왔음에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경찰이 G20을 앞두고 본보기로 박씨를 혼내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창배 남대문서 형사과장은 “국익을 위해 중요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국격을 높이는 국가 홍보물을 더럽히는 것이 (시민의) 정상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G20 포스터에 쥐 그렸다고 구속영장 신청? 한겨레  201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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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정상적인 사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넘의 쥐 참 잘 생겼다.

경향 보도에 따르면 구속될 뻔 했던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단지 G20의 ‘G’라서 쥐를 그린 것일 뿐”이라면서 “정부가 G20에 매몰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려 한 것인데, 이 정도 유머도 용납이 안되느냐”고 말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정도 유머도 경찰이 내달려와 구속시키겠다 으름장 놓는 게 현실인 나라라면.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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