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시내는, 사실 한국을 떠나 어느 나라를 가던 늘 실감하는 거지만, 굉장히 밤이 금방 찾아오는 듯 하다.


가게들은 일찍 불을 끄고 문을 닫는가 하면, 퇴근시간 잠시 혼잡했던 거리는 이내 차들조차 드문 적막강산이 된다.

 

 

그래도 더블린의 밤을 늦은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건 템플 바 등등의 유명한 펍들이 늘어선 템플바 스트리트.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의 거리.

 

 

 

아마도 세인트 패트릭데이 즈음해서나 거리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 인형탈쓴 사람도 보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 음악영화 '원스'에 나왔던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저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템플 바'를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즐비한 게 분위기 좋고 독특해보이는 바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콘서트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그 뜨겁던 거리 인근에 위치한 호텔 지하의 바. 

 

그리고 더블린의 택시. 워낙 조그마한 도시라 택시나 기타 대중교통을 탈 기회도 없었지만서도.

 

더블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게 세이파리 클로버랑 녹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도심 곳곳에서 이런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숙소 주변인 그랜드 커널 닥(Grand Canal Dock)의 야경. 



 

 

 

Chijmes, 차임스라고 읽어야 하지만 자신있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곳은 1980년대까지 수녀님들이 고아들을 돕기 위해 이용한

 

일종의 보육시설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이 곳곳에서 성행하는 데이트 코스이자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집결한 곳.

 

 

아르메니안 교회 정원, 시내 한 가운데에 있지만 굉장히 조용하고 시내의 소음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하얗고 자그마한 교회

 

주변으로는 이렇게 십자가로 고행하는 예수를 담은 십자가의 길이 3D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중앙 소방서. 건물이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게 소방서의 급박하거나 긴장감 넘칠 업무와는 영 딴판.

 

멀라이언 파크에서 싱가포르의 서쪽으로. 남쪽 해안으로는 온통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뒤에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한무더기.

 

무더기째 뭉쳐져 있던 건물들로 한발 재겨딛으면 이렇게 활짝 열리는 미지의 뒷골목.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중앙에서 수시때때로 기획되어 있는 듯한 라이브 공연. 나름 시스루를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헬릭스 브리지. 싱가포르의 다민족, 다인종성을 상징하듯 DNA 나선구조가 거침없이 꽈배기로 용틀임하는 모습을 담았다나.

 

 

물론 다리가 온통 불밝히는 밤도 좋지만 낮에도 걷기 괜찮은 다리,

 

다리가 잇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쪽과 싱가포르 플라이어 쪽의 풍경도 좋다.

 

 

 

다리 중간중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전망대. 저기에서 마리나 베이 저끄트머리의 멀라이온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두리안, 이라는 별칭의 에스플러네이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미술 전시나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려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전통악기 공연이 있다길래 삼십여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연주를 감상.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 때더라, 택시를 탔더니 온통 불상과 힌두교 신들, 혹은 무조건 복을 빌어주는 각종 잡신들, 심지어

 

손님을 빌어주는 일본 고양이인형까지 모아둔 정신사나운 모양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독일 맥주가 굉장굉장굉장히 맛있었던 어느 바. 특히나 더웠던 날 점심부터 맥주를 대차게 마셔줬다.

 

이건 센토사,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남쪽의 리조트 월드 공간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리지널로 경험했으니 패스, 대신 택한 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태국 꼬싸멧 지도, 반페에서 배타고 삼십분이면 꼬싸멧의 나단페리항에 도착한다.

 

주로 동쪽 해안에 숙소가 몰려있지만 북쪽에도, 또 서쪽에도 리조트나 숙소가 있다.

 

반페의 누안팁 부두에서 받은 안내문. 가격과 행선지가 나와있다.

 

그리고 기타 정보.

 

문제가 되었던 지점, 방콕 에까마이에서 아침5시부터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더니 실제로 에까마이 동부터미널에서

 

받은 일정표는 아침 7시부터 첫차가 있었다. 역시 여행다니면서 가이드북을 100% 믿어선 안 될 일.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입장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인당 200바트.

 

그리고 티켓, 반페의 누안팁 항구에서 꼬싸멧의 나단 항구까지 오가는 티켓이다.

 

이건 방콕의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에서 반페까지 오가는 버스 티켓. (왕복으로 미리 구매하면 더 싸다.)

 

그리고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올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낸 톨게이트 영수증.

 

구간별 요금이 차등지급될 테고, 그 구간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저렇게 티켓 테두리에 구멍을 뚫어서 몇번에서 몇번 구간까지

 

고속도로를 운행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디지털화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나름 부족할 것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의 섬 가장자리에 고르게 발달한 비치들 중 가장 고급스러운 곳은 서쪽 해변,

 

주로 유럽의 휴양객들이 와서 쉬는 고급 리조트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숙박하지 않는 사람에겐 밥도 안 판다..)

 

그런 건 모르고 그냥 점심식사 근사하게 하려고 찾아간 서쪽 해변. 가는 길부터 포장이 잘 된 게 분위기가 다르다.

 

 

깔끔한 썽태우들. 이 곳의 택시를 썽태우라 부르는데 사륜구동 SUV가 다닌다. 울릉도에서 SUV 택시가 다니듯 같은 이유일 터.

 

썽태우 앞에도 꽃다발을 묶어 신께 바치는 태국 사람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꼬싸멧, 그 해변마다 붙어있는 표지판들.

 

 

간이 부둣가에 쪼그려앉아 파란 파도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는 아저씨. 이별하고 겨울바다 보러 온 걸까.

 

 

서쪽 해변 모래사장에 놓인 파라솔이나 긴의자들은 이곳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 전용이라며, 앉지도 못하게 하더라는.

 

발이나 몸을 씻으라며 이렇게 커다란 항아리에 담수를 찰방찰방 담아서 곳곳에 놔뒀다.

 

 

숨은 도마뱀찾기.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지라 도마뱀을 비롯한 조그마한 야생동물들이 있다더니.

 

 

필시 이곳 리조트에 묵고 있을, 긴의자와 파라솔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리조트 건물들 위로 한껏 뻗어올라가는 열대의 녹색덩굴들.

 

 

리조트가 꼬싸멧 다른 곳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게, 너른 부지에 비치 하나를 통째로 확보한 유유자적한 공간이란 티가 줄줄.

 

 

 

조경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계속 수레를 밀고 다니며 정원도 관리하고 나무들도 관리하고.

 

 

그래서, 들어가는 길에서는 입구에 이렇게 가드도 세워두고, 외부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통제하는 정도의 삼엄함.

 

무슨 나무열매인지 모르겠지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특해서 한 컷.

 

그리고, 얄포름하고 여위어 우아한 꽃잎을 흐드러지게 늘어뜨린 꽃들 다시. 그러고 보니 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포스팅.

 

 

홍콩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둘 꼽으라면 하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볼 수 있는 찜사쪼이의 뷰잉 데크가

 

있겠고 (홍콩 야경의 진수, 'Symphony of Lights')  또다른 하나로는 바로 '빅토리아 피크'겠다.

 

센트럴에서 빅토리아 피크 트램을 타고 45도 각도의 언덕을 불과 7분만에 주파하여 올라선 홍콩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대부분의 홍콩 야경 이미지를 얻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홍콩의 택시, 기본적으로 붉은 색으로 칠해진 채 측면에는 때때로 현란한 광고를 온통 도배해놓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건 택시 앞 범퍼에 탑승가능인원을 저렇게 표시한다는 것. 더러는 4 SEATS, 더러는 5 SEATS.

 

 

홍콩공원 근처의 스쿼시 센터라거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

 

 

홍콩공원 근처의 피크 트램역까지는 택시를 타던, MTR을 타던, 심지어는 걷던 크게 찾는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대충 해 떨어지는 시간을 가늠하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시간까지 얼추 맞아떨어졌지만, 문제는 끝이 안 보이는 사람들의 줄.

 

줄에 합류한 시점에서 '1시간 반'이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앞에 선 사람들도 이미 지쳐서

 

옆에 철푸덕 철푸덕 엉덩이를 붙인 채 쉬고 있었다. 그새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지기 시작.

 

 

아무래도 그런 공식적인 대기시간 안내 표지판은 조금 과장하는 면이 없지 않았어서, 실제로 줄을 따라 트램역 안으로

 

들어가서 표를 사고 트램을 타기까지는 대략 한시간 십분쯤 걸린 것 같다. 피크 트램 편도와 피크 타워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HKD 53$, 내려올 때도 이렇게 한시간여 기다려서 트램을 타고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램이 왔다갔다 할 때는 가히 특급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는 팬들의 마음이다. 모두들 푸쳐핸섭~ 해서는 사진을 찍어대는데

 

후레시가 사방에서 터지는 바람에 온통 눈앞이 번쩍거릴 정도다.

 

트램역 안에는 피크 트램의 역사와 이전 모습을 더듬어 보게 해주는 여러 자료들이 남아있었다. 빅토리아 피크는 초기에

 

홍콩 총독의 여름별장이 지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부호들의 피서지가 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초반에는 가마가 유일한

 

통행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888년부터 최초의 트램이 운행을 시작했다나.

 

근 120년의 역사가 담긴 지금의 트램은 최대 1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트램으로 두 대가 왕복으로 오르내리는 거 같다.

 

해발 28미터에서 396미터까지 약 7분만에 주파해내는 트램인지라 굉장히 가파른 비탈길을 거의 45도 각도로 올라가는

 

느낌인데, 실제로는 4도에서 27도 정도의 각도라고 한다. 그래도 저렇게 누워있는 건물들과 철로의 굉음이 내는 특별함이란.

 

이제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여기가 바로 빅토리아 피크의 피크 타워하고도 그 전망대인 스카이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홍콩.

 

 

 

한 옆에는 하트가 뿅뿅 날아다니는 메모판이랄까, 그런 것도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아래로는 빅토리아 피크의 편의시설이나 다른 고급 별장같은 건물들도 보였지만,

 

그래도 눈을 강력하게 붙잡아 둔 채 놓아주지 않는 건 홍콩의 밤거리. 가까운 홍콩섬 쪽의 야경 너머로

 

빅토리아항의 불빛과 찜사쪼이 쪽의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전망대의 맨 가장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좀처럼 자리를 뜰 생각은 안 하고 전부 카메라와 폰카메라를 꺼내든 채

 

쉼없이 찰칵거리고 있어서 더러 풍경을 가로막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런 사람들의 실루엣이 있으니 좀더 현실감이 든다.

 

 

전망대 외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고, 쉼없이 색을 바꾸며 명멸하거나 흘러내리고 뿜어올려지는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홍콩의 야경을 볼 만하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사동항 앞의 몽돌해변. 돌들이 파도에 쓸려 뒤척이며 내는 소리가 하나하나 포개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하모니.

 

 

초록빛 무성한 잡초사이로 점점이 붉은 꽃이 인상적으로 콕콕 박혀 있었다.

 

원래 울릉도의 전통가옥은 너와지붕을 얼기설기 엮은 투막집이었던가, 강원도 동부쪽에도 비슷했던 거 같은데

 

그 현대적인 형태랄까. 함석조각을 얼기설기 이어붙인 해변가의 집들. 사실 울릉도의 외딴 집들은 대개 이런 모습이었다.

 

 

도동으로 걷는 길,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왠지 눈에 익은 풍경인 거 같기도 하고. 1박2일에 나왔던가.

 

울릉군의 상징은 오징어, 그리고 호박꽃.

 

 

해안선을 따라 드문드문 박혀있는 간첩잡는 건물. 그냥 하얀색 콘크리트 건물인데, 살짝 벙커처럼 생긴 채 낡아가는 중.

 

 

 

 

도동에 도착해서 본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함석 집들. 도로시와 함께 다녔다는 양철 나뭇꾼을 연상시키곤 하는 함석판.

 

생각보다 울릉도의 도로는 경사가 오르락내리락 가파르다. 아무래도 섬이란 게 바다 밖으로 삐쭉 튀어나온 산봉우리

 

같은 거니까 그렇겠지만, 걸어다니기에 편한 길은 분명 아니다.

 

울릉도 내에서 돌아다니는 차들, 특히 택시들은 전부 SUV라는 게 그런 이유일 거다. 워낙 꼬불꼬불한 길에다가

 

경사도 솔찮은, 포장이 되지 않은 길도 드문드문 있는 소금섞인 해풍이 심한 섬, 울릉도.

 

 

그런 탓에 곳곳에서 이런 케이블이 보인다. 가파른 언덕 위와 아래를 연결해서 새참이던 뭐던 자그마한 것들을

 

이동시킬 수 있는 케이블카. 사람이 타면 아마..기둥 뿌리가 뽑혀 나뒹굴지 싶지만 왠만한 무게는 견딜 거 같다.

 

 

이제 울릉중계소 푯말이 보인다. KBS중계소 등산로입구 안내판이 나왔으니, 그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길을 혼자

 

걸어오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이 씻겨내렸다.

 

 

충혼탑을 지나.

 

직사광선이 내리쬐이는 붉은 열매 한웅큼을 지나.

 

짙고 끈적한 구름이 산을 허리춤까지 집어삼킨 길을 향해 계속 걷는 길.

 

 

 그리고 '언론 자유 보장하라!' 라고 누군가 써놓은 KBS 울릉중계소. 저거 누가 썼을까. 누굴까ㅋㅋㅋ

 

 여기가 바로 'KBS 중계소' 구간의 기점, 성인봉 등산로의 공식 출발지점이다. 할머니가 약술과 얼음물을 팔고 계신.

 

 

 지금부터 '공식적으로' 성인봉 등산을 시작하려는데 옆에서는 아저씨가 흔치 않은 나무 전봇대를 등산하고 계시고.

 

 

여기서 천부까지..음..5시간 40분은 굉장히 넉넉하게 잡은 시간인 거다. 여행용 짐을 전부 챙기고, DSLR과

 

삼각대를 바리바리 싸짊어지고 밤새 운전하고 세시간반 배를 타고 이미 두세시간 걸었던 성인 남자가 걸린 시간.

 

이미 중계소 기점으로 내려다보이는 울릉도 도동쪽의 풍경. 울퉁불퉁 돋아난 근육질 산맥 사이로 폭 파묻힌 마을이다.

 

 

방콕의 시장통에 선 레깅스 모델. 굉장히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 채 공중부양 둥둥.

태국의 마네킹 모델은 우리나라의 마네킹들처럼 그렇게 바싹 마르지는 않았나보다.

아니면 아마도 레깅스의 신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바람을 양껏 불어넣은 걸까.

고작 네 개 마네킹을 걸었는데 행거가 꽉 차버렸다. 근데 저걸 보면서 수영장에 끌어안고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난 뭐지.;; 구명용으로도 딱일 거 같은데. 방콕을 휘감고 도는 짜오프라야

강에 누군가 빠지기라도 하면 슬쩍 들고 와 던져주면 되겠다.

대책없이 '공주풍'인 원피스들도 있었다. 강렬한 핑크빛의 원단과 레이스에 휘감긴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같은 공주님들이 우아하게 스마일. 저런 건 입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얼얼한 형광핑크에 눈이 아파 시선을 돌렸다. 그랬더니 눈을 찌르는 직사광선을 비늘처럼

반짝거리며 나부끼는 태국 깃발들, 게다가 만국기 아래에서 번쩍이며 발색하는 형광파랑,

형광핑크, 형광초록의 택시들.

어라..저건, '품바'라고 읽어야 하는 건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하는

각설이타령의 품바 그건가. 근데 저 그림은 또 뭐지. PUMBA를 품바, 각설이라 읽어야 하는

건지 아님 뭔가 영어 단어에 뜻이 있는 건지 문득 혼란에 빠져버렸다.

옆골목으로 무작정 꺽고 들어갔다. 허름한 건물 아랫도리로 쭉 늘어서 있는 노랑색 파라솔들이

산뜻하다. 노랑 간판들이 번쩍 서있는 곳에서부터 노랑색 파라솔들을 지나 돌돌돌, 굴러오는

노랑망고 파는 노랑모자 아주머니. 잘 익은 노랑망고도 맛있지만 덜 익은 파랑색 망고도 꽤나

맛있었는데. 그렇게 달지 않고 산뜻해서 목이 마를 때 아작아작 씹어먹으면 딱이었다.

주차를 한 건지 방치를 한 건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차들이 범퍼에 범퍼를 붙인 채

어느 골목 한 켠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뜨끈하게 덥혀진 본넷 위에는 누군가 작업할 때

끼는 목장갑이 몇 짝 나뒹굴고 있었다. 말리려고 한 건지 버리려고 한 건지, 차나 장갑이나.

다시 재활용할 건지 아님 버려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가게 옆 벽면에서 발견한 외계인의 신호. 쭈꾸미별에서 온 듯한 외모,

이미 '아기공룡 둘리'에서 본 적 있는 그 외계인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웃고 있었다.





융캉제 가는 길, 햇살이 박살난 채 사방으로 흩뿌려진 도로 위를 스쿠터로 달리기엔 너무 엄혹하다. 여자들은

긴 옷을 따로 걸치거나 팔토시를 하거나, 잠바를 거꾸로 걸쳐 입거나 해서 노출을 최대한 피하려고 애쓰는 게

뻔히 보인다. 게다가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달리곤 있지만, 아무래도 태양을 피하기는 힘든 듯.

융캉제라는 곳은, 가이드북을 아무리 보아도 대체 뭐하는 동네인지 딱히 감은 오지 않던 그런 곳이었다.

융캉제라는 묘하게 거칠고 리드미컬한 이름 역시 상상력을 자극할 뿐 그 공간에 대한 아무 힌트도 주지 않았고,

사실 가이드북엔 여기의 '빙관', 망고빙수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었고.
이렇게 허름하고 푸근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온갖 음식점과 샵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어서, 뭐랄까

대낮 버전의 야시장이랄까,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쯤 되겠지 싶은 느낌.

골목을 거닐다 발견한 오편함, 아마도 빨간 게 급행, 파란 게 보통 우편을 위한 함인 건가. 그렇게 보기에는

양쪽 모두 구멍이 두 개씩 있어서,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색깔 빼고는 대체로 쌍둥이스러운 두 개의 우편함.

융캉제의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체게바라와 마오쩌둥의 초상, 이런 식의 제3세계 혁명지도자들을 기리는 샵은

동남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타이완 타이페이에서도 만날 줄이야. 근데 사실 이 샵에서 파는 물건들이 이

두 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는.

그리고 또다른 혁명가, 오사마 빈 라덴의 초상도 다른쪽 귀퉁이에 붙어있었다. 미국의 골칫덩이, 세계의 불안정성과

폭력성을 자신의 폭력으로 폭로하는 그는,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라 불릴 만 하다.

그렇게 걷다보니 저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굳이 가이드북을 꺼내들 필요도 없겠다. 노란 색깔로 칠해진 벽면,

우글거리는 사람,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빙관(아이스 몬스터)'. 융캉제의 보석.ㅋㅋ

의자가 몇개 있긴 하지만, 편안히 앉아서 먹을 공간조차 없어서 대부분 입석이다. 높다란 테이블 위에 망고빙수를

올리고 허겁지겁 먹는 걸 보고, 대체 뭐길래 이렇게들 줄 서서 먹는 걸까 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망고도 잔뜩

들어있고 얼음도 곱게 갈려있고,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이렇게 메뉴판에는 꽤나 여러가지가 나와있기는 한데, 대부분 같은 걸 시켜 먹는 거 같다. 130NTS짜리

망고밀키프리즈, 밑엣줄 가운데 망고 듬뿍 얹혀있는 그림. 타이밍이 되면 두 번쯤 먹고 싶었던.

빙관 앞에서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조금 걸으려다 보니 바로 옆에 이런 조그마한 놀이터 같은 공원이 있었다.

테이크아웃으로 시켜서 여기 앉아 먹을 걸 그랬단 생각이 살짝. 그치만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나오면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컵안에 꾹꾹 담아주어서, 거기서 바로 먹을 때처럼 용기에 이쁘게 담겨나오진 않는단 단점이 있다.

딱 봐도 남국의 식생이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흐느적대며 바람에 너풀거리는 생기잃은 잎사귀들도 그렇고,

열기를 감당치 못했는지 으깨진 생두부처럼 찌글거리는 건물도 그렇고. 그 와중에 싱싱한 건 어린 아이의 웃음.

택시 타고 융캉제를 빠져나오는 길, 융캉제는 정말 뭐가 딱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동네. 내가 짧게 돌아다닌

탓이 크겠지만, 그냥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에 음식점이나 옷가게 따위가 좀 쏠려있더라 하는 정도. 아,

딘타이펑 본점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굳이 찾아가 볼 생각은 안 들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증명서라고나 할까,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바로 보이도록 조수석 뒤쪽으로 걸려있었다.

타이완의 택시기사 자격증은 요렇게 생겼구나, 해서 한방.

야자수가 미끈하게 자라난 바깥 풍경. 여전히 뱃속에선 망고가 얼음물에 담겨 출렁이고 있어서 마냥 좋던 오후.

그리고 슬쩍 가이드북에서 봤던 듯한, 으리으리해 보이는 처마와 붉은 기둥이 인상적이었던 호텔이 스쳐갔다.

그리고 어딘가쯤에서 발견한 사당. 은근 이런 사당이 도처에서 눈에 띄는 게, 부와 행복을 위해 유연하게 어디라도

기대고 빌 수 있는 중국인, 대만인의 실용성이랄까 유연성을 보여주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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