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죽을 듯이 덥고 끈끈해서 사람들이 많이 안 온단 친구 이야기에 찾았더니, 막상 실내의 놀거리, 아니면 에어컨을 찾아나온 듯한 인파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 느낌.

작년에 비해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좋아진 느낌이었고, 또 마냥 고양이와 고래에 꽂혀있던 동물나라가 좀더 다양해진 느낌이었다. 고양이를 애정하는 입장에서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변화.


#코엑스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페어 #일러스트 #Griff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한 친구를 볼 겸 작품들도 볼 겸 찾은 코엑스.

참가한 일러스트레이터도 많았고, 작품량도 많아서 꼼꼼히 돌아보는데 반나절쯤 걸린 듯. 대체로 고양이가 대세였고 고래가 급부상하는 형국,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는 엄청 귀해졌고 그나마 글씨와 그림을 조합한 캘리그래피가 손맛을 남겨둔 듯.

그나저나 고양이는 이제 너무 대세가 되어 버린 느낌에, 고만고만한 느낌의 형상화가 진부한 감마저 주었다. 아래는 그냥 재미있다 싶었던 작품들 사진. (촬영이 허락된.)

#일러스트페어 #득템 #세계지도 #고양이 #묘한교감 수국수국한 고양이, 모히또고양이 그리고 달그대 고양이ㅋ 몇 점 집어와서 내 방을 꾸민 모습. 이쁜 색감과 아이콘들의 세계지도까지.


 

 

코엑스 메가박스 가는 길, 리모델링이 한창인 코엑스 곳곳에서 문닫고 사라져버린 샵과 공간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늘 무심코 지나쳤던 장식등들이 새삼스럽게 보이고, 마치 이 곳에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인양 카메라를 들게 만든 이유.

 

 구간구간 상점들이 빠져나가고 공사가 시작되고 있는 즈음이라 살짝 황량해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다.

 

그리고 코엑스 메가박스의 상징과도 같은, 이 텔레비전 탑.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라고 해도 믿을 법한.

 

 

어느샌가부터 메가박스 옆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생겼다. 도슨트도 상주 중이어서 언제든 들어가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작지만 알차게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것.

 

재미지고 발랄한 작품들을 볼 겸, 슬쩍슬쩍 점심시간에 산책 삼아 돌아다니는 곳 중 하나.

 

 

 

 

 

 

SONY NEX-5R을 한달동안 사용해 보면서, NEX-5R의 디자인, 촬영 성능, 무선통신 기능, 그리고 다양한 촬영 부가기능에 대해

 

살펴 보았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운 장점을 극대화한 디자인 속에 왠만한 DSLR 못지않은 성능과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위로 180도, 아래로 50도 움직이는 LCD 모니터는 촬영 자세를 무척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리고 보급형 DSLR과 동일한 무려 1,610만 화소를 자랑하는 APS-C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NEX-5R.

 

DSLR과 성능이 같다는 건, DSLR과 동일한 아웃포커싱 효과, 고감도 노이즈 억제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확연하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달한 미러리스 디자인의 절정"이라는 상찬이 다소 오글거린다 할지 몰라도, 실제로

 

SONY NEX-5R을 들고 다니면서 그 앙증맞고 야무진 디자인에는 늘 뿌듯함을 느끼고는 했던 것이다.

 

 

결국 '당신에게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는 SONY의 카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간 SONY NEX-5R과 함께 담아본 풍경들을 나누면서 당신에게도 이 카메라가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의 인사동, 광화문, 시청, 코엑스, 압구정동, 홍대입구라거나 대구, 인천, 군산, 가평, 춘천을 돌아다니며 함께 했던

 

SONY NEX-5R, 내게는 꼭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ㅇ 서울, '샛노랑과 샛빨강 사이'의 11월.

 

 

 

 

 

 

 

 

 

 

 

 

 

 

 

 

 

 

 

ㅇ 대구, '大雪'을 코앞에 둔 대설특보가 내린 날.

 

 

 

 

 

  

 

 

ㅇ 서울, NOW IS GOOD with 류이치 사카모토.

 

 

 

 

  

 

 

 

 

 

 

 

 

ㅇ 군산, 홍어삼합처럼 코끝을 톡 찌르던 겨울 바람.

 

 

 

 

 

 

 

 

 

 

 

 

 

 

 

 

 

 

 

 

 

 

 

 

 

 

 

 

 

 

ㅇ 춘천, 얼음과 눈의 나라.

 

 

 

 

 

 

 

 

 

 

 

 

 

 

 

 

 

 

 

 

 

ㅇ 그리고, 파노라마 세로샷 한 장 투척!

 

 

 

 

 

 

* 이 글은 SONY NEX-5R의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삼성, 샌디스크,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탐론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캐논 부스.

포즈를 취하기 전 자기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며 편한 표정과 포즈를 지은 채 웃고 있던 모델들.

 

모델들이 서 있는 앞으로 카메라폰, 똑딱이 카메라, 대형 DSLR에 이르기까지 렌즈를 겨눈 사람들.

 

모델인지 관계자인지 아님 그저 일반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남들이 찍으면 덩달아 불을 뿜는 카메라.

 

오랜 시간 마네킹처럼 얌전히 포즈를 살짝살짝 취하는데도 옷매무새는 곧잘 헝클어지나보다.

 

무대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델. 깔끔하고 화려한 무대 위에 선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쓰레기봉지 옆 뒷문을 지난다.

 

붙인 속눈썹과 서클렌즈로 고문당한 눈이 시뻘겋게 핏발이 서고, 입술 끝은 안간힘을 쓰며 올라가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다음 선수와 교체할 때의 후련한 표정이라니.

 

새로 무대에 서는 모델들은 신선한 에너지를 담뿍 담아 바톤 체인지.

 

아무리 그래도, 높은 굽 위에서 꽃장식을 이고지고 뭇 사람들의 시선과 대항했을 그녀들 참 대단하다.

 

그 와중에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살짝 자세를 풀어주는 모델도 있고.

 

누군가는 카메라 삼각대 다리만큼이나 여릿한 다리를 번갈아 꼬며 아픈 다리를 달래고 있었고.

 

누군가는 하품을 억지로 참는 듯, 충혈된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자꾸 찌르는 속눈썹을 달래보는 거 같기도.

 

어정쩡한 높이의 딱딱한 의자에 살짝 엉덩이만 걸친 채 높은 힐의 뾰족한 두 개 기둥에 실린 몸무게.

 

그러고 보면 기자재전 안에는 남자 스탭조차 찾기 힘들었던 거 같다. 온통 여자 여자 여자. 그것도..

 

장비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모델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님 그저 모델을 상대로 사진찍기 연습인지.

 

모델들이 세 방향으로 세워놓고는 벚꽃나무 모양의 무대는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어지럽진 않으려나.

 

당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놓은 모습에 눈이 갔다가도, 아무래도 이런 무대 뒤의 모습들,

 

남몰래 깜빡이며 속눈썹을 밀어낸다거나 구둣발 속 발가락을 꼼지락댄다거나 하는,

 

그녀들의 고충이나 인간적인 모습에 더욱 눈길이 가는 거다.

 

 

 

 

 

 

 

 

 

강남에 위치한 트레이드타워, 전체 54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은 강남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63빌딩 위에서 강북의 하늘을 지키는 방공포병들이 이곳에도 한동안 둥지를 틀고 서울 강남의 하늘을 지켰다는.

 

 

날이 좋아 옥상을 개방했던 오늘, 카메라를 들고 위에 올라가서 아래 풍경들을 담았다.

 

바른말 하시던 명진스님과 그를 핍박하던 정치인들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강남의 봉은사.

 

그리고 사각뿔 모양의 강남파이낸스센터, 그 옆에 살짝 가린 GS타워가 있는 역삼역 인근 풍경.

 

삼성역에서 역삼까지 유독 높은 빌딩들이 좌우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곳이 바로 강남의 테헤란로다.

 

전체 54층, 그러니까 옥상은 대충 55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헬기장이 있는 옥상에 올라와서

 

종합운동장 쪽을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조금 흐렸던 하늘이 개고 있었다.

 

근처의 높은 건물 옥상의 헬기장이 슬몃 보이는 뒤로 삼성동 아이파크, 그리고 청담대교.

 

그리고 트레이드타워 옥상의 헬기장. 여기서 헬기가 뜨고 내린 적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건물 옥상 한 귀퉁이에 있던 삼각점. 아마도 토지 측량이라거나 평가를 위해서 쓰이는 기준점 아닌가

 

싶지만 정확하겐 모르겠고, 모처럼 228미터에 이르는 트레이드타워 옥상을 밟고 서니 바람이 참 시원하더라는.

 

 

아직은 앙상한 겨울나무 두 그루가 코엑스 유리벽 너머에서부터 뿌리를 내리더니 코엑스 대리석 바닥에까지

 

촘촘하게 잔뿌리를 내리뻗었다. 앨리스가 뛰어들었던 거울 속 풍경으로 뛰어든 거 같기도 하고.

 

그 풍경에 이렇게 소용돌이를 더하는 장난, 필터를 쓰던 프로그램을 쓰던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간단하고 재미있는 방식은 역시 두손으로 꽉 잡은 카메라를 직접 돌리며 셔터를 누르는 거다.

 

삼각대로 고정하듯 카메라의 축이 단단히 잡혀 있지 않아서 회전이 조금 찌그러지기도 하고, 그래서

 

저렇게 형광등 불빛이 지렁이 똥싸듯 삐뚤빼뚤해지기도 하지만. 그리고 회전의 중심이 어디로 잡힐지

 

알 수 없어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그런 의외성과 예측불가능성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꼭 사진이 수직수평을 제대로 잡고 있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기울기로 왠지 모를 분위기나 뉘앙스를

 

담아낼 수 있는 사진도 있지 않을까. 예컨대 세상이 뭔가 잔뜩 망가지고 헝클어지고 멸망할 듯한 느낌.

 

 

 

 

 

촛불집회 때, G20 때, 그리고 각종 크고 작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지금은 핵안보정상회의장 주변을 그의 차벽이 감쌌다.

평소라면 현대백화점 근방을 들고 나는 차들로 붐비고 있을 코엑스 인근 6차선도로가 한개 차선만 남기고 모두 비었다.

우리 나라 국격을 높이려면 이 공간은 '핵무기'와 '강대국만의 밀실 국제정치'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배치되었어야 했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노력. 정확하게는, '핵 독점'에 근거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

지방에서까지 수만명이 동원되었다는 짭새들. 안쓰럽기도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이고 명령조인 그들은 불편하다.

웃는 얼굴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포도리 나부랭이 인형이라도 출동시켰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횡단보도 신호등이고 교통신호 시스템은 모조리 무용지물, 파란불로 깜빡이며 보행자를 인도하는 신호등이 무색하다.

G20때처럼 블럭 전체를 차벽으로 감싸고는 몇개 되지도 않는 출입문을 만들고.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 탐색기를

지나도록 하는 경호처와 경찰 인력들. '완장'질에 대한 무조건반사적인 혐오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떽떽거리는 건 팩트.

대체 이런 회의가 한국에 도움이 되는 건 뭘까. G20때처럼 측정도 불가능한 국가브랜드 제고효과니 뭐니, 그딴 거

말고 당장 이 동네에서 출퇴근하거나 먹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율의 허울을 쓴 차량이부제 나부랭이의 부작용을

따져보란 말이다. 삼성역에 전철이 서지도 않고 버스도 내리지 않으며 셔틀버스 따위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고,

코엑스몰이니 인근 음식점은 대부분 문을 닫아 밥한끼 챙겨먹기도 힘든데 '니가 누구냐'며 '가방엔 뭐냐'며

으르렁거리는 짭새들을 참아내주는 사람들의 피해 말이다.

소방차에 닭장차에, 이중 차벽으로 둘러쳐진 코엑스 인근을 다시금 한겹 커다란 차들이 둘러싸고 있다.

M본부니 K본부니 S본부 이외에도 온갖 종편 방송국들 차량까지 차곡차곡 주차되어 있다.


짭새들이 고생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민생에나 좀더 신경쓰는 게 어떨꼬. 이를 두고 개고생 혹은 MB시대의

아이콘이 된 노가다 도구의 이름을 빌어 '삽질'이라 한다.





차벽을 따라 걸으며 출근을 위한 개구멍을 찾다가...'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따위는 차벽과 경찰떼라는 넘사벽

뒤에서나 존재하는 건가 싶어서 문득 아이러니하더라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논의를 저런 철저한

보안과 경호시스템 속에 처박혀 한다는 건 아무래도 웃긴다. 저 안에 들어가 이야기하는 지들은 무슨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악당들인가.

이딴 쓰잘데기없는 국제행사, 그것도 핵무기 쥐고 흔들어대겠다는 국제 깡패 나부랭이를 계속 끌고 들어오는 MB도

참 자기 성과에 금칠해대느라 고생이다. 고리원전의 위험천만한 인재사고라거나 원자력르네상스라는 허울로 후쿠시마의

교훈을 못본체 하는 꼬라지라거나 합해 생각해보면 참, 목불인견이다.









내 스위치를 켜주세요. 여섯 개나 되는 스위치.


@ 코엑스.

심심하니 '야한 사진' 한 개 더.




@ COEX, 이천, 인천.



ⓒ ytzsche.tistory.com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1 아트페어,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다는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다.

코엑스 주위 강남권에 회사도 많고 하니 잠시 짬을 내어 구경나온 회사원들도 적잖이 보였다. 네이버에서

세운 아트월 중 하나인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을 유심히 감상중인 어느 회사원의 뒷모습이 진지하다.

이번 아트페어의 스폰서인 네이버는 곳곳에 아트월을 세워두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QR코드를

읽어서 해당 작가의 작품들을 좀더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었다. 포토월이란 단어는

많이 익숙하지만, 아트월(Art Wall)이란 단어는 처음 들어본 거 같은데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이제 많이 유명해진 이동기 작가의 '아토마우스'도 아트월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를린 먼로의 얼굴이

어슴푸레 드러나는 모자이크 그림도 눈길을 모으고 있었고.


이번 아트페어는 9월 22일부터 26일, 그러니까 다음주 월요일까지 코엑스 1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약 17개국의 200개 가까운 갤러리가 참여했다나, 총 작품수가 5천점에 이른다니 왠만한 미술관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던 거 같다. 뭐, 미술관 전시회처럼 주제가 명확하고

이야기 흐름이 있는 전시는 아니고 갤러리들이 소장한 예술작품들이 우르르 쏟아진 셈이니 보다보면

살짝 소화불량에 걸릴 듯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는 쏠쏠하다.

이렇게 맘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감상하며 저게 뭘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이 어깨에 잔뜩 얹힌 채 매료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목이 뭐더라, the sunny day? 뭔가 해피한 날의 표정이긴 한데, 가슴엔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이 꼽혔다.

표정과 액션, 형상과 제목간의 모순으로부터 뭔가 궁금증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love였던가, 비슷한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온몸에 하트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여자의 눈매가 저리도 앙칼진건

뭘까, 사랑의 흔적만 온몸에 남기고 뒤돌아서는 남자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나 지난 사랑을 그리는 안타까움일까.

이것도 맘에 들었던 것 중에 하나. 제목이 unmasked였던가. 마스크를 벗어던지듯 얼굴껍데기를 온통 벗겨버린

듯 근육과 지방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 그렇게 얼굴껍데기가 벗겨지고 나니 오히려 모든 표정이 지워진 채

그야말로 무표정한 모습이다.

요새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회화 소재 중에서 한국적인 미감을 물씬 풍기는 재료가 바로 자개. 색감도 그렇고

반짝반짝하는 광택도 그렇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이다.

입체의 형태는 시각에 따라 하트로 보이기도 주머니로 보이기도, 혹은 그저 평평한 평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기한 재료들, 철사망을 어떻게 매만져야 저렇게 갈기를 휘날리며 내닫는 말의 형상이 떠오를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저 초현실적인 그림에선 나뭇이파리나 털들이 왜 툭툭 그림 밖으로 튀어나와 붙어있는 건지.

저런 분방한 상상력도 경탄스럽지만, 그런 상상을 저렇게 작품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그 능력도 부럽다.

일견 엉성하게 만들어지다 만 듯한 손, 심지어 손가락도 세 개 밖에 없는데다가 질감도 굉장히 거친데,

그게 또 이렇게 뭔가 절절해보이고 짙은 감성이 담긴 느낌을 던져준다.

이런 식으로, 숫자던 구체적인 물체-단추니 포크 따위-를 터무니없이 큰 사이즈로 재현하는 작품들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린 거 같다. 색감까지 알록달록 이쁘긴 한데, 왠지 이건 0부터 9까지

일괄구매해야 할 거 같다. 그치만 실제로는 숫자 하나만 구매해서 소장할 수도 있다더라는.

눈에 익고 친숙한 사이즈를 확 바꿔버림으로써 뭔가 미감을 자극하는 방식은 회화에서도 등장한다.

귤이니 콜라병이니 따위를 향해 진격하거나 공격중인 군인들의 모습이 연작으로 담겨있던 어느

한국 작가의 작품들은 그런 베이스에 나름의 아이디어를 얹어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인듯.

전통 회화와 오브제들이 바둑판무늬로 짜여져서는 설치미술작품이 된 거라고 해야 하나. 특히 저 노랑 버스랑

말 인형이 맘에 든다.

굉장히 다양하고 신기한 작품들이 그득한 전시장 안에서 문득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처럼 생긴 물고기가

둥둥 허공에서 유영하는 모습이란 그렇게 초현실적이진 않았다. 요샌 저런 'R/C 생선풍선' 있구나. 그런

정도의 감흥. 그치만 다시 생각해보면 저거 꽤나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눈에 띄던 조각들. 아니지, 이걸 조각이라 하기도 그렇고 음..걍 미술작품, 이라는 게 무난하겠다.

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해댔길래 코가 저렇게 낭창낭창하도록 길어졌을까.

풍선아트를 그대로 굳혀놓은 듯한 저 선명하고 발랄한 색감의 작품은 분명 내가 이름을 아는 작가의

그것 같기도 한데. 이름을 까먹어서 잘난 척할 타이밍 1회 상실. 뭐, 이름 외우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


금과 은으로 장식된 듯한 새하얀 마차랄지, 삼륜차랄지, 바이크랄지. 가만보면 좌석 등받이 쪽에 붙은

조그만 모니터에서 뭔가 사람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저렇게 낮은 곳에 있어서야 지나는 사람들의 부주의한 발길에 밟히면 어쩌려고. 하얀 모래가 깔린 가운데

허우적대고 있는 두 사람, 뭔가 개미지옥이나 사막의 구덩이같은데 빠진 절망적인 상황 같다.

그리고 뭔가 반복적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녀석들이 있었다. 눈과 입, 아마 실제

사람의 눈과 입을 따서 투영시킨 거 같은데, 쉼없이 꿈벅거리고 말하고 하품하는 그 형체가 기괴했다는.

그리고 이런 클래식하고도 반가운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도 있었다. 당대에는 획기적이고도

참신했겠지만 이미 그 뒤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그의 작품은 뭔가

손때묻고 오래되어 따스한 온기가 도는 낡은 기계의 느낌이 난다. 오래된 재봉틀이나 빈티지스러운

바이크에서 느껴지는 그런.


나 같으면 BMW에 이런 식으로 도색을 하진 않겠다. 차는 참 이쁜데 말이지.

정말이지 전시장은 너무도 광활했다.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워낙 넓고 천장도 높아서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그렇게 전시장 한가운데서 방황하다가 작가들이 붓을 흩뿌리며 작품을 만드는 것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미술 시간에 저렇게 붓에 물감 찍어서 휙휙 뿌리는 건 참 재미있었는데. 


중세시대 귀족들을 희화화하는 걸까, 커다란 목장식을 벌통으로 바꿔놓고는 얼굴 곳곳에 벌을 붙여놓은

작품도 있었고,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을 촬영하곤 이리저리 매만진 작품 앞으로 온통 분해되어 버린

바이올린의 조각들이 가까스로 서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던가,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런 사회성 짙은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폴리스 라인 뒤에서 죽어 나자빠져 있거나, 그 라인을 의식하며 권력에 대한 충성을

허둥지둥 맹세하거나, 혹은 라인을 밟고 경계에 선 사람의 모습까지. 내 맘대로 읽어낸 거지, 실제로 무슨

의미를 담고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센스가 넘치는 회화들. 안 그런 것들이 없었지만 특히 저 사이클 장면을 그린 그림이 와닿았다.

부시와, 테레사수녀와, 달라이라마가 레이싱 중이다.
 

눈이 시뻘개진 나무 늘보가 괴물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림 아래쪽에 창을 내고 알루미늄을 붙여선 공간을 틔워버리고 나비 두마리를 날려보고 있는 그림도 있었다.

그리고 칠판처럼 배경이 그려진 그림 위에 저런 뜬금없는 고추를 그리거나 명함을 오려붙이고, 낙서를 마구

해서는 마치 학예회날이나 만우절날, 혹은 교생 떠나가는 날의 칠판을 그대로 떼어온 듯한 그림도.

누구의 입버릇을 빌건대, "내가 추석 연휴 때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4,5,6을 전부 봐서 아는데,"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은 정말 그 풍요롭고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서, 이렇게 예술작품으로 환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다. 다스베이더의 가면 너머 숨어있는 그 깊고도 복잡한 심경, 그걸 그대로 전유해서

예술 작품 자체에 깊이를 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타워즈 자체가 수많은 아티스트의

소재가 될만큼 강력하고 매력적인 자극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거다.


여하간, 다스베이더를 소재로 삼은 저런 작품들, 아..하나 갖고 싶다. 스타워즈 빠돌이가 되어버렸다.

최근 인터넷에서 실사판 화투패라고 돌고 있는 것도 있던데, 그것도 제법이었지만 이렇게 뭔가 메카닉의 느낌이

담긴 화투판도 괜찮은 거 같다. 심지어 비광의 저 냥반은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거 같다.ㅋ

한국 작가 누구더라, 의 태권브이는 맨발로 당나귀를 타고 있다. 태권브이의 저 입모양은 이모티콘으로 따지면

-0-, 이런 느낌을 주는 거 같아서 재미있다.

저런 그림 참 좋다. 도발적인 자태와 눈빛, 흘러내린 머리까지. 나중에 집에 걸어두고 싶은.

그리고 이런 툭 까내리는 메시지도 좋다. 다짜고짜 뻐큐란다.

모네의 그림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무질서해 보이는 수많은 붓질이 한송이 수련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처럼. 이 여인의 얼굴 그림 역시 가까이 들이대면 이런 조악해 보이는 어설픈 동글백이가

수없이 숨겨져 있었던 거다.


사진 작품들도 제법 있었다. 익히 알려진 배병우 작가의 작품들 말고도, 저런 작업은 어떻게 한 걸까.

어린왕자의 B612처럼, 조그만 별에서 벚꽃나무가 거침없이 뻗어나가 우주를 채웠다.

그리고 아마도 수많은 도장들을 모아서 프레임 안에 채운 게 아닐까 싶은, 크기도 높이도 모양도 내용도

전부 제각각인 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직사각형의 작품에선 무슨 디오라마같은 입체감이 느껴진다.


뭐라더라, 설명을 들었는데 대도시의 밤풍경을 내려다보면 이렇게 혼란스럽고도 화려한 이미지일 거라

했던가. 작가가 실제로 그런 걸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딱 보면 정말 혼란스럽기는 하다.

예술은 늘 최신의 과학 기술과 성과를 또다른 표현수단으로 받아안고는 했다. 3D 아트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늦은 건 아닌지 싶을 정도다. 안경을 썼더니 너무 어지러워서 패스.


이거...레이 아닌가. 아니면 다른 변신물의 캐릭인가. 모르겠지만 일본 애니에서 뛰쳐나온 게 분명한

저 소녀가 캔버스 위에 그려져 있다니, 저런 작품도 유쾌하니 맘에 든다. 사방에 뭔가 변신중이라는

듯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휘감겨 있는 것도 맘에 들고.

중국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요새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더니 꽤나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시니컬하게 담고 있는 그들의 작품 중에 특히나

너무도 적나라해서 눈에 확 들어왔던 작품. 색감도 굉장히 선명하고 멀리 떨어져 조그매보이는

천안문 광장 앞에 당당히 선 하이힐 신은 쪽쪽 곧은 다리들이 인상적이었다.


거칠게나마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니 훌쩍 지나 있는 시간,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로 너무 많은

전시물들이 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어서 본인 깜냥에 맞춰서 즐기기에 딱 좋은 기회일 듯 하다.



지난 2월 중순쯤에 한번 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

아이폰 사진폴더에서 잠자던 사진들. 에 이어서 한 6개월새 또 잔뜩 잡다구레한 사진들로 가득차 버린

사진폴더도 정리할 겸.

회사에서 갔던 직무연수, 이천 근처에 있는 연수원에서 2박3일동안 재밌게 지내다가. 집체수업 와중에 있던

쉬는 시간, 이쁘고 푹신한 쇼파에서 다정한 한때를 보내던 동기들과 하얀 속살의 배를 까내린 사람.

연수원 앞에 펼쳐진 잔디밭에 드문드문 놓인 바윗돌의 그림자들이 길어지던 시간, 그 너머 인공잔디밭에서

공을 쫓아다니느라 때이른 구슬땀을 뻘뻘 흘렸더랬다.

수업하고 저녁먹고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과일안주 데코레이션으로 괜히 꽃꽂이를 해보기도 하고.


연수원 뒤의 무성한 숲 사이로 삐져나와 길을 잃어버린 초록개구리 한마리, 네비게이션이 재로딩되는 중.

서울 동쪽의 어느 동네, 독거노인분들 도시락 배달하는 봉사활동 중에 눈에 들어온 신기한 전봇대. 직선으로

쭉쭉 뻗은 전선의 흐름을 지켜내려한 건지, 아니면 옆건물의 실루엣을 배려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휘영청.

초등학교 앞에는 여전히 이런 뽑기 기계가 너댓개씩 열맞춰 늘어서 있었다. 내용물은 조금씩 달라진 거 같기도

하면서 유치하거나 쓸데없다는 점에선 정말 똑같은 거 같기도 하고. 드림하이니 뭐니 속지는 최근에 바뀐 거

같긴 한데, 저렇게 뙤약볕맞고 비바람에 씻기면 빛바랜 빈티지 느낌 완연해지는 건 금방이다.

'카모메식당'이란 일본영화에서 처음 들었던 '까페 루왁'이란 단어. 커피맛이 좋아지라는 주문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커피가 있는 거다. 사향쥐가 먹고 뒤로 배출된 커피콩이 바로 커피 루왁.

커피맛이 정말 달랐다. 굉장히 독특한 향도 그렇고 색깔도 조금 일반 커피와는 다른 느낌.

어느 동네를 가던 들고 다니는 카메라 말고도 아이폰으로도 사진 한두장씩은 남기는 이유, 아이폰에

사진찍힌 위치가 기록된다는 게 재미있어서 곳곳에 로그를 남겨두고 싶어서다. 제주도 초콜릿박물관

갔을 때도 마찬가지, 방문 후 포스팅을 남기면 추첨해서 선물을 준다길래 열심히 썼는데 아무런

응답도 없어서 섭섭하더라는. [제주] 초콜릿박물관, '초콜릿은 마약?'이란 질문에 답이 있는 곳.

청주에 가던 길, 맞은편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다. 트럭에 실려있던 종이박스에서

불이 시작된 거 같은데..아마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담뱃불이 그 불씨 아니었을까. 갖고 있던 카메라로 먼저

찍고 폰카메라로 다시 촬영한 사진.

어린이대공원,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 저런 애매모호한 거시기가 툭 튀어나오다니. 이쪽 끝 말고도 다른쪽

끝 역시도 비슷한 녀석이 코끼리 코같은 걸 툭 내밀고 있길래 재미있어서 한장.

일본의 어느 호텔, 그야말로 빈티지 오토바이들이 주르르 늘어서 전시되어 있는 로비. 카와사키의 바이크도

보이고, 스쿠터도 보이고, 미니바이크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도 보이고. 아마도 호텔 주인이 바이크

매니아였던 거 같다.

그리고 아오모리 공항을 떠나기 전 공항내 경찰서 앞에 빼곡하게 붙어있던 현상수배 포스터.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이니까 아무래도 저런 현상금을 노리고 범죄자를 쫓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아오모리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날개가 파랗게 질리더니 구름이 번졌다.

회사에서 있었던 족구대회. 비가 온다고 코엑스의 빈 전시장에 그물을 쳐놓고 족구경기를 하는 회사는

아마도 이곳밖에 없지 않을까. 태앵탱, 공이 바닥에서 튕기는 소리가 광활한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올해 세번째 갔던 제주도에서 카페리를 타고 가파도로 들어가던 길. 렌트카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차가

망망대해 한복판에 둥둥 떠있다고 나왔고, 녀석은 잔뜩 당황해선 계속 뱅글뱅글 돌며 시끄럽게 굴었다.

쉼없이 계속되던 경로 재탐색의 메시지는 배가 무사히 가파도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는.

신당동 떡볶이를 먹고 나서였던가, 근처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서 발견한 마법의 문짝. 아마도 청소도구나

기타 비품류를 보관해두는 창고 문이 아닐까 싶은데, 저렇게 그림을 그려넣으니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강원도 속초에 놀러갔을 때, 맥가이버 BGM이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의 손가락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콘돔의 새로운 용례. 안에 동글동글 맺힌 물방울은 다른 게 아니라 손가락의 땀..이지 않을까.;

이게 누구꺼더라, 아이폰 케이스가 넘 맘에 들었다. 카메라렌즈 부위를 새의 눈으로 활용한 센스도

훌륭하거니와 그 새가 뻐큐 손가락 위에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 딱 내 스타일인데..이제 난 3GS를 벗어나

5G를 기다리고 있으니 일단 대기.

어느 사케집의 화장실 표시. 노상방뇨하는 남자를 황급히 피해 몸을 날린 건지, 아니면 그를 향해 니킥을

날리려고 몸을 던진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여하간 노상방뇨는 남을 놀래키거나 매를 버는 나쁜 짓이라는

메시지는 선명히 전달되는 거 같다.

앤디 워홀에 대한 오마주..랄까. 이태원의 식료품가게를 갔더니 캠벨의 스프깡통들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던 거다. 시립미술관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때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캠벨의 치킨누들스프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걸 워홀보다 먼저 태어나 먼저 포착했다면 그의

부와 명성은 모두 내 것이었을 텐데. 아울러 아마도 캠벨스프 평생무료이용권 같은 것도.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 선후배들. 노래방에 갔더니 뜬금없이 봉 하나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는 거다. 이게 뭥미, 하다가 술김에 다들 봉을 잡고선 서로 기어오르겠다고

싸우며 '봉춤'사위를 펼치던 두어시간. 오랜만에 잠들어있던 근육을 깨웠더니 한동안 팔이 땡겼다.

어느 사거리 앞의 쓰레기통, 온갖 브랜드의 커피 플라스틱잔들과 음료수 펫병, 유리병들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다. 얼핏 위만 보면 누군가 설치미술을 해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질서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스트로우와 형체에서 뭔가 미감이 느껴지는 건...나만의 생각인 건가.

광주에 놀러갔을 때, 집에서 문자가 와서는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 하길래 인증샷 겸 찍어서

보내드린 광주의 어느 버스노선도. 아무리 지금 광주라고 말로 해봐야 사진 한장의 위력보다 못하다는.

어디 까페였더라, 시럽들이 3X2로 줄맞춰 서있는데 뚜껑 하나가 내게 눈을 찡긋찡긋.

올림픽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사람들, 네트가 없으니 자전거를 쭉 늘어세워 네트 대신. 이런 식의

임기응변 참 맘에 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네트가 없으면 자전거로.

얼마전 퇴근하는 길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 추락하듯 뚝 떨어지는 무지개를 보며 원래 저렇게 생겨먹었던가

싶을 만큼 참 오랜만에 본 무지개.

대학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 좀 많이 일찍 도착해 버린 바람에 학교 다닐 때 가끔

시험공부를 하거나, 그리고 맘먹고 좀 길게 공부하던 때 찾았던 사회대 도서관을 새삼 들어가봤다.

사회대와 앞 아고라는 반토막났지만 난간에 기대어 음료수를 마시던 그 장소는 그대로.

선릉쪽에 이쁜 까페들이 좀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그 와중에 눈에 띄던 이쁜 가구점. 저  흔들의자가

완전 맘에 들었다. 귀까지 디테일한 양모양으로 만들어져 복슬하게 양털이 감싸인 의자가 굉장히

포근하고 따뜻할 거 같은데다가 경사가 그리 급하진 않아서 정말 흔들흔들 잠들기 딱 좋을 거 같은.

그리고 이건.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직접 만들었다는 '기타바', 울림통을 떼어내고 휴대하기 편하도록

고안했다는 기타바를 전시, 판매하는 매장을 발견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요새 기타 들고 다니기 불편한데

저런 기타 하나 있음 좋겠다 싶기도 하고.

추석 연휴, 예전에 받아둔 채 묵혀두고만 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4,5,6을 다 보아버렸댔다. 지금

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가장 적절한 장면을 찍어보내려다 보니 요다를 찍게 됐다. 사실 다스베이더의

그 유명한 'I am your father' 장면을 찍었어야 했지 싶기도 하지만, 요다의 광선검 실력도 굉장하더라는.

그리고 왕십리였던가, 고층 빌딩마다 의무적으로 공공예술작품을 앞에 설치해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돌로 젠가를 쌓아놓아도 되는 건지는 몰랐다. 대리석 젠가.





되는 대로 쓰다보니, 아이폰 음악폴더니 사진폴더가 너무 지저분해져서 빈 공간도 얼마 안 남았다.

정리도 할 겸 사진도 옮기고 하다가 발견한 사진들, 재미있다 싶어 찍은 사진도 있고 아이폰치곤

제법 분위기있게 나왔다 싶은 사진도 있고.

퇴근길에 발견한, 어느 차에 붙어있는 '집주인'의 메모. 우리 차는 어디에 주차할까요. 뭔가

적나라하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심경이 생생히 전해진달까.

어디였더라, 어디선가의 음식점에서 계산서를 받았는데 저런 꼬릿말이 붙어있었다. 평소에

카드영수증을 한번씩 보고 찢어버리는지라 발견할 수 있었던 아홉 음절.

경기고였던가, 주말에 무슨 시험감독하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발견한 스티커였던 듯.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1) 매사에 떳떳치 못하며 자신감이 떨어진다. 2) 어쩌구저쩌구

여학생이 싫어한다. 4) 지저분한 사람이 되기 쉽다...하나하나 넘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는

협박 같기도 해서 찍어놨었다.

친구와 요거트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가, 괜히 둘다 뭔가 불끈한 맘으로 아이스크림에

조각을 해 버렸다. 반반이 다듬어 비석처럼 세워둔 후에 숟가락으로 살살, 구멍이 뽕

뚫려서 반대쪽 풍경이 하얀 배경 속에 들이차던 순간에 꽤나 기뻤다. 바보같이.

통인동 쯤의 어느 까페를 찾아가다가 만난 표지판.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의미는 사실 바로 다가온다.

조용히 해달라는, 클랙숀 울리지 말고 애 울리지 말고 소리치며 싸우지 말라는 뜻이겠지.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하회탈 모형 두개, 슬쩍 얹어놓고 괜한 연출 한번. 코가 워낙 커서 조금더

얌전한 포즈는 불가능,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제법 꺽어서 진한 키스. 하회탈끼리.;

작년 부처님 오신 날에 코엑스 입구에서 찍은 사진. 탑을 수호하고 있는 사천왕 등이 멋졌었다.

코엑스몰 안의 어디메쯤에서, 파란 하늘로 향한 유리돔. 기하학적인 패턴이 재미있었다.

이태원 이슬람사원(모스크)에 갔을 때, 모스크 앞 계단에 쪼르르 앉아있는 무슬림들의 나른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사진만 보고서는 여기가 한국인지 아랍지역의 어디인지 잘 모를 지경.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데, 집앞 놀이터에 있는 조그마한 벤치에 의경 네 명이서 쪼르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콱 들어왔다. 제법 쌀쌀하던 가을날이었던 거 같은데 안쓰럽기도 하고.

술에 절어서 집으로 들어가던 어느날, 차라리 나도 어디론가 견인되었으면 좋겠다 싶던.

길가에 조금씩조금씩 토하며 걸었던 거 같은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말줄임표가

커다랗게 그려지겠구나..술김에 그리 생각했었던 날.

G20의 광풍이 세상을 덮던 즈음, 트레이드타워에도 포장지가 덮였다. 맞은편 한전건물이 이미

과하게 싸여진 선물상자처럼 퍼렇게 휘감겨있었고, 이곳은 조금만 살짝.

코엑스 국화꽃축제가 있던 때, G20 준비와 맞물려 조금 산만하긴 했지만 저 거대 공작새는 꽤

맘에 들었었다. 여느때처럼 건물 기둥뿌리를 온통 감싸돌던 노란 국화잎들은 꽃잎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경주에 갔을 때, 들고 갔던 카메라가 부서지는 바람에 아이폰으로만 남겨야 했던 풍경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 산책길을 거닐다가 홀로 선 나무를 만났다. 가슴처럼 봉긋하고 따뜻하게

둥그스름하던 고분들을 뒤로 한 채, 마치 수묵화의 한 귀퉁이에서 튀어나온 듯한 나무.

부산에서, 모처럼 만난 군대친구들과 2차던가 3차로 갔던 다트바. 싫다는 녀석들을 때려가며

사선에 세우고는, 어찌된 일인지 내가 던진 다트 세 개가 모두 대충 가운데에 꽂혀버렸었다.

엄밀하게 따져서 세 개 모두 50점짜리에 전부 들어갔다고는 딱히 말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래도, 딱히 50점이네 25점이네 따지기보다 가운데에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이뻐서.



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지만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새해를 살고 있는 이맘때,

달라붙어있기는 하지만 딱히 쓰임이 없이 흔적처럼 남아있다는 맹장, 그 맹장처럼 살짝 무안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던 2010년의 남은 날들이 조금씩 소진되어 가면서 나름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2011년이라는 새해에 대한 압박은 매년 여전해서, 대체 이토록 정신없고 불안하기만

하던 2010년의 연장선상에서 2011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난 또 어떤 예기치 못한 갈래길 앞에

서게 될지 조금은 비장해지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하는 거다.



아마 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렇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 일단 올 한해의 할 일은 다 했다 싶지만 여전히 사람들 앞에 서있어야 하는

그런 부담감 혹은 멋쩍음, 얼른 창고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내년 이맘때까지 뭐하고 혼자 노나

싶은 막막함과 소심함이 휘감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거다.

호텔 불빛이 슬몃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괜히 같이 우울한 불빛을 내쏘는 듯한 트리의 그림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점점 고조되며 반짝반짝 터질듯 새된 목소리로 즐겁게 우짖던 느낌이

확 사라지고, 살짝 어두워~ 지는 트리는 왠지 2010년 마지막날을 아쉬워하는 듯.

여하간, 이 테이블과 쇼파, 그리고 등불까지 참 맘에 들더라는 뜬금없는 결론부. @ 코엑스인터콘.




이틀전 올린 글 하나, 시크릿가든의 현빈과 하지원, 2010 서울 인형전시회에 참가하다.

모두들 바쁘고 괜시리 뒤숭숭한 연말인지라 블로고스피어에서도 그다지 글이 안 오르고

방문자수도 떨어진다 싶었는데 이 글이 오르고 나니 왠지 은근 조회수가 많이 오른거다.

뭐, 정말 현빈이나 하지원이 등장한 건 아니었고 그냥 그런 인형들이 있더라, 라는 이야기여서

살짝 낚시질의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서도, 그래도 뭐 저들 인형에서 그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서로 윈-윈하는 거니깐.

왜 갑자기 조회수가 울컥울컥 뛰나 해서 유입경로를 살펴보니 역시나, 현빈현빈현빈현빈.

더러는 시크릿가든. 근데 하지원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니, 아무래도 이 블로그에

우연찮게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현빈보러 오신 분들인 듯. 나름 여행블로그인데.;;;


(이렇게 또다시 현빈 효과를 미묘하게 노려보는 포스팅.)





[초대장 배포(100장)] 화투패 좀 아시나요? 에서 '2010 서울 인형전시회'의 작품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그 이외에도 꽤나 재미있는 인형 작품들이 많았다. 우선 수많은 셀레브리티들.

007 요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안무, 한 동작으로 김연아임을 단번에 알아채게 했다.

시크릿가든, 현빈과 하지원의 인형. 슬쩍 올라간 현빈의 입매와 하지원의 동글한 눈이 이쁘다.

성균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이 황토담 앞에 분분이 서 있다. 이 드라마를 모르니 패스.

그리고 카라~ 한때 뭇남성들의 눈을 고정시켰던 '미스터'의 엉덩이춤 의상이다.

2NE1의 네마리 곰이 날씬한 자태를 도도하게 흔들어주는 센스. 복실한 얼굴털이 매력적이다.

빅뱅 테디베어들, 원색의 칼라풀한 옷차림, 그리고 음..글쎄, 남자는 관심없으니 패스.

그리고 업! 할아버지와 똥똥한 꼬맹이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이자 치히로인 소녀와 '가오나시' 괴물이 얌전히 열차를 탄 장면.

은하철도999의 철이와 메텔, 그리고 차장 아저씨..였던가. 워낙 어렸을 때 본 만화라.

파란요정을 만난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푸르스름한 피노키오의 낯빛과 요정의 파란 머리칼의

색감이 참 이쁘다. 근데 왠지 피노키오와 '마지막 잎새'쯤이 묘하게 섞인 느낌.

퇴화해서 형체만 남은 듯한 팔다리를 늘어뜨린 염소의 므흣한 웃음이란. 피노키오 이야기의 일부.

꺄아~ 고양이 인형 완전 사랑스럽더라는. 저 경직된 얼굴 근육은 금세라도 씰룩댈 듯.

폴스미스 스타일의 테디베어들, 곰팅이들 생긴 건 어슷비슷하다고 해도 천의 색깔과 느낌에

따라서 참 다르다. 저 세쌍둥이 곰돌이들조차도 약간씩 분위기가 달라서.

전시관 안쪽에 꾸며져있던 북극의 한 귀퉁이, 솜처럼 새하얗고 복실해 보이는 북극곰들이

단란한 한 가족처럼 모여있는 풍경이다.

아마도 1톤트럭 뒤를 꽉 채워서 실려왔을 거 같은 거대한 곰돌이 한 마리. 그 밑에 사람이라도

깔리면 옴쭉달싹도 못할 만큼 육중한 녀석이 제법 귀엽다.

수십 개의 부스에 나와있는 인형 전문업체들, 자리에서 직접 이렇게 계속 인형을 만드는 분들도

많았고, 둘러보는 손님들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토이스토리3'에 나왔던 그 인형들이 우르르 모였다.

이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표정과 분위기, 볼터치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뭔가

공포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겠다 싶은 아이들.

강백호의 왼손은 그저 거들 뿐이고,

승리의 후레시맨은 왼손으로 비를 가리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조금 닮았지만 그 살기와 단단함이 조금 부족하다 싶고,

인형의 집은 굉장히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온기가 없다. 인형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한 재질로 만든 인형들이 더 정감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다 복실복실한 털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더 좋은 거다.

그래서 약간은 섬뜩한 아이들. 구체관절인형의 일종인 듯 한데, 소녀의 몸매가 풋풋하다.

포셀린, 도자기를 구워 인형과 옷을 모두 고슬고슬 만들어낸 건데 저 레이스의 화려함도 그렇지만

저 매끈한 도자기 피부. 그리고 저 각선미..훙훙.


이건 아마도 구워내기 전의 인형인 걸까. 굉장히 정교하고 여리여리한 디테일이 인상적.

이런 것들도 은근히 많았는데, 가뜩이나 사람을 많이 닮은 인형은 섬뜩하거나 무서울 때도 있거늘

굳이 저렇게까지 무섭게 할 건 뭐람. 그러면서도 그 생생함이나 신기함에 눈이 자꾸 가는 거다.

이런 따뜻하고 귀여운 인형이 사실은 좀더 내 취향에 가깝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몽실몽실한.

아 물론 이런 인형님들도 대환영. 어렸을 때 바비인형도 갖고 놀았던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전시기간이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딱 연말연시 분위기가 절정인

타이밍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많았다. 산타클로스 인형은 케잌 위에 올라가는

여느 자잘한 설탕인형과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인데다 이쁘기도 하다.

인형 전시회가 벌어지는 코엑스몰에서 인형옷입고 홍보중인 아저씨-누나-형-동생님.

요즘처럼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에는 그래도 꽤나 할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일 거 같다.





화투패 좀 아시나요?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0 서울 인형전시회'를 돌아보다가 굉장히 흥미로운

인형들을 보았더랬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화투패의 모습을 인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위 작품은 8월을 나타내는 거죠.



1월부터 12월까지, 이렇게 8월처럼 딱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인형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봐도 이게 몇 월을 나타내는 건지 알 수 없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각각의 인형들이 몇 월을

나타내는 건지 세 개 이상 말씀해주시는 감사한 분께 초대장을 보내드리도록 할께요.


ㅇ 일시 : 2010. 12. 26. 23:10~

ㅇ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ytzsche.tistory.com)

ㅇ 퀘스트 : 밑의 그림 12개 중 3개 이상 화투 숫자(해당 월)을 말씀해주시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간단히 비밀댓글로 적어주시는 분
                (ex. 일곱번째 그림 8월인 거 같아요, 산 위에 뜬 달이 똑같아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 주소도 꼭 적어주셔야 해요!

ㅇ 보답 : 티스토리 초대장 (선착순 100장)


그 이외에도 나름 국내 최대의 인형 전문 전시회라는 2010 서울인형전시회, 꽤나 볼만한 것들이

많은 전시였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번 꼭 가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자, 여기서부터 문제의 그 열두 인형들입니다. 위쪽 왼편에서부터 1번으로 시작해서 맨 끝의

12번으로 끝나겠네요. 이 중 아무거나 세개의 화투 숫자(월)을 맞춰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에 설치된 화장실, 아무래도 한옥세트장이 주를 이루다보니

그런 걸까, 화장실 문양도 뭔가 전통미가 느껴지고 색감 역시. 그렇지만 명색이 영화촬영소인데

조금 심심하달까 평범하다 싶기도 하다. 한국의 영화배우들 얼굴을 활용하거나 유명헀던

영화감독의 얼굴을 활용하거나, 그러는 건 어땠을까.

당장 시내 영화관조차 이런 화려한 화장실 표시가 번뜩번뜩. 어쩌면 이 화장실 표시만 봐도 아~

여기 거기지,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런 게 바로 특색있고 임팩트강한 화장실 표시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찰리 채플린과 마를린 먼로의 단순화된 이미지와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쁘기도 하잖아.


급할 때 눈에 잘 띄고 돌아나올 때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게 바로 디자인의 힘.


@ 남양주 종합촬영소 & 메가박스COEX.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삼성역 트레이드 타워와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아마도 80년대 후반 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지던 즈음에 찍힌 사진인 듯 싶다. 지금은 반짝반짝거리는 외벽 때문에 그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상상도 해보지 않았지만 이 사진을

보니까 감이 대략 잡히는 거 같다.


채 껍데기가 다 씌워지지 않은 채 내부가 슬쩍 들여다보이는 트레이드타워 꼭대기층이라거나

골격만 앙상하게 서 있는 그랜드인터콘의 뼈대라거나. 게다가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코엑스몰

공사도 있었을 텐데 사진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는 또 얼마나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때만 해도 참, 나직나직한 건물들 사이에서 불쑥 돌출한 두 건물이 눈에 딱 띈다.

그때에 비하면 고작 20년여가 지난 지금은 뭐가 너무 많단 느낌이다. 뭐 54층짜리 건물이니

아직은 낮은 건물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딱히 높은 건물이라기도 그런 높이.






#0.

처음 '코르다 사진전'의 사전광고가 코엑스몰 인근에 쫙 깔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체게바라의 사진이었다. 무슨 사진전인지 몰랐지만 체게바라의 얼굴을 앞세워 그 이미지를

팔아먹으려는 또 하나의 시도인가 싶으면서, 대학 내내 가방에 달고 다니던 체게바라의 배지를

두고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새 애들 그저 다들 멋져보이니까 하나씩 달고 다니지.

맞네 아니네 다투기보다 그냥 묵묵히 있기로 했었다. 체를 좋아하고 체로 대변되는 혁명정신이

좋은 거고, 난 호치민과 로자와 레닌의 생애와 지향이 좋은 거라고 말하고 싶었었다.


사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99년, 그리고 이삼년후 갑자기 '체게바라 평전'이 출간되고 영화배우

문소리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방송에서 이 책을 소개했던 이후쯤 한국 사회에 나타난 체의

얼굴은 마치 68혁명 이후 미국에서 체를 '자본주의적으로' 소모하는 것과 딱히 다를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잘 생겼고, 획득했던 학력자본과 문화자본을 과감히 포기했으며,

쿠바를 끝내 혁명하는데 성공하고는 다시 제3세계로 달려가 그야말로 '세계혁명'의 야망을

품었던 사람이니, 그런 팬덤을 불러일으켰단 건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1.

코르다사진전, 아마도 '코르다'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전인가 본데, 아무래도 그가 '체게바라와

쿠바'의 사진으로 이름을 알렸나보다, 그걸로 어필하려는가보다 하고 좋게 넘어가주기로 했다.

사진전 첫테마는 그의 스튜디오. 쿠바에서 광고사진으로 잘 나가던 그의 작업공간을 보여주고

있어 체게바라는 역시나 미끼였나 싶었지만, 이후 보여준 두번째 세번째 테마를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리더들', '민중'이라는 이름의 두세번째 테마에서 보였던 건 쿠바 혁명을 지도하던 카스트로와

체를 비롯한 다른 전사들의 긴박하고 웅장한 혁명 활동과 나른하고 깨알같은 일상의 모습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춘 채 광장을 가득 채워 혁명을 지지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피델 카스트로, 털이 북실북실한 그는 여전히 '미국의 골칫덩이' 쿠바를

지켜내며 농업중심의 산업사회, 복지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젊은 날의 그 역시 왕성한

열정과 패기로 새로운 쿠바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


#2.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남았던 것은, 쿠바 어딘가를 여행하던 피델이 사탕수수밭에 그야말로

'철푸덕' 소리나게 주저앉아 쉬던 풍경. 그 격의없는 인간적인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다. 사진

곳곳에서 드러나는 피델의 인간적인 면모는 소탈하면서도 적극적이고,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지닌 그런 사람. 이렇게 허름한 입성으로 아무렇게나 몸을 던지며 남들 보기에는

무모하기만 했던 쿠바 혁명을 이루어낸 사람이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런 대중의 사랑을 등에 업을 만큼의 그릇이었던 덕분에 혁명도 성공시킨 거일려나.


그러고 보면 사실 코르다의 이번 사진전에서 '체게바라'를 전면에 내세운 건 역시 일종의

낚시,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코르다 사진전이라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도록 그는

피델과 가까웠고 그만큼 많은 사진을 남겼던 거다. 피델이 소련에 방문했을 때도 함께 했고,

그가 기지개를 켜거나 잠을 잘 때도 늘 사진을 남길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사이였다니

사진작가로서 그의 이력엔 커다란 축복이었을 터.


#3.

사실 그는 모나리자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많이 복제된 체게바라의 얼굴사진을 찍은 작가니까

그의 이력에 미친 공험으로 따지자면 피델이나 체나 오십보백보. 코르다는 그들과 같이

혁명쿠바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이라 하는 것이 공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르다가 전하는

체에 관한 짧막한 일화 하나가 소개되어 있었고, 다시금 체를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체, 당신이 쿠바에서 최초로 만든 사탕수수 수확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찍으러 이 먼 시골까지

왔어요. 코르다 당신은 사탕수수를 수확해본 적 있나요? 아뇨, 솔직히 농사일은 한번도. 그럼

일주일동안 칼을 들고 직접 수확을 해 본 후에 내가 수확기를 운전하는 사진을 찍도록 하죠.


그렇게 일주일 후에야 찍었다는 이 사진. 체는 드디어 쿠바의 농업에 과학을 접목해내었다는,

사람들의 고된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게 되었다는 감격을 사진에 온전히 담고 싶었던 것이리라.

책상물림하는 도시 인텔리와 일반 노동자, 농민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추구하던 그에게는 코르다에 대한 그런 요청이 자연스럽고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4.

그가 광고사진으로부터 사회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는 사진을 찍게 된 건 나무토막을 인형처럼

소중하게 품에 보듬고 있는 꼬마여자아이를 만나고 나서라고 한다. 아바나 교외의 어느 시골로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 카메라를 총처럼 들이대는 낯선 이의 방문에 놀란 아이는 저 나무토막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괜찮아 다독거렸다고 했다. 코르다는 저 사진을 찍으면서, 혹은 찍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한 걸까. 그 아이의 세상은 광고 속 화려한 환타지와는 달리 윤택하지도 풍요하지도,

최소한 공정하거나 안전하지도 않은 사회였다고, 문득 미안해진 걸까.


체게바라를, 피델 카스트로를, 쿠바를, 새삼 2010년의 한국에서 여러 장의 사진으로 늘어놓는

이유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굳이 이 시점에 이 공간에서 이런 전시를 하는 목적이자

문제의식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큐레이터가 어떤 식으로 기획했던 간에, 백이면 백 모두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진전을 읽어내고 감동을 남겨가겠지만, 나의 버전은 그렇다. 체의 그럴듯한

껍데기, 피델의 (알고보면) 역시 그럴듯한 껍데기를 볼 게 아니다. 화보사진같이 멋지지는 않지만

그들이 함께 나섰던 행동의 순간, 역사의 먼지를 털고 다시 한번 그들의 이미지 뒤에 숨은

가치와 자유 정신을 봐야 하지 않을까.


#5.

체게바라가 남미의 정글에서 정부군에 살해당하기 직전에 했던 말이라고 한다. "I know you have

come to kill me. Shoot, coward! You are only going to kill a man." 마찬가지로 그는 코르다와

피델 사이에 서서 이렇게 경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You are only going to see a celebrity!"


사실 체를 좋아한다 해서 모두가 총을 들고 제3세계 정글로 달려가 괴뢰정부를 전복해야

한다거나 당장 사회에 기생하는 기득권세력을 척살해야 하는 것도 아닌 거다. 체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이미 달라졌고, 권력은 일부 키맨에 쥐어진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에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짙은 쌍꺼풀의 털많은 젊은 백인남성 '체'을 알고 좋아하고 이해하는 만큼

그보다 훨씬 오랜 삶으로 신념을 증거하고 생활을 변혁시킨 외꺼풀의 쪼글쪼글한 동남아남성

'호치민'도 알고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리고 그들과 같은 열정으로 지금 세상을

바꿔내려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는 사람들을 알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매년 11월 30일은 '무역의 날', 올해는 그 무역의 날이 제정된지 47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공과가 어찌되었건 우리 나라를 지금의 경제 발전 루트로 견인해 온 건 바로 '무역입국'의 기치

아래 머리카락부터 북어까지 돈되는 건 전부 수출에 나섰던 그 시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

그 때 이래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수출은 좋은 것, 수입은 나쁜 것'이라거나 '우리나라의 살 길은

오로지 수출, 대외지향형의 경제'라는 정형이 생긴 건 이제 좀 교정이 필요할 때지 싶지만,

여하간 그 때나 지금이나 포스터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맨날 도약이래.

세계 속의 수출한국. 한국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so 심플한 거다. 사는 것보다 많이 팔면

된다는 식. 이 포스터의 테두리에 감긴 국기들이 아마도 당시 한국의 주요 교역 국가였나보다.

외국 앞에서는 항상 '우리'로 똘똘 뭉치는 성향도 있거니와 그걸 부추기는 건 이런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세계 시장을 우리의 무대로, 온 동네방네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퍼뜨리며 가슴 뿌듯해 하는 건 일종의 병이겠지만, 아직 상품 무역에 치중하던

때 무역이야말로 바로 그런 가슴뛰는 애국심의 원천, 용광로였을 거다. 나라를 부강케 하고

당장 우리 가족들을 잘 살게 만든다는 믿음에 기반했을 테니 마냥 냉소할 일도 아니다.


상품 수출 뿐인가. 중동으로, 독일로 간호사나 건설 노동자를 내보내어 외화벌이에 나서게

하고,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기생 관광도 암묵적으로 조장하고. 언제나 그렇듯 대다수의

이름없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이 나라 경제를 이만큼 이끌어왔다.

한국에서 '수출기업'은 한때 굉장한 특혜와 정책적 배려를 누렸고, 여전히 그런 점이 없잖다.

의도적인 고환율을 유지하거나 거의 0%에 가까운 이율로 자금을 융통해준다거나, 사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데다가, 특히나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라면 수입과 수출 모두를 잘 챙겨야 하진 않을까 싶은데. 이전이야 수출, Export만

강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작고 약한 경제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이제 어쨌든 OECD도 들어가고

G20도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 마구잡이식 달러벌이에선 벗어날 때가 된 거 아닐까.


군수물자 팔아서 달러 벌고, 빈국에 제공하는 무상원조는 가능한 쌩까거나 수익 조건을 달거나,

노동자들이 파업만 하면 '소나타 몇대분 손실'이네 협박하는 행태는 이제 벗어던져야 더욱

발전할 동력을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빵과 '하면된다' 정신으로 해결될 수준은 지났으니까.

이건 언제적의 포스터일까. 정말 상상속의 '로봇손'이 반도체를 쥐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계산기처럼 생긴 컴퓨터 초기모델이 휭휭 날아다니고, 아, 반도체는 심지어 한반도 어디메에서

뻗어나온 빛과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 위에 날고 있는 건, 인공위성인가 설마.

왠지 조금씩 포스터에 들어가는 메시지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기술혁신과

품질의 고급화로, 소득을 높이고 생산을 많이 하고 외화를 벌고 고용을 많이 하자는 메시지.

왠지...낯설지 않다. 사실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세운 이래, 혹은 대부분의 수출을 담당하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이 펼쳐진 이래 늘 일관된 이야기였던 거다. 기술 혁신에는 비단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적자산 관리기술, 쉽게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따위라 표현할

기술도 포함되는 것. 뒤집어 말하자면 모든 정책이 표방하는 목표는 한결같았다. 다행이랄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부분을 빼고 나면 역시 "소득 증진과 고용 증대"가 관건이다.

'근로자'라는 단어는 여전히 거슬리지만 참 집요하게도 계속된다. 오늘도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의 날 행사 축사 중에 '근로자'란 단어를 몇 번이나 썼던 것. 수출 500억불을 달성했음을

축하하는 포스터가 86년에 만들어졌고, 조만간 무역 1조불을 축하하게 될 테니 여전히 한국

경제는 고속 성장중인 듯 보이기도 한다. 수출, 수입에 한정하자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86년 포스터에서 '국회' 건물 이미지가 보인단 사실과 '수입업자'는

발 딛을 곳이 없이 빠져있다는 사실. 정부는 적절한 시책을 펼 테니 국민들과 국회는 그저

정부만 잘 이고 지고 따르라는 걸까. 수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기조 아래서 수입업자들이야

뭐, 찬밥 아닌 찬밥 신세인 거는 어쩔 수 없었을 테고.

세계를 한국의 무대로. 곧게 솟은 태극기가 워낙 작아서 혹시 거꾸로 들린 건 아닌지, 사방의

괘가 제대로 그려지긴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때나 지금이나, 촌스러운 색감과 도안만 조금

손보고 나면 딱히 메시지에서 바꿀 거는 없어 보인다. 수출 증진, 수출 몇백억, 몇천억, 규모로

세계 몇 위라느니 등등 수치에만 목 매달고 축하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란.

사실은 그 수출의 순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원재료를 수입해 왔는지,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국가의 총이익이 전체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는지 그런

질적인 측면을 더욱 앞세워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무역의 날' 행사에서 본 장면 하나, 회사의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이 마침 그

회사의 수출 실적이 몇 백억, 몇 천억에 도달해서 행사장에 나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산업훈장을 받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사실은 그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수십년째

한결같이 일해 온 그 밑의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상 아닐까. 이씨 일가의 삼성이나 정씨

일가의 현대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영광'이-이명박에게 받는 건 영광은 아닌거 같지만-

사장 혹은 회사대표의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건 웃기다. 이 나라 경제가 몇몇 대기업 덕분에

이만큼 커지고 자라난 게 아니듯이.




@ 삼성동, 코엑스 무역전시관
아셈타워와 코엑스 인터콘 호텔 사이의 조그마한 오솔길, 앉고 싶어지는 맘이 동할 때쯤 벤치가 하나씩 꽂혀

있어서 영화 보기 전이나 잠시 짬이 날 때 앉아서 바람 쐬며 초록빛 가득 눈에 담기에 딱 좋은 곳.

아무래도 높다란 건물 사이에 끼인 듯 마련된 오솔길이어서 건물 사이로 쓍쓍 부는 바람이 맹렬하긴 하지만,

나름 조그마한 물길도 있어서 물흐르는 소리도 졸졸 들리고. (비록 수돗물일지언정)


도시락도 까먹고 벤치에 앉아 망중한도 즐기고 참 그새 많은 추억이 구비구비 서린 곳.





2008년의 연극열전2, 그 중 호응이 가장 좋았다는 '웃음의 대학'이 코엑스에서-대학로에서도-앵콜공연중이다.

극본은 메이드 인 저팬,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중인 일본에서 희극을 공연장에 올리려는 작가와 검열관, 둘이

부딪기고 엉기고 웃고 웃다가 화내고 비장해지는 그런 스토리. 검열관 역엔 정웅인, 작가 역엔 김도현였던 날.
 

사실 연극을 볼 때는 영화보다도 좀더 엄정한 마음가짐이 되곤 한다. 조금만 스토리가 늘어져도, 억지스럽거나

무리수를 쓴다 싶을 경우는 좀더 많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기대치가 높아지는

거다. 얼마전에 대학로에서 봤던 '도둑놈 다이어리'같은 경우는 전반적으로 꽤나 재미있었지만 좀 뻔하고 저렴한

교훈이 사족처럼 붙었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거기서 봤던 몸 좋은 배우 유건, '검사프린세스'란 드라마에 

나오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차라리 첨부터 끝까지 그냥 웃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웃음의 대학 역시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거의 한시간 사십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내내 웃음으로 채운단

건 사실 말도 안 되니까, 남는 문제는 그 '웃기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흡인력있게 어필할 수

있는지일 거다. 웃음을 지워내려는 검열관,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는 희극작가, 까마귀가 문득 집에

들어왔다며 화내듯 툴툴대는 검열관이 어느순간 집나간 까마귀를 그리워하듯, 그렇게 희극작가와 그의 대본은

검열관을 바꿔놓았다.


"나라를 위해 죽겠단 이야기는 하지도 마."


'천황폐하만세'라는 문구를 세번씩 넣으라던 검열관, 전쟁통에 사랑 얘기따위 치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바치는

이야기를 쓰라던 검열관, 심지어는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삭제한 희극을 써내라던 검열관의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오는 순간.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전혀 부자연스럽지도 오글거리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았던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생각보다 자그마했던 그

공간을 꽉 채웠던 배우 두명의 호흡과 존재감. 멋진 공연이었다.





세계 곳곳의 풍경은 골목길 구석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지만, 우리 동네의 오래 전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거다. 서울 삼성역 일대의 풍경 역시 80년대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만 오면 물웅덩이가

사방에 포탄자국처럼 생겨나는 '깡촌'이었다던가.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장소에 봉은사는 그대로 있어서 그걸 기준삼아 대충 코엑스는 어디, 트레이드타워는 어디,

아티움은 어디, 한전 건물은 어디 등등 위치를 잡아볼 수가 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얻어낸 삼십년 전 항공사진,

그러고 보면 참 순식간에 변했다.

삼십년 전, 정확히는 1982년에 국제무역박람회장을 준비했던 장소다. 뒤로 보이는 숲속 한옥이 바로 봉은사.

사진의 발색이 살짝 희미해지고 바랜 듯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련하다.

80년대 초만 해도 칼라사진과 흑백사진이 혼용되던 시기였나보다. 사진 오른쪽 쯤에는 타이어 모양으로 생긴

종합운동장이 세워질 테지만 아직은.

저 너머 보이는 숲은 선릉. 아마도 좀더 이전에는 이 근방이 모두 저렇게 숲이었을 텐데, 야금야금 땅따먹기

해서는 지금 저만큼 남을 걸 테다. 왼쪽으로 쭉 올라가는 테헤란로는 그냥, 신작로 하나 덜렁 난 느낌.

88년에 삼성역 옆에 들어차는 종합무역센터 신축 현장. 54층짜리 무역센터랑 코엑스, 현대백화점, 인터콘호텔,

도심공항터미널 등이 한 곳에 집결하게 된 곳이다. 이곳에 그런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믿거나 말거나라지만, 88년 서울올림픽 때 종합운동장 전경을 전세계에 생중계로 내보낼 때 뒷배경이 너무

허해 보인다는 '쩌~ 위'의 지시가 있었다나.

봉은사 꽤나 뒤숭숭했겠지 싶다. 이런 커다란 공사장이 코 앞에서 온갖 소음을 내며 쉼없이 돌아갔을 텐데.

그리고 2010년. 현재의 삼성역 인근 전경이 찍힌 항공사진이다.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지만

정말, 삼십년도 채 안되었는데 논밭이 빌딩숲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도 봉은사와 선릉이 녹색벨트처럼 단단히

매여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누군가 백투더 퓨처했을 때 알아보기 쉬운 징표들.

서울이라고 전부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끝없는 마천루를 가진 건 아니어서, 조금만 시 변두리로 나가도 굉장히

낯선 풍광에 당황할 때가 있다. 신작로 하나 덜렁 났었던 테헤란로 인근은 그래도, 가장 '국제도시' 서울의

이미지에 값하는 풍경인 거 같다. 고작 한세대, 삼십년동안 이렇게까지 극적으로 풍광이 바뀌어버린 동네라니,

압축적으로 달려온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실감케 하는 사진들이다.





'제설작업', 2004년에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좀체 입속에서 굴러다닐 일이 없던 단어, 심지어는 귓바퀴에
 
넣고 굴릴 일조차 없던 단어였는데, 무려 6년만에 제설작업에 동원되고 말았다.

장소 : 코엑스 밀레니엄광장

시간 : 200..아니 2010년 1월 4일, 13시 30분-14시 30분

작업목표 : 20센티 이상 쌓인 눈치우기(삼성역 5번출구서 코엑스몰입구까지)

회사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는 눈삽과 빗자루를 들고는 눈이 발목넘게 쌓인 채 통제구역으로 띠둘려진

그 곳에 들어가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통로가 미어지게 지나가던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심지어

외국인들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축축해지는 구두를 느끼며 구두와 양말이 합일되는

경지를 감촉하며 눈을 치우다가 급기야 후배 직원을 엎어뜨리고 눈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부끄러웠다.


머리 위와 어깨 위로부터 김이 펄펄 오르기 시작할 때 쯤, 역시 머리보다 몸을 움직이는 체질은 아닐까

생각했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싫어서 괜히 여기저기 눈삽 찔러넣다가 끌려가듯 올라왔다.


아침 9시부터 예정되었던 시무식, 누가 센스없이 9시부터 시무식을 하겠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미친 듯이

쏟아붓고 있는 폭설 덕에 회장님이 그만 늦어버렸다. 예정되었던 식순과는 달리 이런저런 즉석 신년사와

축복들이 오고 가다가, 도무지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는지 부회장님이 회장님한테 전화를 했다.


어이구, 어디신가요 회장님, 뭐라뭐라. 어이구, 안 되시겠네요. 뭐라뭐라. 어이구, 그럼 휴대폰으로라도

인사하시죠. (으응?) 마이크에 휴대폰 대고 있음 괜찮아요. (뭐라고?) 제가 노래방에서도 해봤거든요.

그리고 시작된 회장님의 신년사, 마이크 너머 휴대폰 너머 '세상의 끝'에서부터 들려왔다.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시무식. 회장님이 늦게 온 덕에 이런저런 사람들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도

해보고, 유례없이 휴대폰을 사용한 시무식도 경험해보고. 기자들도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기사로도 여기저기
 
난 것 같다. 역시 부회장님은 노래방에서 그런 경험이 있으실 만큼 고렙이신 건가.



* 오늘 눈이 삼엄하게 내리던 새벽에 수영장 가는 길, 마치 '더 로드' 위를 걷고 있는 느낌. 책으로 봤던

스토리를 영화로 보면 대개 실망하기 마련이라 영화는 안 볼 생각인데..이미 오늘 비쥬얼은 경험해버렸다.




 

저녁때 기자 친구를 만났다.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묻고,

레드망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이러저러한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전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당한 법무관이 알고 보니 같은 과의 친한

일년 후배였다는 깜놀한 소식에서부터, 누군가는 누구와 사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무지 외로워하고

있다는 잡다한 소식까지. 장자연 리스트에서부터 박연차 리스트까지.


난 그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고, 그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내게 뭔가를 요구했다.

기사거리를 내놓으랬다. 거북아 거북아 기삿거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먹으리.

정말 머리를 짜내어 십여가지의 아이템들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킬'.


요새 고층빌딩을 많이 세운다는데, 실제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리적 변화와 어려움을

취재하면 어떨까. 그건 47층에 근무하는 당신의 민원성 아이템이니까 킬.

요새 무급휴가를 많이 내보낸다는데 그들이 휴가기간에 알바를 한다더라. 이미 많이 팔린 소재니까 킬.

어디 보니까 1인시위하고 있던데 그거 취재하면 어떨까. 사안의 중요성이 떨어지니까 킬.

음식점들에 비치된 명함 응모함이 조작되어 단골에게 사은쿠폰이 발급되는 거대한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밀착취재하면..시끄러, 킬.

출근길 지하철이 차간 간격조정으로 멈출 때마다 마이크로 삑삑대며 퉁명스럽고 시끄럽게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런 건 애초 의도였을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거 같은데..메트로 홈피에 올려, 킬.

인턴을 뽑아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라고 하던데 내가 일하는 데서는 아주 잘 관리하고 있어서 어찌

한번 나를 취재하러 오면 어떤지. 그런 청탁성 아이템은 꺼져버려, 킬.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머리도 안 말리고 물 뚝뚝 흘리면서 서있는 아가씨들 있는데 그건 제2의 개똥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귀신녀'정도로 조어해서 취재해봐. (이 대목에서 잠시 무진장 한심하단 눈빛 작렬)

제2롯데월드 올린다던데 그걸 한번 더 파보면...아니다, 이미 그건 나올 얘긴 다 나왔고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야 모..그래서 (용기를 잃고) 스스로 킬.


올킬.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나의 부탁은 소멸되어 버릴 뻔 했으나, 그나마 하나가 그럭저럭 살아남은 덕에

아직 간당간당 목숨은 붙어있는 상태다.

코엑스가 길거리 캐스팅의 명소 중 한 곳이라고 하던데, 한번 하루종일 버티고 서서 그럼직한 아가씨들

취재해 보는 건 어떨까. ...끄적끄적. 그렇게 살아남은 하나.


기자 안 하길 잘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빈곤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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