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남단의 페이버 공원(Mount Faber Park)과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를 잇는 곳에는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하나 있다. 헨더슨 웨이브. 아름답기도 하고 인근 공원들을 잇는 트레일 코스가


걷기에도 좋고 이쁘다고 하니 하루를 할애해 돌아보기로. (아직 한국어 가이드북엔 소개되지 않은 듯)



클락키에서 택시를 타고 헨더슨 웨이브를 가자고 하면 바로 그 다리 아래에 내려준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제야 카메라에 잡히는 높디높은 다리. 



이렇게 싱가폴 남부에 위치한 공원들의 트레일 코스를 서로 이어주는 이쁜 다리가 두개. 헨더슨 웨이브와 


알렉산드리아 아치. 걷는 코스를 끝에서 끝까지 설렁설렁 걸으면 대략 대여섯시간쯤 걸리려나.



처음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완만한 부등호,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그쪽으로 향하는 길.




이렇게 고전적인 의자가 이끼를 품고서 드문드문 앉아 있는 길.


좁은 찻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고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도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참 고즈넉하다.


여전히 헤이즈는 심해서 야외활동을 하기 주저스럽긴 하지만 여긴 온통 초록초록이니 괜찮으려니 믿어본다.



우선 페이버 공원을 한바퀴 크게 둘러보고 헨더슨 웨이브를 건널 요량이라, 공원 중앙의 페이버 피크를 향하는 길은


제법 고도가 높아진다. 어느새 아파트들이 눈 밑으로 내려앉고 온통 짙은 동남아의 열대림 풍경.


케이블카 정류장이 가까워지니 이렇게 포토존도 나타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달기 시작했다는 금색 종이 사랑의 징표로 이렇게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저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페이브 피크로 오르는 길. 


전망대 아랫춤에는 싱가폴의 역사적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조들이 한바퀴 빙 둘러 있다.


거기에서 보이는 풍경, 멀찍이 보이는 도심.


정상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 사방으로 확 트여있는 풍경.


그리고 페이버 파크의 정상에도 멀라이언 상은 서 있었다. 



이제 페이버 파크를 크게 한바퀴 돌고 다시 헨더슨 웨이브로. 


용이 꿈틀거리는 느낌으로 다리 위아래로 구불거리는 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가려진 나머지


부분들이 완성되어 웨이브가 끊김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오후 7시부터 불이 켜진다더니 더 늦는 듯.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보통 다리위에서 느껴지는 높이감보다 두배 정도 높은 느낌이라 미니어쳐 같이 보인다.



외부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눈 아래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페이버 파크를 떠나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으로 넘어가는 순간. 눈앞에는 온통


초록초록의 삼엄한 열대림.





싱가폴 Mount Faber Park의 케이블카 정류장, 땀을 많이 흘리며 걸었음에도 맥주를 큰 잔으로 한잔 원샷하고 나니


아무래도 생리 현상은 피할 길이 없다. 급한 맘에도 모처럼 재미난 화장실 표지판을 만나니 반가운 맘에 사진부터


찍고 나서 입장.


옆에 붙어있던 여자 화장실 역시 귀여운 표지판이 딱. 포인트는 다소곳이 모은 손과 살짝 올린 한쪽 다리 되시겠다.




 설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편도1차선 길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힌지 오래. 그보다 한 4킬로미터쯤 아래쪽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

 

그래서 왕복 5시간 정도면 될 울산바위 코스가 왕복 7시간짜리로 늘어났다는 건 함정.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초중학교 때 극기훈련이나 스카우트 활동으로 잼버리장 왔던 가물가물한 기억밖에는 없었던 거다.

 

이렇게 산이 이뻤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울산바위에 오르고 나니 다른 코스 역시 한번 쫙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입구에서 커다란 불상을 지나쳐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 계속 걷고 있는 참, 아직은 단풍의 냄새만 풍기는 풍경.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나.

 

모르는 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버렸지만, 온통 검정색 옷 덕분에 단풍빛깔이 더 고와보인다.

 

 

중간에 만난 매점, 산에서 끌어내린 시원한 물이 음료수병 가득한 빨간 대야로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흔들바위, 아마도 어렸을 적 내 로그는 여기까지였을 거다.

 

커다란 바위, 흔들바위 옆에 명문을 새긴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뜻하게 새로 칠해진 듯한 단청이 새초롬 끄트머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는 뒤로, 바야흐로 만개한 단풍.

 

흔들바위 옆에는 석굴이 하나 있는데 영험하다나, 현판도 '신통제일나한석굴'이렸다.

 

그나저나 흔들바위가 이렇게 느닷없이 길가에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어보는 포즈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전혀 새로운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 설악산 오른 걸 처음이라 치는 게 옳겠다.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에 숨겨진 특색있는 박물관 중에 하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

 

미국에 이주한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하길래 찾았는데.

 

두둥. 올해말까지 더 크고 새롭게 짓는다며 리모델링이었다는. 아쉽게도 언젠가의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

 

그리고 샌프란의 그래피티들. 이전에 갔을 때는 주로 미션 지구쪽의 이름난 그래피티 골목들을 돌았다면 이번엔 그냥 랜덤으로.

 

 

 

미국의 이미지 중 하나는, 온갖 담배와 맥주를 팔고 있는 철조망 촘촘한 구멍가게. 왠지 이런 그림에 가깝지 않을까.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 앞에서 문득 육박해들어오는 그래피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돌아보지 못한 골목에 대한 아쉬움도 한가득.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지만 외벽이 온통 음악과도 같은 느낌. 악기와 음표들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어디보다 맘에 들었던 그림, 선연한 빨강과 파랑, 그리고 하얀색과 왼켠의 노란색 기둥까지.

 

그러다보니 불쑥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의 공터로 흘러나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무거워보이는 짐보퉁이를 들고서는 힘든 듯 잠시 멈춰선 중늙은이 할아버지. 뭔가 지쳐보이는 뒷모습들이다.

 

어느 건물 벽면에 누군가 그래피티..라기보다는 캘리그래피같이 그려둔 낙서. 형체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저 그 모호한 형상과 필선의 강약만으로도 느낌을 던져주는 듯 하던.

 

여기 역시. 건물의 모든 외벽을 굉장히 세밀한 그래피티로 래핑해버린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 그리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벽면의 그래피티.

 

실컷 거리를 종횡무진,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해떨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와서.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인지라

 

호텔방 번호판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가 담겼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 파웰역(powell st.)에서부터 피어39(pier39)까지 한 이십분 걸리던가. 한번 맘먹고 걸어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길은 아니었다. 한..오십분 거리였던 듯. 아래는 그렇게 걸어가면서 마주친 풍경들 스냅샷.

 

왼켠집의 일층이 오른켠집의 이층이 될 만큼의 가파른 경사길, 나중에 자전거를 타고 여길 다녀보고야 그 극악한 경사도를 깨닫다.

 

손을 꼭 부여잡고 신나게 앞뒤로 흔들며 발걸음도 가벼운 커플의 뒷모습이 부러워 냉큼 도촬. 어디까지 가려나 내심 기대했지만

 

피어39까지는커녕 바로 앞 골목에서 홱 꺾어선 어디론가 들어가버려서 살짝 아쉬웠다.

 

 

사거리의 네 방향 모두 일단 스탑. 굉장히 천천히 서행하는 차들의 여유로움만 보면 이 도시도 참 살기 좋은 거 같은데,

 

십분이 멀다하고 빽빽거리는 불자동차 소리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을 거 같다.

 

 

어디였더라, 무슨 호텔 앞에 있던 분수대에는 다소 뜬금없다 싶은 청동주물의 유럽 느낌 물씬한 조각들이 가득.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터널 너머 차이나타운을 지나치기도 하고.

 

쓰레기로 하수구가 막히니 버리지 마시오, 라는 영어 메시지는 이해하겠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게의 그림은 뭐지. 바다가 머지 않았다.

 

역시나. 꼬부랑 고개를 여덟개쯤 넘고 나니 저 너머에 시퍼런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 소호지구에서 특히나 많이 봤던,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접이식 층계.

 

문득 주거지역 한복판에서 아마도 버스 종점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수십대의 버스를 차곡차곡 채워놓은 공간도 만나고.

 

그러고 나니 피셔맨스워프(fisherman's wharf), 바다다. 짠내와 섞여나오던 스프레이 냄새는 이 아저씨의 것.

 

 

그라데츠 언덕의 남쪽에서 로트르슈차크 탑으로 올라가는 길, 건물과 건물벽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남자 두명 어깨를 맞대고

 

걷기도 힘든 너비지만, 이 길 끝을 향한 관광포인트들의 화살표가 저리도 수다스러우니 한치의 의심없이 가는 거다.

 

 그래피티라기엔 조금 아쉬운 낙서들이 붉은 벽돌담의 회칠을 이리저리 긁어놓고 있었고, 다행히 골목은 조금씩 넓어지고.

 

 

언덕을 올라간다는 실감이 나는 게, 조금씩 자그레브의 구시가부터 야금야금 붉은 지붕들이 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지 않았다 싶었는데 성 마르크 성당이랑 그 너머 성모승천 대성당이 보인다. 저기가 자그레브의 또다른 언덕

 

카프톨의 꼭대기인 셈이고, 지금 걸어 올라가는 중인 언덕인 그라데츠를 오르면 자그레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로트르슈차크 탑을 비롯해서 성모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스톤 게이트 등을 볼 수 있다.

 

 제법 높이 올라왔다 싶어서, 뒤로 돌아 밟아 올라온 계단들을 보려는데 문득 눈이 마주친 아가씨. 손을 흔들어주니 흔쾌히 답해준다.

 

 그리고 왠지 알루미늄 호일을 꼬깃꼬깃 구겨서 만들었거나 껍데기를 씌운 듯한 이 조각상은 크로아티아의 유명한 시인이라는

 

'안툰 구스타브 마토사'라는 분을 기려 세워진 거라고 한다. 아니, '세워졌다'는 표현이 어폐가 있다 싶은 게 워낙 친근하고 격의없는

 

느낌의 조각이라 그런 거 같다. 그는 자그레브의 삶을 즐기고 자유로이 살다갔던 보헤미안이었다고 하니 이게 맞겠다.

 

 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시내. 그가 보았던 도시와 지금의 도시는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삶이 더 척박해지고 속물스러워지고, 게다가 많이 고유의 것들을 잃어버렸을 텐데. 다행히 짧은 체류를 했을 뿐인

 

외지인의 눈에는 꽤나 훌륭하고도 단단한 문화자산들을 갖고 있는 특색있는 나라로 보였지만 말이다.

 

두둥. 아직 3월 중순이라 봄이라고 하긴 애매한 시기지만, 여튼 푸릇푸릇해진 풀밭 너머로 보이는 게 로트르슈차크 탑.

 

그라데츠의 남문을 지키기 위해 세운 감시탑이라고 하는데, 무려 13세기에 지어진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단다.

 

수백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정오에 대포를 발사해서 시간을 알려준다는데 정오가 훌쩍 넘은 시각, 대포 소리는

 

들은 기억이 없지만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는 건 저 씨디도 발매하신 프로 아티스트 할아버지의 연주 소리.

 

 

사실 여기는 이렇게 걸어오는 것도 방법이고, 남쪽의 일리차 거리와 연결되는 케이블카를 올라오는 것도 방법이다.

 

여하간 탑의 조그마한 입구를 들어서면 한산한 기념품샵과 매표소가 있고. 10쿠네(약 2천원)을 내면 저 문 너머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게 된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원형 계단은 우선 건물 외부를 타고 오르게 된다. 발음도 어려운 로트르슈차크 탑과 옆 건물 사이의 빈 공간을

 

따라 나선 계단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기괴하게 뒤틀린 나무 한 그루, 그리고 한켠에서 수줍게 나부끼며 응원중인 빨래들.

 

그리고 탑의 실내로 들어섰더니, 마침 자그레브의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탑의 조그마한 창문들로부터

 

은은하게 비쳐들어오는 흐릿한 햇빛이 탑 내부의 하얀 벽면과 반들거리는 나뭇바닥에 사정없이 반사되면서 분위기가 그럴 듯 하다.

 

슬쩍 내다본 창문 너머로는 방금 올라온 완만한 계단길이,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들고 나온 아가씨의 손수레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느라 여념이 없는 커플이 보인다.

 

그리고 일리차 거리에서부터 올라온 케이블카가 도착해서 사람들을 쏟아내는 출입구. 사실 그렇게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진 않던 게, 나선 계단을 따라 탑을 뱅글뱅글 오르는 중에 계속해서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저 문이 열리고

 

관광객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거 같다. 그렇겠다 싶은 게, 운영 거리도 짧거니와 걸어서도 충분한데 뭐.

 

 

조금씩 눈높이가 둥실둥실 떠오르는 게 느껴지려나 모르겠지만, 한층한층 오를 때마다 탑의 네면에 한개씩 있는 창문에 달라붙어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사진으로 담다보니 사진에서 보이는 풍경들의 눈높이가 점점 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다가 이렇게 자그레브 시내의 붉은 지붕들이 어떤 식으로 디테일하게 타일들을 짜맞춘 건지 궁금증을 풀기도 하고.

 

이만큼 높아진 시선에서야 비로소 붉은 지붕들 너머로 하얗게 반짝거리는 성 마르크 성당의 일부를 보고 설레이기도 하고.

 

아래에서 강아지들을 끌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정수리를 궁금해하며 사진을 담기도 하고.

 

아까 자그레브 대학교의 미대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던 저 아가씨는 그새 아이스크림 아저씨랑 한담을 나누는 중이다.

 

 

그래도 케이블카가 운영되지 않는 건 아니어서, 이렇게 두 개의 레일을 따라 파란색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걸 보기도 했다.

 

주변의 낡고 붉은, 그렇지만 그 디테일한 까끌까끌한 질감이 살아있는 지붕들과 완전히 정반대인, 반짝이는 파란, 매끄러운 케이블카.

 

계단은 계속됐고, 그 때마다 자그레브의 신예 작가들의 사진을 빠짐없이 감상하고 게다가 네 면의 조그마한 창문에서 보이는

 

자그레브 시내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나 걸리고 있었지만, 조금씩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는 걸 실감하며

 

기꺼이 만끽하는 중이었다. 계단도 그렇게 가파르거나 높지 않아서 힘들지 않고.

 

 

이런 창문들이 사각탑의 네 면마다 하나씩. 위로 올라가니 제법 외풍이 세차게 몰아닥쳐 창문을 아예 잠궈놨던데,

 

굳이 그걸 살짝 열고는 유리창의 방해 없이 맨눈의 자그레브를 구경하고 싶었다.

 

 

층수로 치면 4층쯤 되려나. 이제 왠만한 자그레브 시내의 건물들은 얼추 눈아래로 들어온다 싶을 즈음.

 

대포가 나타났다. 이게 매일 정오마다 발포되어 시간을 알려준다는 대포, 리얼 대포다. 대포가 있는 유리방 벽면에 붙어있는

 

온갖 삼엄한 금지 표시들만 봐도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그런 대포를 향해 창문 너머로부터 쏟아지는 이 나른하고도


따스한 햇살은 좀. 반칙 아닌가 말이다.

 

붉게 칠해진 바퀴는 단단히 고정되어 반동을 최소화했고, 어느 하나 녹슨 부품이 보이지 않는 대포의 철제 바디는 보기만 해도

 

왠지 군대의 살상병기가 갖는 위용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그런 대포가 자그레브 시민들에게 정오를 알려주는 유용한

 

알람 시계로 활용되고 있다니 꽤나 교훈적이랄까 바람직하고도 건전한 모습이다.

 

그리고, 사진이 너무 많아 일단 여기서 끊고 로트르슈차크 탑 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다음 포스팅으로.

 

맛보기 삼아 한장만 올리자면, 이 탑 위의 전망대에서는 성 마르크 성당의 자수같은 지붕이랑 아이 컨택이 가능하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도동을 둘러보는 건 여태 울릉도의 깊고 짙은 자연 풍광을 벗하며 걸었던 길과는 워낙 다르고, 다소 힘든 길이었다.

 

항구에서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고, 무려 삼사층이나 되는 고층건물들이 수두룩빽빽하게 꽂혀 있었으며,

 

차들도 엄청 많아서 그새 낯설어진 탓이다.

 

그런 사람과 건물과 자동차의 틈새에 이런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가 숨어있기도 하고, 잘 보이진 않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으면 보이는 관광용 지도의 힘을 빌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약수공원 안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참이었다.

 

 

슬슬 오르막길의 시동이 걸리고 있었고, 가는 길에 '호박막걸리'를 팔길래 울릉도 특산 아니겠는가 싶어 사려고 보니

 

2리터 들이 댓병뿐, 혼자 이걸 다 마실 수 있으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먹을 만큼만 먹고 버릴 생각으로 거금 만원을 질렀다.

 

 

오르면서 '뻥' 글씨가 크게 씌여진 가게를 보며 막걸리 한모금, 약수공원 앞을 지키는 독도대장군과 여장군을 보며

 

또 한모금, 생각보다 호박 맛이나 향이 진하진 않고 덩달아 알콜도수도 약한 편이지 싶어 물처럼 마시기 시작.

 

도량에 있는 관음보살 석상 위로 떠다니는 건 독도전망대를 향해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다소 과격하고 유치한 발상의 비석도 하나 보고.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한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우기자는 건가. 문제는 그거다. 대마도니 간도니 만주니 이런 소모적인 땅따먹기 논쟁이 우리의

 

'역사강역'-한때 이만큼의 영향권을 가졌다는-을 고치는 수준이라면 좋다, 그치만 근대적 의미에서의 영토분쟁과

 

국토의 확장을 기도하는 차원이니까 문제. 임나 일본부설을 내세우며 조선을 병합한 일본 제국주의와 다를게 뭔지.

 

여하간, 그 앞에 잔디밭도 좋고 너른 돌판도 따끈하길래 잠시 앉아 또 한모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저만큼 줄었다.

 

 

약수터가 있어 약수공원이라 했던가, 약수터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잘생긴 돌계단은 그저 한번 눈도장만 찍고.

 

 

그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왔다. 편도 5분의 왕복 티켓이 어른 7500원.

 

 

 

5분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지상과 멀리 떨어진 높이에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어서 그렇게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쇠줄이 출렁거리며 살짝 스릴감을 맛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아늑했다.

 

불자동차처럼 새빨간 케이블카가 농담을 달리하는 온갖 초록빛을 배경으로 팝업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전망대. 울릉도의 울룩불룩한 구릉들 사이에서 배어나온 것처럼 형성된 도동리의 '번화가' 풍경이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전망대까지 가려면 조금은 더 걸어야 한다.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길을 따라 조금만.

 

 구릉줄기에서 굴러내리는듯한 깍둑썰기 뭉탱이들이 도동항에서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배 한 척.

 

 

독도전망대의 다른 쪽 전망 포인트. 저기서는 맑은 날엔 독도가 보인다던데, 사람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

 

일부러 이쪽으로 온 참이었다. 커다란 술병 옆에 차고 덜렁덜렁.

 

 

그러고 나니 제법 너른 전망대 위 공간이 온통 혼자만의 평상이 되어 버렸다. 가방도 던지고, 신발도 벗고,

 

술병과 종이컵도 일단은 바닥에 내려놓고 사면을 두루두루 둘러보기 시작.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 성숙해가는 울릉도의 산하. 그 와중에 사방으로 뱅뱅 굽이치는 하얀 길들 중에는

 

어제그제 내가 걸었던 길도 있을 거고, 갈까 하다 말았던 샛길이나 갈랫길도 있을 테고.

 

삼일동안 뒷주머니에 꽂고 다녔던 울릉도 전체지도는 접힌 부분이 닳고 찢어지고 이제 온통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 버렸다.

 

핸드폰을 꺼내 노래를 틀어놓고 맨발로 슬쩍슬쩍 거닐며 피로를 풀어주며 홀짝대다보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바닥을 보였다.

 

 

한 삼사십분 그러고 있었으려나.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탈탈 털어넣고 일어섰다. 사방의 시야가 탁 트인 이곳에서

 

굽어본 울릉도 동남쪽의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음직하다. 노래와, 막걸리의 흥취와 함께. 

 

 

 

다시 내려가는 길. 공식명칭으로는, 티켓에 따르자면, '독도전망삭도시설'인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되어서

 

딱히 사람이 차길 기다리거나 그럴 필요는 없어 좋았다. 어디든 대체로 한산한 편, 몰려다니는 관광객 타이밍만 피하면.

 

 

  

 그리고 인제, 사동항으로 걷기 시작. 바야흐로 울릉도에서 내처 걸었던 2박3일의 일정이 끝나가는 참이다.

 

 도동의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울릉터널을 지나고 흑비둘기 서식지를 지나.

 

 

 두둥, 공사가 한창인 사동항에 도착했다. 이제 일이년만 지나도 이 곳의 풍경은 확 바뀌어 있을 거다.

 

 

다섯시 반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 줄을 선 사람들, 갑판으로 나가 바람을 쐴 수도 없는 답답한 배 안으로 일찍부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근처를 서성거리며 바람을 쐬다가, 울릉도를 좀더 바라보다가 거의 마지막에 탑승 완료.

 

묵호까지 세시간 반, 딱 그만큼 소요되어 주차했던 차를 찾으니 아홉시가 살짝 넘은 시각. 열심히 서울로 내달려 귀환하다.1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한없이 걷고 싶은데 어디까지 얼마나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섬이 답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한뼘만한 땅덩이, 울릉도에서 2박 3일동안 정신나간 도보여행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일정.

 

눈뜨면 걷고, 어두워지면 멈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 삼일차, 남양에서 저동까지 움직이는 데까지만 한 번.

 

 

제주도 올레길이 조금은 편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라면, 울릉도 도보여행길은 좀더 거칠고 날것의 느낌.

 

대부분 성인봉 등반만 하고 마는 단체 등산객이거나 버스로 찍고 찍고 다니는 단체 여행객들만 찾는 곳이니만치

 

하루종일 걸어도 만나는 사람들은 손 꼽을 만큼인 곳. '둘레길'도 말만 둘레길이지 그냥 버려진 옛길이랄까.

 

 

미친 짓 한번 하고 싶을 때, 러닝-하이가 아닌 워킹-하이(Walking-high)를 맛보고 싶을 때 한번쯤,

 

내키는 대로 한없이 걷다가 바다가 나오면 발길을 틀면 그뿐이었다. 딱히 정해진 일정도 계획도 없었던 코스.

 

그렇게 3일동안 한걸음씩 꾹꾹 내딛었던 발걸음들을 잇고 나니 저런 길들이 그려졌다. 시속 4km의 세상.

 

 

 

ㅇ 1일차 : 사동항 - 성인봉(KBS중계소 코스) - 천부

 

 

(03:00 서울 출발, 05:30 추암 촛대바위 도착)

 

07:00 묵호여객선터미널 도착

 

07:00~08:00 아침식사

 

09:00 묵호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12:30 사동항 도착

 

14:30 KBS중계소(성인봉 등산코스 출발지) 도착

 

17:00 성인봉 도착

 

18:30 나리분지 도착(성인봉 등산코스 도착지)

 

20:00 천부리 도착

 

20:00~21:00 저녁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ㅇ 2일차 : 천부 - 현포 - 태하 - 둘레길2코스 - 구암 - 남양

 

 

10:00 숙소 출발

 

10:30~12:00 예림원(문자조각공원) 체류

 

13:00 현포 도착

 

13:00~14:00 점심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15:00 태하항 도착

 

15:30~16:20 태하등대(모노레일) 체류

 

16:40 태하삼거리(울릉둘레길 2코스 시작점) 도착

 

18:30 구암 도착

 

19:00 남양 일몰전망대 도착

 

19:30~20:30 저녁식사 (약소숯불구이)

 

 

 

 

 

 

 

 

 

ㅇ 3일차 : 저동항 - 행남등대 -  도동항 - 독도전망대 - 사동항

 

 

10:00~10:30 아침식사 (따개비 칼국수)

 

10:40~11:20  저동항 도착 (by BUS)

 

12:00 소라계단 도착

 

12:30 행남등대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시작

 

14:00 도동항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14:30 도동약수공원 도착

 

15:00 독도전망대 도착 (케이블카 왕복)

 

17:00 사동항 도착

 

17:30 사동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21:00 묵호항 도착 

 

23:40 서울 도착

 

 

 

 

 

 

 

 

 

 

 

 

 

 

 

 

남산타워로부터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남산타워를 다시 오르는 케이블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남산의 옛이름을 딴 찻집에 앉아 땀을 식히던 중 휘영청 기와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케이블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남산에 서린 기억들을 구비구비 펼쳐놓으려니 터질듯한 연둣빛의 가로수가 팔을 뻗어 아서라, 한다.

하얀 강아지를 앞세워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녀의 모습이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말줄임표가 되었다.

기상청의 구라는 끝이 없는 걸까. 꿈과 희망의 오월이니만치 구라를 쳐도 조금은 긍정적인 구라를

치면 좋겠고만, 꾸물거린다는 예보 덕에 집에서 꾸물대다가 느지막히 나오는 거다. 그래도 이토록

반짝반짝 잔디밭 한가득 튀겨대는 햇살을 놓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남산도서관 옆의 그 유명한 돌계단. 둘씩, 셋씩 짝지어 계단을 오르내리고 더러는 철퍼덕 앉아

쉬어가는 모습이 정말 모두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였다. 제각기의 사연과 이야기를 가졌을 사람들,

이렇게 한 사진에 담기고 나니 뭔가 모자이크 하나를 완성한 느낌이기도 했다.



@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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