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의여신님.

울드와 스쿨드와, 뭐니뭐니해도 베르단디.

내 중학교 시절 그녀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머릿결을 칼로 한올한올 파서 코팅하던 녀석과 친구였는데, 유유상종이었던 것이다. 오나의여신님 극장판 ost의 라이브공연 버전을 들으며 공부를 하는 척 그 간드러지고 꿀떨어지는 목소리에 집중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오나의여신님의 그림체는 무하의 그것과 비교함직하지 싶다.)

십년 넘도록 연재되어온 스토리를 갈수록 희귀해지는 만화방을 찾아 잘도 따라오면서, 어디선가의 애니 팬시샵이던가 전시회던가에서 사왔던 책받침, 콘티 자료집과 네컷 만화집까지 지금까지 고이 갖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면서도,

또 그와중에 종반에 이르러 케이를 고자로 만들었던 베르단디의 '속임수'라는 설정에 잠시 멘붕했다가, 초반에서 중종반을 지나며 같은 베르단디를 그리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하게 변신해 버린 작가의 그림체에는 만성적으로 뜨악함을 느끼면서도, (갠적으론 초반의 통통함과 종반의 각진 달덩이 그 사이 어디쯤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오그라들면서도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으로 완결되었다는 건 뭔가 내 안에서도 함께 슥 완결되는 느낌을 던져주는 거다. 뭐, 물론 전적으로 남성 위주의 하렘물이라거나 입맛에 맞춘 캐릭터들의 진열 등등의 부분은 이미 쇽 극복한지 오래지만서도. (코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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