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조세현의 희망프레임, 운좋게 그 1기 회원에 합류하게 되어 토요일 새벽같은 아침에 약수역 출사를 나갔다.

 

굉장히 소탈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조세현 선생님은 재개발을 앞둔 이 지역의 분위기를 쿠바 하바나의 그것에 비겨보아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며 곳곳에 숨어있는 풍경들을 잘 찾아보라 말씀해주셨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부지런히 찍었다.

 

w/ Pentax K-5, 43mm limited

 

 

 

약수동도, 작년 드로잉 수업 들으며 쏘다녔던 여느 서울의 뒷골목처럼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지고 헤집어진 폐허에서 인간적인 풍경들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사실 아이러니라 부르기도 뭐하다.

 

대책없이 까발겨진 내밀한 일상, 고유명사 '집' 안에서의 안식과 평온함을 담당하던 가재도구들이 길거리에 전시된 풍경은

 

외려 인간적이기도 하니까.

 


더이상 사람이 앉을 수 없는 쇼파. 더이상 24시간 담배를 팔 수 없는 편의점. 더이상 ...외부로부터 내부를 지킬 수 없는 현관문 따위.

 

그렇게 보면 다소 안쓰럽고 흉물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는 어떨까. 반대로 한때는 그런 역할을 맡고 온기를 전했다며

 

무너져내리는 형체를 애써 가다듬고 있는, 그 의연함 같은데서 공감하고 마는 거다.

 

재개발을 앞둔 동네에서 스산함을 느끼는 건 어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억지로 길가 위에 끄집어내진 원주민들의 삶과 추억들이 발하는 온기가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

 

그것들을 이해하고 소중히 다뤄주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그 스산함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한다.

 

내가 끄집어낸 감정, 기억, 일상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의 그 상처.


 

 

 

 

 용산의 망루, 왠지 남일당 건물의 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던..약수역의 주인없는 옥탑방.

 

제법 경사가 급한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고서야 기사분들도 한숨 돌리는 이 곳, 421 버스의 종점.

 

 

 온통 깨지고 뜯겨진 건물 내부. 슬몃 안으로 들어가 보기라도 할라치면 어디선가 득달같이 달라붙던 철거현장 작업반들.

 

눈부시게 새하얀 햇살도 가려버리는 우중충한 가림막 안쪽의 숨겨진 폐허.

 

 

누가 무슨 이유로 현관문을 저렇게 살풍경하도록 부숴놓았을까. 

 

 두 개의 그래프, 혹은 두 개의 덩어리. 그리고 흑과 백.

 

 

 빨랫줄에 꽂힌 빨래집게까지 일일이 챙겨줄 여유 따위는 없이 다들 떠난 건 아닐지.

 

잠시 반짝 빛났을 이 곳의 부동산 경기. 이제는 숱한 부동산 간판들만 가림막 안쪽의 세상에 묻어두고 말았다. 

 

 

 아마도 자전거가 묶여있진 않았으려나, 장바구니 무거운 아주머니가 스쿠터를 세워놨던 건지도 모른다.

 

 

 재개발 지역 앞의 높다란 아파트들로부터 수혈이라도 받는 듯, 굵은 전선동앗줄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아마도 연세 지긋하실 아버지와 아들, 손목을 꼭 잡고 나란히 머리를 빛내시며.

 

 새로 지어진 아파트촌, 그리고 이제 사라질 재개발촌. 교회 첨탑으로 겨우 자존심의 높이를 맞췄다.

 

 

 

길고 지루하던 겨울이 갔지만 여전히 스쿠터엔 두껍고 낡은 레자가죽의 장갑이 꽁꽁 싸매어져있다.

 

재개발, 그건 이렇게 훌쩍 뒤집어져버린 화분 같은 걸지도 모른다. 한줌만 대접받으며 옮겨지고 나머지는 고꾸라지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던 출사가 끝날 즈음 올려다본 하늘. 철거 현장의 분진을 막기 위해 둘러쳐진 가림막은 햇빛마저 막았다.

 

 

 

 

여행을 떠날 때 카메라 렌즈는 대체 뭘 챙겨야 할지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흔히 ‘여행용 렌즈’라며 추천하는 것이 바로 슈퍼 줌렌즈다.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커버리지가 아주 넓은 렌즈 중에서 2012년 7월, 근 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시그마 18-250mm F3.5-6.3 DC MACRO OS HSM 렌즈는 다시금 여행용 렌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듯 하다.

 

 

우선 2009년 4월 발매되었던 시그마 18-250mm F3.5-6.3 DC OS HSM 렌즈와 비교를 통해 외관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작고 가벼워졌다.

 

 

 

시그마 18-250mm F3.5-6.3 DC MACRO OS HSM 렌즈의 크기는 88.6mm(전체길이) x 73.5mm(최대지름)으로, 이전 렌즈(101mm x 79mm)에 비해 확연히 작아졌다. 무게 역시 475g으로 전에 비해 155g 줄어들었으니, 약 사분의 삼으로 가벼워진 셈이다.

 

 

 

확실히 그 전에 비해 들고 다녀도 손목에 무리가 덜하다. 이 정도라면 하루종일 손에 쥐고 다녀도 그다지 부담스럽거나 피곤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작아졌다. 이는 렌즈 재질을 좀더 단단하고 가벼운 TSC라는 신소재로 바꾸고 렌즈의 크기 자체를 72mm에서 62mm로 10mm나 작게 만든 덕분으로 보인다.

 

 

 

 

이만큼 활동성과 휴대성을 높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여행렌즈의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성능은 3년 동안 갈고 닦은 시그마의 기술력을 십분 발휘해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3년 전에 비해 ‘MACRO’라는 단어가 추가된 렌즈 명칭에서부터 두드러지듯 MACRO 접사 기능이 추가된 것이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이다.

 

 

 

시그마 18-250mm F3.5-6.3 DC MACRO OS HSM 렌즈의 접사 성능은 현존하는 슈퍼 줌렌즈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이라고 한다.

 

대물렌즈 표면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최대 광각인 18mm에서는 20cm, 경통이 160mm까지 늘어나는 최대 망원 250mm에서는 피사체와 약 14cm까지 접근이 가능할 정도다. 3년전의 18-250mm F3.5-6.3 DC OS HSM 렌즈에 비해 10cm나 가까워진 셈이다.

 

 

 

그 밖의 기능들은 3년 전의 시그마 18-250mm F3.5-6.3 DC OS HSM 렌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그 때도 초음파 모터(HSM)를 장착해서 초점을 잡을 때 소음이 적고 빠른 속도로 자동 포커싱이 가능했고, 손떨림 방지 기능(OS)은 셔터 스피드 4스탭을 보정하는 효과가 있었으며, 렌즈에 달린 LOCK 버튼은 무거운 렌즈가 흘러내리는 걸 안전하게 잡아줬었다. 더할 나위없는 기능들이다.

 

 

다만 3년 전과 변함없는 조리개 값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F3.5에서 F6.3까지의 조리개 값이란 건 곧 18mm의 최대 광각일 때조차 조리개는 고작 F3.5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초점거리 128mm가 넘어가는 순간 F6.3의 조리개 값이 최대값이라니, 실내에서나 다소 어두운 환경에서는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하나 더, 최대 조리개시 화면 주변부에서 광량이 저하되는 비네팅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전에 비해 별다른 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조리개를 조금 좁히거나 촬영 후 크로핑 등의 보정으로 제거할 수는 있다.

 

그 밖에 최대 160mm까지 길어지는 경통을 움직이며 주밍을 할 때 특정 구간에서 느껴지는 뻑뻑한 저항감은 사용자에 따라 불편함을 안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결론을 지어보자.

 

시그마 18-250mm F3.5-6.3 DC MACRO OS HSM 렌즈는 작고 가벼운데다가 성능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된 슈퍼 줌렌즈임에 틀림없다. 렌즈 하나로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그리고 MACRO 접사 기능까지 커버하려다 보니 렌즈 밝기가 조금 아쉬운 면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렌즈들을 어떤 구성으로 사야할지, 얼마나 비용이 들어갈지, 그리고 정작 여행다닐 때는 무엇을 챙겨 다녀야할지 등의 잡다하고 머리아픈 고민으로부터 해방시켜줄 모범적인 ‘여행용 렌즈’로는 충분함 그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느 가족의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보금자리였겠지만 이젠 한무더기의 건축폐기물로 변한 돌무덤

 

위를 밟고 올라가 아현동 일대의 재개발지역을 한눈에 내려보았다.

 

 

그 와중에 돌무덤 틈새를 비집고 노란 꽃줄기 한 가닥이 꿋꿋이 피어오른 모습이란.

 

 

 

누군가 신었을 발레슈즈도 탁하고 무거운 시멘트 덩어리들 사이에서 하늘하늘, 반짝거리고 있었다.

 

 

 

B&W 모드의 사진 몇 장. 뒤에 우뚝 서 있는 삼성 아파트와 그 앞 슬레이트 지붕의 단층 건물들이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화장실 창문만한 조그마한 창에 엉성하게 덧붙은 가림막.

 

붕괴 위험으로 막아놓은 길 너머엔 이십년 전에나 보았을 법한 비디오테잎이 나뒹굴고 있다. 저 안은, 1990년대인 건가.

 

낚시바늘로 성을 지은 것처럼 살벌한 담장 끝 방범창살.

 

 

빛과 그림자. 왠지 딱 그런 문구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집앞에 잔뜩 쟁여진 쓰레기들, 그리고 생활 폐품과 재활용품들.

 

 

저 집은 아무래도 사람 얼굴이다. 눈썹 붙인 게 뜯어져버린 오른쪽 눈에 너덜거리는 왼쪽 눈,

 

게다가 젓가락을 꼽고 있는 한쪽 콧구멍. 뭔가 일본식으로 즐기며 술을 마시는 중인가 싶은.

 

 

 

 

 

어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부지런히 모아서 꽁꽁 동여매 놓으셨을 폐지 묶음들. 어렸을 땐 그러고보니 저거 챙겨서

 

학교에 가져가서 무게도 달고 그랬는데.

 

애오개 고개에 자리잡은 철거촌, 그 곳에 핀 꽃들은 이쁘다기보다는 왠지 풀죽은 채, 그렇지만 가시를 세운 어린 왕자의

 

장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아마도 저 허름하고 시트조차 다 사라져버린 소파는 이 곳 어르신들의 사랑방 같은 거 아닐까.

 

 

재개발지역을 떠나 차들이 씽씽 다니는 큰길로 올라서는 계단, 시멘트 계단에 녹물이 흐르고 흘렀는지

 

붉게 염색이 되어 버렸다.

 

 

 수원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길, 앞서 걸어가는 씩씩한 꼬마의 뒷모습이 너무도 늠름해 서둘러 카메라를 쟁여들었습니다.

 

 경기장이 가까워질수록 인파는 거칠고 강력한 파도처럼 넘실대기 시작했고, 공을 비뚤게 맨 꼬마는 자못 비장해졌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삼성의 스마트한 제품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호기심에 반짝거립니다.

 

 

 어느 곳에선가 갑작스레 등장한 색색의 팔레트, 화장도구도 아니고 이건 뭘까요.

 

 토실토실 귀여운 꼬마 숙녀가 수원삼성의 승리를 기원하며 브이를 척, 내걸었습니다.

 

 이 꼬맹이 녀석은 장난스럽게도 아예 배에다가 그리는군요. 참외배꼽이 툭 튀어나온 위에요.

 

 이 친구는 아마도 외국에서 왔나본데, 즉석에서 레플리카를 사서 입을 정도라면 꽤나 열성팬인 거겠죠?

 

 선그라스도 멋들어지게 척 걸치고는 양손 가득 승리의 브이를 만들어보였다가 쑥스러웠는지 혀를 빼무는 게 귀엽네요

 

 빅버드의 승리를 맞이하러 당당히 입장하는 아버지와 아들, 마치 대부의 알파치노처럼 멋진 목도리가 인상적입니다.

 

 바디페인팅을 꼭 이렇게 뺨에 하란 법은 없지만, 이 아이는 왠지 나중에 축구선수가 될 것 같은 눈빛을 쏘아냅니다.

 

 

 그렇게, 모두가 파란 색 물결속에 뛰어들어 경기장의 부푼 함성을 불어넣습니다.

 

어딘가에선 꽃가루가 폭죽처럼 번지고, 열기를 못이겨 벗어던진 맨살에선 번들번들 땀이 차오릅니다.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 수원삼성을 향한 팬들의 마음이 둥근 공을 움직여 2:1의 승리를 얻어내기까지

 

NX20을 통해 경기를 보고, 팬들을 보고, 둥근 공만큼이나 둥근 마음들을 보았습니다.

 

 

by 스마트카메라 NX20.

 

 

 

 

 

 

 

 

 

 

  

 

 

 

 

 

 

 

청계천을 걷고 종로통을 지나, 길냥이가 살고 있는 까페로 돌아가다.

 

이로써 짧막한 반나절의 출사는 끝.

 

 

by NX20.

 

 

 

 

 

  

 

 

아바타에 나오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처럼 조계사 앞뜰에 뿌리박은 커다란 나무둥치와 하늘 사이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등들이 내걸렸다. 부처님을 기다리는 신도들은 머리와 꼬리를 알 수 없는 뱀을 만들어

 

나무를 휘감고 조계사 마당에 또아리를 틀었다.

 

 

by NX20.

선유도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양쪽 기슭에서 시작된 둥근 아치형의 다리가 직선의 교각 위로 불쑥 튀어나온

부분이 재미있다. 날씨가 좀 풀렸더니 그 둥근 다리 위를 쌍쌍이 걷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문득 눈에 띄었던 나무 두 그루. 꼭 짝지처럼 바싹 붙어서서 하나는 강가쪽으로, 다른 하나는

선유도쪽으로 촉수를 쭉쭉 뻗은 모습이 미묘하게 서로를 위하는 것 같다.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상대를 막아주려 발뒤꿈치 들고 앞으로 용을 쓰는 모습이랄까.

애초 정수시설이었던 이곳, 이전의 모습을 허물어버리지 않고 나름의 미감으로 활용한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삭아내린 시멘트벽 너머로 겨울철을 버텨낸 풀떼기들이 앙상하게 하늘거리고 그 머리 위엔 하얀 달이 조각구름처럼 떴다.

날씨가 좀 풀린 덕분인지 사방에서 카메라를 둘러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커플 모델인건가

아니면 무슨 웨딩사진이라도 찍는 걸까.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만난 토끼 한 마리, 요새 공원들에는 토끼를 일부러 풀어두는 건지 작년엔 올림픽공원에서

토끼 뒤를 쫓아달리며 기어코 두손으로 번쩍 잡아올리기도 했었는데. 이녀석도 좀만 발품 팔면 잡을 수도 있을 거

같이 토실토실 무겁게 보였지만, 뭐 잡는다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유도 공원의 중심부랄까, 정수되길 기다리는 물들이 담겨있었을 정수조엔 이제 찰박찰박하게 빗물이 고였고

정수조 사잇길은 연인들의 산책로가 되었다.

문득 발견한 매미 허물. 지난 여름 매미가 오지게 울어대기도 전에 벗어던진 허물일 테니, 어느새 일년 가까이 된 거

아니려나 싶다. 그런 거 치고는 주둥이 앞섶의 솜털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 이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나온 녀석은 이미 신나게 울어제끼다가 어딘가에서 생을 마쳤을 텐데, 매미도 죽어서 허물을 남기는구나.

가로세로 열맞춰 도열한 수십개의 기둥들이 온통 담쟁이 덩굴에 휘감겼다 했는데 유독 저 기둥 하나만 헐벗었다.

제법 두텁게 겨울옷을 입고 버티는 듯한 풍성한 기둥들 사이에서 더욱 선뜻하니 추워보이는 까실한 시멘트 기둥.

이런 식으로 기존 정수시설의 흔적이 폐허처럼 남아있는 게 맘에 든다. 잘 포장되고 덧씌워진, 확실한 마감이 아니라

이 곳의 기억과 용도가 어느 정도 추측가능한 수준으로 보전되어 있는 편안한 폐허 혹은 재활용품인 선유도공원.


중간중간 이렇게 위아래를 오르내릴 수 있는 구름다리나 계단이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땅바닥에서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시때때로 눈높이를 오르내리며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점, 평면이 아니라 입체를 걷는 재미랄까.

이 곳의 놀이터 역시 재활용의 미감을 담뿍 흘려내고 있었다. 자연스레 녹슨 철제 튜브가 그대로 미끄럼틀이 되었고

마냥 신난 아이들은 미끄럼틀 출구에서 6중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다들 뒷목 잡고 일어나기 직전의 모습.

보통 저런 곳에는 꼬물꼬물 조그마한 글씨로 알아보기도 쉽지 않게 누구야 사랑해, 를 적어두기 마련인데 내가

여태 본 낙서 중에 가장 대범한 거 같다. 쪼잔한 수백명이 달라붙어 낙서를 할 수 있을 만한 공간에 저렇게

큼지막하고 자유롭게 글자 여섯개를 남기다니. 대범하고 자유로운 발상만큼 이쁜 사랑하시길.

돌아나오려는 길, 다리 두어개 너머로 시선을 던지면 바로 여의도가 보인다. 국회의사당의 파스텔톤 둥근지붕이

살짝 드리운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더 칙칙해보였다.






세상에 손잡이는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아예 본체와 딱 붙어서 고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본체와는 별도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순히 물체의 연장으로 뻗어나온 것도 있지만 또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와

유용성을 가진 것도 있는 거다.


카메라용 삼각대에 조이스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단 이야기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는 친구의 첫 반응은

'그거 무슨 수도꼭지 같은 거야?'라는 거였다니 나름 촌철살인의 통찰이었던 셈이다. 맨프로토Manfrotto의 

 324RC2 Joystick Head는 그 하고많은 손잡이 중에서 수도꼭지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손잡이다.

수도꼭지가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로이 회전하며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만큼의 세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맨프로토의 조이스틱 볼헤드 역시 전후좌우상하막측 신묘하게 움직이며 원하는 사진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삼각대 자체를 쓰다 보면 부딪히는 난점은 사실 명백하다. 삼각대를 위치시킬 바닥이 판판한 수평을 유지한

맨질맨질 수평바닥이란 법은 없다는 거다. 아무리 다리 세 개를 이리저리 비틀어대도 평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삼각대 다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아도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는 삼각대의 수평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삼각대 자체의 수평계가 제 역할을 해서 조금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들부들

끓는 라면에 빠뜨린 달걀 노른자처럼 출렁이는 수평계의 수평을 잡기란 역시 적잖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생긴 게 아닐까, 살짝 추측해 본다. 삼각대에 덧붙이는 조이스틱, 카메라를 손쉽고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삼각대와는 별개로 수평을 다시 잡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삼각대에 더해져 함께 휴대되어야 하니 무게가 최대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좋은 손잡이로서 '조이스틱 헤드'가 가져야 할 장점은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각대 위에 장착한 조이스틱 헤드, 조금은 부담스럽게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손에 꽉 감기는 조이스틱의 그립감이

너무 좋다. 쥐고 조종하기에 적당한 굵기와 길이, 그리고 손으로 쥐기에 딱 알맞는 인체공학적 형상과 고무로

마감된 오톨도톨한 외장재까지 깔끔하다. 왼손잡이용으로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난 오른손잡이, 딱히

왼손을 지금부터 써서 오른뇌를 더 계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패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삼각대와 조이스틱 사이를 단단히 잇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볼은 거의 저항감없이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예 카메라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도 스르륵.

조이스틱 뒤를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다이얼이 숨어 있었다. 뭔가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스테인레스 볼의

뻑뻑함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 최대한 풀었을 때는 아무런 저항감조차 없이 미끈하던 움직임이, 최대한 조이고 나니

많이 뻑뻑해졌다. 뻑뻑하다기보다는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 좀더 힘을 가해야 하는 정도..? 최대한 푼 상태와

최대한 조인 상태의 어느 중간쯤에서 쓰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야 최대한 풀어서

미끌미끌하다 싶도록 부드러운 상태가 좋고.

삼각대가 어느 지형에 얼마나 삐뚤게 놓였던,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카메라를 장착할 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평계로 손쉽게 수평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출사를 나가서도 삼각대의 수평에

연연하지 않고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정하고 고정시키면 되었으니,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바쁜 타이밍에도

번거롭지 않고 정말 편했다.

2010년 올해 5월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기존 조이스틱 헤드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구형의 조이스틱들에 비해 디자인부터 다르다.

무게는 고작 430그램. 삼각대에 항시 부착시켜 두고 들고 다녀도 딱히 무리가 없을 무게고, 실제로 늘 그런 식으로

휴대하고 다녔지만 딱히 조이스틱 때문에 더 무겁다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는 조이스틱 헤드의 세가지 덕목을 여유있게 충족시킨다 싶어 대만족.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온통 녹색식물에 잡아먹힌 듯한 건물, 시멘트의 날빛깔이 그대로 드러난 벽면에서는 녹슨 쇳물이 눈물자국을

남겼고 무시무시하게 자라난 덩굴식물과 잡초들은 건물을 안팎에서 온통 포위했다.


그 와중에도 허름한 창문으로 빗겨내는 풍경은 용케도 푸르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비단 그 한 구획만이 아니다. 건물 전체가 온통 위아래에서 진격해 들어오는 초록빛 전사들에 포위되고, 포획되고

포승줄을 이고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폐허.

저 정도면 엔간한 사람은 저 뭄을 삐걱, 여는 동작 하나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무섭도록

싱싱한 저 초록빛 대궁과 줄가리들을 갈갈이 찢어놓아야 비로소 열릴 법한 저 초록빛 매듭으로 꽁꽁 옹쳐매진

듯한 문 앞에서. 에라, 짓기는 인간의 손을 빌어 지어졌으되 이제 니네꺼 해라. 이러면서.

그런 폐허였다. 저렇게 유리창 안쪽에 소담하고 복스러운 꽃덩이를 뭉클뭉클 품고 있던 곳은 그런 폐허였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건 인간의 손으로 섣불리 되어질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눈감고 있던 공간에도

엄연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무언가 움트고 자라고 피고 지는 그런 생동감이 가득 차 있음을 항변하는 듯한

그런 포스를 내뿜고 있는 무엇이었다.

꽉 찬 공간을 밑에서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듯 했다. 초록빛 잎사귀들은 도도하게 건물 내 공간을 잠식하고

온통 차지한 채 창밖으로 그 부피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문을 열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얌체공들처럼

덩굴손들이 사방으로 뻗쳐나갈지도. 혹은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어느 순간 문짝을 온몸으로 밀며 바깥세상을

채워나가기 위해 후퇴없는 전진을 계속할지도. 겨울이 오기 전까지.





@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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