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5. 실외 정원 잔디 조성

 

2015년 8월 28일, photo by father


얼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공사 현장, 건물의 외관은 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현관 대리석 마감을 제외), 


내부도 바닥재나 벽면, 가구재들이 차근차근 들어가려는 즈음이다. 그리고 건물 바깥 정원의 잔디를 식재하는 중.


차 두대가 겨우 지나다닐 시멘트길에 연한 정원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을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쳐 두고, 내부의


정원 공간에는 푸릇푸릇한 잔디를 기를 예정이라고 하신다.


잔디묘들을 저렇게 잔뜩 열맞춰 늘어뜨려놓고는 꼼꼼하고도 규칙적인 배열에 맞춰서 식재중이신 아주머니들.


대문 현관에서부터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길, 차들이 주차하게 될 그 공간에는 너른 현무암 판석을 듬성듬성 깔고


그 틈새부위에만 잔디를 심는 것으로 우선 처리. 현무암 판석은 이중으로 깔아놓아서, 나중에 혹여 잔디가 잘 안 자라


맨땅이 보인다거나 하면 좀더 넓게 현무암으로 덮어둘 수 있도록 대비까지 철저히 해두었다.


그리고 건물 뒷벽에 설치한 난방용 가스배관과 LPG가스통.  





스탠리에서부터 한 사십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리펄스 베이. 중간에 인도가 없이 차도와 중첩되는 구간이 있어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갈 만 한거 같다. 어느순간 눈앞에 펼쳐진 리펄스 베이의 전경.

 

원래 리펄스베이는 20세기초부터 상류층의 별장들이 있는 걸로 유명했고, 지금 역시 홍콩 제일의 부촌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곳의 유명한 리펄스 베이 해수욕장이 사실 해외에서 수입한 모래로 조성한 인공의

 

해변이라는 점, 500여미터 정도 이어지는 완만한 곡선의 백사장이 전부 인공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해수욕장 배후에는 고층의 개성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마치 요새의 해운대 신시가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온갖 것들이 금지되어 있는 해안가. 하나하나 이미지가 꽤나  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틴하우 상 도교사원. 여기는 홍콩의 유력인사들이 기증한 불상과 신상들이 넘쳐나는데, 그중에서도

 

살펴볼 만한 건 바로 월하노인상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왔던 인연끼리의 붉은실이 매어있다는 설화가

 

바로 월하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해안으로 길게 내밀어진 부두시설은 바다의 높이에 따라서 저렇게 철썩거리며 수면 아래로 잠기기도 하고,

 

아마도 좀더 낮시간에는 수면위로 불쑥 올라오기도 할 것.

 

 

 

 

태권도공원은 뭐고 태권도원은 뭐야?

 

태권도원? 태권도공원을 짓는단 이야기는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번엔 또 태권도원이라고?

 

지자체마다 난립하는 온갖 '생색내기용' 토목공사의 하나인 건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된 건 내 잘못만은 아니다.

 

 

 

 

뭐, 일단 의심 하나는 불식된 셈이다. '태권도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던 사업이 2012년 2월에

 

'태권도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니, 적어도 한국의 국기라는 '태권도'를 두고 지자체들이 질세라 숟가락얹기 경쟁을

 

하는 흉한 모습은 아니니까. 그래도 여전히 궁금증, 혹은 의심은 남는다. 2013년 9월에 개관 예정이라는 태권도원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과 현장소장과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태권도원을 왜 지어야 하나요?

 

가장 큰 궁금증은 아무래도, 왜 굳이 태권도원을 짓느냐는 거다. 최근 '태권도人'의 스포츠정신에 누를 끼친 복사기인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굳이 커다란 기념사업이니 거창한 시설물을 지어야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곤 하지만, 전세계에 널리 퍼져 201개국 7천만명의 수련 인구가 있고 올림픽 정식종목으로도 수년째 자리잡고 있는

 

태권도의 본산이자 종주국으로서 한국에 상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다. 일본엔 무도관이 있고, 중국엔 소림사가

 

있다고 치면, 한국엔, 글쎄, 국기원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치만 국기원은 강남의 높고 거대한 건물들 사이에 숨은지 오래다.

 

(이제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나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국기원 앞 사거리 운운.)

 

 

무주에 뭘 어떻게 지을 셈인가요?

 

아무래도 아직 공정율은 38%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현장에는 뼈대밖에 없을 거다. 우선 건설 현장에 도착해서

 

진흥재단 이사장과 홍보팀장의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태권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이제 그럼 왜 무주인지,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뭘 어떻게 지을 건지가 관건이겠다.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드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걸맞는 내용물이 있는지 궁금했다.

 

 

무주는, 어렸을 적 무주구천동 계곡에 텐트를 치고 놀았던 기억에 따르자면 완전 심산유곡, 멀고도 험한 오지라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내려갈 때 고속버스로 세시간 정도 걸렸으니 그렇게 먼 곳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반딧불이

 

축제라거나 무주구천동, 나제통문같은 유명한 관광자원을 갖춘, 신라와 백제가 경합하던 내륙중앙부이니 남한 땅에선

 

대충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도 있겠다.

 

그리고 뭘 지을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꽤나 그럴듯하고 매혹적인 답안을 갖고 있었다. BODY, MIND, SPIRIT을

 

테마로 했다는 세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전시체험, 수련연구, 고단자전용의 용도로 구획한다는 것 정도는 기본이고.

 

무주의 백운산 자락에 기대어 조성되는 9곡 8경, 9개의 골짜기와 8개의 풍경에 태권도의 경지에 따라 밑에서부터

 

차츰 성장하고 깊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해낸다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애초부터 굉장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득 담고 공간을 조성한다는 거니까 야심만만하면서도 흥미가 바싹 당기는 거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태권도의 띠 색깔을 그대로 차용해서 다리 여섯개를 만들겠다는 계획.

 

밑에서부터 백원교-흰띠, 황원교-노란띠, 청원교-파란띠, 적원교-빨간띠, 품원교-품띠, 그리고 흑원교-검정띠,

 

이렇게 여섯개의 다리를 만들어서 각자의 색깔을 살려내고 각기 단계별 수련과정을 형상화한다는 건, 무슨

 

태권도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살짝 황당무계하면서도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태권도 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특별한 공간, 태권전과 명인관을 짓는다는 것도 포인트다.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탁하여 지을 계획이라는 이 두 건물은 고단자들의 커뮤니티 및 네트워크 공간으로, 말하자면

 

전세계에 퍼져나간 태권도의 정수를 품고 있는 곳이랄 수 있지 않을까. 안에 들어가려면 마치 끝판왕을 깨러가듯

 

즐비한 고수들의 숲을 넘고 온갖 비밀장치들을 해소해야 겨우 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가.

 

 

그렇다곤 하지만 아직 기부금이 그렇게 원만하게 쌓이고 있는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아직은 좀 휑해보이는 기부금

 

명단, 그리고 '공' 자가 떨어져나간 '태권도원'의 이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아무래도 기부금을 걷는다는 건 법적인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태권도원'의 건립 프로젝트 자체가 거의 홍보가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과연 현장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직 공정율이 그리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태권도 경기장이니 기타 시설의 뼈대가 섰고

 

제법 윤곽은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준비해준 SUV에 차례로 타고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저게 나중에 태권도 띠 색깔에 맞춰서 색이 입혀진다는 여섯 개의 다리 중 하나. 아마도 흰띠를 형상화한 백원교인 듯.

 

 

여전히 현장 곳곳은 높은 크레인이 자재들을 옮기거나 조립된 부분을 얹어 올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태권도 경기장의 경우는 이제 차근차근 지붕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지인을 형상화한 삼태극을

 

모티브로 했다는 태권도 경기장은 다 지어지고 나면 꽤나 멋진 건물이 될 거 같다.

 

그리고 태권전과 명인전이 들어서야 할 공간. 아직 기부금이 원만히 걷히지 않아 다른 곳보다 공사 진척상황이

 

늦어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태권도원의 핵심이자 정수인 곳이니만치 차근차근, 날림이나 부실없이

 

단단하게 지어졌으면 좋겠다.

 

길게 백운산 자락을 타고 달리는 태권도원을 따라 흐르는 개울, 이 곳은 예로부터 백제와 신라가 영토분쟁을

 

벌이며 숱하게 전투를 벌여왔던 곳인지라 태권도원을 조성하기에 풍수적으로랄까 적당한 곳이란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저 붉은 돌 두개는 이 곳의 개울을 정비할 때 발견된 시뻘건 색의 돌로 공사중의 액도 막고

 

앞으로 태권도원의 기상을 지켜줄 상서로운 돌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태권도원의 전경. 둘러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사가 꽤나 진척이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태권도진흥재단 측에서도 이제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윤곽이 잡히기에 이렇게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소개도 하고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설 참이라 했다.

 

나중에 공사가 완료되면 저 산꼭대기 가파른 곳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모노레일도 놓일 예정이라 한다. 이왕이면

 

태권도라는 무예의 공간이니만치 일부러라도 더 가파르고 힘든 코스를 만들어 체력단련 코스로 활용하는 게 낫지

 

괜히 모노레일 만들어서 유지비만 많이 들지 않겠냐고 나름의 고언을 했다.

 

태권도원에서 멀리 내다보이는 첩첩한 산봉우리들, 왠지 이런 곳이라면 태권도의 칼날같은 기세와 무예로서의

 

품위에 걸맞는 공간이겠다 싶다. 알고 보니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이 있는 명산이라 하니 더욱

 

옷깃이 여며진다. 이런 곳에서 우렁우렁 기합소리를 내며 태권도를 연마하는 건 꽤나 멋질 듯.

 

 

2013년 9월, 그때쯤에 이곳은 얼마나 어떻게 단장되어 있을까. 색색의 띠 색깔에 맞춰 지어지는 다리는 어떨까,

 

그리고 태권도의 수양 단계를 비유한 9곡 8경의 풍경은 또 어떨까. 궁금한 것투성이인 채로 일단은 기다릴 뿐.

 

 

 

+ 주변 볼거리

 

나제통문, 신라와 백제의 통로였다는 조그마하고 매우 짧은 동굴이 하나 있다. 두 나라의 자연적 경계였다기엔

 

너무 약소하다 싶지만, 이쪽과 저쪽의 언어와 풍습이 여전히 차이가 뚜렷하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무주구천동 계곡을 따라 달리는 벚꽃길. 벚꽃비가 내리길 기다리기를 한참, 아무래도 바람이 멎었다 싶어 자리를


뜨려는 참에 한줄기 바람이 불었댔다.

 

머루와인 동굴, 수차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던 동굴을 와인 숙성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독특하지만, 시원한

 

동굴 내로 300여미터 들어가서 맛보는 달콤한 머루와인도 독특하다.

 

적상산 사고, 조선시대 실록과 그 사초를 보관하던 사고 중의 하나인 이 곳에서는 통풍과 제습을 위해 다리를 껑충

 

걷어올린 신기한 한옥들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새 무주의 대표 볼거리는 반딧불이 축제. 인공으로 길러낸 반딧불이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야생의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거니까, 그만큼 무주란 곳이 깨끗하고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렸다.

 

먹거리를 굳이 더하자면

 

'김대중 선생님'도 다녀가셨다는 이 곳의 산채정식은, 테이블 가득 빈틈없이 메워진 반찬 접시들이 하나하나

 

맛있기도 했지만 산에서 갓 캐왔을 것만 같은 온갖 버섯 반찬들이 참 맛나더라는.

 

 

 

 

 

* 이 포스팅은 '태권도진흥재단'의 초청을 받아 '태권도원 팸투어'에 참여하고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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