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영화 #영화스타그램 #뉴스타파

힘을 가진 그들에게 다른 보통사람들은 그저 본인을 위한 발판으로만 보이는 걸까. 사람들 눈과 귀를 가리는 건 일도 아니고, 랜덤으로 찍어걸린 이들을 윽박지르고 강압하여 자백 아닌 자백을 이끌어내는 스킬은 수십년간 갈고 닦아왔던 거다. 억울함에 울부짖던 자살시도를 하던, 남은 가족들이 울화병으로 뒷목잡고 쓰러지던,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김기춘과 그 후예들이 조작한 사건 피해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확실히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아니다.

영화 마지막에 숨막히도록 끝없이 이어지는 '자백'에 근거한 사형/무기징역/수십년의 징역과 수십년늦게 바로잡힌 무죄판결의 기록들은 97년 이후 잠시 멈칫하다가 2013년부터 슬슬 되살아났다. 한참 레벨업되었던 스킬을 새삼 오늘에 되살리려니 아무래도 좀 부족한 점들이 있었던 거려나. 최고권부라는 검찰도 국정원도 일처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게, 뉴스타파의 취재로 저렇게 정면반박당하고 깨갱하고 말다니. 영화를 보다 옆자리 아저씨가 탄식처럼 크게 '저런 개새끼들', 할 수 있는 만큼의 시대가 된 덕분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주로 다루는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대법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의 3년여 시간을 촘촘히 따라가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박원순시장을 찍어내려 간첩사건을 만들어냈다는 해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탕봉지에서 사탕 빼먹듯 북한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쥐고 흔들며 내키는대로 사건을 창작해내는 사람들,  그들의 장난질은 한순간의 정략과 정치기획이었겠지만 그 파급력은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크고 가혹하다. 그 조작으로 이득을 보려던 사람의 관심은 식었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그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조작사건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엄연한 사건이 되어 희생자에겐 길고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을 남기는 거다.

어처구니없지만 웃을 수도 없는 부조리극. 보통사람들에게 그건 일종의 천재지변이었고, 힘센 사람들에게는 그저 게임을 위한 장기말 배치같은 것. #이게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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