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시내는, 사실 한국을 떠나 어느 나라를 가던 늘 실감하는 거지만, 굉장히 밤이 금방 찾아오는 듯 하다.


가게들은 일찍 불을 끄고 문을 닫는가 하면, 퇴근시간 잠시 혼잡했던 거리는 이내 차들조차 드문 적막강산이 된다.

 

 

그래도 더블린의 밤을 늦은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건 템플 바 등등의 유명한 펍들이 늘어선 템플바 스트리트.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의 거리.

 

 

 

아마도 세인트 패트릭데이 즈음해서나 거리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 인형탈쓴 사람도 보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 음악영화 '원스'에 나왔던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저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템플 바'를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즐비한 게 분위기 좋고 독특해보이는 바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콘서트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그 뜨겁던 거리 인근에 위치한 호텔 지하의 바. 

 

그리고 더블린의 택시. 워낙 조그마한 도시라 택시나 기타 대중교통을 탈 기회도 없었지만서도.

 

더블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게 세이파리 클로버랑 녹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도심 곳곳에서 이런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숙소 주변인 그랜드 커널 닥(Grand Canal Dock)의 야경. 



 

며칠 전, 어쩌다 카메라를 들고 출근하게 되었더랬다. 퇴근하고, 가벼운 회식 자리까지 마치고 집까지 오는 길..

회사를 나와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왜 이리 칙칙하던지.
둥그런 가로등이 보름달처럼 휘영청 낮게 떠있는 이곳은, 코엑스 유리피라밋 주위의 자그마한 휴식공간이랄까.

그렇지만 겨울비에 온통 젖어버린 벤치엔 앉아 쉴 곳이 없다.

유리 피라밋 너머로 보이는 코엑스몰의 식당가. Glass Ceiling과는 다른 Glass Barrier, 추욱 처질 만치 따뜻하고

안온한 실내의 부유한 공기와 찬 비가 탐욕스럽게 훑고 간 바깥의 가난한 공기를 갈라놓고 있는 그것. 그것은

깜깜한 어둠이 내린 가운데서도 반들반들 개기름낀 이마빡처럼, 번뜩이는 섬광을 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며칠 전 지났던 대보름에는 보름달을 찾아 하늘 한번 볼 생각도 못 했고, 땅콩이나 호두 등속이 가득

담긴 그릇을 다리 사이에 끼고 앉아서는 쉼없이 까먹는 호사도 못 누렸으며, 소원을 뭘 빌지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았다. 보름달이 떴다면, 이 정도 각도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저 정도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이러저러한, 즐겁지만 피로한 술자리, 사람들 만나는 자리들을 정거장처럼 지나쳐서는 집 앞에 섰다.

그러고 보니 우리동네 아파트 가로등도 코엑스 지상의 그것처럼 둥그렇다. 둥그렇고 하얗다. 둥그렇고 하얗고

차갑다. 그리고 왠지 불안하다. You must be fallen from the sky...

술을 마신 탓일까, 아님 야심한 밤에 찍은 탓일까, 한 점에 야무지게 모아져야 할 불빛들은 약간씩 흐트러져 번진

것이 마치 술에 취한 그녀의 립스틱 번진 입가나 살짝 풀린 채 젖은 눈동자 같다. 게다가 사물들이 하늘을 향해

기립하길 거부하고 있는 이 5도쯤의 기울기. 창백한 가로등 불빛에 온통 낯설음만 덕지덕지한 공간.

여전히 그닥 네 녀석에게 빌 만한 건 없어, 중얼거리며 아파트 복도를 지나다. 사람의 기척을 알아채고 귀를 쫑끗

세우는 충성스럽고 성가신 강아지 모냥 반짝 불을 밝혀야 할 센서는 나를 알아채지 못한 채 묵비권을 행사중이다.
 
괴괴한 통로, 묘하게 울리는 구둣발소리의 사성부돌림노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위치에너지를 축적하곤, 운동에너지를 소모하며 조금 걸어 대문 앞에 서다.

뒤를 돌아보니 왠지 가슴시린 어둠. 얼른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곤 재빨리 닫아걸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