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너온 길, 멀찍이 플라이어가 보인다.

 

그리고 마리나베이더샌즈 앞에 앉아 바라본 센트럴 지구, 계속된 간척사업과 재개발로 한껏 높아진 건물들이 촘촘하다.



어느 정도 걸어나와 되돌아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연꽃을 따서 만들었다는 박물관이 하얗게 둥싯 떠올랐다.



그리고 최고의 과일 두리안을 따서 만들었다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의 야경. 


저 멀리 휘황한 노랑빛으로 빛나는 플러튼 호텔. 



그리고 싱가폴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주욱 이어지는 길가 음식점들. 저중 어딘가 칠리크랩을 유명한


점보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랜턴바. 플러튼호텔에서 새로 지은 원 플러튼 호텔의 야외에 있는데 뷰가 상당하다.



헤이즈가 심한 날에도 질 수 없다는 듯 온통 그악스럽게 불빛을 밝힌 건물들 틈새에서 조그마한 휴양섬 같은 느낌.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넣는 것 중 최우선 순위를 늘 다투는 건 '두리안 먹기!'


그러다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어디가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가 특히 맛있는 집인지 등등을


캐물어보고는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기필코 찾아가는 거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감히 과일지왕 왕중지왕 최고존엄 두리안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과일을 좋아하냐는 투의 깜짝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고는, 겔랑로드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준다.


하지만 그 정도 힌트면 충분. 이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북적대고 수상쩍은 냄새로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


한줄기 두리안 향기를 따라 기어코 두리안 가게를 찾아냈던 나다. 다짜고짜 겔랑로드로. 나머지는 코에게 맡기고.


빙고! 심 스트리트(Sims St.)와 겔랑로드(Lor 13 Geylang to Lor 18 Geylang)에 이르는 공간을 찾아냈다.


짙은 두리안 향내가 지천에 퍼지고 온통 두리안을 산처럼 쌓아둔 채 쉼없이 껍데기를 벗기고 있으니, 이는


싱가폴의 두리안 성지라고 부름에 부족함이 없으렸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찾아낸 두리안 성지에서도 그랬듯 여기도 소품은 단출하다. 두리안님을 올려둘 테이블,


미처 영접하지 못하고 손끝에서 끝나버린 두리안님의 과육을 닦아낼 휴지(크리넥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두껍고 뾰족하기가 하늘의 왕국을 지탱하는 자의 면류관과 같은 두리안님의 갑옷을 특별관리해두려는 커다란 


바께쓰(라고 쓰고 쓰레기통이라 읽음). 



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안님의 과육이 손의 피부세포로 흡수되는 것조차 막고 한줌남김없이 입으로 영접하기 위해서


(혹은 두리안의 향이 손에 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비닐장갑까지도 준비해


두었던 것 같은데 싱가폴에선 없었던 것 같다. 두리안님을 대하는 양국 국민의 차이랄까. 싱가포리안들에게 +1점.



나중에, 동남아의 어느 두리안 농장같은데 취직해서 두리안님의 탄생부터 성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직접 보고 이렇게


성숙하는 모습까지 친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홍콩에선가 채 익지도 않아 껍질이 잘 까지지도 않던 두리안을


먹어본 적도 있는데, 그건 거의 생밤을 먹는 느낌이었고, 이제 그보다 덜 익은 두리안님들을 각 단계에서 맛보고 싶은


약간은 음흉한 생각이 드는 시점.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거다. 두리안의 맛을 좋아하지만 향까지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고, 두리안의 맛과 향을 모두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는 거고.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래도 대다수를 점하니


두리안을 파는 과일가게는 대체로 한곳에 모여 있게 되는 거 같다. 약간 후각의 게토 같은 분위기.


덕분에 뱃속에 들어간 두리안은 커다란 열매 하나에 불과했지만, 코로는 수백수천개의 두리안이 진하게 풍기는 


향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나로선 전혀 불만 가질 것 없는 두리안님들의 집성촌 되시겠다. 


비록 숙소에서 오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뭐 사실 매일이라도 움직이겠다.


기타 싱가폴 차이나타운의 두리안 전문샵에서 사온 두리안으로 만든 음식들. 


그 가게에서는 두리안 케잌과 두리안 커피, 두리안 밀크티와 두리안 과자, 두리안 말린 스낵과 두리안 잼, 두리안


아이스크림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위엣것들은 바로 두리안 커피와 두리안 밀크티.


그리고 두리안 과육을 걷어내서 천하장사 소세지 모양으로 포장해놓은 두리안 케잌. 빵 사이에 두리안이 들어간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모양의) 두리안 케잌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두리안 향과 맛이 연해서 땡탈락. 반면 이녀석은


그냥 두리안 과육을 그대로 응축시켜놓은 셈이라 한입 먹어보고 덥썩 질러버렸다. 잘 익은 진한 두리안.


집에 오자마자 치즈 플레이트에 올려서 송송송 썰어서 맥주랑 마시니깐...다시금 두리안 성지가 이곳에 임하셨더라는.








싱가폴의 차이나타운 초입, 싱가폴의 상징인 멀라이온상이 원색으로 치장된 채 우뚝 서 있다. 


어느 나라나 차이나타운은 비슷한 풍경에 상품들이면서도 꼭 한번은 찾아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듯. 안 가면 아쉬운.


특히나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에는 무려 4-5층 건물 높이에 육박하는 대형 사찰이 있다. 부처의 치아 일부를 


4층에 모시고 있어 용아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절 앞으로 싸구려 잡화들이 늘어섰다.


네발달린 의자들 발치에서 네발달린 고양이 한마리가 털을 고르는 중.


차이나타운의 먹잣골이랄까, 과거 중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굽어보는 그곳에는 온통 양쪽으로 식당들이 즐비하다.


어느 한 골목을 꺽으니 머리를 이쁘게 염색하신 분이 열심히 전각작업중.


그리고 용아사 입장~


향연기를 흠뻑 맡은 용의 눈빛이 개개 풀려버렸다. 


생각보다 신식의 새것같은 느낌인 사찰, 중국이 으레 그렇듯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실내. 




그렇지만 정작 제대로 금칠이 된 건 부처님의 치아 일부를 모시고 있는 4층. 엘레베이터를 타고 자유롭게 올라가면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 나타난다. 금을 사오백 킬로그램이나 아낌없이 써서 만들었다는 좌대가 멀찍이 있고


유리로 칸막이가 쳐져있어 그 한가운데 모셔져 있다는 치아는 보이지도 않는다.


소원을 빌면서 불을 밝혀둔 유리잔 속 초들. 


4층에서 혹시 더 올라가면 뭐가 나올까 해서 올라가니 옥상 정원이 나타난다. 강화도 전등사에 가면 볼 수 있는,


경전이 새겨진 동그란 통 같은 거. 손잡이를 잡고 이걸 한바퀴 돌리면 경전을 일독하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나.



절 바깥으로 풍경이 이쁘게 보이는 옥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잘 꾸며둔 정원이어서 한번 올라갈 만도.



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올해가 싱가폴이 건국한지 50년이어선지 거리 곳곳에서 'SG50'이라는 로고와 함께 각종 현수막들을 볼 수가 있다.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에서 놀다가 나와보니 바로 옆에 저런 현수막으로 온통 시선을 끌고 있는 '싱가폴 시티 갤러리'


라는 곳이 있길래 덥썩 들어가봤다.


뭔가 큰 기대는 없이 그냥 싱가폴에서 운영하는 관제 느낌 물씬한 도시 홍보관이겠거니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이렇게 도시에 대한 조감이 가능한 모형이라거나 곳곳에서 찍은 이쁜 사진들, 싱가폴이 어떤 곳인지 등등


뻔하디 뻔한 구성은 피할 수 없었지만, 도시국가로서의 싱가포리안들이 가진 고민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지 보여줬달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한된 도시부지을 어떤 비율로 각각 녹색공간으로, 상업공간으로, 그리고 주거공간으로


할당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도시국가로 20%가량의 부지를 군시설에 할당하고 나머지와의 연계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고민. 간척사업으로 땅을 넓히고 재개발로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등 가능한 효율적으로 땅을 사용하려는 고민.


그러다 보니 입체적으로 땅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나라나 지역에서도 유례가 없을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거다.


그리고 싱가폴 남단에 있었던 트레일 코스, 마운트 페이버 파크에서부터 주욱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이렇게 


녹색으로 표시가 어김없이 되어 있는 것도 재미있었던 포인트. 



혹시 도시이자 국가이자 한개의 주로서 기능하고 있는 유별난 싱가폴의 도시계획이라거나 그 실행에 대해서


호기심이 인다면 한번 꼭 들러봐도 좋을 곳. 온갖 도면과 모형들, 그리고 게임 형태로 된 시청각 자료들은 덤이다.





마운트 페이버 파크(Mount Faber Park)에서 텔록 블랑가 힐 파크(Telok Blangah Hill Park)로 넘어오려고 


헨더슨 웨이브(Henderson Waves) 다리를 건넜다. 길게 동서로 이어지는 짙은 녹색의 벨트를 따라 트레킹코스를


걷는 건 헤이즈로 시계가 불량하기 짝이 없는 싱가폴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을 가로지르는 길은 포레스트 워크와 힐탑 워크. 그끝에서 또다시


다른 공원과 이어지는 알렉산드리아 아치까지 걸을 참이다.


공원 중간에 있는 커다란 저택. 1900년대 초에 싱가폴에서 상업 활동을 했던 부유한 상인의 저택이라던가, 지금은


화려한 레스토랑 겸 바로 싱가포리안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트레일 코스는 종종 이렇게 잘 포장된 길이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흙길이나 험한 길은 거의 없으니 편한 코스.


공원 중간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 테라스 가든이라는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겹겹이 테라스가 쳐진 것처럼 공간을 나눠놓고 꽃들로 그득하게 채워놨다.



제법 높이도 이 텔록 블랑가 힐 공원에서 가장 높을 듯, 시야가 탁 트인다.



그리고 계속 걸어 알렉산드리아 아치로 조금씩 전진하다 만난 이끼로 된 초록띠. 길을 따라 이어지는 초록색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포레스트 워크로 접어들고 나니 왠지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온실관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캐노피들이 이어진다.


지그재그로 배치된 길을 따라 조금씩 땅으로 내려가는 느낌.




이렇게 중간중간 본격 운동하는 사람들을 빼놓고는 거의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데, 극성인 헤이즈 때문이려나


아니면 워낙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려나.




캐노피 아래로는 earth walk였던가 숲 사이로 난 한줄기 얄포름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던데 나중엔 저 길도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렇게 포레스트 워크는 막바지에 이르고.



도착한 알렉산드리아 아치. 헨더슨 웨이브에 비해 짧고 작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는데, 야경 역시도 헨더슨 웨이브가


더 멋질 거 같은 거다. 해가 슬슬 저무는 시간대가 되다보니 얼른 헨더슨 웨이브로 가서 야경을 보기로.


가장 빠른 길을 통해 헨더슨 웨이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브리치 넣은 야자나무. 잎사귀 하나만 갈색으로 물들였다.



설렁설렁 걸으면서 맥주도 마시고 앉아서 쉬고 그럴 때는 세네시간 걸리더니-뭐 맘만 먹으면 1km 가는데도 두세시간


걸릴 수도 있겠지만-작정하고 빠르게 돌아오니 삼사십분 걸렸지 싶다. 다시 돌아온 헨더슨 웨이브는 (실망스럽게도)


아직 점등하기 전.



거리에는 어느새 가로등도 들어오고 하루종일 히끄무레하던 하늘도 조금씩 거뭇거뭇해지는데.


문득 출몰한 고양이 한마리랑 조금 놀면서 기다리다가 결국 헨더슨 웨이브에 불밝혀진 야경은 못보고 포기.





싱가폴 남단의 페이버 공원(Mount Faber Park)과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를 잇는 곳에는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하나 있다. 헨더슨 웨이브. 아름답기도 하고 인근 공원들을 잇는 트레일 코스가


걷기에도 좋고 이쁘다고 하니 하루를 할애해 돌아보기로. (아직 한국어 가이드북엔 소개되지 않은 듯)



클락키에서 택시를 타고 헨더슨 웨이브를 가자고 하면 바로 그 다리 아래에 내려준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제야 카메라에 잡히는 높디높은 다리. 



이렇게 싱가폴 남부에 위치한 공원들의 트레일 코스를 서로 이어주는 이쁜 다리가 두개. 헨더슨 웨이브와 


알렉산드리아 아치. 걷는 코스를 끝에서 끝까지 설렁설렁 걸으면 대략 대여섯시간쯤 걸리려나.



처음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완만한 부등호,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그쪽으로 향하는 길.




이렇게 고전적인 의자가 이끼를 품고서 드문드문 앉아 있는 길.


좁은 찻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고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도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참 고즈넉하다.


여전히 헤이즈는 심해서 야외활동을 하기 주저스럽긴 하지만 여긴 온통 초록초록이니 괜찮으려니 믿어본다.



우선 페이버 공원을 한바퀴 크게 둘러보고 헨더슨 웨이브를 건널 요량이라, 공원 중앙의 페이버 피크를 향하는 길은


제법 고도가 높아진다. 어느새 아파트들이 눈 밑으로 내려앉고 온통 짙은 동남아의 열대림 풍경.


케이블카 정류장이 가까워지니 이렇게 포토존도 나타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달기 시작했다는 금색 종이 사랑의 징표로 이렇게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저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페이브 피크로 오르는 길. 


전망대 아랫춤에는 싱가폴의 역사적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조들이 한바퀴 빙 둘러 있다.


거기에서 보이는 풍경, 멀찍이 보이는 도심.


정상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 사방으로 확 트여있는 풍경.


그리고 페이버 파크의 정상에도 멀라이언 상은 서 있었다. 



이제 페이버 파크를 크게 한바퀴 돌고 다시 헨더슨 웨이브로. 


용이 꿈틀거리는 느낌으로 다리 위아래로 구불거리는 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가려진 나머지


부분들이 완성되어 웨이브가 끊김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오후 7시부터 불이 켜진다더니 더 늦는 듯.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보통 다리위에서 느껴지는 높이감보다 두배 정도 높은 느낌이라 미니어쳐 같이 보인다.



외부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눈 아래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페이버 파크를 떠나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으로 넘어가는 순간. 눈앞에는 온통


초록초록의 삼엄한 열대림.





싱가폴강을 거슬러 플러튼 호텔에서부터 클락키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불야성,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해방구와도


같은 클락키는 금요일밤에 잠들지 않는다고. 덕분에 그쪽으로 향하는 차들 역시 온통 정체상태.




리버사이드 포인트를 마주보는 클락키의 특징적인 지붕들이 층층이 이어지고, 네온사인 불빛이 넘실거리는


강에는 유람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르내리는 중이다.




클락키와 싱가폴강 남쪽을 잇는 다리의 이름은 말라카 브릿지. 빡빡하고 엄격한 싱가폴의 권위주의적 통치 하에서도


이 다리 위에서는 젊은이들이 술병을 홀짝거리고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잔뜩 냅두고 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저 네 개의 기둥을 지탱해서 하늘로 쏘아올려지는 익스트림 라이드. 음..나는 돈을 받아도 저런 건 그다지.




클락키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분수를 중심으로 해서 사거리가 펼쳐지고 온통 술집과 라이브공연과 커다란 스크린들.







싱가폴 차이나타운에서 이십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red dot design museum.


매년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거나 그에 준할 만큼 훌륭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인데, 아직 한국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듯)



이쁜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진 맵시있는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그 건물 전체가 뮤지엄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고, 이렇게 생긴 샵을 포함해 일층을 쓰고 있었다. 샵에도 디자인이


살아있는 제품들을 꽤 많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패스.


샵 안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긴 문을 지나 뮤지엄으로 입장. 입장료는 성인 8싱가폴달러, 학생 4싱가폴달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품은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 시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계를 감촉하는 것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계다. 가운데서 뱅글뱅글 도는 쇠구슬이 시침이던가.


그리고 3D 퍼즐형태로 조립분해할 수 있는 반지. 



디자인이 매끈한 자전거다 싶더니 역시. BMW에서 만든 자전거.


목하 국내에서도 대유행중이라는 인디언텐트의 원조. 



눈꽃 모양의 육각형 부품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전등갓.



싱크대라거나 주방용품에 대해서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 및 활용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물병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입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된 타일로 꾸며진 한쪽 테이블 위엔 올해의 레드닷 수상작 도록이.


갈수록 기계적 아름다움에 대해 눈이 돌아가는 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식의 나염이 살아있는 의자라거나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미려한 휠은 누가 봐도 이쁘지 않으려나.



제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공간에는 기업 디자인과 포스터 작품들이 전시.



중간중간 한국어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것들도 보였는데 예컨대 AP통신의 한국어 버전 명함 시안이라거나


NHN의 환경친화적 명함 아이디어 시안이라거나. 


그리고 현대차에서 진행했던 전화기-우산 디자인 아이디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화기를 쓰기 편한 우산, 이라는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도, 또 그걸 어떻게 구현시킬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각종 전시회라거나 공연, 아니면 공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터들. 꽤나 많고 한장 한장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몇몇 눈길을 잡아끌던 아이들만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토그래퍼들을 초대해 강연을 연다는 걸 고려한 포스터. 사진기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피아노학원의 포스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 블라인드를 피아노 건반인 듯 어루만지는 장면들로 가득.


전쟁과 평화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의 포스터. 전쟁시와 평화시의 레드크로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한장의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얼음에 갇힌 꽃이라면 어떨까.


혹은 쇠고랑으로 구속받는 꽃의 이미지라면 어떨까. 


와인의 맛과 향과 색을 포스터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코카콜라의 광고나 디자인적 요소들은 이미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전히도 이렇게 신선할 수 있는 거다. 워낙 깊이


각인되어 버린 로고 디자인의 일부만을 활용해서도 바로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

이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던 아웃도어 용품. 가볍지만 단단하고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애플의 제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되어 있는 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예술 작품처럼 핀 조명을 맞으며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주눅들거나 허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니.


이 시계를 샵에서 팔길래 사고 싶었는데. 돈이 웬수랄까나.ㅋ


그리고 모빌처럼 모양이 변화하는 전등갓. 꽉 오무리고 있을 때도 활짝 열려 있을 때도 빛이 좋다.


스토케(Stokke)의 각종 아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BMW의 차량용 베이비시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안경같은 것도 있고.


다소 민망하지만 참신하고 단아한 형태의 성인용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GPS기능이 내장되어 지갑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갑.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인 아이템.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렇지만 세련된 플루트. 중학교 때 싸구려 모양 플라스틱 단소로 맞았던 기억이 왜 나는 거지.


디지털 저울이 자체에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


아주아주 매끈하게 생긴 알루미늄 책꽂이. 


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


집에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컴퓨터. 예전엔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가 있더니 이제 컴퓨터 조립 키트가 파는구나.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볼 만한 아이템들이 한 가득. 그래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거 같다. 


출장으로 싱가폴을 갈 때마다 자주 들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전시품들도 규칙적으로 바뀌니만치 갈 때마다


만족스럽다고. 다음에 또 싱가폴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뮤지엄이다.




싱가폴까지 와서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가기로 했다.

 

망고빙수가 유명하다는 집에 가보고 싶었고, 거리를 온통 중국 내음 물씬하게 꾸며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여기서부터는 차이나타운이야!'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역시 거리에는 중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마오쩌둥 배지니, 시뻘건 어록집이니, 아니면 저렇게 뭔가 신기하지만

 

조금은 조잡한 상품들이 가판 진열대마다 그득그득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차이나타운은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분위기, 싱가폴이나 샌프란이나, 아니면 동남아 어디가 되었건.

 

 

그래도 다닥다닥 어깨를 겯고선 건물들의 모양새라거나, 많이 퇴락한 채 곧 벗겨질 듯한 페인트들의 느낌은 역시 좋다.

 

하늘을 종횡하며 가로지르는 홍등도 좋고.

 

망고빙수. 이제 한국에도 많은 빙수 브랜드와 스타일들이 들어와있으니 굳이 새로울 건 없었지만, 망고 함량이 굳.

 

 

그리고는 싱가포르를 들른 사람이면 누구나 들른다는 점보레스토랑으로.

 

 

점보 레스토랑 앞에서 바라본 강 너머의 풍경. 마침 수륙양용배가 지나고 있다.

 

 

여기가 점보. 한자로는 진기할 진에 보물 보,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중의적인 영어 이름 잘 지었지 싶다.

 

워낙 손님이 많이 달리 예약을 하지 않는 한 하나의 커다란 중국식 라운드테이블을 다른 손님들과 나눠쓰게 된다.

 

내가 앉았던 데만 해도 무려 네 개 팀, 아홉명의 인원이 저 테이블을 함께 썼더랬다.

 

점보 레스토랑의 시그너쳐 메뉴, 칠리 크랩.

 

그리고 그에 못지 않다는 페퍼 칠리 크랩.

 

새우볶음밥도 맛보고.

 

칠리크랩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한결 더 찰지게 무르익는 빵까지.

 

음식 사진은 잘 안 올리지만 여긴 한번 남겨둘만 하다 싶어, 메뉴마다 한장씩 열심히 찍어두었다.

 

 

 

가이드북에 이끌려 찾아온 곳. 전통 페라나칸 음식을 조금은 분위기 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페라나칸이란, 누군가의 후예, 후손이란 뜻으로, 그야말로 미국뺨치는 다민족, 다인종이 자연스레 섞여드는 싱가포르의

 

혼혈인종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특히나 아랍과 인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들이 마구 섞인 혼혈 가정의 독특한

 

문화와 음식은 어디선가 경험해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페라나칸 박물관 강추!)

 

이 곳 트루블루는 이미 여러 차례 상도 받고 인증도 받았던 곳인지, 입구에서부터 온갖 상장과 상패들이 즐비하다.

 

그치만 사실 눈길은 이런 재미있는 분수대에 더 쏠리고. 배는 고프고.

 

 

사진이 엉망이지만, 먹는데 바빠 제대로 건질 겨를도 없었다. 이건 치킨과 블랙넛이 들어간 '아얌 부쉬 끌로악'.

 

그리고 이건 정말 조리후에도 손바닥만큼이나 큰 타이거새우와 커리소스가 섞인 '우당 고랭 다온 커리'. 위에 잔뜩 얹힌 이파리는

 

커리 이파리라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바삭바삭하면서 향도 매력적이었던.

 

줄곧 서빙을 옆에서 도와주던 주인 아저씨에 따르자면 삼성가의 자제분들도 즐겨 찾는다는 내실, 페라나칸 문화가 잘 드러나는

 

각종 자수라거나 조각상,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는 내실에도 슬쩍 들러봤다.

 

두리안 빙수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두리안을 좋아라 하다보니 동남아를 찾을 때마다 두리안냄새부터

 

좇아 다니게 되는데, 싱가포르에서 맛봤던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두리안 빙수도 색다른 별미.

 

 

참고로 찍어둔 메뉴판 몇 컷.

 

 

 

 

 

 

 

Chijmes, 차임스라고 읽어야 하지만 자신있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곳은 1980년대까지 수녀님들이 고아들을 돕기 위해 이용한

 

일종의 보육시설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이 곳곳에서 성행하는 데이트 코스이자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집결한 곳.

 

 

아르메니안 교회 정원, 시내 한 가운데에 있지만 굉장히 조용하고 시내의 소음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하얗고 자그마한 교회

 

주변으로는 이렇게 십자가로 고행하는 예수를 담은 십자가의 길이 3D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중앙 소방서. 건물이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게 소방서의 급박하거나 긴장감 넘칠 업무와는 영 딴판.

 

멀라이언 파크에서 싱가포르의 서쪽으로. 남쪽 해안으로는 온통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뒤에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한무더기.

 

무더기째 뭉쳐져 있던 건물들로 한발 재겨딛으면 이렇게 활짝 열리는 미지의 뒷골목.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중앙에서 수시때때로 기획되어 있는 듯한 라이브 공연. 나름 시스루를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헬릭스 브리지. 싱가포르의 다민족, 다인종성을 상징하듯 DNA 나선구조가 거침없이 꽈배기로 용틀임하는 모습을 담았다나.

 

 

물론 다리가 온통 불밝히는 밤도 좋지만 낮에도 걷기 괜찮은 다리,

 

다리가 잇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쪽과 싱가포르 플라이어 쪽의 풍경도 좋다.

 

 

 

다리 중간중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전망대. 저기에서 마리나 베이 저끄트머리의 멀라이온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두리안, 이라는 별칭의 에스플러네이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미술 전시나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려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전통악기 공연이 있다길래 삼십여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연주를 감상.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 때더라, 택시를 탔더니 온통 불상과 힌두교 신들, 혹은 무조건 복을 빌어주는 각종 잡신들, 심지어

 

손님을 빌어주는 일본 고양이인형까지 모아둔 정신사나운 모양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독일 맥주가 굉장굉장굉장히 맛있었던 어느 바. 특히나 더웠던 날 점심부터 맥주를 대차게 마셔줬다.

 

이건 센토사,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남쪽의 리조트 월드 공간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리지널로 경험했으니 패스, 대신 택한 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by law. 아마도 싱가포르의 정류장, 공공시설물, 까페 등등에서 제일 자주 접했던 문구인 듯 하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처음 왔던 싱가포르, 어렸을 적 어마어마한 벌금과 엄격한 법집행에 기반한 공중도덕과 청결한 도시의 화신처럼 배웠고 대학 때도 리콴유의 아시아적 가치 운운하는 이야기에 쎄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내가 사는 한국과 멀지 않다. 츄잉껌을 수입하거나 만들지 않고, 온갖 것에 벌금을 매겨놓고 있는 싱가포르라지만..., 이미 우리는 큰사거리 건널목마다 주춤주춤 문워크중인 차들과 골목마다 눈에 불을 켠 씨씨티비의 천국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또 갑갑하기만 하다. 이번에 들고 온 책이 김세균 서울대 정치과교수의 고별강연집, '사상이 필요하다'였는데 발간된 시점은 박근혜 당선직후쯤. 공저자인 홍세화 전 진보신당대표나 손호철 교수, 계간 문화과학 발행인이었던 강내희 교수 등등 필진은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었고 책도 사둔지 오래건만 여태 펼쳤다 덮길 수차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치적 기본기'란 부제가 무색하도록 세상은 역진중이다.

진보 대 보수, 란 페이크 프레임이 끝내 다른 가능성들을 전부 막아버린 꼴이다. 안철수에 기대한 건 단지 제3의 공간을 열어주길, 양당제로 고착화되는 추세를 조금은 지연시켜주길 바랬던 것 뿐이나 역시. 싱가포르와 한국. 아시아적 가치에 기반한 민주주의,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형식을 빌린 천민자본주의사회란 건, 어쩌면 압축성장을 경험한 풍요로운 경제와 천박하고 미발전한 시민사회 및 지평을 가진 나라의 귀결일지 모른다.

이제 점점 거대해지는 자본권력과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은 누구의 입으로 어떤 공간에서 이야기될 수 있을까. 제3당으로 표상되는 새로운 가능성과 사상이 들어설 자리는 봉쇄되고, 삿된 영웅-안철수-는 그나마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공간을 벌려 스펙트럼을 결과적으로 넓히나 했더니 투항해버리고, 민주당도 안철수도 결국 파이를 키우기보다 있는 파이를 지키는 현실적 선택을 해버린 것 같다.

그저 노무현이 읊조렸듯 말한마디로 치우고 넘기면 편하려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이미 모든 것이 소비일진대 정치 역시 일인일표의 소비행위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뭐가 이상하냐고. 싱가포르, 한국의 근미래에서 한국의 현재로 워프하기 직전, 한발 재겨 딛을 수 밖에.

 

(2014. 3. 2. from FB note.)

 

대략 6, 7층 높이의 인공 산과 인공 폭포.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두 실내 정원 중에 좀더 봉긋하니 올라선 쪽이 클라우드 포레스트.

 

폭포 자체도 거대한 가습기 역할을 하고 있겠지만 곳곳에서 마치 마트의 싱싱코너를 떠올리게 할 만큼 풍성한 습기가 피어오르던.

 

대략 35미터에 이른다는 인공 산은 온통 초록빛 식물로 잔뜩 뒤덮여 어찌 보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잊혀진 왕국 같기도 하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말그대로 열대우림 기후를 재현한 실내 정원. 폭포와 수증기는 그 자체로 두툼한 커튼이 되어

 

열대우림의 식물들을 울울창창하게 키워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고.

 

온통 사방으로 흩날리는 물방울을 각오하고 폭포 아랫도리로 바싹 접근해 봤다.

 

그리고 인공 산의 꼭대기에서부터 실내 정원을 온통 휘감으며 사방으로 내뻗는 트레킹 코스.

 

밖에서 볼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막상 안에 들어오니 훨씬 더 넓고 광활한 공간이란 느낌이다.

 

 

 

곳곳에서 방문객들을 내려다보는 동남아 지역 특유의 토템상들. 아마도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스타일이려나 싶다.

 

그리고 차 한대를 온통 휘감아버린 듯한 연두색 이끼 덩어리들. 잃어버린 도시의 느낌을 한층 더 배가시키는 소품이다.

 

 

그리고 정상까지 엘레베이터로 오른 후 천천히 인공산을 휘감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내려오는 길, 더러는 인공산 바깥으로

 

걷기도 하고, 혹은 인공산 안의 코스를 따라 걷기도 하고. 유리벽 너머 언뜻언뜻 비치는 싱가포르의 시내 모습과 가든 모습들.

 

 

 

옆의 플라워 돔에는 주로 바오밥나무니 다육성식물이 많은 다소간 황무지의 느낌이 있었다면, 여기는 난이나 양치식물이

 

주종을 이루는 풍요로운 녹색의 세계.

 

 

인공 산 정상에 꾸며져 있던 조그마한 연못, 그리고 원숭이들이 점령한 조각배 두 척.

 

 

저 너머로는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이고.

 

내부에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꽃과 나무들이 사방에서 자기 좀 봐달라며 우쭉우쭉 자라있었다.

 

 

 

 

이런 게 바로 마트 싱싱코너의 느낌. 굉장히 시원하거나 상쾌할 거 같아서 머리를 디밀어 봐야 사실 별 느낌없는.

 

그래도 저 자잘한 물방울 덕에 배추니 쌈야채들은 더욱더 싱싱하고 맛나게 보이던.

 

정상에서 내려다본, 클라우드 포레스트의 입구. 아까 내가 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봤더랬다.

 

그리고 비슷한 포즈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원숭이 일가족.

 

마치 기차라도 지나갈 듯한 산을 휘감은 산책로. 그러고 보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스카이워킹을

 

실감케 해주는 코스들이 많다. 슈퍼트리 글로브에서나 여기에서나 발끝이 지릿지릿.

 

 

어떻게 보면 선녀옷에 붙어있다는 날개가 너울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실감나는 깊고 짙은 열대우림 숲속의 느낌. 뜨거운 싱가포르 정오의 햇살도 빽빽한 나무와

 

짙게 피어오른 수증기의 안개구름에 걸려 한결 부드럽고 여릿한 빛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점점 더 교육적인 내용이, 그러니까 숲과 자연 보호 및 지구 온난화 등등의 이슈에 대한, 본격 전개되면서

 

나름 흥미는 자연스레 북돋아졌지만 사진 찍을 거리는 조금 줄어드는 바람에, 출구 직전쯤에 발견한 거대한 악어 목각인형만 한 컷.

 

 

 

 

* 싱가포르 나이트 사파리 안내자료.

 

* 나이트 사파리 왕복 리무진 스케줄

 

* 덕투어 코스

 

*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지도

 

* 차이나타운 도보여행 코스

 

* 리틀 인디아 도보여행 코스

 

* 나이트 사파리 티켓

 

* 싱가포르 플라이어 티켓

 

*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스카이웨이 티켓

 

*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실내정원 티켓

 

*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실내정원, 싱가포르 플라이어, 나이트 사파리 등 입장시의 포토존 서비스 쿠폰

 

과거 싱가포르의 우정청이었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플러턴 호텔, 그 로비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애프터눈티를 맛볼 수 있다는

 

코트야드가 있다. 과거 대만에서 애프터눈티의 호사를 누리고 나서 다시금 이 곳 싱가포르의 애프터눈티도 만끽하겠다며 진출.

 

 

싱가포르의 유명한 티메이커인 TWG에서 특별납품한다는 스페셜티와 함께, 3단 트레이를 꽉꽉 채운 핑거푸드들. 스콘과 타르트와

 

케잌과 샌드위치들은 계속해서 리필이 가능하다. (가격은 얼마였더라..SD 40-50 사이였던 거 같은데, 두어시간의 호사라면야.)

 

 

책도 좀 읽고, 와이파이를 쓰며 잠시 문명과 접합하기도 하고, 사진도 정리하다간 차를 홀짝대고. 그렇게 두세시간이 훌쩍.

 

  플러턴 호텔에서 북쪽의 올드시티로 이어지는 다리. 강철줄로 지탱되니 현수교라고 해야 하나, 고졸한 아치가 살아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다리 밑으로 왠지 아슬아슬 통과해 지나는 유람선들.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고 왕래도 잦은 편이다.

 

 

 

너머로 보이는 건 보트키Boat Quay로 이어지는 적갈빛 지붕의 건물들.

 

 

그리고, 온통 수십층을 훌쩍 넘긴 듯한 거대한 고층빌딩 사이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 플러튼 호텔의 고풍스러움이라니.

 

호텔이 품고 있는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멀라이언 파크, 바다에 대고 물을 토악질해대는 오리지널 말고

 

요렇게 작고 귀여운 미니어쳐도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녀석도 나름 물을 뱉긴 하는데, 아직 연륜이 부족한 듯 질질.

 

 

이미 덕 투어로 근접해서 보았었지만 걸어서 찾아보니 또 다르다. 아무래도 사자와 생선의 기묘한 조합.

 

게다가 이 곳에서 가만히 코를 쫑긋거리면 가까운 아이스크림 샵에서 무려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파는 냄새를 잡아낼 수 있는데,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꼭 코를 벌름거려 위치를 확인 후 기필코 맛볼 것. 굉장히 함량도 높고 맛있었다.

 

 

멀라이언 파크에서 바라본 마리나베이 샌즈와 에스플러네이드, a.k.a. 두리안.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중심부인 슈퍼트리 글로브에서부터 바깥방향으로 크게 돌아 실내 정원으로 가는 길,

 

잔디밭 위에 둥실 떠올라 있는 듯한 커다란 아기 조각상이 시선을 붙잡는다.

 

 

싱가포르 플라이어, Flyer를 바라보고 있는 Dragon Fly의 Flyer. 이런 유머러스함을 녹여낸 건 아마도 작가의 의도려나.

 

 

어느새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그늘 한줌조차 남기지 않는 시간, 그나마 날이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지만 햇살은 만만찮다.

 

 

 

멀찍이 윤곽을 드러내는 실내 정원. 그러고 보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색깔은 보라색인 걸까, 공항에서부터 세련된 보라색이 눈에 띈다.

 

이빨 하나하나 정교하게 새겨진 악어 조각상, 그저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이 자체가 긴의자로 사람들의 쉼터가 된다.

 

그리고 플라워 돔 입장. 두개의 실내 정원 입장료가 근 SD28 이던가, 대충 한화로 이만오천원 선인 거 같은데 아깝지 않았다.

 

 

여기서부턴 그저 식물원 내의 이쁜 꽃들을 담은 사진들.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에서부터 다육식물들, 각종 지역별 특색이 살아있는 정원까지 굉장히 큰 규모로 꾸며진 데도 놀랐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유럽 성의 컨셉을 따르는 거 같아서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저런 인형이 중간중간 화려하게 등장하고.

 

 

 

 

뭐랄까, 식물원 위에서부터 설렁설렁 내려오다 보면 왠지 공주를 지키러 온 기사단과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

 

 

그리고, 탐스럽고 동글동글한 이끼더미가 치덕치덕 달라붙어있던 공간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면 딱 귀여울 거 같은데 딱 발딛을 장소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워뒀다.

 

 

 

 

 

 

2012년 6월, 마리나 베이 샌즈 옆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식물원, 그래서 이름도 베이 옆에 있는 정원이라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이름이 좀 심심하다 싶긴 하지만 무료 개장중인 야외정원, 그 중에서도 슈퍼트리 글로브를 둘러보는 것은 무조건 강추!

 

 

 야외정원과 두 개의 실내정원으로 구성된 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부에서는 오디오 투어용 셔틀이 다니기도 하지만,

 

직접 걸어다녀본 바로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크지 않다. 굳이 셔틀을 이용하지 않고도 중앙의 슈퍼트리 글로브와 몇몇

 

포인트들, 실내정원을 둘러볼 수 있으니 괜시리 겁먹고서 셔틀부터 잡아탈 필요는 없을 듯.

 

 중앙의 슈퍼트리 글로브. 25미터에서 최고 5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 형태 조형들로 가히 이곳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슈퍼트리 글로브를 감싸듯 각국의 식생과 정원 스타일을 살려둔 헤리티지 가든, 그리고 다양하게 꾸며진 산책로들.

 

 두둥. 열대의 왕성한 생명력을 체현한 듯 무섭도록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로 슈퍼트리의 중심부를 발견했을 때의 위압감이란.

 

 

 두 개의 슈퍼트리를 잇는 노란색 다리는 높이 22미터, 길이 128미터의 스카이웨이.

 

 오른쪽으로 바싹 붙어 보이는 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그리고 기하학적인 연속선으로 표현된 슈퍼 트리의 가지, 혹은 잎새들.

 

한켠의 티켓 부스에서 스카이웨이 티켓을 사서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밑에서 볼 때보다 체감컨대 훨씬 높은 느낌.

 

발 밑으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철판, 그 위에 얇게 덧대어진 고무판 덕에 그야말로 스카이 워크, 고스란히 바람에 출렁거리던.

 

 그래도 이런 전망을 굽어볼 수가 있다는 점, 심장이 쫄깃해지는 발밑의 위태로움과 거센 바닷바람만 제하면 정말 멋진 뷰포인트.

 

출렁거리는 현수교처럼, 발가락 끄트머리가 오무라들던 그 스카이웨이 위로 늘어뜨려진 슈퍼트리의 그림자.

 

 멀찍이 보이는 건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 두 개의 실내 정원이 꾸며진 거대한 유리 돔이다.

 

 그리고 또다른 슈퍼트리들 너머 싱가포르 플라이어의 완전한 동그라미가 자리를 잡았으며.

 

 

문득 불어닥친 바람에 바다 위 조각배처럼 출렁이던 스카이웨이 위에서도 태연하게 사진찍기에 몰입하던 사람들.

 

 

 

 한번 끝까지 걷고 나니 왠지 담력이 두둑해져서 다시 반대편까지 한번 더 걸으며 찬찬히 풍경을 완상 중.

 

 설마 이렇게 촘촘하니 강철줄로 연결된 다리가 끊어지기야 하겠어, 여긴 나름 선진국 싱가포르니깐 괜찮을 거란 자기 최면.

 

 

반대편 끝에서 엘레베이터로 다시 내려오기 전, 아무래도 못내 아쉬웠던 점은 이곳은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와야겠구나 싶던.

 

 

 

 

 

 아랍 스트리트가 위치한 부기스 지역에서 리틀 인디아역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곳곳의 공사판 사이로 이런 원색의 아파트도 지나고.

 

 이렇게 깊숙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사람들이 삥 둘러선 공사판 가림막을 지나서 도착한 곳. 그야말로 진짜배기 인도의 축소판.

 

 북적거리는 거리와 시끄러운 인도 음악의 무규칙한 조합. 심지어 무질서하게 지나며 클랙션을 울려대는 차들까지 판박이다.

 

  

 싱가포르의 세련되고 고급진 이미지는 간데없고 끽끽 소리내는 양은냄비를 늘어놓고 온갖 꽃장식을 팔고 있는 가게들.

 

하다못해 건물들 뒷켠의 골목까지 인도스럽도록 신산하다. 이걸 집이라 부를 수 있을지 고심케 만드는 허술한 방벽들.

 

 그리고 조각보만한 공간에서 삐져나와 골목 귀퉁이를 차지한 채 야채를 다듬고 카레냄새를 풍기는 인도 출신의 사람들.

 

 더러는 삐쭉하니 늘어뜨린 나무막대를 따라 온통 뒤엉킨 빨래들을 그나마 단정하게 늘어뜨리느라 여념이 없기도 하고.

 

 

골목마다 숨어있는 힌두교 사원, 모스크, 그리고 불교 사원까지 잡신들이 총망라된 거리에 소만 풀어놓으면 딱 인도겠다.

 

 그리고 값싸보이는 배낭여행객 전용 숙소들과 이메일 체크를 위한 인터넷 까페들이 넘실넘실.

 

이제 싱가포르 시내 남쪽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을 들러보러 택시를 잡아탄 찰나,

 

유리창에 붙은 one singapore이란 표어가 눈길을 끈다. 무슬림이건, 힌디건, 혹은 불교도거나 심지어 파룬궁신도건 간에.

 

 

 

 

 

 싱가포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이트 사파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야간에 개장하는 동물원으로, 저녁 7시부터 개장해서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거나 트레일 코스를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싱가포르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도심내 선택 시티나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티켓을 포함한 왕복 버스편을 사는 게 나은 듯.

 

 

 7시부터 동물원 입구에서는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전통춤과 불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객을 끌어내어 불쇼를 막 시키기도 하고.

 

대략 130여종의 야행성 동물들이 천여마리 득시글거리는 사파리 코스, 트램을 먼저 타고 한바퀴 돌아본 후에 다시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는 게 좋은 거 같다. 트램과 도보 코스가 각기 다른 구역을 섭렵하기 때문에, 사자 포효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좀더 가까운 곳에서 치타와 표범, 하이에나들을 보고 싶다면 꼭 다시 한번 걸어볼 가치가 있다.

 

 

 아래 사진들은 대개 굉장히 흔들렸는데, 트램 위에서 찍지 않고 걷다가 멈춰서 찍은 거라 해도 빛이 너무 부족해서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 불빛들도 달빛과 같은 성질로 동물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거라고 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카메라는 거의 유명무실한 조건.

 

 

 여느 동물원들의 공간들과는 달리 최대한 날것의 생태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도 좋았고, 동물들이 사람들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안배하고 있는 것이 역력한 모습들도 좋았다.

 

 코뿔소를 밤에 보니까 왜 그렇게 무시무시하던지. 하마도 그렇고.

 

 

 

 트램으로 지나는 코스 바로 옆으로는 커다란 개미핥기라거나 온갖 종류의 사슴들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트레일 코스 중에는 커다란 그물망이 쳐진 공간 내에서 이런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도록 해두기도 했고,

 

날다람쥐들이 날아다니도록 풀어두기도 했고. 신기한 동물들, 밤에 보니 더욱 더 신기했던 모습들.

 

 

 이녀석의 팽팽한 근육질 몸뚱이, 근육과 함께 실룩거리던 얼룩무늬들에 매료되어 한참 보고 있었는데

 

이 꼬맹이 녀석도 나랑 같은 느낌이었는지 꼬리를 말고는 어디선가 슬몃 다가와 엉겨붙었다.

 

 그리고 곰.

 

선택시티나 플라이어에서 바로 사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

 

 

 

 

 

마리나 베이 샌즈의 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조명들이 수면 위에서 뛰노는 참이다.

 

  헬릭스 브리지의 DNA 나선구조형 사슬, 매혹적인 보랏빛 자줏빛 구슬들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게 몽환적이다.

 

 잠시 자리를 옮겨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마리나베이샌즈 옆에 새로 조성된 커다란 야외 정원의 야경도 이쁘다더니.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서 즐겼다면 더 이뻤을 텐데 시간을 낼 수가 없어 그냥, 멀찍이서 감상하는 걸로 만족.

 

그리고, 마리나베이샌즈의 레이져쇼, 하루 두어차례 하는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꽝꽝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략 십여분

 

진행되는 레이져쇼와 분수들의 움직임은 해안가에 앉아 맥주 한병 마시며 즐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레이져쇼가 끝난 후에도 거대한 벽처럼 눈앞에 버티고 선 빌딩숲에서는 현란한 불빛이 쉼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28개의 캡슐에 환하게 불을 밝힌 싱가포르 플라이어.

 

 조금 자리를 옮겨 멀라이언 파크 앞에서 바라본 마리나 베이의 해안가 풍경.

 

 어둠 속에 불쑥 드러난 새하얀 멀라이언의 자태. 밤에 보니 표정이 좀더 풍부해 보이기도 하고.

 

센토사에 잠시 갔었을 때 찍어둔 또다른 멀라이언 동상. 이 녀석은 훨씬 더 큰데, 오리지널과는 달리 눈에서 빛도 나고

 

입에서도 빛이 나고. 게다가 사람들이 저 아가리 부위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던가.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멀라이언이 좀더 세련되면서도 표정이 풍부한 거 같아 더 맘에 든다.

 

 

 

 

 싱가포르의 부기스 스트리트와 아랍 스트리트, 말레이시아로부터 연원한 싱가포르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아랍 문화 지역이다.

 

독특한 색감의 그래피티도 보이고, 틈새 하나 없이 벽면을 공유하는 건물들이 양쪽으로 길게 어깨를 겯고 있다.

 

 

 아직 때이른 오전시간, 간간히 열린 까페에는 외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아직은 따뜻한 해바라기중.

 

 

 이쪽은 사실 이슬람 문화가 물씬 배어나는 특색보다도 마치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같이 깨알같은 쇼핑이 가능한 곳으로 유명하다나.

 

곳곳에서 아기자기하게 정돈되어 있는 쇼핑 거리의 간단치 않은 공력이 묻어나온다.

 

나처럼 너무 일찍 도착한 걸까, 일요일 오전 시간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아가씨가 한참을 서성였다.

 

그런가 하면 마치 한국의 삼청동이나 북촌 같은 분위기에서처럼 온라인 쇼핑몰 모델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술탄 모스크, 모스크 안의 아늑한 분위기야 언제나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당장 여기만 봐도 한쪽에선 느긋이 기대앉아 신문을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바지런히 오체투지의 자세로 기도를 하는 모습.

 

2층의 회랑으로 올라가니 영어와 아랍어로 된 코란이 가득. 전세계에서 메카를 향해 정렬해 있을 그 방향을 향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를 따라 늘어선 고층빌딩들이 그려내던 스카이라인과는 영 딴판의 야트막한 건물들,

 

잰 발걸음으로 그 골목통을 돌아나가는 무슬림 아가씨 한 명.

 

 

그림자가 조금씩 짧아지고 짙어지면서,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골목통의 끽해야 이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는, 이렇게 외벽에 송풍기로 또 하나의 벽을 만들어두었다.

 

어느 현관 지붕위, 조그마한 창문턱위에서 삼엄하게 깨져있는 유리조각들 사이로 비죽이 고개를 내민 다육식물 무리.

 

 

이슬람 전통의상이나 카펫 판매상들 사이에서 보이는 술탄 모스크의 울타리. 노란 별과 달이 아스라해졌다.

 

 

가게 한쪽 벽면으로는 아랍 스타일의 타일과 조명기구들로 한껏 아라빅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리고 보기만해도 땀날정도로 폭신하고 따뜻하던 카펫들.

 

홍콩이나 도쿄를 떠올리게 할 법한 빼곡한 고층건물숲으로만 싱가포르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이 곳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이나 다른 인종, 다른 종교의 사람들의 속살거리는 일상을 보고 싶다면 가보기를 추천.

 

 

 

 

 싱가포르의 육로와 해로를 넘나들며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역시, 수륙양용선을 타고 돌아보는 덕 투어.

 

베트남전에 실전 배치되었던 수륙양용선을 타고 1시간을 꽉 채워 싱가포르의 올드 시티 등 중심가를 달리기도 하고

 

바닷길을 따라 마리나 베이 샌즈와 멀라이온 공원 등을 모두 돌아보는 코스에 더해 박식하고 유쾌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 얹혔다.

 

 시청 앞 잔디밭을 지날 즈음, 싱가포르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스포츠라는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시청이나 과거 관공서로 쓰였던 건물들은 2014년 현재 모두 공사중이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육로를 따라 가는 길에 마주친 플래턴 호텔과 그 너머 한뭉텅이의 빌딩숲.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의 위풍당당한 모습.

 

 

아무래도 근 50년전 전장에 참전했던 노병인지라 엔진 소리가 위태위태하다 싶더니, 슬슬 육로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F1 트랙이 있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 맞은편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향해 내닫는 차.

 

 이제 저 아래 바다로 이어진 길을 내달리면 차가 배가 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충격과 물결이 일더니 배 안쪽으로 파도가 왈칵.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이고, 앞의 건물은 F1 레이스 대회 때 차량들을 정비하고 준비시키는 서킷 관리동.

 

 

 털털거리며 달리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물 위에서는 제법 아늑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엔진 소리도 크지 않고.

 

플라이어를 정면에 둔 시점에 놓치지 않고 다시 한 장.

 

 무려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관객석, 그 앞에는 수상 경기장이 있는데 각종 구기종목을 커버할 수 있어 보였다.

 

두리안 두 덩이. 그러고 보니 동남아에 갈 때마다 두리안을 만끽하고 돌아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두리안 빙수,

 

두리안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직은 철이른 생 두리안까지.

 

 

싱가포르의 상징이랄 수 있는 멀라이온 분수대. 사자와 인어를 섞어둔 이 기묘한 생물체는 사실 사자와 생선을 섞어둔 느낌.

 

 

그리고 크게 한바퀴 선회하며 싱가포르의 핵심부인 고층 빌딩숲 세덩이를 일별하고.

 

 건너편 해안가에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수면위로 육박해들어오는 마리나 베이 샌즈.

 

 

다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야자수 나무 키를 훌쩍 넘어선 야외 정원의 슈퍼트리들.

 

 

 그리고 싱가포르 부동산 경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화려한 아파트 건물. 5년 전에 비해 가격이 열배가 뛰었다나.

 

가이드 아저씨가 자못 억울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자신이 놓친 부동산 투기의 기회를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더라.

 

 

 

그렇게 슬쩍 싱가포르 외항까지 나갔다가 들어온 배는 다시 차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이번에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큰 충격이나 흔들림없이 지상으로 귀환하다.

 

 타고 나서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된 수륙양용차의 위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간다는 싱가포르의 마천루 풍경, 그 한쪽 어귀를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특히나 야경에는 빼놓을 수 없는 그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물경 지상 165미터에 이르러 근 4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한다는

 

그 대관람차에 탑승, 어둠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대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3월 현재 싱가포르의 저녁은 8시에야 시작.

 

 

총 28개의 커다란 캡슐로 구성되어 28분에 한바퀴를 완전히 돌게 되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캡슐은 각기 특색이 있어

 

모엣샹동 와인을 제공한다거나 애프터눈티를 제공한다거나, 심지어 결혼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탄 건 일반 캡슐,

 

중국과 일본과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들과 여덟 좌석을 넉넉히 채웠다.

 

탑승시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돌아가는 캡슐.

 

슬슬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 플라이어의 앞마당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F1 트랙으로 쓰이는 플라이어 옆의 도로들이 보이고는, 바다 너머 가든 바이 더 베이의 실루엣이 움찔움찔.

 

 

계속된 간척사업으로 지금의 사이즈를 이루어낸 싱가포르, 더이상의 간척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이제는 재개발이란다.

 

도시 곳곳에서 낡고 낮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이 솟아나는 중이다. 마치 장마철 우산이끼들처럼.

 

가든 바이 더 베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쓰긴 하지만, 고유명사라기엔 뭣할 정도로 네이밍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만 옆에 있는 정원'이라, 이건 거의 위치에 대한 설명일 뿐 저 아름다운 야외정원과 실내 식물원을 묘사하지 않는다.

 

사실 플라이어 위에서 저 야외정원의 야경을 굽어보고 싶었는데, 싱가포르의 길고 긴 해를 원망할 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동으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 위에 척하니 수영장을 얹어 놓은 그 희대의 건축학적 상상력이라니.

 

그 너머 크레인이 촘촘하게 늘어선 곳은 수년 내로 또다른 빌딩숲을 세워올릴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리안.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길고 파란만장해보이는 (왠지 환타지 소설을 연상케 하는) 이름 대신에 쉽고 간편한 이름을

 

가진 콘서트홀이자 전시공간이 두 덩이 웅크리고 있는 너머, 희뿌옇게 슬금슬금 석양을 준비중인 하늘을 배경으로 조밀한 빌딩들.

 

그 와중에 왼쪽 귀퉁이에서 물을 토해내고 있는 멀라이언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캡슐의 높이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즈음, 살짝 앞엣 캡슐의 유리창 둘레에 조명이 켜졌다. 아쉽게나마 노란 햇살도 나리는 참.

 

 

클래식한 풍채의 넓데데한 플래턴 호텔, 과거에는 저 건물에서부터 우편배달선이 왕래했다는 우정청이었다던가.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피어난 연꽃모양 박물관, 연꽃..이 맞겠지? 동남아에 지천인 두툼하고 아름다운 다른 꽃일지도 모르겠다.

 

캡슐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 직전, DNA의 나선구조를 따서 만들었다는 헬릭스 브리지를 바닥에 깔고,

 

그처럼 중국과 말레이시아와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온통 비틀린 채 뒤섞인 싱가포르의 건물들이 눈앞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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