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Chijmes, 차임스라고 읽어야 하지만 자신있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곳은 1980년대까지 수녀님들이 고아들을 돕기 위해 이용한

 

일종의 보육시설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이 곳곳에서 성행하는 데이트 코스이자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집결한 곳.

 

 

아르메니안 교회 정원, 시내 한 가운데에 있지만 굉장히 조용하고 시내의 소음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하얗고 자그마한 교회

 

주변으로는 이렇게 십자가로 고행하는 예수를 담은 십자가의 길이 3D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중앙 소방서. 건물이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게 소방서의 급박하거나 긴장감 넘칠 업무와는 영 딴판.

 

멀라이언 파크에서 싱가포르의 서쪽으로. 남쪽 해안으로는 온통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뒤에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한무더기.

 

무더기째 뭉쳐져 있던 건물들로 한발 재겨딛으면 이렇게 활짝 열리는 미지의 뒷골목.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중앙에서 수시때때로 기획되어 있는 듯한 라이브 공연. 나름 시스루를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헬릭스 브리지. 싱가포르의 다민족, 다인종성을 상징하듯 DNA 나선구조가 거침없이 꽈배기로 용틀임하는 모습을 담았다나.

 

 

물론 다리가 온통 불밝히는 밤도 좋지만 낮에도 걷기 괜찮은 다리,

 

다리가 잇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쪽과 싱가포르 플라이어 쪽의 풍경도 좋다.

 

 

 

다리 중간중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전망대. 저기에서 마리나 베이 저끄트머리의 멀라이온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두리안, 이라는 별칭의 에스플러네이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미술 전시나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려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전통악기 공연이 있다길래 삼십여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연주를 감상.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 때더라, 택시를 탔더니 온통 불상과 힌두교 신들, 혹은 무조건 복을 빌어주는 각종 잡신들, 심지어

 

손님을 빌어주는 일본 고양이인형까지 모아둔 정신사나운 모양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독일 맥주가 굉장굉장굉장히 맛있었던 어느 바. 특히나 더웠던 날 점심부터 맥주를 대차게 마셔줬다.

 

이건 센토사,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남쪽의 리조트 월드 공간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리지널로 경험했으니 패스, 대신 택한 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예전에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 문을 넘어서, 아주아주 놀라운 걸 보여주겠다며 리포터가 이 문 앞에서

방방 뛰면서 들떠있던 모습.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몰이다.

두바이나 카타르 등 아랍권에 있는 쇼핑몰들은 대개 유렵의 브랜드로 꽉 차 있고, 디자인 자체도 유럽식이다.

아무래도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있는데다 이쪽에서 '선진국'으로 선망하는 지역이 유럽이어서,

햇살귀한 유럽에서 요새 각광받는 휴양지가 이쪽이어서 서로의 관계가 긴밀할 수 밖에 없을 게다.

재작년 파리에 가서 빵맛에 감동했던 '뽈(PAUL)'도 입점해 있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여기다. 안내판 중에 중간쯤, "Ski Dubai".

열사의 땅 아랍국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한 가운데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스키장인 거다.

스키 두바이로 가는 길, 조금씩 풍경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고드름이 매달리기 시작하고, 차가운 푸른색

계열로 벽면이 도배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2층에선 빙하기에 살았던 맘모스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저쪽, 뭔가 희끗희끗한 풍경이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뭔가를 구경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자연광 대신 촘촘히 박힌 조명 아래, 리프트도 보이고 하얗게 눈덮인 슬로프, 게다가 군데군데 박혀 서 있는

펭귄까지.

눈을 수북이 이고 있는 침엽수 옆에서 꽁꽁 싸입고 담소 중인 (아마도) 요원들.

슬로프가 끝나는 지점. 뭔가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게 아니라 그냥 벽면 전체를 건물처럼 만들어두어서 다소

답답해 보이긴 한다. 사실 슬로프도 그렇게 길진 않고 네모난 박스 안에 꽉 짜서 옴쭉달싹도 못하게 넣어버린

느낌이라, 밖에서 보기엔 좀 갑갑해 보인다. 안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폭도 그렇게 넓은 거 같진 않은데, 몇 명이 휙~ 하면서 슬로프 위를 내닫길래 얼른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놓치고

말았다. 한참 기다려도 여전히 텅텅 빈 상태인 슬로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거 같진 않다.

유리에 손을 대면 많이 차갑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이미 에어콘이 맹렬하게

틀어져있는 쇼핑몰 내부의 온도가 내려갈만큼 내려가 있어서일 수도 있겠고, 유리가 꽤나 두꺼운 덕분인지도.

귀엽지만 왠지 덩그마니 놓여있는 펭귄. 얼마전인가 '1박2일' 퀴즈 중에 남극하면 떠오르는 동물, 의 답이

펭귄이었댄다. 북극은 곰, 남극은 펭귄.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 하나 배웠다.

두바이에 스키장이 작으나마 생겨서 좋은 점은, 아마도 이렇게 데코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가 조금더 다양해졌단

점 아닐까. '스키 두바이' 주변 상점은 온통 설원의 풍경, 눈사람 이미지들이 넘실댔다. 5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나라에서, 눈 내리는 거 한번 구경해 보지 못했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스키장'이라니, 꽤나 참신하긴 하다.

이런 식으로 육각 별모양 눈꽃송이 이미지를 여기 아니면 두바이 어디서 또 써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에미레이트몰 내부의 마켓에서 발견한 향신료 코너. 이스탄불에서였던가, 과거 향신료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던 올드 바자르에서 익숙하게 봤던 그 풍경이다. 꺼칠해 보이는 질감의 푸대에 양껏 담긴 채 서로서로

기대선 향신료들, 그리고 그 강렬한 냄새와 다채로운 색깔.

한쪽에는 이렇게 카펫이 빨랫감들처럼 축축 널려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 왠 카펫이 필요한지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어그'신발도 호주의 서퍼들이 모래사장에서 신던 신발이라니까.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 싶다.

어느 나라던 마켓 구경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화려한 색깔의 물담뱃대, 그리고 자그마한 크기의 액세서리니 물그릇이니. 저런 건 몇개쯤 우르르 사서 한꺼번에

장식해 둬야 이쁘지 하나만 덜렁 이쁘다고 사놓으면 제대로 분위기가 안 난다.

어딜 가던 한 장씩은 꼭 찍어두는 화장실 사진. 그다지 특징은 없지만서도.



온통 공사중 표지판으로 도로가 성치 않은 도하의 중심가에는 '시티 센터'라는 쇼핑센터가 있었다. 3-4층쯤 되는

건물은 얼핏 보기엔 한국의 쇼핑몰과 비슷해 보였지만, 가만..비슷한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싶다.

반짝이는 두 눈만 가린 채 온몸을 까만 천으로 둘둘 감은 여자들이 대체 언제 어디서 저런 야시시한 옷들을 입는단

얘길까.

듣자 하니,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족간의 결혼이 심심치 않은 카타르에서는, 결혼식 날의 몸치장을 위해 정말

돈을 아끼지 않고 값비싼 명품들을 몸에 휘감는다고 했다. 향수, 란제리, 악세사리, 옷까지. 그렇다면 이 발랄하고

깜찍한 옷들의 수요가 어느정도 설명이...될 리 없단 말이다.

대체 누가, 언제 입는 걸까. 혹시 까만 두루마리 옷 아래엔 저런 밝고 화려한 옷차림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차마

찍지는 못했지만 란제리류도 정말 화려한 것들이 잔뜩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는데..어쩜 생각보다 카타르나 아랍권

국가들의 여성들은 히잡과 긴 검정장옷으로 외부의 시선을 가리고는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런 도발적인 표정을 한 여성의 포스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것도 서양이나 우리나라, 그니까 비 아랍권세계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살짝 다르다. 뭐냐면, 저 두드러지게 강조된 눈화장. 아무리 살짝살짝 드러나는 손과 팔목에

타투를 한다거나 해도 역시 상대의 이목을 끄는 데는 반짝이는 보석같은 눈만한 게 없는 게다. 다들 어찌나 눈이

이뿌던지.

스타벅스는 사우디, 카타르, 그리고 쿠웨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그래서 빅맥지수 대신에 스타벅스지수같은

거 발표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커피빈은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거 같다. 저 꼬불꼬불한 글자가

머, 대충 커피빈이란 뜻이겠거니.

약간 한국의 커피빈과 메뉴판이 달랐다. 굵직한 초코칩이 씹히는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시켰는데, 휘핑크림맛이

뭐랄까, 좀더 느끼하면서 뭉글거린다. 음식류가 세계화되려면 무엇보다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어야

함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음식에 자신이 없는 미국인들이 맥도널드로 쉽게 발걸음을 옮긴다는

얘기인데, 적어도 그런 균질한 맛을 낸다는 측면에서는 커피빈이나 스타벅스나..좀 모자른 감이 없지않다. 물론

아랍쪽 사람들이 이런 휘핑크림이나 커피맛을 즐기기 때문에 다소 현지화된 거겠지만.

마치 롯데월드처럼 둥그런 아이스링크장을 쇼핑몰 한쪽에 품고 있었다. 쇼핑몰 안은 에어콘이 빵빵해서 더위를

실제로 느끼긴 쉽지 않았지만, 둥그런 유리천장으로 내리쬐는 햇볕만으로도 스케이트 타고 싶은 맘이 불쑥 동해

버렸다. 그야말로 태양이 발광, 작렬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을 거슬러 고개를 들어보니 유리 돔 너머 건설중인 고층 빌딩 두 채가 나란히 보인다. 쌍둥이 빌딩

같은 건가, 둘이 비슷한 게 마주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유리돔 한켠에서 중심부를 향해 쏘아진 화살촉 모양의 저 깃발들...뭘까.

2008년 한국에서 사는 사람에게 노출된 두가지 비상식. 쇼핑몰 곳곳에서 눈에 띄는 저런 금연 경고판.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어여삐 여기사 흡연으로 서로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할새', 정부 공보물인 건지 금연 홍보물인지, 아님

협박을 하겠다는 건지 잘 포인트가 안 잡힌다. 또 하나의 비상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거리낌없이

흡연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곧게 편 두 손가락 끄트머리쯤에 담배

밑둥아리를 조여놓고 살짝 내민 입술에 꼽아놓고는, 라이터불을 들이대며 가볍게 빨아올린다. 치이익. 뻐끔.

맵을 보면 코엑스몰이나 다른 한국의 쇼핑몰에 비해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는데 실제론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갔을 때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R'의 공포가 닥쳐들고 있었을 때였는데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쇼핑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뭔가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던 게다. 뭐..현찰을 그득 쥐고 있는 오일머니라는 이미지가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해서 무조건 좋게 해석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바틸..이라고 읽어야 할까. 아랍권에서 아주아주 유명한 대추야자 전문샵이라고 한다. 그저 길가 대추야자나무에서

농익은 채 뚝뚝 떨어지던 대추야자를 가지고, 마치 고급 초콜렛들을 치장하는 듯한 방식으로 한단계 가공을 더

한 셈이다. 내가 대추야자를 처음 접한 건 이집트 시와 오아시스마을에서 길가 대추야자를 마음껏 따먹은 때였고,

룩소 등지에서도 그냥 따먹고 다녔던 거 같다. 그 이후에는 돈주고 사먹는다는 게 영 어색했었지만 결국 얼마전

파리에 갔을 때는 술안주 삼아 사먹고 말았었는데, 이제 자연의 선물인 달고단 대추야자를 그냥 따먹던 단계에서

돈주고 사먹는 단계로, 그리고 보다 고급화된 치장을 거친 차별화된 상품을 접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내가 산 건 아니고, 현지에서 선물로 받은 거다. 잘 익은 대추야자는 정말 혀가 아리도록 달다. 뭐 대추야자를 절반

쪼개서 안에 뭔가를 집어넣기도 하고, 뭔가를 발라놓기도 하고, 그 질리도록 단 맛에 뭔가를 계속 변주해내고

있었지만, 난 그냥 잘 익은 대추야자를 천천히 녹여먹는 게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근데 저렇게 꾸며놓으니 이뿌긴

꽤 이뿐 거 같은 데다가,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포장 박스까지. 바틸..바텔..? 바띨..? 모르겠다.

또다시 화장실 씬. 아랍권 모스크에선 어디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발을 씻으라고 마련된 수도꼭지들이다. 화장실

한 켠에 이렇게 몇개 발씻기 전용 수도꼭지를 마련해 놓았는데, 쓰는 사람이 있나 싶어 기다려본 몇 분동안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따카타르 도하에는 VIllaggio라는 쇼핑몰이 유명하다고 한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잠시 호텔을 벗어나 택시를 탔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도 드문드문 조명이 몇 개 건물을 둥실하게 떠올렸다. 모스크의 단정한 흰색 미나렛이

택시 차창에 바싹 달라붙은 내 눈에 포착.

난...빌라지오, Villaggio는 도하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이란 것만 알고 왔을 뿐이고, 심지어는

그 철자조차 제대로 몰랐어서 간판부터 한 장 찍어놓을랬더니 또다시 경비원이 막아섰을 뿐이고..

거대한 단층짜리 쇼핑몰이었다. 출구도 사방팔방으로 나 있어서 애초 들어왔던 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이곳은,

천장이 워낙 높아서 실내의 매장들이 2층짜리 건물처럼 외양을 꾸며놓았다. 그리고 높은 천장에 그려진 하늘빛의

말간 하늘. 스타벅스 매장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한 유럽 브랜드가 많이 보인다. 파리 샹들리제 거리에서

들러 향수를 폭폭 뿌리고 다시 나섰던 SEPHORA 간판도 뒤에 보이고, PAUL같은 베이커리점도 너무 반가웠다.

한국의 코엑스 쇼핑몰과 비슷하지만, 지하에 위치해 있고 천장이 낮아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드는 그곳과는 달리

하늘이 그려진 높은 천장, 그리고 유럽의 거리 한 블럭을 고대로 떼어온 듯한 매장들의 외장이 훨씬 우아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런 휴식공간도 뭔가 좀더 아늑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코엑스몰보다 훨씬 적어서 유유히

돌아볼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 이제 흰옷을 펄럭이며 머릿수건을 흩날리는 아랍 남성과

검은 옷으로 둘둘 감은 채 보석같은 두눈만 반짝이는 아랍 여성을 보는 데에는 살짝 익숙해지고 있었으니 그건

빼고라도.

아랍 브랜드도 꽤나 많이 입점해 있었지만, 그 와중에 한국 브랜드가 하나 보였다. 다른 곳들에 비해 너무 심심한

외양에 살짝 실망하고 바로 스킵. 한국 브랜드건 외국 브랜드건 뭔가 발걸음을 끌어야 들어가서 구경을 하지, 이

먼 만리타향까지 나와서 눈에 딱 띄이지도 않고 국내와도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국내 브랜드점을 구경하는 데

쓸 시간은 없다.

중간중간 카타르의 민속공예품, 기념품들을 파는 샵이 있었다. 이곳도 한국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싶은 거는,

그런 류의 특산 기념품들이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었단 점. 물 담배와 파이프, 단검모양

장식품과 보석류, 그리고 약간의 인형류와 냉장고 자석..그리고 이미 이집트나 사우디의 기념품점들을 구경해 본

나로서는 그 나라들에서 팔던 기념품들 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내 보는 눈이 미욱해서인지, 아님 내가 그런 곳만

갔던 건지는 모르겠으되, 아랍권의 토산품들은 보이지만 개별 국가들의 특산품은 안 보인달까. 조금만 생각을

펼쳐보면 애초 아랍 문화권으로 엉성하게 묶이던 지역을 이리저리 개별 '영토'로 구획하고 절개한 '근대국가'로서

정체성 찾기와 역사 재구성의 과정이 일천해서일지도...그렇담 우리 나라는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아래 개별

지역의 정체성을 아직 못 찾고 있어서 그런건가. '한국인'의 외피 아래 숨어있는 탐라인들, 경주인들, 부여인들의

정체성과 지역사를 살려내는 게 지갑을 열고 싶게 만드는 기념품들을 만드는 첩경일지도 모르겠다.

빌라지오가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가운데에 자그마한 십자 형태, 거의 일자 형태의 수로가 있고 거기에 마치

베네치아 쯤에서나 볼 법한 곤돌라가 떠 다니고 있어서라고 한다. 그 수로 한쪽 끝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버렸다.

작은 광장같은 느낌으로 둥그렇게 트인 공간에, 저렇게 선착장이 있고 가족들이 배를 기다렸다가 타고, 내리고

하는 거다. 이쯤 되니 점점 이곳이 아랍 지역인지, 아님 유럽의 어느 쇼핑몰인건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한다.

가까이 가서 살펴본 곤돌라는 다소..짝퉁의 느낌이 강하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봤던 거 같은 조악한 플라스틱

껍데기가 씌워진 배하며, 저 쌩 알루미늄 삘로 충만한 노하며. 그나마 붉은 가죽을 쓴 듯한 의자가 좀 쌈빡하지만

왠지 '레쟈'같다. 좀 통나무를 깍아만든 클래식한 느낌의 배였다면, 그리고 좀 손때가 묻어나는 노하였다면 훨씬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다. 그리고 이곳이 카타르를 비롯한 아랍지역 갑부들이 와서 돈쓰며 놀다간다는 그런 유명한

쇼핑몰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치만 그렇게 너무 가까이 들이대서 꼬투리 잡으려 눈에 불을 켜지만 않는다면, 이 곳은 정말 꽤나 괜찮다. 이

운치있는 가로등하며, 수로 주위를 둘러친 울타리도 그렇고..바닥의 포석도 무신경한 듯 시크한 비닐장판 따위가

아니라 벽돌을 직접 깔아놓은 것 같다.

물이 새파란 거야 바닥에 파란 색을 칠해 놨으니 그렇다고 쳐도, 저 이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래를 떠다니는

곤돌라과 주변의 운치있는 건물모양 매장들을 보며 차 한잔 정도는 하는 것도 꽤 괜찮지 싶다.

이런 자그마한 다리도 있었다. 귀여워귀여워..ㅜ 모든 작은 것들이 귀여운 것처럼, 이 다리도 수로도, 자그맣게

축소된 것들이라 더 이뿐 거 같기도 하다. 그치만 또 어떻게 보면 장난스럽다 싶기도 하고.

한 곳에는 저런 공연장도 있고, 지금은 뭔가 공사중인 듯 하다. 구역마다 약간씩 분위기가 다르고, 컨셉도 살짝

다른 게, 건물들의 외관이나 천장의 그림이 달라졌다.

연붉은 색으로 노을진 하늘 아래 반짝이는 곤돌라. 여기가 수로의 다른 쪽 끝이다. 걸어온 거리를 보니 꽤나

길었던 거 같다. 막 곤돌라에 탑승하는 아랍인 부녀..인 듯 하다.

옷에 붙어있는 택을 가만히 보니까,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다섯 국가의 화폐 단위로

금액이 붙어있다. 이 나라들에서 온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란 뜻이겠지.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여기를 굳이 올

리는 없으니, 역시 내 생각대로 아랍 지역의 부유층이 유럽 분위기를 느끼며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여기에 오는 거

같다. 자그마한 형태로 축소된 유럽식 테마파크.

심증이 굳어지니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들이 모두 그 심증을 굳히는 단서들로 보인다. 쇼핑몰 한 귀퉁이에서 마치

BGM처럼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 저들은, 파리 지하철역에서 그토록 쉽게 보이던 악사들을 따라한 거 같고,

유럽 분위기를 내려고 '알바'를 고용해서 쓰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난 한 무리의 '있어보이는 사람들'. 유한계층의 표징처럼 느껴지는 저 하이얀 옷을

나빌레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포스와 기품이...왕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또 보이는 검은 옷의 여인들. 여기는 사우디랑 달리 여성들끼리도 자유롭게 거리를 나서고, 옷차림도

그렇게 까탈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쇼핑몰이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카타르 자체가 훨씬 개방적인 분위기여서일까.

가만히 저 검정색 장옷도 보다보니까 여기저기 멋을 낼만한 구석이 있었다. 소매 끝에 자수를 화려하게 넣는다거나

천의 재질 자체를 고급스런 광택이나 텍스타일이 느껴지도록 한다거나.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한국산 천이 가장

고급 소재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그 천 자체에서 미감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딱 보기만

해도 어디 천인지, 고급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훌쩍 지나고, 갑작스런 호출 때문에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나서는 길. 빌라지오 앞에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급차들을 지나쳐 택시를 잡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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