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


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





올댓재즈였던가, 핸드폰에 묵혀둔 케케묵은 사진인지라 어디에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등신대 크기의 남자와 여자가 자못 분위기 넘치는 포즈를 잡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겠다만


혹여 여자의 잘록한 허리라거나 남자의 근육질 팔목에 혹해 이성을 좇아 문을 열지 모를 일이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1. 첫삽을 뜬 이래로 한달, 중간점검.

 

2015년 5월 23일, photo by myself



이제 건물의 근간은 어느 정도 선 상태, 화창한 날에 현장을 찾아서 요리조리 둘러봤다. 물론 어머니가 지적한 것들을


다시 반영하느라 아버지가 고쳐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창문이 더 커진다거나 하는 외관상의 변화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내외의 공간 구획은 확정이라 봐도 좋겠다.


개울가 바로 앞에 버티고 선 2층짜리 건물. 아시바..라고 하나, 건물 외벽의 작업용 구조물은 아직 떼어내려면 멀었다.


외벽에는 이제 절반 가량은 현무암으로 치장을 할 예정이고, 나머지 절반도 노출 콘크리트를 좀더 광택있고 부드럽게


다듬어야 하는 작업이 남았다고 한다.



사방에서 둘러본 외관. 


왼쪽 아래가 건물의 입구. 현관 되시겠다. 그러고 보니 건물의 2층 외벽면이 제법 울퉁불퉁하니 느낌이 좋다.



큼직큼직하게 사방에 난 창문들도 그렇지만,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노출될 예정인 곳들의 질감이 눈에 확 띈다.


지금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좀 다듬고 광택을 주는 작업을 하면 훨씬 이뻐질 거라고.


타단~ 현관을 거쳐 들어가면 보이는 첫 장면. 


그리고 1층 거실에서 보여질 외부 풍경이다. 좀더 키우기로 했으니 이보다 더 탁 트인 풍경이 보일 듯.


1층 안방의 화장실 창문. 


그리고 안방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1층에는 거실과 안방, 부엌 공간이 배치될 예정.


이게 아마 부엌이 될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이던가. 


여기가 보일러실..이었던가. 아직 그다지 외부 풍경이 낯익지 않은데다가 내부에도 특징이 없으니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뭐, 하여튼 그렇다. 사방이 초록초록. 그리고 큼직한 창문들이 있다는 사실.



여긴 어디 창문이더라, 아래로 개울이 흐르고 저만치 다리가 놓인 게 한눈에 보이는 게 좋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 지적사항'은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일일이 체크하고 변경이 가능한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시고, 그렇게 두분은 머리를 맞대고 후끈한 토론을 거치며 집을 지으시는 중. 여기는


이만큼 창문을 더 넓히라는 지시가 틀림없이 반영되기로 약조를 맺은 현장.


그리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간이 계단. 나중에는 저 창문의 우측 경사도에 맞추어 나무 계단으로 제대로


만들어지겠지만 당장 공사중에는 이렇게 생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갈 수만 있으면 된다는 계단으로


충분한 거다. 다소 흔들흔들하고 위험해 보이기는 해도 막상 올라가보니 잡을 데도 많고 안전하더라는.



2층 테라스. 다소 고심하게 되는 저 동그란 구멍 디자인. 그대로도 괜찮을지 아니면 다른 개선안이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듯. 어쨌거나 여긴 비오는 날 흔들의자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며 와인 한병 까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


그리고 2층에는 방이 두개. 그리고 창고가 하나. 여기는 그중 동생이 쓰게 될 방.




여기는 올라오는 계단이 끝나는 바로 옆에 만들어질 자그마한 창고방. 


거기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


그리고 2층의 또다른 방, 내방. 


이건 내방 화장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주금산의 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간이 계단. 나중에 여기는 그냥 막힌 창문으로 마감될 듯.


비좁은 틈새로 가까스로 올라와보면 보이는 풍경. 여기는 이제 길쭉한 고깔 모양의 창문으로 덮일 거니깐.



이웃한 다른 전원주택들. 애초 부모님이 고려했던 모양새 중에도 저런 '유럽식' 고깔 지붕이 잠시 존재했다가


순식간에 지금과 같은 갤러리 형태의 건물로 바뀌었다.



여기는 테라스 바로 위. 이렇게 두개의 구멍이 위로 뚫려 있지만 나중에는 역시 고깔 모양의 창문으로 덮을 예정.




그리고 나중에 건물이 점점 정리되면서 비교해보는 재미를 위해 찍어둔 구석구석. 


아, 여기는 이 집에서 전적으로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 나중에 연못이나 수조 같은 식으로 쓰실 거라는데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지는 오리무중.


어느새 한달, 생각보다 집은 빠르게 지어지고 있는 참이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13. 내부바닥 단열재 시공 및 옥상빗물 홍통파이프 설치

 

2015년 4월 25일, photo by father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것을 보더니 주위에 먼저 집을 짓고 살고 계시던 분들이 물어보셨다고 했다. 지하실을 파는 건줄

 

알았다고, 엄청 단단해 보이게 짓는 게 지진이 나도 괜찮겠다고 하셨다나.

 

이제 다음스텝은 땅의 습기가 올라오지 않게 내부 바닥에 비닐을 먼저 깔고 단열재를 시공할 차례. 두툼한 단열재가

 

매트리스처럼 집의 바닥을 빈틈없이 덮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흘러내릴 빗물을 받아낼 홈통 파이프의 위치를 잡고 설치 완료까지.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7. 외벽 무늬재 도착.

 

2015년 4월 19일.

 

 

컨테이너 박스가 서 있는 옆으로,

 

전기 계량기가 달려있는 곳 오른켠으로,

 

대리석블럭들과 나무판재들이 잔뜩 쌓였다. 나무판재 같은 경우에는 외벽에 콘크리트를 날것으로 드러낼 때 무늬를

 

남겨놓기 위한 거푸집으로 쓰일 예정이고, 대리석블럭들은 집터를 구분짓는 경계석들로 활용될 거라..고 하셨던가.

 

건물 외벽에 이쁘게 무늬를 남기기 위해서 일부러 별도로 주문한 나무판재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역시 무늬가 꽤나

 

고운데다가 나무도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길가쪽으로 세울 돌담길과 현관문 양쪽으로 입체감을 더할 둥글둥글 깎인 돌덩이들.

 

아직 무엇을 쓸지 확실치 않아서 둥글둥글한 거 말고도 이렇게 각진 것들도 몇개 갖다둔 상태.

 

땅을 측량하고 나서 남은 흔적들. 저 빨간 지지대가 아마도 대지와 전답을 구분하는 기준점인 건가, 잘 모르겠지만.

 

 

아니면 그저 토지 측량을 위한 기준점인지도 모르겠다.

 

집터 중간쯤에 서 있는 가지가 무성한 덤불같은 나무, 들를 때마다 쑥쑥 자라난 잎망울들이 어느샌가 잔뜩 터졌다.

 

아쉽게도 이 나무는 공사 이후에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거 같은데.

 

 

그리고 현장 사무실로 쓰일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내다본 풍경. 봄비가 내리는 연둣빛 풍경이 새하얗다.

 

그리고 공사 현황이라거나 필요한 메모들을 위한 현황판까지 갖춰진 내부.

 

한개 삼천원하는 의자도 다이소에서 세개나 구입했고 저렇게 책상까지 하나 놔두니 현장 사무실 느낌이 물씬.

 

 

그리고 그칠 듯 이어지는 비로 불어난 물 덕분에 냇가는 제법 시끄러운 물소리도 낼 줄 안다.

 

돌아나오기 전 조금 멀리서 내려다본 전경. 컨테이너에서 오른쪽 경운기 있는 곳을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즈음까지.

 

이제 터를 다지고 골조를 세울 차례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 집터를 두고 상상하기.

 

 

2015년 4월초.

 

부모님을 따라 처음 가 본 땅. 내 집도 아니고 내 땅이라니. 아마도 3개월 정도면 이 헐벗은 땅에 집이 올라선단다.

 

언제던가, 어렸을 적 아버지가 당신의 일에 대해 '지구의 표면을 조각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렇게 여태껏 조각했을 땅거죽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집 앞에는 조그마한 내가 흐르고 역시 조그마한 다리 하나가 걸쳐져 있다. 그리고 집터 양쪽으로는 잣나무와 소나무숲.

 

 

다리는 무려 1974년에 지어졌다는 표식이 선연하고, 그렇지만 꽤나 두텁고 튼튼해보여서 안심.

 

집터를 단단히 받치고 선 석축, 냇가에 있는 동그란 우물 같은 건 농번기에 물을 보관해두고 쓰려는 공간이랬던가.

 

냇가로 내려갈 수 있는 돌계단도 갖추긴 했는데 온통 잡풀더미로 가려져 있어서 나중에 정돈을 해야겠다.

 

집터 한가운데쯤에 있는 배수구, 여기 어딘가쯤에 집의 네 벽을 세울지부터 정하고 내부를 어떻게 할지는 그다음이다.

 

 

 

그와중에 아버지 아이디어, 배수구에서 흘러내리는 저 까만 배관을 감출 수 있을 만한 장식품을 찾아봐야겠다!

 

 

집터 바로 옆에 있는 큰길가, 지금도 바윗돌들로 길과 집터의 경계가 잡혀있지만 여길 어떻게 정돈하고 정원을 꾸밀지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 울타리를 칠지 아니면 바윗돌을 좀더 높게 쌓을지, 혹은 아예 정원으로 터버릴지 등등.

 

 

그리고 석축의 끄트머리 지점, 다른 사람의 소유지에서 그치는 이 석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또다른 포인트가 아닐까.

 

 

냇가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반대쪽에서 바라본 사진. 냇가에 수북한 수풀들은 나중에 공사가 시작되면 전부 정리해

 

버리면 말끔해질 거라고 한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많이들 놀러오기도 하는 냇가라는데, 나중에 고기라도 팔아야 하나.

 

 

집터의 뒷쪽, 그러니까 좀더 길을 따라 올라가서는 뒤돌아 찍은 사진. 지금 차가 서있는 곳을 대충 출입구로 삼고

 

차를 세대 정도 주차할 수 있게 주차공간도 만들 생각이다. 길가 쪽으로는 잔디밭에 화단, 그리고 집 뒷쪽으로는

 

매실나무니 감나무니 하는 유실수들이랑 간단한 텃밭이 생기려나.

 

잠시 둘러보는 사이에도 차 한대가 와서 냇가에 고기굽는 판을 벌렸다. 다행히 상류쪽에 축사나 공장이 없어서

 

물이 맑고 깨끗하다더니 정말 아는 사람들은 찾는 곳인 듯 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진하게 풍기는 잣내음도 좋다.

 

 

 

 

 

어제(2015년 5월 8일)부로 삼성역 인근 오토웨이타워 지하에 오픈한 구글 캠퍼스 서울. 세계적으로도 3번째로 지어진 만큼 각계의


관심이 쏠려 성황리에 오픈식을 열었다고 한다. 여기 사진들은 그 이전, 비공식적으로 서울 구글러들에게 사전오프식을 했을 때 찍었던


것들로 이제서야 '엠바고'를 깨고 포스팅.


 

 

웰컴 투 캠퍼스, 라며 스타트업 회사 관계자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려 하는 분들을 반기는 입구, 그리고 오른쪽에 아직은 앙상하게 


가지만 뻗어있는 소원나무. 공식 오프닝즈음 되었을 때는 꽤나 소원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던 거 같은데.


 

 

캠퍼스 한쪽에 있는 까페. 창업보육센터라는 성격에 걸맞게도 '빈스 브라더스'라는 스타트업 브랜드가 입점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캠퍼스는 가운데에 이렇게 천장이 뚫려 있는 테라스를 갖고 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실내 공간. 왠지 구글코리아 오피스보다 더 이쁜 거 같...은데, 그저 새 건물과 인테리어에 대한 질투려니 한다.


 

 

 

미팅룸의 이름들도 재미있는 게, 대박룸, 결심룸 등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영어 이름도 success, determination 등등.


 

아마 창업 성공을 위한 요소들을 짚고 싶었던 작명센스 아닐까. 운!도 운이지만 결심 역시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니.


이름만 그럴 듯 한 게 아니다. 활발한 미팅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즈로 잔뜩 만들어진 미팅룸들의 실내도 꽤나 멋지다.


 

 

 

 

이런 식으로 간단한 부스 형태로 만들어진 룸들도 있는데, 깨알같이 단청무늬를 둘러놓은 모습도 눈에 띈다.

 

 

 

 

 

 

그리고 여러 창업관련 이벤트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게 될 대회의실..이랄까. 구글코리아의 대회의실-약 100명 가량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이름은 '집현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여기 이름은 뭔지 모르겠다.


 

Work hard, Stay hungry. 열심히 일하고 계속 욕망하라는 경구..글쎄,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처방일지도.

 

냉장고와 간단한 부엌 공간. 


 

캠퍼스서울의 로고를 응용해서 금연 표지판을 만들어낸 센스. 


전체 평면도. 여기에도 대회의실이랄까, 그 공간은 그저 'event space'라고 되어 있다. 이름을 좀더 그럴듯하게 지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오피스랑 지하철역으로 두어개 차이가 나다보니, (그보다 구글러 배지로 입장이 불가능한 공간이다 보니) 언제 또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쪽으로 출근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동하게 만든 구글 캠퍼스서울이었다.'






 

 

아이폰으로 찍느라 사진이 그렇게 이쁘진 않지만, 그야말로 힐링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행복해질 수 있단

 

평범한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 바로 스시타츠다. 아무래도 고가인 탓에 쉽게 접근하긴 어렵지만, 두시간 넘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두어달치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는 느낌이 든다면야 때때로 가서 호사를 누릴 만 하지 않을까.

 

 

 

 

 

 

 

 

 

 

 

 

 

 

 

 

 

 

 

 

 

 

 

연꽃이 뾰족하니 솟아오르고, 둥긋둥긋한 꽃잎 위로 나비가 깃을 나리던 곳. 색소폰 소리 짙게 울리는 두물머리 옆의 세미원이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배를 둥둥 엮어 만든 다리라 하여 배다리라 하였던가. 제법 센스넘치는 안내문이 각별하다.

 

 

 

 

이렇게 수십척의 배를 매어 다리를 만드는 건 아마도 높은 분의 행차를 위해서렸다, 색색의 깃발을 세워둔 것만 해도 알만 하다.

 

 

트로트삘 충만한 색소폰 소리는 사진에 담기지 않았지만, 왠지 두물머리의 풍경에는 자연스레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

 

 

BGM. 이화동, 에피톤 프로젝트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컨셉은 붉은 녹이 야금야금 파먹어들어가다 못해 결국 한줌 재로 화해버린 듯한 오래고 낡은 철문처럼.

 

게다가 문 뒤로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민무늬 시멘트벽이 버티고 있을 뿐인, 가짜문.

 

 좋은 소식을 부리에 물고 나른다는 제비 표식의 색감은 불그죽죽해진지 오래. 비어버린 우편함 역시 잔뜩 노쇠해버렸다.

 

 소질개발, 양호실, 그리고 뭐라뭐라 적힌 온갖 사인 가운데, '당기시오'와 '미시오'가 동시에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언뜻 식별되지 않는 검정 어둠이라 해도 가만히 바라보면 나름의 톤과 색감 차이가 드러난다. 와중에 사람도.

 

 낮에 봤더라면. 조금만 밝은 낮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하고 쌍꺼풀 큰 눈이 발랄했겠지만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벽화.

 

 그렇게 온통 빨강빛. 세상이 온통 멈추라 소리치는 것만 같던 어느 효자동 밤나들이의 순간들.

 

 

 

 

 

덕수궁 미술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참 잘 생긴 벚꽃나무.

 

고층빌딩들로 포위된 형국임에도 여전한 당당함을 간직한 덕수궁의 모습과도 같이, 우아한 가지를 늘어뜨린 채

 

자그마한 등불같은 벚꽃송이들을 밝히고선 드문드문, 깜빡 잊었다는 듯이 팔랑팔랑 흰나비들을 날려보내는.

 

 

 

 

 

 

1월 9일 코엑스 메가박스 M2관, '클라우드 아틀라스' 상영이 끝난 후 한 시간 가까이 배두나와의 무비 토크가 이어졌다.

 

우선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그 이전 워쇼스키 남매(前 형제)의 작품-특히 '매트릭스'-에서 풍기던 철학적인 냄새가 많이

 

희석되고 좀더 호쾌하고 재미있는 즐길거리로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배우도 줄줄이 나오는.

 

 

물론 기본적인 베이스는 살아 있다. 수백년에 걸쳐 이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변하지 않는 약자에 대한 억압,

 

'상식'이라 당연시되는 편견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세대 갈등과 나아가 복제 인류(혹은 식용 인류)에 대한 차별까지


뻗어나가는 그럴 듯한 상상력이 그렇고, 생을 거듭하며 나타나는 삶의 궤적이나 연속성이랄까, 그런 불교적 뉘앙스도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 풍부한 은유와 뉘앙스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몇 개의 인생이 퍼즐처럼 흩어진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겁거나 어렵지 않고, 기본적으로 스펙타클한 장면과 현란한 효과들에 무게를 실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아바타의 뒤를 잇는다'는 광고 카피라거나,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배두나씨가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인 듯.

 

 

결론. 아바타 때도 사실 규모만 크고 뻑적지근했지 내용은 별 거 없다 생각했었는데,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그렇다.

 

다만, 그 스펙타클함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면 더 재미있을 영화.

 

 

 

p.s. 다만 이 영화에 나오는 2300여년의 서울을 두고, 드문드문 나오는 한글을 두고, 혹은 영화의 여주 배두나를 두고,

 

'한국부심', 애국심을 느끼는 건 정말 뜬금없지 싶다. 그때는 이미 지금과는 국가의 개념도, 민족과 국경의 개념 역시

 

달라졌다는 전제를 깐 미래의 어느 지역일 뿐. "서울이 배경인데 왜 왜색이 느껴지냐" 따위의 불쾌감을 느끼기 전에

 

그저 아주아주 먼 미래에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다룬 픽션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p.s.2. 그나저나, 가져간 Pentax의 77 limited 렌즈로 D열에 앉아서 찍은 사진들인데 역시나, 거리와 조명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많이 흔들리고 선예도도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두나는 참 이쁘더라는.

 

그녀는, 아니 그녀의 연기는 '고양이를 부탁해'로부터 '공기인형'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공기인형] 짤그랑대는 기네스 병맥주,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SONY NEX-5R을 한달동안 사용해 보면서, NEX-5R의 디자인, 촬영 성능, 무선통신 기능, 그리고 다양한 촬영 부가기능에 대해

 

살펴 보았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운 장점을 극대화한 디자인 속에 왠만한 DSLR 못지않은 성능과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위로 180도, 아래로 50도 움직이는 LCD 모니터는 촬영 자세를 무척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리고 보급형 DSLR과 동일한 무려 1,610만 화소를 자랑하는 APS-C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NEX-5R.

 

DSLR과 성능이 같다는 건, DSLR과 동일한 아웃포커싱 효과, 고감도 노이즈 억제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확연하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달한 미러리스 디자인의 절정"이라는 상찬이 다소 오글거린다 할지 몰라도, 실제로

 

SONY NEX-5R을 들고 다니면서 그 앙증맞고 야무진 디자인에는 늘 뿌듯함을 느끼고는 했던 것이다.

 

 

결국 '당신에게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는 SONY의 카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간 SONY NEX-5R과 함께 담아본 풍경들을 나누면서 당신에게도 이 카메라가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의 인사동, 광화문, 시청, 코엑스, 압구정동, 홍대입구라거나 대구, 인천, 군산, 가평, 춘천을 돌아다니며 함께 했던

 

SONY NEX-5R, 내게는 꼭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ㅇ 서울, '샛노랑과 샛빨강 사이'의 11월.

 

 

 

 

 

 

 

 

 

 

 

 

 

 

 

 

 

 

 

ㅇ 대구, '大雪'을 코앞에 둔 대설특보가 내린 날.

 

 

 

 

 

  

 

 

ㅇ 서울, NOW IS GOOD with 류이치 사카모토.

 

 

 

 

  

 

 

 

 

 

 

 

 

ㅇ 군산, 홍어삼합처럼 코끝을 톡 찌르던 겨울 바람.

 

 

 

 

 

 

 

 

 

 

 

 

 

 

 

 

 

 

 

 

 

 

 

 

 

 

 

 

 

 

ㅇ 춘천, 얼음과 눈의 나라.

 

 

 

 

 

 

 

 

 

 

 

 

 

 

 

 

 

 

 

 

 

ㅇ 그리고, 파노라마 세로샷 한 장 투척!

 

 

 

 

 

 

* 이 글은 SONY NEX-5R의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사이에 텅빈 공간은 그대로 서울의 밤풍경을 담아내는 화폭이 된다.

 

멀찍이 파랗게 빛나는 탑은 서울N타원, 주변에 별무리처럼 총총이 박힌 주홍불빛들이 따스해 보인다.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이른 시간부터 후둑후둑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 집집의 불빛이 안온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폐장이 가까운 시간이 되니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거대한 구조물만 덩그마니 남았다.

 

박물관 안에 있는 이쁜 까페에도 온통 테이블과 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밖으로 드리운 두꺼운 어둠 덕분에 깊은 바다속에 들어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창 밖, 그 심해 속에서 유영하고 있던 두 석상. 중앙박물관 앞에 꾸며진 석조산책로는 예상치 못했던 멋진 공간이었다.

 

 

 

 

 

장충체육관을 끼고 신라호텔 뒷켠으로 올라가는 길, 옛 서울 사대문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는 산책로 들머리에서

 

나른하게 몸을 옹송그리고 꾸벅거리고 있는 토실토실 얼룩고양이 한 마리.

 

반얀트리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동대입구에서부터 여하간 남산산책로로 이어지며

 

여차하면 남산N타워까지 기분좋게 걸어갈 수 있는 서울성곽길의 한쪽 코스다.

 

모든 구간에서 옛 성곽의 자취를 따라 걷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성곽이 완전히 망실된 곳도 있지만, 그래도 이 구간에서는

 

대략 옛 성곽을 끼고 주욱 걷게 되는 거 같다. 성곽의 커다란 돌뭉치를 꼬옥 쥐고 여름 한철을 지난 덩굴손 이파리가 노랗다.

 

그렇게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데 어느새 서울 시내가 눈 아래로 굽어보인다. 성곽을 따라 올라선 집들의 지붕에 눈높이가 맞는.

 

 

 아직 풍성한 초록빛 단풍이파리 사이로 빛이 한줄기 내리쬐이니 줄기에 뚜렷이 새겨지는 잎의 형상.

 

 

 햇볕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다르다더니, 이쪽 구간은 온통 시뻘겋게 불이 붙었다.

 

 나무에서 떨어져나와 사각사각 말려들어가는 이파리가 더욱 짙은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날씨가 갑작스레 차가워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욱 좋았던 산책로.

 

 

 후둑후둑 떨어지는 노랑빛, 빨강빛 조명과 그 아래 회색빛 성곽을 얼룩덜룩 마구잡이로 칠해놓은 가을볕.

 

 성곽의 총구멍 안에까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낙엽 한 장이 슬쩍 햇살을 등지고 웅크렸다.

 

 

 

 그리고 아직 시퍼런 생기가 푸르딩딩한 풀밭을 좌우로 거느린 나무계단을 따라 걸으며 이어지는 성곽길.

 

 

반얀트리가 눈앞에 보일 때쯤, 눈 아래로 굽어보이는 남산의 울긋불긋한 풍경, 그리고 남산로.

 

 

 남산 산책로로 어찌어찌 접어들어서 조금 더 걷던 길. 길도 이쁘고 날씨도 나쁘지 않아 언제까지고 걸을까 하다가.

 

설렁설렁 걷다가 조금 큰 원을 그리며 다시 동대입구쪽으로 돌아섰다는 짧은 가을소풍 이야기.

 

 

 

 

이쁜 까페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 옆길 이름은, 세로수길. 가로수에서 '가로'만 떼어서

 

그에 대응하는 '세로'수길이라 이름붙인 작명센스에는 감탄할 만 하다.

 

발 닿는대로 들어간 그 중의 한 레스토랑. 요새 브런치 메뉴가 없는 곳이 없다지만 여긴 그 중에서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음식도 괜찮았고, 새파랑 물병도 맘에 들었던 것이 왠지 새하얀 벽돌담을 가진 햇살 쨍쨍한 이국의 테라스를 떠올리는.

 

 

 하얀 회벽을 그대로 드러낸 인테리어야 요새 워낙 흔하게 보이는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저렇게 천장에까지 그림을 넣은 건 참신한 듯.

 

그리고 또다른 '세로수길'의 까페. 레스토랑을 나와 몇걸음 걷지 않아 나타난 까페였는데, 밖에서 봤을 때

 

그럴 듯 해보이기도 했고 밖에서 볼 때뿐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도 제법 이쁘겠다는 판단이 섰더랬다.

 

 

2층에 위치한 까페의 창문은 온통 활짝 열려 창밖의 풍경을 눈앞 가까이 끌어당겼다.

 

 

벽면 한귀퉁이의 칠판에 쓰인 흐트러진 글씨체, 그리고 책장 한 칸을 넓게 차지한 화분과 열쇠 하나.

 

 

아포가토와 에스프레소. 귀여운 차받침과 예기치 않은 장식용 인형들의 출현에 깜짝 놀랬다.

 

그렇게,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에 있던 어느 까페와 레스토랑.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이쁘고 한적한 공간이라 남겨둔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벌써 십여년째-아마도 올해가 십년째라던가-이어지고 있는 세계불꽃축제.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이탈리아, 중국, 미국, 그리고 한국의 순서로 진행된 쉼없는 불꽃들은 아홉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잦아들었다. 그야말로 아낌없는 불꽃들의 향연. 개인적으로는 처음 이십분을 책임진 이탈리아의 불꽃이 가장 이뻤던 듯.

 

늘 그렇듯 삼각대는 꼭 필요할 때면 들고 가지 않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발동하여, 무적의 손각대를 출동시켰으나..

 

불꽃이 워낙 느닷없이 피어올라가 뻥뻥 터지는 바람에 타이밍이고 뭐고 되는 대로 눌러버렸단 게 맞겠다.

 

촬영장소는 한강대교 중간에 조그맣게 걸쳐있는 노들섬, 미리 두시간쯤 전부터 맥주와 저녁거리를 사들고 자리를 잡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정상적인 자리는 만석이었다는 거. 덕분에 풀밭으로 기어올라가 없는 자리를 만들어내야 했다.

 

천지가 진동하는 폭죽 소리, 그리고 하늘 가득 휘황하게 번쩍거리던 불꽃의 대향연. 정말이지 모처럼,

 

터지는 걸 보고 나서도 씁쓸하거나 허무하지 않은 불꽃들을 잔뜩 볼 수 있는 자리였지 싶다.

 

 

 

 

서울 무악재역에서 내리면 양쪽으로 인왕산, 그리고 안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멀리는 남산N타워니 국회의사당이니 63빌딩까지.

 

안산 봉우리에 있는 봉수대, 아무래도 봉수대는 입지상 훤히 트여있고 사방에 가릴 것이 없어야 할 테니 전망이 시원하다.

 

3호선 무악재역에서 내려 안산 등산로를 찾아 걸어올라가던 길, 어찌나 경사가 가파르던지

 

뒤를 돌아보니 산길을 밟기도 전에 벌써 정상에 다다를 듯한 높이에 올라버렸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고도 이런 길을 좀 더 걸어야 한다.

 

태풍이 온다더니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완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단을 오르는 길.

 

마을 주민분들은 동네 마실 나온 차림으로 성큼성큼 잘도 오르시던데,

 

서울 한가운데 있는 산 치고는 생각보다 공간도 넓고 걷는 거리도 좀 있다 싶다.

 

그래도 봉수대까지 올라가서 내려다본 서울 전경은 참 좋았다. 아랫쪽에 서대문 형무소도 보이고, 위로는 남산까지.

 

서대문 형무소에 걸려있는 대형 태극기의 사괘까지 또렷하게 들어오는 정도랄까. 아기자기한 아파트 무더기들은 덤이다.

 

그리고 시야를 조금 왼쪽으로 틀면 인왕산, 그 건너편 산등성이를 끼고 청와대가 있겠지. 위에는 성벽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아예 왼쪽으로 확 꺾어버리니 왼쪽 안산의 둔치에서부터 오른쪽 인왕산의 아랫품까지,

 

주욱 늘어서있는 무악재 인근의 생활권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오글오글한 풍경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저 멀리 63빌딩이 꼽혀 있는 여의도가 보이고.

 

거기서 조금더 오른편을 바라보면 뿌옇게나마 국회의사당의 푸른 돔 지붕이 보인다.

 

 

한참을 봉화대 근처에서 이리저리 서울 곳곳을 굽어보다가 내려가는 길. 사실 초행길이고 갈피가 안 잡혀서 그랬지

 

그렇게 험하거나 멀지는 않은 오름길이었다. 내려갈 때는 한결 부담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헬기 착륙 사인을 지나.

 

대부분의 시간에 그늘을 머금고 있을 산의 서쪽면, 나무들의 서쪽면에는 짙푸른 이끼가 그대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나무 등걸에는 어김없이 버섯이 오돌토돌 돋아나 있었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시멘트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날 벽, 그 위에서부터 쪼르르 조그마한 잎들을 늘어뜨린 덩굴손.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즈음, 엉성한 울타리를 만들어둔다며 세워둔 두툼하고 녹슨 쇠파이프 기둥 속에서 피어난 이파리들.

 

그리고, 어느 풀밭에 살포시 내려앉은 노랑색 하트 잎사귀.

 

 

 

언젠가 다음번에는 서울에 어둠이 살풋 드리운 저녁 시간에 맞추어 올라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삼각대는 필수, 이쪽 방향에서라면 꽤나 멋진 서울의 야경을 찍을 수 있을지도.

 

 

 

 

 

 

지난 3개월여, 토요일마다 서울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고등학교 언젠가부터 칼로 끊기듯 뚝 끊겼던 4B연필이나 '그림그리기'와의 인연이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둘 그어본 선들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고경일 선생님이나 김부일 선생님의 칭찬은 넘쳐올라 들썩이는 파도가 되었다.

 

 

서울 곳곳의 숨어있는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서촌, 이태원, 보문동, 애오개, 양화진..서울이 숨긴 풍경을 지긋이 응시하는 두어시간.

 

 

실력은 치졸하지만, 아마 그림 그리기의 매력이란 그런 거 같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듯 슬쩍 사진에 담아내고 말 풍경을, 한방울씩 곱씹으며 가만히 퍼올려내는 작업이랄까.

 

 

 

- 참여연대 부설 아카데미 느티나무강좌 '고경일, 김부일의 서울 드로잉' 3기 소감.

 

 

 

엽서로 제작된 내 그림 두 점.

 

나무 판넬로 제작되어 전시될 그림 한 점. 어느 비오는 날 실내에서 본인이 갔던 여행지 사진을 그리는 날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쾨르 대성당의 드로잉.

 

 

 

 

다른 그림들 몇 점..

 

 

 

 

 

서울 통인동에 소재한 참여연대 건물, 여기 1층에 있는 '까페 통인'에서 2주 정도 걸려있을 그림들.

 

6/22~7/6, '전시회'라기도 우스운 '학예회' 수준의 자리라는 게 맞겠지만 혹 시간 나시면 들러서

 

'숨은 서울찾기展'의 숨어 있는 제 그림들을 찾아 보시길.

 

 

 

 

 

 

 BGM : '시장에 가면'.

 

재래시장임이 분명한 골목통 시장통에 떡하니 붙은 '현대시장'. '현대'라는 단어를 굳이 앞세워 촌스러움을 더하는 시장.

 

도로 앞까지 잔뜩 좌판을 벌이고 바가지마다 듬뿍담뿍 과일이니 생선을 올려둔 아주머니들.

 

 아직은 이르다 싶은 시간대부터 좁고 긴 시장 골목통에 머리를 삐쭉 내밀곤 불밝힌 가로등.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레몬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참외도 있고~ 수박도 있고~ 포도도 있고~

 

 불쑥 튀어나온 주차금지 표지판, 그 불그죽죽한 낯짝에서 전통시장의 신산한 속내를 넘겨짚어 볼 뿐.

 

 이윽히 내려앉는 어둠에 뒤질세라 시장을 뒤지며 몇백원을 아끼는 우리네 어머니들.

 

가게의 내용물을 모두 밖으로 토해낸 듯한 가게다. 간이고 쓸개고 온통 거리에 전시중.

 

 어둠처럼 내달리는 걸음걸이로는 잡을 수 없는, 알전구 위에 별빛이 피었다.

 

 가게마다 주렁주렁한 하늘색 반투명 까슬한 비닐봉지. 바스락보스락 소리조차 죽여주는.

 

그리고, 이게 바로 재래시장의 흔한 S라인.

 

 

 

 

 이번 시간은 합정역에서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양화진 외국인 묘역.

 

1890년대 외세의 개화 압력에 나라의 빗장을 연 후, 이 땅에서 사망한 서구의 선교사와 정치가, 사업가 등이

 

묻혀 있는 외국인 묘역을 찾았다.

 

 

 

 

 합정역에서 외국인 묘원까지 걷는 길은 찻길도 아닌 것이 인도도 아닌 것이 묘한 느낌이었고,

 

그 묘한 길의 한켠으로는 벌건 벽돌담 너머로 슬몃 고개를 내민 기와지붕이 숨어있거나 아니면

 

아예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시커먼 속을 온통 드러낸 조그마한 서점이 놓여 있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흔히 좀비가 일어선다거나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보이던 두꺼운 대리석 십자가와 석비들이

 

즐비한 공간, 서울 한복판에 이런 느낌을 자아내는 풍경이 있었는줄은 몰랐다.

 

 

 

 이 곳은 말하자면, 바로 옆에 인접한 가톨릭 교회의 성지인 절두산성지에 비견될만한 기독교계의 성지화 작업이

 

한창인 그런 곳인 거다. 참배객, 순례자, 부담스런 어휘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마음을 자꾸 찔러왔다.

 

 

 

 

 

 그래서 조용히 카메라만 들고 주변 풍경을 담기 시작..

 

 

 

 팔 하나가 떨어져나간 돌십자가도 보이고.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진 무덤과 상징들이 보였다. 아마도 그 주인의 국적과 문화에 따라 다른 거였을 듯.

 

 

 

 

 

 

 

 굉장히 우람하게 생긴 비석을 머리맡에 세워둔 고인은 아마도 그만큼 영향력도, 지위도 남달랐으리라.

 

 

 혹은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대리석으로 구획해놓은 고인들 역시 어느정도의 끝발이 있었을 테고.

 

 이렇게 특색없는 석비에 간략한 생몰연대와 이름만 적힌, 비좁게 열맞춰 선 고인들의 이야기는 늘 안갯속에 잠겨있다.

 

전체적으로 야트막한 구릉을 따라 늘어선 석비들과 몽땅한 나무들이다 싶었는데, 이 나무 한그루는 유독

 

하늘 높이 삐쭉 치솟아 발치에 짙은 그늘을 만들어냈다. 얼핏 하늘을 받치고 선 느낌이기도 하다.

 

 

 

 

 

 

 

 

 

 굉장히 딱 떨어지는 좌우대칭, 기하학적 형태의 교회. 그려볼까 하고 잠시 쳐다보았지만

 

너무나 딱딱 각이 맞고 직선들만 가득한 건물임에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석비들의 모양새, 무덤의 생김생김이 다르다며 한참을 돌아보고 나니 이제 좀 싱싱하고 살아있는 것들을

 

보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묘원의 분위기는 생기발랄함이나 밝음과는 거리가 있는 거다.

 

 

 

5월의 묘지로부터 눈을 돌려 싱싱한 초록의 나무들로, 그리고 땅거죽을 흥건히 덮고 피어나는 꽃망울들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느 가족의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보금자리였겠지만 이젠 한무더기의 건축폐기물로 변한 돌무덤

 

위를 밟고 올라가 아현동 일대의 재개발지역을 한눈에 내려보았다.

 

 

그 와중에 돌무덤 틈새를 비집고 노란 꽃줄기 한 가닥이 꿋꿋이 피어오른 모습이란.

 

 

 

누군가 신었을 발레슈즈도 탁하고 무거운 시멘트 덩어리들 사이에서 하늘하늘, 반짝거리고 있었다.

 

 

 

B&W 모드의 사진 몇 장. 뒤에 우뚝 서 있는 삼성 아파트와 그 앞 슬레이트 지붕의 단층 건물들이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화장실 창문만한 조그마한 창에 엉성하게 덧붙은 가림막.

 

붕괴 위험으로 막아놓은 길 너머엔 이십년 전에나 보았을 법한 비디오테잎이 나뒹굴고 있다. 저 안은, 1990년대인 건가.

 

낚시바늘로 성을 지은 것처럼 살벌한 담장 끝 방범창살.

 

 

빛과 그림자. 왠지 딱 그런 문구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집앞에 잔뜩 쟁여진 쓰레기들, 그리고 생활 폐품과 재활용품들.

 

 

저 집은 아무래도 사람 얼굴이다. 눈썹 붙인 게 뜯어져버린 오른쪽 눈에 너덜거리는 왼쪽 눈,

 

게다가 젓가락을 꼽고 있는 한쪽 콧구멍. 뭔가 일본식으로 즐기며 술을 마시는 중인가 싶은.

 

 

 

 

 

어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부지런히 모아서 꽁꽁 동여매 놓으셨을 폐지 묶음들. 어렸을 땐 그러고보니 저거 챙겨서

 

학교에 가져가서 무게도 달고 그랬는데.

 

애오개 고개에 자리잡은 철거촌, 그 곳에 핀 꽃들은 이쁘다기보다는 왠지 풀죽은 채, 그렇지만 가시를 세운 어린 왕자의

 

장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아마도 저 허름하고 시트조차 다 사라져버린 소파는 이 곳 어르신들의 사랑방 같은 거 아닐까.

 

 

재개발지역을 떠나 차들이 씽씽 다니는 큰길로 올라서는 계단, 시멘트 계단에 녹물이 흐르고 흘렀는지

 

붉게 염색이 되어 버렸다.

 

5호선 애오개역, 출구에서 내리고 몇걸음 떼지 않아 저너머로 보이는 황폐한 옛 성같은 느낌의 외딴 건물.

 

 

큰 길가에서 한발, 골목을 내딛었을 뿐인데 공기부터 달라지는 듯한 분위기.

 

 

 

 

 

 

가로등과 건물들이 켜켜이 어깨를 이어붙이고 선 좁은 골목, 불빛이 사정없이 짓쳐드는 게 불편했던지 아랫도리를 둘렀다.

 

마치 종로 피맛골 골목통에서 옛 국세청 건물을 올려다보는 듯한 풍경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 세발 자전거는 누가 타고 놀았을까. 언제부터 저 야트막한 지붕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얹혀 있었을까.

 

 

 

 

 

 

골목 한 귀퉁이엔 언제 잘려나갔는지 제법 굵직한 나무 밑둥이 그대로다. 심지어 연둣빛 싹마저 돋았다. 어쩌려고.

 

 

아귀가 틀어져버린 붉은 벽돌담. 언제부터 저런 계단식 균열이 생겨난 건지 모르겠지만, 철거가 빠를까 붕괴가 빠를까.

 

 

 

하늘에다 대고 날리는 주먹감자처럼, 뻐큐손가락처럼, 삐뚜스름하게 올려세워진 연통.

 

 

 

방범창살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린 위에는, 고작해야 나무 판넬 몇장에 헝겊이 덮인 천장 뿐인데. 하늘이 무거웠나보다.

 

 

어디론가 계속 발걸음을 유도하는, 골목과 골목과 골목들. 이집트 카이로의 옛 거리나 상해의 골목통을 찾을 일이 아니었다.

 

 

납작 엎드린 건물 뒤에서는 훤칠하고 반듯한 아파트가 위세를 부리고 섰다.

 

 

벽돌들과 폐건축자재로 가림막을 친 조그마한 채소밭..이랄까. 행여 누가 뜯어갈세라 사람사는 집만큼 높은 담장을 둘렀다.

 

 

어느 집 대문 밖에 내걸린 채 하릴없이 바람에 시달리던 몸뻬바지 한 벌.

 

 

 

 

한줌 볕조차 다닥다닥한 게딱지 지붕에 걸려버려서, 골목은 으레 어두침침한 데다가 선뜻한 냉기마저 감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어느 집에선가 커다랗고 호들갑스러운 라디오 광고도 들리고,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좁은 골목통을 비집고 들어오기엔 벅찬 한줌 햇살 대신 골목을 채운 건 어디선가 날아온

 

짙고 끈적한 메주 냄새, 음식물 썩는 냄새.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사방으로 난반사되는 소음들만 난무하는 덕에 현실감각이 살짝 비틀어지는 듯 했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이 산다. 비닐봉투에 야무지게 묶여 나온 하얗게 타버린 연탄 네장.

 

 

 

 

 

 

 

 

 

 

 

 

 

 

 

 

 

 

 

 

 

 

 

 

 

 

 

 

 

 

 

 

 

 

 

 

 

 

 

 

보문동의 골목은, 서촌이나 이태원 경리단, 혹은 부암동의 골목길과는 또 다른 풍경이 숨어있었다.

 

사람 두명도 어깨를 부딪기며 걸어야 할 듯한 좁은 골목길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몸을 맡긴 채 한참을 흐르다가,

 

어느 허름한 집앞에서 문득 풍경을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앉지도 못하고 스케치북을 잡은 채 서서 그리길 수십여분, 문득 옆엣집 낮은 담장 너머 중국어가 들리더니 삐그덕,

 

녹슨 철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은 아마도 중국에서 넘어오신 일가족. 왠지 그분들 중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대표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셨고, 나 역시 왠지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꾸벅하고 말았다.

 

 

 

 

 

 

 

 

 

 

 

 

 

 

 

 

 

 

 

 

 

 

 

 

 

 

 

 

 

 

 

 

 

 

 

 

 

 

 

 

 

 

부처님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5월의 허릿춤.

 

오랜만에 나간 인사동 골목길은 여전히 사람이 그득했지만,

 

인파를 피해 새어들어간 꼬불거리는 골목 끝 막다른 찻집들은 여전히 나름의 운치를 지키고 있었다.

 

 

 

by NX20.

 

이태원을 좋아라 하지만, 이쪽으로는 걸어 올라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녹사평역에서 남산터널 방향으로,

 

그렇게 조금 걷다보면 나타나는 경리단 골목길. 그러고 보니 타코를 먹으러 한 번 왔다가는 영영 길을 잃은 그곳이구나.

 

함께 드로잉 수업을 듣는 동기이자, 부부가 함께 수업을 듣고 계신 잉꼬 한쌍 중 한 분이 나중에 가보라고 찍어주신 곳.

 

좁다란 시장통 골목을 슬쩍 가리고 선 화려하고 거친 파라솔, 그리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꽃망울들.

 

살짝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 계속 되고 있었다. 굵은 가지에서 뻗어나가는 잔가지처럼 좌우로 뻗은 골목길들.

 

비슷한 간격으로 놓인 차들이 쩜쩜쩜... 말줄임표를 만들며 오르막길을 버티고 서 있었고.

 

간헐적으로 쟁여진 계단들은 숨이 가쁠만 하면 쉬어가라며 여남은걸음의 평지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은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로 슬쩍 날렵한 태를 내비추는 남산S타워.

 

 

그러다가 불쑥, 건물이 이어지던 곳에 주차장이 휑하니 공터를 주장하고 나서자 뒷켠에 숨었던 타워가 덩달아 나섰다.

 

 

이태원의 상권도 여느 이름난 곳들, 신사동이니 삼청동이니 처럼 미어터지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 공사중.

 

먼지 비산을 막는 차양을 커튼처럼 치고서 아저씨는 벽돌 등짐을 지려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실핏줄처럼 번져나가는 골목들 중에 어느 하나라도 골라잡고서 무작정 걸어가다보면 무슨 풍경이 나올지 설레는

 

그런 느낌, 상해의 오랜 골목통이나 카이로의 오랜 골목들에서 느끼던 그런 묘한 설레임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공영주차장에 고경일쌤과 함께 올라서는 순간 탁 트이던 풍경. 서울N타워가 바로 지척에서 내려보는 느낌.

 

 

 

납작 엎드린 건물 옥상에서 제법 매운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던 빨래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일단 그림 하나를 후딱 그리고 나서, 타워를 바라보며 조금씩 각도를 옮기며 풍경을 보는 중. 꼬물꼬물한 건물들.

 

 

건물들이 야트마학 사선을 따라 조금씩 무릎을 낮추며 이지러지고 있는 풍경 자체의 운율감이 리드미컬하다.

 

 

 

비슷비슷한 풍경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의 풍경들. 커다란 나무가 웅크린 산비탈 아래의 골목길 끝단에서부터.

 

어지럽게 비틀린 골목길을 따라 잔뜩 어그러진 골목 담벼락.

 

새삼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혹은 재미있어서 이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중에는 은근 실력자들도

 

많이 숨어 계신데, 이 분도 그런 실력자 중의 한 분. 앉아계신 분위기부터 벌써 다르다.

 

 

경리단길을 오르다보면, 그새 올라간 높이만큼 계단이 삼엄하게 사방으로 오르내린다. 내려와 살피면 옹이구멍만한 하늘.

 

그리고 어느결에 풍경과 하나가 되어버린, 자연스레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고.

 

 

공영주차장에서 바라본 남산 서울N타워 주변으로 헤쳐모인 성냥갑 집들. 그 오밀조밀 바스락거릴 듯한 풍경과

 

여성전용 주차장 사이에 가로놓인 구멍송송 새하얀 담벼락이 왠지 유럽의 어느 나라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하루.

 

 

 

서울 중심, 경복궁을 축으로 동서남북으로 자리한 동네에는 아주 심플한 이름이 붙어 있다. 궁에서 동쪽에는 동촌, 서쪽에는 서촌,

 

그런 식인 거다. 어찌 생각해보면 그 퉁명스럽고 게으른 작명에는 일종의 특권의식, 우월감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중궁궐에 가장 근접한 동네, '일번지'를 누리는 셈일테니.

 

그래서 여기는 그 중 서촌, 경복궁의 서쪽에 붙어있는 동네다. 한가한 골목길에 깜빡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성기게

 

듬성듬성 기와지붕 한옥집을 꽂아둔 동네, 이렇게 볕이 좋은 날에 그 중 골목 하나를 골라잡아 자리를 깔고 앉았다.

 

참여연대 부설 아카데미인 '느티나무'에서 수강중인 '서울 드로잉' 수업 첫번째 날, 한옥집과 기와지붕을

 

그려보라는 게 세시간 남짓한 수업시간 중 한시간은 명도 실습, 삼십분은 구도 설명 등으로 날리고 남은 시간,

 

한시간정도를 채워야 하는 미션.

 

고경일 선생님이 몇군데 추천해준 포스트 중에는 '대오서점' 건물도 있었다. 이전에도 지나다가 굉장히

 

매력적인 건물이라 생각했었는데 미처 사진에 담아두지 못했던 곳, 청와대 근처라 온통 야트막한 건물들로

 

스카이라인이 내려앉은 이 곳에서도 특히 땅바닥에 달라붙은 기와지붕은 허물어져내리고 있었다.

 

이 각도로 그림을 그려볼까 잠시 망설이던 사이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이 우르르 자리를 잡으셨다.

 

구도가 같다고 같은 그림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다른 걸 찾아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미련을 버리고.

 

그래도 아쉬우니 앞뒤로 좌우로 둘러보며 이 정감가는 건물을 뜯어보았다. 저 기묘한 폰트의 '대오서점' 간판은

 

언뜻 어설프고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인간미가 있는 거 같다. 적당히 허물어져가고 바래가는

 

기와지붕이니 건물의 외벽도 마찬가지.

 

또다른 추천 장소, 그냥 여느 동네의 골목길과 같았는데 문득 말끔한 기와지붕과 단정한 돌담문양 벽면이 서있었다.

 

하다못해 전선들조차 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근대화'된 골목길에 능청스레 살풋 처마끝을 쥐어올린 기와지붕.

 

그런 은근한 까불거림, 혹은 여유가 느껴지는 전통적인 기와지붕이란 건 눈으로 보거나 사진으로 찍을 땐 참 좋은데,

 

그걸 그림으로 담아낸다는 건 굉장히 머리가 아파지는 거다. 좀처럼 평면에 담아내기 쉽지 않은 그 입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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