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입구에서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다른쪽으로 향하는 안내판이 현대적으로다가, 이쁘게 잘 꾸며져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컨셉으로 포장하려 한 걸까 싶어서 돌아보려다가, 


말그대로 일제시대 공동묘지였던 이구역 일대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아마도 해방즈음) 부족한 건축자재


대신 비석을 갖고 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이 여전히 선연한 곳이라는 이야기에 다소간 기가 질려버렸다. 


감천마을처럼 지대가 높고 경사가 가파른 동네, 멀찍이 부산항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정도다. 


비석문화마을은 그냥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살짝 맛만 보는 정도로 돌아보려는데,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골목을 따라오라 유혹하는 스킬이 아주그냥, 장난이 아니다.



문득 눈길을 돌린 곳에서 발견한 풋풋한 낙서 하나가 마음을 좀 가볍게 해줬달까. 이쁜 사랑하세요.ㅋ


낡고 오랜 자취라고 모두 '문화'라거나 '관광자원'이 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엄연한 터전을 막무가내로


외지인들에게 개방하는 건, 게다가 '어렵고 힘들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라는 듯한 뉘앙스로 현재를 사는 이들의


공간을 포장하는 건 모두에게 수치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런 식의 해석과 독법을 쥐어준 산동네 관광이라니.


에라, 생각할수록 불편하고 답답하니 나는 그냥 고양이 뒤나 쫓아다니기로.



도망칠 듯 말듯 하더니 한걸음 앞에서 종종걸음치던 녀석은, 어느 집앞에 내어진 밥그릇 앞에 멈췄다.


그 밥그릇의 온기만큼 녀석은 사람을 따랐던 거겠구나.


그리고 어디선가, 낑낑거리던 강아지 녀석의 소리만 들리고 모습이 안 보이길래 한참 찾다가 이층 창문에서 찾았다.


내려와서 같이 놀고 싶은 눈치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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