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클라우드, 강남 트레이드타워

수원시민이 된 이후 서울이 참 멀어졌다.


 

더블린 시내는, 사실 한국을 떠나 어느 나라를 가던 늘 실감하는 거지만, 굉장히 밤이 금방 찾아오는 듯 하다.


가게들은 일찍 불을 끄고 문을 닫는가 하면, 퇴근시간 잠시 혼잡했던 거리는 이내 차들조차 드문 적막강산이 된다.

 

 

그래도 더블린의 밤을 늦은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건 템플 바 등등의 유명한 펍들이 늘어선 템플바 스트리트.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의 거리.

 

 

 

아마도 세인트 패트릭데이 즈음해서나 거리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 인형탈쓴 사람도 보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 음악영화 '원스'에 나왔던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저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템플 바'를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즐비한 게 분위기 좋고 독특해보이는 바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콘서트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그 뜨겁던 거리 인근에 위치한 호텔 지하의 바. 

 

그리고 더블린의 택시. 워낙 조그마한 도시라 택시나 기타 대중교통을 탈 기회도 없었지만서도.

 

더블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게 세이파리 클로버랑 녹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도심 곳곳에서 이런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숙소 주변인 그랜드 커널 닥(Grand Canal Dock)의 야경. 



 

 

 센트럴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자칫 놓치기 쉬운 간판이 보인다. 홍콩의 지하철역이 으레 그렇듯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가 출발. 참고로 이곳의 시꺼멓게 그을려 글씨도 알아보기 어려운 간판엔

 

'the Central Escalator Link Alley Shopping Arcade'라고 적혀 있다.

 

 다짜고짜 시작되는 에스컬레이터. 1994년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2년반만에 완공했다는 800미터짜리 에스컬레이터다.

 

연간 2천만명이 이용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산 윗동네 사람들의 출퇴근을 돕고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애초 출퇴근용이니만치 오전엔 하행, 오후엔 상행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그런 내용이 적혀 있는 안내판,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온갖 지침이 총망라되어 있는 듯 하다.

 

 중간에는 이렇게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건물 중턱에서 툭툭 튀어나와 사방으로 연결되는 아케이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로 합류하는 사람들하며.

 

 어느새 에스컬레이터가 오르는 길 아래로는 저만치 간판들이 늘어뜨려져 있을 만큼 높이 올라왔다.

 

 

 

 아래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정수리도 보이고.

 

 

 초록빛 화살표를 따라 멍하니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주변 풍경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어느새 소호.

 

 소호의 조금은 음침하면서도 술렁이는 분위기를 간직한 골목통을 지나고.

 

 어느 그럴듯한 바에 앉아 맥주병을 홀짝거리는 하얀 머리의 멋진 할머니도 만나고.

 

 그새 이렇게나 많이 올라왔나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에스컬레이터가 직선으로 관통해온 궤적을 헤아려보고.

 

 위로 오를수록 점점 눈에 띄는 주택가의 올망졸망한 풍경들을 보며 그들의 일상이란 어떤 걸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아무래도 소호를 넘어 위로 올라가면 주택가라 '볼 것이 없다'더니 관광객의 출입이 드문지 에스컬레이터까지 뚫고 들어온

 

왕성한 생명력의 파초 이파리가 불끈.

 

 그런 와중에 이어지는 주택들의 창문들. 에스컬레이터 양쪽 풍경을 온통 꽁꽁 닫힌 창문으로 막아버렸지만, 그래도

 

저렇게 리듬감있게 매달린 화분들이나 몇가지 소품들로 지나는 사람들을 배려했달까.

 

 

 끝까지 올라갔더니 정말, 당황스럽도록 아무것도 없는 휑한 주택가여서, 어쩔 수 없이 조금 걸어내려가야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를 땐 몰랐는데, 꽤나 가파르고 길다. 더구나 내려가는 길이나 무릎 도가니에 꽤나 부담이 가는 듯.

 

이 정도의 경사라면 조금 실감이 나려나. 마침 빨간 색이 화려한 홍콩의 택시들이 우르르 멈춰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장면.

 

 

이태원 올댓재즈, 대로쪽에 연해 있다는 정보들과는 달리 조금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직 해가 까무룩히 잠들지는 않은, 마법의 시간대. 짙은 청빛이 도도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천장.

 

이 곳에서는 재즈 공연을 보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음식들도 꽤나 괜찮다고 하더니, 피자와 샐러드 시킨 것 모두 만족.

 

 

콘트라베이스의 둔중한 울림이 스피커로 빠져나와 하늘로 피어오르는 시간.

 

그리 크지 않은 무대와 무대와 바싹 붙어선 그리 많지 않은 좌석들. 반층 위 객석을 감싼 유리창이 번들번들 붉은 벽돌담이 되었다.

 

 

 

 

 

방콕에 가서는 꼭 들르게 되는 바가 있다. '색소폰Saxophone'이라는 이름의 재즈바.

방콕 북쪽 전승기념탑 근처에 있는 이 라이브바는 9시부터 라이브 공연을 시작하는데 그다지

한국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곳 같다. 사실 장소도, 시외로 나가는 버스들이 우르르 서있는

큰길가에서 조금 빗겨나 예기치 않은 장소에 놓여있어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막상 들어가면, 맥주 한병에 120-150바트 정도 과히 비싸지는 않은 가격에 주로 서구에서

온 외국인들이 우글우글하다. 게다가 공연 라인업도 가히 방콕 최고의 퀄리티를 자부한다는.

9시 이후 본격적으로 밴드들이 공연하기 전엔 가볍게 클래식 기타 공연, 이렇게 맥주 한잔 마시면서

다이어리도 정리하고 엽서도 쓰고. 중간중간 곡이 끝나면 박수쳐주는 거 빼고는 오롯이 내 시간이다.

아마도 Byrd의 초상화인 듯한 그림이 한 점 천장 가까이에 걸려 있고 알토, 테너, 소프라노

색소폰들이 반짝반짝 빛내며 전시되어 있었다. 알토 색소폰을 손에서 잠시 놓은 게 어느새

육개월, 나도 얼른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아홉시가 지나니 이렇게 저렇게 마이크도 체크하고 한참을 부산하게 굴더니 꽤나 시간을 잡아먹는다.

근 이십여분 가까이 지나서야 겨우 시작한 밴드는, 그렇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거나 화나지

않을 만큼 훌륭하고 그럴듯한 공연을 보여줬다. 특히 뒤에서 알토 색소폰을 불던 저 까까머리 아저씨.

알토 색소폰 말고도 플룻도 불고 테너 색소폰도 불고, 여차하면 트럼펫도 같이 부는 굉장한 실력을

보이며 화려한 손놀림과 입놀림을 보였댔다.

10시쯤 되니까 사람들이 바를 가득 메우고 급기야 자리가 없어 벽에 기대어 서서 병맥주를 홀짝이는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 한쪽 벽면에는 실내 소음크기를 측정하여 보여주는 전광판이 대충

80에서 90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데시벨을 나타냈고.

원래는 열한시쯤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글쎄 금세 새 밴드가 와서 공연을 한다는 거다. 이미 앞의

밴드가 후끈 달궈놓아 흥분한 혈관에 알콜이 더해졌고, '색소폰'에 대한 신뢰가 더했다. 그렇게

조금 더 기다려 맞이한 두번째 밴드, 역시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특히 저 건반을 맡은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속주 실력이란.

그리고도 저 귀여운 아가씨와, 슬쩍 우습게 생긴 이 아저씨의 노래 솜씨는 정말 들어보지 않고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정도. 바를 온통 후끈 달군 채 사람들을 열광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던.

하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저 아저씨가 신고 나왔던 모카신, 그리고 공연 시작 전 기타리스트의

엉덩이를 슬쩍 만지며 들어서던 모습을 내가 똑똑히 보고 말았다는 것. 사실 내가 특별히 아쉬울

부분이란 게 있을 것도 없지만 저런 모카신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후끈 달아오른 바의 관객석. 원래는 8시쯤 들어갔으니 세시간 정도만 놀다가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한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야 아쉽게 아쉽게 돌아서고 말았다.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이랄까, 딱히 정해진 스케줄 없이 다음날 일정에 대한 압박감없이

그냥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싶은 시간만큼 머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장점을

최대한 뽑아쓸 수 있게 해주는 공간, 색소폰이었다.





호텔 엘레베이터에서 만났던 고혹적인 벨리 댄서의 눈빛과 감각적인 손짓. 대체 이 나라는 어떤 정도로

유흥문화가 발달해 있을까 궁금하던 차였다. 물론 호텔에서 알제리의 평균적인 정서나 수위를 가늠하긴 어렵겠지만.

요런 밴드도 호텔에서 공연을 한다 하고. 호텔 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지하 1층엔 '물좋은' 나이트도 있다고 한다.

나이트를 가보고 싶었으나...함께 출장간 분들과 함께 2층의 바를 갔다.

나름 신선한 방식으로 세팅해 놓은 테이블 위 수건과 와인잔. 어둑어둑한 조명이 일단 맘이 놓인다.(대체 왜애..?)

조율만 한 십분 하는가 싶다. 쿠바에서 온 듯한 연주자들이 퍼쿠션도 두들기고, 건반도 치고, 드럼도 두들기고.

공연이 시작된 중간에도 뒷 커튼을 제치고 스탭들이 무대 위를 정돈하고 다니는, 그런 수준의 무대였지만 그대로

알제리까지 와서 이런 곳을 다 와보고. 좋았다.

조금 일찍 온 우리 일행들을 따라 조금씩 채워져가는 테이블들. 대부분 휴양을 즐기러 온 쌍쌍인 듯. 우리처럼

일에 쩔어서 잔뜩 피곤한 채 소파에 구겨진 사람들은 안 보였다.

뜨어. 그런데 가만 보니 무대 좌우측에 세팅된 티비에서 나오는 그림이 뭔가 이상하다. 아까부터 뭔가 살색이

푸짐하다 했는데, 조금 눈여겨 보니 저런 거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길이 누군가의 몸에 닿는 이런 화면들이 왔다갔다 하고. 헉..이슬람국가라지만 알제리는

많이 개방적인 건가, 라고 생각하며 잠시 밴드의 음악은 BGM으로 깔아주고 안력을 집중해 바라보고 있자니

다음 장면, 호텔 마사지 서비스 광고전화번호. 광고였다.

다시 시선을 돌려, 그냥 잠자코 공연이나 즐기기로 했다. 한참 연주는 무르익었고, 관객들의 호응도 조금씩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성 댄서가 나와 보컬과 춤을 추기 시작하자 관객들의 호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차차차~* 차차차~* 같은 리듬도

들리고, 춤을 추는 남자와 여자의 댄스가 딱딱 합이 맞아떨어져가는 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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