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5,

동해 해파랑길 & 부산 갈맷길(윤성의)-

 

* 2016. 7. 15(금)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 부산 오륙도를 가다.)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동해안 해파랑길과 부산 갈맷길입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해변길이구요. 갈맷길은 부산에서 조성한 산책로입니다. 이렇게 두개의 서로 다른 산책로가 겹치는 구간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부터 해운대 미포까지 같이 걸어가 보겠습니다.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를 보면서 여기가 동해인지 남해인지 혹사 궁금했던 적은 없으신지요. 어차피 사람들이 붙인 자의적인 구분이긴 하지만, 구분점은 바로 오륙도입니다. 오륙도는 동해와 남해를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는 셈인데요.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오륙도 동쪽의 해운대와 광안리 앞은 동해바다인 셈입니다.

오늘 함께 걸어볼 길은 동해가 시작되는 오륙도에서부터 해운대 끝의 미포까지 동해를 따라 걷는 길로, 해파랑길 1코스이자 부산의 갈맷길 2코스이기도 합니다. 굽이굽이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지나 광안대교를 따라 광안해수욕장을 걷고 동백섬을 휘감아 한바퀴 돌아본 후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 달맞이고개까지, 대략 14km 정도의 코스입니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신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있는 멋진 뷰포인트가 있는 곳은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있는 해안산책로입니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해안선의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구요. 제법 시가지와 떨어져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느낌도 좋고,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길고 웅장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와 마주치기도 하고, 민락동 수변공원에 회를 떠와 파도소리를 안주삼아 술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의 걸쭉한 부산사투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꼼짝도 않은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만날 있구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 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도 빼놓을 없는 샛길입니다.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다니다보면 재미있는 풍경들을 여럿 만날 있습니다.

다만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구간에서는 다소 소란스럽거나 정신이 사나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그냥 내키는 대로 옆길로 새거나 어느 횟집이나 카페에 들어가 먹고 마시며 쉬어도 좋겠습니다.

오늘까지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어떤 길이라도 좋습니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닌 온전히 나의 발의 힘으로 걸어서 만나는 풍경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4, 경주 황남동 대릉원 지구(윤성의)-

 


* 2016. 7. 14(목)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시간이 보듬어준 경주의 듄, 대릉원의 곡선들.)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경북 경주 황남동 일대의 대릉원 지구입니다. 황남동은 황남빵으로도 익숙한 지명이죠. 대릉원은 신라시대 왕과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중에는 천마총, 오릉, 미추왕릉 익숙한 관광지 외에도 박해일 신민아 주연의 영화 경주 배경이었던 경주 노서리 고분군, 노동리 고분군 등도 있습니다.

대릉원은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경주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대릉원은 제법 커다란 공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이곳을 둘러싼 담백하고 야트막한 기와 담벼락, 그리고 너머 민가들의 수수한 기와지붕들이 잠시 시간감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야트막한 언덕 같기만 무덤 하나 하나에는 각각 주인이 있고 어쩌면 무덤 안에는 여전히 찾지 못한 보물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눈에는 그런 귀한 유물들보다 무덤의 옆구리 곡선이 탐나게 느껴졌습니다.

사하라 사막에 갔을 반해버렸던,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과 닮은 곡선이었습니다. 바람이 모래를 하릴없이 헤치고 깎고 부어내며 만들어내던 자연스럽고 우아하던 곡선, 아마 대릉원의 곡선들 역시 조금 시간이 걸렸을 , 자연의 손길은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사방이 온통 둥그스름하고 풍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온한 공간, 사이를 구비구비 휘감아 돌아가는 산책로의 모양새도 좋습니다. 딱히 어디를 찝어서 여기를 봐야겠어, 라거나 바퀴를 전부 걸어봐야겠어, 라는 욕심 부리지 않아도 그저 눈앞에 펼쳐진 곡선의 풍경들과 곡선의 길들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공간입니다.

노서리 고분군도 추천하고 싶은 곳인데요, 천년을 버텼던 왕국의 무덤에서는 어느새 세월을 먹고 자라난 나무들이 자리를 잡은 풍경을 있습니다. 누가 감히 왕들의 안식처에 올라가 나무들을 심고 키우고 손봐줬을 리는 없고, 그저 자연스레 바람이 옮겨다준 씨앗을 자그마한 언덕이 품고서 물과 양분을 주며 이만큼 키워냈을 거라고 상상하면, 오랜 세월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게 됩니다.

대릉원에서부터 첨성대나 안압지, 계림숲이나 경주박물관까지도 설렁설렁 걸어서 닿을 있는 거리에 있구요. 오릉을 지나 포석정을 거쳐 경주 남산 아래턱을 가볍게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고분의 둥실한 실루엣과 너머 야트막한 산들의 실루엣이 겹쳐 보이는 풍경, 안에서 천년의 세월을 느끼며 걸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책길 3, 지리산 둘레길(윤성의)-



* 2016. 7. 13(수)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지리산 둘레길 2코스(운봉-인월, 9.9km))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걷고 싶은 길은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길은 지리산 둘레의 전북, 전남, 경남을 아우르며 120여개 마을을 잇는 285km 장거리 도보길로 현재 22코스까지 조성되어 있습니다.

얼마 예능 프로그램에 그중 3코스가 소개되고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긴 했지만, 굳건하게 버틴 지리산 자락 아래 많은 마을길과 샛길들이 여전히 보석처럼 숨어있는 곳입니다. 저는 틈이 때마다 조금씩 아껴먹듯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요, 오늘은 1코스와 2코스를 중심으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중간에 있는 행정마을에서 맞는 아침. 예보대로 종일 비가 모양인지 꽤나 꾸물꾸물한 날씨였습니다. 멀찍이 병풍처럼 자리잡은 지리산은 온통 희뿌연 연무에 휘감겼습니다. 마을의 포장도로를 금세 벗어나 밟기 시작한 흙길, 제법 빽빽한 소나무숲길 사이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온몸이 흠뻑 부슬비에 젖었습니다.

검고 부드러운 흙바닥에 두방울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피어오르는 냄새, 흙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요. 어쩌면 함께 걷고 있는 친구들 덕분에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황금연휴를 맞아서 불쑥 잡은 지리산행에 흔쾌히 함께 군대 친구들,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을 함께 타박타박 쌓아오며 용케 잘도 뭉쳐 다녔던 같습니다.

유려하게 구부러지는 마을길이 산모퉁이로 사라지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고즈넉했습니다. 그러다가 길이 민가로 접어들면 사람 사는 풍경이 소소하게 펼쳐집니다. 골목길에 버티고 나무도 싱싱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의 발랄한 물소리와, 그쪽으로 기울인 나무들의 휘영청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선명하거나 고집스럽지 않게 한풀 꺾여 수그러든 낡은 파스텔톤의 슬레이트 지붕이나 시멘트 벽돌담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읍내 곳곳의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골목골목 들어가며 찾아보았습니다. 색이 바랜 오래된 간판과 자전거들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애초부터 둘레길 코스에 딱딱 맞춰서 주파해 나간다거나 정복한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가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천리행군이나 국토대장정도 아니구요. 그보다 중요한 , 어느 장소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일 겁니다. 눈을 크게 뜨고, 오감을 온통 활짝 열어둔 , 발바닥에 밟히는 흙과 나뭇가지들을 온전히 느끼는 , 바로 그게 산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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