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너온 길, 멀찍이 플라이어가 보인다.

 

그리고 마리나베이더샌즈 앞에 앉아 바라본 센트럴 지구, 계속된 간척사업과 재개발로 한껏 높아진 건물들이 촘촘하다.



어느 정도 걸어나와 되돌아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연꽃을 따서 만들었다는 박물관이 하얗게 둥싯 떠올랐다.



그리고 최고의 과일 두리안을 따서 만들었다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의 야경. 


저 멀리 휘황한 노랑빛으로 빛나는 플러튼 호텔. 



그리고 싱가폴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주욱 이어지는 길가 음식점들. 저중 어딘가 칠리크랩을 유명한


점보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랜턴바. 플러튼호텔에서 새로 지은 원 플러튼 호텔의 야외에 있는데 뷰가 상당하다.



헤이즈가 심한 날에도 질 수 없다는 듯 온통 그악스럽게 불빛을 밝힌 건물들 틈새에서 조그마한 휴양섬 같은 느낌.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넣는 것 중 최우선 순위를 늘 다투는 건 '두리안 먹기!'


그러다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어디가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가 특히 맛있는 집인지 등등을


캐물어보고는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기필코 찾아가는 거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감히 과일지왕 왕중지왕 최고존엄 두리안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과일을 좋아하냐는 투의 깜짝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고는, 겔랑로드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준다.


하지만 그 정도 힌트면 충분. 이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북적대고 수상쩍은 냄새로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


한줄기 두리안 향기를 따라 기어코 두리안 가게를 찾아냈던 나다. 다짜고짜 겔랑로드로. 나머지는 코에게 맡기고.


빙고! 심 스트리트(Sims St.)와 겔랑로드(Lor 13 Geylang to Lor 18 Geylang)에 이르는 공간을 찾아냈다.


짙은 두리안 향내가 지천에 퍼지고 온통 두리안을 산처럼 쌓아둔 채 쉼없이 껍데기를 벗기고 있으니, 이는


싱가폴의 두리안 성지라고 부름에 부족함이 없으렸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찾아낸 두리안 성지에서도 그랬듯 여기도 소품은 단출하다. 두리안님을 올려둘 테이블,


미처 영접하지 못하고 손끝에서 끝나버린 두리안님의 과육을 닦아낼 휴지(크리넥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두껍고 뾰족하기가 하늘의 왕국을 지탱하는 자의 면류관과 같은 두리안님의 갑옷을 특별관리해두려는 커다란 


바께쓰(라고 쓰고 쓰레기통이라 읽음). 



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안님의 과육이 손의 피부세포로 흡수되는 것조차 막고 한줌남김없이 입으로 영접하기 위해서


(혹은 두리안의 향이 손에 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비닐장갑까지도 준비해


두었던 것 같은데 싱가폴에선 없었던 것 같다. 두리안님을 대하는 양국 국민의 차이랄까. 싱가포리안들에게 +1점.



나중에, 동남아의 어느 두리안 농장같은데 취직해서 두리안님의 탄생부터 성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직접 보고 이렇게


성숙하는 모습까지 친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홍콩에선가 채 익지도 않아 껍질이 잘 까지지도 않던 두리안을


먹어본 적도 있는데, 그건 거의 생밤을 먹는 느낌이었고, 이제 그보다 덜 익은 두리안님들을 각 단계에서 맛보고 싶은


약간은 음흉한 생각이 드는 시점.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거다. 두리안의 맛을 좋아하지만 향까지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고, 두리안의 맛과 향을 모두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는 거고.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래도 대다수를 점하니


두리안을 파는 과일가게는 대체로 한곳에 모여 있게 되는 거 같다. 약간 후각의 게토 같은 분위기.


덕분에 뱃속에 들어간 두리안은 커다란 열매 하나에 불과했지만, 코로는 수백수천개의 두리안이 진하게 풍기는 


향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나로선 전혀 불만 가질 것 없는 두리안님들의 집성촌 되시겠다. 


비록 숙소에서 오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뭐 사실 매일이라도 움직이겠다.


기타 싱가폴 차이나타운의 두리안 전문샵에서 사온 두리안으로 만든 음식들. 


그 가게에서는 두리안 케잌과 두리안 커피, 두리안 밀크티와 두리안 과자, 두리안 말린 스낵과 두리안 잼, 두리안


아이스크림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위엣것들은 바로 두리안 커피와 두리안 밀크티.


그리고 두리안 과육을 걷어내서 천하장사 소세지 모양으로 포장해놓은 두리안 케잌. 빵 사이에 두리안이 들어간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모양의) 두리안 케잌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두리안 향과 맛이 연해서 땡탈락. 반면 이녀석은


그냥 두리안 과육을 그대로 응축시켜놓은 셈이라 한입 먹어보고 덥썩 질러버렸다. 잘 익은 진한 두리안.


집에 오자마자 치즈 플레이트에 올려서 송송송 썰어서 맥주랑 마시니깐...다시금 두리안 성지가 이곳에 임하셨더라는.





 

찜사쪼이에서 무작정 구룡반도의 서안, 바닷가쪽으로 걸어나가보기로 했다. 홍콩의 흔한 아파트 외관은 대체로

 

저렇게 자잘한 균열도 많고 에어컨 실외기가 덕지덕지 나와있으며, 게다가 페인트칠도 한꺼풀 벗겨진 느낌이다.

 

물론 동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문득 지나치던 미용실이 너무 허름해서 놀랬다. 홍콩이라고 꼭 패션의 메카라거나

 

쇼핑의 천국인 것만은 아니지만,그래도 저런 헐벗은 의자라거나 물건들은 한국에서도 시골에나 가야 볼 듯.

 

 그러다 문득 나타난, 마치 한국의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같은 느낌의 과일 도매시장.

 

과일의 왕 두리안도 잘 익은 것들을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과일상자를 싣고 다닐 카트도 도처에 널려 있는가 하면, 과일가게 하나가 워낙 규모도 크고 다루는 과일도 많더라는.

 

 

아쉽게도 시간대가 맞지 않았는지 상점들이 많이 문을 열고 있지는 않았지만, 몇몇 열린 가게에서 분위기가 물씬.

 

고층건물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양쪽에 차양을 길게 늘어뜨린 과일가게에서 번지는 노랑색 불빛이 이쁘다.

 

 

어느 가게는 이렇게 아예 셔터에 과일그림을 그려놓기도 했고.

 

 

 

어둑어둑해지면서 갑작스레 쏟아진 스콜성 폭우에 숙소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참. 여기는 옥시장이라고 했는데,

 

옥은 쪼가리도 안보이고 온통 문닫은 가게들 뿐이다.

 

 네이던 로드, 홍콩 구룡반도를 관통하는 커다란 큰길로 나와서야 방향 감각이 다시 생겼다. 그런데 정작 여기는

 

가게에 진열된 물건 앞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꼬맹이 두명.

 

 

 비가 온통 쏟아붓는 풍경, 홍콩의 생활인들은 우산을 들고 비를 그을 곳을 찾아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난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며 아까 사둔 두리안을 맛보았다.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만만, 이것도 여행의 묘미.

 

 

가이드북에 이끌려 찾아온 곳. 전통 페라나칸 음식을 조금은 분위기 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페라나칸이란, 누군가의 후예, 후손이란 뜻으로, 그야말로 미국뺨치는 다민족, 다인종이 자연스레 섞여드는 싱가포르의

 

혼혈인종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특히나 아랍과 인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들이 마구 섞인 혼혈 가정의 독특한

 

문화와 음식은 어디선가 경험해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페라나칸 박물관 강추!)

 

이 곳 트루블루는 이미 여러 차례 상도 받고 인증도 받았던 곳인지, 입구에서부터 온갖 상장과 상패들이 즐비하다.

 

그치만 사실 눈길은 이런 재미있는 분수대에 더 쏠리고. 배는 고프고.

 

 

사진이 엉망이지만, 먹는데 바빠 제대로 건질 겨를도 없었다. 이건 치킨과 블랙넛이 들어간 '아얌 부쉬 끌로악'.

 

그리고 이건 정말 조리후에도 손바닥만큼이나 큰 타이거새우와 커리소스가 섞인 '우당 고랭 다온 커리'. 위에 잔뜩 얹힌 이파리는

 

커리 이파리라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바삭바삭하면서 향도 매력적이었던.

 

줄곧 서빙을 옆에서 도와주던 주인 아저씨에 따르자면 삼성가의 자제분들도 즐겨 찾는다는 내실, 페라나칸 문화가 잘 드러나는

 

각종 자수라거나 조각상,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는 내실에도 슬쩍 들러봤다.

 

두리안 빙수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두리안을 좋아라 하다보니 동남아를 찾을 때마다 두리안냄새부터

 

좇아 다니게 되는데, 싱가포르에서 맛봤던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두리안 빙수도 색다른 별미.

 

 

참고로 찍어둔 메뉴판 몇 컷.

 

 

 

 

 

 

 

Chijmes, 차임스라고 읽어야 하지만 자신있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곳은 1980년대까지 수녀님들이 고아들을 돕기 위해 이용한

 

일종의 보육시설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이 곳곳에서 성행하는 데이트 코스이자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집결한 곳.

 

 

아르메니안 교회 정원, 시내 한 가운데에 있지만 굉장히 조용하고 시내의 소음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하얗고 자그마한 교회

 

주변으로는 이렇게 십자가로 고행하는 예수를 담은 십자가의 길이 3D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중앙 소방서. 건물이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게 소방서의 급박하거나 긴장감 넘칠 업무와는 영 딴판.

 

멀라이언 파크에서 싱가포르의 서쪽으로. 남쪽 해안으로는 온통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뒤에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한무더기.

 

무더기째 뭉쳐져 있던 건물들로 한발 재겨딛으면 이렇게 활짝 열리는 미지의 뒷골목.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중앙에서 수시때때로 기획되어 있는 듯한 라이브 공연. 나름 시스루를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헬릭스 브리지. 싱가포르의 다민족, 다인종성을 상징하듯 DNA 나선구조가 거침없이 꽈배기로 용틀임하는 모습을 담았다나.

 

 

물론 다리가 온통 불밝히는 밤도 좋지만 낮에도 걷기 괜찮은 다리,

 

다리가 잇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쪽과 싱가포르 플라이어 쪽의 풍경도 좋다.

 

 

 

다리 중간중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전망대. 저기에서 마리나 베이 저끄트머리의 멀라이온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두리안, 이라는 별칭의 에스플러네이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미술 전시나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려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전통악기 공연이 있다길래 삼십여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연주를 감상.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 때더라, 택시를 탔더니 온통 불상과 힌두교 신들, 혹은 무조건 복을 빌어주는 각종 잡신들, 심지어

 

손님을 빌어주는 일본 고양이인형까지 모아둔 정신사나운 모양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독일 맥주가 굉장굉장굉장히 맛있었던 어느 바. 특히나 더웠던 날 점심부터 맥주를 대차게 마셔줬다.

 

이건 센토사,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남쪽의 리조트 월드 공간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리지널로 경험했으니 패스, 대신 택한 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과거 싱가포르의 우정청이었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플러턴 호텔, 그 로비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애프터눈티를 맛볼 수 있다는

 

코트야드가 있다. 과거 대만에서 애프터눈티의 호사를 누리고 나서 다시금 이 곳 싱가포르의 애프터눈티도 만끽하겠다며 진출.

 

 

싱가포르의 유명한 티메이커인 TWG에서 특별납품한다는 스페셜티와 함께, 3단 트레이를 꽉꽉 채운 핑거푸드들. 스콘과 타르트와

 

케잌과 샌드위치들은 계속해서 리필이 가능하다. (가격은 얼마였더라..SD 40-50 사이였던 거 같은데, 두어시간의 호사라면야.)

 

 

책도 좀 읽고, 와이파이를 쓰며 잠시 문명과 접합하기도 하고, 사진도 정리하다간 차를 홀짝대고. 그렇게 두세시간이 훌쩍.

 

  플러턴 호텔에서 북쪽의 올드시티로 이어지는 다리. 강철줄로 지탱되니 현수교라고 해야 하나, 고졸한 아치가 살아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다리 밑으로 왠지 아슬아슬 통과해 지나는 유람선들.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고 왕래도 잦은 편이다.

 

 

 

너머로 보이는 건 보트키Boat Quay로 이어지는 적갈빛 지붕의 건물들.

 

 

그리고, 온통 수십층을 훌쩍 넘긴 듯한 거대한 고층빌딩 사이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 플러튼 호텔의 고풍스러움이라니.

 

호텔이 품고 있는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멀라이언 파크, 바다에 대고 물을 토악질해대는 오리지널 말고

 

요렇게 작고 귀여운 미니어쳐도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녀석도 나름 물을 뱉긴 하는데, 아직 연륜이 부족한 듯 질질.

 

 

이미 덕 투어로 근접해서 보았었지만 걸어서 찾아보니 또 다르다. 아무래도 사자와 생선의 기묘한 조합.

 

게다가 이 곳에서 가만히 코를 쫑긋거리면 가까운 아이스크림 샵에서 무려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파는 냄새를 잡아낼 수 있는데,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꼭 코를 벌름거려 위치를 확인 후 기필코 맛볼 것. 굉장히 함량도 높고 맛있었다.

 

 

멀라이언 파크에서 바라본 마리나베이 샌즈와 에스플러네이드, a.k.a. 두리안.

 

 

 

 

 싱가포르의 육로와 해로를 넘나들며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역시, 수륙양용선을 타고 돌아보는 덕 투어.

 

베트남전에 실전 배치되었던 수륙양용선을 타고 1시간을 꽉 채워 싱가포르의 올드 시티 등 중심가를 달리기도 하고

 

바닷길을 따라 마리나 베이 샌즈와 멀라이온 공원 등을 모두 돌아보는 코스에 더해 박식하고 유쾌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 얹혔다.

 

 시청 앞 잔디밭을 지날 즈음, 싱가포르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스포츠라는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시청이나 과거 관공서로 쓰였던 건물들은 2014년 현재 모두 공사중이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육로를 따라 가는 길에 마주친 플래턴 호텔과 그 너머 한뭉텅이의 빌딩숲.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의 위풍당당한 모습.

 

 

아무래도 근 50년전 전장에 참전했던 노병인지라 엔진 소리가 위태위태하다 싶더니, 슬슬 육로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F1 트랙이 있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 맞은편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향해 내닫는 차.

 

 이제 저 아래 바다로 이어진 길을 내달리면 차가 배가 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충격과 물결이 일더니 배 안쪽으로 파도가 왈칵.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이고, 앞의 건물은 F1 레이스 대회 때 차량들을 정비하고 준비시키는 서킷 관리동.

 

 

 털털거리며 달리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물 위에서는 제법 아늑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엔진 소리도 크지 않고.

 

플라이어를 정면에 둔 시점에 놓치지 않고 다시 한 장.

 

 무려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관객석, 그 앞에는 수상 경기장이 있는데 각종 구기종목을 커버할 수 있어 보였다.

 

두리안 두 덩이. 그러고 보니 동남아에 갈 때마다 두리안을 만끽하고 돌아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두리안 빙수,

 

두리안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직은 철이른 생 두리안까지.

 

 

싱가포르의 상징이랄 수 있는 멀라이온 분수대. 사자와 인어를 섞어둔 이 기묘한 생물체는 사실 사자와 생선을 섞어둔 느낌.

 

 

그리고 크게 한바퀴 선회하며 싱가포르의 핵심부인 고층 빌딩숲 세덩이를 일별하고.

 

 건너편 해안가에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수면위로 육박해들어오는 마리나 베이 샌즈.

 

 

다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야자수 나무 키를 훌쩍 넘어선 야외 정원의 슈퍼트리들.

 

 

 그리고 싱가포르 부동산 경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화려한 아파트 건물. 5년 전에 비해 가격이 열배가 뛰었다나.

 

가이드 아저씨가 자못 억울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자신이 놓친 부동산 투기의 기회를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더라.

 

 

 

그렇게 슬쩍 싱가포르 외항까지 나갔다가 들어온 배는 다시 차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이번에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큰 충격이나 흔들림없이 지상으로 귀환하다.

 

 타고 나서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된 수륙양용차의 위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간다는 싱가포르의 마천루 풍경, 그 한쪽 어귀를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특히나 야경에는 빼놓을 수 없는 그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물경 지상 165미터에 이르러 근 4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한다는

 

그 대관람차에 탑승, 어둠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대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3월 현재 싱가포르의 저녁은 8시에야 시작.

 

 

총 28개의 커다란 캡슐로 구성되어 28분에 한바퀴를 완전히 돌게 되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캡슐은 각기 특색이 있어

 

모엣샹동 와인을 제공한다거나 애프터눈티를 제공한다거나, 심지어 결혼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탄 건 일반 캡슐,

 

중국과 일본과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들과 여덟 좌석을 넉넉히 채웠다.

 

탑승시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돌아가는 캡슐.

 

슬슬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 플라이어의 앞마당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F1 트랙으로 쓰이는 플라이어 옆의 도로들이 보이고는, 바다 너머 가든 바이 더 베이의 실루엣이 움찔움찔.

 

 

계속된 간척사업으로 지금의 사이즈를 이루어낸 싱가포르, 더이상의 간척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이제는 재개발이란다.

 

도시 곳곳에서 낡고 낮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이 솟아나는 중이다. 마치 장마철 우산이끼들처럼.

 

가든 바이 더 베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쓰긴 하지만, 고유명사라기엔 뭣할 정도로 네이밍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만 옆에 있는 정원'이라, 이건 거의 위치에 대한 설명일 뿐 저 아름다운 야외정원과 실내 식물원을 묘사하지 않는다.

 

사실 플라이어 위에서 저 야외정원의 야경을 굽어보고 싶었는데, 싱가포르의 길고 긴 해를 원망할 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동으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 위에 척하니 수영장을 얹어 놓은 그 희대의 건축학적 상상력이라니.

 

그 너머 크레인이 촘촘하게 늘어선 곳은 수년 내로 또다른 빌딩숲을 세워올릴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리안.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길고 파란만장해보이는 (왠지 환타지 소설을 연상케 하는) 이름 대신에 쉽고 간편한 이름을

 

가진 콘서트홀이자 전시공간이 두 덩이 웅크리고 있는 너머, 희뿌옇게 슬금슬금 석양을 준비중인 하늘을 배경으로 조밀한 빌딩들.

 

그 와중에 왼쪽 귀퉁이에서 물을 토해내고 있는 멀라이언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캡슐의 높이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즈음, 살짝 앞엣 캡슐의 유리창 둘레에 조명이 켜졌다. 아쉽게나마 노란 햇살도 나리는 참.

 

 

클래식한 풍채의 넓데데한 플래턴 호텔, 과거에는 저 건물에서부터 우편배달선이 왕래했다는 우정청이었다던가.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피어난 연꽃모양 박물관, 연꽃..이 맞겠지? 동남아에 지천인 두툼하고 아름다운 다른 꽃일지도 모르겠다.

 

캡슐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 직전, DNA의 나선구조를 따서 만들었다는 헬릭스 브리지를 바닥에 깔고,

 

그처럼 중국과 말레이시아와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온통 비틀린 채 뒤섞인 싱가포르의 건물들이 눈앞에 우뚝.

 

 

 

 

 

 

홍콩섬 썽완의 이름난 관광 코스로는 웨스턴 마켓, 캣 스트리트를 지나 만모우 사원과 근처 할리웃로드의 골동품 샵이나

 

앤틱샵, 각종 갤러리샵들을 구경하는 정도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건 과일의 왕 두리안 향기를 풀풀

 

풍기는 '허니문 디저트' 샵에서 '두리안 팬케잌' 혹은 '두리안 푸딩' 혹은 기타 열대과일 디저트들 맛보기!

 

웨스턴 마켓, 은 그렇게 크지 않은 오랜 붉은 벽돌 건물로 근 백년을 버티고 있는 상가 건물인 셈이다. 2층엔 옷감만 취급하는

 

샵들이 꽉 차 있고 3층엔 레스토랑이 있으니 크게 시간을 들일 공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오랜 세월의 풍취가 남아있다.

 

 이런 옛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이 그런 것들 중 하나. 그리고 밟을 때마다 살짝 울림이 있는 듯 느껴지던 바닥재들도.

 

 여하튼, 웨스턴 마켓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허니문 디저트'!

 

메뉴판 가득 망고니 포멜로니 타피오카니 두리안이니 온갖 종류의 열대과일로 만들어진 디저트류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지만

 

관심사는 오로지 두리안, 두리안을 먹겠다는 목표 하나로 태국 여행을 갔던 적도 있으니 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두리안으로 만들어진 것 중에서 뭘 먹을까 고심하다가 고른 건 '두리안 팬케잌'.

 

포크로 살살살 절개한 단면을 따라 황금빛 두리안의 크리미한 속살이 생크림을 잔뜩 묻힌 채로 두둥.

 

싸여있을 때는 살짝 후각 세포를 노크하던 수준의 두리안 향기가 불끈, 온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냐항.

 

요리조리 열심히 두리안 팬케잌을 감상하고 감사하고 향기를 맡는 나를 보며 같이 갔던 직장 동료가 그랬다.

 

먹는 걸 이렇게 열심히 찍는 모습은 처음 본다나. 당연하지, 이건 두리안으로 만든, 가공하거나 말린 게 아니라

 

두리안 생물이 가득한, 두리안 향기와 과즙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두리안 팬케잌이니깐!

 

그래서, 야곰야곰 먹으면서 점점 홀쭉해지는 녀석을 아쉬워하면서 동시에 두리안의 향기가 몸속 가득 포섭된 데에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기도 하면서 완전 몰입해서 먹어버리고 말았다는.

 

뭐, 이건 별로 눈길도 안 갔지만 그래도 예의상 찍어준 사진 하나. 올챙이알 같은 타피오카가 잔뜩 들어간

 

열대과일 플러스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두리안이 최고.

 

그리고 다시 힘내서 캣스트리트로 걸어 올라가는 길. 웨스턴 마켓 옆길에는 트램 정류장도 바로 붙어 있고 MTR역도 있으며,

 

홍콩의 어디를 막론하도 돌아다니는 2층버스 덕분에 더욱 풍경이 이국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방콕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간단히 물었다. 'May I?' 하며 카메라를 슬쩍 들어올리면

애나 어른이나 다들 알아듣고선 방긋 웃어주거나, 별 흔들림없이 시크하게 멈춰주거나.

그렇게 찍은 사진들. 황금산 위에 올랐을 때 올망졸망 머리를 맞대고 방콕 시내를 내려다보던

가뭇가뭇한 아이들이 귀여웠다.

황금산 주변동네를 진동시키던 징소리, 종소리를 만들어내던 저 팔뚝들. 여자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빌러 온 아저씨 하나가 나의 '메이 아이?(카메라 들썩)' 앞에서 흔쾌히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이후의 다시, 대애앵- 귓바퀴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굵은 떨림.

황금산 위의 황금탑, 사람들의 기원을 모으는 안테나처럼 위로 뾰족하게 곧추선 그 탑을 향해

무언가를 조용하게 빌고 있던 태국의 아가씨. 꺾인 발바닥이 하얘지도록 미동도 없이 탑을 향했다.

어딘가의 재래시장, 순대를 튀긴 것처럼 곱창 안에 밥풀이 잔뜩 채워진 채 기름으로 튀겨진

간식을 팔던 해맑은 꼬맹이 숙녀들. 하나만 달라는 내게 계속 두개를 디밀어주어 당황시키던.

두리안에도 제철이 있는줄은 몰랐다. 지금은 남국에도 두리안은 제철이 아니라더니, 과일시장은

온통 파인애플과 수박뿐. 조그마한 밴 위로 바늘꼽을 틈도 없이 차곡차곡 쟁여진 파인애플을

내리던 이들의 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그리고 적재가 끝난 다음인지 파란색 바구니들을 탑처럼 쌓아둔 채 고단한 몸을 뉘인 아저씨.


다른 시장, 또다른 고단함.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불편한 자세지만 잠시라도 쉬어 가실 수 있다면.

짜오프라야 강으로 스미는 방콕의 거미줄같은 운하들, 사람들은 마을버스를 타듯 수상보트를

타고 방콕 깊숙히 들어갔다. 그리고 좁은 운하만큼이나 가늘고 긴 배를 타고 온통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달리는 통에 저런 파란 방수포를 끌어올린 채, 검표원만 배 밖에 남겼었다.

지저분한 방콕의 운하 좌우변의 허름한 수상 가옥들을 쾌속 보트로 휙휙 지나치며 문득 눈에

꽂혔던, Joy is UP이란 저 높은 건물. 선착장에 내리니 문득 풍경이 바뀌었다. 여기는 모던 방콕.

그리고 제법 대도시스러운 복장의 사람들.

그리고 어느 재즈바, 클래식기타를 쥐뜯으며 분위기를 잡던, 그리고 그만큼의 공력을 갖췄던

태국의 아티스트가 있었다. 구불구불한 장발을 커튼처럼 늘어뜨린 채 그가 만들어내던 멜로디들.

그런가 하면 태국의 소수부족, 아마도 북쪽 치앙마이 인근에서 온 듯한 분들이 나무 개구리를

막대기로 긁으며 개구리 소리를 내기도 하고, 원색의 고깔모자처럼 생긴 전통모자를 쓴 채

여행자들에게 팔고 있었다. 대부분은 저렇게 단호한 거절, 그래도 개구리 소리는 그치지 않고.



정말 귀엽게 생긴 백인 꼬맹이들이 짜오프라야 강을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유람선 앞선창에

딱 버티고 서서는 아주 신났다. 찢어질 듯 맹렬하게 펄럭이는 태국 깃발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어찌나 재미있어하던지. 녀석의 윗도리도 질세라 나부끼고 있었다.

카오산로드 바로 옆에는 커다란 복권 상설도매시장이 위치해 있었다. 방콕 구석구석을 넘어

태국의 곳곳으로 퍼지는 복권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 그리고 팔기 위한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잔뜩 쌓아둔 채 몇십장 단위로 끊어서 스테이플러로 묶어두는 어른들의

부산함 속에서 혼자 가판을 지키는 아이의 눈빛이 심퉁스럽다. 놀고 싶은 거겠지.

라오스에서 왔다는 Kai, 이 게이 아저씨는 내 선글라스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아침부터 쌀국수에

맥주를 먹는 내 앞에 앉아 계속 재잘재잘, 며칠 안 되는 사이 세번이나 가서 밥도 먹고 그와 얘기도

나누는 '단골'이 되어버렸다. 남자친구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문득 시샘이 샘솟듯 하더라는.

왕실선박박물관에서 온몸을 구부린 채 배 안쪽을 수선하고 있던 아저씨. '메이아이(카메라)?'의

물음에 슬쩍 흘려주던 수줍은 미소가 참 좋았는데.

숙소로 돌아가던 길, 카오산로드로 돌아가는 숏컷shortcut, 지름길을 자기집 안방인 양

차지하고 의자에 누워 티비를 보는 가족들이 넘 웃기고 정겨운 거다. 전등 불빛과 함께

어둑한 골목길을 비추는 티비 조명.

어느 음식점들, 골목 뒷켠에 숨어 외국인이나 여행자는 눈에 띄지 않던 그 곳은 태국의

아저씨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신문을 꾸깃하게 펼친 채 달겨붙는 파리에게 엉성하게

손을 휘저으며.

그렇지만 카오산에만 들어가면 이렇게 꿈틀거리는 문신을 과시하며 벗고 다니는 외국인들 천지.

유럽인, 미국인, 아시아인들, 온갖 국적의 인종들이 몰려들어와선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문화를

만들어놓은 해방구의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이렇게 온몸 가득 타투가 새겨진 마네킹이 서 있던 카오산의 그 어느 골목, 아무래도 저런 식의

타투는 그렇게 이쁘다는 생각은 절대 안 든다.

공원의 큼지막한 그늘 아래에서, 돗자리처럼 펼쳐진 초록빛 잔디밭에 기대 누운 채 책도 읽고

낮잠도 자는 금발의 아가씨들. 저런 식의 여유를 그렸던 거다. 사진을 찍고는 나도 슬몃

풍경에 끼어들어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또 누군가 사진을 찍었을지도.

하얗게 칠해진 길다란 벤치 위에 척하니 양반다리를 한 채 신문을 읽던 아저씨가 있었다.

밑에는 커다란 개 두마리가 녹아내린 듯 땅에 달라붙어서 나른하게 잠들어있었고. 꽤나

한가롭고 평화로워보이는 풍경이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니 개들은 도망가고 아저씨만 웃었다.

조그마한 불당에 들어갔는데 아저씨가 부처상 앞을 싸리빗자루로 쓸다가 잠시 멈추더니 한참을

통화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내게 하나도 의미를 싣지 못한 채 그저 시끄럽고 야릇한 노래처럼

울렸지만, 왠지 부처는 다 이해했다는 듯 빙긋 웃고 있었다.

드디어 돌아오던 날, 짐가방을 질질 끌며 공항버스를 기다리던 때. 따끈하게 덥혀진 보도블록에

앉아 눈앞에서 내달리는 차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사방으로 꼬불거리는 글씨가

창문에 가득 적힌 시내버스 한 대가 멈췄고 사람들을 쏟아냈고 다시 삼켰다. 사람들이 몸싸움하듯

오르내리던 부산함 가운데도 흔들림없던 그녀, 무심한 눈빛으로 버스를 보내버렸다.





타이페이에 가서 제일 먼저 맛 봤던 건 '귤주스에 한없이 가까운 그 무엇'이었다. 타이완의 음식들이 중국 본토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깔끔하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즉석에서 갈거나 짜서 만드는

쥬스류들도 모두 래핑까지 기계로 해서 준다는 점.

뭔가 우리나라 순대볶음이랑 비슷한 거 싶으면서도 간장 소스에 조리된 짭조름한 맛인데다가, 저 위에 있는

온갖것들 중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직접 골라 담아 주문하는 방식이라 재미있다. 돼지귀, 내장, 어묵, 두부,

라면 사리(같은 것) 따위 온갖것들을 땡기는 대로 담고 보니 이렇게 수북한 요리가 나오고 말았다. 맥주 한잔이

딱 생각나게 만들던 그런 술안주거리.

여기는 궁관야시장. 타이페이에 스린야시장이니 궁관야시장이니 화시제야시장이니, 여러 곳이 있고 돌아다녀

봤지만, 그걸 하나하나 모조리 찍고 돌아보느니 차라리 한두군데 뺑뺑이 돌아다니는 게 훨씬 재밌지 싶다.

야시장이란 게, 특별하게 꼭 봐야 할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슬슬 돌아다니면서 군것질도 하고 아이쇼핑도

하고 그렇게 현지 사람들하고 어깨 부딪히고 사과도 하고 한국말로 욕도 한두마디 해주고, 그런 데니까.

화시제 야시장에서 발견한 개구리알 파는 가게, 아마 다른 야시장에도 있고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띌 거다.

초록색으로 좀 끔찍하게 그려진 개구리가 딱 버티고 선 간판, 게다가 Frog Egg란 심상찮은 단어도 떡하니

적혀 있고 하여 호기심이 바싹 땡겨져 버렸지만, 사실은 개구리알이 아닌 타피오카. 버블티에 들어가는

그런 쫀득한 동글백이 알들이 가득한 음료수를 파는 가게다.

엄마표 돼지피 양갱, 이랄까. 선지처럼 굳혀진 돼지핏덩이를 아이스크림바 모양으로 만들어서는 저렇게

고물을 꾹꾹 눌러서 주는 거다. 선지처럼 비릿하니 피비린내가 조금 나기도 하면서 고소한 고물맛이 더해져서

꽤나 괜찮던 간식거리. 10NTS면 35를 곱해서..음.......아, 350원. 왜 이리 싸지...불량식품인 건가. 돼지피가

아니라 고무고무를 먹은 건 아니겠지.

망고, 수박, 메론이니 온갖 과일도 팔고 옥수수같은 것들도 팔지만, 그런 낯익은 것들 말고 이렇게 신기한

모양의 '콩'도 판다. 콩이다. 콩을 삶아서 까먹으라고 파는 건데, 밤 삶은 거랑 좀 맛이 비슷하다.

물소 뿔같기도 하고, 악마의 뿔같기도 하고. 저게 대체 어떤 모양으로 자라나는 걸지 감히 상상도 안 갈 정도로

묘한 모양새. 어디가 위쪽으로 매달려있던 걸까.

장소를 바꿔서, 여기는 단수이의 라오제(老街). 타이페이 내의 야시장들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게

아무래도 해변가 관광지를 따라 길게 발달한 탓인 듯. 조금은 더 놀거리에 집중되어 있고, 타이페이 야시장과는

군것질 종류도 좀 다르다. 거리 자체가 좀더 깔끔하고 시원시원 넓어보이는 느낌도 있고.

매실주스 일 잔으로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며 걷기 시작. 보통 저렇게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길거리 음식은

외국 나가서 위험하니 먹지 말라고 하지만, 내 경험상으론 타이완은 괜춘한 듯. 온갖거를 다 줏어먹었는데도

5일동안 배탈 한번 없었다.

뭔가 작고 동글동글한 경단을 만드나 했다. 부지런히 메추리알을 까서 후라이하듯 불판 위 구멍에 채워넣는

아주머니의 재빠른 손동작. 메추리알 후라이는 처음 본 듯. 한국에서야 늘 삶아진 거만 까먹었으니.

이렇게 꼬치로 꿰어져서는 귀얄로 소스 살짝 묻히고 솔솔 뿌려주면 맛있는 메추리알꼬치 완성.

단수이가 바다에 연해 있어서 그런가, 해산물 간식거리가 꽤 많이 보였다. 물론 오징어를 바로 잡아올려서

이렇게 오징어구이를 하겠다고 석쇠 위에 올리는 건 아니겠지만.

썩은 두부..라고 해야 하나. 약간 퀴퀴하고 화장실 큰 거 냄새가 배어나오던 두부 조림이랄까. 두부를 약간

발효시켜서 만드는 거 같긴 한데, 마치 홍어집이 가까울수록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듯 두부 가까이로 갈수록

그 냄새가 진해졌다.

핫도그같기도 하고 소세지같기도 한 저건, 사실은 돼지 내장껍데기 안에 밥을 가득 채운 채 기름에 튀겨내는

일종의 순대와 오히려 가깝다고 해야 할 거 같다. 쫀득하고 고소하게 기름에 튀겨진 밥이랑 껍데기가 맛나다는.

어설픈 피카츄가 어색한 웃음을 날리며 눈찡긋 중인 이 기계는 일종의 빠찡꼬. 야시장마다 한 켠에 잔뜩 이런

기계를 갖다두고 있는 거 같다. 한번 해봤는데 의외로 잘 풀리는 바람에 쏟아져내리는 구슮들에 파묻혀

행복하게 죽을 뻔 했던. 실제 현금으로 환금은 안 되는 거 같다. 아쉬워라.

두리안을 굉장굉장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가게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무려.....

두리안 튀김!!! 세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두리안 덩어리를 튀김옷을 입혀서 튀긴다는 건 같은 듯.

기름지고 느끼한 과일 두리안은 튀겨도 여전히 과일의 황제다운 맛이 났지만, 다만 향이 많이 죽어있었다.

그래서 두리안의 향이나 식감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더 먹기 쉽고 맛들이기 좋을 듯하다.

휴양지 근처 떠들썩한 시장통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이런 풍선 쏘기 게임. 5번 라인에 있던 10개 풍선이 전부

터져 나간 거 보이는지. 그날따라 굉장히 잘 맞았다. '빙고'를 외친 셈이지만 별로 큰 선물은 없어서 아쉬웠..

대체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들, 선초..신선초인가. 뭔가가 젤리처럼 잔 안에 가득 차 있었고 맛이나 향 역시

약간 한약 냄새 비슷하게 풍겼는데. 뭔지도 모르지만 그냥 신기해 보이는 건 전부 한번씩 시도해본 거 같다.

배불러서 뒤뚱대며 걸어다녀야 했을 정도.

뜬금없이 불쑥 나타난 사당. 사당 양 옆에는 뺴곡하게 가게가 들어차 있고, 그냥 시장통 한복판에 있는 거다.

으레 빠지지 않는 적당히 귀여운 수준의 섹스샵. 귀여운 것들이 넘 많았지만, 저 '나 바빠요'하는 표지는

굉장히 맘에 들어서 사진으로 찍어놨다. 내 방앞에다 저런 거 내걸면 어무니가 시껍하실 듯 하여 사지는 않고.

손대지 말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진열대, 굳이 그런 문구 없어도 손댈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징그런 것들.

사람의 부식된 모가지가 거꾸로 매달려 있고, 뚝뚝 끊겨나간 팔목이 레알 돋게 내걸려있으니.

돼지고기 튀김, 일종의 돈까스랑 같은데 굉장히 고소하고 고기도 두툼하게 고이 들어있어서, 이미 맛본 수많은

간식거리들과 함께 저녁 한끼 식사의 화룡점정. '지빠이'라고 닭고기로 만든 것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었다.

신기하게 생긴 과일. 대체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한국어로 이 과일의 이름이 있을 거 같지도 않다.

좀처럼 본 적이 없는 과일이니 뭐, 약간 구아바랑 비슷하면서도 식감은 또 엄청 아삭아삭하고. 군것질거리를

잔뜩 맛보고 마지막에 디저트 삼아 저 이름모를 과일을 아작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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