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시내는, 사실 한국을 떠나 어느 나라를 가던 늘 실감하는 거지만, 굉장히 밤이 금방 찾아오는 듯 하다.


가게들은 일찍 불을 끄고 문을 닫는가 하면, 퇴근시간 잠시 혼잡했던 거리는 이내 차들조차 드문 적막강산이 된다.

 

 

그래도 더블린의 밤을 늦은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건 템플 바 등등의 유명한 펍들이 늘어선 템플바 스트리트.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의 거리.

 

 

 

아마도 세인트 패트릭데이 즈음해서나 거리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 인형탈쓴 사람도 보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 음악영화 '원스'에 나왔던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저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템플 바'를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즐비한 게 분위기 좋고 독특해보이는 바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콘서트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그 뜨겁던 거리 인근에 위치한 호텔 지하의 바. 

 

그리고 더블린의 택시. 워낙 조그마한 도시라 택시나 기타 대중교통을 탈 기회도 없었지만서도.

 

더블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게 세이파리 클로버랑 녹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도심 곳곳에서 이런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숙소 주변인 그랜드 커널 닥(Grand Canal Dock)의 야경. 



 

온통 녹색식물에 잡아먹힌 듯한 건물, 시멘트의 날빛깔이 그대로 드러난 벽면에서는 녹슨 쇳물이 눈물자국을

남겼고 무시무시하게 자라난 덩굴식물과 잡초들은 건물을 안팎에서 온통 포위했다.


그 와중에도 허름한 창문으로 빗겨내는 풍경은 용케도 푸르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비단 그 한 구획만이 아니다. 건물 전체가 온통 위아래에서 진격해 들어오는 초록빛 전사들에 포위되고, 포획되고

포승줄을 이고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폐허.

저 정도면 엔간한 사람은 저 뭄을 삐걱, 여는 동작 하나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무섭도록

싱싱한 저 초록빛 대궁과 줄가리들을 갈갈이 찢어놓아야 비로소 열릴 법한 저 초록빛 매듭으로 꽁꽁 옹쳐매진

듯한 문 앞에서. 에라, 짓기는 인간의 손을 빌어 지어졌으되 이제 니네꺼 해라. 이러면서.

그런 폐허였다. 저렇게 유리창 안쪽에 소담하고 복스러운 꽃덩이를 뭉클뭉클 품고 있던 곳은 그런 폐허였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건 인간의 손으로 섣불리 되어질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눈감고 있던 공간에도

엄연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무언가 움트고 자라고 피고 지는 그런 생동감이 가득 차 있음을 항변하는 듯한

그런 포스를 내뿜고 있는 무엇이었다.

꽉 찬 공간을 밑에서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듯 했다. 초록빛 잎사귀들은 도도하게 건물 내 공간을 잠식하고

온통 차지한 채 창밖으로 그 부피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문을 열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얌체공들처럼

덩굴손들이 사방으로 뻗쳐나갈지도. 혹은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어느 순간 문짝을 온몸으로 밀며 바깥세상을

채워나가기 위해 후퇴없는 전진을 계속할지도. 겨울이 오기 전까지.





@ 헤이리.
물결모양으로 휘감아 올라가는 건물의 외관, 한국 전통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상모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어

구현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밤에는 LED조명이 물결을 따라 건물을 휘감았다.


엑스포 최초로 기업연합관 형태로 세워진 '한국기업연합관'. 총 12개의 국내 대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처음 연합관이 구상될 때는 끼지 않겠다던 기업들이 개막 이후에는 후회하며 담당자들을 질책했다는 후문.

상해에 눈을 선물한다는 구상, 제대로 맞아떨어진 듯 한 그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쁘게 비쥬얼화하면 저런

그림이 나오는 거다. (사실 저렇게 이쁜 눈송이가 내리지는 않는다.)

참고. 상해엑스포, 상해 어린이들에게 눈(雪)을 선물하다.

1층에 있는 전시물, 저 프레임을 통해 보면 수만개의 거울조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조금씩 움직이며 눈이

흩날리는 듯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시선이 이동하면 이미지도 조금씩 변화하는 원리인 거 같은데, 저 거울

조각들은 캔이나 폐지 등의 색채를 빌려온 재활용품이라고 한다.

기업연합관 건물을 휘감은 합성수지 막재는 엑스포 기간이 끝난 후 이런 모양의 쇼핑백 등으로 재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이런 엑스포가 아무리 '친환경/녹색'을 표방해봐야 행사 기간에만 쓰이는

건물과 부속 시설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폐자재와 쓰레기가 나오는지. 좋은 아이디어다.
 
잘 보이진 않지만, 저렇게 발바닥이 붙은 위치쯤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커다란 액자가 보인다. 5만여개의

거울조각으로 구성된 액자가 서서히 움직이며 기업연합관에 참가한 기업 12개의 로고와 이미지들을

노출하는 거다.

잘 안 보이니 3층으로 직행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다시 뒤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런 식의 그림, 계속해서 뭉실뭉실대며 그림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거나 저 그림이

좀더 '녹색'과 친하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다면 의미가 더욱 실리지 않을까 싶다.

3층 Preshow 공간. 12개 참가기업의 로고가 소개되며 처음 관람객들과 만나는 공간이다.

기업연합관은 총 3층짜리 건물, 동선은 1층에서 3층, 2층 이렇게 짜여져 있다.

그래서 3층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본전시, 직전에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샤이니 등 한국 연예인들이 상해엑스포

기업연합관 개관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 마침 홀쭉해진 길이 방정맞게 인사중.

입구는 다소 어두컴컴한 느낌, 아무래도 안에 있는 장치들이 대개 LED 조명인데다 보여주려는 것도 LCD패널에

나타나는 동영상과 기술들인지라.

12개 기업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지나치면 각 기업들의 로고를 터치하고 자세한 설명을 팝업해서 읽어볼 수 있는

커다란 스크린을 마주치게 된다.

"녹색성시 녹의생활". 녹색도시 녹색생활 쯤 되려나.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터치스크린들이 있어서

관람객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훑어보고, 그렇게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벽면에 있는 것들도 전부

직접 사진도 찍고 조종해 볼 수 있는 것들, 최대한의 양방향성을 추구했다더니 정말 그렇다.

SF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요새야 광고에서도 많이 보이는 장면이지만 손으로 이리저리 작은 창들을 꺼내고

키우고 움직이는 게 이만큼이나 가깝게 구현됐다. 꽤나 재미있다는.

셀카를 찍으면 그 사진이 둥둥 떠다니다가 오른쪽 끝의 줄기에 가서 달라붙는다. 아무래도 셀카는 한국적인

뭔가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처럼 셀카찍기를 즐기고 이렇게 전시관에 기본적으로 깔아두는 곳도

없지 싶은데.

그렇게 12개 기업의 대표 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벽들을 지나면 이제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슬로프를 마주치게 된다.

세계 최대의 멀티미디어 타워랜다. 세계최대, 세계최고, 이런 식의 수식어를 붙이는 게 촌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LCD 모니터 192개로 만들어낸 타워라니 크긴 크더라. 아, 192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번 상해 엑스포에

참가한 국가수가 192개라는데, 이는 유엔에 등록된 국가수와 같다고 하니 말그대로 전세계가 모두 참여한 셈.

상영시간 6분여의 영상이 펼쳐지는데 꽤나 화려했다. 전면에 커다랗게 기업 로고를 때려박는 무식한 방식이

아니라, 조금은 세련된 방식으로 흘려흘려 보여주는 게 특히 맘에 들었다. 멋진 광고 한편을 본 느낌.

이번 전시 컨셉은 역시나 '녹색시티'. 2층에서 이어지는 5개의 테마관에서 미래도시의 이미지, 재생 에너지 등의

내용을 담아 관객과의 체험을 기다리고 있다.

각 테마관 모두 서포터즈 언냐들이 있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를 알려주고, 직접 시연해 보여주기도 하고.

전시장의 마지막쯤..전시관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안에는 꽉 차있다는 느낌이다. 한국관이나 북한관, 심지어

중국관이랑 비교해도 왠만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재미있을법한 꺼리들은 다 갖추고 있는 듯.

전시장을 빠져나가기 전에는 2012 여수엑스포를 홍보하는 영상이 뜨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그 앞에 꾸며져있던 대여섯송이의 꽃, 그리고 그 그림자 이미지.

상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엑스포 참가사상 연합관 참가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상해엑스포에

최초로 연합관이 들어선 셈인데, 외국기업연합관은 이곳과 일본산업관 단 두 곳 뿐.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만큼의 성과까지 얻을 수 있다면 오년 후, 밀라노엑스포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연합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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