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5. 실외 정원 잔디 조성

 

2015년 8월 28일, photo by father


얼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공사 현장, 건물의 외관은 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현관 대리석 마감을 제외), 


내부도 바닥재나 벽면, 가구재들이 차근차근 들어가려는 즈음이다. 그리고 건물 바깥 정원의 잔디를 식재하는 중.


차 두대가 겨우 지나다닐 시멘트길에 연한 정원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을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쳐 두고, 내부의


정원 공간에는 푸릇푸릇한 잔디를 기를 예정이라고 하신다.


잔디묘들을 저렇게 잔뜩 열맞춰 늘어뜨려놓고는 꼼꼼하고도 규칙적인 배열에 맞춰서 식재중이신 아주머니들.


대문 현관에서부터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길, 차들이 주차하게 될 그 공간에는 너른 현무암 판석을 듬성듬성 깔고


그 틈새부위에만 잔디를 심는 것으로 우선 처리. 현무암 판석은 이중으로 깔아놓아서, 나중에 혹여 잔디가 잘 안 자라


맨땅이 보인다거나 하면 좀더 넓게 현무암으로 덮어둘 수 있도록 대비까지 철저히 해두었다.


그리고 건물 뒷벽에 설치한 난방용 가스배관과 LPG가스통.  





남양주 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에 설치된 화장실, 아무래도 한옥세트장이 주를 이루다보니

그런 걸까, 화장실 문양도 뭔가 전통미가 느껴지고 색감 역시. 그렇지만 명색이 영화촬영소인데

조금 심심하달까 평범하다 싶기도 하다. 한국의 영화배우들 얼굴을 활용하거나 유명헀던

영화감독의 얼굴을 활용하거나, 그러는 건 어땠을까.

당장 시내 영화관조차 이런 화려한 화장실 표시가 번뜩번뜩. 어쩌면 이 화장실 표시만 봐도 아~

여기 거기지,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런 게 바로 특색있고 임팩트강한 화장실 표시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찰리 채플린과 마를린 먼로의 단순화된 이미지와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쁘기도 하잖아.


급할 때 눈에 잘 띄고 돌아나올 때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게 바로 디자인의 힘.


@ 남양주 종합촬영소 & 메가박스COEX.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남양주에 있는 '봉쥬르', 왔다갔다 하면서 늘 눈여겨 보게 되던 화장실의 간판이다.

파이프를 물고 살풋 구겨진 모자를 눌러쓴 텁수룩한 남자의 이미지는 꽤나 간지나는데

그걸로는 "자연의 부름에 응하는" 사람들의 다급한 눈에 쉽사리 띄기가 어렵다 생각했나보다.

밑에 굳이 '남자'라고 삐뚤하게 적힌 글씨가 재미있었다.

여자 화장실은 일종의 시각적 터부의 공간.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고사하고 눈길이 조금만 오래

그 안쪽으로 고정되어 있다 싶기만 해도 왠지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지고 심장도 쪼글쪼글해진다.

그래도, 저 의지력 드높은 사각턱의 여인이 입술을 앙다문 표정은 아무래도 카메라를 부르더라는.

'남자'라는 글씨를 썼던 사람이 여기도 똑같이 쓴 게 틀림없다. 참 알기 쉬운 필체.



@ 남양주, 봉쥬르.
여기저기 한옥마을이니 뭐니 하여 초가지붕과 기와지붕을 사이좋게 모아둔 공간이 꽤나 생기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세트장보다는 그럴 듯한 느낌이

덜하다. 민속촌 같은 컨셉은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깝게 복원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테니 이쁘고

운치있게 보이기 위한, 그리고도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세트장과는 목적부터가 다른 거다.

남양주에 있는 종합촬영소에는 19세기말 종로통을 재현해 둔 민속마을 세트장이 있었다.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좌우로 열지어 있는 이 골목이 인사동에 남아있는 피맛골의 예전 모습이었겠구나,

아무리 말로 백번 들어봐야 한번 이렇게 보는 것만 못하다. 머릿속에 과거 피맛골의 모습이

대번에 아로새겨졌다.

애초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다룬 영화 '취화선'의 세트장으로 마련된 이 곳은 이후 '천년학'이나

'왕의 남자', '스캔들', 심지어는 '다모'나 '해신'같은 드라마 세트장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 최대한 공간을 조금 차지하면서도 다양한 구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걸까, 아니면 정말 저 시대에 저렇게 기와집과 초가집이 바싹 붙어있었던 걸까.

세트장이라고는 하지만 건물들의 외관만 보면 다들 굉장히 번듯번듯하고 오래 묵어 보여서, 실제로

사용되던 건물들을 보존해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만 살피면 기와 밑에 숨어있는 비닐이나

스티로폼 따위 현대의 건축 자재들이 살짝 드러나 있는 부분들도 있고, 열린 문짝 안으로 들여다본

내부는 좀체 사람손이 닿지 않은 싸늘한 기운만을 가득 품고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의 조그마한 동네 하나를 만들어둔 규모의 세트장인지라, 안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몇몇 영화에서 접했던 조선 말기 한성의 풍경과 겹치면서 더욱 실감나더라는. 둥그스름한

초가지붕이 저 너머의 둥글둥글한 야산의 실루엣을 닮았다.

그리고 여기는 판문점 세트장, 판문점에서 실제 영화 촬영이 불가능하니까 이곳에 실물의 85% 규모

판문점 세트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해서 찍은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JSA, 유명한

장면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인형 두 개가 서있었다. 이병헌과 송강호의 얼굴 대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저 안에 들어갔을 거다.

판문점 남측 사무소인 '자유의 집', 여기서 어떤 장면이 찍혔었는지는 좀체 기억이 안난다. 

그러고 보니 공동경비구역 JSA가 대체 언제적 작품인가 싶기도 하고, 그 중 한두장면이라도

기억에 남아있는 게 대단하지 싶기도 하고.

야외 세트장에서 실내의 영상지원관으로 내려가는 길, 영상지원관 내부에는 소품실, 의상실,

법정 세트장 등이 개방되어 있다고 해서 꽤 재미있을 거 같기도 했고, 생각보다 11월 중순의

날씨가 선뜩선뜩 서늘했던 탓에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반대편 벽면에는 무려 '포토존'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 한가운데

그려져 있었다. 마치 요정인 양 그 글자를 가린 채 화려한 나비 날개를 달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이나 재미있어서 사람들의 대범한 포즈를 잠시 구경.

건물 안에는 지금 촬영이 진행중인 스튜디오도 있고 불이 꺼져 있는 스튜디오도 있고, '촬영중

조용히'라는 표지에 불이 켜진 스튜디오 안에서 무슨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살짝

문을 돌려봤지만 열리지 않아 포기. 궁금증은 여전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법원 세트장,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법원 장면일 텐데 그렇다면 그 장면들은 모두 여기서 찍혔다는 이야기 아닐까. 내부를 전후좌우,

심지어 위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천장이 휑하니 뚫려 있던 대법원 세트장의 법관석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이 모두들 한 번 앉아서 사진을 찍어보려 하는 명당 중 명당.

워낙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르다보니 조금 조악하게 느껴지는 몇몇 특수촬영 체험관을 지나고

영화의 풍부하고 실감나는 사운드를 더하는 폴리 음향을 직접 만들어보고 영화에 덧입혀보기도

하는 체험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실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없이 조금 둘러보다가

금방 나와야지,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여기저기 세트장을 둘러보고 체험 같은 것들도 시간 맞춰

함께 해보고 그러다보니 반나절 가까이 지나버리고 말았던 것. 야외도 둘러보고 실내도 둘러보고,

날이 조금만 덜 추웠어도 좀더 야외 세트장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불꽃을 몇 초간이라도 응시해 본 사람이라면 마력과도 같이 눈길을 붙잡아 두는 그 마력에 저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익히 알고 있을 거다. 새빨갛다 못해 하얗게 탈색되어 버린 듯한 불꽃이 낼름대며

불똥을 뱉어낼 즈음이면 머릿속에서 그 옛날 어둡고 눅눅하던 동굴에서 번갯불을 소중하게 간직했던

조상의 기억이 마구 분출되는 느낌인 거다.

느닷없이 추워진 날씨에 모닥불이 어찌나 반갑던지, 으레 모닥불과 쌍으로 떠오르기 마련인

은박지두른 고구마니 감자 따위는 한참이나 불곁을 지키고 나서야 생각이 났더랬다. 그 와중에도

불티는 사방으로 날리며 누군가의 패딩 점퍼, 누군가의 코트에 빵꾸를 내려는 듯 기세등등.

가을이라고 몇 번 찡얼대기도 전에 단풍잎들은 온통 미이라처럼 바싹 말라 오그라붙은 채

분분하게 떨어져버렸다. 모닥불은 낙엽들의 잔해와 꼿꼿한 나무등걸을 남김없이 살라먹으며

이제 다시 겨울이 왔음을 선포하고 있었다. 가을은 그야말로 낙엽 한 잎사귀 떨어지는 순간

끝나버리고 말았다.




@ 남양주, 봉쥬르.


용산 참사의 피해자 철거민들에 징역 4-5년을 확정한 대법원에 대한 분노를 담아,

고귀한 법관님들 책상 위에서 분탕질 한번.



@ 남양주 종합촬영소, 법원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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