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분명하고도 직관적인 화장실 표시라니. 게다가 인도의 최전선인 공항에서 꼭 어필해야 할 인도 전통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인도 출장중 저녁식사를 하러 들른 그럴듯한 바 겸 레스토랑. 잘 먹고 마신 후 야근을 하기 위해 일어서기 전 찾은 화장실 표시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이렇게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삿대질.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지 잔뜩 허벅지를 움츠린 남자. 어흑~ 하며 숨을 삼키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여자. 마찬가지로 엄청 급해보이는 포즈가 생생하다. 화장실이 깔끔하고 좋은 술집, 남녀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욱 좋고, 그런 술집 찾기가 강남에서도 쉽지 않은데 인도에서 이리 쾌적한 화장실과 세련된 표지를 만났다.



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


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





올댓재즈였던가, 핸드폰에 묵혀둔 케케묵은 사진인지라 어디에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등신대 크기의 남자와 여자가 자못 분위기 넘치는 포즈를 잡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겠다만


혹여 여자의 잘록한 허리라거나 남자의 근육질 팔목에 혹해 이성을 좇아 문을 열지 모를 일이다.




카사노바의 귀향.꿈의 노벨레 (반양장) - 10점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모명숙 옮김/문학동네
#1. 카사노바의 귀향.


카사노바의 귀향. 제목부터 흥미롭다. 모든 남성의 로망이랄 수 있는 '카사노바', 그가

로망일 수 있는 이유는 끝내 어느 사랑하는 이의 품속에서 죽어가겠다며 호기롭게 외칠 듯한

그의 그치지 않는 모험, 정확하게는 사랑을 찾아 정복하고 다음 상대를 찾는 모험 때문인 거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귀향이라니. 어딘가 있을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니 이건 배신이다.


말하자면 뭐가 있을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내달려 무조건 일로직진하며

새롭고, 자극적이고, 신선한 사랑을 찾아 나서야 이름값을 한다고 여겨지는 카사노바가 어느순간

어라, 그런데 고향에 뭔가 있었지, 하며 고개를 돌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후회하고,

추억하고, 되돌이키고, 상실감에 젖고, 센티멘탈해지는 그런 순간. 그런 '카사노바'를 상상할 수 있는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는 직선이라 멋졌던 그의 궤적이 어느 순간 꺾이고 늘어져 애초의

지점을 돌아보게 되는 건 차라리 발기불능의 문학적 은유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더이상 그의

마력적이던 육체가, 정신이 갓 사랑에 눈뜬 시골처녀의 마음 하나 흔들지 못하게 된 엄연하고

잔혹한 '시간'의 세례를 받는 순간이 있었으리란 점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이 지독히도 시니컬하고 잔인한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더이상

과거의 영광과 자랑스러운 '정복'의 순간들을 재현할 수 없는 늙은 카사노바, 그의 자유정신은

꺽인지 오래고 그의 젊음이 사라지며 매력 역시 사라지고 말았지만 삶은 이어진다. 어떻게 살 텐가.

과거의 금송아지 풍월이나 읊으며 살기에는 억울하고, 뒷방 늙은이로 순순히 물러나기에는

여전히 피가 끓어오르는 상황.


어쩌면 그는 최악의 수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또다른 젊음의 매력에 편승해서, 그를 협박하고

그녀를 마구잡이로 차지하고 마는 그런 순간이란 건, 여태까지의 그가 걸었던 나름의 정합적인

궤적과 평판에 스스로 똥물을 뒤집어씌우는 셈인지도 모른다. '카사노바'라는 이름이 갖는

나름의 신화와 명예를 스스로 남김없이 더럽히고 용서할 수 없는 지경으로 퇴락시킴으로써,

어쩌면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그 이름을 이젠 스스로 매장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카사노바'로 불렸던 사람이 뒤집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맞닥뜨리게 될 좌절감과

배신감,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결과로 빚어지게 되는 비참함과 자괴감, 자기파괴로 치닫는

부정적인 흐름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는 건 더이상 우뚝 솟은 직선의 지향을 갖지

못한 구부러진 남성의 질시와 자기 혐오. 삶이 우스꽝스러워지고 말았다.



#2. 꿈의 노벨레.


이 작품은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의 원작이 되었다고 하며, 한나절 꿈을 통해 단조롭고

평온한 일상에 얼마나 크고 근본적인 균열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숱한 문학적,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작품은 굉장히

짧고 등장인물의 동선과 행동 역시 굉장히 압축적으로 보인다.


마치 한 순간의 꿈처럼 일상에 파열구를 내고 만 가면무도회, 그곳에서 만난 '그녀'의 뒤를

캐는 과정에서 남자는 줄곧 전날밤 아내가 고백했던 꿈 이야기를 곱씹는다. 아내가 꿈꿨다던

한순간의 도발적인 유혹, 그와의 평온한 일상을 뒤엎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리려 했다는

고백은 그로 하여금 무언가 자신도 '백업'해둘 만한 공간을 찾게 하는 건 아닐까.


그녀가 아니어도, 그녀와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의 일상이 아니어도, 자신은 또다른 위로를

찾을 수 있으며 혹은 더 나아가 그곳에야말로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 환상. 대부분의 경우 그런 환상은 지금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믿는 쐐기가 흔들거릴수록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거 같아서 하는 얘기다.


상대가 흔들리면, 나도 흔들린다. 아무리 서로의 믿음이 깊고 사랑이 단단하다고 해도,

일상을 가로지르는 그대와 나의 두 축이 부르르 진동하는 순간 비열하고 약삭빠른 이성은

어느새 저만치 고개를 처박고 새로운 '환상'을 찾아 위로를 구한다. 그런 한 순간의 꿈,

동양의 꿈 이야기가 돌고 돌아 현실의 안온함을 지켜낸다면, 이 소설 '꿈의 노벨레'는

돌고 돌아 현실의 그런 Fragile함을 드러낸다.





네발 달린 짐승이 슬쩍 고개를 돌린 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자태다. 이것은 뭐에 쓰는 물건인고, 묻고 싶게

만드는 이 물건의 이름은 호자(虎子), 백제 시대의 남성용 변기라고 한다. 아하. 그러고 보니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는 데다가 등언저리에 손잡이가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위트있게 슬쩍 뒤로 뺀 엉덩이하며, 몸통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그 은근한 곡선미하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게

버티고 선 균형감하며, 집에 저런 거 하나 있으면 따로 화장실 안 쓸 거 같다. 게다가 휴대하기도 편하잖아.

변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페트병이나 들고 다니던 현대인들에겐 없는 고졸한 운치와 미감은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이름은 '호자'라니, 왠지 볼 일을 보면서 호랑이처럼 울부짖어야 할 것 같은 충만함.

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신체의 구조와 용변의 자세가 다르니 남자와는 달라야 하는 건 사실 당연한 건데,

내가 봐왔던 휴대용 변기, 요강의 형태는 남녀에 무차별했던 것들 뿐이었다. 앞으로 길게 뻗어나온 입술이

편안한 배변을 돕기에 맞춤한 백제 여성들을 위한 변기, 신기하게 이름은 변기(便器) 그대로다.


이런 한자이름으로 백제 때도 불리웠을지는 모르겠지만, 변기(便器)라는 단어는 새겨보면 뭔가 의미심장하다.

지린내와 똥내가 섞여있는 단어라기보다는 '편리한 기구'라는 담백하고 호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단어랄까.


분명 장담하지만 이런 변기는 밤새 안녕하라는 의미로 방안에 들이는 일종의 '요강' 기능을 수행했을 테고,

일반 가정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체높으신 분들을 위한 물품이었을 터. 일반 백성들은 뭐, 집밖의 큰 나무아래

성별에 따른 편한 자세를 취하고는 대충 풀잎사귀 한줌 뜯어다가 닦고 덮어두고, 그랬을 거다.



@ 국립부여박물관.


이웃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문득 눈에 띈 지구살리는 법, <샤워를 하며 소변을 보자>라는 캠페인을 보았습니다.

에이 뭐야, 이미 실천하고 있는 거잖아~ 라는 식으로 넘기려는데, 재기발랄한 댓글들이 눈에 띄었어요.

많이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 전부 세심하게 닉넴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있습니다. 파리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각얼음을 부어넣는다거나,

철망이나 플라스틱망을 깔아넣는다거나, 동글백이 나프탈렌을 수 개 깔아놓아도 해결되지 않던 '튀는 XX방울'에

대한 새롭고 급진적이며 경이로운 해결책, 가히 신의 창조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그것은 바로! 두둥(again)
아아, 파인애플을 썰어넣은 모양이랄까요, UFO 출현형태 중 많이 노출되기로 소문난 바로 그 신비롭게 '구멍난

원기둥'형태, 가운데를 공략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를 꿰뚫고 있는 그 날카로운 통찰력이 구현된 궁극의

나프탈렌입니다! 그렇게 가운데를 공략해도 물방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것을 자연스레 막아주는 저 배려심깊은
 
구멍이라니. 아...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생각나게 만드는 감동의 나프탈렌입니다ㅜ 저 완만한 구멍의 생김 역시

가이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시간의 흐름, 아니 액체류의 씻김에 순응하는 호연지기의 자세를 그대로 현현하고

있네요. 아아...감동이어라.


이정도면 나프탈렌의 신 아닐까 싶습니다. 일견한 것만으로도 손끝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 인간 지성의 한계가

없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걸 고안한 사람은 아마도 아인슈타인의 화신이 아닐까요.

일단 눈물을 닦고, 감사한 마음으로 바지춤을 내리고 경건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아아아...좋아라, 키모치이이...

응? 여튼. 첫째, 물방울이 튀지 않습니다. 전부 구멍안에 가두어져 차분하게 흘러내리네요. 둘째, 성취감을

자극합니다. 구멍을 조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없던 오줌도 나올 지경입니다. 셋째, 나프탈렌이 신속하게

녹아내리며 공기를 정화합니다. 청결한 화장실의 기본은 향취겠죠. 넷째, 변기가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물방울이 튀지 않고, 게다가 저 작은 구멍안으로 대부분 수렴되니 위생상 효과가 탁월합니다.


이거, 대박 아이템 아닐까요?? 혹 실제 사업상 이 아이템을 활용코자 하시는 분은 자유로이 하시되,

제게 스톡옵션 쵸큼만 넘겨주시거나, 집 한 채만 사주셔요^^;;;;;


초대장을 드리면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에 드리는 분들은 간판만 만드시고 사라지시는 거 아닐까,

게다가 공짜영화니 뭐니 선전에 열을 올리시는 스패머는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여섯 장 밖에 안 되니만치 꼭 필요한 분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맞추는 분께, 선착순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니체는 남성의 질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남성의 질병-자기 경멸이라는 남성의 질병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은 ○○○ 여성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뭐뭐한 여성, 그 빈칸 세 개의 정답을 맞춰주시는 분께 한하여 선착순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모 제한은 없으므로, 한번에 여러가지를 말씀하실 수도 있겠고, 혹은 생각날 때마다 몇 번씩 말씀하실 수도 있겠네요^^


 
● 일시 : 2009년 8월 30일(일) 20: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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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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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Sunday August 30, 2009



R.S.V.P
ytzsche.tistory.com



어제 면접관으로 면접을 시행하고 나서 느낀 바를 포스팅했더니 모처럼 다음뷰에 올랐다.

([면접관 후기] 면접보는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그리고 쏟아지는 댓글들, 폭언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들. 확실히 군대는 민감한 주제다.

면접에서 군대얘기는 좀 진부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는 게 어떨지..라는 이야기에 열폭이라니.


2년에서 3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는 엄혹한 사실로부터 뿌리깊은 보상심리와 피해의식이

작동하며, 그건 동시에 턱없는 자부심이나 과도한 의미부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군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순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었다가, 또 순간 보람찬

애국자가 되어 자부심에 넘치기도 하는 자기분열적인 모습
을 보이는 거겠지만, 기본적으로

군인들의 애독서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란 점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깊은 한숨으로 마지막장을 덮게 되는.


게다가 돈있으면 만고땡인 한국사회에서 '군필'이란 딱지는 마치 돈없고 빽없고, 그래서

순진무구하고 선량한 서민/소시민의 자격증인 듯 간주되고 있으니 더더욱 피해의식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피해의식은 대개 풍부하게 공급되는 온갖 병역비리,

군필 논란사건을 보건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결국 피해의식은 다음과 같은 이중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애초 군대를 남성만 간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

그리고 남성 중에서도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만 간다는 사실에서 비롯하는 부자(남성)에

대한 피해의식. (거기에 더해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널럴한 요즘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도 있지만 그건 차치하자.)

그리고 그런 피해의식은 바득바득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를 수반한다.

술자리에서 남자들 모두 자신이 가장 힘든 군생활 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보상심리의

사소한 발현일 거다.


만약 군대라는 공간이 조금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 알찬 곳이었어도 그렇게

큰 피해의식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만약 군대에서 뭔가 나름의 성과를 얻어 나왔다면, 뭔가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렇게 큰 피해의식이나 보상심리도 없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2년여의 시간을 밖에서 여성과 부자(남성)들이 공부하고 연수다녀오며 알차게 보낸만큼

자신들도 거기서 뭔가 스스로에 플러스가 되는 뭔가를 얻어왔다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렇게 강변하며

'군필'에 대한 배려 내지 선호를 당연하다고 말한다. 위계에 대한 예민한 감각, 상명하복의

체화, '튀지 않고' 중간만 가려는 무사안일주의랄까 그런 것들이 이미 우리 사회 조직문화의

일부로 흡수된지는 오래인 건 맞다. 뭐 일부 그런 기풍에 벗어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는

있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게 사실이다.


뭐 좋다. 그런 거 배울 수 있다고 치고, 진심으로 군대가 '조직문화를 익히는 배움의 전당'

이라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익힌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직장에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난 후에 수월하게 적응한다면 된 거 아닌가. 혹 군대에서 익혀나온 '조직문화', '협동/인화/

단결' 같은것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평가받지 못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페미니스트, 여성부,

군대내에서도 덜 '빡시다는' 곳을 다녀온 남성들..그런 사람들 때문에 가산점도 없어지고

호봉도 깎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근데 이력서에는 군필 여부를 기록하고 구별이

가능토록 하고 있은 지 오래고, 군미필에 대한 주류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게 사실이니

별로 억울할 건 없지않나. 적잖이 보상받고 있잖아.


난 사실 군대에서 개뿔 얻은 것도 없고, 아무리 사회적으로 보상하려 해봐야 그건

2년 몇개월의 시간을 메꾸기엔 턱없으며 소모적이고 갈등적인 사회적 논란-남녀간,

빈부간-만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군대란 걸 모병제라거나 기타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현실에 적응시키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괜히 허풍떨듯 여성은 못가는 군대, 남성들만

뭔가 특별한 걸 배워나온 듯 과시하지 말고, 동시에 가장 불쌍하고 천대받는다는 듯

분노하지도 말고. 어차피 갔다온 사람들은, 앞으로 그곳에서 썩어나갈 사람들이 조금은

덜 썩을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은 더 스스로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군복무가 될 수

있도록 개선시킬 의무가 있는 거 아닌가.





P.S. 내 이전글 [면접관 후기] 면접보는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에서는 취업시 군필자와

미필자를 무차별하게 대하는 게 옳으니 그르니에 대한 글은 아니었다. 이미 이력서에 체크가

되어 아마도 서류전형에서 감안되었을 것이고, 면접때는 면접관의 이목을 끄는 좀더

생생하고 참신한 사례를 들어 본인을 어필하란 이야기였을 뿐. 군대 경험이 값진지 아닌지

그걸 따지는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저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핏발 세우고는 자부심과

피해의식이 마구 혼재된 심리상태를 자동기술하는 사람들은 참...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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