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용이 지키는 도시답게 건물들은 나즈막하면서도 나름의 운치와 위엄을 간직하고 있었다.

 

 

 

류블랴나 성을 향한 오르막길, 사람이 채 오르기도 전에 양옆으로 어깨 부딪기며 열지어선 집들이 먼저 지쳤다.

 

 

 

류블랴나 구시가에 있는 성당, 그 벽면에 기대어선 (아마도) 대주교님과 성모상, 그리고 가운데의 성화.

 

벽공에 마련된 피에타상, 밤에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조명을 내걸었다.

 

심지어 성당의 정문은 이렇게 고통받는 예수의 모습을 그대로 돋을새김해둔 청동문이다.

 

 

 

류블랴나 구시가의 중심, 그리 크진 않지만 꼿꼿한 오벨리스크가 광장의 중심에서 하늘을 향해 뻗었다.

 

 

 

어느 갤러리였던가 박물관이었던가, 유서 깊어보이는 건물의 안마당으로 들어가서 발견한 류블랴나의 시내 지도.

 

그리고 다른 갤러리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이 한창이었다. 사진보다 전시공간이 더욱 눈에 들어오기는 또 처음이다.

 

 

광장의 바닥도 나름의 문양을 촘촘히 그려내고 있는 곳, 뭔가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느낌의 도시다.

 

 

 

좁은 골목길에 무심코 세워 놓았을 자전거조차도 왠지 그림이 되어 버리는 곳.

 

특별할 것 없는 허름한 건물 입구의 다닥다닥한 우편함에도 각기 개성이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신발들로 이곳이 쉽게 벗어나기 힘든 매력적인 곳임을 곳곳에서 과시하는 도시기도 하다.

 

 

 

아이고, 여긴 참..많은 사람들이 와서는 눌러앉고 말았나 보다.

 

류블랴나의 자그마한 구시가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골목도 구경하고, 이쪽에서 본 저쪽 모습, 저쪽에서 본 이쪽 모습을

 

요모조모 뜯어보던 사이에 안 그래도 흐렸던 하늘은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꺼뭇꺼뭇해지고 있었다.

 

 

 

 

 

광장에서부터 온갖 자그레브의 명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려면 손가락이 열개여도 부족하겠다. 사방팔방을 가리키는 화살표.


 옐라치치 광장으로부터 두 개의 언덕, 카프톨과 그라데츠로 뻗어나가는 오밀조밀한 골목 틈새를 비집고 늘어지는 햇살.


 

 성모승천 대성당이 삐죽 고개를 디밀고 있는 골목도 있고.


옐라치차 광장의 중심, 광장보다 움푹 들어가서 조성된 이 분수대 주변은 사람들이 층층이 앉기 참 좋게도 생겼다.


 짙은 구름이 잠시 지나고 햇볕이 내리는 그 곳은 역시나, 햇살을 즐기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명당자리.


  

 

옐라치차 광장 중앙에 선 기마상이 조그맣게 보이는 각도, 나도 질세라 분수 옆 돌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참이다.


옐라치차 왕을 기리는 기마상 앞에는 크로아티아의 국기와 꽃들, 그리고 촛불이 잔뜩 봉헌되었다. 신생국의 포스란 이런 건가.

  

 

광장 옆의 기념품 가게. 자그레브의 고유한 빨간 하트 모양의 장식품이 화려하다.

 

 이곳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더니 아예 기념품 샵들이 곳곳에 늘어섰다. 



기마상 앞을 지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은 광장일 수도 있겠지만 자그레브의 규모에 비기면 작진 않은 듯.

 

 

그리고 광장의 한켠에서 묵주니 성모상이니 등등을 팔고 계시던 분 뒤로 보이는-어디에서나 크게 눈에 띄는-저 광고는 참.




 

자그레브의 구시가를 형성하는 두개의 언덕 중 하나, 그라데츠 언덕의 동문에 있는 스톤 게이트는 오히려 '기적의 성모'가

 

현현했다는 이야기로 더욱 유명하다. 1700년대에 일어났던 화재로 동문이 전부 타버렸지만 그 잿더미 속에서 한점 손상도 입지 않은

 

성모 마리아의 성화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이곳은 성지순례의 장소가 되었고 이른바 '영험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톤 게이트는 그런 이야기가 서린 동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짧은 터널 같기도 한 그 곳의 위로 향하는 조그마한 문에

 

빗겨 내려쬐는 햇살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아마도 스톤 게이트 위의 성당으로 이어지는 문일까, 평소엔 닫혀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모두 자석을 만난 철가루처럼 정렬하고 선 저 너머, 꽃으로 장식된 저 창살 너머에 언뜻 보이는 그림이

 

바로 그 '기적의 성모' 성화라고 한다. 신의 뜻이라는 게 고작 잿더미 속에서 그림 한장 구해낸 걸로 드러나는진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 곳에 소원을 빌고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딱히 딴지를 걸고 싶진 않고.

 

그보다 스톤 게이트 입구에 세워진 여인상이 더 재미있는 스토리를 감추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단단해보이는 나무상자와

 

하트가 그려진 열쇠를 들고 있는 여인은 아름답지만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거부했다며

 

분노하고 질투에 눈먼 남자에게 독살당하는 어처구니없도록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극의 주인공이라는데,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와 마음을 몇번이고 지켜내겠다는 결의인 걸까. 몸매 전체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스톤 게이트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자그레브 구시가의 풍경. 따로 전봇대가 없이 길 위에 떠있는 가로등들이 특이하다.

 

 

이렇게 스톤게이트의 동쪽 문과 서쪽 문을 찍고 나서 보니 왠지 터널같이 생겼다는 느낌이 더 짙어진다.

 

문 위로 약간 시커먼 흔적은 터널에서 빠져나온 매연이나 연기가 그려낸 자국 같기도 하고.

 

스톤 게이트로 향하는 언덕길 위에서 커다란 뱀 혹은 용을 무찌른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성 조지의 기마상.

 

 

 스톤 게이트를 지나 자그레브의 구시가, 그라데츠 마을의 골목들을 하나씩 탐방하다가 만난 갤러리에서 발견한 크로아티아 고대문자.

 

영어 알파벳과도 같지 않고 마치 중국 고대 갑골문자 같이 생긴 이 도형들은 꽤나 자유분방해보이고 매력적이다.

 

 크로아티아의 중세 시대를 달궜을 온갖 무기들과 갑주, 방패들이 전시된 또다른 갤러리.

 

 

그러고 보면 길의 오르내리막이 뚜렷이 실감나는 게 자그레브 구시가의 특징인 거 같기도 하다.

 

두 개의 봉긋한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올망졸망 모여있는 크로아티아의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들을 섭렵하게 되는 거다.

 

 

 

 

자그레브의 구시가, 그 시발점이 되는 옐라치치 광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광장들을 따라 걷다보면, 우연찮게도-아마도

 

도시 계획의 산물이겠지만-커다란 U자 모양의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옐라치치 광장에서 슈비차 광장을 지나 모던 갤러리,

 

토미슬라브 광장을 지나 자그레브의 중앙역까지. 그리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보타니칼 가든을 끼고 걷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턴.

 

그렇게 미마라 박물관과 크로아티아 국립극장을 만나는 코스가 바로 자그레브의 말굽 편자모양 산책로의 대략적인 동선.

 

(사실 그냥 걷고 싶은 대로 걷기만 해도 자연스레 걷게 되는 코스, 계속 초록빛 풀밭과 나무들을 옆에 끼고 걷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러다 보면 광장 어디메쯤에서 뜬금없는 슈퍼주니어 한국팬들의 테러도 볼 수가 있고,(여기서 콘서트라도 있었던 건가;;)

 

 

한국과는 달리 시원한 하늘색으로 칠해진 소화전도 볼 수가 있고,(이건 사실 빨간색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자연스럽다)

 

 

송화가루인지 열매인지를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도 지나는가 하면,

 

슬몃 비껴나기 시작하는 햇살을 담뿍 빨아들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자그마한 분수대를 보기도 하고.

 

이만큼이나 길어진 나무 그림자들을 헤치며 공원 산책로를 빠른 걸음으로 내딛는 중인 아저씨들도 만나는 거다.

 

 

자그레브 중앙역 앞의 '토미슬라브 광장', 그 가운데에서 마치 광화문 광장 중앙의 이순신 장군처럼 위풍당당한 말탄 장군상.

 

그렇지만 저렇게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따끈하게 덥혀진 대리석에 앉아 광합성 중인 모습은 한국과 다르다.

 

어디나 그렇듯, 먼 길을 떠날 사람들에게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건 온갖 도색잡지들. 유리벽을 온통 도배해버린 타블로이드지들.

 

가게 너머 살짝 보이는 게 자그레브의 중앙역, 가까운 슬로베니아로부터 먼 유럽으로 이어지는 기차가 지나는 곳이다.

 

 

모던 갤러리. 안타깝게도 이곳 자그레브의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들 역시 월요일은 휴관. 여긴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사람과 자전거가 모두 멈추라며 시뻘겋게 핏대를 세운 자그레브의 신호등. 신호가 바뀌면 초록빛 사람과 자전거가 뿅.

 

 

4월부터 11월까지만 개방하는 보타니칼가든은 담장 너머로만 슬쩍 구경하고 지나고 나서 마주친 (아마도) 대학 건물.

 

건물 꼭대기에 무슨 장식물인가 했더니 눈을 부릅뜨고 사주를 경계중인 부엉이들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염두에 둔 거겠지만

 

왠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나 안하나 감시하는 엄한 선생의 표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조그만 놀이터가 보이길래 그냥, 조금 말굽형 산책로에서 벗어나 갓길로 샌 참에 발견한 귀여운 꼬맹이들.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고는 여봐란 듯이 더 용감한 포즈들을 지어보이느라 경쟁이 붙었다.

 

 

그리고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던지는 샛노랑 외관이 파란 하늘 아래서 더욱 두드러지던,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맞은편의 미술공예 박물관도 노랑빛이긴 했지만 국립극장만큼 강렬하지는 못했다. 그늘진 모습이어서 그랬던 걸까, 모르겠다.

 

공원 옆에 그어진 주차구역 중에서 눈에 확 띄던 오토바이 주차구역의 표시. 되게 디테일하고 이쁜 표지다.

 

 

크로아티아 국립극장이 유명한 건 그 개나리색 외관뿐만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의 손꼽히는 예술가이자 조각가인 메슈트로비치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는 '생명의 원천'이라는 작품이 정면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작품, 남자와 여자의 강렬한 눈빛이

 

부딪히는 사이에 뒷켠에 있는 다소 늙고 지쳐보이는 남자의 시무룩한 포즈가 대비된다.

 

그런 군상들이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앞의 광장 한가운데에서 사방을 향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녹색 편자가 끊기고 다시 구시가에 가까이 도달한 즈음, 아무 노천 까페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는 참에 시선에 잡힌 할아버지.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의 할아버지가 멋지게 선글래스를 끼고는 자전거 페달을 힘주어 밟는 모습이 그럴 듯 했다.

 

테이블에 앉아 쉬는 김에 주머니를 털어 가진 돈 액수도 확인하고, 이 나라 돈에는 어떤 그림이나 장식들이 있나

 

꼼꼼히 살펴보는 참에 신기한 걸 발견했다. 크로아티아의 돈 단위인 쿠나(KUNA)는 동전의 숫자 뒤에 새겨진 그 짐승, 족제비나

 

담비처럼 생긴 동물의 이름에서 딴 거라길래 그것부터 신기하다 했는데, 모든 동전의 도안이 물고기, 새, 곰같은 동물이랑

 

식물들이다. 뭐랄까, 굉장히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인 것 같은 느낌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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