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Korea+DPRK
제주#4. 남/녀 노천탕에 사람은 없고 조개껍데기만.
ytzsche
2009. 9. 16. 17:42
법성포구 마을이 자리잡은 거겠지만. 여자 노천탕을 얼쩡거려봤는데 아쉽게도(?!) 양말만 벗은 아주머니들만 계셨다.
여긴 별로 오가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으니 괜찮지 싶다.
굳이 일제 시대 만들어진 단어를 싸그리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순전히 어감상 해녀보다 잠녀가 로맨틱한 게 좋다.
새롭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작업. 요새 오히려 이런 수혜는 지방이나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이 받는 듯 한데, 삭막하고
위압적인 도심에도 마찬가지 생기가 필요하지 싶다.
다시 알고 보니 식당을 빙자한 마을 아주머니들의 모임장소여서 갖고 있던 간식거리도 나눠먹고, 재밌었다.
끝나길 기다리는 얌전한 유모차.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 생망고가 아니라 엑기스나 그런 거 아닐까 싶어서 그냥 포기.
순간이다.
부식되어 있어서 썩은 섬이라 했다던가. 만조 때는 섬이 되고, 간조 때는 짧으나마 '모세의 기적'이 벌어지는 곳.
만들어 냈다고 한다. 한번 그어진 얇은 선 위에 숱한 덧칠을 통해 굵게 만들어내듯, 올레길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며 더욱 뚜렷이 패일 거 같다.
조금 가보다가 말았다. 가봐야 뭐 별거 있겠어, '저건 신포도야' 이런 마음으로.
옆에서도 이렇게 흙을 일구고 작물을 돌보시는 분. 대체 저 고랑 사이로 무엇이 튀어올라올지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튼튼하게 잘 여물었으면 좋겠다.
카메라를 바삐 들이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