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Cambodia-2009
캄보디아#8. 뱀 두마리, 뱀머리 열네개가 인도해준 쁘리아 빨리라이(Preah Palilay)
ytzsche
2009. 10. 9. 20:43
문둥이왕 테라스, 코끼리 테라스 뒷켠에 있는 뗍 쁘라남(Tap Pranam) 뒷쪽 '쁘리아 빨리라이'에 있는 난간도
마찬가지.
이렇게 뱀 두마리가 인도하는 통로, 머리갯수로만 따지면 열네 머리가 인도하는 통로를 따르면 불교사원이
나타난다.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졌다.
신성성과 위엄을 강조한 조각은 사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조금 거부감이 든다. 쟤넨 무슨 벌레처럼.
조각이라고 한다. 부처가 성나서 폭주중인 코끼리 머리에 손을 얹어 진정시키는 장면이라고 하는데, 왠지
하얗게 녹아내린 건지 색칠이 된 건지 그런 바람에 좀 제대로 감상하기 쉽지 않다.
움켜쥐고 있는 장면이었다. 저건 나무라기보다는, 뭔가 기괴하고 이질적인 외계의 생명체같은 느낌.
있는 게 무슨 인공적인 조형물 같기도 하고, 허옇다 못해 펄빛나는 형광까지 감돌고 있다.
윗둥이 잘려져 나갔음에도 이런 포스를 내뿜을 수 있다니.
그릴 법한 아기자기하고 다소곳한 생명체가 아니라, 껍데기 안쪽에서 뭔가 에너지가 꿈틀거리며 나갈 구멍만
찾고 있는 느낌, 강렬하고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박아뒀던 발을 끄집어 쿠웅, 쿠웅 걷듯. 이런 이미지는 사실 '반지의 제왕'에서 구현됐댔다.
세워진 부분은 나중에 새로 쌓아올려진 부분이라 한다.
때는 못 느끼던 위태로움이 멀찍이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비로소 생겨난다.
그런지 좀처럼 짖지도 않고 지들끼리 쫓고 쫓기며 시끄럽게 놀지도 않는 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