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Thailand-06,11,13
가는 비 오는 날 울컥 번진 풍경.
ytzsche
2009. 3. 4. 11:44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었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 기형도, '가는 비 온다'
* * *
빗방울이 톡......톡...톡, 톡톡, 번지다가 어느 순간 쏴아하고 쏟아지던 태국의 밤거리.
비가 번져나가면서, 번들거리는 불빛이 온통 사방으로 녹아내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