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Korea+DPRK
왕이 잠든 무덤, 무령왕릉을 돌아보다.
ytzsche
2011. 10. 10. 17:25
생겼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저 유추해보건대 저렇게 생겼으리라는 게 박물관측의 조심스런 추측.
탄탄한 벽돌무덤이었다고 얼핏 국사 시간에 배웠던 거 같다.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언제나 살짝
으스스하다, 그게 실제 무덤이건 모형이건 간에.
부비적댔지만 쉽지 않다. 서늘하고 교교한 램프의 불빛이 벽돌 틈새로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거 같았다.
그리고 두 장의 벽돌을 합쳐서 저렇게 연꽃무늬가 떠오르는 식의 벽돌이란 건,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
어느 방향으로 배치될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준비가 있었단 얘기 아닐까.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에
더해서 섬세하고 정교하기까지.
저렇게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유려한 곡선이라니. 그런 고분 옆구리에 저렇게 잔뜩 녹슨 청동문짝이 숨어서
백제의 옛 왕들로 향하는 길을 내고 있단 걸 생각하면, 저 곡선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불명확하다고 하나, 수천년을 지나고서도 저렇게 모양이 건사되어 있는 황금관의 온전함에도 감탄, 또
그 형태를 토대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낸 재연품의 화려함에도 감탄.
지신으로부터 빌린 거라는 관념은, 얼핏 원시적이고 야만스러워보이지만, 어쩌면 그 땅 위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았을지 모른다. 모두가 왕의 땅, 이라거나 돈있는
사람의 땅, 이라는 식으로 권력과 금력을 좇아 땅의 소유가 이전되었다면, 그 결과는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네 다리에는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다. 게다가 그 다부지고 단단해 보이는 위압감은, 비교적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뿜어내는 포스가 대단하다.
뚜껑 손잡이는 연꽃모양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채 금으로 꽃받침장식을 만들어 손잡이와 뚜껑을 이었다.
게다가 찻잔의 실루엣에서 느껴지는 저 완만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