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4년 12월 3일(Wed) AM 2: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사진에 찍힌 커다란 한자는 무슨 뜻일까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ctrl+c/ctrl+v로 사방에 초대장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서 불량 컨텐츠를 양산하거나

 

받고 나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필요로 하는 분께 드리고자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오니

 

어렵게 생각하시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40


홍콩의 구룡반도 중심가 몽콕, 그 메인로드 뒷편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시장 골목들.

 

거기에서 만난 고양이 한마리,

 

아니, 이렇게 두마리를 만나고 말걸고 쫓아가다간 멈춰서고, 그렇게 사진에 담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

 

 온통 높다란 빌딩들이 한뼘 정도의 틈만 서로 내어준 채 빼곡히 채워져있는 홍콩, 그 무대 뒤 철골이 날카롭고

 

위태하고 뾰족거리는 곳에서 기껏 빗물이나 받아먹고 철골구조물의 페인트나 핥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

 

 

 

 왠지 두 마리 모두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살짝 우수에 젖고 무기력해진 것도 같은.

 

 낯선이를 온통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바지런하게 움직여 도망가지도 않는 게 이미 이동네 생리에 인이 박혔다.

 

 

근데 이 녀석 가만보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눈 한쪽에 상처를 입었나 보다. 잘 뜨지 못하는 거 같은데.

 

못된 꼬맹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고 그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그런

 

작고 별것아닌 상처였으면 좋겠다.

 

골목에서 두 개 마주본 건물 사이에 덩굴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물, 계속 그걸 올려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왔다갔다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분주하고 돌아다니시는 참이다.

 

 

 

 

마카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앙상한 건물 외벽. 그것도 정면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모습은 기괴하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1835년 화재로 정면을 제한 나머지가 소실된 이래 계속 저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할 부분이고,

 

또 그 전면에 저렇게 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빽빽하다는 것은 역시 아름답다.

 

이왕이면 하늘도 좀 새파랗고 빛도 따뜻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색깔의 우산이

 

마카오의 거리를 점령해 버린 모습도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다.

 

 대부분이 여행객인지라 이렇게 무리해서 꼬맹이한테 우산을 들리고 무등을 태운 아버지의 뒷모습도 보이고.

 

육포와 아몬드 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은 온통 고기 냄새와 아몬드 가루 냄새로 가득하다. 빗냄새 덕에 더욱 생생했던 듯.

 

실컷 육포도 맛보고 아몬드쿠키도 맛보고 나서는, 북쪽으로 계속 가서 까몽이스 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대충 골목길을 따라 위로위로 가다보면 나오겠거니 하고선, 재미있어보이는 골목으로 고고싱.

 

스콜처럼 비가 잠시 쏟아질 때는 옆에 있는 아무 상점이나 들어가서 물건들 구경도 하고, 주인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너는 왜 다른 한국인들처럼 shy하지 않냐고 놀라던 주인.

 

 

 

 

이렇게 상태 훌륭해보이는 400년전의 대포가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호텔을 겨누고 있는 곳은 몬테 요새 위의 공원.

 

그야말로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포인트다.

 

길 찾기가 조금 쉽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지만, 대충 오르막길이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으로 밟은 길이 그대로

 

몬테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대체 어떤 요구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카오에는 유난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문화재들이 많다.

 

몬테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건물 정면만 남겨진 벽면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

 

그리고 이렇게 공원이란 쓰임에 걸맞게 이쁜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기도 한 이곳은 거의 마카오인들의 휴식처라고.

 

 

이 곳에는 총 22문의 400년전 대포가 성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용된 건 17세기에 딱 한번 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함대가 공격해왔을 때, 단번에 함대의 탄약고를 폭파시켜 승리로 이끌었다나.

 

 

 

 

 

 

 

 

세나도 광장에서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길, 아무래도 눈길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좇아 걷게 된다.

 

하얀 바닥에 정교하게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타일을 붙여 기하학적인 문양을 피워냈다.

 

그리고 해마와 물고기들이 물을 뱉어내는 그럴듯한 분수대 하나. 그 뒤로 보이는 체크무늬 건물벽이 인상적이다.

 

 

고만고만한 골목에서 서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왠지 반가워진다.

 

빗물에 씻겨 개나리색 벽면의 색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참이다. 그 앞의 벤치 하나가 동그마니.

 

마카오에서는 광둥어가 주로 쓰이지만 북경어와 포르투갈어도 병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는 거의 못 본 듯 하다.

 

성당앞에는 꽃무늬라거나 성서에 인용된 알파니 오메가 같은 기호들도 있지만, 이렇게 물결무늬가 치는 것도 좋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던 참, 아무래도 이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몇사람을 잡고 길을 물었으나 영어가 정말 안되더라는.

 

무슨 오토바이 주차를 이렇게 잔뜩 해놓은 거주 구역은 또 처음 보는 거 같다. 대만에서도 인도에서도 못 본 진풍경.

 

 어느 막다른 골목 언저리에 꾸며져 있던 사당.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곳인가 싶다.

 

 

몬테 요새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왠지 맞겠다 싶었다. 온통 새장처럼 철창을 두른 건물을

 

가운데 두고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서 주저않고 오르막길을 택한 이유도 그런 거였다.

 

 

 

홍콩에서 출발한 쾌속 페리 내부, 속초 대포항에서 울릉도갈 때 타는 고속 페리와 비슷한 실내 모습이다.

 

찜사쪼이의 차이나 홍콩시티 페리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대략 한시간만에 마카오에 닿는다고.

 

 

 그리고 마카오 페리터미널에서 마카오 중심가까지는 리스보아 카지노의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훌쩍 점프.

 

 

그러고 조금 걸으면 바로 마카오 시내의 중심부 세나도 광장.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답게 샛노란 파스텔톤이

 

은은하게 번지는 광장 바닥엔 온통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장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마카오 시내의 주요 볼거리들은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이내에 몰려있다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내처

 

걸어다니며 여기저기를 둘러볼 생각을 했었다. 다만 홍콩을 출발할 때부터 꾸물거리던 날씨가 끝내 발목을 잡을 줄은.

 

 

골목들조차 어디로 향하는지 뻔해보일만큼 조그마한 세나도 광장, 그리고 조그마한 동네 하나 같은 마카오 시내.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로 인도할지 모험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어느 곳의 골목이나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온통 몰려있는 세나도 광장에서 눈에 확 띄는 이 샛노란 베이지색 건물, 상 도밍고 교회.

 

마카오를 다녀오고 느낀 점 중 하나, 포르투갈에 가서 오리지널 버전의 색감과 장식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세나도 광장을 크게 돌아보고는 사람들에 쓸려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반쯤 내려진 셔터 아래 조용히

 

숨어있는 나무 인형을 만났다.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희뿌연 하늘이 계속되더니 끝내 펑펑 눈이 내렸다.

 

진눈깨비처럼, 혹은 쌀가루처럼 휘몰아치는 눈이 내리고, 시커먼 기와지붕위에는 하얗게 줄이 그어졌다.

 

 

 

 

제주도 앞바다 바람은 어찌나 세차고 몽글몽글하던지, 한번 쑤욱 하고 천막 아래로 들어가면 온통 들썩들썩이다.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송악산과 산방산 지역을 찾은 날은 하필 날씨가 들쭉날쭉.

 

송악산 아랫도리에 뚫려 있는 무수한 인공동굴들, 일제시대 전쟁시설물로 쓰였다는 곳은 이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출입금지의 위태로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수륙양용기나 전함들, 아님 대포들이 숨어있었으려나.

 

 

그리고 송악산을 따라 이어지는 구비구비 올레길.

 

해안을 따라 오르내리는 율동감도 좋고, 좌우로 뱀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걷는 느낌도 좋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벼려진 절벽을 지난 시선이 꽂히는 곳은 산방산.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푸른 바다와 초록초록한 풀밭과 새하얀 파도.

 

 

그리고 바다 너머 점점이 꽂혀 있는 조그마한 암석 쪼가리들과 제주도의 실루엣.

 

제주도하면 역시 말, 이 푸른 초원 위에서 승마를 체험할 수 있으려면 말을 좀 배워야 할 듯.

 

 

 

제주도 이쪽 지역의 특색인 듯, 양지바른 곳에 잘 쓴 묘 주변을 현무암으로 저렇게 두텁게 둘러놨다.

 

동물들이나 잡초들의 침범을 피하기에 딱일 듯.

 

 

 

그리고 어느 시점에선가 시작된 나무데크 산책로.

 

 

송악산을 외곽으로 빙 둘러서 걷는 코스, 대략 2.8km라 했으니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이 채 안 걸렸던 듯.

 

어떻게 보면 바다를 향해 단단히 채비하고 세워진 만리장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무데크가 스물스물 기어오르고 내리면서 제주도 남단의 해안선을 그대로 끼고 걷는 산책로.

 

 

길 중간에는 떡하니 버티고 선 나무를 그대로 살려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한 바퀴. 형제섬을 앞에 둔 송악산 입구에는 여전히 펄럭펄럭, 깃발처럼 천막을 나부끼게 만드는 바람이 잔뜩.

 

 

 

 

 

 

 

일시 : 2014년 11월 20일(Thu) AM 2: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Trickle-down effect'를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지에 대한 답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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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50


 

한라산 영실 코스, 백록담을 밟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라산의 수려한 풍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또다른

 

경로임에는 틀림없다. 내려갈 때는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는 것도 추천한다지만 차를 픽업해야 해서 같은 길로 하산.

 

우리나라 유일의 고산 초원이라는 '선작지왓'. 이름만 들으면 무슨 태국 지명같기도 한데, 봄에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이라고 한다.

 

내려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는 한라산 봉우리. 빠른 화면으로 돌린 듯 삽시간에 움직이는 구름이 빚어낸

 

새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나타나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었다.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흐트러져 있는 울타리 말뚝들.

 

그런 울타리를 무너뜨릴 듯 커다랗게 솟아오른 소원탑들. 붉고 구멍많은 한라산의 화산질 돌멩이들이 눈에 띈다.

 

 

이름 모를 들풀 앞에 무릎을 꿇고 정면으로 사진을 담기도 하고.

 

 

 

아까 지났던 자그마한 구상나무 숲길에서 사람이 전부 지나길 기다리며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이 밟고 다니던 구멍 숭숭한 화산암에 고인 빗물이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혼은 떠났지만 형체는 그대로 지키고 있는 주목의 잔해들이 보여주는 비감함과 당당함의 혼합물.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산중턱에는 잔뜩 짙은 안개가 버티고 있었다. 촉촉한 공기, 초현실적인 풍경.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는 어느새 무거워진 발과 무릎을 최대한 보호하려 줄에 기대고, 심지어는 거꾸로 걷기도 하고.

 

영실 탐방로, 올라갈 때는 온통 사방을 둘러보며 설렁설렁 올랐지만 역시나 산행은 내려올 때가 힘들다.

 

그래도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 영실기암과 병풍바위까지 영실 탐방로가 숨겨둔 비경들은 꼭 챙겨서 두번 볼 것.

 

 

 

 

인도 뭄바이공항의 화장실, 표지판은 굉장히 심플하지만 짙은 대리석 벽면에 그려진 무굴제국 병사같은 모습의

 

이미지가 그나마 밋밋한 남자 화장실의 외벽을 장식중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여자 화장실 역시, 표지판 자체는 별 특색이 없지만 벽면에 제법 포인트가 있다.

 

오히려 남자 화장실쪽보다도 더 신경써서 도안된 듯한 여성, 눈이 이쁜 인도여성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는.

 

 

 

 

 

 

 

일시 : 2014년 11월 16일(SUN) PM 4: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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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80


 

수세식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은 제주도 한라산 해발 1,700m고지의 윗세오름.

 

꽃과 사슴들이 화장실까지 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가려는 듯 기웃거리는 모양새의 화장실 표지판.

 

기왕이면 조금은 더 남자와 여자의 이모티콘을 이쁘게 매만져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예컨대 남자나 여자나 등산복 차림이라거나. 여자가 저런 치마를 입고 여기까지 올라올 수나 있겠나 생각해보면.

 

 

 

한라산 등산코스는 대충 다섯 개, 보통 성판악으로 올라가 백록담을 보고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지만,

 

영실코스를 통해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도 짧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탓에 무리없는 트레킹이 가능하다.

 

 

백록담까지 가볼 수는 없다지만 뭐 꼭 산행이라는 게 꼭대기를 짚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좀 흐린 탓에 백록담을

 

제대로 볼 수도 없을 바에야 안 가본 길을 가보자던 생각. 이미 예전에 활짝 개인 파란 하늘 아래 백록담을 보기도 했고.

 

 

영실휴게소에서 시작해서 얼마 걷지 않아 나타난 병풍바위, 근 1.5km 지점이던가.

 

길도 성판악과 비교해서는 나무 데크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경사도 완만한 편 같다.

 

 

..그렇지만 역시나 한라산은 얕볼 수 없는 산.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싶으면서 식생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진다.

 

슬쩍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나무데크가 끊길 듯 안 끊기며 저 멀리서부터 이어져 오는 모습이 내려보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삽시간에 주위를 삼켜버린 구름..이라 해야 하나 안개라 해야 하나.

 

 

관음사 코스에서 참 멋졌던 죽은 주목나무의 잔해들, 여기도 조금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활짝 피어난 경사면, 그리고 탐방길 우측으론 그보다 급한 경사의 산비탈.

 

 

 

 

올라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안개. 공기까지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

 

 

문득 경사가 끝났나 싶더니, 마치 마트 싱싱코너에서 물안개를 흠뻑 맞은 채소들처럼 싱싱하게 초록초록한 나무들.

 

 

멀찍이 백록담인지 뭔지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숲을 벗어나서는 야트막한 풀들이 가득한 초지다. 걷기도 좋고 기분도 딱 좋은 그런 길.

 

 

아까까지 시커멓게 먹장구름을 드리웠던 하늘이 조금씩 파란색을 머금기 시작하기도 하고.

 

 

마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막판에 잔뜩 업된 채 걸었던, 그런 완만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의 산길.

 

 

그렇게 해발 1,700미터 고지의 한라산 윗세오름 도착. 여기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어서,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옆으로 틀어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거나 해야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많이 몰려들어 짖어대던 까마귀떼들. 컵라면과 음료를 현.금.으.로.만. 판매하는

 

매점 위에 앉아서 울긋불긋한 등산객들을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도 모슬포항,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라 갈 때마다 꼭 고등어회를 벼르곤 한다.

 

조금 숙성된 고등어회에 야채를 조금 얹고 김에 싸먹는 식인데, 고등어가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맛나던지.

 

...배고프다.

 

그리고 회를 뜬 고등어의 남은 잔해로 거의 끈적해지다시피할 만큼 지리를 끓여내오시는데, 이것도 역시 술 도둑.

 

원래는 '만선'이라는 곳만 맛집인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있는 '돈방석'이란 곳이 더욱 맛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사진은 돈방석에 다녀갔다는 어느 시인이 주인 아주머니를 두고 읊은 시라고.

 

 

 

 

제주도 천제연, 갈때마다 날씨에 욕심을 부리게 되는 명소 중 하나. 이날 역시 하늘이 파랗게 이쁘진 않았던 게 아쉽지만,

 

육각기둥형태로 굳어진 주상절리의 기묘한 병풍에 둘러싸인 짙은 에메랄드빛의 연못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연한 초록빛이 되기도, 혹은 심원한 푸른빛이 되기도 하는 물빛깔이라니.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2폭포와 3폭포. 그런데 선임교라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가 살짝 갸우뚱.

 

 

 천제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그토록 신비로운 빛깔을 지녔던 물방울들이 매끈하게 흘러내린다.

 

 

 척, 하니 옆구리에 팔을 올린 것만 같은 아크로바틱한 나뭇가지도 지나가고.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우거진 나무들을 지나는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하는 제2폭포. 제법 수량도 꽤 되고 폭포 아래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하얀 폭포수에 씻겨내리는 게 근사하다.

 

 비가 많이 온 다음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장쾌한 폭포의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선임교. 문제의 선임교..옆면에 붙어 있는 저 선녀들의 부조부터 왠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사출해낸 것만 같은 저렴한 느낌도 그렇지만, 왠지 한국적이라기엔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여하간 큰 호를 그리며 위로 올라섰다가 내려서는 구름다리는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고, 마침 해가 뉘엿거릴 때는 저렇게

 

샛노랗게 물드는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저 석등이 이어지는 디자인이라거나 국적불명의 울타리는 좀 걸렸지만.

다리의 맨 꼭대기쯤에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니 야자수가 점점이 늘어선 게 멋지다. 남국의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

 

한국이라기보다는 어디 중국의 남쪽 리조트같은 느낌에 가까우려나.

 

 이 아이도 좀 미묘했던 게, 한국의 사찰이나 전통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분수라거나 연못에 놓이지는 않는 형태 같은데.

 

최근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더니 이런 자연 유산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대해서도 입김을 발휘하는 걸까,

 

천제연의 아름다운 비경 그자체에는 한국이다 중국이다 딱지를 붙일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덧붙는 조형물들이 이왕이면

 

이 땅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거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모슬포여객선터미널, 새롭게 단장중이던 터미널 앞 건물에는 철썩철썩 파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객선으로 대략 20-30분 정도면 금세 제주도를 떠나 가파도에 가닿는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다너머 보이고.

 

  

누군지 참 공들여 쌓아둔 돌탑.

 

올레길 코스를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오두막에 단단히 박혔다.

 

 

 

새파랗던 하늘, 시퍼렇던 바다, 초록초록하던 가파도의 해안길.

 

 

 

 

선인장이 드문드문 자라는 식생도 조금 이질적으로 보이고.

 

풀숲 위로 스물스물 낮은 포복하듯 기어가는 하얀 구름, 파란 배경 탓에 바로 눈에 띈다.

 

 

 

가파도 마을 사람들이 바다에 제사를 지낸다는 제사단.

 

그리고 사람들이 앉아 쉬었다 가는 팔각 정자의 시원한 대청마루.

 

 

 

 

 

온통 동글동글한 몽돌로 치장한 가파도 마을의 어느 민박집.

 

올레길의 또다른 상징, 파랑색 조랑말 모양의 표지판.

 

아무래도 이런 조그마한 섬에선 급한대로 이렇게 쓸 일이다. 나무판자에 (아마도) 락카로, 급커브.

 

 

 

해안도로랄까, 산책로와 바다의 경계에는 씨알굵은 바윗덩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단단히 박혔다.

 

 

그리고 가파도 민박식당. 이곳의 정식은 갈 때마다 참, 신기하고도 맛난 반찬들로 가득하다.

 

어느 갈래길. 제주도의 흔한 현무암 돌멩이들로 쌓아올린 돌담들의 실루엣이 미묘하다.

 

 

 

단단히 묶여있고 싶었던 거다. 이리저리 묶고 조여서는, 붉게 녹슬어 거죽은 부서져내릴지언정 철심에 기대고 싶었을 거다.

 

 

가파도를 해안선따라 한바퀴 걸어서 돌아보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어시간, 중간중간 쉬고 사진찍는다 해도 그정도.

 

 

 

풍력발전기가 두 기.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윙윙 돌아가는 모양새가 한마리 학처럼 우아하기도 하고.

 

 

구멍이 숭숭한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신기한 수석보듯 보다가 나중엔 그저 범상해 보이기만 하더라는.

 

와중에 만난 하얀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이 뜬금없는 시멘트 구조물은, 바다를 향한 미끄럼틀.

 

가파도를 닮아 담백하고 조용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지나가며 슬쩍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제주도와 가파도를 오가는 배의 선장님은 때로는 피자배달부가 되기도 하더라는.

 

 

 

 

 

 

 

 

 

 

일시 : 2014년 11월 9일(토) AM 1:3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이 찍힌 장소가 어디일까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112


벼르고 벼르다가 처음으로 가봤던 안동하회마을, 마침 안동하면 떠오르는 부네탈이니 양반탈을 쓰고 벌이던 마당극부터 운좋게 조우.

 

양반집 대문에는 역시, 용龍과 호랑이虎가 새겨져 있는 운치있는 데코레이션.

 

곳곳에 세워진 자그마한 장승같은 목상들, 얼굴은 그대로 잘라내면 탈로 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던.

 

 

이런 표찰도 있구나, 싶던 '독립유공자의 집' 표찰. 멋지기도 하고, 그게 고작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런 걸로 되려나 싶기도 하고.

 

 

검은 기와를 훌쩍훌쩍 뛰어넘다보면 층층이 올라가 본채의 지붕 끄트머리까지 가닿는 시야.

 

중간중간 이렇게 초가지붕으로 소담하게 지어올린 집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대개가 고래등같은 기와집.

 

 

이런 고택이 민속촌이니 뭐 그런 박물관화된 곳에서 사람냄새없이 동그마니 있는 것보다 훨씬 정겹다.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란 것.

 

 

야트막한 담벼락들도 마치 경복궁 옆 돌담길처럼 이런저런 문양을 꼼꼼히도 채워넣었다. 그야말로 한칸한칸 채워넣었을 문양.

 

어렸을 적 처마가 과하게 쳐올라가지도 않고 너무 단정히 미끄러져내리지도 않는다며 한국의 미란 게 바로

 

저 은근한 각도,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처한 각도에 있단 글을 읽었었는데 정말 미묘하긴 하다. 저 처마의 추임새 모양이란 게.

 

 

 

기와지붕이 그나마 풍경에서 조금 직선의 느낌을 던지는 정도지, 온통 둥글둥글한 풍경이다. 산도 초가지붕도.

 

다시,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라니. 집 뒷켠 나무에 얹힌 까치집 두개가 더 정겹다.

 

 

문득 마주친 검은 고양이. 앞발을 모아세우고는 담벼락 위에서 해바라기 중인가부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택들은 본채에 별채에, 이어지는 행랑채들까지. 꼬맹이 발걸음으로는 한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겠다.

 

 

뭐랄까. 한옥의 전통보다는 좀더 일상의 쓰임에 집중했달까. 목재와 돌로 지어진 전통 가옥에

 

플라스틱과 비닐, 스테인레스의 조합이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균형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위풍당당한 양반댁의 풍경 중 하나.

 

이렇게 보기드물게도 호기로운 커다란 대문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한국적이라 말하는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보인달까.

 

절제하고 소박한 조선 시대 선비의 분위기가 우리가 익히 아는 '한국적'인 분위기라면 약간 그보다는 당당하고 위압적인.

 

색을 절제하고 나무 본연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고택. 멋지다.

 

 

야트막한 돌담길 사이를 하릴없이 거닐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과 지점으로 가닿는 게 매번 신기하기만 하다.

 

 

한옥 지붕의 옆면이랄까, 저렇게 벽돌인지 기와인지 검정 재료를 황토 사이에 촘촘히 찔러넣어 세련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회마을의 수호목. 소원을 적어 매달아둔 하얀 종이들이 꼭 흰나비처럼 나무를 뒤덮었다.

 

 

Let it be.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될 텐데 굳이 소원을 빌려고 하는 건 절박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꼭 그렇게 삐딱하지 않더라도 재미삼아랄까 혹은 보험들어두는 셈이랄까.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일.

 

하회마을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버스. 오자마자 관람할 수 있었던 탈춤 공연의 한장면이 그대로 차 꽁무니에 담겼다.

 

 

그리고 안동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 걸어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지만, 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하회마을은 정말이지 무슨 미니어쳐 마을같은 느낌. 한 귀퉁이에서는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웅크리고 있는 동물떼처럼 야트막한 기와지붕과 초가지붕들이 사이좋게 어깨를 견주고 있는 풍경.

 

 

 

 

 

포스팅 주기만으로 봤을 때는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한 열흘 가까이 걸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내려오는 길은 세시간 정도.

 

내설악과 외설악, 병풍처럼 늘어선 설악산 능선들이 시야를 첩첩이 가로막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끼인 바윗덩이 하나. 거대한 바위산인 설악산 울산바위 어귀 어드메쯤의 균열에 오도가도 못하고 딱 낑겼다.

 

 

그저 눈앞의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살짝 아찔할 만큼의 경사였다.

 

죽어버린 고목 한 그루가 이파리고 줄기고 다 잃어버린 채 뒤틀리고 갈라진 기둥 하나만 남긴 채 가을처럼 서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내달려오던 구름이 어느순간 울산바위 위의 하늘을 꽉 채웠다 싶었는데, 또 저만치 내달리며 파란 하늘을 남겼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렇게 금세.

 

사진사 아저씨가 딱 자리잡은 곳에서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가 동시에 이렇게 담기는 것이었다. 살짝 눈치보며 찰칵.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병과 파전과 전날 사둔 '만석닭강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사람들의 소망이 텅빈 나무등걸을 꽉 채우고 흘러넘치던 모퉁이를 돌아나오고.

 

 

제법 형체를 우람하게 갖춘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슬쩍 곡선을 그리며 섰는 모습도 눈여겨봐주고.

 

 

신흥사에서 올려다보이는 설악산 바윗덩이들의 우람한 육질도 감상하고.

 

 

손을 꼭 맞잡은 어느 커플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부러워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 입구. 언제나 그렇다지만, 안 가본 길을 처음 갈 때는 무지 멀고 길어보이지만 되돌아오거나

 

다시 한번 밟을 때는 어라, 하면서 생각보다 짧고 쉽게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올해 가을은 끝.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설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편도1차선 길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힌지 오래. 그보다 한 4킬로미터쯤 아래쪽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

 

그래서 왕복 5시간 정도면 될 울산바위 코스가 왕복 7시간짜리로 늘어났다는 건 함정.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초중학교 때 극기훈련이나 스카우트 활동으로 잼버리장 왔던 가물가물한 기억밖에는 없었던 거다.

 

이렇게 산이 이뻤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울산바위에 오르고 나니 다른 코스 역시 한번 쫙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입구에서 커다란 불상을 지나쳐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 계속 걷고 있는 참, 아직은 단풍의 냄새만 풍기는 풍경.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나.

 

모르는 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버렸지만, 온통 검정색 옷 덕분에 단풍빛깔이 더 고와보인다.

 

 

중간에 만난 매점, 산에서 끌어내린 시원한 물이 음료수병 가득한 빨간 대야로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흔들바위, 아마도 어렸을 적 내 로그는 여기까지였을 거다.

 

커다란 바위, 흔들바위 옆에 명문을 새긴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뜻하게 새로 칠해진 듯한 단청이 새초롬 끄트머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는 뒤로, 바야흐로 만개한 단풍.

 

흔들바위 옆에는 석굴이 하나 있는데 영험하다나, 현판도 '신통제일나한석굴'이렸다.

 

그나저나 흔들바위가 이렇게 느닷없이 길가에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어보는 포즈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전혀 새로운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 설악산 오른 걸 처음이라 치는 게 옳겠다.

 

 

 

 

 설악산 울산바위까지의 등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아직 채 농익지는 않았으나 그대로 또 풋풋한 단풍을 눈에 담았다.

 

왕복 네다섯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해가 뉘엿해질 무렵, 설악산 초입쯔음에서 문득 돌아본 설악산의 석양. 노란빛과 파란빛이

 

적당히 버무려진 신비로운 하늘 아래에는 금빛을 잔뜩 품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에만 해도 사람이 바글거리던 좌불 동상 앞에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하산객들만이 띄엄띄엄.

 

 

셔터속도를 달리 해서 찍은 사진은 좀더 밝기는 한데, 금빛이 덜 표현된 듯. 이것도 이것대로 좋다만서도.

 

 

 

 

 

속초 위쪽으로 있는 제법 커다란 호수, 영랑호. 그 주변길에는 왠지 80년대 정권의 핵심층이 '안가'로 썼을 법한 고풍스런 리조트가

 

열지어 늘어서있기도 하지만, 가을인지라 단풍이 곱게 든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 거다. 혹시나 하고 찔러본 길이 대박.

 

 중간에 마주치는 연못에선 활짝 핀 연꽃도 구경하고, 범바위였던가 온갖 형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커다란 바위도.

 

 그리고 속초 닭강정시장통으로 가서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과 시장닭강정집이던가, 3대 닭강정집을 둘러보며 시장조사.ㅋ

 

 마침 설악문화제던가, 축제기간이었는지라 시끌벅적하던 시장통을 한발 빗겨나오니 막 공연을 마치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길가에서

 

쉬고 계시길래 한 컷.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전승받고 막 동남아 순회공연에서 돌아와 속초의 축제를 평정하신 아줌마들 되시겠다.

 

(물론 사진 촬영에 대한 허락은 자못 공손한 인사말로 얻어낼 수 있었음)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속초의 맛집 봉포머구리집. 가게가 휑뎅그레하길래 깜짝 놀랬는데,

 

최근에 건물을 새로 올려서 훨씬 번듯하게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는. 물회와 성게알비빔밥 모두 맛은 그대로였다.

 

 

 

 

영금정 옆의 등대 전망대, 제법 가팔라보이는 길이 200여미터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표지에 번번이 지나치기만 했던 곳.

 

이번에는 한번 올라가보겠다며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갈매기 모양의 가로등을 만났다.

 

속초의 청초호, 그리고 여객터미널이 내려다보이고. 은근한 빛무리가 구름 사이에서 내리쬐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금방 도달했던 등대전망대의 꼭대기. 속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보니 풍경이 시원하다.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설악산줄기.

 

전망대에 있는 갈매기 모양의 조형물.

 

방금 한바퀴 둘러보았던 영금정 정자와 전망대.

 

전망대에서 하릴없이 바닷바람 맞다가 멀찌감치 내달리는 배 한척을 발견했다. 오선지같은 울타리에 걸린 음표 하나.

 

영금정. 파도가 탄주하는 가야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자라 해서 영금정이라 했던가. 그때의 소리는 항구 개발이다 뭐다로

 

사라져버린지 오래라고 하지만 이름만 남아서, 이렇게 그 연원을 밝히는 조형물이 동그마니.

 

 

 

 

 갯배를 타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배경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였던가의 한장면을 찍는 듯한 동상 아저씨.

 

 그리고 동상 아저씨가 보는 풍경 속에는 까만색 털모자를 따뜻하게 뒤집어쓴 송혜교 동상과 그녀에게 따스한 백허그를 당한 원빈 동상.

 

그리고 갯배. 바다라기보다는 걸쭉한 스프같은 점도가 느껴지는 내해의 좁은 수로를 횡단하는 이 독특한 탈것의 매력이라니.

 

갯배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계속 달려 영금정 앞에 이르렀다. 문득 눈에 띈 양심저울. 해산물을 구매하고 무게가 의심스러우면 여기로.

 

 영금정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쪽 전망대로 향하는 녹슬고 야윈 현수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퇴락한 금문교 같기도 하고.

 

 바닷가 쪽을 내려다보니 온통 해산물인지 젓갈인지를 담고 있는 '다라이'가 풍년이다.

 

 

청초호 안쪽으로는 자전거를 달려 지나온 두개의 붉고 푸른 구름다리가.

 

 

 영금정의 육각 지붕.

 

 

그리고 바닷가쪽 정자에서 영금정 전망대를 올려다본 모습.

 

 

 

 

 

 

속초해수욕장 아래 외옹치해수욕장, 그즈음에 잡은 펜션에서 자전거를 빌려 속초를 돌아보기로 했다. 속초해수욕장을 지나고

 

아바이마을을 지나고, 청초호를 지나 영금정까지. 그리고 내친김에 영랑호까지 한바퀴 돌아보고 다음날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라

 

점심삼아 먹을 닭강정을 살 닭갈비 시장통을 들르는 코스. 11시쯤부터 타기 시작해 아바이순대로 점심먹고 돌아오니 6시쯤?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수 밖에 없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잔뜩 응축시켜 에센스를 풀어낸듯한 짙푸른 바다.

 

 역시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끽하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최고인 거 같다.

 

몇번을 왔던 사랑나무, 이제야 이게 어디에 붙어있는 건지 방향감각이 제대로 잡혔다.

 

 청초호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가로뉘인 청호대교.

 

 

아주 옛날, 이전에 걸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날씨도 엄청 구려서 비를 맞고 걸었던 기억.

 

 다리 위에서 굽어보는 청초호 안쪽의 속초시내 전경. 누군가의 요트가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며 진입하는 중이다.

 

 

 그리고 갯배. 탑승료가 200원, 작년엔가 왔을 때는 아저씨가 직접 힘을 쓰시며 줄을 끌었던 거 같은데 이젠 모터가 힘을 쓰나보다.

 

아바이 순대마을에서 막걸리와 아바이순대, 그리고 오징어순대로 넉넉하게 배를 채우곤 가까운 카페로. 카페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메모지 한장의 글귀가 눈길을 잡아챈다. 속초바다는 하늘이 녹아내린 '파이란 아이스크림'. 파아란이 아니라 파이란.

 

최민식과 장백지의 그 영화, 먹먹해지는 그 영화의 느낌이 바다로 전이되는 느낌.

 

속초에까지 와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실내에 있을 수는 없다 싶어 이내 일어나 바닷가를 잠시 거닐다가 발견한 표지판.

 

 

 

카톡 탈퇴했습니다. '사이버 망명'이란 표현도 등장했지만, 문자메세지를 대체했던 카톡을 탈퇴한다는 건 차라리 피난길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카카오스토리에 담아두었던 것들 중 보듬고 갈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24시간 열려있는 단톡방 그룹들을 박차고 나오며 어디서든 다시 무사히 만나자고 약조하는 일들.

 

카톡 측에서는 엄정한 법집행에 어쩔 수 있냐는 투로 나오는 거 같고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적잖아 보이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답할 수 밖에요.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각자 갈 길을 가야죠. 내 모든 내밀한 사생활과 속닥한 정담들이 좌판대에 굴러다니는 싸구려 물건들처럼 이사람저사람 손타도록 냅둘 생각은 없으니. 무엇보다 불쾌하니까요.

 

아마도 그 결과는 일개 기업의 곤란함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피난길 와중에 놓치고 만 손들이 생겨날 거고, 언제든 보퉁이 이고지고 떠야할지 모른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생기겠죠. 피난을 포...기하고 주저앉은 사람들도, 이전과 같이 시시덕대는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문득 까닭모를 불안함을 느낄지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해도 될까, 이런 사진 올려도 될까 하구요.

 

전화기 한대로 무리없이 이어지던 인연들이 수많은 실낱같은 끈으로 아둥바둥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게 가을버전의 씁쓸한 결론이라면, 사법체계를 농단하는 세력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에게 수월한 시장환경을 만들어주는 여왕폐하께 hail to the queen.이란 게 외국인노동자로서의 결론 아닌 결론.

 

quotation from FB.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에 숨겨진 특색있는 박물관 중에 하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

 

미국에 이주한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하길래 찾았는데.

 

두둥. 올해말까지 더 크고 새롭게 짓는다며 리모델링이었다는. 아쉽게도 언젠가의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

 

그리고 샌프란의 그래피티들. 이전에 갔을 때는 주로 미션 지구쪽의 이름난 그래피티 골목들을 돌았다면 이번엔 그냥 랜덤으로.

 

 

 

미국의 이미지 중 하나는, 온갖 담배와 맥주를 팔고 있는 철조망 촘촘한 구멍가게. 왠지 이런 그림에 가깝지 않을까.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 앞에서 문득 육박해들어오는 그래피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돌아보지 못한 골목에 대한 아쉬움도 한가득.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지만 외벽이 온통 음악과도 같은 느낌. 악기와 음표들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어디보다 맘에 들었던 그림, 선연한 빨강과 파랑, 그리고 하얀색과 왼켠의 노란색 기둥까지.

 

그러다보니 불쑥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의 공터로 흘러나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무거워보이는 짐보퉁이를 들고서는 힘든 듯 잠시 멈춰선 중늙은이 할아버지. 뭔가 지쳐보이는 뒷모습들이다.

 

어느 건물 벽면에 누군가 그래피티..라기보다는 캘리그래피같이 그려둔 낙서. 형체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저 그 모호한 형상과 필선의 강약만으로도 느낌을 던져주는 듯 하던.

 

여기 역시. 건물의 모든 외벽을 굉장히 세밀한 그래피티로 래핑해버린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 그리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벽면의 그래피티.

 

실컷 거리를 종횡무진,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해떨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와서.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인지라

 

호텔방 번호판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가 담겼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옆에 골목을 요리조리 돌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프랑스 스타일 소울푸드를 표방한 브렌다스.(Brenda's)

 

작년말에 출장 와서도 두 번이나 들렀을 만큼 맘에 들었던 곳인데, 이번에도 마침 시청 옆에 아시아미술관에 전시를 구경간 김에

 

다시 한번 들러서 간단한 식사와 맥주 한 잔.

 

들어서자마나 벽면에 보이는 Bon Voyage. 저녁 시간때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나름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곳 같더니

 

딱히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도 아닌데도 자리가 대개 차있었다.

 

  한쪽에는 첼로와 기타 등을 연주하는 트리오가 생음악을 연주중, 적당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해주는 감초같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입구의 카운터, 그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화살표가 출입문이자 카운터를 가리키고 있기도 하고.

 

 

디스플레이도 꽤나 독특한 게 한쪽 벽면으로는 온통 제각기의 사이즈와 스타일을 가진 거울들로 가득 채우고.

 

그날의 스페셜 메뉴. 메뉴는 프렌치 스타일, 그리고 놀랍게도(!) 주인 아저씨는 왼쪽 팔뚝에 한글로 타투를 잔뜩 새겨두신 한국인.

 

구글맵에서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으니 한번쯤 찾아가봐도 좋을 곳, 브렌다스. 신비감 조성을 위해 메뉴 사진은 스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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