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페이버 파크(Mount Faber Park)에서 텔록 블랑가 힐 파크(Telok Blangah Hill Park)로 넘어오려고 


헨더슨 웨이브(Henderson Waves) 다리를 건넜다. 길게 동서로 이어지는 짙은 녹색의 벨트를 따라 트레킹코스를


걷는 건 헤이즈로 시계가 불량하기 짝이 없는 싱가폴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을 가로지르는 길은 포레스트 워크와 힐탑 워크. 그끝에서 또다시


다른 공원과 이어지는 알렉산드리아 아치까지 걸을 참이다.


공원 중간에 있는 커다란 저택. 1900년대 초에 싱가폴에서 상업 활동을 했던 부유한 상인의 저택이라던가, 지금은


화려한 레스토랑 겸 바로 싱가포리안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트레일 코스는 종종 이렇게 잘 포장된 길이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흙길이나 험한 길은 거의 없으니 편한 코스.


공원 중간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 테라스 가든이라는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겹겹이 테라스가 쳐진 것처럼 공간을 나눠놓고 꽃들로 그득하게 채워놨다.



제법 높이도 이 텔록 블랑가 힐 공원에서 가장 높을 듯, 시야가 탁 트인다.



그리고 계속 걸어 알렉산드리아 아치로 조금씩 전진하다 만난 이끼로 된 초록띠. 길을 따라 이어지는 초록색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포레스트 워크로 접어들고 나니 왠지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온실관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캐노피들이 이어진다.


지그재그로 배치된 길을 따라 조금씩 땅으로 내려가는 느낌.




이렇게 중간중간 본격 운동하는 사람들을 빼놓고는 거의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데, 극성인 헤이즈 때문이려나


아니면 워낙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려나.




캐노피 아래로는 earth walk였던가 숲 사이로 난 한줄기 얄포름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던데 나중엔 저 길도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렇게 포레스트 워크는 막바지에 이르고.



도착한 알렉산드리아 아치. 헨더슨 웨이브에 비해 짧고 작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는데, 야경 역시도 헨더슨 웨이브가


더 멋질 거 같은 거다. 해가 슬슬 저무는 시간대가 되다보니 얼른 헨더슨 웨이브로 가서 야경을 보기로.


가장 빠른 길을 통해 헨더슨 웨이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브리치 넣은 야자나무. 잎사귀 하나만 갈색으로 물들였다.



설렁설렁 걸으면서 맥주도 마시고 앉아서 쉬고 그럴 때는 세네시간 걸리더니-뭐 맘만 먹으면 1km 가는데도 두세시간


걸릴 수도 있겠지만-작정하고 빠르게 돌아오니 삼사십분 걸렸지 싶다. 다시 돌아온 헨더슨 웨이브는 (실망스럽게도)


아직 점등하기 전.



거리에는 어느새 가로등도 들어오고 하루종일 히끄무레하던 하늘도 조금씩 거뭇거뭇해지는데.


문득 출몰한 고양이 한마리랑 조금 놀면서 기다리다가 결국 헨더슨 웨이브에 불밝혀진 야경은 못보고 포기.





싱가폴 남단의 페이버 공원(Mount Faber Park)과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를 잇는 곳에는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하나 있다. 헨더슨 웨이브. 아름답기도 하고 인근 공원들을 잇는 트레일 코스가


걷기에도 좋고 이쁘다고 하니 하루를 할애해 돌아보기로. (아직 한국어 가이드북엔 소개되지 않은 듯)



클락키에서 택시를 타고 헨더슨 웨이브를 가자고 하면 바로 그 다리 아래에 내려준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제야 카메라에 잡히는 높디높은 다리. 



이렇게 싱가폴 남부에 위치한 공원들의 트레일 코스를 서로 이어주는 이쁜 다리가 두개. 헨더슨 웨이브와 


알렉산드리아 아치. 걷는 코스를 끝에서 끝까지 설렁설렁 걸으면 대략 대여섯시간쯤 걸리려나.



처음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완만한 부등호,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그쪽으로 향하는 길.




이렇게 고전적인 의자가 이끼를 품고서 드문드문 앉아 있는 길.


좁은 찻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고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도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참 고즈넉하다.


여전히 헤이즈는 심해서 야외활동을 하기 주저스럽긴 하지만 여긴 온통 초록초록이니 괜찮으려니 믿어본다.



우선 페이버 공원을 한바퀴 크게 둘러보고 헨더슨 웨이브를 건널 요량이라, 공원 중앙의 페이버 피크를 향하는 길은


제법 고도가 높아진다. 어느새 아파트들이 눈 밑으로 내려앉고 온통 짙은 동남아의 열대림 풍경.


케이블카 정류장이 가까워지니 이렇게 포토존도 나타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달기 시작했다는 금색 종이 사랑의 징표로 이렇게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저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페이브 피크로 오르는 길. 


전망대 아랫춤에는 싱가폴의 역사적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조들이 한바퀴 빙 둘러 있다.


거기에서 보이는 풍경, 멀찍이 보이는 도심.


정상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 사방으로 확 트여있는 풍경.


그리고 페이버 파크의 정상에도 멀라이언 상은 서 있었다. 



이제 페이버 파크를 크게 한바퀴 돌고 다시 헨더슨 웨이브로. 


용이 꿈틀거리는 느낌으로 다리 위아래로 구불거리는 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가려진 나머지


부분들이 완성되어 웨이브가 끊김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오후 7시부터 불이 켜진다더니 더 늦는 듯.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보통 다리위에서 느껴지는 높이감보다 두배 정도 높은 느낌이라 미니어쳐 같이 보인다.



외부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눈 아래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페이버 파크를 떠나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으로 넘어가는 순간. 눈앞에는 온통


초록초록의 삼엄한 열대림.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뒷편으로 펼쳐진 가든스바이더베이. 매일 저녁 7시 45분, 8시 45분에는 슈퍼트리그로브에서


레이져쇼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스카이웨이라거나 플라워돔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스카이웨이의 진수를 맛보다.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플라워 돔, Gardens by the Bay



아무래도 한 십오분동안 여러 '그루'의 크고 높은 슈퍼트리가 번쩍번쩍, 쉬리릭, 펑펑, 하는 느낌이다 보니


글보다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할 듯. 참, BGM이 되어주었던 노래 중에 하나는 무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단.






말그대로 형형색색. BGM에 맞추어 출렁이는 불빛들을 보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전부 자리를 잡고 누웠다. 


명당이랄 자리가 따로 없는 게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이 눈앞의 시야를 휙휙 가리는 통에 누워서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래도 작년에 왔을 때 못 봤던 슈퍼트리쇼를 보는 게 그저 좋아서. 






뭔가 초록빛이나 노랑빛까지는 그래도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지만 이렇게 붉은 빛 일색이 되어 버리니 분위기가


일순간에 확 바뀌어 버렸다. 뭔가 화성침공의 느낌 같기도 하고.



멍하니 넋을 놓고 보다보면 왠지 엄청 몽환적이 되어 버린다. 아무 생각도 없이 불빛들이 돌아가고 노래가


바뀌는 것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느낌.  



대략 십오분 정도, 굉장히 밀도있고 몰입도 높은 쇼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마법에서 풀린 듯 다시 술렁이면서


움직이기 시작. 


이렇게 옆에 설치된 커다란 장기판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장기를 두기도 하고,


이런 류의 퀴즈게임을 풀기도 하고. 뭔가 상품이 걸려있으니 그렇겠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싱가폴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공연 같은 게 다시 속행. 중국의 전통악기들로 연주하는 팝이나 클래식곡들이


조용하게 가라앉은 슈퍼트리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걸 그대로 누워듣는 건 꽤나 멋진 일.



공연도 끝나고, 주위에 온갖 컨셉으로 만들어져있던 등들을 슬슬 둘러보며 돌아나가려는 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앞 용 모양의 등이 눈에 띄었다.



해서, 등들을 좇아 되는대로 걷다보니 이런 풍경도 보이고. 저멀리 싱가폴 플라이어도 보이고.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로 건너가려고 이리저리 헤메다가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다시 슈퍼트리 그로브.

 


한풀 사람이 꺽인 시간, 쇼 때문에 번쩍거리지 않고 차분한 불빛의 슈퍼트리도 매혹적이구나.


그리고 탈출로 찾기 2차시도에선 가든스바이더베이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잇는 다리를 다행히도 금방 찾았다.


뭐, 이리저리 걷다보니 나온 길이니 찾았단 표현보다는 싱가폴의 멀라이언 신님께서 날 인도해주셨다고 하는 게.








싱가폴강을 거슬러 플러튼 호텔에서부터 클락키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불야성,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해방구와도


같은 클락키는 금요일밤에 잠들지 않는다고. 덕분에 그쪽으로 향하는 차들 역시 온통 정체상태.




리버사이드 포인트를 마주보는 클락키의 특징적인 지붕들이 층층이 이어지고, 네온사인 불빛이 넘실거리는


강에는 유람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르내리는 중이다.




클락키와 싱가폴강 남쪽을 잇는 다리의 이름은 말라카 브릿지. 빡빡하고 엄격한 싱가폴의 권위주의적 통치 하에서도


이 다리 위에서는 젊은이들이 술병을 홀짝거리고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잔뜩 냅두고 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저 네 개의 기둥을 지탱해서 하늘로 쏘아올려지는 익스트림 라이드. 음..나는 돈을 받아도 저런 건 그다지.




클락키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분수를 중심으로 해서 사거리가 펼쳐지고 온통 술집과 라이브공연과 커다란 스크린들.







싱가폴 Mount Faber Park의 케이블카 정류장, 땀을 많이 흘리며 걸었음에도 맥주를 큰 잔으로 한잔 원샷하고 나니


아무래도 생리 현상은 피할 길이 없다. 급한 맘에도 모처럼 재미난 화장실 표지판을 만나니 반가운 맘에 사진부터


찍고 나서 입장.


옆에 붙어있던 여자 화장실 역시 귀여운 표지판이 딱. 포인트는 다소곳이 모은 손과 살짝 올린 한쪽 다리 되시겠다.





언제였더라, 어느 여름에 찾았던 수목원 제이드가든에서의 몇 컷들. 추석이 지나고 어느새 서늘해진 날씨 때문인지


사진 속의 왕성한 초록빛이 문득 그리워지는 느낌이다.


특히 이런 진초록빛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느끼는 바람이라거나 그 은근한 냉기라거나.







싱가폴 차이나타운에서 이십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red dot design museum.


매년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거나 그에 준할 만큼 훌륭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인데, 아직 한국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듯)



이쁜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진 맵시있는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그 건물 전체가 뮤지엄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고, 이렇게 생긴 샵을 포함해 일층을 쓰고 있었다. 샵에도 디자인이


살아있는 제품들을 꽤 많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패스.


샵 안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긴 문을 지나 뮤지엄으로 입장. 입장료는 성인 8싱가폴달러, 학생 4싱가폴달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품은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 시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계를 감촉하는 것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계다. 가운데서 뱅글뱅글 도는 쇠구슬이 시침이던가.


그리고 3D 퍼즐형태로 조립분해할 수 있는 반지. 



디자인이 매끈한 자전거다 싶더니 역시. BMW에서 만든 자전거.


목하 국내에서도 대유행중이라는 인디언텐트의 원조. 



눈꽃 모양의 육각형 부품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전등갓.



싱크대라거나 주방용품에 대해서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 및 활용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물병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입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된 타일로 꾸며진 한쪽 테이블 위엔 올해의 레드닷 수상작 도록이.


갈수록 기계적 아름다움에 대해 눈이 돌아가는 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식의 나염이 살아있는 의자라거나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미려한 휠은 누가 봐도 이쁘지 않으려나.



제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공간에는 기업 디자인과 포스터 작품들이 전시.



중간중간 한국어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것들도 보였는데 예컨대 AP통신의 한국어 버전 명함 시안이라거나


NHN의 환경친화적 명함 아이디어 시안이라거나. 


그리고 현대차에서 진행했던 전화기-우산 디자인 아이디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화기를 쓰기 편한 우산, 이라는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도, 또 그걸 어떻게 구현시킬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각종 전시회라거나 공연, 아니면 공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터들. 꽤나 많고 한장 한장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몇몇 눈길을 잡아끌던 아이들만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토그래퍼들을 초대해 강연을 연다는 걸 고려한 포스터. 사진기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피아노학원의 포스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 블라인드를 피아노 건반인 듯 어루만지는 장면들로 가득.


전쟁과 평화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의 포스터. 전쟁시와 평화시의 레드크로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한장의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얼음에 갇힌 꽃이라면 어떨까.


혹은 쇠고랑으로 구속받는 꽃의 이미지라면 어떨까. 


와인의 맛과 향과 색을 포스터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코카콜라의 광고나 디자인적 요소들은 이미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전히도 이렇게 신선할 수 있는 거다. 워낙 깊이


각인되어 버린 로고 디자인의 일부만을 활용해서도 바로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

이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던 아웃도어 용품. 가볍지만 단단하고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애플의 제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되어 있는 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예술 작품처럼 핀 조명을 맞으며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주눅들거나 허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니.


이 시계를 샵에서 팔길래 사고 싶었는데. 돈이 웬수랄까나.ㅋ


그리고 모빌처럼 모양이 변화하는 전등갓. 꽉 오무리고 있을 때도 활짝 열려 있을 때도 빛이 좋다.


스토케(Stokke)의 각종 아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BMW의 차량용 베이비시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안경같은 것도 있고.


다소 민망하지만 참신하고 단아한 형태의 성인용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GPS기능이 내장되어 지갑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갑.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인 아이템.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렇지만 세련된 플루트. 중학교 때 싸구려 모양 플라스틱 단소로 맞았던 기억이 왜 나는 거지.


디지털 저울이 자체에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


아주아주 매끈하게 생긴 알루미늄 책꽂이. 


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


집에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컴퓨터. 예전엔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가 있더니 이제 컴퓨터 조립 키트가 파는구나.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볼 만한 아이템들이 한 가득. 그래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거 같다. 


출장으로 싱가폴을 갈 때마다 자주 들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전시품들도 규칙적으로 바뀌니만치 갈 때마다


만족스럽다고. 다음에 또 싱가폴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뮤지엄이다.





2015년 9월의 마지막날, 싱가폴은 이미 한달 가까이 인도네시아로부터 불어온 헤이즈(Haze)로 고생하던 중이었다.


헤이즈란 인도네시아에서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해 울창한 숲을 대량으로 태우면서 발생하는 희뿌연 연기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어디선가 캠프화이어를 하는 느낌이 확 들었던 것.


중국에서 비롯한 화학물질로 그득한 황사에 혹독하게 단련된 한국인이니만치 나무들을 태우는 거니까 딱히 건강에


안 좋을까 싶기도 했고, 나름 나무 타는 냄새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했지만. 시내 중심가까지 나오면서 


택시 기사님이 해준 말로는, 공기중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실제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지어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단다.


오전 아홉시 열시 어간의 싱가포르강변 풍경. 아닌게 아니라 생각보다 무지 살풍경하다. 출근중인 사람들은 두명 건너


한사람 꼴로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는 중이고. 



이런 헤이즈는 저번주말 싱가폴에서 돌아올 떄까지 계속 됐는데, 중간에 천둥번개가 치는 큰 비에도 좀체 걷히지가


않아서 한국의 파란 하늘이 꽤나 그립더라. 날씨라거나 하늘의 표정이 사람 맘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9. 입주 D-5.

 

2015년 9월 6일, photo by myself



드디어 최종국면. 집을 짓고 이사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큰일이었다는 게 점점 드러나는 중이다. 부모님의 


뜻대로 되지 않는 마감과 꼬여가는 스케줄들, 일의 순서란 게 있다보니 예컨대 목수일이 끝나야 전기가 끝나고 


전기가 끝나야 조명이 설치되고 가전도구가 배치된다는 식의.



하여간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걸로 마음을 어느정도 내려놓으신 두 분, 나머지는 이사하고 나서 계속 손보는 걸로 하고.


내가 이층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인 복도의 천장창. 채광도 좋지만 햇살 아래 드러난 나뭇결이 이쁘다.


그리고 내 방. 방의 가운데를 구획하는 커다란 책장이 포인트. 왼켠은 책상과 옷장과 피아노가.


오른켠에는 침대.


그리고 슬라이딩 도어로 처리된 방 안의 화장실.


화장실 창문밖으로 보이는 건 주금산의 정상.


공간이 널찍하니 화장실에 작은 욕조를 들여놓을 생각이지만..이건 이사 후에나 설치가 가능할 듯.

2층 복도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통로.


그 전에 동생 방을 살짝. 동생방은 더 크다. 그리고 양쪽으로 배치된 책장 가운데 외발로 선 하얀 책상.


역시 별도의 화장실. 동생방의 벽지나 바닥재는 직접 고심해서 고른 건데 엄청 새하얗고 깔끔한 느낌이다.


2층의 테라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집의 가장 큰 포인트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애정애정하는 포인트이기도 한데-복층 계단에 대한


오랜 로망을 이런식으로나마 풀 수 있으려나-, 난간 설치 역시 이사후에 이런저런 것들이 자리잡고 나야 어떻게


마감될지가 윤곽이 드러날 듯. 



아직은 이렇게 말끔하지 못한 형편. 


그리고 1층의 안방. 침실과 옷방과 화장실로 구분되는.



계단 뒷쪽으로 보이는 건 세탁실..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바닥을 높여서 세탁기를 올려두어 세탁물을 꺼내고 넣을 때의 편의를 꾀했다는 게 아버지의 아이디어.


아무래도 부엌의 세팅이 제일 짜임새있고 있어보이려나. 패키지로 맞춰서 집어넣다보니.



그리고 1층의 큰 화장실. 


외관은 변함없이 육중하고 큼지막해보인다. 



고압가스통도 세팅되었고, 이제 작업은 막바지로. (사실 이사를 한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것들이 


작업중이란 건 모두가 예상했던, 그렇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함정...)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8. 입주 D-10.

 

2015년 9월 1일, photo by myself



사월말쯤부터 집터를 보니 설계를 하니 하며 기초다지기를 시작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네달이 꽉 차서 지나버렸다. 


그리고 이제 불과 열흘만 있으면 완전히-물론 100% 완전하진 않겠지만서도-지어진 집으로 이사. 카운트다운이다.


엉성하게나마 내렸던 비들 덕분에 식재후 시들시들하던 잔디들은 힘차게 쭉쭉 배치기중이고.


건물의 전면은 이제 에어콘 실외기도 달리고 현관문짝도 얼핏 보이는 게 좀 사람 사는 집 모양새다.


요새 실내에서 꼬물꼬물 일어났던 일들은, 바닥재 깔고 벽지 바르고 에어콘 설치하고 실측을 통해 각종 가구와 


싱크대들이 짜여지고 매립형 조명같은 것들도 설치하고.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것들은 포인트가 될 만한 주요 조명을 뭘 쓸지 아직 고민중이라거나, 화장실 아이템들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거나,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물론 이외에도 멧돼지니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정원 바깥으로 펜스를 빙 둘러쳐야 한다거나


정원 한곁에 나무정자는 놓아야 한다거나, 감나무 같은 유실수들을 몇그루 멋지게 심어야 한다는 등의 일들도


남았지만 그건 일단 입주하고 나서 차차 해결해 나가기로.



아, 차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로망은 반영되지 못했으나 그래도 자동차 손세차에 편리하도록 마당에 수돗가를 


설치한다는 건 그래도 입주 전에 해결될 수 있을 듯.


자,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버전 0.95 정도의 느낌으로 러브하우스. 다다다다~ 다다다다~


주먹돌을 얼기설기 얹어 만든 기둥을 지나 굵은 구멍들이 박력있게 송송거리는 현무암 건물의 내부로 들어서면.


드디어 현관문이 생겼다. 도어락까지 설치된 현관문이라 이제 이 집은 내부와 외부를 구별할 줄 아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문을 열면 훨씬 말끔해진 배전반. 얼마전까지만 해도 온갖 전선들이 토네이도의 잔해처럼 얽혀있었는데.


부엌. 어두운 암녹빛의 대리석 바닥 위에 새하얀 맞춤형 부엌 가구들. 


벽지가 말끔하게 발린, 문틀과 창틀과 슬라이드도어까지 다 끼워진 실내공간. 전등 스위치까지도 제자리.


세탁실 공간. 타일까지 다 붙여지고 나니까 이제 뭐 여긴 완성이다.


거실. 한쪽면은 거의 아무런 장애물없는 통유리창. 살짝 엿보이는 집앞 개울과 시멘트다리.


그리고 집의 포인트중에 포인트. 나무계단. 1층과 2층으로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인데, 아직은 미완성.


그래서 이 나무판들이 어떻게 지탱될지, 난간은 정말 설치하지 않을 건지 등등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다리 너머에서 문득 바라본 집.


그리고, 아마도 입주가 끝나기 전엔 어찌됐건 마무리될 거 같은 현관 대문. 저 두꺼운 콘크리트 파이프의 외벽을


뭔가로 둘러서 꾸밀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어떤 모양새가 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어쨌든, D-10.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7. 정원 흙고르기 및 주차진입로 잔디식재 완료

 

2015년 8월 29일, photo by father


정원에 잔디를 식재하기 전에 먼저 했던 작업은 흙을 충분히 돋울 수 있도록 마사토를 좀더 부어놓고서


흙을 고르는 작업, 그리고 나서야 잔디를 깔고 주차진입로에 현무암 판석들을 깔 수 있었다고 한다.


얼추 잔디 식재가 마무리된 정원.


그리고 현관 입구로부터 건물 입구까지 이어지는 곳에는 살짝 오르막 경사를 지어 배수가 쉽도록 하는 동시에


현무암 판석을 깔아서 잔디가 덜 상하도록 하고 단단한 바닥을 만들어두는 것으로.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5. 실외 정원 잔디 조성

 

2015년 8월 28일, photo by father


얼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공사 현장, 건물의 외관은 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현관 대리석 마감을 제외), 


내부도 바닥재나 벽면, 가구재들이 차근차근 들어가려는 즈음이다. 그리고 건물 바깥 정원의 잔디를 식재하는 중.


차 두대가 겨우 지나다닐 시멘트길에 연한 정원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을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쳐 두고, 내부의


정원 공간에는 푸릇푸릇한 잔디를 기를 예정이라고 하신다.


잔디묘들을 저렇게 잔뜩 열맞춰 늘어뜨려놓고는 꼼꼼하고도 규칙적인 배열에 맞춰서 식재중이신 아주머니들.


대문 현관에서부터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길, 차들이 주차하게 될 그 공간에는 너른 현무암 판석을 듬성듬성 깔고


그 틈새부위에만 잔디를 심는 것으로 우선 처리. 현무암 판석은 이중으로 깔아놓아서, 나중에 혹여 잔디가 잘 안 자라


맨땅이 보인다거나 하면 좀더 넓게 현무암으로 덮어둘 수 있도록 대비까지 철저히 해두었다.


그리고 건물 뒷벽에 설치한 난방용 가스배관과 LPG가스통.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5. 실내 바닥 시공작업

 

2015년 8월 18일, photo by father



이제부턴 실내 작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순, 1층 거실 바닥단열재를 1차로 깔고 공기저장판 설치 후에 


난방 배관을 설치하는 작업 중이다. 


그리고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해서 기반을 다진 후에 대리석을 시공하는 작업. 대리석을 어떤 색으로 쓸지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샘플북을 가져와 집에서 부모님이 논의하신 바 있다. 



그렇게 정해진 진초록빛의 대리석을 까는 게 실내 인테리어 작업의 첫단추. 이제 바닥이 다 깔리고 나면 벽면의


벽지 시공이 되야 할 테고 그리고 나면 실내 가구들이 들어설 차례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4. 완성된 외관 + 내부 인테리어 작업

 

2015년 8월 15일, photo by myself

 

이제 외관은 완성. 두면에 걸쳐서 현무암으로 씌우고, 나머지 두면은 노출콘크리트 면을 그대로 정리하는 걸로 마무리.


현관의 장식들도 완성이 되었고, 현관 기둥과 2층 테라스 기둥 역시 주먹돌들을 촘촘히 쌓아올리는 작업이 완료.


그래서 간단히 살펴보자면, 마을길을 따라 올라오다가 대문에서 꺽어서 주차. 지금은 거실 바닥돌로 쓰일 대리석들이나


정원석들이 놓여 있는 저곳이 주차장이 될 예정이다.


집 바로 앞의 개울과 자그마한 다리 앞에서 바라본 풍경. 커다란 통유리가 끼워진 곳이 거실. 그리고 다소 밋밋해보일


수 있었던 2층 외벽에는 황동색 장식들이 간결하게 부착되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잿빛의 분위기를 달래준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의 풍경. 전원주택 예닐곱채가 모여있는 마을의 초입인지라 시야가 탁 트였다. 


그리고 노출콘크리트와 현무암 외벽이 만나는 지점. 저쪽에 구멍 송송한 곳이 2층 테라스,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


벽면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거실 통유리로는 임시로 설치된 실내 계단이 그대로 보이고 있다.


그리고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한면을 그대로 차지한 건물 뒷켠. 이쪽은 자그마한 텃밭이 되어 감나무 같은 유실수


몇그루와 블루베리나무가 심길 예정이다. 회색빛 벽면에 짙푸른 색의 철제문이 꽤나 잘 어울릴 듯.


2층 테라스의 기둥 작업. 저기 테라스에는 푹신하고 커다란 쿠션 몇개를 던져 놓고 널찍한 테이블 하나 깔아놓고


밤새 술 마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둬도 좋겠다. 


그리고 마을 안쪽에서 본 건물의 외관. 제법 들쭉날쭉한 외관이 심심하지 않은 데다가 현무암과 노출콘크리트의 


투톤 배합이 그럴 듯하게 잘 섞인 거 같다. 


나름 동네에서도 소문이 나서, 심지어 부동산 사장님들이 소문을 듣고는 '대체 어떻게 건물을 짓고 있는 거냐'며


직접 찾아볼 정도라고. 현장에서 챙기고 계신 아버지한테도 몇몇 사람들이 비슷하게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올


정도이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비슷한 전원주택과는 확연히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듯 하다.


이제 완성된 현관 기둥. 완성된 모습을 보니 애초 상상했던 것보다 좀더 나은 거 같다. 틈새에 벌레가 낀다거나 


거미줄 따위가 낄 걱정은 미리부터 차단, 빈틈없이 벌레방지 조치를 취해놨다고.


창문 설치가 완료되었고 그중에서도 2층 내방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참...힐링되기엔 딱 좋은 초록초록한 풍경이다.


그리고 2층의 동생방. 이제 외관이 완성되었으니 실내를 챙길 차례. 벽지라거나 바닥이라거나 조명이라거나.


테라스 풍경. 2층 테라스는 뭔가 좀 하렘같은 분위기가 되었음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글쎄 어떻게 될지.


(내 집이 아니라 부모님 집이니 뭐, 전권은 그분들에게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여전히 엉성하게 이어붙인 임시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다.


1층 풍경. 안방과 옷방이 될 예정인 곳의 모습이다.


그리고, 1층과 2층을 잇게 될 실내 나무 계단이 지탱하게 된 받침 그 날것의 모습. 이제부턴 굉장히 지지부진해 보일 수


있는 실내의 디테일들을 잡아나가게 될 거다. 벽지, 바닥재, 조명, 실내계단, 그리고 실내가구 등등.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3. 현관 데코레이션 

 

2015년 7월, photo by father



아무래도 외부 골격이 서고 나서는 이미지로 보건대 조금은 지지부진한 실내 작업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현관


입구에 이렇게 돌들을 활용해서 올록볼록한 뭔가를 만들어두는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랄까. 나름 아버지가 엄청


공을 들여서 만든 입구의 이미지다. 직접 돌들을 하나하나 붙이면서 작품이라 칭하실 정도니깐.


이렇게 저마다 높낮이를 달리하는 주먹돌들을 하나씩 직접 붙이면서 뭘 표현하고 싶으셨던 건지는 차차 생각해보기로.


그리고 현관 기둥. 그야말로 주먹돌들을 얼기설기 엮어 붙여놓는 걸로 컨셉을 잡았는데, 이런 건 역시 여러개가


한꺼번에 모여있어야 뭔가 그림이 나타나지 두어개 모인 걸로는 왠지 어설퍼 보인다.



이정도 쌓이니까 그래도 뭔가 그럴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시작.




그리고 외벽의 아시바들을 제거해낸 건물의 외양이 비로소 나타난게 7월. 건물을 짓기 시작한지 3개월만이다.


이제 거의 끝까지 올라간 현관 기둥의 주먹돌들도 보인다.


그리고 잔디밭이 될 정원을 한참 지나서 마을 길가에 인접한 곳의 대문 입구. 양쪽으로 서게 될 두개의 돌쩌귀.



그 두개의 파이프를 기둥 삼아 세워지게 될 세쪽자리 대문, 그리고 쭉 외곽을 둘러치게 될 울타리의 시멘트 토대가 슬쩍


보인다. 


꼭 이름난 곳, 유명한 곳을 따라 다니는 것말고도 재미난 일들은 많다. 동네 마실삼아 설렁설렁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으니. 낯선 눈으로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1만 있다면.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지만, 그냥 짠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천천히 낡아가는 마을의 살아있는 풍경들.


인공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너머에는 야트막한 울타리, 그리고 바로 짙푸른 남해 바다.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샛노란 스쿨버스 두대가 얌전히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논밭 한켠에는 이렇게 생활하수가 흘러내리는 '싱크홀'.


그리고 이름과 외관의 이 아이러니도 참, 온통 낡고 헐어보이는 아주아주 오래된 새마을농업창고. 


그리고 이 오랜, 담쟁이조각이 눌어붙어있고 온통 붉은 녹물이 흘러내리는 철문짝.


언제 마지막으로 열렸을까 싶도록 오랜시간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듯한 철문이었다. 


그리고 등이 굽은 자전거 라이더.


굴양식을 위해 바다속에 걸어두는 조개껍데기들. 여기에 매달려 자라는 건가.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쪽에서, 이 나무 울타리는 왜 때문에 설치해 둔 건지 모르겠지만 새들의 좋은 쉼터가 된 듯.






바닷가 아스팔트길은 온통 갈라터지고 깨져있기 일쑤, 그 틈새에 머리박고 자라난 물색없는 이파리들.


바닷가를 떠나 크게 우회해서 마을로 돌아가는 길. 각기 다르지만 오묘하게 비슷하게 바랜 빛깔의 슬레이트로


누덕누덕 기워진 지붕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벌겋고 퍼런 차양이 갈기갈기 찢겨있는 어느 헛간.



그나저나 사람 한명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동네다. 아까 배 떠나갈 때 두어분의 어르신이 타시는 거 보고 계속 혼자.


이 가로등은 언제 이렇게 기세가 꺽여서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걸까. 지난 태풍쯤이었으려나.




남해군의 맨 아랫곁, 남해 바다를 향해 싹둑 잘린 느낌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토막토막 논을 일군 오랜 흔적. 다랭이논.



한창때의 짙푸른 녹음이 그악스런 산복판이나 계단처럼 차곡차곡 내려오는 논밭이나 시퍼렇기는 매한가지.


구름다리 두개가 듬성하니 지나가며 바닷가의 날카로운 바위들을 가로지른다.


다랭이논조차 만들 엄두를 낼 수 없도록 깍아지른 바닷가 가파른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바다 저아래 수천년 수만년 파도에 시달렸을 바윗덩이는 평생 땅을 파먹고 사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했던


할배의 손등같기도 하고.



한발 멀찍이서 보면 온통 빽빽하게 무성한 초록 지천이더니 가까이 다가서면 이런 산책로와 논두렁길이 숨어있다.


다랭이논이 산의 사면을 따라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습.




역시 여름이다. 사람들이 꽤나 오다녔을 텐데도 서슬이 퍼런 잎사귀는 손바닥보다도 크게 자라나 길을 가렸다.



해남 땅끝마을에 비해서는 조금 북쪽에 위치해있다지만, 느낌으로는 거기 못지않다. 땅끝의 느낌.







남해 다랭이마을을 돌아보는 길은 '남해바래길'의 일부로 다랭이지겟길 코스라고 한다. 남해의 수려한 풍광을 한켠에


두고 반대로는 산비탈을 깍아만든 다랭이논을 지나볼 수 있는 트레킹코스.


한국의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남해대교,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같은 현수교이자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충북 괴산이나 전북 무주보다 더욱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해에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지이니만치 한번 가서 제대로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올해 5월,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나서 바로 옮겨간 무주 덕유산. 널찍한 등산로와 쾌적한 햇볕이 반겨주던.



전날까지 내렸던 비 덕분인지 수량이 제법 불어난 개천, 아마도 무주구천동으로 이어지는 맑은 개천이 아니려나.




이틀동안 지리산을 걸었으니 좀 살살 다닐 생각이긴 했지만, 또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못 밟고 돌아가는 것도


좀 섭섭한 노릇. 설렁설렁 걸어보기로 했다.



백련사였던가, 덕유산 깊숙이에 자리잡은 사찰의 담백한 색감과 가지런한 기와지붕이 차분하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올린 야트막한 돌담.




그러고 나니 갑작스레 경사가 가팔라졌다. 산에 다닐 때 제일 맘에 안 드는 건 보폭을 고려하지 않은 들쭉날쭉한


계단인데, 특히나 향적봉 오르는 길의 계단이 전혀 사람의 보폭을 고려하지 않았던 듯.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태양 아래, 그늘 한 점 남겨두지 않은 민둥민둥한 덕유산의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


그래도 역시, 올라오고 나면 이렇게 내려다보이는 산들의 선굵고 울룩불룩한 근육질 모습이 멋지다.


정상.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강해서, 뜨거운 햇살마저 땅에 채 꽂히기 전에 날아가버리던 느낌.



정상의 가장 높은 바위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저아래 어디쯤 무주 구천동의 차디찬 개울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을 거다.




내려오는 길에 눈에 들어온 백련사의 커다란 법고와 단청지붕. 





그리고 올라갈 때에 비해 한 1.5배쯤 길어보였던 하산길 막바지에 마주한 자전거족들. 신나게 페달을 밟는 가족들의


모습을 따라 어디선가 다시 체력이 되살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1코스와 22코스가 만나면서 지리산 둘레길을 한바퀴 완성시켜주는 접점인 주천면에 닿기 전, 제법 지대가 높은


구룡치 어간에서 자욱한 운무를 만났다. 이슬비가 쉼없이 내리던 와중에 안개가 조금 짙어지나 싶더니, 이렇게


배배 꼬인 연리지 나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삽시간에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이렇게. 온통 희끄무레하고 먹먹한 커튼이 내려뜨려진 느낌인데다가 빛은 사방에서 번져버리니 분위기가 묘하다.


들이마시는 호흡조차 축축하고 새하얀 빛깔인 것만 같은 느낌. 



마법의 시간이 끝나고 숲을 빠져나왔더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찍이 내닫는 시계.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1구간과 22구간이 양쪽으로 내달리는 시작점이자 종착점. 주천읍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녹색이 침공해 들어오는 계절도 아니건만 벌써부터 이 곳은 초록초록에 절반쯤 잡아먹힌 상태.





의식적으로 둘레길 코스에서 벗어나볼까 하면서 가닿은 곳에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저수지가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다 보니 수위가 더 올라간 거 같기도 하고.







어느 곳에선가 마주친 사당이랄지, 아니면 사람이 살지 않게 된 흉가랄지. 집앞의 배롱나무가 활처럼 허리를 휘어서는


본채를 향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현관의 기와지붕에 온통 퍼렇게 돋아난 이끼들도.



비가 그쳤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빗발이 그칠 기미가 없어 카메라를 잘 꺼내들 수가 없었다.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던 숲길, 설마 저 나무도 오늘 하루종일 비를 맞아 저렇게 이끼가 잔뜩 생긴 건 아니겠지. 



지리산유스호스텔 부근, 좀더 걸어가다가 아무래도 산속 깊숙히 들어가는 길인 거 같아서 중도에 돌아나왔다. 


계속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깊은 숲에선 금방 해가 떨어져버릴 것 같다는 점들을 고려했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던 듯.



콜택시를 기다리던 중에 귀여운 표지판 발견. 나무를 베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도 굉장히


명료했지만, 특히나 맨 마지막 그림의 토끼가 짓고 있는 호소력짙은 표정이 맘에 들었다. 자살토끼같은 표정.




지리산 둘레길 코스걷기 이틀째, 예보대로 종일 비가 올 모양인지 아침부터 꽤나 꾸물꾸물. 


행정마을은 그러고 보니 다른 지리산 마을에 비해서 꽤나 잘 정돈되어 있는 거 같다. 이런 이쁜 솔숲도 있고.



멀찍이 병풍처럼 자리잡은 지리산은 온통 희뿌연 연무에 휘감겼다.



아무래도 이런 둘레길이 자기 동네에 생긴다고 하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거다.





가지런히 열지어서 심어진 모들이 부채꼴 모양의 논을 따라 부드럽게 휘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 걸어가는 신작로. 시멘트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길은 걷는 재미는 확실히 흙길만 못하다.



물이 가득 채워진 무논들 너머로 군데군데 잘 정돈된 마을 정자랑 그럴 듯한 나무들.




제법 빽빽한 소나무숲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온몸이 흠뻑 빗물에 젖었다. 





노치마을에서 만난 백두대간 비석. 지리산 인근 백두대간 정맥에 일제가 박아두었던 쇠말뚝을 제거하고는 이 마을에


일부 전시를 해두고 있기도 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산맥들이 한반도를 아우르며 어떻게 쉼없이 이어지는 건지


그림이 잘 안 그려졌었는데, 이 그림을 보니 백두산에서 설악산, 지리산이나 무등산까지 산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좀 알거 같기도 하다.


마을 어귀의 아름드리 나무 아래 시소. 시뻘겋게 녹이 슬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삐걱대는 소리 없이 잘 움직이더라.




모내기에 한창인 때인지라 곳곳에서 이앙기가 출동 준비 완료.


그리고 이미 모내기 작업을 완료한 논. 슬쩍 손으로 쓸어보면 굉장히 보드라울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1코스 끄트머리쯤에서 만난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간이식당. 라면을 시켰을 뿐인데 굉장히 맛난 김치가 


함께 나와서, 역시 전라도 음식은 최고라는 확신을 다시금 갖게 해주었던.







● 일시 : 2015년 8월 9일(일) AM 00:00부터

●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에 등장한 동물은 무엇일까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주소~!^-^*

              *자동 지원하는 분들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오니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 제공 : 초대장 108





애초부터 둘레길 코스에 딱딱 맞춰서 주파해나갈 생각은 없었다. 1코스 종반부의 민박집에 자리를 잡고 났더니 


2코스 끝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체력도, 시간도 남았다. 설렁설렁 3코스를 계속 가보기로 한 참이다.



모내기에 한창이던 시절, 저렇게 여리고 자그맣던 아이들이 올여름 무더위와 가뭄에 잘들 버티고 있기를 바랄 뿐.


둘레길 코스를 따라 함께 흐르는 강 너머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우는..(이 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다만서도)



어느 장소의 분위기를 아는데엔 한번의 방문으로는 택도 없다. 사계절을 다 보는 것, 그리고 하루의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담는 것, 그런 공을 들이고서야 이 공간이 가질 풍성한 느낌을 비로소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꽃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가던 길 끝의 어느 마을. 베이지색으로 단정하게 칠해진 담벼락에 벽화가 꽃길을 이어준다.



3코스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 그 아래 개구멍을 꽉 들어채운 시퍼런 잡초.


담벼락에 기대 섰던 나무의 등걸에 기대어 그려진 벽화의 센스가 재미지다.



요새 축사는 그렇게 소똥 냄새가 멀리 않을 만큼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듯. 코앞에 도착해서야 저 안에서


뒹굴거리며 되새김질중이신 소들이 보였다.


산비탈을 따라 제법 층층이 포개진 다랭이논, 그리고 그 옆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둘레길.


3코스에는 황매암을 경유하거나 산신암을 경유하는 두가지 갈래길이 있다는데, 어쩌다보니 황매암으로 와버렸다.


코스 표지판을 부지불식간에 놓쳐버렸거나, 아니면 생각보다 길안내가 부실하거나 둘 중 하나.



그래도 황매암을 둘러보며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건 꽤 괜찮았다. 산속길 깊숙이 숨은 곳에서 문득 마주하는


자그마한 암자의 정취도 그렇고, 온통 푸릇푸릇하게 감싸고 올라오는 녹색의 기운도 그렇고.






지리산 둘레길 중에 가장 인기있다는 3코스, 아무래도 1박2일에서 이 코스를 배경으로 촬영했던 덕분인 거 같은데


역시나 방송에 나왔던 장소라는 현수막이 이렇게 떡하니 붙어있다. 




이런 개울을 지나고 산길을 계속 걷다 보면, 


현지 주민들이 지각없는 일부 둘레길 여행자들에 대해 읍소하는 이런 표지판도 보이고.


유려하게 구부러지는 마을길이 산모퉁이로 사라지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마을과 함께 수백년을 함께 했을 오랜 낙락장송 한 그루. 가지를 휘청휘청 늘어뜨린 모습이 연륜 가득하다.


대충 두어시간을 걷고 나니 장항마을에 도착, 또다른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 만들어진 쉼터에서 맥주랑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며 머리를 맞댄 결과 숙소로 이제 돌아가기로. 죽자고 걷기보단 여유롭게 가자는 컨셉이니만치.



버스 시간표를 잠시 확인해보니 대충 이삼십분만 기다리면 한대 오겠다 싶다. 이런 여유로운 자세라니.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2. 외장 현무암 및 단열재 부착작업

 

2015년 6월 27일, photo by myself



외견상으로 보기엔 한달이 지났지만 그다지 크게 변한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지적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데다가 내부 단열재가 전부 부착 완료된 상황, 그리고 외벽의 절반에 가까운 영역을 현무암으로


감싸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모습이다.



예년에 비해 오뉴월에 비가 많이 오기도 했어서 조금 진척속도가 늦어진 감도 있다지만 햇볕은 모른척 쨍쨍이다.


가운데 굵은 경계를 기준으로 왼쪽은 현무암으로 치장할 거고, 오른쪽은 노출콘크리트를 광낼 예정이다.


오래된 건물 리뉴얼하듯이 현무암을 외벽에 덧씌우는 작업. 현무암도 붙이고 끝이 아니라 방수도료를 바른다거나


광택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좀더 이쁘게 다듬을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자주 보다보니까 그대로 냅둬도 되겠다 싶은 이층 테라스의 구멍 뽕뽕 외벽.


거실의 큰 통유리창은 지난 어머니 지시사항에 따라 더 커졌다. 


현무암으로 감싸는 작업은 일층을 지나 한창 이층에서 진행 중.


그리고 정원에 놓일 현무암 재질의 포석. 큼지막한 판석이 놓이고 그 틈새로 잔디가 푸릇푸릇 자라면 꽤 괜찮겠다.


이 돌들은 현관에 경사로로 깔릴 거라고.




대여섯 채의 전원주택이 모여들어 바야흐로 조그마한 마을이 형성되고 있는, 그 깊숙한 안쪽에서 내다본 우리집.


마을의 초입에 위치한 데다가 오가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타기 시작해서 슬슬 구경하러 오는 외지인이나 주변마을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대체 어떤 모양의 전원주택을 짓는 거냐는 궁금증을 만족시켜 줄 만한 답이면 좋겠는데.



두툼한 단열재를 대어 엄청나게 두꺼워진 외벽. 이제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엔 덜 추운 집에서 지낼 수 있겠구나.


건물 내부에 깔려야 할 복잡한 배선들. 현관 입구에 일단 저렇게 데굴데굴 뭉쳐있는 상황이다.


거실의 통유리는 참 시원해 보이는 게 볼수록 맘에 든다.



천장에도 두텁한 단열재가 시공됐고, 조명을 내려뜨릴 전선인지 뭔지가 또아리를 틀고 얌전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계단의 위치도. 경사를 맞춰서 벽을 따라 그려진 파란선대로 나무계단이 올라갈 예정.


계단에 쓰일 나무들이 옆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그리고 이층 테라스.



갈수록 바깥 풍경은 초록초록해지는구나. 서울의 희뿌옇고 뿌연 색감에 지친 눈이 쉬기에 딱 좋다.


마음에 드는 공간 중 하나. 이층 복도. 왼쪽으로 동생방, 오른쪽으로 내방. 그리고 위로는 채광창.


그러고 보면 건물 외벽만 섰다고 건물이 지어진 건 아니다. 내부에 단열재를 채우고, 바닥재를 깔아야 하고,


거기에 벽지를 바르던 페인팅을 하던 내벽을 치장해야 하고, 가구니 싱크대니 하는 인테리어를 챙겨야 하고.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1. 첫삽을 뜬 이래로 한달, 중간점검.

 

2015년 5월 23일, photo by myself



이제 건물의 근간은 어느 정도 선 상태, 화창한 날에 현장을 찾아서 요리조리 둘러봤다. 물론 어머니가 지적한 것들을


다시 반영하느라 아버지가 고쳐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창문이 더 커진다거나 하는 외관상의 변화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내외의 공간 구획은 확정이라 봐도 좋겠다.


개울가 바로 앞에 버티고 선 2층짜리 건물. 아시바..라고 하나, 건물 외벽의 작업용 구조물은 아직 떼어내려면 멀었다.


외벽에는 이제 절반 가량은 현무암으로 치장을 할 예정이고, 나머지 절반도 노출 콘크리트를 좀더 광택있고 부드럽게


다듬어야 하는 작업이 남았다고 한다.



사방에서 둘러본 외관. 


왼쪽 아래가 건물의 입구. 현관 되시겠다. 그러고 보니 건물의 2층 외벽면이 제법 울퉁불퉁하니 느낌이 좋다.



큼직큼직하게 사방에 난 창문들도 그렇지만,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노출될 예정인 곳들의 질감이 눈에 확 띈다.


지금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좀 다듬고 광택을 주는 작업을 하면 훨씬 이뻐질 거라고.


타단~ 현관을 거쳐 들어가면 보이는 첫 장면. 


그리고 1층 거실에서 보여질 외부 풍경이다. 좀더 키우기로 했으니 이보다 더 탁 트인 풍경이 보일 듯.


1층 안방의 화장실 창문. 


그리고 안방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1층에는 거실과 안방, 부엌 공간이 배치될 예정.


이게 아마 부엌이 될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이던가. 


여기가 보일러실..이었던가. 아직 그다지 외부 풍경이 낯익지 않은데다가 내부에도 특징이 없으니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뭐, 하여튼 그렇다. 사방이 초록초록. 그리고 큼직한 창문들이 있다는 사실.



여긴 어디 창문이더라, 아래로 개울이 흐르고 저만치 다리가 놓인 게 한눈에 보이는 게 좋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 지적사항'은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일일이 체크하고 변경이 가능한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시고, 그렇게 두분은 머리를 맞대고 후끈한 토론을 거치며 집을 지으시는 중. 여기는


이만큼 창문을 더 넓히라는 지시가 틀림없이 반영되기로 약조를 맺은 현장.


그리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간이 계단. 나중에는 저 창문의 우측 경사도에 맞추어 나무 계단으로 제대로


만들어지겠지만 당장 공사중에는 이렇게 생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갈 수만 있으면 된다는 계단으로


충분한 거다. 다소 흔들흔들하고 위험해 보이기는 해도 막상 올라가보니 잡을 데도 많고 안전하더라는.



2층 테라스. 다소 고심하게 되는 저 동그란 구멍 디자인. 그대로도 괜찮을지 아니면 다른 개선안이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듯. 어쨌거나 여긴 비오는 날 흔들의자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며 와인 한병 까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


그리고 2층에는 방이 두개. 그리고 창고가 하나. 여기는 그중 동생이 쓰게 될 방.




여기는 올라오는 계단이 끝나는 바로 옆에 만들어질 자그마한 창고방. 


거기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


그리고 2층의 또다른 방, 내방. 


이건 내방 화장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주금산의 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간이 계단. 나중에 여기는 그냥 막힌 창문으로 마감될 듯.


비좁은 틈새로 가까스로 올라와보면 보이는 풍경. 여기는 이제 길쭉한 고깔 모양의 창문으로 덮일 거니깐.



이웃한 다른 전원주택들. 애초 부모님이 고려했던 모양새 중에도 저런 '유럽식' 고깔 지붕이 잠시 존재했다가


순식간에 지금과 같은 갤러리 형태의 건물로 바뀌었다.



여기는 테라스 바로 위. 이렇게 두개의 구멍이 위로 뚫려 있지만 나중에는 역시 고깔 모양의 창문으로 덮을 예정.




그리고 나중에 건물이 점점 정리되면서 비교해보는 재미를 위해 찍어둔 구석구석. 


아, 여기는 이 집에서 전적으로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 나중에 연못이나 수조 같은 식으로 쓰실 거라는데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지는 오리무중.


어느새 한달, 생각보다 집은 빠르게 지어지고 있는 참이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0.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및 방수작업

 

2015년 5월 22일, photo by father



2층짜리 건물인데 기초가 높고 층고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깐 건물이 꽤나 높아 보인다. 이제 옥상층에까지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진동기를 사용해서 다지는 작업을 하는 중.



제법 마감되어 가는 건물 외벽 공사들. 지붕까지 콘크리트가 단단히 서고 나서 방수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이제


외벽의 치장이 시작될 차례다.


옥상에는 태양열 판넬을 설치할 예정이고 굳이 올라올 일은 없을 거라 하니 지금같이 공사중일 때나 올라와서


전망을 살피는 걸로.






 

 

 

지리산 둘레길 2코스, 운봉읍에서 금계까지 이어지는 10km여의 구간은 마을의 수호장승으로부터 시작.


 

함께 걸었던 군대친구들.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동안 참 잘도 지내는게, 이리저리 갈린 길에서도 용케 잘 뭉쳐다녔다.


  

 

 

모내기를 위한 모판을 무논 위에 둥둥 띄워놓고. 모판을 실제로 본 건 꽤나 오랜만인데, 이렇게나 빽빽했던가,


그리고 이렇게나 싱그럽도록 연둣빛이었던가 싶다.


뭔가 일을 하시다 잠시 쉬시는 농부아저씨. 논두렁에 멋진 포즈로 딱 버티고 서서는 대지와 산을 바라보는.


 

둘레길 옆으로는 염소젖 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는 조그마한 염소농장도 있고.


이런 아름드리 나무들도 쉬이 눈에 띄는 시골길이다.


 

또다른 아름드리 나무 옆에는 나무의 자연스런 곡선을 그대로 살려서 지은 정자도 있고.

 

잠시 길을 잘못 든 통에 차들이 씽씽 다니는 도로변에서 걸어야 하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논두렁 태우는 연기와 냄새가 훈훈한 시골의 봄길을 걷는 건 꽤나 유쾌한 경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그리고 솟대들이 온통 삐죽거리며 솟은 곳은 어느 마을의 입구.

 

 

 봄의 빛깔은 누가 뭐래도 연두연두. 그리고 저렇게 한풀 꺾여 수그러든 낡은 벽돌빛의 배경이라면 더 좋다.


 

이제 슬슬 금계마을에 도착, 길이 민가로 접어들었고 이렇게 사람사는 풍경들이 나타난다.

 

골목길에 딱 버티고 선 나무도 싱싱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의 발랄한 물소리와, 그쪽으로 귀기울인 나무들의 휘영청한 모습도 참 좋고.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19. 2층바닥 철근조립 및 전기배관작업

 

2015년 5월 9일, photo by father



2층바닥을 단단하게 버텨줄 철근과 단열재들. 


그리고 2층의 방 두개에 각각 구비될 화장실을 위한 오수/하수관 배관 작업.



그리고 2층 바닥에 타설할 콘크리트 납품서.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보려 마음을 세운 것이 벌써 몇 년째, 5월초의 황금연휴에 불쑥-떼밀리듯-내려와버렸다.

 

별생각없이 잡은 숙소는 1구간 중간의 행정마을/삼산마을의 부녀회장님댁. 역시 전라도의 손맛이란 게 어찌나

 

훌륭하던지 아침저녁으로 푸짐하고 맛있으면서 저렴한 식사를 하고 내처 사흘째 걷다가 왔다.

 

 

모내기를 준비중인 논들은 온통 그득그득 물을 받아두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둘레길의 방향과 코스를 안내해주는 표지판들의 도움을 얻어 2구간쪽으로.

 

1구간 남은 곳과 2구간을 걸을 요량이었다.

 

 

 

 

 

유채꽃인지 무꽃인지, 화사하게 피어난 노란꽃들이 지천.

 

 

모내기를 준비하느라 물을 가득 채워놓은 논. 수면에 모든 풍경들을 가둬놓은 모양새가 마치 수상마을 같기도.

 

 

 

그렇게 양쪽에 무논을 끼고 멀찌감치 지리산이 시야에 툭툭 걸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이내 운봉읍까지 도착.

 

 

읍내 곳곳의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골목골목 들어가며 찾아보고.

 

 

 

색이 빠지고 바래서 이젠 파스텔톤이 되어버린 간판과 자전거와 풍경들.

 

 

그와중에도 버스 정류장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인 듯.

 

 

 

울타리나 철책이 둘리지 않은 자그마한 초등학교.

 

 

 

그렇게 설렁설렁, 금세 도착하게 된 2구간 시작점. 운봉-인월 구간, 거리는 9.9km라는데 뭐 무슨 정복하러 온 것도

 

아니고 갈 수 있는데까지 걸어보고 택시던 버스던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전국 제일의 철쭉군락지라는 지리산자락 바래봉,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러 5월초 황금연휴에  남원 운봉읍의 민박집을

 

잡았더니 여기를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신 거다. 부녀회장님이시기도 한 민박집 어머니의 말씀을 좇아 철쭉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도 구경하고, 떡과 막걸리도 얼콰하니 얻어먹고.

 

시골 축제 분위기를 북돋우는 건 역시 하늘 높이 떠올라있는 애드벌룬과 만국기.

 

그리고 한마리를 통으로 굽고 있는 지리산 흑돼지 바베큐, 막걸리 안주로 더할나위 없었던. 덕분에 몇걸음 걷기도

 

전에 모든 걸 다 이루어냈다는 느낌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로 조금 올라가는 약간의 경사길에도 헥헥거리며 발걸음을 질질 끌고 말았던 것.

 

사실 철쭉이 그다지 이쁘다는 생각도 안 했었고, 무리지어 피어봐야 얼마나 볼만하랴 싶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어느 한 굽이를 지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꽤나 장관이었다. 온통 진분홍빛의 울긋불긋한 철쭉, 철쭉.

 

 

이렇게 지천으로 흐드러진 철쭉은 그야말로 옴쭉달싹 못 할 만큼 빼곡하게 피어나서, 사람 하나 끼어 들어가

 

사진 찍을 틈새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비집고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앞에서 어떻게든

 

포즈를 잡아보느라 애쓰는 중이었고.

 

 

 

 

사실 바래봉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도 있고, 그 길을 따라 계속 철쭉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고는 했는데 일단

 

막걸리가 올라와 더이상 걸을 수가 없었고, 또 이제 막 개화가 시작된 터라 중턱까지만 피었지 위는 아직 멀었단

 

이야기를 듣고 지레 힘이 빠져서 그냥 크게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내려오는 참이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잘 꾸며놨다. 조경도 잘 해놨고 오밀조밀하니 걸어서 한바퀴 돌아볼 만하다.

 

 

 

그렇게 한참을 사방의 갈래길로 쏘다니며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조금 취기가 진정되고 나서야 하산.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2코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