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북쪽끝에 위치한 항구지역, 피셔맨스 워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점, 시간당 8달러였던가에

 

일단 세시간을 약정하고 빌려서는 저멀리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붉은 금문교를 향해 출발.

 

금문교 반대쪽을 찍고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대여점 아저씨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문제는 금문교로 향하는 길에 계속 밟히던 풍경들. 오른쪽으로 끼고 향하는 샌프란시스코 만에서는 악명높은 수용소

 

알카트라즈섬 내부의 건물과 시설물들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이리저리 휘영청 종횡하는 부두 시설들이 보여주는 리드미컬한 곡선들과 시퍼런 바닷물 역시.

 

 

 

중간에 잠시 녹색빛 가득한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하고. 알고 보니 샌프란시스코는 공원 투어가 있을 정도로 공원이 많다고.

 

 수백척의 요트가 대규모 공용주차장의 차들처럼 빽빽히 열맞춰 주차되어 있는 정박장을 지나고.

 

 

 어느새 이만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야외전시물들이 놓인 새초록 잔디밭 너머로는 붉은 금문교가, 앞으로는 개장수 아저씨가.

 

 

자전거 전용도로의 방향을 일러주는 표지판, 바닷바람에 지친 듯한 피로한 낯빛이 맘에 들었다. 

 

 돌아보면 생각보다 먼 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금문교까지 닿는 길이 제법 오르막과 내리막이 랜덤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이런 사진찍기 딱 좋은 명당들을 마주치는 재미. 그리고 조금씩 금문교가 육박해들어오는 생생한 실감까지.

 

 

 

 시간대에 따라 금문교 위의 통행로를 자전거에 교차해서 오픈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표지판이 이만치 닳았을만큼 오랜 룰인 듯.

 

 

그리고 사진찍기 좋겠다 싶은 포인트에는 어김없이 바글거리는 사람들. 저 꼬맹이들은 무슨 수학여행이라도 나온 듯 시끌벅적.

 

 바야흐로 금문교 진입 직전. 360도로 크게 회전하는 길 중턱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는 금문교와 함께 한 장.

 

 다리 양쪽으로 나 있는 인도 겸 자전거 도로는 생각보다 좁아서인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온갖 규정들이 입구부터 빼곡했다.

 

 

 금문교를 건너다가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풍경. 꽤나 멀어 보이는 게, 자전거로 쉬지 않고 달려도 삼십분은 걸리겠다.

 

 조금 땡겨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시내.

 

No U Turn.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표지판은 아니고 실은 자동차들 보라는 표지라지만 왠지. 뭔가 계시를 받는 느낌.

 

 굉장히 고풍스럽고 우아한 금문교의 준공기념패랄까나. 청동덩어리를 양각한 듯한 모양새하며 그 클래식한 글씨체까지.

 

 

 

 뭐라더라, 선진시민은 우측통행이라던 어느 정부의 강변과는 상관없이 좌측통행을 하되 대체로 내키는 대로 보행중인 미국시민들.

 

 

 금문교 저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의 군집이 바로 소살리토. 시간만 괜찮으면 저기까지 내달려도 좋을 듯 해서 고민고민하던 중.

 

보통은 저기까지 내달리고는 페리에 자전거째 싣고 피셔맨스워프로 돌아오는 코스를 많이들 탄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금문교 건너편에 도착. 이쪽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또 다른 맛이 있다.

 

 

 

 

You are not forgotten. 11월 11일 베테랑스 데이,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호국장병의 날이거나 국군의 날쯤 되려나.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전차와 오토바이들을 앞세운 퍼레이드가 시작되는가 하면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열식이 퍼포먼스처럼 쉼없이 이어졌다.

 

 

 시청 앞의 왕복 6차선을 통제하고는, 전차나 버스 등의 운행도 일체 멈추고 시청 앞 광장에서 학생들의 사열을 받는 노병들.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나온 (아마도) 과거 역전의 용사들이려나. 백발의 배나온 할아버지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즐기는 중이다.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은 학생들의 퍼포먼스가 퍼레이드하듯 시청 앞 공간을 지나가고, 더러는 굉장히 잘 한다 싶도록

 

절도와 '각'이 살아있는 팀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무슨 당나라 부대 군기를 연상케 하는 미국식 군기를 선보이는 팀도 있고.

 

 

 그 와중에 반질반질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나오는 광빨이 죽이는 클래식카도 속속들이 모여들고, 아마도 한국식으로라면

 

해병전우회쯤 되려나. 성조기로 옷을 해입고 두건을 만들어쓴 할아버지들이 위풍당당하게 집결하다.

 

 와중에 세찬 샌프란시스코 바닷바람을 가득 부여안고 펄럭이는 캘리포니아 주깃발.

 

 

 

연단 위에 마련된 귀빈석에서 푸릇푸릇한 학생들을 사열중인 현역, 그리고 퇴역 군인들의 감개무량한 모습.

 

나라를 지켜냈다는, 지키고 있다는 한점 의심없는 단순한 팩트만으로도 얼마나 사람은 당당해질 수 있는지.

 

복잡다단한 진실을 헤쳐푸는 건 사실 군인의 몫은 아닐 거다, 장수를 부리는 군주 혹은 군사가 충분한 명분과 명예를 제공하면 그뿐.

 

 그러기에 충분한 자긍심과 명예를 제공해준다는 것, 아마도 그런 것이 성조기와 미국에 대한 국민들의 애국심의 원천 아닐까.

 

 

 특히나 저런, 차 옆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담겨있는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상징 행위. 어떻게든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한다는 자세.

 

 

 

그리고 나름 보수의 품격은 동방의 어느 나라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지키고 있을 퇴역 군인의 뿌듯한 미소.

 

 

 


트레이닝을 위해 약 2주간의 출장 일정으로 찾은 구글 본사.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MTV)에 위치한 본사는 그야말로 거대기업,

 

40여개의 건물이 왠만한 대학 캠퍼스보다도 넓게 산재해 있어서 내부 셔틀이 다닐 뿐 아니라 이동시에는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한다.

 

함께 트레이닝을 받던 미국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맛난 점심메뉴를 찾아 식당으로 가는 길.


내부 셔틀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서 왕래하는 출퇴근 셔틀, G-Bus가 수십대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버스를 탈 때 구글 직원증을 식별기에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에 외부인은 탑승이 불가능한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마운틴뷰의 본사까지는 대략 한시간 거리지만,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은 여기도 한국과 매한가지여서

 

심하면 근 두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버스 안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구글러들은 출퇴근중에도 랩탑을 펼치는 듯.

 

한적한 대학 캠퍼스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본사 내의 듬성듬성한 건물들, 그리고 충분한 녹지. 여유롭게 나와서 단체 운동을

 

즐기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아직은 따뜻한 가을볕을 쬐며 맛사지사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통유리로 되어 시원한 휴식공간의 한켠에는 방금까지 사람들이 실제로 즐기던 체스판이, 그리고 포켓 다이가 설치되어 있다.


'Google 15'라 불릴 정도로-구글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15파운드가 찐다는 의미에서-간식을 풍족하게 쌓아둔 마이크로키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한 간식들과 음료가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심지어는 한국산 김도 간식코너에 입성해 있었다.

 

알고 보니 얘들은 김을 간식으로 한장씩 수시때때로 먹기도 하던데, 마치 하정우의 먹방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구글 본사..라고는 해도, 고층 건물 하나가 덜렁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고작해야 3층짜리 나즈막한 건물들이 듬성듬성 놓인 거라,

 

게다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씩 거리를 두고 뭉쳐 있는 셈이라 이동이 쉽진 않다. 그치만 이렇게 이쁜 길이라면야.

마침 트레이닝 중에 2013년 셔틀버스 탑승인원이 2백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숙소로 퇴근하려고 셔틀을 기다리는데

 

정류장 앞에 맥주 박스를 수십짝 갖다놓고는 마음껏 마시라며 나눠주고 있어서, 일단 사진부터 한장 찍고 두병을 원샷.


구글의 인테리어가 얼마나 화려한지야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지만, 이런 분위기의 마이크로키친이라니. 역시 본사의 위엄..일라나.

 


휴식 공간이자, 자연스런 회의 공간을 겸하기도 하며 사무실 책상머리에 질린 이들을 위해서는 업무 공간으로 기능하는 산뜻한 공간.



그리고 심지어 '명상실'까지. 방석과 향과 디퓨저까지 갖다놓고는 아마 시간대를 맞추어 단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 하다.


건물마다, 건물 내 층마다, 그리고 미팅룸마다 다른 컨셉의 다른 인테리어. 이런 걸 고민하는 사람이 제일 재미있겠다 싶다.

 

아니, 실은 구글 두들(Doodle)을 만드는 사람이 제일 재미있을 거 같다.


이번에 처음 해본 이 축구 게임. 사실 한국 오피스에도 있기는 한데 한번도 안 해봤었다. 은근 스릴 있다는.

 


아무리 오피스 내부가 뻑적지근하대도, 건물 밖에 성큼 다가온 가을의 화려함에 비길 바는 아니다.

 

나파 밸리의 중심가, 나파 다운타운에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트렌디한 와인샵들과 함께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다. 제법 와인 관련한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캘리포니아 와인과 함께

 

간단한 점심을 챙겨먹는 것도 좋을 법한 지점이다. 마침, 11월의 나파밸리는 담쟁이가 익어가는 계절.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려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유명하게 인지도가 높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프렌치 베이커리 앞에서 어마어마하게 늘어선 줄.

 

 

 샵들에서 구경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품들과 와인 관련 아이템들을 구경하면서 이곳저곳에 인심좋게 널려있는 음식들을

 

시음시식하다 보니 딱히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더라.

 

 

 

와인병을 재활용한 생활 소품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런 그럴듯한 조명 역시 와인병을 그대로 활용한 사례.

 

와인병을 녹이거나 이어붙이거나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상품들도 있었지만 촬영이 금지된 경우도 왕왕 있어 촬영 실패.

 

 

 나파 밸리의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는 와인 트롤리, 저속으로 운전하는 버스라 그런지

 

창문도 없고 관광객들은 모두 탁 트인 창문을 바라보고 옆으로 앉아있다.

 

 

 온통 빨갛고 노랗고, 그리고도 푸릇푸릇한 나파밸리의 가을.

 

 

캘리포니아 와인의 본산 나파 밸리에서는 자전거 보관소도 와인 숙성을 위한 오크통을 재활용해 만들어 놓았다.

 

다운타운에서도 중심가에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가로지르는 길. 골목 곳곳에서 향긋한 와인 향기가 번져온다. 

 

 

  

다운타운 곳곳에서 마주하는, 그야말로 그림같은 집들과 잘 가꿔진 정원. 그리고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단풍.

 

오퍼스 원의 양조장이었던가, 나파밸리의 아름다운 길을 달리며 가이드 아저씨가 알려줬던 커다란 와이너리.

 

 

 

 

샌프란시스코의 11월초, 짙푸른 청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 아래 높다란 나무 전봇대들이 사이좋게 서로를 지켜선 나파 밸리.

 

보통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는 당일치기 와이너리 투어로 많이들 간다는데, 그 편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 면에서도 나쁘지 않으며, 게다가 운전 걱정없이 와인을 맘껏 '테이스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참가했던 투어는

 

아침 9시 출발해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두 곳, 소노마 밸리의 와이너리 한 곳을 돌아보고 오후 6시에 돌아오는 코스.

 

 10월말에 막 수확을 마쳤다는 야트막한 포도나무 줄기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첫 와이너리는 가족들만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소규모지만 착실한 와이너리였다. 4대째면 근 백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틴 셈이다.

 

 

 

 주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와이너리의 향긋한 내음 가득한 창고 안에서 입맛을 다시며 설명을 듣고는.

 

 

 거침없는 시음. 가이드 아저씨는 적당히 세네 잔 마시도록 권유했으나 품종별로 네댓잔을 마셔버린 듯. 벌써부터 보람찬 투어다.

 

 

 와이너리 바깥을 둘러보다가, 조금만 더 일찍 와서 수확 전의 포도밭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건물 외벽에 농담처럼 붙어있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시뻘겋게 익어가는 담쟁이 덩굴 잎사귀에 렌즈를 이렇게 들이댔던 걸 보니 벌써 취했던 거 같기도 하다.

 

잠시 차를 달려서 도착한 두번째 와이너리. 이번에는 좀더 대량생산을 하는 커다란 와이너리였다. 미국의 슈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도 한, SUTTER Home 와이너리.

 

 

 

 아무래도 좀더 규모가 커서 그런지, 이전에 쓰였을 법한 장비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와인병들도 이쁘게 전시되어 있고.

 

좀더 전문적인 와이너리 혹은 시음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오잡고 일렬로 늘어놓은 와인잔의 그럴듯함과 테이스팅을 권하는 아저씨의 박식하고 전문적인 설명까지.

 

 시음했던 건 이렇게 세 가지.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 와인이었는데 역시나 거침없는-무제한에 가까운-테이스팅의 향연.

 

 

 

  이 곳 역시도 그리 만만한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니어서, 곳곳에서 오랜 세월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곳의 장점은 시음장과 매장 밖으로 나가면 이렇게 이쁜 정원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는 점.

 

급하게 마신 와인에 잠시 혼몽스러워질라 치면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 한모금 마시고 다시 들어가서 다시 시음을.

 

그 정도로 테이스팅을 위한 시간이나 배려가 여유로워서,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편안했던 거 같다.

 

 

어느 와이너리나 자체의 기념품샵 혹은 매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이날 돌아본 세 곳의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큰 매장을 갖추고 있었던 SUTTER 와이너리. 색색의 병들도 이뻤고, 와인과 함께 할 스낵류나 안주 시식도 넉넉했다.

 

 

그리고 기념품점에서 마주쳤던 와인에 대한 온갖 상찬의 문구들이나 그림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었던 셔츠 한 장.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트윈픽스 발치, F라인 전차의 서쪽 종점이기도 한 이쪽 미션Mission 지구 곳곳에는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는 중이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의 전향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이 곳,

 

특히나 돌로레스 대성당 어간에서부터 시작되는 발미 앨리Balmy Alley에는 1970년대 이래 진보적 아티스트들이 그렸다는

 

그래피티들이 골목들을 온통 점령하고 있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평온한 일상이 흘러다니는 깔끔하고 단정한 큰길, 어느 길모퉁이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난 전복의 순간.

 

 그리고 골목 담벼락을 온통 활용한 화려하고 입체감 넘치는 벽화.

 

 

비록 살짝 지린내도 나고 인적도 드물어 조금은 염려스럽기도 한 구간도 있긴 하지만, 차들이 늘어선 큰길가에도 그래피티의 축복이.

 

1776년에 지어져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오랜 건물이라는 돌로레스 대성당의 종탑. 이 위에서라면 울긋불긋하게 단풍처럼

 

번져나간 발미 앨리 지역의 그래피티들의 물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말에는 세 차례씩, 2시간 동안 이 곳에 그려진 60-70여개의 벽화를 감상하는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하는데,

 

혼자 돌아다니기보다는 아무래도 대낮 시간에 단체로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안전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혼자 이 구역을 돌아다니는 게 위험하다고 느꼈다거나 곤란을 겪었던 건 아니고, 워낙 골목마다 숨어있는 그림들이

 

많아서, 잘 아는 사람의 안내가 있었다면 더욱 알차게 돌아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정도랄까. 요런 귀여운 토끼도 놓칠 뻔 했다.

 

 

성긴 철창이 가로막은 건물 외벽에도 누군가의 손길은 여지없이 거쳐갔다. 거대한 연꽃을 타고 있는 부처가 샌프란시스코에 현현했다.

 

 

 

정교하고 잘 안배된 기하학적 무늬가 차고 하나를 통째로 감싸버린 풍경이라니, 작업했던 모습을 상상해보게 만드는 풍경이다.

 

 조던의 드리블 장면이 붉게 두드러진 농구 골대에 내리쬐던 햇살, 좁다란 골목 양켠에서 형형색색의 색채를 밝힌 그래피티들.

 

 

 

 이름 모를 성당-혹은 교회-옆구리에도 그래피티의 가차없는 스프레이는 비켜가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성당의 위신을 고려했는지 만화체로 그려지긴 했지만 예수와 성모..인 듯한 캐릭터들이 독특한 수인을 맺고 있다.

 

 

 사실 벽화보다는 이런 그래피티가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좀더 본격적이고 멋진 그래피티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작정하고 캔버스로 벽돌담 벽면을 활용한 듯한, 무려 호랑이와 상어 간의 일촉즉발 격돌 장면.

 

 사실 발미 앨리 아니어도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에서 숨어있는 벽화, 혹은 그래피티들을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아마도, 카센터의 내려진 셔터에 그려진 그래피티. 이 정도면 나름 상업적인 목적에도 충실하면서 미적인 기능까지 놓치지 않은 수작. 

 

 

 혹은, 뜬금없지만서도 파라오의 토실한 입술이 센스넘치게 가리키고 있는 소화전의 붉은 주둥이.

 

 이 건물은 GLBT 역사 박물관, 그러니까 게이(Gay), 레즈비언(Lesbian),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역사와 투쟁을 담고 있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당당하게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만으로도 뭔가 상쾌하다.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래피티, 혹은 좀더 포멀한 차원의 벽화들. 아래는 작년인가

 

금문교를 배경으로 치뤄졌던 세계 요트대회의 한 장면을 건물 벽면에 재현해 둔 거라고 한다.

 

 

 

 

 

이렇게 날 추운 계절에도 타임스퀘어에 나와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만큼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벌거벗은 카우보이', Naked cowboy. 남여를 불문하고 뭇 시선을 한눈에 받는 찰진 궁둥이.

 

 

기타를 설렁설렁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도 사람들이 다가오면 포즈를 취해주고, 저렇게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요모조모 뜯어보면 다리도 제법 이쁜 편이고, 몸도 탄탄하니 좋다. 저러니까 벗고 다니지, 란 생각도 드는데.

 

 

어머니들이고 딸내미들이고 모두 활짝 웃으며 그와의 포즈에 동참.

 

그리고 한켠에선 웃통을 벗어제낀 아저씨의 온몸에다가 굵은 선으로 그림을 그려넣는 아저씨도 있었고.

 

 

스머프와 픽사 애니메이션 캐릭들이 실사화되어 난무하기도 했다.

 

 

뉴욕의 악명높은 경찰이 말을 타고 순시 중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프리허그 팻말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키티는 실사화하면 좀, 머리가 너무 커서 어색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미국적인 캐릭터가 성조기를 꿰매어 만든 듯한 옷을 입고 있는 쥐시키.

 

스폰지밥은 그냥 진짜 스폰지밥같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키티는 이상하다.

 

 

그리고 이 사람도 참 끈질기게 보이는 사람, 2001년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배터리파크에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그런가 하면 인디언 추장같은 아저씨가 젖퉁을 드러낸 채 팅커벨이랑 이야기를 하고 계시기도 하고.

 

엘비스는 길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꽥꽥 고함을 지르다가도 카메라 앞에선 급 방긋해주시는.

 

 

 

아이폰 3GS가 거의 수명을 다해가는 와중에,

 

대체 왜 아이폰5는 나오지 않는 건지 궁금해하면서

 

지난 여름 다녀온 뉴욕과 홍콩의 애플샵 비교 사진 업로드.

 

뉴욕 맨하탄 중심부에 있는 애플샵. 거대한 유리상자 안에 애플 로고가 뙇, 박혀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프레임을 거의 쓰지 않은 거대한 판유리들로만 이루어진 저 입구는 왠지 아이폰의 디자인 미학이 담겨있다 싶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잡스가 직접 디자인을 하고 신경써서 만들어낸 공간이라고 한다. (원래 그는 거대한 유리 한장으로

 

한면을 덮고 싶었다는데,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 금액이 어마어마해져서 저렇게 조금 현실화된 거라고 한다.)

 

입구를 들어가면 이렇게 투명한 계단과 엘레베이터 중에서 내키는 길을 골라 애플의 세계로 풍덩.

 

이것저것 맥북이니 아이패드니 구경하다가, 아무래도 맥북에어에 눈길이 자꾸 가는 걸 피할 길 없어 간단히 웹서핑.

 

파란 셔츠를 입은 스탭들이 옆에서 안내도 해주고 사용법도 설명해주고 있던 왁자지껄한 공간, 마치 파티장같던 그곳.

 

그리고 홍콩 도심 한복판에 있던 애플샵. 건물이 독특한 거겠지만 거리의 양쪽으로 커다랗게 두발 딛고 서서는

 

건물 아래편으로 차도가 씽씽 나서 차들이 요리조리 다니고 있었다. 건물이 먼저인지 애플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러나저러나 애플스럽달까. 왠지 장난스럽고 이목을 끌어올 만한 포지션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파란 셔츠를 입은 점원들이 샵 안에 온통 와글와글한 방문객들을 안내하고, 활용법을 알려주는 등

 

뉴욕이나 딱히 다를 거 없던 내부 풍경.

 

 

아이폰 5는 언제 나오려나.

 

 

 

뉴욕의 오번가, 외부에 오픈된 숙소는 아니고, 멤버쉽 형태로 운영된다는 University Club.

 

호텔로서의 기능이 주라기보다는 라운지, 시가바,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 일종의 연회나 모임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라

 

넥타이까지 제대로 갖춘 정장이라야 정문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뉴욕 출장 중에 머물 곳을 찾다가 조금 비싼 것을 감수하더라도 맨하탄 쪽에 머물러야겠다고 결심하고선,

 

알음알음 멤버십을 가진 분과 연결이 되어 머물 수 있게 되었던 곳. 정장을 제대로 안 갖춰간 탓에 정문 대신

 

옆문으로 슬금슬금 나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맨하탄 중심에 위치한 최적의 입지조건 덕분에 대만족.

 

내부의 규율이 얼마나 엄격한지, 로비에서는 심지어 핸드폰 통화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 곳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다가 쫓겨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주던 로비의 직원, 뭐랄까, 살짝 그들만의 리그 냄새가.

 

 

룸 자체는 그렇게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뉴욕 맨하탄에서 이 정도 숙소를 이 정도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아무에게나

 

오픈되지 않는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건 꽤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꽤나 고풍스럽고 세련됐다.

 

참고로 1박에 265달러. (www.universityclubny.org)

 

 

맨하탄의 오랜 건물들은 대개 엘레베이터가 굉장히 후졌는데, 여기 역시 엘레베이터는 나무판자로 벽을 세워둔 채

 

다소 조잡해보이는 플라스틱으로 버튼을 만들어 꼽아놨다.

 

이 곳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정문으로 나다니지 못하고, 밤 12시면 닫혀버리는 옆문으로 나다니는 길에 보이는 풍경.

 

언제든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뉴욕 맨하탄에서 다시 머물 때 가능한 다시 찾고 싶은 곳. 가격과 위치 면에서.

 

뉴욕의 문화 거리, 소호에서 찾은 멋진 레스토랑 B&B. 무슨 약자였더라, 버거 앤드 비어였던가, 그 원래 의미는

 

잊어버렸지만 바에 서서 저렇게 열렬히 손님을 환영해주던 그녀는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온통 소호의 골목을 향해 열린 창문 틀 위에는 와인병들이 빼곡하게 빛을 가리고 섰다.

 

그리고 그녀는 바에서 초가 담긴 컵들에 하나씩 불을 붙이며 테이블마다 한 개씩 세팅하도록 했고.

 

 

때로는 손님이 주문한 칵테일을 만드느라 쉐이커를 출렁거리며 구불구불한 금발 웨이브를 출렁거리도 했고.

 

우리가 주문한 수박 샐러드는 언제 만들었나 몰라. 어쨌거나 신선한 조합이었다. 수박과, 치즈와, 살짝 튀긴 고추까지.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나니 더욱 배가 고파져서, 선그라스라도 썰어먹을 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후 내내 걸어다니고 있었던 거다.

 

선그라스를 큼지막하게 토막치기 전에 다행히 눈앞에 나타나주신 고기.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는 미국 어디서 먹으나 마찬가지인 듯. 마음껏 레어의 육질을 즐기며 핏물을 흩뿌렸지만 사진은 없다..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그녀의 머리칼을 보고 있으면 어차피 뭔가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으니, 그닥 나쁜 사진은 아니..랄까.ㅋ

 

그녀 뿐 아니라 그 역시, 바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멋졌던 멋진 레스토랑이자 와인 펍인 소호의 B&B.

 

 

 

 

뉴욕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 건물 앞에 드문드문, 불시에 한번씩 출몰한다는 동물보호론자들의 팜플렛이다.

 

뭐, 동물을 먹는다는 거 자체가 그다지 아름답진 않지만, 그렇다고 육식을 피하거나 하기는 커녕 고기가 없어

 

못 먹는 평범한 사람인지라, 꼭 짚어 '서양인들의 친구' 개를 보호하자는 동물 보호론자들의 저런 움직임이

 

맘에 들진 않지만 딱히 개고기를 먹지도 않고 굳이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다소 관망중인 1人.

 

 

그치만, 이것저것 다 차치하고, 팩트만 갖고 말하란 말이다. 고양이를 먹는다고? 한국인들이??;;;;

 

주의주장을 펼치기 전에 본인의 팩트를 확인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건 입장의 고결함과 정의로움, 혹은 정당함과는

 

다른 차원에서 해야 할 이야기이고, 그렇지 않고 저런 식으로 '개와 고양이'를 섞어서 한국인들을 몰아버리는 건

 

자칫 본인들의 주장을 더욱 선명하고 선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뻥튀기로 느껴지기 십상.

 

 

그나저나, 이런 유언비어나 허위사실이 퍼지지 않도록 누군가는 노력해야 할 텐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입장료는 25달러를 '권장'하나 원치 않으면 그냥 내지 않고 들어가도 된다. 미국에선 흔치 않은

 

국영 기관의 배포라고 해야 하려나. 센트럴 파크를 잠시 걸어주다가 날도 덥고, 앞에 색소폰 부는 아저씨가 먼저 날 불렀다.

 

사진엔 성조기를 꺼내들었지만, 공연 중에 각국의 국기를 꺼내들며 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각양각색의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그리고 두둑한 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다.

 

원색의 옷을 입은 가족, 아이들은 흥겨운 색소폰 운율에 맞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 계단을 마구 뛰어놀았다.

 

조금 앉아서 연주를 듣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슬쩍 둘러나 보자고 박물관 안에 들어갔다.

 

 

박물관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이집트 파라오의 좌상. 박물관 1층의 큰 비중을 차지한 전시물이 이집트 유물들이기도 하다.

 

 

2004년에 이집트 여행을 한달동안 하며 내겐 특별하고 소중한 곳으로 각인되어버린 이집트, 여기서 이리 보니 반갑다.

 

이집트 미술이라고 전부 정면을 바라보는 건 아니란 말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나신의 여인.

 

 

사람들이 전부 한번씩 고개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게 만들던 커다란 석관. 그치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쿠푸왕의 대피라밋에 있었던 석관도 딱 이런 사이즈였던 듯. 그 안에 들어가 누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는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금반지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 상.

 

 

그리고 유럽 상류계층의 호화스러운 가구들과 생활 자기들.

 

 

 

작품을 보며 제목이 뭘까, 상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라고 하면 이 작품은 그 재미를 만끽시켜 준다. "겨울".

 

 

 

 

 

 

 

 

사랑의 비너스~ CM송의 위력을 되새기게 만드는 비너스.

 

 

이 작품의 제목은, "밤"이다.

 

 

이런 테이블은 아무런 실용적인 용도는 충족시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멋지다.

 

 

여성의 성기를 저런 모양으로 단순화해서 나타내다니, 감탄감탄.

 

 

그리고 아마도 남미나 중미 고대 문명관으로 넘어온 듯. 동선이 좀 복잡하게 짜여있어서 어디로 향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제는 썰물빠지듯 지나가버린 올림픽을 되새기며 그리스의 도자기 몇 점.

 

남자들이 고추를 덜렁거리며 뛰어다니던 게 올림픽의 시초란 건데, 그 때나 지금이나 운동 그 자체보다 그 위에

 

이리저리 얹어둔 정치적 의미와 역학 관계가 더 중요했던 시기들이 많았을 거다. 혹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번지거나.

 

 

뉴욕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들의 폐장 시간은 네시 반. 생각보다 꽤나 이른 시간이지만 얄짤 없다.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연주 중이던 아저씨.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지만 아저씨는 지나가던 아가한테

 

무릎을 꿇고 '잘자라 우리아가', 이게 슈베르트의 자장곡이던가, 그걸 불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박물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더러는 계단에 철퍼덕 앉고, 더러는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버리고, 그런 어느 한가하고

 

따뜻한 뉴욕 중심가 여름날의 오후.

 

 

 

 

 

 

온통 격자무늬로 사통팔달 뚫려있는 맨하탄의 도로들이지만 유일하게 한 곳, 뻥 뚫려야 할 대로 앞의 풍경이

 

건물로 가로막히는 곳이 있다. 그 건물이 바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리고 그 뒤의 메트라이프 건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은 미국 동부 곳곳을 연결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로도 유서가 깊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이 한다는 샌드위치 바였던가, 그런 것도 있었다고 했다.(요건 10년전 이야기)

 

 

오랜만에 들른 김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분위기를 살짝 맛봐주고,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가고 떠나온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표지를 하나씩 달고 있는 듯 하다. 그 성마른 걸음새하며 살짝 낯선 표정하며.

 

그리고 찾은 곳은 그랜드 센트럴 지하 1층의 오이스터 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메뉴판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해산물 싯가가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메뉴판에 일기처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돔형의 지붕이 촘촘히 이어져있다고 해야 하나, 노랑 불빛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지는 않은 테이블마다 왁자하고 유쾌한 대화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다.

 

오늘의 메뉴, 랍스타. 메인주에서 직송되었다는 싱싱한 랍스타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게 '싯가' 메뉴였던 거다. 오늘의 가격은 파운드 당 27.95달러.

 

그리고 새우도 빼놓을 수 없는 해산물. 갈릭 버터 점보새우를 고르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래도 랍스터를 찌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다. 한 이십분 이상.

 

(사실 서빙받는 데도 꽤나 굼떠서 '자본주의 최강국'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불만이 +10 상승했다)

 

드디어 나온 점보새우.

 

그리고 랍스터! 살이 토실토실, 탱글탱글한 랍스터.

 

먹기 전엔 꼭 이런 앞치마를 하고 먹어야 사방으로 튀는 랍스터 육수에 옷을 적시는 축성식을 피할 수 있다.

 

 

소호의 가로세로 바둑판같은 골목길들, 소호 거리라는 실감을 나게 해주는 건 건물밖으로 삐져나온 철제 계단들.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철제 계단, 필요에 따라 땅까지 늘어뜨리기도 하고 올려두기도 한다는 건 끝내 신기하다.

 

 

이래서 문화의 거리, 란 걸까 싶도록 구석구석 숨어있는 재미난 것들.

 

 

아마도 이건 지난 아큐파이 시위 때 붙여놓은 걸까.

건물들이 그럴 듯 하니 어떻게 찍어도 화보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막무가내로 그래피티같지도 않은 글씨들이 그려진 녹슨 철문조차 위에 붉은 크림 하나를 얹었다.

 

 

저 처자분 종아리의 그림은, 설마 타투는 아니리라 믿지만,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

 

 

 

서로 본체 만체 지날 뻔 했던 두 아저씨는 각자를 이끌고 앞서 가던 개 두마리가 얽히는 바람에 눈이 맞게 되고..

 

 

온통 촘촘하게 세워진 건물과 어디로던 통할 거 같은 철제 계단이 미로처럼 얽힌 속에서 괜히 여행을 떠날 때처럼 설레는 거다.

 

 

덥다 싶으면 무턱대로 가까운 갤러리로 들어가 전시된 작품들도 구경하고 땀도 식히고.

 

 

여전히 저런 스티커도 눈에 띈다. 9/11 is a lie.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반증일 텐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캠퍼 샵의 시원시원한 디스플레이.

 

 

소호도 예전같지 않다더니-예전이라 함은 이전에 여길 들렀던 2001년쯤-명품 샵들이 사방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래도 여전히 멋진 샵들과 갤러리, 그리고 어디서든 털썩 가방과 카메라를 던져놓고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 하나를 베어물고 싶게 만드는 까페나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거리, 소호다.

 

 

 

 

 

 

티켓박스 위의 스탠드에서 내려다본 아비규환. 열두개의 창구에서 티켓을 사려 줄을 늘어선 사람들도 그렇거니와

 

온통 비죽비죽 솟아있는 저 거대한 탑들, 건물들의 반영 역시 뉴욕 중심부에서나 볼 만한 광경이다.

 

빼곡히 줄을 늘어선 사람들. 당일에 공연하는 뮤지컬과 연극에 한해 남은 티켓을 할인판매하는 곳이라 경쟁이 치열하다.

 

원하는 티켓을 샀는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좌석도 안 좋은 걸로 배정되고

 

여차하면 원하는 공연을 못 볼 수도 있다. 줄을 서 있으면 애초 세 개 정도 후보를 정해두라고 조언을 해준다.

 

이런 스탭들이 무슨 공연은 할인판매가 없다거나, 좌석 배정은 선택권이 없다거나 등등 안내를 열심히 해준다.

 

스탭이 나눠준 안내 팜플렛 하나, 스캔해서 올리니 참조하시길 .(2012. 8월 현재)

 

 

오후 2시경의 공연 티켓은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7시경의 티켓은 오후 2-3시부터 판매되기 시작하는데,

 

점점 몰려든 사람들은 이렇게 인산인해를 이루어 스탭들의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선탠 중이다.

 

 중간중간 맛보기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고. 

 

타임스퀘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래도 시선을 끌며 공연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사진 촬영에도 적극 응해주시고.

 

이렇게 인간 광고판이 되어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낮의 타임스퀘어란, 부스스하게 흐릿한 날씨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형형색색의 광고판들이 그득.

 

 

맥도널드 가게의 심벌이 여러개 주렁주렁 꿰여있는 옆에 TGIF까지. 정말 미국적인 풍경이지 싶다.

 

그리고 타임스퀘어 복판에 나부끼는 성조기. 뒤로는 한국타이어 광고판도 보이고.

 

 

뉴욕의 명물, 2층짜리 관광버스도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를 누비는 중.

 

 

티켓 박스 옆에는 이렇게 당일 판매가능한 공연 제목과 할인폭이 적혀 있는 전광판이 세워져있다.

 

 

줄서서 기다리기 심심할 사람들이 멍하니 넋놓고 바라보고 있던 화면, 자신이 어디에 보이는지

 

손을 흔들어 확인하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온통 시선 집중이다.

 

 

티켓박스 위의 스탠드에 올라가 바라본 타임스퀘어 전경.

 

 

사람이 워낙 많아 느끼기 쉽진 않지만, 이런 커다란 검은 대리석 십자가상도 있고, 근엄한 인물상도 서 있는 게

 

살짝 이질적인 공원 묘지의 느낌도 없지 않다. 도심 한복판의 소음이 사라진 사진에서는 조금 더 느끼기 쉬울지도.

 

 

그리고 타임스퀘어 한 켠에서 벌어지고 있던 런던올림픽 기념 '쉼없이 웃기' 기네스 기록세우기 도전.

 

심판관들의 눈을 붙잡았던 한 꼬마의 '한입 베어문 샌드위치 들고 깔깔 웃어대기' 신공.

 

그런 소음과 열기로 가득한 타임스퀘어에서 다소 뜬금없다 싶은, 미군 합동지원소랄까. 군대에 지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리쿠르팅사무소가 그 한가운데 버티고 있었다. 거대한 성조기를 벽면 하나 가득 펼쳐놓은 사무소.

 

 

 

 

 

센트럴 파크, 59번가에서 110번가까지 이어지는 이 거대한 공원의 면적은 대략 서울 올림픽공원의 3.5배가 된다고 한다.

 

그 동남쪽 호숫가에 접해있는 보트하우스에서 먹은 아침식사 이야기.

 

 

아침 7시반, 무척 이른 시간이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도

 

엄청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참새들이 포르르 날아올라와 주인없는 테이블 위에서 빵조각을 찾아 부리로 콕콕 지르는 중이다.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으신 이 아저씨는 자전거를 얌전히 주차시키고는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시고.

 

 

혹시 이곳에 대해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기시감을 느꼈다면,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맞다.

 

캐리 브래드쇼가 미스터 빅하고 만나서 밥을 먹다가 호수에 빠지는 장면, 그게 바로 이 곳이다.

 

 

이렇게 보면 뭔가 기억이 더 생생하게 나려나, 저기 호숫가 저쯤에서 캐리가 빅하고 같이 허우적대던 장면이 떠올라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보트하우스, 보트를 빌려서 센트럴 파크 안에 누운 너른 호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한 커플이 운항 중.

 

 

 

아침부터 이름모를 꽃의 붉은 빛이 확 달아올랐다. 더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어느새 멀찌감치 밀어보내진 보트, 그리고 호수 주변으로 에둘러 모로 누운 빽빽한 보트들. 처음엔 뭔지도 못 알아봤다.

 

 

 

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하탄을 잇는 현수교, 브루클린 브리지의 브루클린 쪽 시작점이다.

 

맨하탄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과 자전거가 오가는 길이 마치 차선처럼 분명히 그려져 있었는데

 

다리를 지나는 자전거들이 워낙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탓에 자연스레 차선을 신경쓰게 된다.

 

차들은 도보로 지날 수 있는 길 양쪽으로 쌩쌩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고. 건너에는 그라운드 제로에 새롭게

 

지어지는 WTC 건물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그리고 맨하탄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보다 북쪽에 위치한 현수교인데, 이 정도 거리를 두고 보니 외관이 한눈에 잡힌다.

 

 

다리를 넘어 맨하탄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제법 길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도 많다. 사진도 팔고, 그림도 팔고,

 

악기도 연주하는가 하면 온갖 뉴욕의 기념품들도 파는 사람들이 많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중간 지점. 아낌없이 건물마다 나부끼는 성조기들에 이미 질려있었지만, 이 다리에도 역시.

 

다리 위로 멀찍이 아마도 JFK 공항을 떠나거나 들어서고 있는 듯한 비행기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온통 주위를 칭칭 감아버리는 듯한 튼튼하고 두꺼운 밧줄들. 밧줄로 지탱되는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리지는

 

애초 건설을 맡았던 사람과 그 뒤를 이은 아들이 각각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하고 난 후 아들의 와이프, 그러니까

 

며느리가 뒤를 이어 완공시킨 다리라고 한다.

 

 

맨하탄 브리지 너머로 유난히 우뚝 솟아있는 건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브루클린 브리지 왼쪽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섬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거기 손들고 선 건 자유의 여신상이다.

 

 

브루클린 브리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새겨놓은 동판이 있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은 글자와 그림을 훑었다.

 

맨하탄의 다운타운, 월가와 9.11의 자취인 그라운드제로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미드타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코리아타운이 있을 텐데.

 

 

 

 

중간중간 벤치도 있어서 앉아서 쉬는 사람도 보이고, 맨하탄 방향과 브루클린 방향으로 자유로이 오가는 사람들 틈새를

 

문득 가로지르고 내달리는 자전거족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고.

 

 

 

어쩌다 시작된 걸까, 다리의 곳곳에 걸쇠가 있는 곳이면 이렇게 주렁주렁 포도처럼 영근 자물쇠들의 향연.

 

누가 왔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이름만 적어놓고 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그리고 어느덧 다리는 맨하탄 위로 뻗어올라오기 시작, 웰컴 투 맨하탄~!의 표지가 보이고, 브루클린 브리지 중앙에서부터

 

양쪽 다리 끝까지 뻗어나간 굵고 튼튼한 밧줄들이 어느결엔가 속도를 잃고 툭툭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루클린 브리지 도보 산책은 끝. 생각보다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브루클린쪽에서부터

 

걸어오며 점점 눈앞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맨하탄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커다랗다. 그저 하나의 스카이라인으로 존재했던

 

건물들이 하나씩 둘씩 무더기지어지며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을 만들고, 이내 건물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살아나는 풍경.

 

 

아, 다만 이 다리 위에 있는 한 NYPD가 CCTV로 감시하고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할 일이다.

 

 

 

 

 

청동으로 만들어졌대도 조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조심해야 하는 건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만난 씨없는(?) 남자들.

 

 그리고 이럴 때 떠오르는 바로 그 표정, "내가 고자라니!"

 

바로 그 표정 역시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가 있었다. "내가 고자라니!!!22222"

 

작품에 대한 이런 심오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일일이 해석하는 건 각자의 몫으로 남기기로 하고.

 

5초후 "내가 고자라니!"를 외치게 될 짤방 몇 개를 투척하고 휘리릭.

 

 

 

 

 

뉴욕 브로드웨이의 무수한 뮤지컬 극장 중에서도 오래전부터 맘마미아를 롱런중인 곳 Winter Garden Theater.

 

낮에 미처 열리지 않은 극장의 전면에는 각국의 언어로 맘마미아에 대한 각국의 평들을 적어놓았다. "마술의 밤!"

 

순식간에 그 '마술의 밤'으로 점프. 저녁 8시에 시작하는 맘마미아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리는 관객들이다.

 

극장 안, 무대 뒤쪽으로는 음료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천장엔 화려한 샹들리에도 있고.

 

 

관객석 2층, 3층에는 두어명이 앉아서 볼 수 있는 발코니석도 있었다. 저런 데는 더 비싸려나.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강렬하게 빛을 뿜어내는 조명기구들.

 

어느새 공연을 마치고 무대인사하러 나온 배우들이다.

 

 

세 '아버지 후보'들의 무대 인사. 맘마미아는 영화로도 이미 보았었고, 국내에서도 뮤지컬로 보았었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뮤지컬의 주인공은 사실 이들이 아니다. 도나의 딸 소피 역을 맡았던 그녀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노래도 잘 부르긴 했지만,

 

사실 맘마미아의 주된 갈등을 이끌어내는 데까지는 그녀의 역할이다. (엄마의 젊었던 시절 분방했던 사생활을 새삼 끌어내는)

 

 

도나와 친구들의 무대인사. 딸이 새삼 끄집어낸 과거의 기억을 직면하고 해결하는 건 당당한 그녀들이다.

 

영어로 된 대사를 전부 따라잡긴 힘들었지만, 아바의 노래들 만으로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다.

 

그렇게 무대인사를 마치고 전부 다 나와서는 두어곡을 더 부르며 팔짝팔짝 뛰노는 배우들. 아쉽게도 매우 불친절한 직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으라며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무대인사만 겨우 담을 수 있었다.

 

세시간 가까운 뮤지컬을 마치고, 무대의 막이 내려가고 난 후에도 아쉬움에 자리를 쉬이 못 뜨는 사람들.

 

뭔가 멍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신을 못 차리겠는 기분을 표현하자면, '마술의 밤'이란 표현이 딱히 나쁘지 않겠다.

 

극장에 입장할 때 나눠주던 팜플렛 '플레이빌'. 내용은 어느 뮤지컬 극장에서나 같았고, 다만 표지만 각 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의 타이틀 배경사진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타임스퀘어의 티켓오피스에서 싸게 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는 팜플렛 하나도 첨부~*

 

 

 

 

 

 

* 사실 이 사진들을 굳이 '19금'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노출의 측면에서나 연출 의도의 측면에서나),

 

사진을 찍을 당시에도 주위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였을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단 '19금'이란 표지를 넣긴 하였지만 사실 이건 '전체관람가'에 해당한다고 보임.

 

 

ALERT.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란 어쩌구로 태클거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뒤로 돌아나가길 권유함.

 

 

 

문득 보였다. 타임스퀘어 티켓오피스에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는 와중에 문득 울긋불긋한 색채가 요란한

 

사람이 하나 보였고, 그 뒤를 좇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전문가스러운 사람이 몇 보였으며, 그 외곽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슬며시 사진을 찍으려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옷인지, 어디가 맨몸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두텁게 칠해버렸다. 제법 더운 날씨여서

 

땀이 흘러 바디페인팅이 지워질 법도 한데, 온몸에 덩쿨처럼 엮인 파란색 띠는 선명하기만 하다.

 

 

타임스퀘어를 유쾌하게 맨발로 거닐며, 가로등을 휘감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함께 동행하는 포토그래퍼들과 뭔가를

 

의논하며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듯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카메라폰을 겨누고 있었고.

 

 

그리고 문득, 타임스퀘어의 경찰서 앞으로 가서 경찰차를 상대로 포즈를 취하기 시작한 그녀. 아프로 스타일의 헤어도

 

멋지지만 웃을 때 활짝 드러나는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현란한 바디 페인팅과 뚜렷이 대비를 이룬다. 

 

 

 

타임스퀘어를 지키고 있는지 혹은 그들의 공권력으로 점유하고 있는지도 모를 NYPD와 마침 거꾸로 성조기를 휘날리며

 

지나가는 레미콘 차, 그 사이에서 저런 도발적이고 과감한 색감의 육체를 과시하는 아티스트의 자유로움이란.

 

정복에 배지까지 차고 있는 뉴욕 경찰들은 정작 신호등 저 건너에서 이 상황을 손놓고 보고만 있다. 사실 딱히 손쓸 일도 아니다.

 

 

그녀의 촬영도 끝나간다 싶어서 자리를 뜨고 다른 곳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그녀가 바디페인팅을 새롭게

 

다시 단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림은 좀더 복잡해졌고 색깔도 좀더 다양해졌다.

 

 온갖 색깔의 물감이 담겨있는 반찬통같은 물감통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간이 테이블 위에는 그 만큼이나 많은

 

코카콜라 캔들이 보였다.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 마신 걸까 아니면 그림판이 된 사람이 마신 걸까.

 

 

그림판이 되어준 그녀의 아프로 헤어만큼이나 북실거리는 털을 가진 그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몸 곳곳에 새로이

 

선을 긋고 점을 찍고 색을 채워넣고 있었다. 그리는 사람이나 그려지는 사람이나 자못 열중한 분위기.

 

 

 

 

 

맨하탄의 제일 번화한 Avenue를 들라고 하면 흔히들 5번가를 꼽을지 모르지만, 사실 정말 부유한 사람들이 살거나

 

럭셔리한 샵들이 몰려있는 곳은 바로 Madison Avenue다. 그 매디슨 애버뉴 80가에서 81가 사이에 있는 E.A.T라는

 

브런치 까페는 관광객이나 외지인들보다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있는 곳이라고 한다.

 

 

ㅇ 위치 : Madison Ave. 80th St. ~ 81th St.

 

 

 

가게의 한쪽에는 테이크아웃을 위한 빵과 음료를 팔고 있고, 안쪽으로는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브런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풍스런 난간을 딛고 올라가는 2층에도 자리가 있는 거 같은데 가보진 못했다.

 

 

우선 빵과 버터, 쨈이 나오는 바구니 하나를 시켰다. 따끈하고 고소한 빵에 칼로 썬 버터를 올리자마자 사르르.

 

 

이게 뭐라는 메뉴더라. cheese Blintzes라던가, 얇고 바삭한 껍데기 속에 온통 치즈가 꽉 차 있다는 느낌.

 

그리고 라즈베리가 사이에 숨어있는 팬케잌. 얇고 바스락거리면서도 적당히 메이플시럽에 저며든 식감이란 참.

 

후식삼아 시킨 건 Fruit Plate. Fruit Salad가 아니라 아예 Plate를 시켰으니 양이 꽤나 많을 줄은 미리 예상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나올 줄은 몰랐다. 베리만 해도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에다가 파인애플에 메론까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에도 시끌벅적한 외국인이나 관광객 포스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가는 부산스러움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사라베스 보다 가격은 조금씩 더 싸면서도 양은 조금 더 많았던 듯.

 

 

 

 

 

 

 

전날 1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탓일까. 인천에서 오전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이곳 뉴욕 JFK 공항에 오전 11시 20분에

 

내렸으니, 그날 하루는 내게 24시간이 아니라  37시간(10 1/3 + 14 + 12 2/3)이었던 셈이다. 온몸이 혼곤해진 채로 이곳 기준

 

새벽에 번뜩 눈뜨고 일어나서 숙소 옆의 센트럴파크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사실 알람도 두개나 맞춰놨었다.)

 

센트럴파크 남쪽의 플라자호텔. 이제 이 호텔을 두고 '나홀로 집에'에 나왔던 그 호텔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건 일종의

 

세대를 식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질문같은 게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당당한 황동기마상 아래 누워서 잠들어 있는 배낭객들, 혹은 노숙자들이려나. 아직 이른 아침이니 밤새 저랬는지도 모른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섰다. 플라자호텔의 뒷통수가 보인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큰 센트럴파크의 동남쪽에 있는 동물원이 새벽잠에 뒤척거리는 틈새를 빠져나와.

 

 

 

이쁘장하게 아치 형태로 버티고 선 다리 밑을 지나.

 

녹색이 싱싱한 센트럴파크의 풀밭을 거닐거나 청소중인 사람들과 조우했다.

 

 

색색의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산책 중인 개들.

 

 

오늘도 더우려나보다. 구름 틈새로 내리쬐인 햇살 하나가 불화살처럼 커다란 나무 하나를 하얗게 불살랐다.

 

 

그러고 보면, 맨하탄의 거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센트럴파크에서까지, 성조기가 참 흔하다. 나라사랑이 참 그득하셔들.

 

중간에 만난 놀이터. 아직 아이들이 노닐기 전이라 그런지 굵은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개들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자전거타는 사람들. 심지어 길바닥에도 이렇게 누워서 페달을 밟는 중.

 

여우 꼬리처럼 엉덩이 양쪽으로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저것은 휴지가 아니라 수건. 아니 뭐, 그렇단 거지 별 뜻은 없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살짝 후끈해졌나보다. 연못과 분수를 보니 솟았던 땀이 쏘옥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어디선가부터 귀로 새어들어온 노랫소리, 누군가 앰프를 크게 틀고 노래를 듣나 했더니 아니다. 무려 생음악.

 

 

 

너무 즐거워 보인다. 이른 아침에, 드넓은 센트럴파크에, 이 노래를 듣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리고 그들이 돈을 몇푼이나 저 기타 상자 안으로 넣어주겠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침에 노래를 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인다.

 

 

 

커다란 열쇠구멍을 빠져나가듯, 그녀의 노래소리와 내 동전 몇푼에 행복한 웃음을 나눠주었던 그 온기를 꼭 쥐고 밖으로.

 

 

예상치 않게 내 시야 속으로 뛰쳐들어온 아저씨. 사실은 이 자전거에 치였을지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었다.

 

깜짝 놀라며 누른 셔터, 엉겁결에 담긴 사진에 늘어진 뱃살과 뻘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고스란히 담긴 아저씨.

 

 

 

센트럴 파크 동남쪽으로 들어가서 위로 좀 헤메이다가 남서쪽 입구쯤을 찾아 돌아나서는 길에 발견한 커다란 지침.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유원지도 조그맣게 있었다. 자그맣고 싱거워보이는 놀이기구들이 조금조금씩.

 

센트럴파크 남단에 바싹 붙어선 거대한 고층빌딩들. 이 정도의 스카이라인을 따라잡을 만한 도시는 흔치 않다.

 

 

센트럴파크 내의 보트하우스에서 가볍게 아침까지 먹고서 다시 숙소로 가는 길, 대략 한시간 조금 넘게 돌아다니고

 

도심으로 돌아오니 그새 사람이 북적북적해졌다. 어디선가 자전거 대여해준다는 간판을 들고 선 아저씨들도 블럭마다 보이고.

 

 

 

 

 

 

뉴욕 맨하탄의 중심종선을 관통하는 5번가, 그 라인을 따라 센트럴 파크의 동쪽 경계와 록펠러 센터와 뉴욕공립도서관이

 

북쪽에서부터 이어지다가 나타나는 높은 건물이 바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5th Ave. & 34th St.

 

1931년 5월 1일에 완공되었다는 이 빌딩은 그때부터 벌써 철근으로 구조를 세우고 차곡차곡 세워올린 첨단의 건축물이었다.

 

 

같은 해 지었던 크라이슬러 빌딩은 물론이고 한동안 세계 최고의 건축물 위치를 점했던 파리의 에펠탑까지 크게 앞서는 높이.

 

그러니 킹콩같은 영화라거나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꽤나 자주 불러내어진 소재였단 게 놀랄 일은 아니다.

 

여전히 그 독특하고 미려한 실루엣으로 뉴욕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를 올라가는 길은 11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줄을 선 사람들이 많기도 했지만,

 

애초 86층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려면 80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한번 갈아타는 등 동선 자체가 길기도 했으니.

 

그렇게 결국 86층에서 건물 밖으로.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던 노랑머리 꼬맹이들이 앞으로 우르르 뛰어나갔다.

 

 

EASTern side

 

바로 나타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기준) 맨하탄의 동쪽. 불쑥 솟은 크라이슬러 빌딩 너머로 East River의 검은 물결이,

 

그리고 그 너머로 퀸즈 지역의 불빛이 보인다.

 

하늘 위로 둥싯 떠오른 달이 시야에 들어왔고, Queensboro Bridge가 노랑 불빛을 총총이 드리웠다.

 

동북쪽. 메트라이프 건물 아래쪽에 숨겨진 곳이 그랜드센트럴 역일 텐데, 높이 솟은 건물들에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NORTHern side

 

그리고 북쪽. 위쪽에 까만 박스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센트럴 파크. 아무래도 맨하탄의 북쪽은 할렘이나 주택가여서

 

맨하탄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의 화려한 불빛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5번가의 도로 불빛은 그대로 눈부신 빛의 띠가 되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나머지 윗부분. 관광객들이 건물밖으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쇠창살이 둥글게 안으로 말려들어왔고 그너머로 붉게 밤을 물들인 나머지 탑 부분이 보인다.

 

 

WESTern side

 

그리고 서쪽. 맨하탄의 서쪽으로 흐르는 Hudson River에 연한 부두들 너머 뉴저지 쪽의 불빛들이 야트막하다.

 

아무래도 허드슨 강 건너편의 뉴저지는 퀸즈나 브롱스, 브루클린과 같은 주거지역이니 불빛들이 약하고 낮을 수 밖에.

 

 

 

SOUTHern side

 

그리고 남쪽. 원래 이쪽으로는 우뚝 솟은 두개의 높은 쌍둥이 빌딩이 자리를 잡았어야 했지만, 11년전의 체류 직후 사라진

 

쌍둥이빌딩 대신 공사중인 새로운 WTC 공사현장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리긋는 5번가의 노랑불빛과 살짝 사선으로 내리긋는 브로드웨이의 노랑불빛이 부딪히는 곳,

 

딱 그 지점의 서있는 다리미 모양의 Flatiron 건물이 반가웠다. 무작정 맨하탄을 걸어다녔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저너머 보이는 두 개의 현수교는 맨하탄과 브루클린을 잇고 있는데, 그중 가까이 보이는 게 Manhattan Bridge,

 

그리고 뒤로 보이는 게 Brooklyn Bridge.

 

 

그렇게 사람들 틈에 낑겨서 한밤중의 뉴욕 야경을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측정 불가. 도중에 불빛이 빠져들기라도 하면

 

도무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무한 셔터를 누르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는, 86층부터 80층까지는 계단으로 걷기로 했다. 불빛이 대낮처럼 환하게 켜진 통로를 따라

 

앞만 보고 열심히 걷다가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내부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파이프들을 한장.

 

그러는 새 눈앞에서 계속 염장을 질러대던 커플 한 쌍. 서로 꼭 잡은 두손을 놓을 줄 모르고 정말 저 상태로 86층에서

 

80층까지 자분자분 내려가는 모습이 부럽다 못해 질투심이 일기까지 했다는.

 

기념품샵에서 발견한 킹콩 인형들. 킹콩이라기엔 좀 많이 왜소해지고 다이어트도 했는지 많이 홀쭉한 모습이지만.

 

 

출구로 나가는데 다시 발견한 킹콩. 이정도는 되어야 왕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좀 기어올랐구나 할 만한 덩치.

 

그리고 숙소로 걸어 돌아가는 길, 영화 촬영장 조명처럼 내걸린 신호등 너머로 울긋불긋한 엠파이어 빌딩이 보인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뉴욕의 명소, 분위기 좋고 맛도 좋은 브런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아야 할 사라베스.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온 후에 유명해졌다거나, 원래 빵과 잼을 만들던 사라베스가 브런치가게를 오픈하고 대박이

 

난 거라거나, 뉴요커처럼 센트럴파크를 산책하고 나서 브런치를 먹으면 그럴 듯 하다는 등의 이야기는 스킵.

 

 

뉴욕에 대한 정보는 이미 네이버니 다음같은 한국의 검색엔진으로만 찾아도 차고 넘칠 지경이니 직접 맛본 메뉴에

 

대해서 그림과 간단한 소개를 하기로 하고, 아, 몇몇 포스팅마다 위치에 대한 소개가 엇갈리거나 안 나와있어서

 

불편하길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첨부한다.

 

 

ㅇ 위치 : 40 Central Park South, 10019  (5th Ave와 6th Ave 사이, Central Park South St.)

 

ㅇ 전화 : 212-826-5959

 

ㅇ 팁 : 16%, 18%, 20% 중에서 선택해야 함.

 

 

 

입구 옆 테라스에도 자리가 있지만 안에 들어서면 이런 꽃밭을 가운데로 품고 있는 실내 공간이 나타난다.

 

자리마다 한 송이씩 깔끔하게 놓여있던 카라. 이런 생화는 매일 갈아줘야 할 텐데.

 

Fat and Fluffy French Toast라더니 역시 빵이 보들보들하고 달콤하다. 유기농 메이플시럽이 함께 나오는 스윗 브랙퍼스트 메뉴.

 

그리고 Classic Eggs Benedict, 캐나다산 베이컨이 들어간 빵에선 제대로 반숙된 달걀이 숨바꼭질중이었다.

 

음료로는 썸머 스페셜로 나온다는 White Peach Sangria. 화이트와인에 복숭아즙과 레모네이드를 섞은 후 딸기를 띄웠다.

 

그리고 Blackberry Spritzer. 블랙베리주스랑 클럽소다를 섞고 라임 한조각을 이쁘게 꼽았다.

 

아, 그리고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통이 터져나가도록 빼곡히 꽂혀있던 다양한 것들이 뭘까 궁금했는데,

 

각기 다른 종류의 설탕들. 그러니까 설탕과 스위트가 각 회사별로 총 네가지나 구비되어 있었다.

 

 

사라베스의 전경, 천장에는 그럴 듯한 샹젤리제가 은은한 주홍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테이블은 오전 9시가 넘어도

 

관광객들인지 여유로운 뉴요커들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점점 빈자리가 메워져갔다.

 

열린 하늘로 보이는 맑은 하늘, 그리고 아침부터 제법 쨍하게 내려쬐는 햇볕에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색 나뭇잎들.

 

 

 

 

뉴욕의 명물 옐로우캡이 노란 궤적을 그리며 내달리는 거리, 네온사인 불빛들도 정신없이 흘러내리는 거리에서

 

빨간색 이층버스, 뉴욕 관광버스만 가만히 멈춘 채 반짝거리는 불빛을 온몸에 머금었다.

 

타임스퀘어에 선 사람들의 시선을 붙박는 곳, 저 현란한 네온사인을 향해 몸을 온통 돌리고 선 빨간 바지 아가씨.

 

 

 

맨하탄 시내를 내달리는 삼륜차 아저씨들. 인건비가 비싼 뉴욕인지라 이들 역시 굉장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기본요금이 인당 10달러, 블럭 하나당 인당 1달러씩 추가라니까..택시보다도 어쩜 수익은 더 나을지도.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

 

 

인디언 아저씨는 캐빈 클라인 팬티를 입으셨다지요.

 

마술사 아저씨는 아이들 앞에서 공을 사라지게 했다가 나타나게 했다가, 제법 손님을 끌고 있었고.

 

타임스퀘어의 티켓오피스, tkts라고 적힌 저 곳에서 당일 뮤지컬이나 연극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다.

 

이 분은 아예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을 하셨다. 11년 전에는 아마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하는 페리 선착장 앞에 비슷한

 

사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설마 그게 이 사람은 아니겠지. 물어볼까 하다가 저 거창한 성조기가 부담스러워서 말았다.

 

타임스퀘어에 몰려든 불나방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이 휘황한 네온사인의 성벽 안으로 몰아넣은 건 뭘까, 하다가

 

어느 구간에선가 온통 같은 곳을 바라본 채 떠날 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 거대한 스크린에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하려는 사람들. 팔을 휘젓거나 폴짝폴짝 뛰어가며 화면에

 

잡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거나 확인했거나. 한번 화면에 붙박힌 그들의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타임스퀘어의 끄트머리쯤, 슬쩍 나타나는 엠엔엠의 초콜렛왕국.

 

다시 돌아와서, 거대한 광고판과 뮤지컬 간판들이 하나하나 벽돌이 되어 커다란 성벽을 이룬 타임스퀘어 안으로.

 

유명한 장난감가게인 토이러스 앞에서 '호객행위'중인 미니마우스와 키티.

 

키티는 사춘기인가, 다소 과하게 차려입은 데다가 살짝 외로 꼬은 고개나 표정도 새침해보인다.

 

 

그리고 어디서나 풍경 한 구석에 버티고 선 경찰들. 미국을 일러 경찰국가라 칭한 사람들도 있다지만 정말,

 

이들의 위압감이나 강제력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거침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친절하지도 않고 고압적이고.

 

어느 나라 경찰이 과연 '민중의 지팡이'겠냐만은. 다만 이들의 타임스퀘어의 꺼지지 않는 밤을 지키는 건 확실하다.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줄여서 보통 MOMA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숙소 옆인데다가 카드 혜택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하여 시간을 쪼갰다. 짧은 일정의 여행 비스무레한 것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리는 건 다소

 

무리한 일정일 수 있었지만 이전에 여기를 돌아봤던 기억이 꽤나 인상깊게 남아있던 덕분이기도 하다.

 

 

야외 전시공간에 넉넉히 깔려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갈색머리의 아가씨, 그리고 슬쩍 눈길이 돌아간 가드 아저씨.

 

성상들이 색색으로 뉴욕의 한가운데 하늘을 이고 섰고, 그들의 발치에서는 뱀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중.

 

 

염소상 앞에서 신나서 염소 우는 소리를 내는 꼬맹이, 그리고 함께 머리 위로 뿔을 만들며 놀아주는 엄마.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빠져들어갈 듯한 포즈의 석상 뒤로는 테이블을 점령한 채 통화중인 여유로운 뉴요커 혹은 여행객.

 

  

  

MOMA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중이었는데,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 안에서 뭔가 만드는 아이들이 보인다.

 

 

 

실내 전시공간으로 들어서는 참에 문득 눈에 띈 표지. 500명 이상이 모이는 건 위험하며 불법적인 행위라는 경고문인데,

 

얼마전 뉴욕과 세계 일부를 뜨겁게 달궜던 '어큐파이!(Occupy!)'의 영향이려나 싶기도 하고.

 

무지개빛으로 꽂힌 주요 언어별 MOMA 안내 팜플렛.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중인 현대미술 작품들.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주로 Contempararty Art 쪽을 둘러보며 눈길 가는 작품들을 하나씩 사진에 담아보았다.

 

 

QR코드 같기도 하고 체스판 같기도 한 작품. 카펫을 짜듯 가로세로로 직조해서 만든 듯.

 

 

 

I wasn't invited here, so I came here to see why I wasn't invited. 센스있는 어느 작가의 수기 작품.

 

 

선 몇 개로 저렇게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움직이는 느낌을 부어넣을 수 있다니.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도 못하는 발치에 동그마니 놓인 고양이밥..을 빙자한 예술작품. 이런 파격은 여전히 재미있다.

 

어느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의 작품. 스타킹을 못박고 무겁게 매달아 바닥에 철푸덕, 내려앉혀 버렸다.

 

 

 

 

벽 안에 들어간 채 불투명한 유리로 슬몃 형체만 보이는 신발들. 어떤 건 짝을 맞춰서, 어떤 건 한 짝만.

 

의자 위에 앉거나 옷장 안에 옷을 넣는 게 도무지 불가능해진 의자와 옷장.

 

 

 

 브루클린의 빈곤율과 범죄율을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 시뻘건 선들은 인연을 묶어둔 실이 아니라 범죄자와 감옥을 이은 선이다.

 

 

바랜 색감이 인상적이면서 무슨 오랜 사찰의 불화같기도 하고, 괴물을 그려놓은 거 같기도 한 게 눈길을 오래 붙잡았다.

 

 

 

 

 

이 작가의 작품은 어디서 봤었는데, 그냥 곳곳의 권위적이고 유명한 명소들에 대고 뻐큐 손가락 셀카를 찍었을 뿐이었다.

 

 

 

 

혹시 백남준의 작품인가 싶어-비디오 아트, 하면 백남준 밖에 모르니깐-봤는데 TV가 필립스다. 백은 삼성만 썼었다.

 

 

 

인디언과 선글라스와 액자 하나. 액자 속 그림이 눈부시니 인디언한테 선글라스를 씌워주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인디언이

 

선글라스 같은 현대문물을 갖는 대신 액자 속 그림과 같은 대자연을 상실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다.

 

 

 

 

피카소의 Weeping Woman이라는 작품 중 하나. 그림만 봐도 딱 그 제목이 번뜩 떠오르는.

 

 

특정 사물, 아마도 사람인 듯한 사물과 모서리 벽면이 중첩되는 순간을 여러 시선에서 담아낸 듯한 연작이다.

 

이제는 어느새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현대 문명'의 소산임에 틀림없는 카세트 테이프의 릴을 온통 풀어제쳐서

 

사방에 치덕치덕 흔적을 남기고 급기야 그 테이프판까지 자취를 남겨버린 작품.

 

그리고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던 작품. 갖고 싶은 거 하나 고르라고 하면 이걸 가리키고 싶었다.

 

이미 '현대 미술'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 되어버린 현대 미술의 클래식같은, 그래서 이미 너무 비싸진 작품들 말고

 

정말 따끈따끈하고 익숙치 않은 작품들이 더욱 재미있고 눈길을 붙잡았다. 

 

살짝 미소녀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작품, 그래서 더 인상적이기도 했고 마음에 들기도 했는지도.

 

어느 문명이 멸망하고 남긴 최후의 아이들처럼 꼬맹이답지 않은 성숙하고 비극적인 표정과 묘한 색감이 참 맘에 들었다.

 

 

* 작품을 사진으로 재촬영하며 색감과 톤이 바뀌는 건 피할 수 없었지만, 이 또한 현대 미술에서 용인할 만한 수준의

 

재현과 변용에 속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 새삼 '오리지널리티'란 뭘까 하고 답없는 고민을 살짝 해보았다.

 

 

 

 

11년만에 다시 찾은 뉴욕, 아르바이트를 했던 맨하탄의 스무디바나 그라운드제로도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들. 짧은 일정이니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뮤지컬에 두고

 

두 개 보는 데 성공했는데, 그 중에서 처음 본 건 바로 '스파이더맨'!

 

 

만화적인 상상력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구현하는데 성공한 게 영화 '스파이더맨'이라면, 그걸 또다시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최근에 개봉해서 인기몰이중이라는 핫한 뮤지컬, 스파이더맨을

 

세시간 가까이 관람하고 나니 완전 대만족. 커튼콜이 나올 때의 저 '스파이더맨 키스' 장면은 놓치지 마시길.

 

타임스퀘어 근방에 브로드웨이를 따라 수십개 극장이 늘어서서 '맘마미아'니 '위키드'니 '라이온킹'같은 공인된 대작들을

 

공연중이지만 새롭게 오른 작품이 롱런하는 건 흔치 않은 거 같다. 아마도 스파이더맨은 그 바늘구멍만한 가능성을 뚫을 듯.

 

 

극장 안으로. 오후 2시와 7시 공연이 있는 것 같던데, 워낙 휴가철이니 더욱더 그득하게 차는 것 같다.

 

 

기념품들을 팔고 있는 부스 앞을 지나고. 스파이더맨의 디자인이 이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 저 빨갛고 파란

 

유니폼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그렇지만 이제 뮤지컬까지 보러 와서 그런지 새삼스레 이뻐보이기도 하고.

 

 

앉았던 곳은 맨 앞의 오케스트라석. 1층과 2층까지 좌석이 가득차 있었지만 에어콘이 워낙 빠방한, 전기 절약 따위

 

안중에도 없는 미국의 뉴욕의 맨하탄인지라 실내는 쾌적.

 

 

 

20분의 인터미션을 포함 세시간의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중인 배우들. 관객에 인사를 마치고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 중.

 

 

그리고 고블린 역의 Robert Cuccioli. 사랑을 잃고 더욱 삐뚤어져 버린 그의 심성만큼 삐죽삐죽 까칠거리는 외모.

 

유머도 넘치고 카리스마있던 그의 연기에 반한 누군가의 꽃다발이 바쳐지는 장면.

 

그리고 히로인, Rebecca Faulkenberry. 작은 체구지만 노래는 참 잘 하더라는.

 

 

스파이더맨키스를 마치고 몽롱해진 주연, Reeve Carney의 표정이 참.

 

 

이내 기운을 되찾고 관객들의 환호성에 답하는 스파이더맨. 무대가 좁다며 관객석 위의 천장 사방팔방을 날아다니느라,

 

또 거미줄을 쉼없이 쏴대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무대인사 마지막 쯤에 이루어진 스파이더맨과 고블린의 화기애애한 순간. 둘이 손을 꽉 잡고 화해하는 중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나눠주는 플레이빌, 일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전문매거진..이라고 해야 하려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인 작품들에 대한 기사와 정보들이 실려 있다.

 

 

 

팜플렛에 써있듯 티켓을 사는 방법은 세 가지, 그에 더해서 타임스퀘어에 티켓부스에서 조금 할인을 받고 살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티켓오피스의 내용을 참조~*

 

 

 

 

Clifford 였던가, 그런 비스무레한 이름으로 FAKE ID도 만들었댔다.

도서관에 들어가 앉아 미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책도 읽고 눈인사도 하고, 앞자리 아가씨도 훔쳐보고 싶었는데.


문득 궁금해진 건 대체 저렇게 멀리서 잡아준 사진은 누가 찍어줬던 거지.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부탁했단 얘긴데...풍요의 땅 미국이라도 내 카메라 들고 토끼지 말란 법은 없건만.






2001년 늦은 봄, 도망치듯 한국을 빠져나와 마주했던 뉴욕의 하늘.

"렌즈의 메마름을 피해 비구름을 그려보다.." 누군가 찍어준 내 흐릿한 모습.

이유없이 우울하고 정신없이 센치했던 그때였지만, 돌이켜 보면 하늘이 마냥 잿빛이었던 것만도 아니다.


맨하탄의 스무디바에서 일주일에 닷새씩 하루종일 당근을 까고 레몬을 까고 레모네이드를 만들면서도,

온갖 야채와 과일박스를 실은 커다란 카트가 울부짖는 굉음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32번가를 종횡하면서도,

심지어는 악명높은 뉴욕 지하철에서 변태에 희롱당하고 고속도로에선 과속으로 딱지가 떼이면서도,


재미있었다.


최소한 그때처럼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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