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트램을 타고 올라선 높이에서 보이는 홍콩의 야경. 아무래도 홍콩의 밤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 중 하나.

 

 

그래서 그런지 갈때마다 사람들의 줄은 뱅글뱅글 꼬리를 물고 몇바퀴씩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옆에 있는 마담투소 전시

 

티켓까지 같이 구매하면 더 빨리 입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유혹이 있지만, 밀랍인형 전시에는 그다지 흥미가 땡기지

 

않아서 늘 패스. 대신에 이렇게 옆에 전시된 피크 트램의 역사를 뚫어져라 공부하게 되는 듯.

 

오랜 기다림 끝에 이윽고 도착하는 협궤 열차. 사람들은 이미 잔뜩 달아오른 상태, 무질서와 혼잡이 극에 달하던 순간.

 

굉장히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열차인지라 나름의 스릴이 있다. 그리고 급격하게 올라가는 고도에 발맞춰

 

점점더 내려다보이는 홍콩 도심의 야경 역시 점점 멋져보인다.

 

 

 

그리고 산정상의 매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삼각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몇 장 건진 홍콩의 야경들.

 

 

 

 

홍콩에 가면 꼭 하루쯤을 할애해서 잔뜩 걸어보는 거리, 캣스트리트. 대략 소호거리와 만모우 사원이 있는 일대랄까.

 

이런 식으로 거리에까지 넘쳐나오는 중국의 전통 예술작품들이나 현대예술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들도 많고,

 

샵 하나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이 훌쩍 넘어버리는 홈 인테리어 아이템샵인 '홈리스'도 있고.

 

 

 그리고 골목골목 재미있는 벽화와 풍경들을 숨기고 있기도 하다.

 

 

 

완탕면이라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같은 이런저런 맛집들도 골목마다 숨기고 있고.

 

 

 만모우 사원에서 풍겨나오는 짙은 향내에 이끌려 사원 안을 둘러보기도 하고.

 

 이렇게 나선형으로 배배 꼬인 채 늘어뜨려진 향을 따라 시선을 뱅뱅 돌리다보면 왠지 어지러워져서 나오게 되는.

 

 

 

 특색있는 건물들, 그리고 건물 벽면을 꾸민 벽화와 디자인들.

 

그 풍경 속에서는 이렇게 모냥빠지게 입구에 찌그려 앉아있는 아이들조차 멋져 보인다.

 

 

그리고 과거 중국의 골동품들이라거나 모택동 시절의 공산당 유품들을 잔뜩 내걸고 있는 골목통까지.

 

재작년에 왔을 때는 여기서 새빨간 색으로 된 마오쩌둥의 어록집을 샀었는데, 영어와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사방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제법 가파른 경사길들.

 

 

 

어느 집앞에 있던 우편함은 이렇게 파스텔톤으로 불규칙하게 배열된 게 꽤나 센스있다.

 

 

캣스트리트의 어느 길가를 지나다 뭔가가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와본 곳에는, 정색하고 있는 여자 얼굴이 그려진

 

오토바이 헤드라이트가 방긋거리고 있었다.

 

 

 

 

홍콩 몽콕의 랑함 플레이스 호텔에서 운영하는 정통 광동 요리 레스토랑, 밍 코트Ming Court. 

 

홍콩 미식대상에서 수상한 코스 메뉴들이 여러개 있지만 내가 맛봤던 건 2013년에 상을 받은 코스 메뉴.

 

 

레스토랑 내부의 럭셔리한 모습. 다소 늦은 저녁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푸아그라랑 새우 등 여러가지 해산물로 맛을 보는 에피타이저.

 

 

 저 하얀 주전자에 녹차를 담고 있는 온열기도 섬세하니 이쁘다.

 

 

 캐쉬넛과 소고기를 볶은 요리.

 

 

그리고 디저트로 나온 건 타피오카가 담겨 나오던 망고주스.

 

 

 

 

 

찜사쪼이에서 무작정 구룡반도의 서안, 바닷가쪽으로 걸어나가보기로 했다. 홍콩의 흔한 아파트 외관은 대체로

 

저렇게 자잘한 균열도 많고 에어컨 실외기가 덕지덕지 나와있으며, 게다가 페인트칠도 한꺼풀 벗겨진 느낌이다.

 

물론 동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문득 지나치던 미용실이 너무 허름해서 놀랬다. 홍콩이라고 꼭 패션의 메카라거나

 

쇼핑의 천국인 것만은 아니지만,그래도 저런 헐벗은 의자라거나 물건들은 한국에서도 시골에나 가야 볼 듯.

 

 그러다 문득 나타난, 마치 한국의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같은 느낌의 과일 도매시장.

 

과일의 왕 두리안도 잘 익은 것들을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과일상자를 싣고 다닐 카트도 도처에 널려 있는가 하면, 과일가게 하나가 워낙 규모도 크고 다루는 과일도 많더라는.

 

 

아쉽게도 시간대가 맞지 않았는지 상점들이 많이 문을 열고 있지는 않았지만, 몇몇 열린 가게에서 분위기가 물씬.

 

고층건물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양쪽에 차양을 길게 늘어뜨린 과일가게에서 번지는 노랑색 불빛이 이쁘다.

 

 

어느 가게는 이렇게 아예 셔터에 과일그림을 그려놓기도 했고.

 

 

 

어둑어둑해지면서 갑작스레 쏟아진 스콜성 폭우에 숙소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참. 여기는 옥시장이라고 했는데,

 

옥은 쪼가리도 안보이고 온통 문닫은 가게들 뿐이다.

 

 네이던 로드, 홍콩 구룡반도를 관통하는 커다란 큰길로 나와서야 방향 감각이 다시 생겼다. 그런데 정작 여기는

 

가게에 진열된 물건 앞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꼬맹이 두명.

 

 

 비가 온통 쏟아붓는 풍경, 홍콩의 생활인들은 우산을 들고 비를 그을 곳을 찾아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난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며 아까 사둔 두리안을 맛보았다.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만만, 이것도 여행의 묘미.

 

스탠리에서부터 한 사십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리펄스 베이. 중간에 인도가 없이 차도와 중첩되는 구간이 있어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갈 만 한거 같다. 어느순간 눈앞에 펼쳐진 리펄스 베이의 전경.

 

원래 리펄스베이는 20세기초부터 상류층의 별장들이 있는 걸로 유명했고, 지금 역시 홍콩 제일의 부촌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곳의 유명한 리펄스 베이 해수욕장이 사실 해외에서 수입한 모래로 조성한 인공의

 

해변이라는 점, 500여미터 정도 이어지는 완만한 곡선의 백사장이 전부 인공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해수욕장 배후에는 고층의 개성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마치 요새의 해운대 신시가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온갖 것들이 금지되어 있는 해안가. 하나하나 이미지가 꽤나  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틴하우 상 도교사원. 여기는 홍콩의 유력인사들이 기증한 불상과 신상들이 넘쳐나는데, 그중에서도

 

살펴볼 만한 건 바로 월하노인상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왔던 인연끼리의 붉은실이 매어있다는 설화가

 

바로 월하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해안으로 길게 내밀어진 부두시설은 바다의 높이에 따라서 저렇게 철썩거리며 수면 아래로 잠기기도 하고,

 

아마도 좀더 낮시간에는 수면위로 불쑥 올라오기도 할 것.

 

 

 

몽콕을 관통하는 네이던 로드 양쪽의 골목통은 온통 재래시장, 어디서부터 어디가 여인가인지, 금붕어시장인지 혹은

 

전자제품거리인지 딱 끊기는 맛은 없으니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여기는 한국의 남대문시장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 고만고만한 아이템들이다.

 

 

그래도 이런 생선가게는 재미있는 게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선들을 먹고 사는지, 뭐가 익숙하고 뭐가 낯선지도.

 

 건어물 가게라고 해야 하나, 위에 매달린 소세지 같은 고기덩어리에서 풍기는 냄새가 강렬하다.

 

용과와 두리안! 동남아 지역에 가게 되면 과일을 밥보다 많이 먹는데 역시, 두리안 향기를 좇아 과일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다란 골목통을 온통 꽉 매우고 늘어선 버스. 몽콕행 버스 종점이 여기 시장 복판인건가 설마.

 

사실 시장통의 묘미는 전면의 아이템들보다도 이런 뒷골목의 날것 풍경.

 

 뒷골목을 헤매다 보면 이렇게 무대 막을 뒤에서부터 젖히고 다시 시장통으로 스며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온통 광고가 붙어있는 벽면 앞에서 심각하게 이야기중인 두 홍콩 젊은이.

 

돌아보다 보니 조금씩 날이 저물고, 바야흐로 홍콩의 밤거리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홍콩에 가면 늘상 들르곤 하는 구룡반도나 홍콩섬 북쪽 말고 좀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다.

 

센트럴의 익스체인지 스퀘어에서 6A 버스를 타고 스탠리로 향했다.

 

시내를 빠져나갈 때 좀 지체된다 싶더니 어느 순간 홍콩섬 남쪽의 해안선과 함께 구불구불 달리는 길,

 

스탠리의 상징인 머레이 하우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탠리에 모셔진 틴하우 사원. 이곳은 호랑이의 보호를 받는 사원으로도 알려져 있다나.

 

 

머레이 하우스 앞을 장식하고 있는 석등들.

 

 

그리고 원래 센트럴 한복판에 있다가 여기로 옮겨왔다는 영국 식민지시절의 분위기 물씬한 머레이 하우스.

 

2차 세계대전때는 일본군 취조실로 이용되어서 기둥 곳곳에 탄흔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가이드북의 설명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매끈하기만 한 외벽이라 총알자국은 커녕 스쳐간 자국도 못 찾았다는 게 함정.

 

블레이크 선착장 역시 홍콩 센트럴의 스타페리 선착장 인근에 있던 걸 이쪽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여기는 뱃사람들이 안전과 풍어를 비는 조그마한 사원. 바다의 신을 모시는 북제고묘 밑에는 오랜 우물도 하나 있다.

 

 

그리고 스탠리에서 리펄스베이로 넘어가는 산책로 발견. 해안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법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긴 하지만 걸어갈 만 했다. 바다를 끼고 수풀을 끼고 걷는 길.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구룡반도 남쪽의 쇼핑센터들을 둘러보며 홍콩의 이름높은 야경 레이져쇼를 기다리는 참이다.

 

 

어느 순간 해가 넘어간다 싶더니 하늘이 시퍼런 색으로 물들고는 이내 까뭇까뭇해지기 시작.

 

 스타페리에서 바라본 야경, 건물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온통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옥수수처럼 생긴 홍콩의 IFC 건물도 알알이 노란색 옥수수알이 실하게 채워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뿜어내는 홍콩섬의 마천루. 노란색 불씨를 간직한 스타페리가 바다를 넘나든다.

 

그리고 홍콩의 유명한 레이져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섬 북쪽에 늘어선 건물들이 하나하나 악기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소리에 맞추어 움직임을, 그리고 그 움직임이 모여 율동을 만드는 건물들.

 

볼 때마다 느끼지만 레이져쇼 중에선 홍콩의 이것만큼 임팩트있고 이쁘다고 생각했던 건 없는 거 같다.

 

그리고 완전히 사위가 저물어 깜깜해지고 나서 다시 지나친 초저녁무렵의 그곳. 거대한 보랏빛 장미꽃다발은

 

밤이 되자 더욱 교교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홍콩섬 남쪽에 닻을 내린 배에서 맥주와 버니니를 마시던 우리는, 적당한 취기에 따끈한 햇살이 뒤를 밀어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요트의 본넷 위로 기어올라가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고 말았다. 어찌나 멋지던지.

 

아침 댓바람부터 코즈웨이베이 앞에 집결하기로 했다. 프라이빗 요트들은 여기에 정박할 수 있다고 했던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요트 안에 탑승하기 시작하고, 선장님은 작대기로 항구를 밀어내며 배를 바다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스타페리가 진부하게 왕복할 뿐이던 바다에 횡으로 큰 궤적을 그리며 홍콩섬을 따라 요트가 달리기 시작.

 

도시를 벗어나 좀 초록초록한 공간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여기도 고층빌딩이 불쑥불쑥 자라난 건

 

서울이나 비슷하구나 싶다. 뜬금없이 섬 한가운데서 버섯처럼 자라나서는 몇 채가 서로 얼굴을 맞댔다.

 

 

 

 

한참을 달리고 살짝 홍콩섬의 해안선을 따라 구부러졌다 싶었다. 제법 들고 나는 해안선이 재미있는 리듬감을 준다.

 

그리고 정박. 저 너머에는 제법 사이즈가 되어 보이는 88열차 코스가 섬위에 떡하니 얹혔고, 그 앞 바다에는 요트들이.

 

 

요트를 타고 즐길 수 있는 게 단순히 달리는 것 뿐만이 아니구나 싶었다. 한군데 머물며 둥싯둥싯 파도를 느끼고.

 

잔뜩 쟁여간 맥주니 버니니니 간단한 스낵들이니 먹고 마시고. 그러다가 간단한 쿠킹 코스도 함께 하고.

 

 

여차하면 바다로 뛰어들어서 수영도 하고, 조금 무리하면 이 아저씨처럼 해안선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다들 그저 즐거운 어느 여름날의 한때. 요트를 본거지로 해서 사방에서 삼삼오오 모여서는 웃고 떠드는 그런 분위기.

 

그렇게 한량처럼 보내는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네댓시간을 유유자적하다가 어느새 코끝은 빨갛고 타고

 

바닷물에 젖었던 몸에는 소금 결정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홍콩섬 남부의 어느 항구에 배를 대고 상륙 준비.

 

 

 

이렇게도 많은 요트가 정연하게 마치 주차장에 차를 대놓은 것처럼 반듯반듯 세워져있는 모습이라니.

 

여전히 요트 위에서 널부러진 채 망중한을 즐기던 동료 하나.

 

조그마한 배로 갈아타서 항구로 상륙을 해야 한다. 요트는 여기에 반듯하게 주차할 예정.

 

 

홍콩섬 상륙 직전.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에 이날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라면 배위에서 살겠고만..

 

 

그리고 부두에 어느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창고. 아마 제각기 쓰임이 있겠지만 전혀 과문한 바 잡동사니처럼 보일 뿐.

 

요트 위에 있을 때는 그래도 이렇게 위압적인 느낌은 아니었는데. 조그마한 항구와 그 앞의 조그마한 부품점을

 

오만하게 눈을 치뜨고 내려보는 거인같이 고층 아파트들이 어깨를 맞댔다.

 

 

이제 여기서 각자 편한대로 다시 호텔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근처에서 좀더 놀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비슷한 행선을 가진 사람들끼리 택시를 하나씩 불러타고, 아닌 사람들은 조금 걷거나 근처의 바에서 낮술을 푸겠다며.

 

 

 

 

 

까몽이스 공원에서 세인트 안토니오 성당을 거쳐, 세인트폴 대성당을 지나 세나도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

 

빗발이 갈수록 굵어져 서두르던 참에도 옆으로 뻗은 골목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살짝 굽어진 코너 위로 붉은 사당이.

 

또 그냥 보아넘길 수는 없어 꾸역꾸역 올라와서 봤더니 나차 사당이었다.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역신을 퇴치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나차를 모시는 사당이라고. 사당 자체는 작은 데다가 들어가 구경도 할 수 없어 별 게 없는데

 

이것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랜다.

 

사당 안에서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져서 원뿔 모양으로 타들어가는 거대한 향, 그리고 향불을 피워올릴 때 세개씩

 

들고 불을 붙이더니 그게 바로 왼쪽의 커다란 초같은 향.

 

 

오히려 사당 옆에서 저렇게 허름한 건물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이 더 흥미진진하고 입체적으로 보이는 거 같다.

 

그리고 잔뜩 비에 젖은 채 다시 마카오 페리터미널로. 지친 와중에도 쓰레기통을 이렇게 센스있게 만들어둔 것에

 

카메라를 들어 한 장 남겨두었다. 굉장히 감각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실수해서 버리기도 힘들만큼 이쁜 쓰레기통.

 

고속 페리를 타고 다시 홍콩으로 가려는 길.

 

우측으로 보이는 또다른 카지노 호텔의 붉은 불빛이 온통 희뿌옇게 찌뿌린 하늘과 물안개 속에서 선연하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홍콩의 호텔에 우비니 우산을 빼놓고 오는 게 아니었다.

 

여전히 마카오의 뒷골목은 매력적이었고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도 카메라에 계속 담고 싶었지만

 

도무지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에야, 게다가 우산이니 우비도 없는 바에야 방법이 없었다.

 

하얗게 회를 바른 붉은벽돌건물 외벽이 축축히 삽시간에 젖어들어가기 시작했고, 신발 속에서도 물이 찌걱찌걱.

 

 

원래 까몽이스 공원은 세나도 광장에서 도보로 20분에서 30분이면 도착하는, 마카오 시내의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포인트의 최외곽에 위치한 볼거리라고 했다. 날이 좋으면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장기도 두고 새장을 들고 나와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비가 와서야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어쩔 수 없이 후퇴. 궂은 날씨에 무리해서 움직여봐야 좋을 거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잰걸음으로 돌아서는 길에 슬쩍 지나친 세인토 안토니오 성당. 포르투갈군대의 수호성인이 성 안토니오라나.

 

 

 

 

홍콩의 구룡반도 중심가 몽콕, 그 메인로드 뒷편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시장 골목들.

 

거기에서 만난 고양이 한마리,

 

아니, 이렇게 두마리를 만나고 말걸고 쫓아가다간 멈춰서고, 그렇게 사진에 담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

 

 온통 높다란 빌딩들이 한뼘 정도의 틈만 서로 내어준 채 빼곡히 채워져있는 홍콩, 그 무대 뒤 철골이 날카롭고

 

위태하고 뾰족거리는 곳에서 기껏 빗물이나 받아먹고 철골구조물의 페인트나 핥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

 

 

 

 왠지 두 마리 모두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살짝 우수에 젖고 무기력해진 것도 같은.

 

 낯선이를 온통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바지런하게 움직여 도망가지도 않는 게 이미 이동네 생리에 인이 박혔다.

 

 

근데 이 녀석 가만보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눈 한쪽에 상처를 입었나 보다. 잘 뜨지 못하는 거 같은데.

 

못된 꼬맹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고 그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그런

 

작고 별것아닌 상처였으면 좋겠다.

 

골목에서 두 개 마주본 건물 사이에 덩굴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물, 계속 그걸 올려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왔다갔다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분주하고 돌아다니시는 참이다.

 

 

 

 

마카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앙상한 건물 외벽. 그것도 정면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모습은 기괴하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1835년 화재로 정면을 제한 나머지가 소실된 이래 계속 저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할 부분이고,

 

또 그 전면에 저렇게 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빽빽하다는 것은 역시 아름답다.

 

이왕이면 하늘도 좀 새파랗고 빛도 따뜻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색깔의 우산이

 

마카오의 거리를 점령해 버린 모습도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다.

 

 대부분이 여행객인지라 이렇게 무리해서 꼬맹이한테 우산을 들리고 무등을 태운 아버지의 뒷모습도 보이고.

 

육포와 아몬드 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은 온통 고기 냄새와 아몬드 가루 냄새로 가득하다. 빗냄새 덕에 더욱 생생했던 듯.

 

실컷 육포도 맛보고 아몬드쿠키도 맛보고 나서는, 북쪽으로 계속 가서 까몽이스 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대충 골목길을 따라 위로위로 가다보면 나오겠거니 하고선, 재미있어보이는 골목으로 고고싱.

 

스콜처럼 비가 잠시 쏟아질 때는 옆에 있는 아무 상점이나 들어가서 물건들 구경도 하고, 주인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너는 왜 다른 한국인들처럼 shy하지 않냐고 놀라던 주인.

 

 

 

 

이렇게 상태 훌륭해보이는 400년전의 대포가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호텔을 겨누고 있는 곳은 몬테 요새 위의 공원.

 

그야말로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포인트다.

 

길 찾기가 조금 쉽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지만, 대충 오르막길이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으로 밟은 길이 그대로

 

몬테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대체 어떤 요구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카오에는 유난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문화재들이 많다.

 

몬테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건물 정면만 남겨진 벽면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

 

그리고 이렇게 공원이란 쓰임에 걸맞게 이쁜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기도 한 이곳은 거의 마카오인들의 휴식처라고.

 

 

이 곳에는 총 22문의 400년전 대포가 성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용된 건 17세기에 딱 한번 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함대가 공격해왔을 때, 단번에 함대의 탄약고를 폭파시켜 승리로 이끌었다나.

 

 

 

 

 

 

 

 

세나도 광장에서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길, 아무래도 눈길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좇아 걷게 된다.

 

하얀 바닥에 정교하게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타일을 붙여 기하학적인 문양을 피워냈다.

 

그리고 해마와 물고기들이 물을 뱉어내는 그럴듯한 분수대 하나. 그 뒤로 보이는 체크무늬 건물벽이 인상적이다.

 

 

고만고만한 골목에서 서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왠지 반가워진다.

 

빗물에 씻겨 개나리색 벽면의 색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참이다. 그 앞의 벤치 하나가 동그마니.

 

마카오에서는 광둥어가 주로 쓰이지만 북경어와 포르투갈어도 병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는 거의 못 본 듯 하다.

 

성당앞에는 꽃무늬라거나 성서에 인용된 알파니 오메가 같은 기호들도 있지만, 이렇게 물결무늬가 치는 것도 좋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던 참, 아무래도 이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몇사람을 잡고 길을 물었으나 영어가 정말 안되더라는.

 

무슨 오토바이 주차를 이렇게 잔뜩 해놓은 거주 구역은 또 처음 보는 거 같다. 대만에서도 인도에서도 못 본 진풍경.

 

 어느 막다른 골목 언저리에 꾸며져 있던 사당.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곳인가 싶다.

 

 

몬테 요새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왠지 맞겠다 싶었다. 온통 새장처럼 철창을 두른 건물을

 

가운데 두고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서 주저않고 오르막길을 택한 이유도 그런 거였다.

 

 

 

홍콩에서 출발한 쾌속 페리 내부, 속초 대포항에서 울릉도갈 때 타는 고속 페리와 비슷한 실내 모습이다.

 

찜사쪼이의 차이나 홍콩시티 페리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대략 한시간만에 마카오에 닿는다고.

 

 

 그리고 마카오 페리터미널에서 마카오 중심가까지는 리스보아 카지노의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훌쩍 점프.

 

 

그러고 조금 걸으면 바로 마카오 시내의 중심부 세나도 광장.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답게 샛노란 파스텔톤이

 

은은하게 번지는 광장 바닥엔 온통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장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마카오 시내의 주요 볼거리들은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이내에 몰려있다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내처

 

걸어다니며 여기저기를 둘러볼 생각을 했었다. 다만 홍콩을 출발할 때부터 꾸물거리던 날씨가 끝내 발목을 잡을 줄은.

 

 

골목들조차 어디로 향하는지 뻔해보일만큼 조그마한 세나도 광장, 그리고 조그마한 동네 하나 같은 마카오 시내.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로 인도할지 모험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어느 곳의 골목이나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온통 몰려있는 세나도 광장에서 눈에 확 띄는 이 샛노란 베이지색 건물, 상 도밍고 교회.

 

마카오를 다녀오고 느낀 점 중 하나, 포르투갈에 가서 오리지널 버전의 색감과 장식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세나도 광장을 크게 돌아보고는 사람들에 쓸려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반쯤 내려진 셔터 아래 조용히

 

숨어있는 나무 인형을 만났다.

 

 

 

 

 센트럴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자칫 놓치기 쉬운 간판이 보인다. 홍콩의 지하철역이 으레 그렇듯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가 출발. 참고로 이곳의 시꺼멓게 그을려 글씨도 알아보기 어려운 간판엔

 

'the Central Escalator Link Alley Shopping Arcade'라고 적혀 있다.

 

 다짜고짜 시작되는 에스컬레이터. 1994년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2년반만에 완공했다는 800미터짜리 에스컬레이터다.

 

연간 2천만명이 이용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산 윗동네 사람들의 출퇴근을 돕고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애초 출퇴근용이니만치 오전엔 하행, 오후엔 상행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그런 내용이 적혀 있는 안내판,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온갖 지침이 총망라되어 있는 듯 하다.

 

 중간에는 이렇게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건물 중턱에서 툭툭 튀어나와 사방으로 연결되는 아케이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로 합류하는 사람들하며.

 

 어느새 에스컬레이터가 오르는 길 아래로는 저만치 간판들이 늘어뜨려져 있을 만큼 높이 올라왔다.

 

 

 

 아래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정수리도 보이고.

 

 

 초록빛 화살표를 따라 멍하니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주변 풍경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어느새 소호.

 

 소호의 조금은 음침하면서도 술렁이는 분위기를 간직한 골목통을 지나고.

 

 어느 그럴듯한 바에 앉아 맥주병을 홀짝거리는 하얀 머리의 멋진 할머니도 만나고.

 

 그새 이렇게나 많이 올라왔나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에스컬레이터가 직선으로 관통해온 궤적을 헤아려보고.

 

 위로 오를수록 점점 눈에 띄는 주택가의 올망졸망한 풍경들을 보며 그들의 일상이란 어떤 걸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아무래도 소호를 넘어 위로 올라가면 주택가라 '볼 것이 없다'더니 관광객의 출입이 드문지 에스컬레이터까지 뚫고 들어온

 

왕성한 생명력의 파초 이파리가 불끈.

 

 그런 와중에 이어지는 주택들의 창문들. 에스컬레이터 양쪽 풍경을 온통 꽁꽁 닫힌 창문으로 막아버렸지만, 그래도

 

저렇게 리듬감있게 매달린 화분들이나 몇가지 소품들로 지나는 사람들을 배려했달까.

 

 

 끝까지 올라갔더니 정말, 당황스럽도록 아무것도 없는 휑한 주택가여서, 어쩔 수 없이 조금 걸어내려가야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를 땐 몰랐는데, 꽤나 가파르고 길다. 더구나 내려가는 길이나 무릎 도가니에 꽤나 부담이 가는 듯.

 

이 정도의 경사라면 조금 실감이 나려나. 마침 빨간 색이 화려한 홍콩의 택시들이 우르르 멈춰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장면.

 

 

찜사쪼이의 스타페리 선착장, 빅토리아 항을 향해 활짝 열린 창문들 너머로 보이는 홍콩 찜사쪼이의 스카이 라인.

 

그리고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센트럴과 완짜이의 스카이라인. 스타페리를 타고 건너갈 예정이다.

 

한가로운 시골의 버스 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적당히 촌스럽고 한가로운 분위기의 선착장 내부.

 

스타페리, 라는 이름은 굉장히 럭셔리해 보이는데 실제로 빅토리아항을 오가는 스타페리들은 그렇게 럭셔리하진 않다.

 

다만 배 위에서 반짝거리는 별 모양 쇠장식이 눈에 가까스로 잡히는 정도.

 

 

 

 

찜사쪼이에서 센트럴, 찜사쪼이에서 완짜이, 다시 센트럴에서 찜사쪼이, 완짜이에서 찜사쪼이. 네가지 경로로 바삐 다니는 배들.

 

 

그 와중에 온갖 개인 선박이나 화물선들도 낑겨 다니느라 바다 위는 제법 바쁘다.

 

 

찜사쪼이의 명물 시계탑이 굽어보고 있는 선착장에서, 막 도착한 스타페리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린 사람들이 걸어나가는 참.

 

스타페리 옆에 새겨진 배의 정식 이름은 'Twinkling Star', 반짝이는 별이란다.

 

 

'트윙클링 스타'페리호를 타고 완짜이로 가는 길,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를 지나고, 그 뒤로 센트럴 플라자가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홍콩 컨벤션 & 엑시비션 센터.

 

그리고 깜놀하게 생긴 옛 범선 모양의 배도 시야를 가르며 달려나가고.

 

뒤로 돌아보면 저만치 조그마한 미니어쳐처럼 보이는 시계탑과 찜사쪼이의 선착장.

 

 

이제 센트럴 선착장에 도착. 찜사쪼이에서 센트럴까지는 대충 6-7분 걸린 듯 하다.

 

스타페리에서 내리기 전, 방금까지 따끈하게 엉덩이로 덥혔던 의자를 슬쩍 살폈다. 좌석마다 온통 오각별이 반짝반짝.

 

 

 

배고픈 시간대를 대비해 홍콩에서 먹었던 자잘한 것들 모음. 유명한 주스점에서 몇 번을 사먹었던 망고주스.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선착장 창밖으로 바라보며 한 장.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무조건 일순위로 나오는, 온갖 포스팅이 즐비한 곳.

 

그런만큼 사람들도 줄을 서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치가 바로 찾기 쉽지는 않았던.

 

그래도 그 노릇노릇한 색깔과 입천장을 벗겨내도록 뜨겁던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홍콩 총독들이 반할만 하더라는.

 

팍앤샵이니 리앤펑이니 하는 홍콩의 리테일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맥주들. 더구나 홍콩은 주류에 세금이 붙지않아

 

한국에서 홍콩으로 들여온 맥주들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도 쌀 정도라고 한다. 밤마다 영국, 덴마크, 러시아 등지의 처음 보는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던 홍콩의 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콩공항에서 떠나기 전 공항 내에 있던 제이드 가든에서 먹었던 샤오롱바오.

 

그리고 무를 갈아 버섯과 고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요상한 모양의 딤섬.

 

플라잉 구스, '날아다니는 거위'로 유명하다는 가게가 뭔가 했더니, 홍콩을 들르거나 살았던 외국인들이

 

귀국할 때면 전부 이 곳의 거위 요리를 사들고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라나.

 

 

웨이터가 건네주는 메뉴가 무려 세가지. 하나는 일반 메뉴랄까, 기본적인 요리들이 나와있고 다른 하나는 이곳

 

융께이 레스토랑의 수상 경력이라거나 수상 요리에 대한 소개, 마지막 빨간 표지는 완전 특별한,

 

각종 요리대회 수상 요리들로 채워진 코스 메뉴.

 

베이징 카오야랑 조금 비슷하게 바삭하고 단단한 껍질 속에 숨어있는 부드럽고 담백한 거위 살이 맛있었다.

 

혼자 가서 2-3인분이라는 레귤러를 시켰는데, 사실 3-4인분이라고 표기된 반마리나 한마리를 시켰어도

 

완전완전 만족스럽게 다 먹었을 듯.

 

저 거위 껍질에 잘잘 흐르는 윤기하며, 부드러운 고기 위에 살짝 얹힌 채 바삭바삭함이 살아있다.

 

 

두번째 메뉴에 있던 온갖 수상경력들. 홍콩에서 유일하게 포춘지에 선정된 세계최고 레스토랑 15선 중 하나라던가.

 

 

그렇게 거위 요리를 맛봤지만 조금 모자라다 싶어서, 로제와인에 재워만들었다는 족발요리도 하나 더 시켰다.

 

음. 이건 뭔가 반찬도 같이 주문했어야 했거나 다른 채소 요리랑 같이 먹었어야 했을 듯.

 

 

레스토랑 입구에 걸려있는 잘 조리된 거위들. 저 노릇노릇한 껍질하며, 반질반질한 윤기하며.

 

나중에 가면 세번째 메뉴에 있었던 그 특별 메뉴들이 즐비한 코스 요리를 먹어보고 싶은데, 가격은 굉장히 비싸단 느낌.

 

그렇지만 요리의 천국 홍콩에서 이런 거 한번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는 건 분명 꽤나 기억에 남을, 행복할 경험일 거다.

 

 

 

 

홍콩섬 썽완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리, 캣스트리트를 지나 뒷길로 넘어들면 조금은 더 넓은 길, 그래봐야 왕복 2차선이


빠듯한 길이긴 하지만 헐리우드로드와  만모사원(문무묘)이 나타난다. 저 사다리같은 ladder road를 걸어올라가면 짠.

 

올라가는 길에 잠시 찻집에 들러 연꽃이 피어나는 차도 구경하고, 아무래도 홍콩은 종종 대만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유사한 점이 많다. 애프터눈티도 그렇고, 거리의 풍경이나 분위기, 길거리음식들도 그렇고.

 

사다리 길의 끝무렵, 허름한 건물들과 커다란 간판들 사이로 기와지붕이 얹힌 붉은, 퇴락한 전통건물이 한 채 보인다.

 

 

만모사원, 문무묘라고 읽히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홍콩이 영국에 편입된 즈음, 1800년대 중반에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열성궁, 대만을 포함해서 중국의 도교 사원들은 으레 이런 느낌이다. 향과 시주를 받고 복을 내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

 

각분야 최고의 신들이 학업, 연애, 사업, 건강 등 파트를 나눠맡고 있달까. 덕분에 그리 크지 않은 사원 내부에는

 

향내가 진동을 하는가 하면 금세라도 사방으로 옮겨붙을 듯한 촛불이 탐욕스레 붉은 혀를 낼름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믿을 만하고 흔들림없는 의지처를 찾는 사람들의 모은 손은, 간절한 뒷모습은 늘 맘을 흔들었다.

 

만모사원, 문무묘에 모셔진 신들의 유래나 계보야 워낙 엉망진창인 거 같긴 하지만 삼국지의 영웅 관우가 모셔져있는 건

 

그래도 좀 납득할 만 하다. 이야기에 따르자면 그야말로 문과 무를 겸비한 문무쌍전의 호걸 아닌가. 사진에 담자니

 

그 덥수룩한 수염이 너무 싸구려티 팍팍 나는 나일론실로 엉성하게 붙여뒀다는 티가 나서 말았지만.

 

사원에서 돌아나와 걷기 시작한 헐리우드 로드. '헐리우드'라는 이름이 대번에 미국의 그곳을 떠올리게 만들며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런 건 아니란다. 오히려 이 곳의 지명이 그곳보다 먼저 붙었다고 하니깐.

 

앤티크샵이나 갤러리가 주르륵 이어지는 가운데 이쁜 까페, 레스토랑이 점점이 박힌 거리 어디쯤에서 아예

 

길거리에 그림을 걸어놓고 오가는 여행객들과 흥정을 하는 아저씨. 비단에 먹으로 그린 듯 한데, 촉감이 보들보들.

 

거리의 하늘을 꽉 막아설 만큼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 한 그루. 아니, 한 그루라고 하기에는 뿌리와 줄기가 워낙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실제로 몇 그루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마치 옛 사원을 무너뜨리고 우뚝 선 앙코르왓의

 

나무들을 보는 것 같을 만큼, 자칫 밋밋하고 범상해 보일 수 있는 거리 풍경을 사뭇 다르게 만들어준다.

 

 

거리 곳곳에 있는 갤러리들에 자유롭게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오기도 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와중에 발견한 재미있는 샵. 알고 보니 1호점, 2호점, 3호점이랄까, 근방에 세개의 샵이 모두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인테리어 소품들, 가구들이 가득했다. 한참을 둘러보며 예상치 못한

 

디자인의 아이템들이 가진 예상치 못한 기능에 깜짝 놀래주며 쇼핑의 재미를 만끽. 

 

 

 

 

몇가지 아이템들을 사고 나서, 계산대에서 카드를 꺼내들고 사인을 하는데 펜이 꽂혀있는 장식대도 재미있다.

 

 

헐리우드 로드를 걷다 보니 캣스트리트와는 조금 구별되는 분위기가 있지 싶다. 캣스트리트가 인사동같은 느낌의,

 

싸구려 골동품을 허름하게 파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헐리우드 로드쪽은 그걸 '앤티크'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조금더

 

세련되게 전시했거나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샤방하게 꾸며둔 느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런 식.

 

되돌아 썽완 역쪽으로 가는 길,  온통 벽면을 도배하다시 붉은 글씨로 굵게 쓰여진 저 광고판들이지만, 의외로

 

심플하면서도 명시성도 높고, 한자의 특성상 나름 압축적으로 홍보 기능도 잘 수행하고 있는 거 같다.

 

 

 

썽완 역 근처에는 도장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골목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우리네야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도장이지만 서양의 시각에서라면 나름 저런 것도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네 싶다.

 

 

 

 

대만여행 갔을 때 만났던 레스토랑 糖水, 알고 보니 홍콩에 본점을 둔 홍콩 브랜드의 레스토랑이었다.

 

대만과 일본에도 해외지점을 두었을 정도로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라는데 전반적인 음식들도 괜찮지만

 

레스토랑 이름 그대로 달달한 디저트류가 특징적인 듯. 특히나 하트 모양 망고 푸딩이 탱글거리는 모습이란.

 

Noodles with Wontons in Soup. (45HK$)

 

Wontons with Spring Onions (66HK$)

 

Fried Flat Noodles with Beef in Satay Sauce (75HK$)

 

 

Steamed Egg Custard Buns (25HK$)

 

Steamed Prawns and Pork Dumplings (35HK$)

 

Chilled Mango Pudding (25HK$)

 

 

 

 

 

 

 

홍콩섬 썽완의 캣스트리트, 도둑을 쥐에, 장물아비를 고양이에 비기던 홍콩의 언어관습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장물아비들이 이곳에 모여 장물을 취급하는 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나, 요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캣스트리트 이전, 웨스턴 마켓에서 열심히 걸어 올라가는 참에 골목 하나를 슬쩍 들여다봤다.

 

Ladder Street. 거리 이름이 왜 그런가 했더니 아무래도 이 촘촘한 계단을 두고 지은 이름인 거 같다.

 

두둥, 캣스트리트의 첫인상. 고층건물들이 앞뒤좌우로 잔뜩 어깨를 치켜세운 채 내려다보는 좁다란 골목이랄까.

 

 

 

옥으로 만든 제품들이나 다기류, 전통장식품들, 싸구려 관광기념품들이 무질서하게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눈에 띈

 

얼굴조각들. 제법 색감도 그럴 듯 하고 모양새도 대충 만든 거 같지는 않은데, 디피되어 있는 테이블이 영.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중국에서 마오쩌둥 관련 배지니 어록이니, 온갖 공산주의 색채 물씬한 물건들이 들어와서

 

기념품처럼 팔린다더니, 이제는 심지어 적극적으로 마오쩌둥과 공산당을 내세워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것들도 보인다.

 

 

공산당이 중국 전역에 붙였을 포스터 같은 것들도 무한 카피해서 팔고 있었는가 하면, 마오쩌둥 어록 역시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버전까지 전세계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려는 건지 마오 사상을 전파하려는 건지.

 

한 때는 누군가의 굉장한 자부심이었을 중국공산당의 배지나 훈장들은 플라스틱 팔찌나 구부러진 자물쇠 따위와 함께.

 

눈여겨 보던 것 중 하나는, 슈퍼모델이나 게이샤 카드 서유기를 컨셉으로 한 카드랑 마오쩌둥의 포스터가 가득한 카드였는데,

 

사실 카드를 갖고 놀 일이 없으니 사봐야 구석에 박히겠다 싶어서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황제'에서 푸이가 귀뚜라미를 담고 놀던 상자랑 비슷해 보이는, 귀뚜라미집.

 

허드렛 조각상들과 자기류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아톰. 대체 넌 왜 여기있는 거니. 뒤에 일본산 복고양이도 숨었다.

 

청의 건륭제였던가, 그림 속의 저 늙고 꼬장꼬장한 영감탱이는. 밑에 청제국 황제들의 도기 인형도 보인다.

 

청제국의 황제들 옆에는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의 조각상들이 인해전술을 펴고 있었다.

 

근데 이 아저씨들은, 러시아에 있어야 할 레닌과 스탈린 아저씨가 왜 여기에..

 

그래도 제법 전체적인 분위기는 인사동보다 차분하고 적적한 분위기, 어디선가 '방망이 깍는 노인'이 있을 법한 그런.

 

고층빌딩들 틈새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지 않은 골목이지만, 한걸음한걸음 쉬이 떼어지지 않아 시간이 잘도 흐른다.

 

길 중간에 이런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물인 망원경을 세워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집중시키기도 하며.

 

오래된 카메라들이 층층이 벽돌처럼 쌓여있는 앤티크 상점.

 

어디선가 나타난 시커먼 팩맨이 벽보를 뜯어먹고 있기도 한 그런 공간, 캣스트리트는 흘러다니기 좋은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골목 어딘가쯤에서 발견한 엉성한 그래피티. 그림 자체보다는 왠지 어렸을 적 빠졌었던 '3X3 EYES'를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가 와 닿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그 만화의 배경이 홍콩 아니었던가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때문이기도.

 

 

 

 

* 이 포스팅의 목적 중 하나, 홍콩 찜사쪼이 해변을 따라 조성된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의 홍콩 영화배우들 중

 

한국인들이 알만한 스타들, 유덕화, 임청하, 홍금보, 성룡, 오우삼, 서극, 주윤발, 장국영, 주성치, 장만옥, 장백지, 양가휘,

 

곽부성, 여명 등의 손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하는 것.

 

 

스타의 거리가 시작되는 즈음, 영화 필름을 옷 대신 걸치고 선 여신의 자태가 당당하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 홍콩섬 완짜이와 센트럴의 개성있고 거침없는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

 

필름 롤의 형태로 된 금색 조형물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가 하면,

 

큐사인을 위한 보드가 이 거리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타의 거리, Avenue of Stars.

 

바닥에 돈이라도 떨어뜨린 양 다들 바닥만 굽어보고 걸어가는 사람들, 그 틈에서 아예 철퍽 주저앉아 바닥을 짚은 사람도 많다.

 

어느 영화감독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 메가폰을 쥐고 생생한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눈빛에 힘이 실려있다.

 

 

아마도 청동으로 만들어진 듯한 카메라를 쥐고 있는 카메라감독의 손모양이나 표정도 생생한 편이고.

 

그리고 장백지. 그녀의 손은..작고 이쁘기도 하구나.

 

이소룡의 명판은 있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도장은 없다. 있을 리가 없나..어디라도 손도장 하나쯤 남아있을 법 한데.

 

성룡. 역시 그는 장난스럽게도 살짝 삐뚜름하게 양손을 짚었나보다.

 

게다가 이렇게 사인을 남겼는데, 마지막에 앙증맞은 하트 그림도 그렇지만 '성룡'이라는 한글도 눈에 들어온다.

 

아침나절이지만 뜨거운 햇살 때문에 사람들이 양산인지 우산인지를 전부 받쳐들고 걷고 있었다.

 

주윤발. 이 아저씨는 왜 손도장을 안 남겼을꼬.

 

유덕화. 꽤나 많은 여성팬들, 특히나 아주머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쉽게 찾았다.

 

양조위. 그도 역시 양손을 살짝 어긋나게 짚고는 사인을 남겼다.

 

이소룡의 이미지하면 딱 떠오르는 그 포즈. 그대로 멈춰선 이소룡이 홍콩의 해안가를 지키는 중이다.

 

조명기사와 마이크 담당이 위치를 잡고서, 그 가운데쯤엔 의자가 하나 놓여있어서 꼬맹이들이 줄을 섰다.

 

오우삼.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지만, 그의 이름은 헐리우드에서도 명성을 높인지 오래다.

 

곽부성. 다소 후줄근해 보이는 그의 입성은 도무지 왜 그가 인기있는지 알쏭달쏭하게 만들었지만 여하튼.

 

 

 

스테판 초우. Stephen Show. 누구인가 했다. 다름 아닌 주성치. 요조가 좋아하는 주성치, 아쉽게도 손도장이 없다.

 

Jet Li, 영어이름이 좀 만화 캐릭터 같은 게 이연걸의 이미지에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통배권을 시전하듯 손도장을 찍었을까.

 

그리고 여명. 아마도 내가 왔다갔다 스타의 거리를 왕복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어간 곳을

 

고르라면 여기가 아닐까. 특히나 아주머니 팬들이 꼭 한번씩은 이렇게 손이라도 맞대어 보고 자리를 뜨셨다.

 

그리고 장국영. 음..여전히 그가 자살한 곳에는 기일에 맞춰 하얀 국화가 소복하게 헌화된다고 한다.

 

그리고 서극. 한때 그의 무협영화를 빠짐없이 챙겨봤었는데.

 

그리고 놓칠 수 없는 배우, 임청하. 아아. 내 어렸을 적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뷰잉 데크. 밤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할 즈음인 8시경이면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쉽지 않지만 지금은.

 

 

성룡과 홍금보의 손도장을 보고 환히 웃으며 기념촬영중인 사람들, 사실 저 손도장이 진짜 본인 거인지는 '신뢰'의 영역이다.

 

 

그리고 바닥에 박힌 채 하루하루 마모되어 가는 셀레브리티들의 손도장은 관심없이

 

그저 가족들과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데 더욱 열심인 사람들. 사실 이 편이 훨씬 남는 게 많지 않을까.

 

(특정 스타의 열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말이다. 팬이라고 해도 온기조차 사그라든 손도장이 뭐...별 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성화를 진짜 봉송하는데 쓰였던 것일까, 아님 그저 기념 조형물일까.

 

건너편 고층빌딩들을 압도하는 높이와 존재감으로 우뚝 섰다.

 

스타의 거리 끝까지 갔다가 다시 설렁설렁 돌아나오는 길,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햇살에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다행히도 스타의 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뷰잉 데크, 그리고 시계탑이 나타났다. 버블버블 게임에서 본 듯한 저 투명하고

 

동그란 유리막 안에 들어간 건 야간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위한 조명 도구들.

 

 

스타의 거리 초입,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뷰잉 데크, 시계탑, 그리고 스타 페리 선착장은 그냥 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제 스타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보려는 참인데, 글쎄, 홍콩 영화배우들에 굉장히 홀릭되어 있다거나 손도장을 꼭

 

맨눈으로 봐야겠다 하는 사람 아니라면 얼추 위의 사진들로 대리만족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정이 바쁘다면 이렇게 스킵하시길.

 

 

 

홍콩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둘 꼽으라면 하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볼 수 있는 찜사쪼이의 뷰잉 데크가

 

있겠고 (홍콩 야경의 진수, 'Symphony of Lights')  또다른 하나로는 바로 '빅토리아 피크'겠다.

 

센트럴에서 빅토리아 피크 트램을 타고 45도 각도의 언덕을 불과 7분만에 주파하여 올라선 홍콩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대부분의 홍콩 야경 이미지를 얻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홍콩의 택시, 기본적으로 붉은 색으로 칠해진 채 측면에는 때때로 현란한 광고를 온통 도배해놓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건 택시 앞 범퍼에 탑승가능인원을 저렇게 표시한다는 것. 더러는 4 SEATS, 더러는 5 SEATS.

 

 

홍콩공원 근처의 스쿼시 센터라거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

 

 

홍콩공원 근처의 피크 트램역까지는 택시를 타던, MTR을 타던, 심지어는 걷던 크게 찾는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대충 해 떨어지는 시간을 가늠하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시간까지 얼추 맞아떨어졌지만, 문제는 끝이 안 보이는 사람들의 줄.

 

줄에 합류한 시점에서 '1시간 반'이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앞에 선 사람들도 이미 지쳐서

 

옆에 철푸덕 철푸덕 엉덩이를 붙인 채 쉬고 있었다. 그새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지기 시작.

 

 

아무래도 그런 공식적인 대기시간 안내 표지판은 조금 과장하는 면이 없지 않았어서, 실제로 줄을 따라 트램역 안으로

 

들어가서 표를 사고 트램을 타기까지는 대략 한시간 십분쯤 걸린 것 같다. 피크 트램 편도와 피크 타워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HKD 53$, 내려올 때도 이렇게 한시간여 기다려서 트램을 타고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램이 왔다갔다 할 때는 가히 특급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는 팬들의 마음이다. 모두들 푸쳐핸섭~ 해서는 사진을 찍어대는데

 

후레시가 사방에서 터지는 바람에 온통 눈앞이 번쩍거릴 정도다.

 

트램역 안에는 피크 트램의 역사와 이전 모습을 더듬어 보게 해주는 여러 자료들이 남아있었다. 빅토리아 피크는 초기에

 

홍콩 총독의 여름별장이 지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부호들의 피서지가 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초반에는 가마가 유일한

 

통행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888년부터 최초의 트램이 운행을 시작했다나.

 

근 120년의 역사가 담긴 지금의 트램은 최대 1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트램으로 두 대가 왕복으로 오르내리는 거 같다.

 

해발 28미터에서 396미터까지 약 7분만에 주파해내는 트램인지라 굉장히 가파른 비탈길을 거의 45도 각도로 올라가는

 

느낌인데, 실제로는 4도에서 27도 정도의 각도라고 한다. 그래도 저렇게 누워있는 건물들과 철로의 굉음이 내는 특별함이란.

 

이제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여기가 바로 빅토리아 피크의 피크 타워하고도 그 전망대인 스카이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홍콩.

 

 

 

한 옆에는 하트가 뿅뿅 날아다니는 메모판이랄까, 그런 것도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아래로는 빅토리아 피크의 편의시설이나 다른 고급 별장같은 건물들도 보였지만,

 

그래도 눈을 강력하게 붙잡아 둔 채 놓아주지 않는 건 홍콩의 밤거리. 가까운 홍콩섬 쪽의 야경 너머로

 

빅토리아항의 불빛과 찜사쪼이 쪽의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전망대의 맨 가장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좀처럼 자리를 뜰 생각은 안 하고 전부 카메라와 폰카메라를 꺼내든 채

 

쉼없이 찰칵거리고 있어서 더러 풍경을 가로막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런 사람들의 실루엣이 있으니 좀더 현실감이 든다.

 

 

전망대 외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고, 쉼없이 색을 바꾸며 명멸하거나 흘러내리고 뿜어올려지는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홍콩의 야경을 볼 만하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홍콩섬 썽완의 이름난 관광 코스로는 웨스턴 마켓, 캣 스트리트를 지나 만모우 사원과 근처 할리웃로드의 골동품 샵이나

 

앤틱샵, 각종 갤러리샵들을 구경하는 정도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건 과일의 왕 두리안 향기를 풀풀

 

풍기는 '허니문 디저트' 샵에서 '두리안 팬케잌' 혹은 '두리안 푸딩' 혹은 기타 열대과일 디저트들 맛보기!

 

웨스턴 마켓, 은 그렇게 크지 않은 오랜 붉은 벽돌 건물로 근 백년을 버티고 있는 상가 건물인 셈이다. 2층엔 옷감만 취급하는

 

샵들이 꽉 차 있고 3층엔 레스토랑이 있으니 크게 시간을 들일 공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오랜 세월의 풍취가 남아있다.

 

 이런 옛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이 그런 것들 중 하나. 그리고 밟을 때마다 살짝 울림이 있는 듯 느껴지던 바닥재들도.

 

 여하튼, 웨스턴 마켓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허니문 디저트'!

 

메뉴판 가득 망고니 포멜로니 타피오카니 두리안이니 온갖 종류의 열대과일로 만들어진 디저트류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지만

 

관심사는 오로지 두리안, 두리안을 먹겠다는 목표 하나로 태국 여행을 갔던 적도 있으니 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두리안으로 만들어진 것 중에서 뭘 먹을까 고심하다가 고른 건 '두리안 팬케잌'.

 

포크로 살살살 절개한 단면을 따라 황금빛 두리안의 크리미한 속살이 생크림을 잔뜩 묻힌 채로 두둥.

 

싸여있을 때는 살짝 후각 세포를 노크하던 수준의 두리안 향기가 불끈, 온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냐항.

 

요리조리 열심히 두리안 팬케잌을 감상하고 감사하고 향기를 맡는 나를 보며 같이 갔던 직장 동료가 그랬다.

 

먹는 걸 이렇게 열심히 찍는 모습은 처음 본다나. 당연하지, 이건 두리안으로 만든, 가공하거나 말린 게 아니라

 

두리안 생물이 가득한, 두리안 향기와 과즙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두리안 팬케잌이니깐!

 

그래서, 야곰야곰 먹으면서 점점 홀쭉해지는 녀석을 아쉬워하면서 동시에 두리안의 향기가 몸속 가득 포섭된 데에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기도 하면서 완전 몰입해서 먹어버리고 말았다는.

 

뭐, 이건 별로 눈길도 안 갔지만 그래도 예의상 찍어준 사진 하나. 올챙이알 같은 타피오카가 잔뜩 들어간

 

열대과일 플러스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두리안이 최고.

 

그리고 다시 힘내서 캣스트리트로 걸어 올라가는 길. 웨스턴 마켓 옆길에는 트램 정류장도 바로 붙어 있고 MTR역도 있으며,

 

홍콩의 어디를 막론하도 돌아다니는 2층버스 덕분에 더욱 풍경이 이국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홍콩섬 완짜이에 있는 골든 보히니아 광장, 홍콩의 상징인 저 '금자향' 꽃 조형물 뒤로 홍콩 깃발이, 그보다 높이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곳인지라 많은 방문객들이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곳이다. 마침 비가 추적거리던 아침 시간,

 

조금이라도 사진에 사람을 덜 넣고 싶었는데 포기. 이럴 바엔 차라리 적나라하게 전부 집어넣겠단 맘으로 한 컷.

 

홍콩의 관광버스들에는 보통 앞에만 있는 출입문과는 별개로 뒤 삼분의이 지점쯤에 비상문이 하나 더 있었다.

 

Emergency Exit. 중국어로는 태평문(太平門). 왠지 군대 가 있는 현빈이 생각나기도 하고, 자금성의 어딘가가 떠오르기도 하는.

 

홍콩은 뭐니뭐니해도 맛집! 먹거리를 즐겨야 하는 도시다. 골든 보히니아 광장의 네이밍이 먼저였는지 골든 보히니아 레스토랑의

 

네이밍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 컨벤션 익시비션 센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홍콩 미식대상' 수상을 여러차례

 

했다는 고급 광동요리 레스토랑인데 고위 공직자나 유명인사들의 단골이기도 하다고.

 

아마 저 술병 모양의 도자기는 웨이터를 부를 때 들어올리는 거였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레스토랑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갔는지라 보고 배울 다른 숙련된 손님이 안 보인다. 그냥 뭐, 기지개켜듯 번쩍 손을 들어올려 주문.

 

이게 바로 홍콩 최고의 요리 콘테스트라는 '홍콩 미식대상' 2006년 찜 부문 최우수 금상을 받았다는

 

"Steamed Crab claw Wrapped with Sliced Watermelon and Egg White". 이렇게 입안 가득 터져나오는 풍미의

 

게다리살은 처음이었다. 탱글탱글하면서도 보드랍고 온통 촉촉하다못해 흘러넘치는 육즙. 아아. 진짜 절대 강추.

 

 왠지 먹히기를 기다리며 양볼 수줍게 홍조를 붉히고 있는 듯한 이 녀석들은 버섯이랑 새우였던가, 고기였던가.

 

 그리고 커다란 새우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듯한 왕새우 딤섬.

 

 돼지고기와 커다란 전복이 양배추로 돌돌 말려있던, 입안 가득 불룩하게 집어넣고 한참을 말없이 음미했던.

 

 돼지고기가 들어간 호빵..이라고 해야 하려나. "Steamed Barbequed Pork Bun".

 

위의 두개와 더불어 2001년 '홍콩 미식대상' 수상작인 3대 딤섬 메뉴에 속한다고 했던 듯.

 

제법 통통하게 뽀얀 살이 오른 껍데기를 비집고 튀어나오려 애쓰며 육즙을 사방으로 퐁퐁 솟아올리는 고기소들.

 

딤섬의 세계는 아무래도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일단 메뉴판부터 한장 찍고 말았다. 워낙 종류도 많고 전부다 맛난 것들이니 뭐.

 

 

 

 

찜사쪼이 쪽에서 센트럴을 바라볼 수 있는 해변 산책로, 스타 페리를 탈 수 있는 선착장 바로 옆에는 2층짜리

 

뷰잉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월, 수, 금의 저녁 8시가 될 무렵이면 데크 위는 물론이고 해변가에 온통 몰려나온

 

사람들은 센트럴의 고층빌딩들이 밝힌 불빛을 홀린 듯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8시, 정각이 되면 건물 곳곳에서 소리 없는 폭죽처럼 쏘아올려지는 레이저 불빛 조명과 함께 스피커에서는

 

음악과 알아듣기 힘든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의 손놀림은 덤이다.

 

완짜이 쪽에 있는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나 비슷한 기능을 맡은 건물이지만 모양새나 입지가

 

천양지차다. 바다에 접해 있는 그럴 듯한 모습하며,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조명을 두른 모습하며.

 

 사방에서 쏘아올려져 어지러이 허공을 노니는 레이져 불빛들, 그 와중에도 빅토리아항 앞바다를 가르는 조그마한 배들.

 

 

 

 이런 깜찍하고 귀여운 디자인의 배도 통통거리며 홍콩의 화려한 밤 풍경에 한 몫을 더한다.

 

약 15분여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 쇼가 끝나고 나면 일순 정적에 휘감기는 해변, 그렇지만 반대편에 우뚝 솟은 건물들은

 

여전히 번쩍번쩍 건물 실루엣을 따라 불빛들을 흘려내리고 흘려올리는데 여념이 없다.

 

 

쇼가 끝나고 난 뒤 송곳 하나 꼽을 틈 없던 뷰잉 데크엔 몇몇 사람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가 했더니 어느 순간 떠오른 초승달, 조금은 차분해진 홍콩 야경에 운치를 더하러 납셨다.

 

 

 

 

 

이 IFC 건물 위에는 잘 보면 자동차 한대의 형체가 숨어 있다. 헤드라이트 한 쌍, 본넷과 그릴, 유리창틀까지.

 

2003년 완공되었다는 이 88층 빌딩의 높이는 420m, 현재 홍콩 최고의 빌딩이자 세계 7위의 빌딩이라고 한다.

 

대나무를 모티브로 했다는 비대칭 삼각형의 중국은행 건물.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밋을 설계한 사람의

 

작품이라던가, 불빛들이 현란하게 건물의 아래위를 훑어내리는 통에 눈길이고 마음이고 쏙 뺏겨 버렸다.

 

그리고 찜사쪼이의 해변가를 지키고 서있는 시계탑. 아래의 정방형 연못은 왠지 워싱턴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일렁이는 실루엣과 불빛 조명들은 제법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Symphony of Lights' 쇼를 위해 바삐 움직이며 사방으로 조명을 흩뿌리던 녀석들.

 

그렇게, 기백장의 사진을 찍고도 제대로 된 사진 하나 건지기 힘든 홍콩의 야경 사진.

 

언제나 그렇듯 삼각대는 챙겨놓고도 정작 필요할 때는 쓰지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뉴욕 출장에 이어 홍콩 출장을 다녀온 스스로에게, 아직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위해 마련한 조그만 선물.

 

썽완의 캣스트리트와 헐리우드스트리트를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볼거리로 가득한 샵, 홈리스Homeless에서

 

발견한 커프스버튼. 디자인 표준 컬러를 만들어내는 팬톤에서 커프스버튼도 만들 줄이야.

 

고른 색깔은 미모사색, 팬톤 컬러넘버로는 14-0848, 미모사색이다. 알고 보니 2009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되기도 했던

 

옐로우 계열의 미모사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전해주는 색이라고. 열심히 하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이번엔 새빨강색의 책 한 권. 중국 본토로부터 홍콩으로 반출되어 싸구려 관광상품으로 팔려나가는

 

중국 공산당 관련 책자니 배지니 훈장 따위가 많다더니 정말이었다. 무려 후광이 빛나는 마오쩌둥 주석의 어록이다.

 

음..시대가 하 수상하니, 그냥 이렇게 중국어와 영어가 병기된 책을 통해 언어 공부를 하려 샀다고 해두자.

 

그리고 출장의 뒷끝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건, 블러디 메리. 고작 한 시간의 시차밖에 없는 한국과 홍콩이었지만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왠지 날카로워진 신경을 다독거려주는 데에는 역시 알콜 만한 것이 없다.

 

블러디 메리 믹스 5.5 vs 보드카 1 의 비율을 그대로 지키진 않았지만 입에 맞는 수준으로만 희석시키면 되는 거니깐.

 

약간의 후추를 더해도 맛있다고 하는데 그건 미처 생각지 못하고 한 잔을 금세 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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