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두 손으로 받쳐 찍어야 할 만큼 무겁고

크고 사진찍을 때 철컥철컥 소리가 낮지만 분명하게 사방에 번지는 카메라 말이다. 전문용어로

DSLR이라 불리는 이런 본격적인 카메라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이나 들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젠 똑딱이로 셀카를 즐겨찍고 핸드백 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손목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아가씨들도 이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장에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다들 근본적인 한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거다. 고만고만하게 무겁고 커다란, 그렇지만 제각기의 신기능을 강조하는 카메라

무더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SONY가 고심 끝에 내놓았을 답변은

'DSLT'라는 단어로 응축되는 듯 하다.

DSLR과 DSLT, 그야말로 한 끝 차이의 단어지만 그 안에는 제법 혁신적인 변화가 숨어있다.

기존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가 바디 안에 숨은 반사식 거울을 통해 빛을

반사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면, SONY의 알파33/55시리즈는 빛을 반사하는 대신 그대로

투과해내어 사진을 찍는 방식인 거다.

투과, 'Translucent'의 'T'가 DSLT의 그 T인 셈이다. 저 안에 엷게 빛나는 반투명미러

빛이 향하는 형태가 되면서 반사식 거울과 미러를 움직이는 모터 등이 생략되며 그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덕분에 초급 DSLR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다양한 고급 기능을

탑재하고도 기존 DSLR에 비해 약 23%나 작아지고 26%나 가벼워졌다고.(SONY 알파550 대비)

구체적인 제원은, 124.4*92*84.7mm, 433g이라고 하니 한손에 들고 다니거나 작은 숄더백에 넣고

다녀도 손목에 무리가 가거나 백모양이 망가지지는 않을 듯. 똑딱이를 갖고 다니자니 조금 성능이

떨어진다 느끼거나, 혹은 DSLR의 그럴듯한 '가오'를 양보할 수 없는 이에게는 딱 한계점에 이를만큼

경량화된 무게, 그리고 소형화된 사이즈 아닐까 싶다.

셔터 버튼 뒤쪽으로 오밀조밀 뭉쳐있는 온갖 버튼들, 당장 카메라 위에 올라있는 몇개

버튼들이 꽤나 흥미롭다. 'D-Range'버튼은 빛과 어둠이 극단적이어서 사진을 찍기가

까탈스러운 공간에서도 자연스런 사진을 도와준다고 한다. 한번 셔터를 누르면 각기

노출이 다르게 세장을 찍어서 최상의 형태로 자동 합성해준다는 건데 과연 어떨지 궁금.

그리고 3인치의 광활한 LCD모니터와 전자식 뷰파인더를 넘나들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Finder/LCD'버튼도 신기하다.

LCD모니터는 거의 백만화소에 가까운 92만화소의 또렷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보다

신기했던 기능은,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것처럼 디지털 수평계가 쉼없이

움직이며 사진의 수평과 고도를 잡아주고 있는 자이로센서. 그리고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전달하는 전자식 뷰파인더는 눈을 가까이 들이대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전환되는데, LCD와

마찬가지로 실제 사진과 동일한 시야율100%의 라이브뷰를 보여준다.


더구나 상하로 180도, 좌우로 270도 회전이 가능한 LCD는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의

범위를 한껏 넓혀주었다. 셀카는 기본이고 적절하게 조정된 LCD를 보며 다양한 앵글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다.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각도와 높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사진을 구성해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인 거 같다. 셀카만 하더라도, 얼굴 인식에 스마일

인식 기능을 합치고 LCD의 라이브뷰로 요리조리 각도를 잡아보면 최상의 작품이 나올 듯.
 
전체적인 버튼 구성은 온통 오른쪽에 몰려있다. 커다란 LCD모니터가 카메라 후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쥔 상태에서 짧막한

엄지손가락과 (여차하면) 둘째손가락으로 편하게 가닿을 수 있는 범위내로 배치하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결과인 거다. 버튼 배열에 익숙해지고 나니 굉장히 조종하기 편하다.

모드 다이얼도 꽤나 신기한 것 중 하나. 7연사모드와 AUTO+모드, 그리고 길다란 네모꼴

그림으로 형상화된 '파노라마' 모드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초당 7매의 고속연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역시 반투명미러를 채택한 결과 반사식 거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알파33의 상위모델인 알파55는 심지어 초당 10매까지 가능하다고.

게다가 거울이 움직이지 않으니 연사 중간에 까맣게 나가버리는 현상도 없고, 자동으로

포커싱을 계속 맞춰주는 '고속위상차 AF'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정말 이건 기대만발이다.


AUTO+모드는 기존의 AUTO모드를 넘어서서 스스로 촬영조건을 인식, 평가하고 자동으로

촬영 조건을 설정해준다는 건데, 아무래도 카메라에 대한 유저의 승부근성을 북돋울 듯.

심지어 필요에 따라 사진을 연속촬영하여 합성하고 추출하기까지 하는 수준이니 여차하면

카메라만도 못한 사진만 찍다가 좌절할지도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해지겠지만, 굉장히.

여태까지 카메라의 '파노라마' 모드란 건 사실 상당한 수작업을 요했던 거였는데 이건 다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화살표 방향에 따라 좌우상하로 카메라만 부드럽게 움직여주면 되는 거다.

꼭 일직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나 죽일놈의 수전증 걱정도 조금 덜어내도 좋을 듯 한게,

내 방안에서 출렁이는 침대 위에 앉아 덜덜 떠는 손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이정도다.

셔터만 누르고 돌리라더니 정말, 꽤나 매력적인 기능이다. SWEEP PANORAMA 기능

역시 DSLT, 반투명미러를 채용한 덕분에 가능해진 기능이기도 하다. 연사속도가 빨라지고

AF 기능이 강화되면서 카메라 자체적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구성해내기에 이른 거니까.

그렇지만 역시 SONY 알파33의 백미는 AVCHD방식으로 압축저장한다는 Full HD 동영상,

명성높은 SONY의 핸디캠 기술을 이어받아, 카메라에선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라고 한다.

빨간색 무비버튼만 누르면 바로 녹화가 시작된다. 연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정확한

위상차AF가 가능해 움직이는 피사체에 맞춰진 초점을 쉽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제

한번 경마장에 가던 놀이동산을 가던 씽씽 움직이는 사물을 찍어봐야겠다.

카메라를 쥘 때 손에 딱 달라붙어 흔들거리지 않는 그립감이 좋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손바닥이 닿는 곳 전체를 싸고 있는 고무 재질의 찰진 느낌이 카메라를 내 몸과 자연스레

이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SteadyShot' 기능이 바디에 내장되어 손떨림을 방지해주니

흔들림없는 사진을 약속해 주는 셈.

내장 플래시는 꽤나 우뚝 올라선다는 느낌이다. 55-200mm 렌즈를 장착하고 후드까지 끼었는데

저렇게 기린목처럼 쭉 빼내밀고 있어 보이니까 여타 기종에 비해 높기는 한 것 같다.

이전에 쓰던 카메라가 AA배터리를 네 개씩 꼽던 방식이라 배터리에 조금 민감했다. 백장도 채

찍을까 말까 했는데 뚝뚝 방전되는 배터리인지라 신경도 꽤나 쓰였고, 어디 멀리라도 나갈라고

하면 배터리부터 바리바리 챙겨야했으니까. SONY 알파33은 전용 배터리팩인 'infoLITHIUM'을

쓰는데, 카메라 사용환경이나 전력을 반영해서 최선의 출력을 낸다고 한다. 좀더 써봐야알겠지만

한번 충전해서 이삼백장 찍는 건 충분히 가능한 듯. 
 

기자들은 소니의 알파33/55 시리즈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DSLT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소니(대표 이토키 기미히로, www.sony.co.kr)는 새로운 반투명 미러 기술 탑재 DSLT 알파 55 (SLT-A55)와 알파 33 (SLT-A33)의 지난 5일 예약판매와 11일 진행된 현장판매가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알파 NEX의 성공적 런칭으로 올 7월-9월까지 미러리스 시장에서 월평균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1위 입지를 구축한 소니 알파는 이번에 선보이는 알파 33/55 등 보다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렌즈교환식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 글의 첫문장은 이제 조금 의미가 바뀌어 읽혀야 할 것 같다. 너도나도 DSLR 들고 다니는

세상에 신제품이래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는 실망감 내지 냉소로부터 이제 DSLR시장의

판도와 문법을 바꿀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다는 환영과 독려의 의미로.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소니 DSLT의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다나와와 소니가 공동주최하는 a33 평가단 이벤트,

무겁고 커다란 DSLR보다 크기나 무게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반투명 미러를 장착해

빠르고 흔들림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등 기능도 탁월하다는 'DSLT'가 어떤지 한 번

직접 사용해보고 평가하고 싶으시다면 도움이 될 듯.

특히 '여행, 음식, 화장, 애완동물, 스탭 등을 즐겨 촬영하는 여성 사용자분들을 우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모집 일정 및 미션 주제는 아래에

긁어두었으니 꼭 참고하시길. 모집기간은 금일 24시까지.


* 신청사이트 : http://event.danawa.com/sony_101206



* [코닥온라인 사이트 사용기] 내 집안의 디지털현상소. 에서 다룬 '사진 인화', '포토북', 포토앨범' 리뷰입니다.


#1. 내 집안의 현상소, 코닥온라인 사진 인화.

역시 다르다.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거나 산행 가실 때마다 찍어온 사진들을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옮겨드리고

보는 법을 알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효자'노릇은 어느 정도 했다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손에 잡히는 사진으로

출력해드리는 것만은 못한 거다. 그동안 잔뜩 파일로만 존재하던 사진들, 소중한 시간들이 그냥 뒹굴게 놔둬도

백년은 버틴다는 코닥의 인화지로 단단히 보존되어 컴퓨터 밖으로 나왔다.

코닥의 로얄인화지는 다른 회사의 인화지보다 좀더 두껍다고 한다. 그만큼 보존성도 뛰어나고 이미지 재현력도

높다는 건데,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아낌없이 사진을 험하게 다뤄주는 거다. 앨범에 꼽아두고 통풍,

환기, 직사광선 따위의 요소들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집안 곳곳에서 뒹굴뒹굴대도록.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진을 뽑고 나니 집의 앨범이 모자라서, 당분간은 그냥 마루 테이블 위에 탑처럼 쌓아둘 거 같으니 한번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2. 포토북, '나의 사진책 만들기 DIY' 버전이래도 될 듯한.

기본 포토북은 약 16장, 60장 가까이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거 같다. 아무리 '포토앨범'보다 경량이고 캐주얼한

형태의 사진첩이라지만 오래 보존되어야 한다는 덕목은 양보할 수 없는데 소프트 커버라고 해서 조금 걱정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가에서 흔히 보이는 '떡제본'의 마무리가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힘주어 페이지를 쫙쫙

열어도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갈 거 같지 않다.


화질이 좀 떨어져보이는 건 삼각대를 이용한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았기 때문, 그보다 이렇게 한쪽 전체를

전부 사진 프레임으로 쓸 수 있는 옵션이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하게 분할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단 게

중요하다. 마주선 신발 사진들처럼 프레임을 희미하게 조정할 수 있기도 하고.


저렇게 자잘한 사진들을 배치하는 동시에 뒷면의 커다란 배경처럼 사진을 넣을 수 있다는 점도 포토북을 만들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게 하는 지점들. 잘만 하면 굉장히 멋지게 배경사진까지 처리하며 그럴듯한 포토북이

나올 수 있겠다는 게 빤히 보이니까, 앨범에 사진꼽듯이 아무렇게나 대충 할 수가 없었다. 결과물은, 대만족.


#3. 포토앨범, 조금은 더 격식과 품위를 고려한 포토북.

부모님과 가족 사진을 넣은 포토북, 집에 배송되어온 녀석을 한번 정독하시며 언제 어디서 찍었던 사진인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한동안 이야기하시던 부모님의 결론은, 어디 부모님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여행갈 때 이 포토북 꼭 챙겨서 자랑하자는 것.

등산가방에 넣던 여행가방에 넣던 좀처럼 헐지 않을 거 같은 탄탄한 재질의 두꺼운 사진첩이다. 한장 한장

넘길 때도 저항없이 차분하게 잘 넘어가고, 이음새 역시 꼼꼼하게 잘 되어 있어서 억지로 찢으려 용쓰지 않는 한

찢어질 일은 없을 거 같고.


프레임 종류가 다양한지라 원하는 사이즈의 사진을 원하는 배치로 넣을 수 있었다. 앨범을 열어 맨 첫장으로

선택했던 프레임은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사진 한 장씩. 영화 포스터같은 느낌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도 참 여행을 좋아하시고, 많이 돌아다니시며 사진도 많이 찍으셨다. 진작 이런 사진첩 하나

해드렸으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생각보다도 너무 앨범에 만족해하셔서 다음번에는 아예 여행 다녀오시면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만으로 앨범 하나 만들어드려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 이 사진 두 장을 넣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서해의 어느 섬에선가 찍어드렸던 흑백모드

사진 한장, 그리고 2004년인가 태국의 프렌치 가든에서 찍어드렸던 두 분의 뒷모습.








컴퓨터 하드를 점령하고도 여전히 배고프다는 '사진 파일들'

사진만 쌓여가던 참이다. 하드 용량도 모자라 본체 용량보다 더 큰 외장하드도 장만한 참이었다.

어느샌가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되고, 찍고 바로 LCD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기억의 편린-사진

장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속편하게 늘어가기 시작했었다. 아니, 종이를 헤아릴 때 쓰이는 '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다. 디지털화된 파일 '용량'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이겠다. 하여간 그 '파일 용량'은 처음엔

야금야금, 그렇지만 어느순간 우걱우걱 하드의 빈공간을 마냥 차지한 채 처치곤란한 먹깨비 괴물이 된 참이었다.


남는 건 사진뿐? 남는 건 '인화된 사진'뿐!

씨디로 저장해서 따로 보관해두었던 파일들조차 날아갈 수 있음을 미처 몰랐었다. 하드를 갈아엎는 통에

지워져 버린 수년 간의 기억이 서린 0과 1의 조합들, 그렇게 한 번 데이고 나서 정말 중요하다 싶은 걸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선별해서 씨디로 구워두었던 건데.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절반의 진실만 갖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남는 건 역시, 손에 잡히고 날아가버릴 위험없는 구체화된 사진 종이였던 거다. 물론 그 역시

자의던 타의던 지워야 할 일이 생기면 옛 사진들을 싸그리 모아 낙엽태우듯 불지르면 고만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필요한 노고를 요구하는 거 아닌가. 사진을 모으고, 적절한 장소를 골라,

불을 지피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제대로 태워지는지 지켜보는. 휙, 사라지는 디지털과는 다르다.


촬영의 '화룡점정', 사진을 인화하고 활용하기.

디지털을 거부하며 새삼스런 아날로그 찬가를 불러젖힐 생각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이렇게 대책없이 파일

형태로 언제까지고 하드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냅두는 건 모두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드에게나, 사진에게나, 사진 속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나. 무엇을 '찍는다'는 사진촬영의 의미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한 순간의 추억을 적절한 사람들과 가능한 최선의 형태로 공유하도록 책임지면서 완성되는 거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발견한 싸이트, 코닥온라인.(http://www.kodakonline.co.kr/)

사실 '코닥'이란 이름은 어려서부터 카메라 혹은 필름과 뗄레야 뗄 수 없이 한몸이었던 고유명사. 필름하면 으레 

코닥필름이 제일 좋은 줄 알고 24장, 36장 짜리를 우르르 사들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고, 대체 코닥은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싶다가도 왠지 독일이나 일본쯤 되지 않을까, 카메라 잘만드니까, 정도에서 궁금증은 그쳤었다. 조금

유식한 단어를 쓰며 좋아라 하면서부터는 그 자문자답에 광학기술이 좋은 독일이나 일본, 정도의 첨언이 더해진

정도, 이후로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어느새 슬쩍 기억 속에 잊혀지고 말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꽤나 반갑다.

알고 보니 어느새 120년, 그리고 코닥은 Made in USA, 아~ 미제였구나. 근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코닥이 어디

나라에서 나온 필름, 아니 브랜드인지 알았다. 사실 여전히 코닥, 하면 필름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 그렇게

만든 건 그네들의 과오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위기'로부터 반전을 만들겠다며 디지털 인쇄시장에 진출해서

이렇게 한국에서도 단순 사진인화니, 포토북이니, 포토앨범이니, 게다가 사진을 덧입힌 각종 팬시상품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걸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파일은 화소로 구성되어 있어 아날로그 카메라와는 다른 종이에 인화되어야 한다는 말, 그렇겠지 싶다.

뭔가 설명을 꼼꼼히 읽다 보면 광고문구로 호언한 대로 200년뿐만이 아니라, 한 500년도 거뜬하게 버텨낼 거 같다.

일반 가정에서 앨범이 아닌 곳에 그냥 뒹굴뒹굴해 두어도 100년까지 보존된다니,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걸치는

삼대가 별다른 조치없이도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셈이니 조금 징글징글하기도. 어쨌든 코닥의 인화는 여느

인화지와는 달리 보다 선명하고 오래 보관하기 쉬운 최고의 인화지라는 점은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셈.


#1. 내 집안의 현상소, 코닥온라인 사진 인화.
온라인상으로, 본인이 직접 원하는 사진들을 집에서 선택하고 보정해서 인화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꽤나 획기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다. 원하는 사진을 프로그램상에 올리면 3X5, 4X6 등의 사이즈에서

화질이 문제없이 나올지, 이미지가 잘려서 나오지는 않을지를 미리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유광지에 출력할지

무광지에 출력할지, 어떤 사이즈로 몇 장을 출력할지를 정하기만 하면 인화 완료. 참 간단하다.


#2. 포토북, '나의 사진책 만들기 DIY' 버전이래도 될 듯한.
기본적으로 코닥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모든 걸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편하다. 포토북을 신청하고, 수십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표지를 정하고, 다시 수백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속지를 정하고, 그리고

원하는 사진과 문구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거다. 사진첩을 만들 거라면 사진만 쭉 나열되도 괜찮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아기들을 위한 선물용이라거나 결혼을 앞둔 커플용, 뭐 여하간의 용도로건 원하는 대로 글도 적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정해진 포맷이 있다고는 해도 워낙 많은 부분 손대고 바꿀 수 있어서 거의 '나의 책

만들기 DIY' 버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3. 포토앨범, 조금은 더 격식과 품위를 고려한 포토북.
포토북부터 보고 나니 포토앨범, 이란 상품이 또 있길래 잠시 헷갈렸다. 이건 뭐지. 간단히 구분짓자면 포토북은

소프트커버, 인화가 아니라 컬러출력이어서 사진 품질도 조금 떨어진다고. 가격도 포토앨범에 비해서는 조금

싼 편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하드 커버보다는 더 캐주얼하고 맘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그래서 포토앨범은 포토북과 직접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비슷해 보인다. 역시 수십개의 표지 디자인, 수백개의

내지 디자인 중에서 직접 고르고 사진을 채워넣고 필요하면 글도 채워넣을 수 있는. 20장짜리 포토북에는 대략

50장 내외의 사진을 넣을 수 있을 듯 한데, 그 정도면 여행 한번이나 행사 한번, 그런 이벤트 한 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곡차곡 채워넣기에 알맞은 분량이지 싶다.


#4. 포토팬시상품들, 본인 맘대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상품.

사진이 들어간 팬시상품들의 종류도 꽤나 다양해서 언제고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되겠다. 주문후 제작해서

배송에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5일 내외라고 하니까 그 정도의 여유만 갖고 미리 챙기면 귀중한 선물이 될 듯.

시계, 액자, 머그컵, 냉장고 자석, 타일 등 온갖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 커플머그컵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런 형태의 컵에 들어갈 사진이나 문구를 직접 선택하고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사진을 인화하던, 포토북을 만들던 포토앨범을 만들던 아니면 포토팬시상품을 만들던 그 디자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같은지라, 한번만 해보면 다음 번에는 더욱 쉽게, 그리고 좀더 욕심을 부려서 멋지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진을 단순 인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좀더 정제되고 이쁘게 꾸며진 형태로

보존하는 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불끈.




* 본 글은 '코닥온라인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씌였습니다.


맨프로토 190CXPro3, 옷장 안에 봉인된 삼각대를 대신하다.
맨프로토 324RC2 Joystick Head, 정말 좋은 '손잡이'다..!


비가 슬금슬금 내리던 날씨, 맨프로토Manfrotto의 190CXPRO3 삼각대에 324RC2 Joystick Head를 옆좌석에

태우고 고수부지로 향했다. 카본화이버 튜브에 마그네슘 재질, 중학교 때던가 K-Ba-Ca-Na-Mg..로 나가는

반응속도를 죽어라 외우며 물에 던져진 마그네슘 조각이 폭발하는 실험을 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올랐지만,

다행히도 강변 둔덕위에 다리를 펴고 삼각대를 올릴 즈음 비가 멎었다. (물론 삼각대의 마그네슘 성분이

비 좀 맞는다고 폭발할 리는 없고, 오히려 녹슬지 않으니 악천후와 무관하게 쓸 수 있을 듯.)

삼각대를 써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급형은 다르다. 수평계가 달린 볼 헤드와 유려하게 미끄러져

나오는 삼각대의 다리들 덕에 위치를 잡고 세팅하기가 쉽고 빨랐다. 우선은 살살, 셔터속도를 1/2 sec 정도로

잡고 강 넘어 북쪽의 도시를 찍어보았다. 이런, 망원렌즈를 안 가져왔더니 저 너머 S타워의 모습이 너무 작다.

게다가 한강은 왜 이리도 넓고도 도도하게 흐르는지.

불빛이 반짝반짝할 만한 장소로 바꿨다. 동작대교 위의 구름까페 전망대. 강넘어 아파트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차분하게 반짝반짝, 게다가 육각별 모양의 가로등 불빛이 정말 반짝반짝거리는 동작대교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길게 미끄러지기까지. 때마침 지나가는 전철을 잡겠다고 삼각대를 대충 펼치고는 볼 헤드로

순식간에 각을 잡았다. 삼각대도 삼각대지만, 볼헤드 조이스틱 참 편하다는 감탄을 다시금.

조금씩 셔터 속도를 과감하게 늦춰보았다. 왜 그, 자동차 불빛이 길게 이어지면 빨갛고 노란 띠처럼 차도 위를

두르는 사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평소엔 망할 손떨림 때문에 고작 1초도 흔들림없이 버티지 못하는 데다가,

비그친 후 강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 위에서 미미하게나마 흔들리던 싸구려 삼각대의 경험이 있어서 불빛이

마치 너울성 파도처럼 울렁울렁 했던 거다. 셔터속도 6 sec, 빨갛고 노란 불빛띠가 선명하게 감겼다.

셔터속도를 한 15초쯤으로 놓으면 어떨까. 불빛들이 어른어른해지고 아파트니 동작대교의 실루엣이 뭉개지진

않을지 염려스러웠지만 일단 시도. 15초 동안 꼼짝않고 미동조차 없이 카메라를 잡고 있어줘야 할 텐데.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운 정도였다. 한강의 수면이 간유리 표면처럼 보들보들하게 불투명해졌고 차도 위 불빛은

엷게 번져나갔다. (15 sec, F/40.0, ISO-800) 착한 녀석, 토닥토닥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

ISO를 좀더 높여서 다시 시도, 차도 위에 감겼던 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은은한 황금색 불빛으로 하늘까지

물들어버린 느낌, 이 시간을, 이 공간을 뭐라면 좋을까. (15 sec, F/40.0, ISO-3200)

아담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에 대해 일찍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런 불빛 띠가 반듯이 감기는

사진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의 위력이 꼭 필요하다. 사진 안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눈치챌만한 여지도

남기지 않는 시크한 녀석이지만, 이리저리 휘두르며 들고 다녀도 힘들지 않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흔들림없이,

단단하게 카메라를 잡아줄 수 있는 녀석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시장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듯, 보이지 않는 '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시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거다. (3 sec, F/29.0, ISO-3200)



P.S.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진들이 나오고 마는 거다. 모처럼 짬내서 카메라 둘러메고 밖으로 나섰더니 고작

요런 사진들만 우르르 나와서야 대략 난감. 삼각대, 제대로 된 삼각대 없이 찍힌 난감한 사진의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들을 골라 봤다.

1) 손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치는 이정도. 젊은 시절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굶주린 상태는 아닌지

등등 여러 조건에 따라 손떨림의 정도는 개인 편차가 있을 수 있겠다. 그치만 사진은 공통적으로 어둑어둑하단 사실.

2) 무리해서 찍는다 해도 손톱만한 사이즈로 볼 거 아니라면 시신경에 매우 유해하다. 멍하니 어느 한점을 응시해서

한 삼십초쯤 바라보면 3D로 뭔가가 튀어나올 기세.

3) 도깨비불이 휘날리듯 사방으로 비틀거리는 불빛들의 대향연. 호흡조차 멈춘 채 얼음처럼 굳어 있는다고 애썼지만

불빛은 심장 맥놀이하듯 벌렁벌렁 나뒹굴고 있다.

물론,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흔들어대면 또 나름 멋진(멋지다고 생각되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는 거 같다.

사진으로 생생한 구체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흐느적대며 '미친X 널뛰듯' 일렁이는 추상화를
 
그려낼 거라면, 삼각대의 도움은 필요없이 은지원 만보기 흔들어대듯 카메라 잡고 흔들어대면 되겠다.






세상에 손잡이는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아예 본체와 딱 붙어서 고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본체와는 별도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순히 물체의 연장으로 뻗어나온 것도 있지만 또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와

유용성을 가진 것도 있는 거다.


카메라용 삼각대에 조이스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단 이야기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는 친구의 첫 반응은

'그거 무슨 수도꼭지 같은 거야?'라는 거였다니 나름 촌철살인의 통찰이었던 셈이다. 맨프로토Manfrotto의 

 324RC2 Joystick Head는 그 하고많은 손잡이 중에서 수도꼭지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손잡이다.

수도꼭지가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로이 회전하며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만큼의 세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맨프로토의 조이스틱 볼헤드 역시 전후좌우상하막측 신묘하게 움직이며 원하는 사진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삼각대 자체를 쓰다 보면 부딪히는 난점은 사실 명백하다. 삼각대를 위치시킬 바닥이 판판한 수평을 유지한

맨질맨질 수평바닥이란 법은 없다는 거다. 아무리 다리 세 개를 이리저리 비틀어대도 평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삼각대 다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아도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는 삼각대의 수평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삼각대 자체의 수평계가 제 역할을 해서 조금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들부들

끓는 라면에 빠뜨린 달걀 노른자처럼 출렁이는 수평계의 수평을 잡기란 역시 적잖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생긴 게 아닐까, 살짝 추측해 본다. 삼각대에 덧붙이는 조이스틱, 카메라를 손쉽고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삼각대와는 별개로 수평을 다시 잡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삼각대에 더해져 함께 휴대되어야 하니 무게가 최대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좋은 손잡이로서 '조이스틱 헤드'가 가져야 할 장점은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각대 위에 장착한 조이스틱 헤드, 조금은 부담스럽게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손에 꽉 감기는 조이스틱의 그립감이

너무 좋다. 쥐고 조종하기에 적당한 굵기와 길이, 그리고 손으로 쥐기에 딱 알맞는 인체공학적 형상과 고무로

마감된 오톨도톨한 외장재까지 깔끔하다. 왼손잡이용으로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난 오른손잡이, 딱히

왼손을 지금부터 써서 오른뇌를 더 계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패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삼각대와 조이스틱 사이를 단단히 잇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볼은 거의 저항감없이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예 카메라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도 스르륵.

조이스틱 뒤를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다이얼이 숨어 있었다. 뭔가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스테인레스 볼의

뻑뻑함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 최대한 풀었을 때는 아무런 저항감조차 없이 미끈하던 움직임이, 최대한 조이고 나니

많이 뻑뻑해졌다. 뻑뻑하다기보다는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 좀더 힘을 가해야 하는 정도..? 최대한 푼 상태와

최대한 조인 상태의 어느 중간쯤에서 쓰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야 최대한 풀어서

미끌미끌하다 싶도록 부드러운 상태가 좋고.

삼각대가 어느 지형에 얼마나 삐뚤게 놓였던,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카메라를 장착할 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평계로 손쉽게 수평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출사를 나가서도 삼각대의 수평에

연연하지 않고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정하고 고정시키면 되었으니,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바쁜 타이밍에도

번거롭지 않고 정말 편했다.

2010년 올해 5월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기존 조이스틱 헤드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구형의 조이스틱들에 비해 디자인부터 다르다.

무게는 고작 430그램. 삼각대에 항시 부착시켜 두고 들고 다녀도 딱히 무리가 없을 무게고, 실제로 늘 그런 식으로

휴대하고 다녔지만 딱히 조이스틱 때문에 더 무겁다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는 조이스틱 헤드의 세가지 덕목을 여유있게 충족시킨다 싶어 대만족.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삼각대 : 삼각형 형태로 버티고 선 세다리 위에 카메라를 단단히 얹어놓고 사진 찍는 도구.
(출처 : 내 머릿속 단어사전)


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삼각대란 그런 거였다. DSLR을 지르곤 사방으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둑어둑한 풍경을 찍어야 할 일도 생기고, 저주받은 손모가지의 부들거림을 의식하게 되고, 무거운 카메라를

거꾸로 쥐고 주야장창 셀카만 찍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삼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쓰는 언론사 사진기자 같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Q. 카메라 삼각대 뭐가 싸고 좋은가요.
A. 얼마 정도 예산을 잡고 있니.
Q. 5만원이요.
A. 헉... 
Q. (눈치를 보며) 그럼 한 10만원 이내...?
A. 됐고, 맨프로토를 사. 싸구려 사놓고 카메라 버리지 말고.
Q, 얼만데요?
A. 대충 삼십 정도면 좋은 거 산다.

이해할 수 없었다. 까짓것 급하면 돌멩이도 괴어놓고 사진찍는 판에, 삼각대가 뭐라고 몇십만원이나 줘야 하나.

그렇게 한 번 싸구려 삼각대를 샀고, 무겁고 뻑뻑한 그 녀석은 컴컴한 옷장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맨프로토 삼각대를 다시 샀다. 나는 소장용이 아닌, 전천후로 어디던 들고 다닐 삼각대가 필요했다.

맨프로토, 이탈리아의 'Manfrotto'가문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전문가용 삼각대 브랜드였고, 카메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알고 보니) 거의 삼각대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였던 거다.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들고 온 나의 삼각대, 190CXPRO3의 이미지다. 옷장 안의 삼각대에 비기자면, 뭔가

최소한의 뼈와 가죽만 남긴 채 앙상하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왠지 강인해보여서 별로 가벼울 거 같진 않다는

첫인상이었다.

집에 도착한 녀석을 뜯자마자 해본 건, 아령처럼 두 손에 쥐고 올렸다 내렸다, 가볍다 싶어서 다시 한손으로

쥐고 올렸다 내렸다 해보았다. 꽤나 가볍다. 사람이 올라서는 저울 위에 올렸더니 1kg에서 2kg 사이에 걸쳤고,

다시 주방용 저울에 올렸더니 한바퀴 돌아 1kg를 넘어 150g 정도에서 멈춘다.


가볍다. 이정도 무게면 계속 손에 들고 다녀도 돌아다니기에 전혀 무리가 없겠고, 가방에 넣어 어깨에 매고

다니면 거의 티도 안 날 수준이지 싶다.

삼각대를 본격적으로 훑어보기로 했다. 원래 다리 달린 동물들을 고를 때는 발굽의 상태부터, 밑에서부터 홅어

올라오며 보는 법이라 했던가. 야무지게 끼워진 고무재질의 발굽이다. 너무 말랑해서 금방 닳아버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단단하고 딱딱해서 쉽게 미끄러질 것 같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감촉.

무려 4단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미끈한 다리다. 플라스틱으로 성형된 조임새나 손잡이 등 부속들의 매무새가

말끔하다. 마무리가 거칠거나 어설퍼보이는 것들은 조금만 험하게 쓰면 금가거나 떨어져나갈 듯 불안한데,

반질거리는 부품들이 믿음직하다.

손가락이 딱 밀착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진 레버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조정이 쉬웠다.

그리고 레버를 올려 다리를 늘이거나 줄일 때 전혀 저항감이 없이 스르륵 뻗어나오는 느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올렸다가 내렸다가 반복했지만, 한결같이 미끈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캬아..

밭끝에서 한참을 머물며 만져보고 늘여보고 줄여보고, 한껏 애정해주다가 못내 아쉬워하며 조금 시선을

위로 옮겼다. 두 개의 마크가 붙어 있었다.


마그네슘이 사용되었음을 알리는 표지 하나. 강하고, 견고하며 가볍기까지 해서 무게를 줄이는데 맞춤인

마그네슘으로 삼각대의 중앙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100퍼센트 카본화이버 튜브가 쓰였음을

나타내는 빨간 색 표지도 있다. 카본 화이버, 탄소 섬유가 질기고 견고하며 가볍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

발끝에서부터 샅샅이 시선을 훑고 손으로 쓰다듬으며 감탄하다보니 왠지 스스로 조금 묘하다는 기분이 들 무렵,

마치 아리땁고 정숙한 아가씨의 종아리에서 예기치 못한 뜨거운 타투를 발견한 것 같은 순간이다. 

메이드 인 이태리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맨프로토의 로고.

그녀의-어느 순간 나의 맨프로토 삼각대는 '그녀'가 되어 버렸다-미끈한 각선미, 그리고 아마도 카본 튜브의

텍스춰가 그대로 드러나 보여지는 저 배열은 있는 그대로 이뻐 보인다.

팔씨름을 할 때, 사실 승부는 서로 손을 잡으면서 결정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손만 잡았을 뿐인데 상대의

완력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거다. 맨프로토 삼각대의 다리를 만져봤을 때의 느낌도 마찬가지.

다소 선뜻하면서도 단단하고 강인한 체력과 내구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다리를 쭉 거슬러 올라와, 어느덧 가슴께까지 올라왔다. 세워놓고 한 방, 눕혀놓고 한 방.

은색의 레버는 삼각대의 각도를 조절하는 데 쓰인다. 25도, 46도, 66도, 89도 총 네 가지의 각도로 조절이 가능.

각도를 조절할 때도 뭔가 걸리는 느낌없이 부드럽고 무리없이 잘 펴지고 접히고, 조작하기가 참 수월하다.

드디어 상단부, 고지에 올라섰다.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진 마그네슘 상단부의 매무새가 깔끔하다. 모양새를

보니 단단하게 카메라를 지지하기 위한 최소 부위만 남기려 애쓴 흔적이 보인달까.

그리고 말로만 듣던 수평계가 장착된 삼각대, 이전 삼각대는 수평계도 없고 뻑뻑한 움직임 탓에 수평을 잡고

사진을 찍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수평계가 있으면 카메라의 수평을 잡는데 편리할 듯 싶다. 얼른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수직으로 위치를 전환했을 때의 모습이다. 버튼만 누른 채 센터컬럼을 움직이면 쉽게 수평과 수직의 위치를

전환할 수 있다. 간편한 조작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일체형으로 만들어두면 자칫 조임이 헐겁거나

덜렁거리진 않을까, 묵직한 카메라까지 얹어놓으면 흔들리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워서 일부러 다소 난폭하게

움직여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보기도 했다.


아무리 거칠게 다뤄보아도 수평이던 수직이던 위치가 잡히고 나면 미동도 않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삼각 다리와 센터컬럼이 마치 한몸인 양, 그렇게 믿음직하게 버티고 서 있는 모습에 끝내 감탄하고 말았다.
 

아, 삼각대 무게는 1.29kg이랜다. 왜 우리집 저울로는 1.15가 나왔을까 싶어 다시 살펴보니, 주방용 저울의

측정가능한 맥시멈 무게가 1.15였다는, 다소 멋쩍은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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