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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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죽을 듯이 덥고 끈끈해서 사람들이 많이 안 온단 친구 이야기에 찾았더니, 막상 실내의 놀거리, 아니면 에어컨을 찾아나온 듯한 인파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 느낌.

작년에 비해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좋아진 느낌이었고, 또 마냥 고양이와 고래에 꽂혀있던 동물나라가 좀더 다양해진 느낌이었다. 고양이를 애정하는 입장에서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변화.


시간날 때 만들어본 내새끼 자랑♡

뒷바퀴와 앞바퀴, 핸들과 브레이크선 등을 모두 연결한 모습. 부품에서 전체 조립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뭔가 아귀가 딱 떨어지는 느낌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academy #plamodel #bicycle copyright 1998. 내게 친구가 말하길, "형 합법적으로 신나 불려고 저거 하는거지?"라니. 그치만 역시 니혼징의 섬세함은 못 따라가는구나..약간 국산품애용캠페인같이 스스로 세뇌를 하면서 어쨌던 끝내자고 다짐다짐.

스티커도 데칼처럼 얇고 정교하면 좋을 텐데 두께가 1미리쯤은 될 거 같은 두꺼운 비닐 소재다.

그래도 나름 추가적으로 도색도 하고, 약간의 커스터마이징도 하면서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보려 노력중.

이런 자전거 받침대의 용수철도 그냥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모양이라 납작하고 부실해 보이는 게 아쉬웠던 점. 진짜 스프링은 못 쓴다고 하더라도 좀만 더 정교하면 좋은데.

그래도 페달은 따로 도색을 했더니 색감이나 텍스쳐가 그럴 듯하다.

브레이크패드 부분도 무광 은색으로 도색을 했으니 그나마 좀 나은 모습. 그렇지만 저런 주형틀 자국이 남은 것들은 좀..

대략 완성샷. 그래도 완성시켜놓으니 뿌듯한 마음은 다를 바 없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plamodel #bicycle 그야말로 악전고투. 조잡함과 정교함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했다..저 브레이크 라인은 계속해서 빠지고, 곳곳에서 흔들흔들 위태한 부품들의 결합상태라니.

어쨌든 그래도, 만들면서 자전거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어떻게 동력이 전달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뜯어볼 수 있었던 기회. 재미있었다.

#프라모델 #자전거 #아카데미 #academy #plamodel #bicycle
copyright 1998. 무려 20년 전의 모델인데, 친구가 선뜻 내주어 조립을 해볼 수 있었다. 바이크와 건담 이후 또다른 아이템.

그렇게 퀄리티가 높거나 (그래서) 비싼 녀석이 아니라 그런지 부품은 세가지 색깔로 분할되어 있었고, 그래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말랑거리는 타이어 고무가 맘에 든다.

아무래도 색을 좀더 써줘야 할 것 같아 갖고 있는 타미야 스프레이로 부분부분 포인트를 주기로. 빨간색과 무광 은색, 무광 검정색 정도 얹어주면 될 거 같다.

제법 디테일은 뭉개지지 않은 편이긴 하다. 체인부분이나 기어 부분엔 별도로 도색하니 좀더 나아보이기도 하고.

안장부분도 다시 도색을 했다.

뒷좌석 역시. 그렇지만 싸구려 크롬 느낌나는 은색 부품들이 좀 거슬린다. 게다가 부품이 말끔하게 주형되지 않아 마감이 약간 안타깝기도.

빠른 속도로 프레임을 만들고 뒷바퀴와 체인부분을 완성. 빨간 색으로 페달 부분 일부를 칠한 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듯.

그러나 이때까지는 몰랐다. 갈수록 태산, 안타깝던 퀄리티가 삐죽삐죽 문제를 만들기 시작하리란 걸.


#이중섭 #덕수궁미술관 #아고리 #발가락 #아스파라거스

황폐한 나라에 재능이 넘쳤다. 천재인 주제에 다정도 병이었다.  콧수염까지 잘난 외모인데, 발가락 페티시가 있었나보다. 그의 남덕씨, 그의 아스파라거스 군과 발가락씨. 그림 하나하나, 붓질 하나하나에 그의 인생과 감정과 염원을 담았던 슬픈 천재.

한남동 디뮤지엄의 새전시, 헤더윅 스튜디오전은 thinking, making, storytelling의 세부분으로 나뉘어있다.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간명하게 정리한  이 세가지 열쇳말 중에서도 근간이 되는 thinking. 그에 대한 헤더윅의 문제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설명.

공공영역의 미술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냉각장치의 통풍구를 저렇게도 만들 수 있고, 저런 작품을 거리에 가진 도시가 실제로 있다니.

대부분의 전시물은 실제 런던이나 중국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돌돌 말리는 보행교 역시 런던 패딩턴에서 있단다.

곡물창고의 미술관으로의 대변신. 커다란 원통형 저장고를 저렇게 썰어버릴 생각을 했다.

3,40년만에 새로운 디자인, 런던버스.

아부다비 사막에 지어지는 공원도 헤더윅이 고안하면 이렇게나 다르다. 땅이 갈라지고 그아래 오아시스나 지하도시가 드러난 듯한 파격적인, 그렇지만 곰곰 생각하면 실용적이고 설득력있는 디자인.

츄러스를 잡아뽑듯 스테인레스를 잡아뽑아 벤치를 만든다. 전혀 레디메이드되지 않은, 복제되지 않는 유일무이한 형태의 작품들.

그들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데서 멈추는 건 아니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구슬을 일일이 위치에 맞추어 꿰고 거는데 24시간 3교대로 4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까, 역시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그들의 디자인 영역은 산업디자인이나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건물과 공원, 나아가 아예 도시를 조성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까지 진행중이라고.

이건 2010년 상해 엑스포때 본적이 있는 건물이다 싶더니, 민들레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국 국가관이다. (이것도 헤더윅의 작품이었다니..)

끄트머리에 씨앗을 수십만개 품은 플라스틱 봉이 건물 안과 밖을 관통한 채 빛을 머금었다.

중국의 도시 건설 프로젝트. 이런 공상과학영화의 한장면같은 공간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니.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와 방문자 센터. 실제 건물 밖으로 저런 고풍스런 느낌의 온실을 빼내어서 술 안에 들어가는 약초들을 기르고 있다고.

헤더윅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굉장히 충실하고 자세하게 그들의 작품과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왜 굳이 여기를 이만큼 공들여 소개하나 싶은 삐뚤어진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그 방대한 작업 분야와 참신한 상상력, 구현 능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디뮤지엄은 점점 안정감있게 발전해나가는 중, 이쁜 까페와 비스트로들도 건물 내에 많아졌고. 다만 컨셉이 많이 겹쳐보일 만큼 차별성을 못 느끼겠는 게 함정.


#코엑스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페어 #일러스트 #Griff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한 친구를 볼 겸 작품들도 볼 겸 찾은 코엑스.

참가한 일러스트레이터도 많았고, 작품량도 많아서 꼼꼼히 돌아보는데 반나절쯤 걸린 듯. 대체로 고양이가 대세였고 고래가 급부상하는 형국,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는 엄청 귀해졌고 그나마 글씨와 그림을 조합한 캘리그래피가 손맛을 남겨둔 듯.

그나저나 고양이는 이제 너무 대세가 되어 버린 느낌에, 고만고만한 느낌의 형상화가 진부한 감마저 주었다. 아래는 그냥 재미있다 싶었던 작품들 사진. (촬영이 허락된.)

#일러스트페어 #득템 #세계지도 #고양이 #묘한교감 수국수국한 고양이, 모히또고양이 그리고 달그대 고양이ㅋ 몇 점 집어와서 내 방을 꾸민 모습. 이쁜 색감과 아이콘들의 세계지도까지.



지난 토요일, 한남동에 뭔가 새롭게 미술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찾아가본 디뮤지엄. 알고 보니 대림미술관의 분관이랄까.


대림미술관과 함께 디멤버십 카드로 전시나 강연을 찾아볼 수 있다. 개관 특별전은 9개의 개별 방을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 채운


9개의 빛에 대한 내용, 공간을 채우는 빛의 질감이나 색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중인지라 흥미가 확 돋는 전시였다.


1번방부터 9번방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가 반복될 때마다, 단순히 빛의 궤적만이 존재하던 방에 소리가, 색감이, 그리고


움직임 더해졌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은 여기. 하얀 조명이 살짝 굽어있을 뿐인데, 바람에 사정없이 휘날리는 하얀


A4용지 보고서더미 같은 후련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빨강색, 노란색, 파란색의 삼원색 조명을 쏘아서 형상을 강렬하게 일그러뜨렸던 이 방도 재미있었고.


단순한 조형물에서 뻗어나간 세가지 빛깔의 그림자가 마구 뒤섞이면서 저렇게 비현실적인 실루엣과 색감을 만들어낸다.


한켠에는 이렇게 삼색으로 뒤섞이는 그림자도. 


빛과 조형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텅빈 공간이 이렇게 깊숙한 숲길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반사에 반사를 거듭해서


켜켜이 쌓인 그림자가 그대로 나뭇잎이 되고 덤불이 되어버렸다.


혹은 이런 류의 비현실적인 색감도 맛볼 수 있는 방이 있다. 온통 새하얀 방, 신발조차 커버를 씌우고 들어가야 하는 그 방에는 


세개의 칸막이로 적당히 가려진 불빛이 천장에 매달린 정사각면체들의 면면과 벽면을 몽환적인 색감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이 커다란 조형물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조명을 받아 변화무쌍한 근육을 뽐내는 모습까지. 사실 이 방이 두번째였던가 했지만.



아무런 필터나 효과를 더하지 않고도, 오로지 조명 만으로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아홉 개의 방을 하나씩 


방문하며 실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용산 아이파크몰 6층, 도무지 올 일이 없는 이 곳에서 전시중인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가 더이상의

 

창작을 하지 않고 기존 작품들만을 관리하는 형태로 사실상 제작 중단 선언을 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던 터라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어마무시하도록 길게 늘어선 줄, 대기표와 티켓을 함께 받아들고 한시간여 근처를 배회하다가 겨우 입장.

 

지브리의 작품들이야 워낙 많고도 유려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총 여섯 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일본을 제외하고는 최초로 전시되었다.

 

동선상 맞닥뜨리는 첫째 작품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긴 내 비밀의 정원이야.

 

막판에 이웃나라 왕자로 변하는 허수아비,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반전과 센스가 묻어있는 캐릭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두번째, 모노노케 히메. 혹은 원령공주라고도 하는 작품.

 

 스크린 너머 신비로운 표정으로 숨어있는 신. 그리고 바위 틈에 붙어있는 정령들.

 

 

 

산은 숲에서, 난 다타라에서 살면 되잖아. 함께 살아가는 거야.

 

세번째 작품,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아직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었던 90년대말 대학교 영화동아리에서 상영할 때 봤던 영화.

 

 

 늘 변신에 실패하는 캐릭터가 저녀석이었던 거 같다. 다른 주위 녀석들은 모두 변신에 잘만 성공하는데,

 

저녀석은 아무리 레버를 돌려봐도 당황하거나 뻘쭘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는 이미지인 걸 보니 기억이 맞는 듯.

 

 

 

 그리고.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저 귀여운 꼬마소녀 메이의 입체적인 뒷태.

 

 

무려 삼십여분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함께 할 수 있는 토토로의 포토존.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가 일심단결.

 

 

 

 정말 잘 꾸며져 있었던 게, 토토로와 메이가 처음 조우하는 그 신비로운 나무등걸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틈새를 통해 배가 불룩거리는 토토로를 볼 수 있었고, 메이가 뒤쫓던 조그마한 두 녀석도 훔쳐 볼 수 있던.

 

 

 이웃집 토토로의 마지막 장면. 아픈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 창문턱에 옥수수를 살며시 놓아두고 돌아가는.

 

다섯번째, 무려 홍돈! 붉은 돼지라는 타이틀로 번역되어 나온,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걸린 마법을 풀 수 있을까?

 

 

 

 전쟁으로 휘몰아치는 세상에 홀로 여유롭고 낭만적인 돼지 포르코, 그가 숨겨둔 조그마한 파라다이스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수상 비행기에 대한 로망, 아무도 없는 모래톱 위 삼각텐트와 파라솔, 그리고 자그마한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돋게 한 영화.

 

마지막 여섯번째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지브리의 애니가 애들용이 아니라 어른용임을 다시금 각인시킨 영화.

 

이야기의 단초가 되었던 기묘한 음식점 거리가 실은 어느 홍등가를 그대로 따서 쓴 거라던가. 성인을 위한 메타포가 넘쳐난다.

 

 그 앞에 선 센 혹은 치히로. 시야를 꽉 붙드는 불룩한 온천탕 건물의 외곽선이 소녀의 뒷모습을 더욱 가냘프게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남우주인공은 사실 소년이자 용인 하쿠, 그렇지만 모두에게 더욱 깊이 각인된 녀석은

 

역시나 가오나시. 아, 아, 거리는 이녀석의 단말마같은 의사표현은 왠지 이런 폭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다.

 

 왠지 적적하고, 슬프고,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무척이나 여리고 상처투성이일 거 같은 가오나시.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며 먹어치워버리고는 결국 고스란히 되짚어 토해내버리는 모양새가 참 딱했던 거 같다.

 

그렇게 총 여섯 개의 작품, 그 배경과 캐릭터들의 조형들을 꼼꼼히 둘러보니 대략 한시간반. 토토로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포함해서니깐, 얼추 한시간이면 내용을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싶다.

 

 바깥에는 하얗고 동그란 스티커를 자유로이 쓰도록 해서, 이렇게 지브리의 캐릭터들이 각자 알아서 그려서는

 

벽면에 붙여 넣도록 해놨는데, 은근히 잘 그리는 사람도 많고 몇장의 스티커를 활용하는 창의력 돋는 사람도 많고.

 

 제2롯데월드몰에 지브리 캐릭터상품샵이 들어선다는 거 같은데..여긴 왠지 언제 무너지지나 않을까 싶어

 

나중에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언제고 무너지거나 가라앉거나 물이 들어차거나 비행기와 부딪히거나.

 

현실에선 그럴 때 나타나 구해줄 하쿠도 없고, 낭만돼지 포르코도 없고, 토토로도 네코버스도 없으니.

 

 

 

몇가지 새롭게 발견한 캐릭터 상품들. 그 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진이 되었던 저 악마 녀석이 그려진

 

후라이팬이 은근히 탐나던데, 계란후라이도 왠지 더 맛나게 구워질 거 같고 말이지.

 

 

 

샌프란시스코 여행중 두번째의 헛걸음. 지난 11월에도 분명 허탕치고 2017년에나 오픈한다는 표지를 MOMA에서 봤었는데,

 

혹시나 하고 다시 또 찾고는 좌절. 그래도 뭔가 샌프란시스코 MOMA의 전시를 안 볼 수는 없어서, 아시안아트뮤지엄에서

 

콜라보로 전시중인 'Gorgeous'전을 찾았다. '고져스~ 고쟈쓰~' 의 의미가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각종 예술품으로 되짚어보는 전시.

 

 

 

 

드디어 아이폰이 미술관 전시에 전시품으로 진열되기에 이르렀구나. 분명 그렇게 될 만큼 디자인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으니.

 

'고져스'의 관점에서 보아도 아이폰이 전혀 새로운 스마트폰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 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두른 둥근 조약돌 형태의

 

전화기를 구현했다는 점 등등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사례인 거 같다.

 

 

 

 

조악한 장미 조화와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빚어내는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의자. 질료가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코끼리똥을 캔버스 양쪽 하단에 괴고 가운데에 떡하니 붙여둔 채, 온갖 화려한 장식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다.

 

 

 

 

 

 

 

 

 

 

그리고 몇 점의 한국 예술품. 조선시대의 춘화 중 한점이 '고저스'의 상징으로 나왔고,

 

고려시대 자개상자가 또다른 고져스의 사례로 등장. 외국에 나와서 한국의 문화재를 보니 왠지 낯설다. 이 자개상자만 해도,

 

글쎄..한국에서 통용되는 한국의 아름다움이라거나 전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변주같은 느낌.

 

그리고 조각보. 그저 쓰다남은 짜투리천을 되는대로 이어붙인 게 아니라, 모종의 패턴과 정교한 밑그림을 가지고 시작되었다는 게

 

고져스함의 포인트.

 

 

 

 

 그리고 야마하에서 컨셉카로 제작했다는 1980년대말의 바이크.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근 이삼백여 점의 고져스전시가 끝.

 

아시안아트뮤지엄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중일 삼국, 그리고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재들을 한바퀴 훑어보던 중 발견한,

 

굉장히 아름다운 색과 형을 가진, 게다가 저 섬세한 문양을 갖춘 청나라의 자기 하나.

 

그리고 일본의 현대 자기예술이 얼마나 난해하면서도 아름다워졌는지. 현대로 이어지는 흐름까지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안아트뮤지엄 자체도 좀더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훑어볼 만한 전시공간인 듯.

 

 

taken by Iphone5

* 이미 전시기간은 경과된지 오래이나, 찍어둔 사진들과 '호박'을 위해 포스팅.

 

 

 

 

그녀의 호박 찬가는 이토록 담대하고 거창하며, 근본적이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보는 내가 다 움찔움찔, 현기증이 나서 보기가 힘들 정도의 높이에서 저리도 태연히 걸어다니다니.

 

팔다리가 저릿저릿해질 정도로 심장이 쫀득거리는 영상.

 

언제고 혹시 과격한 놀이기구를 타고 싶다거나 무료하다거나 할 때 찾아보기 쉽도록 스크랩해두기로 했다.

 

 

그리고 아래는, 심지어 외신에서 보도가 된 'adrenaline junky' Skywalker의 인터뷰 내용.

 

 

 

 

 

 

대림미술관, 규모는 작지만 나름 재미있고 알찬 전시를 꾸준히 하고 있어서 나 역시 꾸준히 발걸음을 하는 이 곳에,

 

11월부터 시작되어 내년 3월중순에 끝나는 전시회가 하나 열렸으니 바로 '스와로브스키, Sparkling Secrets'展.

 

 스와로브스키의 상징인 우아한 백조와 함께 조그마한 쥐도 한 마리 보였고(내가 본 쥐 캐릭터 중에 손꼽을 만큼

 

귀여운 녀석이었던 듯. 쥐에 대한 생래적인 혐오감과 더불어 최근 학습된 반감을 거의 극복해낸 아이템이었다.)

 

 

 크리스털로 만든 열쇠가 두 벌, 목걸이에 걸어서 짤랑짤랑 소리나도록 하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 열쇠에 맞는 자물쇠도 같이 크리스털로 만들 수 있다면 멋지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스와로브스키가 제작, 가공하는 크리스털들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납성분같은 것들을 유출시키지 않고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는 장에서, 무려 250mm나 되는 크리스털을 그런 친환경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전시를 해놓았다. 빙글빙글

 

돌면서 사방으로 무지갯빛을 흩뿌리는 커팅면의 굴곡이 오묘하다.

 

 제법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문구들을 담은 스와로브스키 전의 아트북 중 한 문장.

 

"사람은 감동을 받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고, 감동은 사랑을 주기 위해 순간을 간직한다."

 

 색색의 원석들, black diamond라거나 saphire라거나. 스와로브스키가 활용하는 오색빛깔 영롱한 크리스털들 차트다.

 

스와로브스키가 다양한 셀렙들과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건 익히 알려져 있다지만, 마릴린 먼로, 마돈나, 제니퍼 로페즈 등

 

불멸의 스타가 된 이들을 빛내주는 아이템들을 옷이라거나 액세서리라거나, 아님 이런 크리스털 '가발'로 함께 했는줄은.

 

 

 게다가 여러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오랜 기간 진행했다고.

 

크리스털들을 마치 나뭇가지에서 돋아난 잎새처럼 뾰족뾰족하게 표현한 작품. 제목이...Crystal Branch였던가.

 

 달팽이랑 나비가 마주 보고 사랑에 빠진 모양이 넘 귀여웠던 반지도 있었고.

 

실키한 핑크빛 레이스에 파스텔톤 크리스털이 보드랗게 이어지는 목걸이. 굉장히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영화 '물랑 루즈'나 다른 화려한 쇼 장면이 있는 영화, 뮤지컬 등에서 활용되었다는 스와로브스키의 아이템들.

 

스와로브스키의 반짝임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였겠지만, 온통 전시공간은 깜깜하게 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검은색 주렴이 드리워진 대림미술관의 숨겨진 휴식공간에 앉아 쉬기도 하고.

 

 2층부터 4층으로 이어지는 전시공간, 4층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환해진 느낌인 건, 이 샹들리에의 역할이 컸던 듯.

 

영화 '블랙 스완'에 나왔던 바로 그 샹들리에라고 하는데, 아마 주인공 그녀가 마지막 장면에서 이 샹들리에에 깔리던가.

 

 베라 왕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에도 스와로브스키는 여지없이 그 빛을 발했다. 이를테면, 그들의 작품인 옷에

 

화사함을 더하고 포인트를 주는 한줌의 시즈닝이랄까.

 

 

 

 이런 식의 반전 뒷태를 책임지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들.

 

 

 

 그리고 다시 1층. 어느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기 시작한 그곳에서 이미 한바퀴 둘러보고 나온 사람의 만족감이란.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고, 파란 배경에 투명한 크리스털이 반짝거리며 오색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대림미술관 뒷켠의 까페 공간도 스와로브스키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마치 크리스털이 커팅되었듯

 

수십수백개의 맨들한 면을 불연속적으로 이어붙인 채 커다랗게 부푼 공간이 거기 있었으니깐.

 

 

 그리고 스와로브스키의 반지가 흔히 갖고 있는 수백개의 커팅면을 그대로 키워낸 거울면의 아우라를 뒤로 받친 채,

 

온통 일렁일렁이는 환상적인 풍경 한 가운데에 반지 하나가 흔들림없이 버티고 섰다.

 

겸겸 나도 한 장. 핑크빛의 조명이 거울 내로 스며들어서 온통 핑크핑크한 분위기에서, 참 야무지게도 카메라를 쥐었구나 싶다.

 

 

 

 

 

 

 

 

 

 

 

 

 

 

 

 

 

천하제일 비색청자전(1-3부), 청자 변기의 호사로움.

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중인 청자들 중 특히 4부, 국보급 명품들을 하나하나 조곤조곤 살펴보면서

 

담아본 사진들을 중심으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딱히 말을 더할 것도 표현할 것도 없는 듯.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 '천하제일 비색청자'展.

 

중국에서 천하제일(The Best under Heaven)을 꼽으며 그 중 하나로 고려청자의 비색을 들었다는 인용구가 아니더라도,

 

청자의 빛깔(色), 형태(形), 그리고 상감된 그림들은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곱씹을 만한 것들이다.

 

 

이 정도의 국보급 청자들이 한자리 모인 기회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건, 대부분의 문화재급 청자들이

 

해외-대체로 일본-에 반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시는 10. 16~ 12. 16까지.

 

 

총 4부로 이루어진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청자의 쪽빛으로 펼쳐진 풍경들. 아마 청자에 그려진 문양들을 따온 듯 낯익다.

 

 꽃을 따르는 나비의 화려한 자태.

 

 

 다기의 한 종류인 완에 새겨진 기사, 라는 연호. 은은한 비색이 우아하다.

 

 예전에도 한번 봤었지만, 청자로 기와를 얹었다는 건 대체 얼마나 사치스럽고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냈을까.

 

 

 기와 말고도 이렇게 담장 등에 장식이 되었다는 물방울 모양의 장식품도 얹혔었다고 한다.

 

 

 과하게 쓰이지 않은 금칠, 그리고 분방하게 만들어진 듯 자연스럽지만 세련된 뚜껑까지.

 

'콜라병 몸매'란 표현보다는 '고려청자 몸매'란 표현은 어떨까 싶을 정도로 곡선이 아름다운 병.

 

 

 학이 한마리, 구불구불한 꽃나무와 구름 사이를 날아가고 있다.

 

 

 이런 형태는 대체 어떻게 고안해내고, 어떻게 빚어냈을까. 색깔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눈에 익은 참외모양 청자. 주둥이의 저 물결치듯 리듬감넘치는 모양새라거나, 굽쪽까지 내려가는 봉긋한 곡선.

 

 

 1부, 2부에서는 청자의 역사라거나 여러 대표적인 제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중엔 청자 베개도 있었다.

 

 이런 청자 베개를 베고 자면 특히 한여름에는 머리가 시원하니 건강에도 좋을 거 같고, 만족감도 높을 거 같다.

 

 그리고 청자로 빚은 의자. 평상시에도 앉을 수는 있겠지만 주로 바둑 같은 걸 즐길 때 앉는 의자였다고.

 

 그리고 청자로 빚은 주사위까지. 유약 덕분에 적당히 동글해져서, 부르마블같은 거 할 때 저 주사위를 쓰면 좋겠다.

 

 게다가. 사치의 정점이랄까. 청자로 빚은 변기. 12세기에 만들어진 이 청자변기에는 심지어 연꽃무늬까지 그려져 있다.

 

길게 뻗은 고무신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오므려져 일을 볼 때 사방에 튀는 걸 방지하는 실용성까지 겸비한 듯.

 

은실이 입사된 청동경대의 동그런 거울판이 반질반질, 진짜 유리거울처럼 말갛게 반사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화장품들을 담는 통들도 청자로 만들어졌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자그마한 통들에 분이나 액을 담아 썼을 듯.

 

그리고 약사발. 초등학교 때 과학시간에 쓰던, 그리고 약국에서 쓰이는 그거랑 거의 비슷한 형태지만 '고려청자'라는 거.

 

 

 고려시대에는 불상이나 동자상들도 청자로 빚기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조금은 생소한 분위기의 인간상들도 전시되어있었다.

 

 

 

 그리고 정병. 불교에서 쓰이던 제기의 일종이라고 해야 하나. 여느 청자들보다 맑고 연한 빛깔이 순하다.

 

대범하고 세련되게 그려진 국화꽃과 이파리들의 문양이 자기면을 온통 휘감았다.

 

 

 가느다란 목과 위아래로 봉긋하게 부풀은 모양, 우아하게 굽은 주둥이가 아름답다.

 

 청자 시대였다고는 해도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게다가 색감도 독특한 자기가 생산되기도 했나보다.

 

 

 

 곱게 발린 유약이 자잘한 균열을 자기 위에 살짝 끼얹어주어서 더 운치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감탄했던 뚜껑 중 하나. 저렇게 섬세한 표현에 독특한 장식이라니.

 

 

 

 청동 은입사 포류무늬정병. 이건 예전에 고려 불교문화 관련 전시때 봤던 거 같은데. 참 우아하다.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는 학과 사람을 그려놓았는데, 저 소나무의 대범한 구불거림이 참 인상적이다.

 

 

 

가을이라기엔 너무 짧게 끝나버린 10월의 어느 볕좋던 날, 까뭇까뭇 어둠이 내린 올림픽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기는

 

생각보다 꽤나 고역이었지만. (그리고 아무 데나 '힐링'을 갖다 붙이는 저 더러운 작명센스는 맘에 무척 안 들었지만.)

 

 

그래도 폴포츠와 이루마가 각각 토요일 밤과 일요일 밤에 등장한다고 하여 이틀 연속으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뭐, 이루마의 외모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가 'River flows in you'를 칠 때의 그 손가락 움직임이라거나

 

중간중간 취하는 제스처, 가끔 활처럼 휘어지는 허리까지, 참 그럴듯하게 피아노를 치는구나 싶었다.

 

공연 실황을 녹화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이루마도 말했던 것처럼 날이 너무 추워 피아노도 잘 못치겠는 판에

 

카메라를 계속 쥐고 버티고 있을 자신도 없어서 포기. 레퍼토리 중 떠오르는 곡들을 퍼담아두기로 한다.

 

 

 

 

 

 

 

 

 

 

커피콩자루 하나에 35달러가 말이 되니 씨X?

 

무슨 커피콩이 마법콩이라도 되는겨??

 

 

 

ㅋㅋㅋㅋㅋㅋ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로 수위를 다투는 BMW 5시리즈 중 528i와 520d, 그리고 그에 조금 못미치는 520i의 기름값 비교.

 

앞서 BMW 3시리즈 중 320i, 320d, 320d ed의 기름값을 비교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더 복잡하긴 하지만,

 

역시 연비가 아무리 20km/l 가까이 육박하며 훌륭하다고 해도 생각보다 '기름값' 자체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528i와 520d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포인트는 연비 vs 정숙성 의 선택에 있을 듯.

 

 

 

 

 

* 참고 : BMW 320i, 320d, 320d ed 의 기름값 비교분석.

 

 

 

 

 

 

 

 

 

 

 

 

"밤하늘 무수한 별들 가운데 하나를 봅니다.

 

지구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가 지금 그 별을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이처럼 수천만 분의 일의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인연을 맺습니다."

 

 

 

몇 주에 걸친 야근을 마치고 회장 보고까지 마친 날, 회식에 더해 모처럼 아저씨들과의 노래방 자리까지.

 

그렇고 그런 트롯과 팝송과 최신 가요가 난무하던 가운데 귀에, 가슴에 확 꽂혀버린 노래 하나.

 

왕의 남자 OST이기도 했으니 모르던 노래는 아니었지만, 문득 가사가 곱씹히고 감정이 트였다.

 

 

 

 

'인연', 이선희.

 

 

약속해요 이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할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테죠
먼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생에 못한 사랑 이생에 못한 인연
먼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초보비행 (by 에피톤프로젝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서툰 실력이 늘 힘들지만

오늘만큼은 내 모든 용기를 같이 가자

우린 모든 것이 다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어디로든지

이렇게나 많은 짐은 필요없어

준비되면 이제 내게 말해

함께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수많은 시간의 기적들을 끌어안고

할 수 있는 마음 모두 다해

같이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우리의 음악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마

우리가 함께 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새벽녘

 

밤새 내린 빗줄기는

소리없이 마름을 적시고

구름걷힌 하늘 위로

어딘가 향해 떠나는 비행기

막연함도 불안도

혹시 모를 눈물도

때로는 당연한 시간인 걸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을 꺼내놓고

오랜만에 웃고 있는 날 보며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의 눈물들은

어느샌가 너의 모습이 되어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지난 3개월여, 토요일마다 서울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고등학교 언젠가부터 칼로 끊기듯 뚝 끊겼던 4B연필이나 '그림그리기'와의 인연이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둘 그어본 선들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고경일 선생님이나 김부일 선생님의 칭찬은 넘쳐올라 들썩이는 파도가 되었다.

 

 

서울 곳곳의 숨어있는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서촌, 이태원, 보문동, 애오개, 양화진..서울이 숨긴 풍경을 지긋이 응시하는 두어시간.

 

 

실력은 치졸하지만, 아마 그림 그리기의 매력이란 그런 거 같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듯 슬쩍 사진에 담아내고 말 풍경을, 한방울씩 곱씹으며 가만히 퍼올려내는 작업이랄까.

 

 

 

- 참여연대 부설 아카데미 느티나무강좌 '고경일, 김부일의 서울 드로잉' 3기 소감.

 

 

 

엽서로 제작된 내 그림 두 점.

 

나무 판넬로 제작되어 전시될 그림 한 점. 어느 비오는 날 실내에서 본인이 갔던 여행지 사진을 그리는 날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쾨르 대성당의 드로잉.

 

 

 

 

다른 그림들 몇 점..

 

 

 

 

 

서울 통인동에 소재한 참여연대 건물, 여기 1층에 있는 '까페 통인'에서 2주 정도 걸려있을 그림들.

 

6/22~7/6, '전시회'라기도 우스운 '학예회' 수준의 자리라는 게 맞겠지만 혹 시간 나시면 들러서

 

'숨은 서울찾기展'의 숨어 있는 제 그림들을 찾아 보시길.

 

 

 

 

 

 

티비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아티스트가 온몸을 기울이며 커다란 화폭 앞뒤로 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며,

 

손끝에서 사방으로 튀던 물감방울이며. 그런 이미지가 그대로 담긴 '드로잉쇼'의 티켓함.

 

생각보다 크지 않은 장충동 웰콤씨어터에는 R석과 S석이 있었는데, 앞섶에 앉은 관객들에게는 아예 입장할 때

 

비옷이 제공되었다. 대체 얼마나 물감비가 쏟아져 내리려나, 사방에 마구 흩뿌리는 광란의 분위기가 연출되려나

 

조금 걱정도 되고 묘하게 설레기도 했는데. 생각보다는 물감 한방울 휘날리지 않는 깔끔한 공연이었다.

 

 

공연 중에는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는 게 공연과 배우와 관객들에 대한 예의염치. 근 한시간반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커다란 그림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사진 촬영 시간을 안배해 주었다.

 

 

굉장히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 중 한 명. 대사 하나 없이 보여지는 그림 만으로 극을 끌어가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거다. 특히나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내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고는 해도 완성되기까지, 적어도

 

관중의 감탄을 얻어낼 만큼의 윤곽이 드러나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가 관건일 터.

 

 

그럼 틈새를 역동적인 액션과 의미를 알 수 없는 몇 마디 괴성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로 때론 진지하게, 때론

 

코믹하게 채워나가는 걸 지켜보는 자잘한 재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즉석에서 그려진 그림들의 선 하나,

 

실루엣 하나가 공연 전반에 흐르는 강렬한 에너지와 역동감이 그대로 담긴 듯 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공연이 있던 웰콤씨어터. Welcome을 왜 굳이 웰콤이라 부르나 했더니 철자부터가 달랐다. Welcomm.

 

 

엉거주춤 선 사람과 쪼그려 앉은 사람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저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명료하면서도 살짝

 

젠틀하다는 느낌마저 전해준다. 왜 쪼그려앉은 사람에게서는 머리에서  저게 나가는 걸까.

 

 

웰콤씨어터 건물 자체도 요모조모 뜯어볼 만한 구석이 많았다. 어느새 길어진 햇살마저 뉘엿거리는 시간대엔 더욱.

 

 

 

다음에 이 쪽에서 공연을 볼 일이 있다면, 저 의자에 가만 앉아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겠다. 혹은, 아무 일 없이도

 

근처에 들를 일이 있다면 그저 앉아서 책 한권 뚝딱 읽고 일어서도 좋을 듯.

 

 

동대입구역에서 웰콤씨어터까지 왔다갔다 하는 길 위에서 만난 이쁜 건물 장식 하나.

 

 

그리고, 이 날 드로잉쇼를 보기 전 저녁식사로 먹었던 빠네 파스타와 먹물도우 피자.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찍었던 풍경과 공연이 끝난 후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후의 풍경이 워낙 다르다.

 

어쩌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보다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게 더 많은 걸 공감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중학교 때, 죽어라 부숴라 하던 노래를 찔끔찔끔 듣던 시기에 친구가 내게 선물했던 앨범이 하나 있었다.(여전히 갖고 있다.)

 

한국의 헤비메탈 그룹이라는 '블랙홀'의 4집, Made in Korea.

 

(그림은 네이버에서 업어옴)

 

 

백제 말기에 창건되어 백제의 멸망과 함께 폐사되었다던 고란사의 이야기를 다룬 '고란초의 독백' 같은 서정적인 곡들은

 

바로 귀에 꽂혔고, 알고 보니 실제 5.18 광주항쟁 때 죽어간 어느 고등학생의 일기를 가사로 그대로 갖고 왔다는

 

'마지막 일기' 같은 곡들은 그런 내막을 알기 전부터 가슴을 뜨겁게 달궜었다.

 

 

공식적으로 기억되는 비극이야 '박제화된 유물'임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 올해 2012년의 5.18이

 

아무런 공식적인 언급이나 조명없이, 권력자가 하사하는 말의 성찬없이 지나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생생하게

 

되살아나야 한다는, 원래의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런가 하면 "815 419 516 1212 518 629 그리고,"라며 성수대교니 삼풍이니로 이어졌었던 '공생관계'의 가삿말이란.

 

숨가쁘게 이어지던 이땅 민주화의 역사, 지금 이 가사는 어디로 이어져야 할까. 되돌이표 앞에 멈춰서 어디까지

 

돌아가야 할지 멈칫거리게 되는 느낌.

 

 

 

 

마지막 일기.

 

 

사실 두려워요 내게 다가올 시간이 아직도 내겐 너무도 벅차요 .
먼저 떠난 친구들의 눈물이 생각이 나요 아직도 내가슴엔 흘러요.
이 어둠이 가기 전에 나의 짧은 시계소리 멈추고.
워~나도 잊혀 지겠지.
달빛 아래 펼쳐 있는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워~ 영원히 사랑~해~요.

* 못다한 나의 숨결은 5월의 하늘위에 붉게 펴있는 눈부신 큰빛이 되어 그리운 모든 사랑을 바라볼꺼야

이 어둠이 가기 전에 나의 짧은 시계소리 멈추고.
워~ 나도 잊혀 지겠지.
달빛 아래 펼쳐 있는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워~ 영원히 사랑~해~요.

* 못다한 나의 숨결은 5월의 하늘위에 붉게 펴있는 눈부신 큰빛이 되어 그리운 모든 사랑을 바라볼꺼야

 

 

 

 

* 구글에서 '518 광주 사진'이란 검색어로 찾으면 수두룩하게 나타나는 핏빛 사진들.

 

 

 

공생관계

 

 

오렌지,야타,러브호텔,압구정,로데오거리,X세대,카피,일본,노바다야끼,가라오케,
Rock Cafe,눈먼 아이들 신세대, 놓치지 않는 장사속 그리고 T.V,RADIO


수없이 쏟아지는 일회용 스타 땀흘리지 않고 쉽게 즐길수있는 듯 똑같은 모습들 생각도 귀찮은 웃음뿐

인명경시 패륜범죄 도덕이 실종된 사회상 그러나 누굴 탓해 따지고 보면 공생관계

 

나만이 잘 살아보세 우리만이 잘 살아보세

 

삼국 김유신 김춘추 소정방 당나라 그리고 김부식 조선말기 매국오적과 일제 36년 친일파
8.15,6.25,5.16,12.12,5.18,6.29 그리고 성수대교 대구,서울의 삼풍에 비극

 

아무리 큰일에도 길지않은 기억력 아무도 책임 없는 온갖 크고 작은 사고들
항상 불안한 나날들 보이지 않는 눈물들 그러나 누굴 탓해 따지고 보며는 공생관계

 

나만이 잘 살아보세 우리만이 잘 살아보세

 

쉽게 벌어 쉽게 쓰는지 놀아야만 잘난 것인지
물은 물이요 산은 산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어둠이 지나면 새벽오고 겨울에 들리는 봄소식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변하지 않는 진리를 믿어온 많은 침묵

 

언제나 가려진 듯 하지만 결국엔 무너지는 조선 총독부, 식민사관 낱낱이 드러나는 암울한 시대의 조각들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로 믿어온 많은 침묵


그들의 또다른 공생관계

 

 

 

고란초의 독백.

 

 

맑게 개인 날이어도 눈뜨고 싶지 않아
아름다운 소리라도 듣고 싶지가 않아

눈 비 바람 몰아쳐도 나는 애써 견뎠어

모두 태워 지웠어도 나를 지울순 없어
홀로 간직한 기억 꽃이 떨어지던
홀로 지켜온 사랑 백제의 마음

고란사의 종소리도 묻혀 버리었지만
가느다란 나의 몸은 바위틈에 남았어
온몸으로 눈물짓는 나의 이름 고란초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삼성, 샌디스크,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탐론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캐논 부스.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모델 주다하, 김미혜, 박시현, 정주미 등등.

 

 

 

 

 

 

포즈를 취하기 전 자기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며 편한 표정과 포즈를 지은 채 웃고 있던 모델들.

 

모델들이 서 있는 앞으로 카메라폰, 똑딱이 카메라, 대형 DSLR에 이르기까지 렌즈를 겨눈 사람들.

 

모델인지 관계자인지 아님 그저 일반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남들이 찍으면 덩달아 불을 뿜는 카메라.

 

오랜 시간 마네킹처럼 얌전히 포즈를 살짝살짝 취하는데도 옷매무새는 곧잘 헝클어지나보다.

 

무대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델. 깔끔하고 화려한 무대 위에 선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쓰레기봉지 옆 뒷문을 지난다.

 

붙인 속눈썹과 서클렌즈로 고문당한 눈이 시뻘겋게 핏발이 서고, 입술 끝은 안간힘을 쓰며 올라가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다음 선수와 교체할 때의 후련한 표정이라니.

 

새로 무대에 서는 모델들은 신선한 에너지를 담뿍 담아 바톤 체인지.

 

아무리 그래도, 높은 굽 위에서 꽃장식을 이고지고 뭇 사람들의 시선과 대항했을 그녀들 참 대단하다.

 

그 와중에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살짝 자세를 풀어주는 모델도 있고.

 

누군가는 카메라 삼각대 다리만큼이나 여릿한 다리를 번갈아 꼬며 아픈 다리를 달래고 있었고.

 

누군가는 하품을 억지로 참는 듯, 충혈된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자꾸 찌르는 속눈썹을 달래보는 거 같기도.

 

어정쩡한 높이의 딱딱한 의자에 살짝 엉덩이만 걸친 채 높은 힐의 뾰족한 두 개 기둥에 실린 몸무게.

 

그러고 보면 기자재전 안에는 남자 스탭조차 찾기 힘들었던 거 같다. 온통 여자 여자 여자. 그것도..

 

장비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모델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님 그저 모델을 상대로 사진찍기 연습인지.

 

모델들이 세 방향으로 세워놓고는 벚꽃나무 모양의 무대는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어지럽진 않으려나.

 

당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놓은 모습에 눈이 갔다가도, 아무래도 이런 무대 뒤의 모습들,

 

남몰래 깜빡이며 속눈썹을 밀어낸다거나 구둣발 속 발가락을 꼼지락댄다거나 하는,

 

그녀들의 고충이나 인간적인 모습에 더욱 눈길이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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